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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가 쏘아올린 박정희

경남 창녕군 출신으로 지명도가 있는 이는 홍준표 대구시장, 박영선 전 장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고향이 창녕인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주로 수도권에서 활동을 많이했고, 고향색을 크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인듯 하다. 그런데 홍준표 대구시장은 고향이 창녕일뿐 고교 졸업때까지 학창시절을 대구에서 보냈고, 이후 대구에서 국회의원도 역임했기에 경남지사 출신이지만 대구시장을 하는데 거부감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요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정면으로 들고나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홍 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에 대한 지역 내 일부 반대 여론에 아랑곳없이 “대구는 제2의 산업화 시대를 열어가야 하며 과거의 자랑스러운 역사 재조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유신 반대 운동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이 5000년 가난을 털어내고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을 마련했는데 그 정신만은 참으로 존경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광주에 가보면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이 참으로 많다는 점도 덧붙였다. 홍 시장이 불을 지펴서인가. 오는 2029년 개항 예정인 대구통합신공항(=TK신공항) 명칭을 ‘박정희국제공항’으로 정하자는 주장이 경북도의회 도정질문에서 나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동대구역 광장 이름을 ‘박정희광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인 대구에 이어 경북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추진하자는 거다. 경북도의회 허복 의원은 지난 11일 제347회 경북도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1970년 새마을운동을 통해 5000년 가난을 물리치고 조국을 근대화로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이 이념논리에 밀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박정희국제공항 필요성을 제기했다. 프랑스 샤를 드골 국제공항, 미국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 몽골 칭기즈칸 국제공항, 튀르키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처럼 지도자 이름을 따서 국제공항 이름을 짓자는 거다. 이에 대해 이철우 경북지사는 “신공항은 준공을 앞두고 명칭을 정하는데 그때 박정희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지으면 된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에선 대구지역 57개 단체가 최근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하는 등 강력한 반대 움직임을 예고했다. 우리 주변에 보면 강감찬, 세종대왕, 이순신 등의 이름을 딴 함정이나 지명은 많은데 근현대사와 관련된 이들은 아예 배제되고 있다. 평생을 독립운동에 몸바친 백범 김구나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노벨상을 수상했던 김대중의 이름을 따서 공항을 만들자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박정희는 평소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하면서 공과 과는 후세의 사가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사후 숱한 이들이 무덤에 침을 뱉었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박정희 동상과 공항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 아직 우리사회는 근현대사에 대한 평가와 정리가 여전히 진행중인듯 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6.12 14:50

익산시 ‘광역상수도 전환’ 이번엔 결론을

익산시가 다시 수돗물 공급체계 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익산의 수돗물 공급체계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용담호를 수원으로 공급하는 전주권 광역상수도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대아저수지의 수자원을 만경강 상류 고산천에서 끌어내 자체 시설(지방정수장)에서 정수한 후 공급하는 지방상수도로 이원화돼 있다. 이에 따라 익산시에서는 10여년 전부터 광역상수도로의 상수원 일원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지역사회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전주권 광역상수도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완주 고산정수장에서 금강 상류 용담호의 물을 정수 처리해서 관로를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또 시에서 운영하는 2곳(신흥·금강)의 지방정수장에서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만경강 상류 완주 고산천 취수보에서 약 28km에 이르는 농업용 대간선수로를 통해 공급하는 물을 원수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상수도의 근간인 금강·신흥정수장의 시설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면서 대책이 시급해졌다. 익산시가 광역상수도로의 전환이나 기존 시설 보수·신설 방안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광역상수도로 전면 전환할 경우 수도요금 인상에 따른 시민 부담이 불가피하다. 또 지자체가 생활용수 공급을 전적으로 공기업에 맡기지 않고, 자체 정수장을 운영하는 게 지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방상수도 운영을 지지하는 측의 주장도 일면 맞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인근 전주와 군산·정읍·김제 등이 속속 광역상수도 체계로 전환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익산시에서 운영하는 지방상수도는 취수원에서 정수장까지 이어지는 대간선수로가 개방형이어서 농업용수 사용 논란과 함께 각종 오염물질 유입에 따른 수질오염 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은 익산도 다른 지역처럼 광역상수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간 토론회 등 수차례의 논의 과정을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했고, 최근에도 시민 공청회를 진행했다. 그래도 일부에서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찬반의견이 맞서고 있다면 좀 더 체계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라도 이번에는 확정을 지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6.12 14:29

[기고] 장애인 구강 건강관리 활성화를 위해

평균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건강한 삶의 질은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고, 건강한 삶의 질 유지를 위해 구강건강은 매우 핵심적인 요소이다. 우리나라는 구강보건법 제4조의2에 따라 영구치가 나오는 6세의 6과 어금니(구치, 臼齒)의 9를 숫자화한 구강보건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다. 각 지자체에는 고령자의 치아 관련 정책을 하나둘 마련해 가고 있으며 치아 관련 보험도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구강보건의 제도적·의식적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인간의 기본적이자 중요한 구강보건에 대해서도 장애인들은 소외당하고 있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치과에 가더라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 특히 뇌성마비와 같은 장애인들은 치료가 어려우니 전신마취가 수반되는 경우도 있고 발달장애인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금속 의료기기에 대한 두려움이 커 치과 치료가 불가능하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애인의 치과 치료를 치과의사들이 거부하는 것도 같은 장애인으로서 야속하면서도 일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많은 장애인 단체가 장애인의 구강 보건관리를 공적인 영역에서 보장하라는 목소리와 움직임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6차 장애인정책 종합계획(`23~`27)의 일환으로 2024년에는 장애인 건강 보건관리 5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장애인 건강 주치의 지원 대상을 기존 중증 장애인에서 장애인 전체로 확대하고, 지역자원 연계, 방문, 재화서비스 도입 등을 거쳐 2025년부터는 본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장애인의 구강건강 측면에서는 분명 고무적인 일임이 맞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자원과 보조가 있어야 실효성이 강화될 거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첫째 조례를 통해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다. 김제시의 경우, 「김제시 저소득층 의치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저소득 고령층에 대한 의치 지원만이 규정되어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구강건강 증진 조례를 통해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83개 지자체가 이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취약계층의 구강 건강증진을 위한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사례이다. 둘째는 지역 보건소의 지원을 장려해야 한다. 지자체 보건소, 보건지소를 통해 불소도포나 전동칫솔을 대여하여 충치 예방 사업을 수시로 시행해야 한다. 또한 구강 건강상태와 장애의 정도에 따라 스케일링과 충치 치료 등을 치과의사가 동행하는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실제로 서산시와 전주시에서 이런 사업을 하고 있으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도 올해부터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서 찾아가는 구강검진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셋째는 경제적 지원이다. 장애인들에게 1년에 1회 횟수로 치과를 방문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을 바우처 카드로 지원하는 방법이다. 수요를 확장해 공급의 서비스양과 질을 촉진시키는 시장 논리에 따른 방식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장애인의 구강 건강증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조례 제정, 보건소를 통한 실질적 지원, 그리고 경제적 지원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구강보건의 날을 맞아 장애인의 구강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실천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6.11 18:37

돌봄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의무입니다.

돌봄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증진하거나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이며, 관심을 가지고 보살핀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돌봄의 개념에는 건강, 생활유지, 회복, 돕는 행위, 보살핌 등이 주요 개념으로 등장하면서, 돌봄은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속에서 돕고 보살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돌봄에 대한 해석이 돕는 행위나 보살핌을 넘어서 전 사회구성원이 함께 고민해야하는 돌봄의무론, 돌봄선언까지 확장된 개념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니엘 잉스터가 주장한 돌봄의무론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생존, 발달, 기능할 수 있도록, 생물학적으로 긴요한 필요를 충족하고 기초 역량을 발달·유지하며, 불필요하거나 원하지 않는 고통과 고충을 피하거나 완화하도록 돕기 위해 우리가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모든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돌봄은 단순한 보살핌에서부터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나가도록 지원하고 기초 역량을 가르치는 부분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는 돌봄이 인간과 도덕과 정의에 대한 납득된 모든 논지의 핵심(heart)에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타인을 돌봐야 하는 의무를 받아들여야 하며 그러한 의무를 기반으로 더욱 깊이 있는 성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돌봄사각지대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국의 돌봄 단체 더케어 켈렉티브가 주장한 돌봄선언은 상호의존의 정치학을 기반으로 돌봄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함을 말하며, ‘돌봄선언’ 저자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도록 신자유주의 질서 체제에 강요되어 왔고, 그 결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마저도 돌보지 않아도 된다고 부추김을 당하면서, 가장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역량마저 위축되었음을 지적한다. 또한 저자들은 한나 아렌트의 잘 알려진 용어를 빌려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무관심이 구조적 수준의 ‘평범함’에 젖어들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런 과정에서 ‘돌봄’은 사회적 역량이자, 복지와 번영하는 사람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살피는 사회적 활동이다. 무엇보다도 돌봄을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우리의 상호의존성을 인지하고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돌봄을 돕는 행위와 도와주는 행위에만 머무르고 있다. 돌봄은 돌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정도로 인식하여 돌봄정책이 사람들 사이에서 깊은 성장을 하기에는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필자가 최근에 등장한 돌봄의무론과 돌봄선언의 개념을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의 돌봄은 단순히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타인에 대한 측은한 관심의 정도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우리 안에 돌봄은 여전히 개인적인 문제에서 출발하지만, 타인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상호성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초이고 사회적 기술훈련이며, 의무를 기반으로 하는 활동으로까지 광범위하게 이해했으면 한다. 또한, 초고령화 시대를 목전에 둔 우리 사회가 돌봄이 사라진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적어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돌봄 없는 세상에서 배제된 채로 살아가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잘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길 바라고, 돌봄을 통한 사람들 간의 연결이 확대되어 함께 누리는 행복한 돌봄사회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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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06.11 16:56

전쟁범죄자 깃발 '욱일기'

전쟁범죄자를 뜻하는 ‘전범’과 깃발을 뜻하는 ‘기’를 합친 ‘전범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국들이 사용했던 깃발 이름이다. 독일 나치당의 당기였던 하켄크로이츠, 일본 군대가 사용한 군기인 욱일기, 이탈리아 파시즘 정권의 파시즈가 모두 전범기다. 태생의 배경이 그러하니 전범 국가의 침략으로 피해를 입었던 국가들은 이들 전범기 사용을 금기시한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국제적 분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전범기 사용에 반발하고 비판하는 국가도 적지 않다. 이들 전범기는 뜻밖에도 오랜 연원을 갖고 있다. 특히 ‘갈고리 십자가’를 뜻하는 독일 하켄크로이츠는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 고대문명에서 문양이 발견되고 있을 정도로 연원이 깊다. 하켄크로이츠는 1920년 나치스가 창당할 때 문양을 정당의 상징으로 사용하면서 독일 나치즘의 상징이 됐다. 히틀러 시대에는 국기로 사용하기도 했으나 1945년 독일 패전과 함께 나치스가 해체되자 독일 정부는 아예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법으로 금지해 버렸다. 일본의 욱일기는 다르다. 욱일기는 1870년 육군 군기로 사용하기 시작해 2차 세계대전 때는 공식 군기가 되었으나 1945년 패전으로 육해군이 해체되자 사용을 중단했다. 그러다 1954년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를 창설하면서 다시 들여와 공식 군기로 만들었다. 지금은 극우파들의 시위, 스포츠 경기 응원 등에도 욱일기 사용이 활발하다. 일본의 군국주의 사랑(?)은 다양한 통로로 표출된다. 2004년, 영국 에든버러 축제 개막공연에 초청된 일본 도쿄오페라단의 <나비부인> 무대도 그중 하나. 당시 무대 배경은 시작부터 끝까지 일본 국기를 그대로 옮긴 커다란 붉은 원이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도 욱일기 등장이 낯설지 않다. 보수단체 시위 현장에서 펄럭이는 욱일기가 대표적인 예다. 욱일기가 다시 등장했다. 지난 현충일, 부산의 한 아파트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날, 아파트 창에 태극기가 아닌 욱일기가 걸린 사진은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논란이 거세어지자 해당 주민은 사과문을 올렸지만 비판 여론은 여전하다. 4년 전에는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거리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광고판이 논란이 됐다. 현대자동차 사진 뒤로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광고판 배경 때문이었다. 광고를 제작한 현지 업체는 욱일기와는 무관하게 햇살이 사방으로 퍼지는 형상을 디자인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우리 국민의 거센 비판을 받은 광고판은 결국 철거됐다. 식민지를 경험한 우리에게 욱일기는 군국주의의 망령일 뿐이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그 존재가 거역스러운 이유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6.11 16:17

노다지와 혼노지...전북의 선택은

광물이 많이 묻혀 있는 광맥을 노다지라고 하는데, 물건이나 이익이 많이 나오는 곳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노다지’의 어원이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금광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금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영어 ‘노타치(no touch)’가 노다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민간 어원에 불과하며 이보다는 ‘광맥, 암석이나 지층, 석탄층 따위가 땅거죽에 드러난 부분’을 가리키는 ‘노두(露頭)’와 한자 ‘地’의 결합인 ‘노두지(露頭地)’ 즉 ‘노두(露頭)가 있는 땅’에서 온 말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요즘 때아닌 노다지 논란이 일고 있다. 동해 포항 앞바다 수심 2㎞ 심해에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전을 찾는 탐사 프로젝트명 '대왕고래'가 과연 노다지냐 아니냐가 뜨거운 쟁점이다. 정부여당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에너지자원(석유·가스)이 묻혀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야당은 국면전환용 이라며 ‘천공의 그림자’까지 언급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가 빈약하고 전문성이 없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사람 말을 들으면 이것 같고, 저사람 말을 들으면 저것처럼 보이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다. 비단 국정만 그런게 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한 지역 사회도 한편에서 제시되는 장밋빛 비전은 그야말로 노다지 처럼 보인다. 하지만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은 정반대의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사실 전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갈팡질팡, 시간만 낭비하는 상황이 10년, 20년, 길게는 반세기 넘게 계속돼왔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골디온의 매듭을 풀려는 인내가 아니다. 단칼로 매듭을 끊어내려는 결단이 필요하다. 잘못된 결정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결정의 지체다. 참모진의 숱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고, 아이젠하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통해 전쟁의 흐름을 일거에 바꿔놨다. 찬반양론이 팽팽할때 지도자는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고뇌에 찬 결단을 통해 반드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어려울때 손빼는 것은 책임회피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새만금공항이나 새만금사업이 더뎠던 것은 중앙정부의 지원 부족이 결정적인 원인이기는 했으나 찬반양론을 거듭하며 좌로 우로, 앞으로 뒤로 흐느적거린 지역사회에도 그 책임의 절반은 있었다고 봐야한다. 부안 방폐장 문제나 KTX 신설역 위치 등 민감한 사안이 있을때마다 지역사회는 어떤 형태로든 결정을 했는데, 그게 훗날 약이 아닌 독이 되지 않았던가. 요즘 지역 현안이 거창한 것 같아도 크게 보면 사실 별게 없다. 완주전주통합 문제나 새만금특별시 정도인데 그것도 전국적인 상황에서는 얘깃거리도 못되고 지역에서 하는 말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 교육과 복지의 확충을 통한 살기좋은 고장 만들기다.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아주 유명한 일본 속담이 있다. 전국시대 통일의 초석을 놓은 '오다 노부나가'의 죽음이 혼노지(本能寺)라는 절에서 부하의 배신으로 인해 발생한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는 점을 너무 적확하게 보여준다. 집안이든, 기업이든, 나라든 일거에 무너지는 것은 외부에서 몰아치는 폭풍이 아니라 '내부 시스템의 붕괴'가 결정적이다. 전북은 과연 노다지를 캘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혼노지의 변을 겪을 것인가. 지금은 장고할 때가 아닌 착점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6.11 15:21

전북자치도 금고 이율 철저한 관리를

전북특별자치도 금고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매번 되풀이되는 지적인데 농협은행과 전북은행이 오랫동안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도금고를 관행적인 관리에 맡겨둬선 안되고 단 한푼이라도 수입을 늘려 결과적으로 도민들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현재 전북특별자치도 금고는 일반회계 분야를 운영하는 제1금고는 농협은행, 특별회계와 기금 등을 맡아 운영하는 제2금고는 전북은행으로 돼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2004년 말부터 1금고를 무려 20년 넘게 맡아오고 있다. 일단 금고 약정기간은 2025년까지다. 도금고를 운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세입·세출금의 출납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사회 발전의 동반자로서의 역할도 음으로 양으로 수행해야만 한다. 지난 10일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김정수 의원(익산)은 “도금고 약정시에 정기예금 금리 상향이 필요하다”면서 관련 규정을 검토해달라고 강력 촉구했다. 도금고 역할을 하는 은행은 지역사회에서 막중한 역할과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을 강조한 그는 도민과 함께 동행할 수 있는 금고 은행이 될 수 있도록 자치단체가 꼼꼼하게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김성수 도의원(고창군)도 지난달 열린 409회 임시회 5분자유발언에서 금고문제에 대한 언급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제2금고인 전북은행이 특별한 광고나 예금수취를 위한 사업비용 없이 1금고보다 두배이상 많은 평균잔액 활용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1금고인 농협의 지난해 평균잔액은 3,624억원이며, 2금고인 전북은행의 평균잔액은 8,033억원에 이르고 있다며 보다 치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질타했다. 조례개정 등을 통해 차후 금고선정시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한 협력, 공헌, 지역민에 대한 상생 정책 및 이자율 등을 감안하라면서 2금고의 협력사업비를 대폭 높이든지 아니면 과도하게 쏠려있는 2금고의 자금을 일부 1금고로 넘겨주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고를 맡고있는 농협은행이나 전북은행 입장에서는 금고 수주전에서 경쟁이 격화돼 크게 남는것도 없으면서 동네북처럼 비판만 받는 상황이 좀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전북특별자치도가 도민의 혈세를 조금이라도 더 절약한다는 차원에서 가장 이득이 되는 금고관리에 나서야만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6.11 13:41

전북을 세계적 바이오 허브로 키우자

바이오 관련 기업이 줄줄이 전북에 둥지를 틀고 있다. 10일에는 첨단 의료기기 제조기업 오에스와이메드, 라파라드와 줄기세포를 활용한 의약품 제조업체 메디노 등 3개 사가 전북특자도와 21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넥스트앤바이오 등 바이오 기업들이 전북을 찾았다. 지금 투자협약을 맺는 기업들은 전북특자도가 잔뜩 기대하고 있는 정부의 바이오 특화단지 지정과는 무관하지만 전북이 세계적 바이오 허브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전북을 비롯한 8개도 11개 지역은 정부가 지난 2월 신청을 받아 6월 중 발표 예정인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바이오 의약품과 오가노이드(인공 장기) 2개 분야 지정을 앞두고 있으며 전북은 오가노이드 분야에 신청했다. 여기에는 경기 고양, 수원, 성남, 충북 오송과 함께 전북 전주+익산+정읍 등 5곳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전북은 지난달 말 충북과 전략적 맞손을 잡고 공동대응 중이다. 충북은 식약처, 질병관리청 등 6대 보건의료 국책기관과 국가생명과학단지가 위치한 청주 오송을 중심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등 제품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에서 제품화까지 원스톱 지원이 가능한 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전북은 그린바이오 기반이 탄탄하고 바이오 소재 DB와 비임상 분야 연구기관, 상급병원 2개소가 있어 뛰어난 성장 가능성을 지녔다는 평을 받는다. 두 지자체의 이런 강점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반드시 특화단지에 지정되었으면 한다. 전북은 바이오의 원재료인 천연물·해조류 등이 풍부하고 우리나라 농업생명기술을 세계 5위로 끌어올린 농촌진흥청과 산하기관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그린바이오를 비롯해 바이오 헬스, 오가노인드 등 바이오 관련 산업을 집적화해 세계적 바이오 허브로 키웠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도 바이오 특화단지의 지정은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산업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16조는 '특화단지 지정 시 수도권 외의 지역을 우선으로 고려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전북이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되고 바이오 앵커기업들이 모여들어 세계적 바이오 허브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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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11 12:20

수사 단계에서 무죄 주장

의뢰인은 음주운전을 하다 지나가는 차량과 가볍게 부딪쳤다. 의뢰인은 사고 현장을 이탈했고, 지인을 불러 대신 운전한 것으로 경찰에 진술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인은 스스로 운전했다고 경찰에 자백했는데, 경찰은 차주인 의뢰인에게 지인이 운전한 것이 사실인지 확인했다. 의뢰인은 불안해하며 자신이 처벌받지 않을 수 있을지 물어왔다. 필자도 2000년 이후에야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로 핸드폰이 없고, CCTV가 없던 시절 어떻게 수사를 할 수 있었을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핸드폰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담고 있고, CCTV와 차량 블랙박스는 너무나 많은 곳을 지켜보고 있다. 경찰과 수사를 접해보지 않는다면 잘 모르겠지만, 사건의 중요성과 수사관 개인 의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만약 수사기관이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범죄자와 그 진실은 밝혀진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간혹 경찰은 모르겠지, 생각하며 잘못이 없어요, 억울해요를 반복하며 자신을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미안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에서 핸드폰과 CCTV만으로 억울한지 아닌지 너무 쉽게 알 수 있다. 결론이 뻔한 억울해요의 반복은 결과적으로 양형에 불리할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 범행 부인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인정되어 구속 사유가 될 수 있다. 변호인으로서 무죄 주장은 유죄가 될 경우 양형과 수사단계의 구속을 염려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무죄 가능성은 무척 낮다고 설명한다. 무죄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가급적 무죄 주장을 하지 않는 것밖에 없다. 대부분 유명사례를 예로 든 위 사례의 결과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핸드폰과 CCTV로 당사자의 동선은 분 단위로 공개되었다. 워낙 유명 연예인이고, 돈이 많아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실제 구속이 될지 안될지 설왕설래했지만, 결국 구속되었다. 고의로 범죄를 저질렀고, 만약 그게 주요 사건이라면 대부분 잡힌다고 보면 된다. 만약 수사기관에 가야 한다면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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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0 17:50

농협법 제1조 의미

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시작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헌법을 시작하는데 그치지 않고 목적규정을 두고 있다. 목적규정은 법률의 입법목적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요약한 문장으로 그 법률의 다른 조문을 해석할 때 지침이 되기 때문에 법률에서 가장 중요한 조문이다. 농협에도 농협법이 존재한다. 농협법 제1조도 헌법과 마찬가지로 목적규정을 두고 있다. 농협법 제1조는 ‘이 법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의 향상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처럼 농협법은 우리나라 농업인을 위해 농협이 존재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농협은 우리나라 농업인의 지위 향상 및 삶의 질을 높이고자 1961년 8월 15일 탄생하여 올해 64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렇게 지난 64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농협법 제1조의 목적규정처럼 우리 농업인을 위해 다양한 사업과 함께 경제·사회·문화 다방면에서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농협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은 녹녹치 않다. 그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농촌 소멸 위기 및 식품 사막 등이 가장 대두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출산률 저하 및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등이 가속화 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농업·농촌에 더욱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식품 사막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식품 사막이란 식재료 등 식료품을 구하기 힘든 지역 또는 사회문제를 일컫는 말로 지난 2월 통계청의 농림어업총조사를 보면 2020년 기준 전국 행정리 3만 7563곳 가운데 식료품 소매점이 하나도 없는 마을이 2만 769곳이라고 발표 되어 우리 농업·농촌의 문제점 중 하나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한편 2023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농가의 연평균 소득은 5082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10.1% 늘어 통계청 조사 결과 처음으로 5000만원을 넘어 선 것으로 발표되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이 결과를 세부적으로 보면 농업경영비는 전년 대비 6.6% 증가하였고 평균 부채 또한 4158만1000원으로 18.7% 증가하여 앞으로 경영비 절감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전북농협은 농협법 제1조를 가슴에 새겨 도내 농업인이 더욱 존중받고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THE 칭찬받는 전북농협’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2024년을 시작하였다. 칭찬은 누구나 듣고 싶어 하지만 칭찬을 해주는 사람은 드문게 현실이다. 그래서 전북농협은 ‘THE MORE’-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게 역량과 노력을 집중하여 지원, ‘THE BEST’-농업인을 위한 모범적 사업 강화, ‘THE 전북’-대한민국 농업·농촌의 미래를 선도하는 전북 농업을 목표로 우리 도내 농업·농촌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통해 농생명산업의 수도 전북특별자치도의 중심에 우리 농업인이 함께 하고자 한다. 전북농협 7천여 임직원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고 농업·농촌의 희망을 더 해주는 감동의 울림으로 보답하고자 오늘도 한 걸음 더 내딛고자 한다. /김영일 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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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0 17:50

‘K-실감산수’ 공연산업 거점화 제안

장이머우 감독이 만든 <인상·유삼저>(印象·劉三姐)는 중국식 실경산수(實景山水) 공연의 시작이었다. 산세 좋은 계림의 실경을 무대 삼아 예술인 수백 명이 공연하였다. 실경의 생생함과 대규모 예술단의 웅장함에 세계적인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지면서 ‘인상시리즈’는 공연관광의 대명사가 되었다. 인상시리즈를 본 사람은 하나같이 한국에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지자체가 공연을 만들기도 하였다. 전북에서도 십수 년 전에 실경산수 상설공연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국식 공연이 상설로 진행되는 사례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연료가 높아 중국처럼 예술인 수백 명을 무대에 세울 수 없다. 한국 날씨도 도와주지 않는다. 비·태풍·눈, 혹서·혹한기를 빼면 공연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 공연일이 적으면 관람료가 비싸지는데,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다. <인상·유삼저>는 2004년에 약 6백억 원이 투자되었다. 중국식 공연이 관심을 끌던 때로부터 십수 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실감기술은 일취월장하였다. 예술인 수백 명의 웅장함을 대체할 정도가 되었고, 기술의 화려함도 풍성해졌다. 실감기술을 실경에 적용해 성공한 공연관광 사례도 나타났다. 풍남문과 전동성당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는 문화유산에 실감기술을 더한 새로운 볼거리였다. 미륵사지에서 열린 세계유산 미디어아트쇼는 십수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 폭발이었다. 전동성당 내부 공연인 <2020 빛의 성당, 미제레레>는 유료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 사례들은 한국의 실감기술과 한국적 실경(자연·문화·복합유산)이 융합되면 중국식 공연 적용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실경의 생생함과 예술적 화려함이 더해진 공연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른바 ‘K-실감산수(實感山水) 공연콘텐츠’가 그것이다. 인구전략에서 중요한 생활인구를 유치하려면 우선 지역에 한번은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업무나 관광으로 와서 경치도 구경하고 특산품도 사고, 동네가 마음에 들어 다시 방문해 며칠 체류하는 생활인구를 거쳐 정주인구로 나아간다. 미륵사지 공연이 보여주듯, K-실감산수 공연은 사람을 당기는 매력이 있다. 실경이 기반이어서 그 장소에 와야만 공연을 볼 수 있다. 생활인구로 가는 첫걸음, 그 지역에 방문하게 만드는데 이만한 전략이 없다. 자연경관, 문화유산하면 전북 아닌가. 공연예술 자원도 풍부하고, 전북 기업의 기술력도 뛰어나다. 성공한 사례도 있으니, 전북을 K-실감산수 공연산업 거점으로 만들어보자. 민선 8기 도정의 문화 비전인 K-문화산업거점의 실천전략이자 인구감소 대응전략으로 말이다. 공연 제작 방식은 바뀔 필요가 있다. 용역공모로 매년 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공연의 성과가 이어지기 어렵다. 기술은 놀라운데 공연이 주는 감동은 크지 않다. 누구나 아는 흔한 이야기에 기술 중심으로 풀어내니 단순 볼거리에 그친다는 비판도 있다. 한마디로 스토리가 약하다. 용역방식의 한계일 수 있다. 도와 시군, 민간기업과 출연기관, 기술자와 예술인, 작가와 연출자 등이 참여하는 ‘K-실감산수공연추진단’이 필요하다. 시군별 대표 문화유산이나 명소를 대상으로, 예를 들어 고군산군도 전체를 K-실감산수 콘텐츠 무대로 삼는 <실감 아일랜드, 仙遊> 같은 프로젝트를 발굴하자. 지방소멸 관련 사업이라는 점에서 국책사업으로도 타당성이 충분하다. /이남호 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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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0 17:49

상설공연이 제맛이야

부산, 강릉, 안동, 목포 그리고 전주. 서울로 집중되는 외국인 관광객의 분산을 위해 문체부가 엄선한 관광거점도시이며, 세계적 수준의 관광도시를 목표로 국가가 지원하고 있는 다섯 도시 중 한 곳이 전주다. 고즈넉한 한옥마을의 풍경과 맛깔난 밥상, 푸짐한 저녁 술상까지 전주는 매력 있는 관광지임은 분명한데, 여기에 더불어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저녁 시간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것, 상설공연이다. 여러 지자체와 공연단체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상설공연을 추진하였는데, 전주도 나름의 감성을 바탕으로 수년째 상설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상설공연은 어떠해야 하겠는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상적 상설공연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태양의 서커스’다. 태양의 서커스는 캐나다 퀘벡에서 시작된 서커스인데, 1987년 라스베이거스 미라지 리조트 그룹의 회장 스티브 윈은 LA에서의 공연 관람 후, 이 새로운 방식의 서커스가 성공할 것을 확신 자신의 호텔에 ‘미스테르’라는 작품을 상설공연 상품으로 유치하게 된다. 예상대로 관객의 호응이 이어지고, ‘오쇼’, ‘카쇼’ 등 새로운 후속 작품이 등장하면서 태양의 서커스는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공연의 메카로 바꿔놓는 중요한 콘텐츠가 된다. 태양의 서커스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공연장이 아닌 오리지널 작품을 위한 혁신적 무대장치가 갖추어진 라스베이거스의 전용 공연장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 뮤지컬과는 달리 판권 판매가 불가하기에 태양의 서커스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상설공연이다. 매일 저녁 오리지널 공연의 특성에 맞게 설계된 라스베이거스의 전용 공연장에서 6개의 대형 작품이 올려지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찾아온 여행객들은 잊을 수 없는 감동과 마주하게 된다. 태양의 서커스를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순회공연인데, 해외 순회팀의 경우 배우와 스태프, 세트 구성까지 본국에서 이동해 임시 마을을 짓고 공연을 해야만 하기에, 현실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태양의 서커스를 보기 위해서는 사막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찾아야만 한다. 우리가 손쉽게 선택하는 중국 여행상품에도 빠지지 않는 것이 상설공연이다. 북경의 ‘금면왕조’나 상해 패키지의 ‘송성가무쇼’는 물론 장예모 감독이 중국의 명산과 호수 등을 배경으로 만드는 ‘인상시리즈’ 또한 상설공연이다. 중국의 역사가 담긴 작품을 전 세계의 관광객이 매일 저녁 즐기고 있으며, 중국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관광 상품이 되고 있다. 반면 상설로 공연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수적이며 지속적 관객 동원도 쉽지 않다. 지역의 대표 브랜드 공연을 찾기 힘든 이유이다. 다만 전주를 찾은 외지인이 전통적인 한옥 마당에서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국악 콘텐츠를 직접 관람한다는 것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독창적인 경험일 수 있다. 전주가 갖고 있는 문화자산을 발굴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전주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며, 전주만의 상설공연을 통해 가족단위 관광객이 흥겹게 관람하고 즐겁게 체험할 수 있다면, 전주는 더욱 빛나는 관광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판소리 다섯 바탕이 시대를 이겨내고 살아남았듯이, 전라도의 질펀한 향기가 묻어나는 전주만의 새로운 브랜드 작품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홍현종 (J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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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0 17:49

공포의 전학생⋯학교의 ‘폭탄 돌리기’

어느 날 담임 선생님과 함께 쭈뼛쭈뼛 들어온 전학생은 아이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스스럼없이 다가가 금세 친해지곤 했다. 아이들이 느꼈을 이별과 만남의 어색한 감정을 풀어낸 이야기, 전학을 소재로 한 창작동화가 많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전학생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감당 못할 전학생’이 늘고 있어서다. 물론 가족의 이사로 학교를 옮겨온 평범한 전학생도 있지만, 큰 문제를 일으켜 강제전학을 당한 이른바 ‘문제 학생’, ‘위기 학생’이 늘어난다. 이제 교실에 낯선 전학생이 들어오면 날카로운 경계의 시선부터 보내야 할 판이다. 이른바 ‘문제 학생’에게 내려지는 교육기관의 징계 중 사실상 가장 수위가 높은 처분은 전학이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제17조)에서는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1호 ‘서면사과’부터 9호 ‘퇴학’까지 단계별로 규정해 놓았다. 하지만 법률은 ‘퇴학 처분은 의무교육 과정(초·중학교)에 있는 학생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붙였다. 이로 인해 매우 심각한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에 연루된 학생에게는 해당 법률 조항 8호에 규정된 강제전학 조치가 내려진다. 학교의 ‘폭탄 돌리기’다. 물론 학생을 폭탄에 빗대는 것은 부적절하다. 하지만 금방 터질것 같은 ‘위기학생’의 폭주가 교육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입에 담기 조차 민망할 정도다. 최근에도 전주 모 초등학교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 이 학교 3학년 학생이 무단 조퇴를 제지하는 교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리고 침을 뱉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해당 학생은 결국 학교를 무단 이탈했고, 이후 학교에 온 학생의 어머니는 담임교사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번 일로 교원단체에서는 다시 교권보호 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교권침해 논란 이전에도 학부모들의 민원이 속출했다고 하니, 같은 반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받고 정서적 학대에 시달렸을 것이다. 이런 위기 학생은 다른 학생과 교사들에게 기피를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고 수위의 징계인 강제전학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당장 눈앞의 불 끄기에 급급한 미봉책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학생도 이미 비슷한 문제로 수차례 학교를 옮겨 다니다가 지난달 이 학교에 전학 왔다고 한다. 다시 일탈행동을 할 게 뻔한 위기 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분리·치유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 대해 현재 취하고 있는 궁극의 조치는 피해자와 격리해 다른 학교로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학생의 전학을 받아야 하는 학교에서는 이후 똑같은 문제로 피해가 발생해도 괜찮다는 것일까? 그때 가서 또 전학을 보내면 되는 것일까? 세심한 진단을 통해 해당 학생을 일정 기간 분리, 치유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존의 제도와 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 제대로 살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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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6.10 14:10

의협 총파업…환자를 버리겠다는 건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부터 집단휴업(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개업의들로 구성된 의협의 파업은 동네 의원의 문을 닫겠다는 뜻이어서 큰 불편과 혼란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17일부터 무기한 전체 휴진을 결정했다. 100일을 넘긴 의료사태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모습이다. 환자는 물론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스런 마음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의협은 총파업 예고를 거두고 진료현장을 지켜야 한다.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의사 직분을 이용해 환자들의 생명을 버리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대다수 국민을 이기겠다는 것이 아닌가. 정부 역시 열린 리더십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이번 의료사태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서 비롯돼 전공의 사퇴, 의대생 휴학, 의대 교수 휴진 등으로 점차 확산돼 개업의 총파업까지 예고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당초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서 한발 물러났고 이미 입시요강이 확정된 상태다. 또 복귀하는 전공의들에게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의협 등은 행정절치 자체를 전면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무리한 요구다. 더구나 의협 회원뿐 아니라 의대생과 학부모까지 참가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국민을 편가르기하겠다는 것으로 비친다. 의사들의 총파업은 2000년, 2014년, 2020년에 이어 4번째다. 지금까지는 불패의 신화를 썼으나 이번에 국민들의 호응은 무척 차갑다. 2000년 당시 의사단체는 의약분업을 받아들이는 대신 의대 정원 10% 감축을 요구했다. 그래서 2006년부터 의대정원 449명을 줄여 3058명을 뽑았다. 이후 19년 동안 동결돼 오늘날 의료 파행을 자초한 점이 없지 않다. 또 의사단체는 전공의협의회, 의대교수 비대위, 의협 등으로 나뉘어 정부와 협상창구를 단일화 하지 못하면서 파업만은 같이하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서울대병원장, 서울대교수회가 자제를 호소하고 환자단체가 정부에 사법조치를 요구하겠는가. 정부는 개원의에 대해 진료명령 및 휴진신고 명령, 의협에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집단행동은 국민의 마음을 더 멀게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총파업을 철회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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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10 13:16

태권도원 활성화는 유네스코 등재 첫걸음

태권도의 국가무형유산 지정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지역사회의 화두로 등장했다. 그런데 우선 무주 태권도원 활성화를 위해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더 뛰어야 한다. 세계적 스포츠인 태권도를 단순히 우리만의 테두리가 아닌 교육·문화·스포츠를 아우르는 글로벌 콘텐츠로 키우려면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한류문화의 원조격인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외국에서도 공감하는 여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우선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야 한다. 전세계 213개국 1억 5천만명 이상이 수련하는 세계적인 무예이자 스포츠가 아직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조차 지정돼 있지 않다는게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쨋든 이를위한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일단 국가무형유산 지정이 돼야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이야기 할 수 있음은 상식이다. 그보다 더 선행돼야 할게 있다. 바로 개원 10주년을 맞은 무주 태권도원 활성화다. 자치단체나 중앙정부가 그동안 굵직한 지원을 통한 활성화 방안을 여러차례 피력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무주 태권도원은 국제 규격 경기장은 물론 교육과 수련, 연구 시설이 갖춰진 그야말로 태권도만을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지난 2014년 무주에 문을 연 뒤로 국내와 전세계에서 무려 250만 여명의 태권도인들이 방문하는 등 점차 역할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 여건 등으로 인해 활성화를 향한 장정은 멀기만 하다. 세계연맹 이전이나 국기원 이전은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태권도 성지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려면 관련 기관 집적화는 물론, 태권도사관학교 설립 등이 하루빨리 마무리돼야 하지만 차일피일 10년 세월이 흘렀다. 며칠전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에서 무주 출신 윤정훈 도의원이 태권도원 활성화와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지금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준다. 경기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2012년 ‘태권도 민자유치 마스터플랜’이 수립된 이후 지금까지 투자 유치가 전무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선 ‘국제태권도사관학교 기본설계 용역’에 대한 국비가 내년에는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뛰어야 한다. 올해 말까지 2000여 명의 베트남 관광객들이 태권도원을 찾는 등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부각되는 마당에 지금처럼 무주 태권도원을 그저그런 상태로 놔두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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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10 12:01

새만금 국제공항 표적감사, 해도 너무 한다

감사원이 새만금 국제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과정이 부실했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은 '주요 재정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 지난 2019년 새만금 국제공항(당시 면제 사업비 7534억 원)의 예타 면제 과정에서 기재부가 주무부처로 부터 면제 요구를 받은 지 하루 만에 의결되는 등 사업 계획의 구체적인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예타 면제에 비판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으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고육책이었고 새만금 국제공항 역시 적법 절차에 따라 예타가 면제되었기 때문에 새삼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감사원의 아번 발표는 지난해 8월 새만금 세계잼버리 사태에 대한 ‘표적 감사’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월 29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23개 사업에 총 24조1000억원 규모의 예타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17개 시·도로부터 32개, 68조7000억원의 사업을 신청받아 해당 지자체로부터 의견 수렴과 관계부처 TF의 검토 등을 거쳐 23개 사업을 선정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으로 옷을 갈아 입은 당시 최재형 감사원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검토를 통해 예타를 면제한 것은 사실상 법령상 요건은 갖춰진 것"이라면서 "감사원 내부 감사규칙에 국가의 정책설정 자체나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감사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사업 진행단계에서 사업의 목적에 맞는 예산 배정이나 집행이 적정한지, 사업목적에 따른 성과를 내는지는 사후적으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규모 SOC 사업에 대해선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문제 삼는 것은 감사원 스스로의 자가당착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불과 열흘 전 건설공사 입찰이 실시돼 적격자가 선정된 사업이다. 진행되지도 않은 사업에 대해 운영실태를 감사하고 부실하다고 지적한 것은 괜한 트집에 불과하다. 오히려 잼버리를 빌미 삼아 사업을 1년 늦춘 것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맞는 일이 아닌가. 나아가 윤석열 정부가 2035년 개항 예정이던 가덕도 신공항을 실패한 엑스포 유치를 앞세워 6년이나 앞당긴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감사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감사원은 이제 막 공사입찰이 끝난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의 발목을 잡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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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09 16:46

교육 현장 ‘문제학생’ 분리·치유, 세부 대책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주에서 또다시 경악할 만한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했다. 전주시 모 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무단 조퇴를 제지하는 교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리고 침을 뱉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해당 학생은 결국 학교를 무단 이탈했고, 이후 학교에 온 학생의 어머니는 담임교사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교육 현장에서 너무나 어이없는 일을 당한 교감과 동료 교사들의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교육자로서의 자괴감도 클 것이다. 지난해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정부가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았고, 국회에서도 이른바 ‘교권회복 5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후에도 교육현장에서 교권침해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상담과 지도·훈계가 통하지 않는 이른바 ‘문제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분리·치유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학생도 오래전부터 교실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같은 반 친구들을 괴롭혀 분리조치가 필요하다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속출했다고 한다. 교권침해에 앞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심각했던 셈이다. 그런데도 학교와 교육청은 학부모에게 ‘가정지도’를 요청하는 데 그쳤고, 이마저도 번번이 거부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학교와 교육청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 해당 학생은 전북지역 다른 학교에서 이미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켜 인천지역 학교로 강제 전학을 갔다가 지난달 이 학교로 전학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다시 문제행동을 할 게 뻔한 아동에 대한 근본적인 분리·치유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폭탄 돌리기’식의 강제 전학 조치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당장 눈앞의 불을 끄는데 급급해 이 같은 일이 터진 것이다. 이번 일로 학교 측은 해당 학생에게 10일간의 출석정지 조치를 내렸다. 그렇다면 열흘 후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다시 강제 전학이라는 미봉책으로 마무리 지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나서 문제 학생을 진단하고, 해당 학생이 분리와 치유 등 적합한 조치를 받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시급하게 분리할 필요성이 있는 문제학생을 분리할 때 어디에 머물게 할 것인지, 누가 관리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세부 대책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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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6.09 16:45

지선때 눈여겨 봐야 할 조국혁신당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후보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후보)라는 구호가 널리 회자되었다. 그 결과 전북에서 20년만에 민주당이 지역구 10석 전석을 싹쓸이했고 조국혁신당은 남원이 고향인 강경숙 원광대 교수가 비례대표 11번으로 당선됐다. 이같은 결과는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막상 이같은 결과가 나오자 도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같은 결과가 도출되었을까.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전북은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지역구 당선은 따 논 당상이나 다름없어 완전히 파란색으로 도배질했다. 국힘에서 전주을에 정운천 후보를 공천했지만 강한 지역정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을 역임하면서 전북특자도를 만드는 등 지역발전에 공로가 많아 기대를 갖게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일각에서 전북 발전을 위해 정 후보 한 명이라도 당선시켜줘야 하는 동정 여론도 있었지만 무위로 끝났다. 이번 총선을 통해 2년 후 지방선거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사·교육감·시장·군수·도의원·시군의원을 뽑는 지방선거도 큰 변화 없이 도긴개긴으로 끝날 전망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 12명이 있는 조국혁신당이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이번 총선 때 약속한 것처럼 신속하게 국민의 가려움을 긁어주면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하면서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도민들은 타는 목마름에 지쳐 있다. 그간 총선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켜줬지만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곧장 드러내지 못해 전북 몫을 찾아오지 못했다고 불만이 높다. 이런 식상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까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도민들이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후보를 1순위로 지지, 득표율 45.53%를 기록했던 것. 상당수 도민들은 이재명이 이끄는 민주당에 식상함을 느껴 조국혁신당이 강력하게 치고 나서면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실정으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민주당 지지율도 정체돼 있어 경제난에 지쳐 있는 서민들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민주당 안방인 전북에서 똘똘한 인물들이 다음 지방선거에 조국혁신당 후보로 대거 출마하면 가능성이 높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간 오래동안 민주당에 안주하다 보니까 타성에 젖어갈수록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사실 전북에서 경쟁 없이 민주당 일당독주 체제가 지속되다 보니까 유권자들이 식상함을 느낀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검사독재를 조기에 종식시키겠다고 순발력 있게 대응하자 상당수 도민들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을 1등으로 만들었다. 지금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 만드는 데만 전념, 민생 처리에 소홀하다는 여론과 이재명 사법 리스크 때문에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조국혁신당이 공약을 제대로 이행해 국민들한테 신뢰를 얻으면 다음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이다. 조국혁신당 때문에 모처럼 만에 전북에서 경쟁의 정치가 열릴 수 있을 것 같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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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6.09 16:45

정읍 쌍화차 그리고 지황의 힘!

“이제 정읍 쌍화차 아니면 못 마시겠어요.” 많은 이들이 어디에서도 정읍 쌍화차처럼 담백하면서도 깊고 진한 맛을 찾을 수 없다 한다. 국회 출입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언론인은 여의도에서 쌍화차를 즐겨 마셨는데 정읍 쌍화차를 접한 후로 발길이 가지 않는단다. 또 귀한 이를 위한 선물도 정읍 쌍화차만을 고집한단다. 전주 지인은 “으스스할 때면 정읍으로 가 쌍화차를 마신다”며 다양한 주전부리도 먹을 수 있어 기운 차리기 좋단다. 정읍 쌍화차는 특별하다. 전국적으로 명성도 높다. 모두 44개 쌍화차 집이 있는데, 특히 옛 경찰서에서 세무서 간 450여 m에 18개소가 있다. 전국 유일의 쌍화차 거리다. 1980년대에 전통찻집 한 곳이 유명해지면서 하나둘씩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현재가 됐다. 입소문이 났고, 특히 가을과 겨울이면 일대가 북적였다. 최근에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유명해지고 면역력 강화 등이 알려지면서 사계절 내내 전국에서 많은 이가 찾고 있는데, 특히 젊은 층도 부쩍 늘고 있다. 방문객 60% 이상이 외지인이다. 쌍화차가 거기서 거기지 호들갑스러운 자랑이냐고 하겠지만 정읍 쌍화차에는 확실히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우선, 쌍화차가 담긴 묵직한 곱돌. 보온성이 뛰어나 차를 마실 때까지 온기를 유지해준다. 구운 가래떡과 조청, 누룽지 등 이런저런 주전부리도 나오니 마시고,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원료는 숙지황과 당귀, 작약 등 20 여가지 한약재를 달인 물이다. 여기에 밤과 대추, 밤, 호박씨, 은행 등의 견과류를 얹어 내놓는다. 이중 정읍 쌍화차 맛의 핵심이 바로 숙지황. 지황의 뿌리를 쪄서 말린 한약재다. 정읍 쌍화차는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린(구증구포) 숙지황을 쓴다. 지황 주산지가 정읍 옹동면 일대다. 정읍 지황은 조직이 단단하고 저장력과 약의 성분이 우수한 것으로 꼽힌다. 조선시대에는 임금 진상품으로, 현재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2015년) 등록 등으로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지황의 생육 적정 온도는 16∼30도로, 생육기간인 5∼8월의 정읍 기온 17.8∼25.9도와 매우 비슷하다. 정읍이 지황 생산의 최적지이자 품질이 뛰어난 이유다. 한때 제주도에 “귤 한 나무만 있으면 자식 대학 보낼 걱정은 없다”는 말이 있었는데, 정읍에서는 “손바닥만 한 지황밭만 있으면 자식 대학 걱정은 없다”라고 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전국 대비 70%가량을 차지했으나 중국산 수입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현재는 약 20% 정도다. 양은 줄었으나 그 품질은 여전해서 전국 한의원이나 약재상에서는 정읍 지황을 최고로 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러한 점을 들어 2022년 정읍을 ‘지황 농촌 융복합 산업지구 조성사업’대상지로 선정했다. 2025년까지 4년간 3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생산과 가공, 유통, 체험 등이 융복합된 산업화 촉진과 함께 지역경제 다각화와 고도화를 위한 지황 특화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는 것. 정읍에서도 전문인력 양성, 상품개발, 쌍화차 거리 활성화 등을 통해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재배면적도 50㏊(2022년, 90 농가)에서 80㏊(2030년)로 늘리려 한다. 여러 노력이 빛을 내는 2030년 예상되는 부가가치 창출 규모는 100억 원대. (숙)지황을 정읍의 경쟁력 있는 지역자원으로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이학수 정읍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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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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