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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주 김제 보다 전주 완주 통합이 급선무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갑자기 전주시와 김제시간 통합문제가 불거졌다. 다 된 것처럼 보였던 전주와 완주군의 통합이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 이전에는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공천시계가 막판을 향해 재깍재깍 나가면서 안타깝기만 하다. 타시도에서는 광역단위 통합도 성사되는 마당에 전북에서는 생활권이 같은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마저 못하는 게 작금의 현주소다. 이런 상황속에서 갑작스럽게 전주시와 김제시간 통합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물론 전주-김제 통합 문제가 이번에 처음 나온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전주-완주 통합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전주김제시민연합이라는 단체에서 “전북이 직면한 인구 감소, 산업 공동화, 청년층 유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주와 김제의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하고 나선 바 있다. 그리고는 잠잠했었는데 전주시의회와 김제시의회는 9일 통합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조만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을 공식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후의 순간까지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에 매진해야 할 지역 정치권에서 전주-김제간 통합으로 화두를 옮긴 것이다. 지역이 살기 위해서 뭐라도 하나 해보려는 간절한 시도로 볼 수도 있겠으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민주당의 공천 후보자가 속속 결정되는 마당에 뜬금없이 전주시와 김제시 간 통합 이슈가 떠오른 배경에 대해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다. 왜 이 시점인가. 상당한 시간 공론화가 필요하고, 찬성과 반대 주장이 맞부딪치면서 어떤 결론을 향해 의견이 수렴되는게 바람직하다. 전주시와 김제시 사이에는 완주군 이서면이 경계선을 가르고 있다. 행정구역이 타 시군 행정구역에 의해 구분된 상태에서 통합된 경우를 찾기도 어렵거니와 그 시너지 효과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만일 전주-김제 통합이 잘 안되면 전주-익산과 통합을 추진할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혹여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공학적 논리에 의해 지역현안 문제가 깊은 고민과 분석이 없이 추진돼선 안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지금은 논점을 흐릴때가 아니다.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을 포기하지 말고 최후의 순간까지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09 19:16

[사설] 전북도, 노인 통합돌봄 등 준비돼 있나

전북자치도가 노인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올해 ‘노인복지증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4개 분야 52개 사업에 총 2조481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노인일자리 확충과 통합돌봄 등이 핵심이다. 전북은 노인 인구 비율이 2025년 기준 26.61%로 전국 평균 21.21%를 훨씬 상회한다. 더구나 전북은 전국적으로 경제 상황이 밑바닥인데다 독거노인과 저소득 노인 등 취약계층이 많아 노인복지에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지역이다. 단순히 중앙정부의 정책을 따라 한다거나 시혜적 관점에서 대책을 세울 게 아니라 지역소멸 등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노인복지 정책을 폈으면 한다. 전북자치도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분야별로 노후소득 보장에 1조 7300억 원, 맞춤형 돌봄에 2525억 원, 예방적 건강관리에 253억 원, 여가활동 지원에 401억 원이 각각 투입키로 했다. 이중 노인일자리 사업은 노후 소득보장에 해당하는 정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노인일자리는 전국적으로 국비 2조4000억 원을 들여 115만2000 개를 실시한다. 지난해보다 5만4000 개가 늘어났다. 전북의 경우 8만9633 개로 전국의 7.8%를 차지한다. 인구 대비 노인일자리가 많은 편이다. 그만큼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 노인일자리에 매달리는 셈이다. 유형별로는 한 달 30시간을 일하고 29만 원을 받는 공익활동이 6만2991명으로 70%를 차지한다. 건강하고 전문성을 지닌 베이비부머들이 선호하는 역량활용사업은 2만1063 개에 그쳐, 가능한 한 이를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했으면 한다. 또 이달 27일부터 전국적으로 노인과 고령 장애인을 중심으로 통합돌봄이 전면 시행된다. 종전에는 의료, 요양, 돌봄서비스를 당사자가 직접 개별 신청해야 했지만 이제부터는 30종의 서비스를 한 번에 안내받고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전북의 경우 전주시가 초창기부터 시범지역으로 지정돼 어느 정도 체계를 갖췄으나 다른 시군은 혼선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북자치도는 118억 원을 투입한다는데 적재적소에 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이와 함께 노인 주거보장이나 공공부조,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지원 등 사각지대가 없어야 할 것이다. 촘촘히 챙겨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09 19:15

[오목대] 상춘(賞春)의 고장, 정읍 칠보면

봄이다. ‘상춘(賞春)’의 계절이다. 바람 끝에 아직 찬기운이 남아 있지만, 햇볕은 분명 달라졌다. 남녘에서 꽃소식이 올라온다. 매화가 먼저 문을 열었고, 조만간 산수유와 벚꽃도 꽃망울을 활짝 터트릴 것이다. 꽃소식은 단순한 자연의 변화가 아니다. 시린 겨울을 건너온 사람들에게 건네는 자연의 위로다. 얼어붙었던 가지 끝에서 꽃망울이 터지듯, 우리 마음에도 새로운 기운이 움튼다. 그래서 봄꽃, 봄 소식은 늘 희망의 상징이 됐고,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고 집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옛사람들은 이런 봄맞이를 ‘상춘(賞春)’이라고 했다. 봄 경치를 감상하고, 즐긴다는 뜻이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하고 긴 겨울을 보내야 했던 옛사람들은 특별한 감정으로 봄을 노래했고, 그 노래는 문학작품으로 남았다. 자연 속에서 맞이하는 봄을 노래한 문학작품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조선시대 유학자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이 꼽힌다. 조선 전기 가사문학의 대표작으로 봄날의 정취와 자연 속에서 봄을 즐기며 살아가는 선비의 풍류를 노래했다. 불우헌 정극인이 낙향해 자연 속에서 여생을 보낸 곳, 상춘곡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정읍시 칠보면(당시 태인현)이다. ‘상춘곡’의 고장, 정읍 칠보면 일대는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유교문화, 선비문화의 중심지로, 학문을 숭상하고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의 숨결이 이어져 온 전통문화의 고장이다. 이곳 군수로 재임했던 신라말 유학자 최치원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칠보면 무성리 소재 ‘무성서원’은 지난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서원’ 중 하나로 등재되기도 했다. 동진강 상류, 칠보수력발전소를 지나 호남평야로 향하는 물길이 그 폭을 넓히기 시작하는 정읍 칠보면 일대의 산과 들, 하천을 바라보고 있으면, 옛 선비들이 노래했던 봄의 정취, 상춘의 정서가 은은하게 느껴진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봄을 맞는 사람들의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봄의 고장, 선비의 고장 정읍 칠보면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우리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조선의 제6대 임금 단종을 소환하면서 그의 아내 정순왕후의 눈물겨운 삶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종비 정순왕후는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서 단 한 명뿐인 호남 출신의 왕비다. 영화에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여산 송씨인 정순왕후의 출생지가 바로 정읍 칠보면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2024년부터 매년 9월 정순왕후의 애달픈 삶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린다. 올봄에는 ‘상춘곡’의 고장, 유서 깊은 전통문화의 고장에서 옛 선비들이 즐겼던 봄의 풍류를 한 번 느껴보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6.03.09 19:15

[문화마주보기] 기심과 인심

『장자』의 ‘천지’편에는 자공이 남쪽을 여행하다가 한 노인을 만나 나눈 이야기가 있다. 그 노인은 물동이를 안고 우물 속을 오르내리며 물을 길어 밭에 붓고 있었다. 힘만 들뿐 성과는 뻔했다. 자공은 도르래와 지렛대로 두레박을 쓰면 훨씬 수월할 것이라며 권유했다. 그러자 노인은 말한다. “기계가 있으면 기계로 할 일(機事)이 생기고, 그 일이 쌓이면 기계에 기대는 마음, 곧 기심(機心)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마침내는 순백한 마음이 온전하지 못하고, 정신(神)의 생성이 안정되지 못한다.” 이 짧은 대화는 기술사용에 따른 사람의 마음과 태도를 잘 나타낸다. 이 대화에서 기심이란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태도보다 더 넓게 해석한다. 계산, 효율, 통제, 성과를 우선으로 삼는 습관적 사고까지 포괄한다고 본다. 세상의 일과 방법을 관계의 장이 아니라 조작 가능한 효율 만능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하여 노인의 말을 빌려서 경계한다. 그런데 장자에서 경계한 것은 편리함이 아니라, 편리함이 가져오는 심성의 방향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AI라고 하는 사회기술 ‘두레박’을 쓰고 있다. 여기서 알고리즘은 판단을 보조하고, 데이터는 결정을 빠르게 하도록 돕는다. 의료, 금융, 교육, 예술에 이르기까지 AI는 인간생활에 깊숙이 들어 왔다. 편리해진 것은 분명히 진보다. 그러나 지나치게 의존하면 사고의 근육이 약해지고, 책임 감각도 흐려진다. AI가 추천한 것을 의심 없이 따르고, 자동화된 평가를 객관적이라 믿으면, 우리는 기심의 체계 안으로 서서히 끌려 들어가는 꼴이다. 효율은 커지지만 성찰은 줄어든다. 이에 맞서는 태도를 인심(人心)이라고 보자. 이는 인간의 숙고와 공감을 중심에 두는 마음이다. 인간 중심의 독선이 아니다. 이때도 기술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속도를 즐기되 방향을 점검한다. 숫자를 참고하되 그 의미를 질문한다. 인심은 자동화의 흐름 속에서 잠시 서서 묻는 힘이다. “이 결정이 우리를 과연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기심과 인심은 적대가 아니라 긴장 속에서 이뤄내는 균형이다. 기술을 요모조모로 쓰지만 마음의 주권은 꼭 움켜주고 있어야 한다. 기계를 다루되, 기계에 마음을 맡기지 않도록 훈련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성을 확장하는 매개가 된다. 땀을 뻘뻘흘리며 우물을 드나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물을 길어 올릴 때 갖는 마음의 방향이다. 여기서 인심이 뜻하는 바는 AI윤리에 닿는다. AI 윤리는 따라서 기술 통제의 목록이 아니라 마음의 훈련이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기사의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알고리즘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설명하고 수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그 다음은, 데이터와 모델의 한계를 공개하는 투명성이 필요하다. 완벽한 예측이라는 환상을 걷어낼 때, 인심이 산다. 끝으로 관계적 관점이 중요하다. 기술은 인간을 고립된 사용자로 만드는 대신, 상호 신뢰를 증진하는 매개가 되어야 한다. 『장자집석』을 펴낸 곽경번은 책 서문에서 “오늘날 기계와 기교는 두레박보다 만 배나 더 많다. 만약 장자가 이를 보았다면 어떠했겠는가”라고 개탄을 한다. 노인은 두레박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이 도구에 예속되는 상태를 우려했다. AI 역시 거부의 대상이 아니라 성찰의 대상이다. 우리는 속도를 늦추지 못하더라도, 방향을 점검할 수는 있다. 무엇을 더 많이 생산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공동체를 형성할 것인가를 묻는 태도, 기심을 넘어서서 공진화하는 윤리로 나아가야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09 19:13

[경제칼럼] 배당을 살려야 지역 경제가 산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성장해야 생긴다. 기업 성장의 연료인 자본을 조달하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융자’고, 다른 하나는 ‘지분투자’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역의 중소기업들은 지분투자를 받기 어려웠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 기업의 자본 조달은 사실상 융자에 의존했다. 경제위기가 닥치자 연대보증 부채를 안고 있던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회생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같은 해 코스닥이 출범하며 지분투자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됐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침체됐던 지분투자는 2010년대 들어 시리즈 투자와 코스닥 상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생태계는 기술 기업 중심의 상장과 지분 차익 회수 구조로 굳어졌다. 투자사들도 결국 ‘상장 후 엑시트’를 향해 움직인다. 지역에서 기반을 다져온 중소기업들에게는 여전히 마땅한 돌파구가 없었다. 대전의 성심당을 떠올려 보자. 2005년 화재로 폐업 위기에 몰렸을 때, 어느 투자자도 그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결국 홀로 일어선 성심당은 이제 독보적인 지역 기업이 되었다. 2024년 매출은 약 1,937억 원, 당기순이익은 약 402억 원이다. 주주는 가족 3인뿐이다. 만약 그 어려운 시절 지역민 100명이 기업가치 10억 원 기준으로 100만 원씩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2024년 순이익의 25%인 100억 원을 배당했다면 주주 1인당 한 해에 1천만 원씩 배당받을 수 있다. 투자 원금의 10배다. 10년 동안 같은 수준의 배당이 이어진다면 원금의 100배인 1억 원을 받게 된다. 그래도 지분은 그대로 남는다. 단순한 수익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만드는 경험이기도 하다. 주식회사의 기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대 로마의 공동사업은 주주들이 자본을 모아 사업에 투자하고 이익이 나면 배당을 나누는 것이 본질이었다. 증권거래소는 그보다 훨씬 뒤인 17세기 초에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주식 거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식회사와 증권거래소가 거의 동시에 이식됐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고 배당으로 수익을 나누는 문화가 자리 잡을 토양이 부족했던 셈이다. 문제는 세제에도 있다. 배당소득은 종합소득세에 합산 과세되고 금융·배당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건강보험료도 늘어난다. 대주주는 배당하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이익을 가져갈 유인이 커지고, 결국 소액 주주도 배당을 받기 어려워진다. 주주들의 자본은 기업 안에 묶인 채 이익을 얻거나 원금을 회수할 길이 막히게 된다. 이 문제를 풀 열쇠가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종합소득세에 합산하지 않고 배당소득에 별도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일부 상장사에 한해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상장사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조차 없다. 이 제도가 비상장사로 확대된다면 내가 아끼는 동네 가게에 투자하고 배당을 받는 지역 금융의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전북에는 매력적인 중소기업과 창업가들이 많다. 이들이 반드시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을 주주들과 나누며 지역 자본을 순환시키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좋은 일자리도 늘어난다. 비상장기업의 배당소득분리과세가 시작되면 전북의 창업가들뿐 아니라 지역민 자본이 지역 기업에 투자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09 19:13

[기고] 새만금에 깃든 ‘10조원’의 희망, 전북경제의 찬란한 봄을 예고하다

전북 경제는 수년간 혹독한 시련의 터널을 지나왔다. 한국지엠(GM)의 급작스런 철수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가동 중단은 지역 경제의 뿌리를 뒤흔든 거대한 파고였다. 주력 산업의 붕괴는 곧 지역 중소기업들의 경영 위기로 직결되었고 신용보증기금은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이라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여러 특례조치를 실시하며 무너지는 현장을 지켜내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했다. 최근까지도 도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서늘하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내수 부진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현장의 기업인들은 매일같이 생존을 건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운 법이다. 최근 들려온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대규모 투자 소식은 전북 경제가 다시 고동칠 수 있다는 강력한 부활의 신호탄이다. 현대차그룹이 새만금을 AI 데이터센터와 수소에너지, 로봇 상용화의 전초기지로 낙점하고, 향후 5년간 ‘10조 원’이라는 유례없는 대규모 투자를 확정 지은 것은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다.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와 재생에너지 확보가 용이한 새만금의 입지 조건이 현대차의 미래 비전과 맞물려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게 된 것이다. 이번 투자가 전북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실로 막대하며 그 양상 또한 포괄적이다. 단순히 대규모 공장 하나가 들어서는 것을 넘어, 전북은 이제 대한민국 미래 첨단 산업의 심장부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아틀라스로 대변되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은 기존의 전통 제조 기반 산업 구조를 지능형 산업 생태계로 완전히 탈바꿈시킬 것이고, 이는 기업들이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세계적인 꿈을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지역 사회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인구 유입과 소비 활성화라는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의 투자를 앞두고 이솝 우화의 ‘막대기 다발’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나뭇가지를 한 개씩 각자 부러뜨려 보라고 하자 아들들은 쉽게 성공했지만, 나뭇가지를 하나로 묶어 부러뜨려 보라고 했을 때는 누구도 해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지금 전북 경제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 ‘꾸러미의 지혜’다. 현대차라는 든든한 나뭇가지가 놓였다면, 정부와 지자체가 규제 완화와 인프라 구축이라는 끈으로 이를 묶고, 신용보증기금은 기업들이 그 묶음 속에 단단히 결속될 수 있도록 금융의 힘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민간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그리고 공공기관의 지원이 하나로 뭉쳐질 때, 강력한 전북 경제의 꾸러미가 완성될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이 희망찬 여정에서 도내 기업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대기업의 투자가 지역 경제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신용보증기금은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도내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변화의 파도를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금융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한다. 전북 경제는 10조 원의 투자를 발판 삼아 재도약의 시발점에 서 있다. 새만금에서 시작될 현대차그룹의 원대한 비전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그 길에 함께 동행할 우리 전북의 모든 기업들을 힘차게 응원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09 19:12

[오목대] 믿는 건 명석한 도민뿐

바람 끝이 차가우면서 꽃샘추위가 찾아왔지만 전주천변의 수양버들 가지색이 연한 연두색 빛을 띠기 시작했다. 최근 전북에서 벌어지는 민주당 공천상황을 종합하면 아무리 권력이 좋다고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다. 마치 없는 사실을 있는 양 프레임을 씌워 흔들어 보려는 것은 흠집내기의 전형으로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12.3 계엄 때 전북도가 청사 출입문을 잠가 내란에 동조했다고 지적한 것은 경선을 앞두고 여론에서 뒤지는 현상을 한방에 뒤집어 보려는 얄팍한 시도밖에 안 된다. 통상 선거는 경쟁 상대의 약점을 유권자에게 부각시켜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켜 나가는 과정이지만 거기엔 분명히 지켜나가야 할 금도(襟度)가 있다. 아무리 선거판이 험악하게 돌아가도 없는 사실을 있었던 사실인 양 꾸며대면서 흔드는 것은 혹세무민하는 것이다. 유권자의 인격을 존중한 게 아니라 무시하는 것으로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내용인 즉 이원택 국회의원 측이 12.3 밤 전북도청이 도청 출입문을 잠가 출입을 통제해 결국 계엄에 협조했다는 것이다. 이미 보도를 통해 밝혀졌듯이 기자들 출입이 자유로웠고 모 방송국에서 방송리포트까지 했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은 공무원 노조의 성명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고 자체감찰조사를 통해서도 전혀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윤호중 장관은 철저한 진상규명이 12.3 불법 비상계엄사태의 재발을 막는 첫걸음이자 국민적 의혹 해소의 첫단추를 끼우는 일이라면서 한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9월 22일 전북 대전 부산 대구를 대상으로 당직근무 실태 점검을 실시, 윤 장관에게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했다는 것. 올해 3월 5일 전화 확인 결과 대전 부산 대구도 동일한 내용으로 윤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날 밤 전북도에 근무했던 고위관리도 위법한 행위를 한 게 전혀 없다면서 상대가 지지율 반전을 노리고 이 같은 이야기를 사실인 것처럼 퍼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운동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하면 안 된다. 정정당당히 공약과 정책을 놓고 대결하는 게 기본이어야 하는데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뜨리는 것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 혹세무민밖에 안된다. 요즘 민주당 지사 경선을 보면 골육상쟁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마치 선거가 끝나도 안 볼 사람처럼 막 대하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해 간다. 그간 도민들은 내란 극복에 앞장서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동학의 후예인 만큼 진흙탕 싸움판으로 변해가도 뭣이 옳고 중헌가를 정확하게 판단해서 옥석 구분을 잘 해야 한다. 그만큼 도민 대표인 지사를 외부의 간섭 없이 도민들이 뽑는다는 자부심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6.03.08 15:28

[사설] 갈길 바쁜 전북 정치공방으로 발목 잡지 말라

6.3지방선거가 정책 공방이나 비전, 대안 제시보다는 네거티브 선거로 치닫고 있는 건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도지사 경선을 앞둔 ‘내란방조’ 의혹 논란과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들 간 ‘표절시비’ 등이 거의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원택 의원은 전북자치도가 작성한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에 따른 긴급 대처상황’ 문건을 근거로 “김관영 지사가 윤석열 내란을 방조했다”고 직격했다. 이에 김관영 지사는 발끈하며 해명·반박 자료를 제출하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중단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급기야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 등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확인과 검증의 영역에 있어야 할 사안을 내란 프레임으로 단정해서 몰아가는 행태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고, 전북자치도공무원노조는 “내란 동조는 일선 공무원들이 가장 잘 아는데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정치공방만 벌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북청년미래연도 “선거를 위해 계엄이라는 국민적 트라우마를 꺼내는 게 과연 전북을 위한 정치인가”라고 반문했다. 전북노동연대는 “정치공세라고 비난할 게 아니라 김 지사는 내란 방조 사과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전북엔 지금 현안이 많고 갈 길도 멀다. 피지컬 AI,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9조 원 투자, RE100 산단 유치, 하반기 2차 공공기관 이전, 일자리와 청년‧여성‧복지·교육정책 및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다. 또 이재명 정부 들어 균형발전과 행정통합이 화두로 제시된 지금 완주전주 통합 무산에 따른 후속 대책과 대안, 전북 경쟁력 향상을 위한 대책 등의 해법 역시 중요한 포인트다. 민주당 도지사 경선은 김관영, 안호영, 이원택 3자 구도다. 이들이 전북 현안을 진단하고 대안과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유권자들이 원하는 선거의 순기능일 것이다. 전북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시기에 네거티브 정치 공세에 몰두한다면 전북의 발목을 잡는 선거가 되고 만다. 전북은 정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균형발전과 전북발전의 기회를 살리고 정치 에너지를 극대화해야 할 때이다. 지금부터라도 전북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처방하면서 누가 적임자인지를 놓고 침 튀기는 경쟁을 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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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3.08 14:58

[사설] 전북교육의 미래,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각 정당의 단체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전북에서는 예비후보들 간의 네거티브 선거전이 거세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선거가 네거티브 공세에 묻히게 되면 정책 경쟁을 실종시키고, 정치혐오와 내부 편가르기를 부추겨 결국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게 된다. 그리고 그 피해는 유권자와 지역사회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런데 더 우려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유권자들의 무관심이다.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가 줄어들면 후보들은 정책 경쟁보다 지지층 결집과 자극적인 공세에 더 의존하게 된다. 결국 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공론의 장이 아니라 맹목적 지지층 간의 싸움, 진영 대결로 축소될 위험성이 커진다. 최근 전북교육감 선거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선거판이 후보자의 역량과 교육철학 검증, 그리고 정책대결이 아닌 ‘묻지마식 진영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가 이번에도 민주진보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지만 유력 후보자의 상습 표절 논란 속에 후보 검증 절차도 거치지 못한 채 무산됐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나 책임있는 해명은 없었다. 그렇게 단일화 과정이 어물쩍 마무리되면서 유권자들에게 또 다른 불신을 남겼다. 애써 필요성을 강조하며 떠들썩하게 추진한 단일화 과정에서 큰 논란이 생겼다면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게 마땅하다. 정치적 중립을 전제로 하는 교육감 선거에서 매번 되풀이된 후보 단일화 전략이 결국 진영대결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단일화 과정에 참여했던 유력 후보의 표절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이런 논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후보를 평가하는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교육감은 지역의 교육정책과 학교운영, 교육환경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다. 지역교육 발전과 학생들의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 전북교육의 방향과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소적인 무관심이나 진영논리가 아니라 후보자의 인물과 도덕성, 정책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과 철저한 검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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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3.08 14:57

[전북칼럼] 대한민국 AI 전환(AX)의 심장, 새만금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과 함께 대한민국의 찬란한 독립운동사에서 빠질 수 없는 한 인연이 있다. 독립운동의 전개 과정에서 50여 년간 대를 이어 온 백범과 안중근 가(家)의 인연이다. 동학농민전쟁 당시 19세 백범의 생사기로를 도운 안중근 아버지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이후 두 가문의 공조로 이어져 한국독립운동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지난달 새만금에 1991년 방조제 공사로 시작된 한 기업과의 인연이 35년 만에 다시 이어져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만금에 9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자동차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미래 산업의 집약’에 있다. 새만금은 재생에너지 생산에서 시작해 청정수소 수전해 설비 구축, AI 데이터센터, AI 로봇 생산, 그리고 AI 수소 시티 구현으로 이어지는 세계 유일의 지산지소형 혁신 생태계로 거듭나게 됐다. 이미 이차전지 특화단지로서 차량 등 배터리 소재에 특화된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는 새만금은 현대차그룹의 로봇 제조와 AI 기술이 만나 세계 최대 규모의 ‘미래 이동수단 메카’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는 개별 기업의 성장을 발판 삼아 연관 산업군 전체가 새만금을 중심으로 동반 성장하는 클러스터 효과의 극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또 주목할 점은, 새만금에 들어설 현대자동차그룹의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히 전기를 소비하고 데이터만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AI 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원료로 자율주행과 로봇을 움직이는 ‘지능(Intelligence)’을 생산하는 ‘AI 팩토리’이다. 막대한 차량 및 제조 데이터를 이곳에서 학습시켜 초격차 수준의 AI 자율주행 기술과 로봇 기술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강조한 ‘5층 케이크 모델’처럼, 가장 밑단의 에너지와 데이터센터라는 탄탄한 기반을 갖춤으로써 그 위의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이 진정한 경쟁력을 발휘하도록 해 준다. 새만금은 이렇듯 청정에너지와 신산업을 결합한 미래 청사진을 실현할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달에는 수상태양광 1단계 발전사업의 적기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으며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실질적 기반을 만들었다. 글로벌 RE100 목표 달성을 돕고,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여기에 국내 최대 수전해 설비를 통한 청정수소 생산 체계가 결합하면, 새만금은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산업과 도시를 움직이는 미래 도시가 될 것이다. 앞으로 새만금개발청은 현대자동차그룹과 공동 구상한 AI 수소 시티를 실현하기 위해 새만금을 피지컬AI(로봇) 핵심 사업지구로 육성하고자 한다.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AI 시티를 조성하고, 국정과제인 글로벌 메가샌드박스를 통해 규제 없이 혁신 기술을 마음껏 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로봇이 도시 곳곳을 활보하며,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도시 인프라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미래가 시작됐다. 이제 새만금은 과거 식량 생산을 위한 옥토를 넘어, 미래 대한민국 인공지능 전환(AX)의 심장이 될 준비를 마쳤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혁신 거점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혁신의 걸림돌은 과감히 치우고 성장의 동력은 아낌없이 지원하여,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AI 수소 시티의 표준을 이곳 새만금에서 완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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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08 14:53

[열린광장] 숲을 만드는 마음으로

숲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는 결코 숲이 될 수 없다. 서로 다른 나무들이 각자의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숲은 형성된다. 계절의 변화와 거센 바람, 긴 장마를 함께 견디며 숲은 점점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겉으로는 각각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기대고 연결되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공직 사회도 다르지 않다. 부서가 다르고 직급이 다르며 맡은 업무가 세분되어 있을 뿐, 우리가 향하는 목적은 같다. 시민의 삶을 지키고 지역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때때로 “내 업무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협업의 흐름을 막는다. 문제 해결보다 소관을 먼저 따지고, 책임을 나누기보다 경계를 나누는 순간 조직은 숲이 아니라 고립된 나무로 남는다.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은 분절되어 보이고, 신뢰는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숲을 이루는 나무들은 서로의 크기를 비교하지 않는다. 큰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숲의 온도를 낮추고, 작은 나무는 땅을 붙잡아 토양을 지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무들은 수분과 영양분을 나누며 서로를 살린다. 떨어진 낙엽조차 흙이 되어, 또 다른 생명을 키운다. 어느 하나 불필요한 존재는 없다. 각자의 역할이 모여 균형을 이루고, 그 균형이 곧 숲의 힘이 된다. 행정 역시 마찬가지다. 제도와 절차는 기본이지만, 행정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태도다. 부서 간 책임을 구분하는 데 머무르기보다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두는 자세, 시민의 불편을 ‘우리의 과제’로 받아들이는 공동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협업은 단순한 업무 분담이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고 판단을 함께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공동으로 지는 과정이다. 재난 대응, 지역경제 활성화,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같은 과제는 어느 한 부서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서로의 역량을 연결할 때 정책은 비로소 현장에서 힘을 갖는다. 시민이 기대하는 것은 누가 맡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는지다. 행정의 평가는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결과로 돌아온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지만,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연결할 때 조직은 흔들리지 않는다. 공직사회와 지역사회는 서로를 연결해 지역발전을 만들어간다. 현장의 요구가 정책으로 이어지고, 정책이 다시 현장에 반영될 때 실질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 결국 정책은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책이 단순히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행정 과정 전반에 현장 참여와 피드백이 있어야 할 것이고 조직간, 팀원 간 신뢰를 통해 협력과 도움 주고받기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조직은 더욱 단단해지고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홀로 선 나무로 남을 것인가, 함께 숲을 이룰 것인가. 그 선택은 거창한 제도보다 우리의 일상적인 태도에서 시작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고 한 번 더 세심히 살피며, 진심으로 협력하는 마음. 숲을 조성하는 마음으로 일할 때 행정은 더욱 단단해지고, 시민의 신뢰는 깊어진다. 결국 우리가 만드는 것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터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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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08 14:52

[기고] 무엇을 위한 내란 프레임인가?

나는 선거를 몇 차례 치러본 사람이다. 직접 후보로 나서기도 했고 옆에서 도와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그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북은 예부터 민주당 텃밭이어서 당내 경선이 본선보다 중요한 지역이다. 같은 당원으로서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치르는 것이 당내 경선이다. 그런데 지금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금도를 넘어선 경악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자당 유력 후보를 향해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12.3 계엄이 온 나라를 휩쓸고 간 지 1년여가 지났다.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대구, 대전, 부산, 전북을 표본 점검해 ‘특이사항 없음’으로 종결처리했다. 그런데 경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갑자기 ‘내란동조’ 프레임을 씌우는 이유가 뭘까?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정책 경쟁을 회피하고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전략’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계엄 선포 당시 김관영 지사는 의혹을 제기한 해당 의원에게 전화해 “빨리 국회로 달려가서 계엄 해제를 의결해야 한다”고 긴급하게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12월 4일 자정 경에 개최한 간부회의 자리에서는 “계엄과 끝까지 싸울 것이니 도민들을 잘 다독여달라”는 당부의 말도 했다. 이는 회의에 참석한 간부가 행안부 조사에서 직접 진술한 내용이다. ‘청사 폐쇄’도 일상적인 수준의 ‘야간 출입통제’였다. 김 지사는 청사로 달려오는 도중 언론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계엄은 도저히 납득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며 계엄 반대를 분명히 밝혔다. 전국 단체장 가운데 그 시각에 공식적으로 계엄 반대 인터뷰를 한 사람은 김관영 지사가 유일하다. 만일 계엄이 성공했더라면 김 지사는 가장 먼저 숙청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긴급하게 작성된 내부 문건의 몇몇 단어를 꼬투리 잡아 ‘내란 방조’니 ‘계엄 행정’이니 하는 짜맞추기식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도청의 해당 부서는 처음 맞는 황당한 계엄 사태 앞에서 만약에 대비한 나름의 선제조치를 취한 것뿐이다. 35사단 동향을 알아야 도민을 보호할 수 있고, 예산 의결을 앞둔 시점이니 만일에 대비한 차선의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 이러한 조치를 내란 동조로 몰아가는 것은 견강부회이자 아전인수격인 해석이다. 내란 동조라는 프레임을 짜놓고 거기에 맞는 단어만 추려낸 것에 불과하다. 180만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도지사의 첫 번째 책무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계엄군이 쳐들어온다면 ‘옥쇄’의 각오까지 하면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천명한 도지사를 내란 동조로 몰아세우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내란 프레임의 최대 피해자는 도민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타운홀 미팅에서 ‘동학의 후예’ 전북도민을 매우 존경한다고 추켜세웠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내란의 고장으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 돼버렸다. 아무리 이기는 것이 선거의 목적이라지만, 상대방의 진의를 왜곡하고 2만여 공무원의 인격을 말살하면서까지 권력을 거머쥐려고 하는 것은 금도를 넘어서는 일이다. 지금 전북은 현대차 9조원 투자, 현대로템 3천억 투자로 모처럼의 호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마음 한뜻으로 미래를 향해 달려가도 모자랄 판에, 오직 이기겠다는 욕심 하나로 거짓 프레임을 씌워 지역을 구렁텅이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선거는 짧지만 전북이 갈 길은 멀다. 지금이라도 선의의 정책 경쟁으로 전북의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도민들이 가장 간절히 바라는 점이다. 김연근 전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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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08 14:29

[사설] 왜 지사경선판을 내란프레임으로 흔들어대는가

기가 막힐 일이다. 지역살림을 책임질 전북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정책과 비전, 도민의 삶의 질은 오간데 없고 오직 갈등과 분열, 혐오와 적개심만 번뜩이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극한대결을 벌이는 전국단위 대통령선거라면 몰라도 전북도지사 선거, 그것도 이념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민주당원들끼리의 경선과정에서 급기야 내란동조세력이라는 극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12.3계엄이 발생한지 무려 1년도 훨씬 지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적폐논란은 그 의도와 배경이 어디에 있든 금도를 넘어섰음에 틀림이 없다. 후보들간 유불리나 승패는 별개로 하고 제아무리 막가는 정치판 이라고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금도가 있을진대 그 선을 넘은게 분명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승자와 패자가 갈리겠으나 그 앙금은 두고두고 남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결국 최근 진행되는 민주당 도지사 경선 과정을 보면 왜 전북이 낙후됐고, 분열을 거듭하면서 쇠퇴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타 시도와 달리 유독 전북 선거에서만 내란 논쟁이 화두가 되는 것을 보면 전북 정치의 후진성과 이념적 편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급기야 시민사회단체나 노조 등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후보들끼리 싸우더라도 이건 아니라는 거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5일 성명에서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내란 프레임 정치공세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 ‘내란 방조·동조’ 등의 표현은 도민사회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심각한 언어 남용”이라며 "전북의 선거에서 네거티브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분열과 혐오가 아닌 품격과 책임의 언어로 선거가 치러져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전북도공무원노조 또한 5일 성명서를 통해 “내란의 밤에 동조가 있었는지는 일선 현장을 지켰던 우리 공무원들이 잘 안다”며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왜 소모적인 정치적 공방을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반헌법적, 반국가적 의미를 가진 표현을 정치 공세로 쓰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도민들은 이제 흑색선전, 선동이나 네거티브 정치에 식상해 있다. 지금이라도 지역 살리기, 민생 안정과 같은 실질적 대안을 제시해서 마음을 얻어라. 정치권의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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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3.05 18:48

[사설] 전북 보훈의료 공백,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예우하는 일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그중에서도 의료복지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의 삶의 질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런데 전북지역은 여전히 보훈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북권 보훈병원 설립의 필요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지자체에서 수차례 의지를 밝히기도 했지만 수년째 진전이 없다. 이 때문에 지역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은 광주나 대전 등 타 지역 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다니고 있다. 고령의 유공자들이 장거리 이동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의료 접근권의 제약으로 이어진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국가가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의료서비스가 지역에 따라 차별받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보훈병원 이용이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는 국가유공자들의 진료 공백을 줄이자는 취지로 ‘준보훈병원’ 제도를 도입해 오는 8월부터 운영하기로 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보훈병원이 없는 지역의 국립대병원이나 지방의료원을 지정해 보훈진료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전북은 또 빠졌다. 국가보훈부가 우선 강원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를 시범사업 대상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추후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보훈의료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북권 보훈병원 설립 계획은 제자리걸음이다. 부지 선정과 예산 문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의 등 여러 이유가 거론되지만, 결국은 정책적 의지의 문제다.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인 결정을 미루는 사이 국가유공자들의 삶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상당수 유공자들이 이미 고령에 접어든 상황에서 보훈의료 인프라 구축을 더 미루는 것은 사실상 예우를 뒤로 미루는 일과 다르지 않다. 보훈은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으로 완성된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더 이상 논의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 국가보훈부는 ‘보훈의료·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국정과제로 정했다. 전북권 보훈병원 건립은 단순한 지역 숙원사업이 아니라 국가유공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국가의 책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조속히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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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3.05 18:45

[오목대] 네거티브 선거와 피해 회복 비용

점입가경(漸入佳境). ‘갈수록 점점 재미 있어진다’는 긍정적 의미와 ‘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이라는 부정적 비유를 함께 담고 있는 말이다. 긍정적 의미의 표현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 스포츠 경기 등에서 주로 등장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감이나 긴장감이 고조될 때 사용된다. 반대로 부정적 비유는 정치나 사회 이슈에 등장한다. 선거나 사회 스캔들의 논란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치달을 때 풍자적으로 쓰인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등장한 ‘내란 방조’, ‘내란 동조’ 논란은 막장 선거의 점입가경이다. 오죽했으면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5일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내란 프레임’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성명까지 냈을까 싶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전북 도민은 편가르기가 아닌 책임 있는 정책 경쟁을 원한다. 정책과 실력, 비전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공정한 경선 관리 책임을 다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선거는 ‘축제와 전쟁’의 극단으로 표현된다. 중앙선관위는 선거를 시민이 즐겁게 참여하는 놀이·문화·이벤트처럼 만들면 민주주의가 건강해지는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선거는 축제다”는 공식 슬로건을 사용한다. 이에 반해 언론은 선거를 전략·전술이 총동원되는 전투에 비유해 “선거는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선거 보도에서 ‘격전지’, ‘총력전', ‘혈투’ 같은 단어를 사용해 비판받는다. 선거가 축제가 아닌 전쟁이 되면 분열과 갈등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주민들의 이익을 대표할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국가 간 싸움을 의미하는 전쟁으로 변하면 그 과정에서 유권자의 존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유권자는 선거에 나선 후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하는데 정작 후보는 자기의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나쁜 이야기를 먼저 한다. 상대방은 너무 잘 알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잘 모르는 정치인이다. “네거티브와 마타도어(흑색선전)는 비겁하고 야비한 구태정치입니다. 남이 잘못 돼 반사적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제가 더 잘해 시민의 인정을 받겠습니다. 경쟁자의 약점을 들추기 보다 보듬어 안아 함께 화합하는 통 큰 선거를 하겠습니다. 오직 정책과 비전, 실천적 고민으로 선거를 채우겠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국회의원(울산 남구갑)은 지난달 울산시장 선거 출마선언에서 ‘네거티브 선거’ 대신 ‘포지티브 선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의원은 “내용은 없고 조직만 만들어 선거에 나서는 구태정치 대신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선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분열과 혐오의 언어로 치러지는 네거티브 선거는 승패를 떠나 갈라진 민심을 치유하는데 필요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청구한다. “경쟁자의 약점을 들추기보다 울산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김 의원 같은 정치인이 더 많이 등장해 대한민국의 선거문화가 혁신됐으면 좋겠다.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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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6.03.05 18:44

[청춘예찬] 대치동이 아니어도 괜찮은 전북을 바란다

얼마 전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친구에게서 묘한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 전만 해도 자녀들을 학업 스트레스 없이 키우겠다던 대학원 동기들이, 막상 자녀가 학교 갈 때가 되자 약속이나 한 듯 수도권 학군지 입성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친구는 전북이 좋다면서 전북에서 자녀를 키우겠다고 했지만, 내년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본인도 장담하지 못했다. 아이의 미래가 걸린 문제 앞에서 소신은 쉽게 흔들린다. 학군지는 도대체 어떤 힘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학군지의 힘은 유명 학원의 밀집에만 있지는 않아 보인다. 입시 관련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재생산되는 거점이라는 데 본질이 있다. 또한 그 안에서 형성되는 면학 분위기와 학업 습관, 비슷한 목표를 가진 또래 사이의 인적 네트워크는 쉽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유무형의 자산이다. 아무리 역량 있고 뛰어난 학업 성취 경험이 있는 부모라 하더라도, 주요 학군지의 촘촘한 교육 인프라를 상대하기란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인재전형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같은 실력을 갖추고도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면 공정한 경쟁이라고 할 수 없다. 지역의 인재가 전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꿈의 크기를 제한받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균형추가 필요하다. 다만 입학의 문턱을 낮추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지역 안에서 정보와 지혜가 선순환하는 교육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먼저,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인적 자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북에는 은퇴 후 정착한 다양한 직종의 시니어들이 적지 않다.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학습 습관을 잡아주고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 줄 수 있는 멘토들이다. 이들의 경륜을 지역 교육 현장으로 끌어들인다면, 학군지의 속성 교육이 결코 줄 수 없는 깊이 있는 배움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입시 기술을 단기간에 주입하는 학군지의 방식과는 결이 다른,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교육이 가능해진다. 동시에 빠르게 변하는 입시정보를 지역에서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야 한다. 학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매일 마주하는 일선 교원들이 입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수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여기에 수도권 입시 전문가 초청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학부모들이 굳이 대치동으로 향하지 않아도 입시 제도의 변화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각 학교가 졸업생 네트워크를 체계화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선배들의 멘토링은 대개 명문대 합격생이라는 상징성에 치우친 일회성 강연에 그친다. 학생 개개인의 꿈과 목표 대학이 다름에도 천편일률적인 성공담만 들려주는 식이다. 이제는 학생이 목표로 하는 진로를 선택한 다양한 선배들이 전북에서 어떤 정보와 자원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가감 없이 나누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교육은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는 열쇠이자 지역 사회의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다. 우리가 구축해야 할 교육 생태계는 환경의 격차가 개인의 가능성을 가리거나 억누르지 못하게 하는 든든한 보루가 되어야 한다. 지역인재전형이라는 제도적 토대 위에, 시니어들의 지혜와 전문가의 정보, 선후배 간 유대가 결합한 연대가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이른바 ‘대치동’이 아니어도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우며 머무는 전북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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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05 18:44

[금요칼럼] 국가 균형발전은 교육으로부터

국가 균형발전은 단순한 지역 지원 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성장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국가 전략이다. 수도권 집중의 효율을 넘어 각 지역의 산업·환경·지리적 특성을 연결해 국가 전체의 회복력을 높여야 하는 시대다. 이러한 전환의 중심에는 언제나 ‘교육’이 놓여 있다. 근대사를 돌아보면 교육은 국가 흥망을 좌우해 왔다. 독일은 체계적 직업교육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했고, 일본은 근대적 공교육 제도를 정비하며 국가 체질을 바꾸었다. 우리 역시 해방 이후 문해 교육과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통해 산업화를 이뤄냈다. 공자가 말한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기쁨”은 개인의 수양을 넘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플라톤이 지적했듯, 국가의 방향은 교육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오늘날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인재 양성, 첨단산업 육성, 지역혁신 중심 대학체계 강화 정책 역시 이러한 맥락에 있다. 그러나 산업단지와 연구 인프라 확충만으로는 균형발전이 완성되지 않는다. 모든 지역 전략 사업에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구조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시설을 세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발전시킬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다. AI와 자동화 기술은 제조·조선·건설·물류 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단순 기능 중심 교육은 한계에 직면했다. 데이터 이해력, 현장 문제 해결 능력, 안전 관리 역량을 갖춘 실무형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처럼 기업과 교육기관이 함께 과정 설계에 참여하고, 현장 실습을 병행하는 체계는 참고할 만하다. 성인 재교육과 전환 교육을 제도화해 산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오랜 기간 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한 인적 자산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직업 군인은 인력 운용상 비교적 이른 나이에 전역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위기관리와 조직 운영 경험을 갖춘 인력으로 평가된다. 이는 특정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인적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순환·재배치할 것인가의 과제다. 지역 안전, 재난 대응, 산업 안전 교육 등 분야에서 일정 역할을 모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각 분야의 경험을 재교육과 연계해 지역사회에 환류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한편 균형발전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윤리와 신뢰를 쌓는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 국가사업이 특정 집단이나 지역 카르텔의 이해관계에 좌우된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정책의 정당성은 크게 약화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 기획·선정·평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충돌 방지와 공공윤리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공공 리더십·윤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예산 집행자와 참여 기관이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는 구조도 필요하다. 핀란드가 공교육을 통해 시민 신뢰 문화를 축적해 온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제도적 장치와 함께 시민의 정책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이 병행될 때 사회적 신뢰는 강화된다. 균형발전은 단순한 예산 배분이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 설계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 대상 예산 이해 교육과 정책 참여 프로그램 확대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는 반복하는 것을 통해 우리가 된다”고 했다. 균형발전 역시 반복 학습과 점검을 통해 완성된다. 자격증 취득에서 끝나는 형식적 교육이 아니라, 실습과 단계별 숙련 인증, 윤리 교육을 포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결국 균형발전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산업 정책, 안전 정책, 행정 정책 속에 교육과 신뢰 구축 시스템을 내재화할 때 대한민국은 지속 가능한 성장축을 확보할 수 있다. 교육이 곧 균형발전의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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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05 18:44

[금요수필] 지렁이도 치매인가?

나이 들어 피하고 싶은 병이 치매가 아닐까? 지난 세월의 생사고락을 까맣게 잊고 자식도 몰라보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존경을 받아야 할 인생 끝자락에서 의미 없는 황혼은 측은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요즘 맨발 걷기를 하면 심폐기능을 높여주고 혈액순환도 도움이 되어 치매 예방에도 좋다기에 인근 학교 운동장을 갔다. 거친 모래 때문에 발바닥이 따끔거려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걷는데 젓가락만 한 지렁이도 힘겹게 꿈틀대며 몸을 움직인다. 몸통에 달라붙은 모래는 아교 풀로 붙인 듯 떨어지지 않는다. 살갗으로 호흡하는 지렁이는 피부가 건조해 숨이 가빠 괴로운 듯하다. ‘분명 길을 잘못 들었다’는 안쓰러운 마음에 손에 든 부채로 조심스럽게 떠서 풀밭으로 옮겨줬다.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지렁이를 보았다. 기어 나온 흔적을 보니 고작 두 뼘도 안 되었다. 그 역시 많은 모래 위를 기고 있다. 나는 순간 ‘지렁이도 이제 살 만큼 산 것인가?’ 하다 문득 ‘지렁이도 혹시 치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살피는 순간, 작은 개미들이 그 옆을 바쁘게 오가고 있어 위험해 보였다. 요즘처럼 흔한 요양원 하나 없던 옛날, 우리 마을에 치매를 앓는 할머니가 있었다. 다리가 약해 걸을 수 없는데도 자꾸만 길로 나오셨다. 젊은 시절 그 고운 모습은 어디로 가고 비녀도 없이 헝클어진 머릿결과 노쇠한 육신을 바라보니 무척 애처롭다. 힘이 없어 걷지도 못해 길바닥을 엉덩이로 밀며 자꾸만 집 밖으로 나오니 며느리가 기저귀를 채워줬고, 엉덩이 부분에 옷감을 덧대어 두툼하게 해줬다. 자동차 길이라 위험하기도 했다. 이웃 사람들이 반워 “식사하셨어요?”라고 인사하면 “응, 장에 간다고? 하며 엉뚱한 말로 답변했다. 아들 며느리가 논밭으로 일하러 나가면 집에 혼자 있는 것이 갑갑한 모양이다. 평범한 일상을 잊어버려 참 안타까웠다. 젊은 시절엔 부지런하고 깔끔하기로 소문난 여인이었다. 설날 세배하러 가면 정성 들인 음식들을 내놓았고 웃음 섞인 덕담도 잘해주셨다. 시부모님 모시고 자식들도 잘 키웠다. 동기간 도우애가 좋아 화목했다. 그런데 그는 지금 그 기억들이 완전히 사라졌다. 동네 사람들도 아예 ‘치매 환자’로 인정했다. 그는 이제 함께 이야기 나눌 사람조차 없고 혼자 본능적 행동으로 몸을 유지할 뿐이었다. 노인성 치매는 뇌의 활력이 떨어져 인지능력(認知能力)과 기억력(記憶力)이 사라진 병이다. 출생아보다 노인 인구가 더 많아지는 요즘 우리 사회의 시급한 선결 과제다. 더욱이 의료 혜택이 적은 농촌에선 매우 심각한 문제다. 누구나 살아온 삶은 위대하다. 숭고한 삶의 끝자락에 이웃과 가족들로부터 존경받아야 할 텐데 모든 인격이 무너지고 빈껍데기처럼 취급받는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건강한 생활을 위해 주기적 건강체크와 치매 검사는 필수적이다. 원인을 조기 발견하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지름길이다. Δ신팔복 수필가는 중등교사로 퇴직하여 대한문학으로 등단했다. 전북문협 회원, 진안문협 회장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수필집 <마이산메아리> <내 생활의 좌표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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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05 18:43

[세무 상담] 로또 당첨금, 세금 떼면 얼마일까?

누구나 한 번쯤 ‘복권 1등에 당첨된다면?’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 TV 앞에 모여 앉아 번호를 맞추는 설렘은 고단한 일상을 버티게 하는 작은 활력소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막상 당첨이 되었을 때 내 손에 실제로 들어오는 돈이 얼마인지, 그리고 우리가 낸 복권 구매 금액이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아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로또에 담긴 세금과 공익적 가치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가장 궁금해하실 세금 이야기입니다. 우리 세법은 복권 당첨금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합니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200만원 이하의 당첨금은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5등(5천원), 4등(5만 원)은 물론이고 3등 당첨자도 세금 없이 당첨금 전액을 수령합니다. 하지만 금액이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3억 원 이하까지는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쳐 22%를 세금으로 떼고, 3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33%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1등 당첨금이 20억 원이라면, 3억 원까지는 22%, 나머지 17억 원에 대해서는 33%를 세금으로 공제한 뒤 나머지를 받게 되는 식입니다. 이 세금은 다시 국가 재정으로 환원되어 우리 이웃을 위해 쓰입니다. 우리가 로또 한 게임을 사기 위해 지불하는 1000원은 단순히 종이 한 장의 가격이 아닙니다. 이 금액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약 500원은 당첨금으로 쌓이고, 약 90원은 판매점 수수료와 운영비로 쓰입니다. 그리고 약410원(41%)은 ‘복권기금’이라는 이름으로 국가 재정에 적립됩니다. 국가가 복권을 발행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조세 저항 없이 공익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복권은 소리 없는 기부라는 말도 여기서 나옵니다. 이렇게 모인 기금은 법에 따라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사업에 최우선으로 사용됩니다. 복권은 과도하게 몰입하면 독이 되지만, 소액으로 즐긴다면 일상의 작은 활력소가 됩니다. 내가 산 복권 한 장이 비록 당첨의 행운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그 금액의 절반 가까이는 누군가의 집이 되고, 누군가의 따뜻한 한 끼 식사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조정권세무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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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0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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