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존엄한 죽음’, ‘품위 있는 마무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사전에 서약한 사람이 크게 늘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북의 ‘사전 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총 18만 4824명에 달했다. 이는 2022년 등록자 9만 2416명에 비해 2배나 증가한 수치다.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성인이 향후 임종과정에 접어들었을 경우를 대비해 연명의료를 받을지 여부와 호스피스 이용 의사 등을 미리 문서로 작성해 두는 제도다. 의사 표현이 불가능해졌을 때를 대비한 일종의 자기결정권이다.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사전에 뜻을 밝힌 국민은 지난 2018년 제도 시행 이후 해마다 늘어 지난해 320만명을 넘어섰다.
제도의 취지가 알려지고,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등록기관이 확대되면서 등록자가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의미 없는 연명보다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가족에게 부담을 남기지 않겠다’는 책임의식과 ‘자기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는 자기결정권 중시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이제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우리 사회가 연명의료 중단 문제, 존엄한 죽음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준비해야 할 때다. 초고령화 사회, 만성·말기 질환자가 증가하고 돌봄 부담이 늘어나는 사회구조적 문제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사람이 늘고,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도 익숙해졌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사회가 정말로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제도는 마련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죽음에 대한 대화가 꺼려지고, 의사는 환자 가족의 감정이나 의료 관행 앞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연명치료 중단 권리를 인정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개인적 선택 이후의 시간까지 사회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가 고통 없이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전달체계를 확대·정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