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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상의 땀방울과 하늘의 날개가 만날 때, 생명은 다시 뛴다

원광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닥터헬기 담당 하태욱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찰나의 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가 결정된다. 특히 중증외상 환자에게 시간은 단순한 물리적 흐름이 아니라 곧 ‘생명’ 그 자체다. 심정지나 대량 출혈이 발생한 환자에게 허락된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오늘도 전북의 도로 위를 달리는 119구급차와 하늘을 운항하는 닥터헬기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고 있다.

전북권역은 험준한 산간 지역과 넓은 농촌, 복잡한 고속도로망이 공존하여 의료 자원의 불균형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전북소방의 119구급대원들이다. 이들에게 현장은 단순히 환자를 싣는 장소가 아니라, 환자의 중증도를 정확히 판단해 닥터헬기를 요청할지 결정해야 하는 긴박한 결단의 장이다. 대량 출혈을 동반한 다발성 장기 손상이나 뇌·흉부의 치명적 외상 환자를 마주했을 때, 구급대원의 신속한 판단에 의한 닥터헬기 요청은 지상의 한계를 넘어 권역외상센터라는 최종 목적지까지 환자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생명줄이 된다. 현장의 구급대원이 확보한 기초 정보와 초기 처치는 헬기 이송의 성패를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며, 이들의 냉철한 판단력이야말로 생존의 첫 단추를 끼우는 핵심 역량이다.

닥터헬기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빠른 이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방(119구급대)과 의료진의 빈틈없는 공조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그 진가가 비로소 완성된다.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환자를 응급처치하며 인계점으로 이송하는 동안, 하늘에서는 전문의가 탑승한 헬기가 날아오른다. 이 과정에서 구급대원이 전송하는 환자의 실시간 정보는 헬기 내 의료진을 거쳐 병원 수술팀까지 전달된다. 덕분에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모든 수술 준비가 완료되는 이른바 ‘프리-어라이벌(Pre-arrival) 시스템’이 작동하게 된다. 1분 1초가 급한 외상 환자에게 구급대원과 헬기 의료진이 나누는 짧고 명확한 교신은 곧 환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동력이 된다. 지상의 구급대원이 닦아놓은 기초 위에 하늘의 의료진이 전문 처치를 더하며 병원 문을 통과하자마자 즉시 최종 치료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팀플레이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처럼 중증외상 대응의 본질은 각 주체의 역량을 하나로 묶는 협력에 있다. 119구급대의 정확한 판단과 닥터헬기의 기동력, 그리고 권역외상센터의 수용 역량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 사람의 생명을 온전히 살려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한 이착륙을 위한 인계점 확보와 같은 인프라 구축은 물론, 헬기 소음이나 일시적인 불편함보다 내 이웃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따뜻한 지지는 구급대원의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하고 닥터헬기의 프로펠러를 멈추지 않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

전북권역의 응급의료 체계라는 거대한 생명 그물망에서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119구급대와 닥터헬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매듭이다. 지상의 땀방울과 하늘의 날개가 만나 골든타임이라는 희망의 현실을 만들어낼 때, 전북특별자치도는 비로소 외상 환자들에게 든든한 보루가 될 수 있다. 오늘도 사이렌 소리와 프로펠러 굉음을 울리며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이들의 숭고한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더 깊은 신뢰와 응원이 필요하다. 생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하늘과 땅에서 함께 달리는 이들의 위대한 동행에 지역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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