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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 꼬인 종광대…전주시 재원 마련 ‘막막’

국가유산청의 현지 보존 결정으로 재개발이 멈춘 ‘종광대 2구역’에 대한 전주시의 보상 재원 마련이 혼선을 거듭하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재개발 조합원들은 사업 중단에 따른 재산권 보호를 믿고 국가유산청의 현지 보존에 동의하는 문서를 전주시에 전달했는데, 현재까지 전주시가 보상을 위해 필요한 국비·도비·시비 모두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그동안 ‘사적 지정 후 국비 확보’로 보상 재원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실제 절차와 조건을 따져보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성국 전주시의원은 20일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국가유산법에 따르면 시도 지정 유산, 시도 등록 유산은 국비를 받을 수 없다”며 현재 전북도 지정 유산인 종광대의 국비 확보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국가사적 지정까지 최소 1~2년 이상 걸릴 수 있는 만큼, 조합 보상에 즉시 투입할 국비는 사실상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주시는 그동안 종광대 보상 재원을 국비, 도비 확보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물론 전북도 또한 내년도 본예산에 종광대 관련 예산을 세우지 않은 상황이다. 전주시가 전주시의회에 제출한 종광대 관련 공유재산 취득안도 “보상 재원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이와 관련 내년 3월 말 주택도시보증공사 대출금 만기가 돌아오는 재개발 조합원들은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현재는 전북도 지정 유산이지만 국가사적 지정을 통해 국비를 확보하겠다는 뜻”이라며 “국가공모 등을 통해 보상비를 최대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 종광대2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은 전주시 인후동1가 171-1번지 일대 3만 1243㎡의 옛 주택을 헐고 지하 3층∼지상 15층, 7개동, 전용면적 33∼84㎡ 공동주택 530세대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신축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해당 부지에서 후백제 시기로 추정되는 토축 성벽이 발견되며 재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와 관련 국가유산청은 지난 2월 19일 문화유산심의위원회를 열고 종광대2구역 재개발 부지에 대해 조건부 현지 결정을 내렸다. 전주부사(1942년)에서 후백제 도성벽으로 추정 표기한 곳에서 실제 유구가 확인된 것으로, 그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광대2구역 재개발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재개발 조합 측은 보상 금액 등으로 1930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주시는 보상협의회를 구성하고 조합과 보상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 전주
  • 문민주
  • 2025.11.20 19:06

[사회복지공동모금회-전북일보 공동 기획] “작은 마음이 큰 변화를 만든다”…남매의 17년 기부와 아이들의 예술 나눔

연말연시를 맞아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향한 따뜻한 나눔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북일보와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역 곳곳에서 피어나는 작은 기부와 선행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나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연말 기획을 준비했다.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지역사회를 밝히는 이들의 발걸음을 통해 나눔의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17년째 이어진 남매의 기부… 성인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마음” 남매가 각각 9살, 6살이던 해였다. 당시 글쓰기·그림그리기 대회 부상으로 받은 문화상품권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던 류민준(26‧당시 9세) 씨는 “게임을 안 하기도 하고 쓸 데가 없으니까, 상품권을 기부해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현물 기부를 받는 기관을 찾던 중 전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를 만나게 된 것이 기부의 시작이었다. 6살이던 류채영(23) 씨는 오빠를 따라 자연스레 기부에 동참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남매의 연말 기부 루틴은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후 남매는 매년 학창 시절 동안 방학이 되면 전북 사랑의열매 사무실을 찾았다. 시작은 문화상품권 몇 장이었고, 중·고교생 시절엔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기부했다. 민준 씨는 대학생이 되고도 아르바이트 수입 중 일정 금액을 모아서 연말에 사랑의열매 사무실에 전했고, 류채영 씨는 받은 성적장학금의 일부를 기부했다. 그는 “매달 5만 원씩 조금씩 모으면 1년에 60만 원 정도 기부 금액이 모인다”며 “올해는 대학원 준비 때문에 일을 쉬었지만, 대신 투자 수익을 모아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남매가 꾸준한 기부를 해온 것에는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 남매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아름다운가게 봉사활동‧바자회에 나가며 ‘누군가를 돕는 일’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웠다. 명절엔 나눔 보따리 행사에 직접 참여해 보기도 했다. 채영 씨는 “적은 금액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된다”며 “금액의 크기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걸 어릴 때 경험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이제 남매에게 연말 기부는 지난 1년의 결산 같은 의미가 됐다. 민준 씨는 “사무실에서 기부금을 전달하고 객사 쪽으로 내려올 때의 기분이 너무 좋아서 매년 오프라인으로 직접 방문해 기부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송금으로 끝나는 ‘기부’와는 확연히 다른 감정이라는 것이다. 17년째 “올해도 왔구나”라는 말로 웃으며 맞아주는 담당 직원 역시 남매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남매는 앞으로도 기부와 봉사를 평생의 습관으로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류민준 씨는 “어떤 직업을 갖든, 기부는 제 삶의 일부가 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의학과에 진학한 류채영 씨는 “앞으로 의료봉사 등 전문성을 살린 나눔도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경제적 여건 악화로 기부 문화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요즘, 남매는 작은 걸음부터 기부를 시작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채영 씨는 “처음엔 문화상품권 몇 장으로 기부를 시작했다”며 “중요한 건 기부 금액이 아니라 마음과 꾸준함”이라고 웃었다. 전주 ‘오감로니’ 어린이 플리마켓, 기부 문화로 확산 전주에서 운영되고 있는 어린이 예술교육 공간 ‘오감로니’가 아이들 작품 판매 수익을 기부로 연결하며 새로운 지역 나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단순한 플리마켓을 넘어, 아이들이 직접 기획·제작·판매 과정에 참여하고 그 수익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꿨다. 행사를 기획한 홍은경 오감로니 관장은 두 아이를 키운 경험이 플리마켓 운영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처럼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그림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을 보면서 우리도 해보자고 생각했다”며 “돈을 기부하는 개념보다, 아이가 만든 예술 작품으로도 충분히 나눌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감로니 어린이 플리마켓에는 회차마다 20~30여 명의 아이들이 참여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한 기획서를 작성하고, 가격도 스스로 책정한다. 홍 관장은 “아이들이 유행하는 작품을 그대로 따라 만들지 않도록, 각자만의 색을 살려보라고 조언한다”며 “그렇게 스스로 기획·준비한 물건이 누군가에게 팔리는 경험을 하면서 책임감과 성취감을 배운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의 개성은 다양하다. 어떤 아이는 큰 상자에 뽑기 기계를 만들어 작은 예술품을 넣어 판매했고, 또 다른 아이는 직접 그린 그림을 액자 형태로 꾸며 선보였다. 방문객들은 천 원짜리 뽑기나 간단한 미술품을 구매하면서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기발한 발상”이라며 호응했다. 홍 관장은 “어디에 기부금이 쓰였는지 아이들에게 꼭 알려준다”며 “그러자 아이들이 다음 플리마켓은 언제 하냐며 스스로 찾아올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액이 많지 않아도 취지가 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예술을 체험하는 동시에 기부에도 참여한 아이들이 친구를 데려오며, 플리마켓의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행사 뒤에는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돕고 싶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는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며 “만들었던 작품을 집에서도 이어 하고, 기부의 의미를 스스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면 더 오래 이어가야겠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홍 관장은 어린이·어르신이 함께 참여하는 컬러링북 제작, 전시 연계 기부 등 새로운 방식도 고민 중이다. 그는 “예술은 사람을 웃게 하고 편안하게 만든다”며 “아이들이 예술로 세상과 따뜻하게 관계 맺는 경험을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김문경 기자

  • 기획
  • 김문경
  • 2025.11.20 19:06

[리뷰] 호남오페라단, 신화의 탑을 쌓아올리다

호남오페라단이 창단 40주년을 맞았다. 인구 100만도 안되는 중소도시의 척박한 환경을 생각하면 가히 한국오페라계의 신화적 존재라 아니할 수 없다. 이 호남오페라단이 자축의 의미로 빼어든 카드가 베르디의 <운명의 힘>이다. 그리고 <리골레토>, <오텔로>에 이어 베르디 오페라 3개년 기획에 정점을 찍는 작품이기도 하다. 186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운명의 힘>은 이후 작가를 바꾸고 이야기 마무리도 수정을 가한다. 베르디가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일까? ‘알바로’의 자살이 논란거리가 된 것을 의식하여 수정을 가했다. <운명의 힘>은 이렇게 사랑과 복수, 구원이라는 고전적 주제를 장대한 음악 속에 담아낸 걸작으로 탄생하며, 인간의 고뇌와 신의 섭리를 함께 응시하는 서사로 평가받아왔다. 그럼에도 15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를 감동시키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운명의 힘>의 감동은 극적 스토리텔링보다 음악의 힘에 있다. 근대 낭만주의 시대의 비극적 운명에 우리의 감정을 맡기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 시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현대를 사는 우리들로 하여금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것은 바로 베르디의 음악적 화술 때문일 것이다. 비교컨대 현대 드라마에 비하면 베르디 오페라 대본은 사건의 서사가 섬세하거나 친절하지 않은 편이다. 사건 자체가 선 굵은 사랑과 질투, 복수 등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세세한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 대신 베르디는 등장인물의 내면을 선율에 싣는데 진력한다. 미세한 감정의 흔들림, 격정적인 감정의 폭발을 예의 주시하며 표현하는 일, 그것이 베르디 오페라 특유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호남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그 연륜에 걸맞은 역량을 과시해 보였다. 물론 그 배경에는 지휘자 미켈리와 함께 전주시립교향악단과 전주시립합창단의 수준 높은 연주가 큰 역할을 감당했다. 또 평소와는 다르게 국내 성악가만을 활용한 기획은 무대 전체에 균형감과 안정감을 부여하면서, 무대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치열함으로 상대적으로 긴 러닝타임의 지루함을 지워냈다. 특히 주, 조연을 망라한 고르고 압도적인 가창력과 연기력은 무대에 역동감을 불어넣으면서 성공적인 공연의 일등공신이 되어주었다. 레오노라의 김라희, 임경아, 알바로의 박성규, 이재식, 카를로의 한명원, 조지훈의 농익은 목소리는 무대의 집중력을 배가시켰으며, 과르디아노,칼라트라바 후작역의 이대범, 이대혁은 중후한 저음과 노련한 연기로 안정감 있게 노래하였고, 실라역의 최승현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길지않은 출연시간이었음에도 뛰어난 무대장악력을 보여주었고, 멜리토네역의 베이스 바리톤 김지섭은 코믹한 연기와 노래로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손색없이 하여주었다 호남오페라단의 <운명의 힘>은 창단 40주년 기념공연으로서 손색없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가장 잘 알려진 관현악곡인 서곡부터 레오노라의 아리아 ‘성모님, 저의 죄를 용서하소서(Madre, pietosa Vergine)’ 3막에서 알바로가 부르는 ‘오, 천사의 품으로 올라간 그대여(O tu che in seno agli angeli)’, 카를로의 ‘이 속에 내 운명이(Urna fatale del mio destino)’ 등의 주옥같은 명곡들은 관객들에게 베르디의 진수를 선물해주는 시간이었다. 40년을 달려온 호남오페라단. 그동안 달려온 길로 만족하지 않고 50주년, 60주년을 향해 더욱 힘내어 달리기를, 그래서 한국현대 오페라의 살아있는 역사가 되어 언제까지 우리 곁에 남아있기를 바란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5.11.20 19:05

토사매몰로 군산항 경쟁력 최하위

토사 매몰로 인해 대외경쟁력이 극도로 취약해지면서 물동량이 격감, 군산항의 위상이 국내 11개 주요 거점 항만 중 최하위에서 멈춰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군산해수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월까지 군산항의 물동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3.7%가 감소한 1594만여톤으로 전국 11억5100여만톤의 1.38%를 점유하면서 국내 11개 거점항만 중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군산항의 물동량 감소폭은 전국 항만 물동량 평균 감소폭 3%보다 크며 경쟁항만인 목포항의 물동량이 0.1%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지난 9월 한 달 동안 전국 항만의 물동량이 전월 대비 4.6%가 감소하고 전년 동월 대비 0.8%가 증가했지만 군산항의 물동량은 전월과 전년 동월 대비 10.8%와 8%가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지난 9개월간 누적 물량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양곡의 경우 울산항이 12.7%, 평택 당진항이 1.5% 늘어난 데 비해 군산항은 무려 24.7%나 감소해 큰 타격을 안겼다. 목재나 잡화도 마찬가지다. 목재는 전국적으로 11.2%의 감소에 불과했지만 군산항은 2배가 넘는 25.4%나 줄었고 잡화는 감소폭이 7%로 전국 감소폭 2.3%의 3배에 달했다. 이는 올들어 전반적으로 항만경기가 침체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군산항의 토사 매몰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1~7부두까지 계획 수심을 만족하는 곳이 없는 등 수심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들어 9개월동안 군산항의 선박 입항수는 외항선과 연안선을 합해 총 2698척으로 전년 같은 기간 2908척의 93%에 머물고 있는 등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에따라 부두운영회사는 물론 예도선업계와 선박 대리점 등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는 등 항만종사자들의 생계 타격마저 크게 우려되고 있다. 항만관계자들은 “ 군산항의 토사매몰이 심각한 상태이지만 정부가 근본적인 준설 대책을 추진치 않는 탓에 수심 악화로 항만경쟁력이 바닥으로 추락해 있다” 고 들고 “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무역항으로서의 명맥도 잇기 힘든 상태가 예상된다.” 며 정부의 수심개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안봉호기자

  • 군산
  • 안봉호
  • 2025.11.20 19:04

[오목대] 종광대와 여단(厲壇)

전주에서 구전으로만 내려오던 지명이 최근 소환되고 있다. 후백제 왕성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나온 종광대(鐘廣臺)와 여단(厲壇)이 그것이다. 이중 종광대는 아파트 재개발 무산과 겹치면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1100년 전, 견훤왕은 후백제를 세웠고 도읍을 전주로 정했다. 후백제는 37년간 후삼국 중 가장 강성해 한반도를 호령했으나 갑자기 망하는 바람에 그 흔적이 대부분 지워졌다. 더구나 라이벌이던 고려 태조 왕건은 겉으로 온유한 척했으나 안남도호부(936∼941)를 설치해 5년 동안 후백제 유물 유적을 철저히 파괴했다. 도성과 궁성은 물론 경주에서 가져온 삼국의 서적까지 불살라 버렸다. 그러니 후대에 후백제의 흔적을 찾기가 쉬울 리 없다. 그러나 아무리 짓밟아도 역사의 흔적은 남는 법. 1960년대 이후 뜻있는 분들과 전주시의 노력으로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주 동고사지가 그렇고 최근에는 왕성 일부가 그렇다. 대표적인 게 전주시 중노송동 일원에 남아있는 ‘전주 종광대 토성’이다. 이 토성은 후백제 왕도의 북쪽을 방어하기 위해 축성된 것으로 지난 6월 20일 전북자치도 문화유산(기념물)으로 지정되었다. 지난해 3월부터 발굴에 들어가 잔존규모 장축(동-서) 204m, 최대 단축(남-북) 14m, 최대 성벽 높이 2.5m의 후백제 토성이 확인되었다. 후백제 토목공사 흔적이 확인된 최초의 사례다. 국가유산청 심의 결과 ‘현지 보존’ 결정이 내려졌고 지금은 국가 사적으로 지정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종광대 토성은 1530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의 전주부 고적조에 ‘견훤이 쌓은 고토성’으로 기록돼 있다. 또 ‘여지도서(輿地圖書)’와 ‘대동지지(大東地志)’, ‘완산지(完山誌)’ ‘전주부사(全州府史 1942)’ 등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곳은 인근 기자촌 재개발에 이어 2008년 전주 종광대2구역 주택재개발사업(3만1243㎡)이 추진돼 보상을 둘러싸고 어려움이 없지 않다. 이 일대가 종광대와 구(舊) 여단터로 불려온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언제부터 그렇게 불렸고 무슨 시설이 있었을까. 그에 대한 명쾌한 기록은 없다. 다만 전주문화원(2001) 이 발행한 자료에는 “종광대는 물앙말(물왕멀) 북쪽에 있었다는 종루(鐘樓)이다. 후백제 때에 종루라는 얘기도 전해지며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여단(厲壇)이 있었다고 한다.”로 나와 있다. 조선시대 시작된 여단은 질병이나 전쟁 등으로 죽은 주인 없는 외로운 혼령을 국가에서 제사 지내주던 제단이다. 이곳은 이 일대에서 가장 높아 전주 시가지와 익산 미륵산, 동고산성, 남고산성 등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조망점이다. 하루빨리 사적으로 지정되고 역사유적공원을 만들어 전주시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명소가 되었으면 한다.(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11.20 19:02

[사설] 무분별한 정당·정치인 현수막 규제·단속해야

내년 지방선거 일정이 다가오면서 거리 곳곳에 정당과 정치인들이 내건 각종 현수막이 난립하고 있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고 통행을 방해해 교통사고 위험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제8조)에는 ‘정당이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책·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 허가·신고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일반 시민이나 자영업자는 작은 현수막 하나를 내걸려고 해도 일일이 허가를 받도록 해놓고, 정치인은 거리낌 없이 정당명과 자신의 이름을 새긴 현수막으로 거리를 도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조항에 따라 정치 현수막은 사실상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고, 지자체는 특정 현수막이 허용 범위에 해당하는지 일일이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하지만 정치 현수막이라고 해서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률에서 예외 조항을 두면서 수량과 장소·기간·규격·설치방법 등의 제한 규정을 함께 명시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당연히 불법 현수막으로 단속 대상이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단속에 소극적이다. 전주시의회에 따르면 올해 전주시에서 불법 정치 현수막을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정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 자유가 시민의 안전과 생활환경을 침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정치권은 이런 현수막을 ‘시민 소통창구’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름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저비용·고효율의 광고물이다. 지난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도 거리에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의 응원 현수막이 줄줄이 내걸렸다. 수험생 응원을 빙자한 입지자들의 ‘존재감 알리기’, 정치권의 ‘수능 민심잡기’ 목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시 거리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광고판이 아니다. 그들의 무분별한 특혜성 홍보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관련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 정당과 정치인의 현수막도 일반 현수막과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해야 한다. 아울러 지자체에서도 규정을 어긴 불법 정치 현수막에 대해서는 성역 없이 강력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20 19:02

[사설] 학교체육 살려야 전북체육 미래가 있다

올림픽 유치에 나선 전북이 가장 집중할 것은 바로 학교체육 활성화다. 총체적 위기에 빠진 전북체육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축인 직장운동부인데 도내 기업체나 공공기관 등이 재정난을 이유로 팀 운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초중고는 물론, 대학부 등 학교체육을 살리는 거다. 전북특별자치도체육회가 지난 19일 개최한 ‘2025년 전북체육 발전을 위한 세미나’ 에서는 이와같은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단순히 소년체전이나 전국체전에서 전북의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반이 허약한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전북체육의 밝은 미래는 있을 수 없다. 학교운동부는 가장 근원적 문제를 안고 있다. 도내 학생선수는 2022년 4,268명에서 올해 7월 기준 2,553명으로 40%나 감소했다. 대학운동부 역시 대동소이하다. 도내 8개 대학 47종목 가운데 기숙사비를 자부담하는 종목이 31종목, 식비를 자부담하는 종목이 38종목이다. 허약한 직장운동부는 전북이 전국체전에서 만년 하위에 그치는 원인이다. 올 전국체전에서 남자 자유형 200m 경기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한 강원도청 황선우(수영)의 경우 몸값이 무려 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상대적으로 예산 배분을 꺼려하는 전북으로선 이러한 스타급 선수를 데려오는 건 꿈같은 얘기다. 전북 직장운동경기부는 숫자만을 놓고보면 43개로 전국 17개 시·도 중 10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사실은 속빈 강정이다. 전체 팀의 86%가 지자체와 체육회에 의존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팀이 4개, 공공기관이 2개 팀에 불과해 대형 선수를 유치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북의 전국체전 종합순위는 2022년 이후 13위와 14위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향후 전북체육의 가늠자라고 할 수 있는 전국 소년체전 성적도 아쉬움이 많다. 2021년 87개였던 메달은 꾸준히 감소해 올해의 경우 59개에 그쳤다. 과거처럼 소년체전이나 전국체전 성적에 연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북이 도세에 비해 체육 분야가 너무 약한게 엄연한 현실이다. 당장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초등과정부터 꾸준히 우수 선수를 육성하는 중장기 프로그램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만 전북의 미래가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20 19:01

[청춘예찬] 골목문구생활 ⑤문구 너머의 풍경

문구점을 시작하며, 우리는 전주의 일상과 골목의 풍경을 담아낼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만든 물건이 오래 바라보고 천천히 써 내려갈 수 있는 도구이길 바랐다. 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제품이 단지 소비의 대상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기록의 틈새에 즐거움을 더하는 스티커, 페이지 위로 번지며 소중한 순간을 환하게 비춰주는 펜과 색연필, 책을 읽다가도 마음에 드는 문장으로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세워두는 작은 이정표 같은 인덱스까지. 아주 작고 가벼운 물건이지만, 읽고 쓰고 기록하는 행위는 결국 나를 돌보는 일과 닮아 있다. 우리가 기획하고 제작하는 제품들도 그러한 감정의 궤적 위에 있다. 단순히 예쁜 문구를 넘어, 지역의 일상과 장소, 정서를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 그 마음을 담은 첫 시도는 ‘클립 마이 시티(Clip my city)’였다. 덕진공원의 오리, 전주천의 버드나무, 팔복동의 이팝나무 철길 등 우리가 사랑하는 풍경들을 일러스트로 표현해 엽서로 제작했다. 계절이 지나 풍경이 바뀌어도, 누군가의 책상 위에 오래 머물며 기억을 환기시키는 물건이길 바랐다. 요즘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특히 좋아하는 제품은 ‘링 마이 시티(Ring my city)’다. 여행자의 기억을 모아 하나의 고리에 완성하는 열쇠고리다. 전주천의 물결, 향교의 은행나무, 완산동 꽃동산의 겹벚꽃과 같은 아름다운 장면과 전주 초코파이, 콩나물국밥의 콩나물까지. 모두가 같은 도시를 여행하지만 저마다의 기억은 다르다. 이 조각들은 누구에게나 다른 형태의 ‘나만의 전주’를 완성해주는 작은 조각들이다. 곧 문을 여는 전시 「백지: 물과 바람의 시간」은 그동안 관찰하고 수집한 전주 한지를 소재로 한 작은 아카이브이다. 백 번의 손길을 거쳐 백지라고도 불리는 한지의 여정을 쫓으며, 우리의 삶과 닮아 있음을 이야기하려 한다. 대표적인 전주의 특산품을 우리 식대로 재해석하고, 그 이야기를 엽서와 노트에 담으며 우리가 경험한 조각들이 누군가의 손에서 다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했다. 문구는 도구이자 기억이고, 또 하나의 풍경이다. 손에 쥐어지는 물건을 통해 마음속에 남는 장면. 우리가 만들고 싶은 문구는 그 너머의 이야기를 오래 간직하게 하는 무언가에 가까워지고 싶다. 아무 말 없이 엽서를 고르던 손님, 진지한 표정으로 연필과 펜을 써보며 고민하는 사람들, ‘여기가 진짜 전주 같아요’라고 말해주던 여행자. 그 순간들마다 우리는 문구를 통해 도시의 결을 느끼고 마음이 닿는 지점을 발견한다. 이따금 상상한다. 누군가의 가방에, 책상 위에, 서랍 한 켠에 오래 남아 있는 우리의 물건이 언젠가 전주의 계절 한 장면을, 골목에서 느꼈던 따뜻함을, 종이 위에 내려앉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해주기를. 그저 물건을 만들고 파는 일을 넘어, 이 도시를 조금 더 오래 기억하는 방식이 되기를. 그러니까, 문구 너머의 풍경까지도 함께 떠올릴 수 있기를. 김채람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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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0 19:00

[금요칼럼] 이 가을의 끝자락

아침에 안개가 마을에 가득하다. 가을 아침 안개가 짙은 날이면 그날 날씨는 좋다. 햇살이 맑고 강하고 바람이 좋아 회관 마당에 가을 곡식 널기 좋은 날이다. 아침 산책은 마을만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마을 위쪽 길로 걸었다. 집 앞 텃밭에 큰 집 형수가 서리태를 털고 있다. 콩대를 걷어 높이 쌓아 놓고 콩을 털고 있어서 형수님은 보이지 않고, 콩대 두드리는 소리가 타닥타닥 들렸다. 콩대 너머로 머리만 보인다. 종길이 아재 네 집 마당에 불이 켜져 있다. 딸이 와서 어제부터 조금 이른 김장을 하고 있다. 이른 아침인데 사람 말소리가 집안에서 들린다. 마을에 사람 말소리가, 그것도 젊은 사람들의 말소리가 마을 어딘가에서 들리면 반갑다. 종길이 아재 집 앞을 지나 강변 차도로 내려갔다. 안개 때문에 마을 앞 강 건너 복두 농막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선가 오리들이 소리를 꽥꽥 소리가 들린다. 오리들은 새벽에 일어나 먹이를 찾는다. 징검다리 쪽에서 희미하게 오리들의 모습이 보인다. 올해 마을 앞 강에 오리들이 80여 마리가 날아와 마을 앞 강물을 활기차고 또 평화롭다. 머리를 강물 속에 집어넣고 궁둥이를 하늘로 쳐들고 빨간 발과 짧은 꽁지로 허공 속을 버둥거리며 먹이를 찾는다. 오리들의 부리는 갈수록 험하게 금이 가고 헐어간다. 오리가 모여 먹이를 찾는 그 부근에는 학이 두어 마리가 고개를 쑥 빼고 돌멩이 위에 앉아 있다. 오리들이 주둥이로 물속 자갈들을 뒤적여 다슬기와 고기를 잡을 때, 도망가는 고기들을 노린다. 그 부근에 물총새도 학과 오리에 쫓기는 물고기들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마을 앞 강변엔 강둑공사가 한창이다. 공사판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 인부들이 하얀 헬멧을 쓰고 모여 서서 무슨 구호를 크게 외친다. 아침마다 보는 풍경이다. 인부들의 안전한 하루의 일과를 다짐하는 구호일 것이다. 마을 끝 강 건너에는 점순 부부가 살고 희수 부부가 농막을 짓고 이따금 내려온다. 다시 마을 길로 들어섰다. 양식이는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전주 누나네 식당으로 출근한다. 양식이 집을 지나 빈집 하나를 만난다. 올해 이 집에 사는 현선이가 생을 마감하였다. 아들이 죽자, 어머니는 딸네 집으로 가서 집이 비었다. 떨어진 은행잎이 마당에 노랗다. 현선이네 집을 지난다. 바로 종우네 집이다. 종우는 서울에서 살다가 올해 귀향했다. 마을 뒤 산 넘어 산을 개간하였다. 종우네 집 앞에 경기네 집이다. 경기도 올해 귀촌했다. 처가 땅에 집을 짓고 부부가 산다. 부지런한 부부는 온갖 과수와 채소를 텃밭에 가꾼다. 종우와 경기 부부는 마을의 활력이 되어 가고 있다. 이따금 경기네 집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이 보이고 큰 소리로 웃는 소리가 마을을 살린다. 마을 사람들 모두 좋아한다. 경기네 집 지나면 종호네 집이다. 빈집 마당에 마른 풀들이 키가 넘게 자라서 말라 쓰러졌다. 한 집 건너 주성이 엄마가 혼자 살다 몸이 아파 병원 가셨다. 아마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 같아 마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회관 마당이다. 모든 곡식을 마무리한 회관 마당은 이제 서리태만 남았다. 작은 마을이어서 많은 농사는 짓지 않았지만 그래도 곡식은 종류별로 모두 이 마당에서 마무리되어 더러 팔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회관을 지나면 우리 집안의 큰집이다. 형수님 혼자 사시다가 딸과 사위가 집을 고쳐 들어와 산다. 도시에서 일을 하고 머물기도 하지만, 거의 이 집에 와서 산다. 우리 마을 사람이 되어 간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내게 하루의 시작은 이렇게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시작된다. 우리 마을 사람들의 하루하루 일상은 이웃 마을이나 고을이나 나라에 해가 되고 나라를 어지럽힐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칠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제는 마을 노인회에서 순창으로 자장면을 먹으러 갔었다. 지난 1년 동안 살아 온 노고가 따듯하게 위로 되었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한 마을의 가장 큰 큰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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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0 19:00

[기고] K-발효식품 세계화를 위한 국제홍보 전략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린 제23회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는 전북이 ‘발효의 중심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뜻깊은 행사였다. 필자는 한국홍보대사협회 회장으로서 이틀간 현장을 직접 참관하며,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이 지닌 세계화의 가능성과 함께 엑스포가 진정한 국제행사로 발전하기 위한 과제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엑스포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주관하고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이 주최하여 22개국 326개 기업이 참여했다. 전북 각 지역의 장인들이 손수 만든 발효식품이 한자리에 모이며 K-푸드의 뿌리를 이루는 발효문화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관람객들은 이미 고추장, 된장, 간장 등 한국 발효식품에 대해 높은 이해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와 문화적 이미지를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발효식품이 K-푸드의 토대가 되어 세계 속에서 지속 가능한 영향력으로 확장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K-푸드의 세계화는 결국 그 토대가 되는 발효식품이 진정으로 세계로 나아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수출이나 홍보가 아니라, 문화적 이해와 체험을 중심으로 한 ‘관계형 홍보 전략’이다. 외국인들이 전주를 찾아 전북 각 지역의 발효 음식을 맛보고 장인들과 대화하며 한국인의 정성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체험 속에서 형성되는 신뢰가 곧 한국의 브랜드가 되고, 그 신뢰의 전파가 바로 공공외교로 이어진다.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 보완할 점이 있다. 행사장 접근성이 낮아 외지 방문객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웠고, 발효의 원리와 전통을 배울 수 있는 체험형 교육공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또한 관람객 구성은 대부분 지역민 중심이었으며 외국인 방문객 비율은 여전히 낮았다. 글로벌 식품관의 시도는 흥미로웠으나 언어 장벽과 문화적 거리감으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만약 현장에서 통역을 통한 직접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면 발효문화를 매개로 한 교감의 순간들이 훨씬 풍성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접근 인프라와 안내 시스템, 언어 지원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전주는 발효를 주제로 한 교육형 체험관을 마련해 방문객이 직접 장을 담그고 발효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안내와 통역 서비스를 확대해 문화적 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행사장과 교통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주민뿐 아니라 해외 방문객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지속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엑스포는 명실상부한 국제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홍보대사협회는 이러한 지역 기반의 국제행사를 국제홍보 차원에서 지원하며 공공외교의 현장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공공외교는 정부의 외교정책을 보완하고 국민과 지역이 주체가 되어 문화를 매개로 세계와 신뢰를 쌓는 관계 중심의 외교이다. 이는 단순한 국가 홍보를 넘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새로운 형태의 외교다. 이러한 철학을 ‘발효외교’로 정의하고 브랜드화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전북의 발효문화는 지역의 전통을 넘어 세계 속에서 신뢰와 관계를 빚는 대한민국 공공외교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정성과 기다림이 숙성되어 깊은 맛을 내듯, 신뢰가 쌓일 때 문화는 외교가 된다. 조진이 한국홍보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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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0 18:52

[딱따구리] 의사봉, 담합 도구여선 절대 안돼

제9대 진안군의회가 지난 18일 임기 마지막 행정사무감사(이하 행감)를 끝냈다. 주말을 빼면 7일 동안 하루 3개 부서씩, 부서당 2~3시간가량, 소위 ‘빡센’ 행감을 진행했다. 어떤 땐 저녁 7시까지 강행군을 펼쳤다. 깊은 공부로 공무원들을 쩔쩔매게 만든 의원들에게는 고개가 숙여진다. 하지만 “있으나 마나 하다”라는 평가를 받은 의원들에겐 성찰을 촉구한다. 국회의원 못지않은 실력을 내보인 동료의원들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존재감 없는 의원들의 볼썽사나운 행위를 보자. 불필요한 자리 이탈이 가장 눈에 띈다. 어떤 의원은 회의장을 수시로 들락날락했다. 동료의원의 발언이 길어지면 ‘후-’하고 한숨을 내뱉다가 급한 용무가 아닌데도 자주 자리를 떴다. 회의 참여 시간보다 자리 비운 시간이 더 많을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또 하나. 몇몇 의원은 질문거리가 없어 체면치레식 질문을 하면서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변죽만 울렸다. 군청 직원들에게 ‘공부를 당한 후’ 발언을 끝내기 일쑤였다. 다른 사람이 써준 원고를 서툴게 읽기도 했다. 자질에 의심을 살 정도였다. 압권은 행감특위 의사봉을 쥔 위원장이었다. 위원장은 군민 알권리 실현 차원에서 잘못된 군정을 짚어낼 수 있도록 질문과 발언 기회를 적절하게 부여하고 회의장 내 질서유지를 위해 힘써야 했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부적절해 보이는 농담 섞인 발언을 던지는가 하면, 동료의원이 군정 핫이슈에 대한 난감한 질문을 펼칠 때 갑자기 의사봉을 치며 정회를 선언해 달궈진 감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멀리 충북 청주에서 시간과 돈을 들여 발걸음한 청문 증인에게는 발언 기회조차 주지 않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의사봉을 쥐어준 의미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의사봉은 엿장수 가위처럼 함부로 사용하라는 게 아니라 군민 알권리 실현 차원에서 쥐어진 것이다. 혈세 낭비 제지 도구여야 한다. 집행부와의 담합 도구여선 절대 안 된다. 진안=국승호 기자

  • 오피니언
  • 국승호
  • 2025.11.20 18:51

전주관광재단 출범 100일째 개점휴업…여전히 밑그림 구상 중?

전주문화재단과 한국전통문화전당 통폐합과 연계해 전주시가 신규 설립한 전주관광재단이 출범 100일이 지나도록 개점휴업 상태다. 조직 구성원이 완전히 채워지지 않은 데다, 관광 플랫폼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구체적인 전략마저 부재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전주관광재단에 따르면 용선중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 8월 초 임명장을 받고 2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이후 정원 15명 규모의 조직을 구성해 전주만의 새로운 관광 이미지 구축과 관광 콘텐츠를 확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출범 100일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관광재단 공식 홈페이지에 주요 사업 계획이나 중장기 비전이 담긴 문서는 아무것도 게시되지 않았다. 전주시는 당초 연간 1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전주를 찾고, 기존 한옥마을에 편중되던 관광지가 전주시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관광산업의 체계적인 개발과 통합마케팅을 수행할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며 관광재단을 설립했다. 전주관광재단 설립 및 운영조례에 따르면 재단은 △관광자원 개발 등 관광콘텐츠 확충 △국내외 관광홍보 △마이스(MICE) 유치 지원 △관광시장조사·연구·컨설팅 △관광 전문인력 양성 △관광기업 육성 지원 등의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관광재단이 설립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할지 어떤 관광객을 우선 유치할지 중장기 성장 로드맵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계획이 없어 관광업계에서도 “재단이 실제로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 최인경 전문위원은 “전주는 문화와 관광이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기 때문에 전주관광재단 설립은 관광산업에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관광재단의 출범은 업무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적인 사업 이행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라고 제언했다. 관광재단은 올해 인적 구성을 마치고 내년부터 사업을 본격 실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주관광재단 중장기 발전전략’ 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음달 12일 전주대학교 온누리홀에서 발전전략 포럼을 열어 전주관광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확립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재단 관계자는 “관광 분야가 워낙 전문성을 필요로 하다 보니 아직 인적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라며 “내부적으로 사업 구상이나 계획 등은 천천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까지는 사업보다는 전주관광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이터 수집과 행정 업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5.11.20 17:39

[현장 속으로] 농촌 의료 공백 채우기 위한 ‘왕진 버스’ 가보니

“평소에 허리 통증이 있었는데 왕진 버스 진료 덕분에 훨씬 좋아진 것 같습니다.” 20일 오전 9시께 방문한 김제시 백구면 부용초등학교 체육관은 진료를 기다리는 어르신들과 자원봉사자, 의료진들로 붐볐다. 이날 진행된 ‘찾아가는 농촌 왕진 버스’에 방문한 어르신들은 대자인병원, 원광대학교 치과병원 등이 준비한 안과‧치과 검진과 채혈 혈당 분석, 수액 투여 등 여러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올해만 10번째 왕진 버스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원광대학교 치과병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령자가 많다 보니 치아가 전체적으로 안 좋으신 분들이 많다”며 “어르신들의 치아 상태를 진료하고, 올바른 양치질과 구강 보조용품 사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 왕진 버스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 지자체가 협력해 진행된 사업으로, 상대적으로 의료가 취약한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의 미충족의료율(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사람의 분율)은 7.7%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왕진 버스를 통해 진료를 받은 어르신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았다는 김정회(75) 씨는 “김제에는 의료시설이 부족해 평소에는 가까운 익산으로 진료를 보러 자주 갔었는데, 이렇게 의사분들이 무료로 직접 와서 진료를 해주는 것은 농민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일이다”며 “시력에 맞는 돋보기도 맞춰주고 치과 진료도 같이 해주니 참 좋다”고 웃었다. 신석길(75) 씨는 “다리 통증이 있고 혈압이 좀 높은데, 평소에는 병원 진료를 보러 편도로 30~40분 걸리는 전주나 익산으로 갔었다”며 “왕진버스 진료를 받아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집 가까운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어 편했고 다음에도 또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반면 왕진 버스 진료 과목을 다양화하고 운영 기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석분(74) 씨는 “오랜 기간 농사를 짓고 나이도 많아지니 몸이 부실하게 됐는데, 이런 행사를 해주는 것은 좋다고 본다”면서도 “취지와 행사는 너무 좋았지만, 진료 과목이나 운영 기간 등을 확대하고 조정해 준다면 더욱 많은 주민이 참여하고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왕진 버스를 함께 준비한 장승환 백구농협 조합장은 “농식품부, 농협, 지자체, 원대 치과 병원, 대자인 병원뿐만 아니라 김제 지역 교회들과 봉사단체도 동참해 더욱 행사를 잘 진행할 수 있었다”며 “안타까운 점은 시간과 장소가 한정돼 참여하지 못한 분들이 있었다는 것인데, 더욱 많은 단체가 연계하고 예산 등이 더 확대돼 더 많은 주민과 어르신분들이 혜택을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문경 기자

  • 사회일반
  • 김문경
  • 2025.11.20 17:39

천호성 “기초학력 책임제, 시험은 필수”…3번째 교육감 도전 공식 선언

“지금 교육의 시대 정신은 바로 ‘생존’입니다. 망가진 전북교육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천호성 전주교육대학 교수가 3번째 전북교육감 출마를 공식화했다. 천 교수는 20일 전북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평생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 그리고 교사를 길러내는 교수로 살아온 현장교육전문가 천호성”이라며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전북교육감에 재도전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소멸과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우리 전북은 이제 생존자체가 최대의 과제가 되었다”며 “우리는 이제 학교교육의 대전환을 통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경쟁을 넘어 상생을 추구하고, 학력을 넘어 실력을 추구하는 교육으로 새로 고쳐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전북의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 및 지자체와 손잡고 함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선행해야 할 대표적 정책으로 기초학력 완전책임제를 꼽았다. 기초학력의 보장은 공교육의 가장 큰 책무로 학생의 평가와 시험을 통해 진단된 결과를 토대로 조기 진단과 그에 따른 맞춤형 지원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천 교수는 또 “지금 교육의 시대정신은 생존으로, 생존의 삼위일체는 제가 추구하는 교육의 목적이자 정책의 철학적 기반”이라며 “진학진로교육원 설치를 통해 실력 중심 개별 맞춤형 진학진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는 특정 단체의 진영논리를 떠나 전북교육이 필요로하는 정책은 100%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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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강모
  • 2025.11.20 17:38

이남호 전 총장, 전북교육 청사진 제시…‘진짜배기 전북교육포럼’ 23일 출범

이남호 전 전북대학교 총장이 전북교육의 청사진 제시와 정책 완성도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전북교육이 직면한 학령인구 감소와 기초학력 저하, AI·디지털 대전환 등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해 ‘정책‧비전 중심의 전북형 교육 모델’ 구축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 총장은 오는 23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진짜배기 전북교육포럼’ 출범식을 통해 정책 설계와 지역 거버넌스 구축의 그림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도시와 농산어촌 간의 교육격차가 심각한 가운데 향후 권역별 정책간담회 등 현장 중심으로 공론의 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균형 잡힌 미래 혁신 교육정책을 발굴·제안해 실효성 높은 정책 로드맵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포럼의 비전인 ‘더불어 학교, 설레는 교육’은 닫힌 학교가 아닌 열린 학교, 경쟁 중심이 아닌 성장과 관계가 살아 있는 교육을 지향하며, 교육이 곧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전략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전 총장은 “학생에게는 배움의 기쁨과 성장의 자신감을, 교사에게는 존중받는 전문성과 자긍심을 회복시켜야 한다”며 “더불어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설레는 교육’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전북이 나아가야 할 미래 교육의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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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0 17:37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21일 첫 분양

새만금개발공사(사장 나경균)가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첫 분양에 나서 주목되고 있다. 새만금개발공사에 따르면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의 첫 분양 대상지인 근린생활시설용지(8640㎡)와 단독주택용지(2만242㎡)를 21일부터 온비드(www.onbid.co.kr)를 통해 약 12일간 확인할 수 있으며 공고 개시 후 13일째 되는 날 개찰을 통해 낙찰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이번 분양은 새만금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주거용지 공급으로, 향후 수변도시의 정주 기반을 여는 기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공사는 그동안 개발계획을 변경하며 수요자 관점에서 토지의 상품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 결과, 첫 분양 대상지로서 미래가치가 높고 실거주에 적합한 약 92평(303㎡) 내외 단독주택용지 67필지(추첨방식)와 근린생활시설용지 2필지(경쟁입찰)를 함께 낙첨해 시장에 선보이기로 했따. 이번 분양은 단순한 용지 공급을 넘어 새만금 수변도시의 첫 주인이 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교육·의료·행정기관이 들어서는 미래형 복합도시의 중심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강점도 있다. 공사는 이번 첫 분양을 향후 수변도시로 유입되는 민간 자본과 인구 유입을 가속화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으며 합리적인 공급가격 제시, 한국 자산관리공사 온비드 시스템 기반의 투명한 입찰·추첨 방식 등을 통해 시장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나경균 사장은 “이번 첫 분양은 새만금 수변도시의 매립단계를 지나 실제 도시로 태어나는 순간이 될 것”이라며 "최고 수준의 기반 시설과 정주환경 조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군산=이환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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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0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