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백제 유적이 대거 출토된 전주 ‘종광대 토성’의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史蹟)’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헌에만 존재하던 ‘견훤의 고토성(古土城)’이 발굴로 확인되면서, 후백제의 왕도 방어체계가 실존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후백제의 도읍지로서 지역의 역사와 고대 도시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전주시정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종광대 토성은 후백제 도성의 방어구조와 축성기술을 보여주는 유일한 실물 유적으로, 후백제뿐 아니라 한반도 고대 도시사 연구에도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종광대 토성은 지난해 6월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기념물)으로 지정돼, 늦게나마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유적이 지닌 역사적·학술적 의미를 감안하면 도 지정 문화유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후백제 도읍지 전주의 실체를 증명해주는 유적이자, 한반도 중세사 연구의 빈틈을 채워주는 귀중한 역사자료다. 지역에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책임지고 보다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해야 한다. 전주시정연구원의 지적처럼 전북, 그리고 전주가 종광대를 중심으로 후백제 문화 정책의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하면 후백제 역사문화권은 백제·신라·가야 등 다른 문화권에 비해 구조적으로 뒤처진 현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게다가 후백제 실물 유적이 발굴된 종광대 제2구역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현지보존’ 결정에 따라 지난해 재개발사업이 중단되면서 토지 보상 과제가 전주시에 넘겨졌다. 빚더미에 앉아 있는 전주시의 재정형편으로는 천억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보상액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종광대 토성 국가사적 지정은 현실적으로 전주시와 전북특별자치도의 재정부담을 낮추는 유일한 해결책이기도 하다.
국가사적 지정은 단순한 명칭 부여가 아니다. 이는 종광대 토성의 체계적 관리, 학술적 연구, 문화재적 활용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이자, 역사적 가치를 우리 국민과 공유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지난 2022년 ‘임진왜란 웅치전적지’ 국가사적 지정 때 그랬던 것처럼 지역사회의 역량을 다시 결집해야 한다. 전주시는 전북특별자치도와 협의해 국가유산청 신청서 제출 등 행정절차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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