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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당장 결혼이 어려우면 연애나 동거부터 해보자

프랑스에는 결혼(mariage) 외에도 ‘동거(cohabitation, 꼬아비따숑)’와 ‘시민연대계약(PACS)’이라는 두 제도가 있다. 결혼 전에도 법적 보호는 다소 약하지만 동거를 통해 관계를 경험할 수 있고, PACS를 체결하면 결혼과 거의 다름없는 혜택을 받는다. 젊은 세대가 결혼 대신 동거나 PACS를 거치는 것은, 완전한 결합이 아닌 단계적 관계를 통해 사귐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려는 시도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 논의를 보며 이 프랑스식 접근이 떠오른다. 통합이란 ‘결혼’일 테고, 연합은 ‘동거’나 ‘PACS’에 가깝다. 전주·완주 통합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안호영 의원이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며 불씨는 살아났지만, 완주군의회와 다수의 주민들은 여전히 “배신”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의 찬반이 엇갈리며 논의는 다시 가열되고 있다. 통합이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의 법적, 재정적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처럼 주민 반발이 큰 상황에서는 통합 추진만 밀어부치기보다는 공론화와 인센티브 확대를 먼저 하는 노력이 우선일 수도 있다. ‘전남·광주 통합특례법’에서처럼 과도한 요구가 특례쟁탈전으로 비화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자치권 범위를 넘어서는 초헌법적 요구는 허용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도시공학전공인 전북 출신의 서울시립대 정석(鄭石) 교수는 “통합이 어렵다면 연합부터 해보라”고 제안한다. 전주와 완주는 생활, 경제권이 이미 깊이 겹쳐 있다. 꼭 행정구역을 합치지 않더라도 교통과 문화,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가용보다 더 빠른 BRT(간선급행버스체계) 확충, 지간선 버스 노선 개편 통합, 전주시 체육·문화예술시설과 의료시설의 완주 주민 개방, 택시사업구역 통합 등이다. 이런 실질적 연합 경험은 주민들에게 통합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98년 여수·여천시·여천군(3여)의 통합은 주민들의 자발적 발의와 충분한 논의 끝에 성공했지만, 대구·경북과 목포·무안의 통합은 충분한 설득이 부족해 실패로 기록됐다. 전주·완주 통합이 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통합이 ‘수술’이라면 연합은 ‘시술’이다. 수술이 위험할 때는 시술부터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역을 살리는 길은 행정구역을 억지로 지우는 데에만 있지 않다. 교통, 경제, 복지, 문화, 정책의 연결을 통해 자연스레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이는 데에서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충북 증평, 진천, 괴산,음성의 ‘중부 4군’과 전남 강진,해남, 영암의 ‘강해영’은 연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전주와 완주. 지금은 연합이라는 우회로가 통합으로 가는 현실적 길일지도 모른다. 당장 결혼이 어렵다면 연애부터, 동거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게 있다. “완주 쪽이 통합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완주는 작년 말로 인구가 10만명을 넘기면서 정읍을 제치고 인구 4위가 됐고 지금도 전북 14개 시군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의회 의원수는 정읍이 17명, 완주는 11명이다. 불만에 이유가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지만 그 전에 전북도에서부터 완주에 어떤 유인책과 장려혜택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전주, 완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관계자들이 애면글면 애쓰고 있는 만큼 결국에는 잘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좀 미워보이더라도 완주를 잘 안고 가야 한다. 김기만 정론실천연대 대표·전 청와대 춘추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6.02.11 18:26

[기고] 완주‧전주 통합으로 전북의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자

지난 2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안호영 의원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그리고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이 완주‧전주 통합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북특별자치도에 살면서 오랜만에 도내 정치인들의 통 큰 결단과 도민을 위한 발걸음이 어디를 향해야 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 사례를 본 것 같아 도민의 한 사람으로 뿌듯했다. 안호영 의원은 정세균 전 총리의 지역구인 완주‧무주‧진안이라는 변방에서 3선을 연임하며 30년간 이루지 못한 완주‧전주 통합 논의로 곤혹을 치른 게 사실이다. 전주시민 80% 넘는 수가 통합에 찬성하지만 완주군민 65%가 통합에 반대하는 상황이었으니 10만 지역구를 가진 안 의원은 군민들의 의견과 중론을 거스를 수 없었음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정부 주도의 행정개편안이 발표되고 ‘5극 3특’이라는 광역권에 대한 정부의 특별지원책이 나오면서 안 의원의 고민은 깊어졌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라는 명칭과 행정개편안을 제안하고 발의했던 당사자로 완주‧전주 통합에 대한 물꼬를 트지 않을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완주 ‧전주 통합의 길이 완주 군민들의 미래와 전북특별자치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꼭 이루어야 할 과제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완주‧전주 통합의 키는 완주군의회의 결의와 통합에 상응하는 이재명 정부의 지원 대책, 즉 어떤 선물 보따리를 지역으로 내려주느냐의 내용으로 귀결 되어질 것이라고 여겨진다. 완주‧전주 통합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완주에서 오랜 기간 정치를 한 분들의 소외감과 박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점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그러나 정동영 장관의 말대로 우리는 지금 발아래를 보아서는 완주‧전주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가 없고 미래 세대와 후손들을 위해 저 멀리 산 너머를 보고 달려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완주‧전주 통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과거에 발목이 잡혀 미래로는 한 발도 나서지 못 할 것이다. 나는 평범한 도민의 한사람으로 완주군민과 완주군의회에 호소 드린다. 언제까지 완주를 전주의 변방이라 생각하고 살 것인지? 스위스는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시계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어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고 환경관련 세계기구를 유치하여 수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완주도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지금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보라! 20년 전만 하더라도 아시아에서 꿈틀거리는 잠룡에 불과했으나 2026년 지금 대한민국은 미래산업을 주도할 아이템으로 세계 10대 강국으로 발돋음했고 코스피 5000 시대를 넘어 7000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완주도 전주와 통합하여 피지컬AI 센터 유치와 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으로 세계에서 만민들이 찾아오고 본받을 도시로 만들어 전북지역의 미래 세대에게자랑스런 유산을 물려 주어야 한다. 완주군민과 완주군의회의 선택으로 전북특별자치도의 발전과 천년 먹거리가 결정되는 순간이 다가왔다. 현명한 선택과 결단을 도민들은 기대할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2.11 18:25

[사설] 민주당, 전북이 텃밭이라 만만한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의 과정에서 ‘6·3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공천권’을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거론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분명한 경위를 밝혀야겠지만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기가 찰 일이다. 전북을 얼마나 만만하게 봤으면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는가. 전북은 국민의힘 정부에서 무시당하고 도민들이 표를 몰아준 민주당에서도 팽(烹) 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머니 속 공깃돌’이라는 말이 딱 맞을듯하다. 전북 정치권은 이번 사태의 전말을 도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발단은 정청래 대표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통합문제를 제기한 이후, 민주당 사무처가 자체 작성한 대외비 문건에서 비롯되었다. 민주당의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 검토(안)’ 문건에는 합당 추진 일정과 합당 시 경선 및 공천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특히 여기에는 ‘전북도지사 공천권을 (조국혁신당에) 제공하려 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부 최고위원들은 ‘밀실 합의’라며 합당 논의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내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발끈하고 나섰다. 6·3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로 나선 안호영 의원과 김관영 지사는 ‘도민에 대한 모독’, ‘전북도민의 자존심 훼손’이라며 한목소리로 불쾌감을 표했다. 참여자치시민연대도 “밀약 의혹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문건 작성 경위와 책임 주체, 지역 권력 배분 논의 여부를 밝히고 합당 논의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어떠한 공직도 합당의 조건이나 거래 대상으로 논의한 사실이 없다”며 “전북도지사 공천 거래설은 허위”라고 못 박았다. 전북을 포함한 호남은 흔히 민주당의 텃밭이라 불린다. ‘민주당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민주당 중앙당은 걸핏하면 전북정치를 주체가 아닌 ‘거래 대상’이나 ‘들러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도 전북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전주을 지역구를 전략경선으로 확정했다. 부득이한 측면이 없지 않았겠으나 전북쯤은 마음대로 주물러도 된다는 오만이 깃들어 있다. 도내 정치권은 이를 일시적 해프닝으로 생각해선 안되며 중앙당에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짝사랑에도 임계점이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2.10 19:50

[사설] 민주당, 송곳 검증으로 흠결 후보 걸러내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이 예비후보자 자격심사에 들어갔다. 후보 공천을 위한 절차로 법적·도덕적 결격 여부, 당원 활동을 통한 정체성·기여도, 정책 수행능력 등을 엄정하게 심사해 도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후보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의 책임이 막중하다. 어느 때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송곳 검증이 요구된다. 전북지역은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인 선거구도가 고착돼 있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는 날은 6월 3일 선거일이 아니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과 무소속 후보가 강세인 몇몇 선거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주당 경선에서 갈린다. 전북에서 민주당의 후보 검증·공천의 무게는 그 어느 지역보다 무겁다. 후보 검증과 공천 과정을 단순한 당내 절차로 여겨서는 안 된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의 보증수표로 인식되는 만큼, 검증의 기준은 더욱 높고 엄격해야만 한다. 후보 검증과 공천이 부실하게 이뤄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과 도민에게 돌아간다. 특히 현직 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이들에 대한 자격 심사가 관행과 인지도·조직력·당선 가능성에 기대어 진행된다면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현직 단체장이나 현역 정치인에 대한 검증이 느슨해질 경우, 공천은 경쟁의 장이 아니라 특정 후보에 대한 면죄부로 전락하게 된다. 최근 민주당 전남도당이 예비후보 자격심사를 통해 현직 군수 3명을 정밀심사 대상으로 결정해 1차 검증에서 탈락시켰다. 전남도당이 현직 여부와 인지도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적용한 이 사례는, 전북도당 역시 엄격한 기준에 따른 송곳 검증에 나서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당선 가능성’이 아닌 ‘후보자의 자격’을 중심에 둔 검증이어야 한다. 법적·도덕적 흠결이 조금이라도 있는 후보는 당선 가능성과 상관없이 과감하게 걸러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민주당에 대한 도민의 절대적인 신뢰에 답하는 길이다. 민주당 전북도당의 후보자 검증은 당내 절차를 넘어 지역 유권자에 대한 책임이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흠결 있는 후보, 도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를 과감하게 걸러내는 게 전북도민의 신뢰를 지키고, 정당의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2.10 19:50

[오목대] 출판기념회의 정치적 함수

출판기념회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행사는 대부분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 집중된다. 지난 주말에도 지역 곳곳에서 출판기념회가 이어졌다. 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출마예정자들이 출마를 공표하는 일종의 출정식과도 같다. 선거판의 출판기념회는 이제 선거의 시간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신호처럼 읽힌다. 문득 궁금해진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언제부터 필수적인 의례가 되었을까. 사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오래된 관행처럼 보이지만 그리 오래된 문화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선거판의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 규제가 강화된 1990년대 후반 무렵 등장한 비교적 새로운 정치 풍경이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의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아니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얻은 수익을 공개할 의무도, 모금 상한도 없다. 그렇다 보니 책값보다 훨씬 많은 축하금이 오가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특히 2004년 정치자금법이 대폭 개정되면서 정치후원금 통로는 좁아지고 합법적 모금 방식이 제한되었으니 정치자금을 위한 합법적 수단으로서의 출판기념회는 꽤 쓸모있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출판기념회가 정치적 의례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또 있다. 선거판의 출판기념회는 후보를 알리고 조직을 점검하며 지지세를 과시하는 정치적 의식처럼 기능한다. 책은 읽히기보다 배포되고, 출판은 기념되기보다 동원을 위한 장치로 작동한다.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조직을 결집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출판기념회가 책 내용보다 행사 규모와 참석자에 주목하며 정치적 세를 과시하는 이벤트의 장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0년대 이후 정치자금 규제는 더 강화되고 후원금은 투명해졌다. 그러나 출판기념회는 여전히 선거판의 공식 의례로 남아 있다. 제도가 바뀌었으나 정치적 방식과 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판기념회가 선거 준비의 통과의례처럼 반복되는 풍경은 정치가 얼마나 관성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선거를 준비하는 방식이 곧 정치의 수준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행은 더욱 뿌리 깊다. 책이 정치의 도구가 되고, 읽히는 것이 아니라 배포되며 기념의 의미를 담지 못한 채 소비되는 출판기념회의 풍경은 우리 정치문화의 한 단면이다. 책이 정치의 결과물이 아니라 정치의 출발 신호가 되는 문화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선거의 형식뿐 아니라 정치의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책이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소비되는 한, 정치문화의 성숙을 말하기는 어렵다. 정치의 성숙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일보다 오래된 의례를 내려놓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행사와 동원의 형식이 아니라 설득과 책임의 정치가 함께하는 출판기념회의 풍경을 만나고 싶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2.10 19:49

[이경재 세상보기] 완주전주 통합 의회의결, ‘역사적 결단’ 평가될 것

줄탁동기(啐啄同機) 알에서 깨어 나오기 위해서는 알 속의 새끼와 밖에 있는 어미가 함께 알껍데기를 쪼아야 한다는 고사 명언이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안팎의 타이밍이 맞아야 하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철리(哲理)를 표현하고 있다. 균형발전의 ‘5극 3특’ 국토정책이 화두다. 광주·전남, 대전·충남은 줄탁동기의 본보기다. 대구‧경북, 부‧울‧경도 시동을 걸었다. 재정 인센티브, 공공기관 이전 우대 등 파격적인 지원정책의 타이밍에 맞춰 통합선언과 의회의결, 특별법 제정 등으로 호응하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네 번째 시도되는 완주·전주 행정통합은 어떤가. ‘정동영 감독 안호영 주연’의 통합 찬성 방향선회는 완주군의회의 반발에 부딪쳐 있다. 안호영 의원이 통합 찬성 입장을 밝힌 다음날 반대 단체는 안호영 규탄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지역 수용성이 뒷받침되지 않아 일을 그르친 사례는 여럿이다. 김제공항은 기본설계까지 추진됐음에도 일부 정치권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부안 방폐장은 기형아, 환경오염에 부딪쳐 역사 유적도시 경주로 갔다. 가짜뉴스였다. 새만금특별자치단체는 띄워보지도 못한 채 침잠해 있다. 자치단체들끼리 관할권을 놓고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벌였다.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줘도 못 얻어먹는 우리 내부의 역량이 문제다. 그 결과 전북인구는 170만명대로 쪼그라들었고 청년들은 한해 8000여명씩 수도권으로 빠져 나간다. 경남 내륙철도사업(사업비 7조원)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새만금공항과 함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 받은 사업이다. 이 사업이 지난 6일 거제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반면 새만금공항은 기본계획 철회라는 법원의 명령을 받았으니 현실적, 심리적 간극이 너무 크다. 광주‧전남통합특별시는 전북에 메가톤급 위협 대상이다. 387개 조의 특별법(안)에는 행정·재정·산업특례 외에도 ‘통합 특별시에 2배 이상 공공기관 배정’ ‘신설‧추가 이전의 경우 특별시장이 요구하는 공공기관 우선 배치’ 등의 공공기관 이전 특례도 담겨 있다. 이 법안이 실행된다면 공공기관 이전은 초광역 통합시에 집중되고 전북의 선택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광주·전남, 대전·충남에 끼여 고립무원의 외톨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해법은 성장 거점도시, 중추도시를 만들어 경쟁력과 성장축을 추동시키는 일이다. 완주·전주 통합, 새만금특별자치단체 구성 등이 그런 예다. 완주·전주 통합의 열쇠는 완주군의회가 쥐고 있다. 광주‧전남처럼 의회 의결 뒤 특별법에 특례 조항을 담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지원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건 유감이지만 통합을 의결하면 대책을 제시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국회는 2월중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어서 시간이 많지 않다. 균형발전과 행정통합은 국정과제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원팀, 원 보이스로 이재명 정부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럴진대 민주당원인 완주군수나 군의원이 국정과제와 대통령의 철학, 당 대표의 방침에 동의하지 않고 엇갈린 행보를 보인다면 지역의 미래는 어찌 되겠는가. 안호영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따라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완주군의회가 통합을 의결한다면 더 의미 있는 역사적 결단이 될 것이다. 전북정치 전성기인 지금이야말로 줄탁동기의 철리를 실행해야 할 때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기회가 왔을 때 매의 몸놀림으로 낚아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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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0 19:49

[새벽메아리] 지역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외국인 노동자 쉼터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외국인 근로자 인권침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 다시 묻게 한다. 폭언과 폭행, 열악한 숙소와 노동환경 속에서 장기간 방치되었다는 사실은 특정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관리의 공백이 만든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농축산업과 제조업 등 인력 부족이 심한 산업 현장을 지탱하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지역 기반 보호 체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주노동자는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 고립된 생활환경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건 발생 이후의 대응을 넘어 예방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첫째, 정기적인 사업장 점검과 숙소 환경 실태조사를 통해 노동환경을 상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 이주노동자 전담 상담창구와 통역 지원 체계를 확대하여 피해 발생 시 즉각적인 보호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지역 내 임시 숙소 제공 체계 구축 및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휴식하고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넷째, 고용주 대상 인권교육과 노동관계법 교육을 의무화하여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이나 임금 체납, 근로환경 갈등, 인권 침해 상황 등을 겪을 경우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거주 공간의 부재다. 숙소를 제공하던 사업장을 떠나게 되면 단기간 머물 공간을 구하기 어렵고, 언어와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주거 문제는 곧 생계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정적인 임시거주 공간의 확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노동자의 안전과 인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라 할 수 있다. <전북전주외국인노동자 쉼터> 운영 경험을 통해 보면,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지원보다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창구였으며, 작은 상담과 휴식 지원만으로도 그들의 불안은 크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지역 기반 보호망은 위기 상황을 예방하는 중요한 안전장치가 된다. 특히 설 명절과 같은 시기에는 쉼터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고향에 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함께 서로의 음식과 문화를 이야기하며 명절을 보내는 모습은 지역사회가 지향해야 할 공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와 경험은 노동자들에게 위로와 안정감을 주고, 지역사회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 쉼터와 임시 거주 지원을 민간의 노력에만 맡겨 둘 단계는 지났다. 외국인 노동자 긴급 거주 지원을 지역 복지 정책의 한 영역으로 포함하고, 지자체가 안정적인 운영 예산과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쉼터는 위기 대응을 위한 임시 공간을 넘어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지역사회 안정에 기여하는 공공적 인프라로 인식되어야 한다. 지자체와 고용 관련 기관, 민간단체가 연계된 지역 기반 외국인 노동자 보호 체계를 구축할 때 보다 지속가능한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2.10 19:49

[기고] 전북 등 3특 지역 파격 지원책 절실하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으면서 새로운 다짐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이 지나고 설 명절을 앞두고 있다. 거리에는 제사용품을 사고, 명절 선물을 주고받는 손길로 분주한 모습이다. 문뜩 이번 명절 때 고향을 찾아 돌아올 가족과 이웃들을 생각하니, 그분들은 과연 우리 지역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 비해 많이 변하고 달라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수도권과 영남권에 비해 뒤처져 있고 인구마저 줄고 있는 고향을 보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는 이런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대한민국 어디나 잘사는 곳을 만들기 위해 ‘5극 3특’이란 국정과제를 채택했다. 전국을 5개 초광역권과 전북을 포함한 강원, 제주 등 3개 특별자치도로 나눠 균형적 발전을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행정 통합을 한 초광역 자치단체에는 4년간 최대 20조 원을 지원하고,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대우와 2차 공공기관 이전 우선 등의 지원책도 제시했다. 근래 들어서 인근 광주·전남에 비해서도 홀대받는다는 인식이 강해진 우리 지역을 생각하면 이런 정부의 국정 기조는 큰 기대를 해볼 만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5극 3특’의 국가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도 현실 속에서는 5극 지역에 지원책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행정 통합을 이룬 초광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재정과 권한을 집중해 수도권과 견줄만한 거대 도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그중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은 매우 빠르게 통합을 위한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 반면 3특 지역에 해당하는 전북은 현실적으로 광역 통합이 어려워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한 발 뒤처져 있는 양상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말한 ‘5극 3특’ 체제의 국가 발전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광역시가 없는 전북과 같은 3특 지역에도 5극 지역과 동등한 형태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전주와 완주 같은 도시 간의 통합의 경우에도 정부의 행정 통합 기조에 부응하는 것으로 보고, 파격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규모는 다르지만, 같은 뜻의 국정과제를 놓고 5특에만 지원이 집중된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사실 전북은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전북의 자존심으로까지 여겨졌던 전주마저 한 해 1만 명씩 인구가 줄고,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과 같은 면에서도 수도권은 물론 다른 지역과도 그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전북을 비롯한 3특 지역 챙기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나 전북은 이 정권을 창출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곳이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의 근간이다. 전주‧완주 통합, 나아가 쇠퇴에서 벗어 나가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전북의 발전을 위해 정부는 파격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책을 내놓아야 하고, 정치권이 이를 이끌어야 한다. 마침, 최근 여당에 우리 지역 출신의 국회의원인 한병도 원내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이 당선돼 큰 힘이 되고 있다. 나와 같은 기초의원부터 도의원,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 등 모두가 힘을 모아, 그 열정을 도민 모두와 하나로 결집해야 할 때다. 올 설 명절에는 고향을 찾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지역 발전의 희망’이란 선물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윤미(효자 2·3·4동) 전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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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0 18:58

대기업 지방투자, 전북도 선제적으로 나서라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들이 앞으로 5년 동안 300조 원을 지방에 투자하기로 했다. 제조업과 첨단산업 분야에서 뒤떨어진 전북으로서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면 한다. 전북자치도는 물론 정치권과 대학, 민간까지 전방위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10대 그룹 총수들과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기업에 청년 고용, 창업 지원, 지방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특히 5극3특 체제와 관련해 “지방에 새로운 발전의 중심축을 만들기로 하고 집중 투자할 것”이라며 “기업 측에서도 보조를 맞춰 주시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주요 10대 그룹은 5년간 약 270조 원, 10개 그룹 외에도 다 합치면 300조 원 정도 지방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0대 대기업은 올해 5만1600명을 신규로 채용하기로 했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6500명 늘어난 규모다. 대기업의 이러한 획기적인 지방투자는 대기업 유치에 목말라 있는 전북으로서는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이 중 10%만 끌어와도 해마다 6조 원씩 5년간 30조 원이 전북에 투자되는 셈이다. 문제는 과연 이들이 전북에 투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준비와 실행력을 갖추고 있느냐 여부다. 이들 대기업의 투자 분야는 반도체 설비 증설, 배터리 생산 및 연구개발(R&D) 역량 확장, AI 전환과 탄소중립 인프라 구축 등 첨단·전략 산업에 집중돼 있다. 또 이들은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공장을 증설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대기업 투자가 취약한 전북으로서는 자칫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다. 전북은 재생에너지 잠재력과 함께 RE100 산업단지 조성, 에너지 기반 AI 신산업, 피지컬 AI 등 에너지 전환형 산업 구조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또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에 부합한 전력과 용수도 충분하다. 이와 함께 전북은 이들 대기업의 눈높이에 맞는 원스톱 인허가 지원과 교육·문화·주거 여건 등도 갖춰야 한다. 이번 대기업의 지방투자는 낙후된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 인구구조까지 바꿀 수 있는 기회다. 과감한 속도전으로 성과를 거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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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9 17:42

통합특례시 자치구 설치, 법령 정비를

완주·전주 통합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통합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완주지역구의 안호영 국회의원이 두 지역의 통합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다. 하지만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완주지역에서는 ‘전주로의 흡수통합’이라는 인식이 여전하고, 농촌지역의 특성상 예산‧행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역내 기득권 세력들의 정치적 상실감도 무시할 수 없다. 시·군 통합은 행정단위 결합을 넘어 군수·군의원직 소멸이라는 정치구조 변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로 인한 지역 정치권의 이해관계 충돌이 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걸림돌을 해소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통합 이후에도 완주의 자치권과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다면 통합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완주·전주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결합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그 완성은 반드시 특례시 지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지역 여론이 모아졌다. 한발 더 나아가 통합특례시의 자치권을 광역자치단체급으로 확대해 ‘자치구 설치 허용’ 방안을 제도화할 필요성이 있다.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 현행 지방자치법 체계에서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를 유지한다. 그래서 통합특례시가 출범하더라도 자치구를 둘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현행 법률체계에서 자치구는 특별시·광역시에 설치되며 구청장과 구의원을 주민이 선출하고, 자체 재정·인사권을 갖는다. 이에 비해 일반구(행정구)는 인구 50만 이상인 시 등에 설치되며, 자치권이 없고 법인격도 갖지 않는 행정기관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통합특례시가 단순히 행정구역만 확대한 도시로 남지 않으려면, 특례시에 자치구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거나 통합특례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완주 지역이 우려하는 흡수통합 논란과 자치권 약화 문제를 해소하려면, 통합과 동시에 자치구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 이는 지역 특혜가 아니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시‧군 통합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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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09 17:42

[문화마주보기]순간이 쌓여 역사가 된다

지금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대한국인 안중근 쓰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형 집행을 앞두고 옥중에서 쓴 안중근 의사의 서예 작품을 통해 그의 일생과 신념을 살펴보는 전시다. 전시의 마지막에 관람객은 안중근의 글씨가 아닌 한국 천주교의 첫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의 도자기 지석을 마주하게 된다. 두 사람은 1791년(신해년) 전주 남문 밖, 지금의 전동성당 터에서 순교했다. 신앙과 순교의 지고함 속에서, 죽음 앞에서도 초연했던 안중근 의사의 신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박물관은 첫 순교자가 나온 땅, 전북 지역의 천주교 역사를 바탕으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오버랩하는 전시로 이 특별전을 기획했다. 역사는 1791년의 순교 사건을 신해박해라 부른다. 도자기 지석은 2021년 완주에 있는 초남이 성지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두 순교자의 지석과 유해가 발굴되는 과정은 놀라웠다. 묘소가 어딘지 위치조차 잃어버린 박해의 역사 속에서, 이름과 태어난 해, 본관, 매장 일시 등을 적은 열여덟 글자의 귀한 기록이 살아남아 유해의 주인이 윤지충과 권상연, 두 순교자임을 증언했다. 다른 지석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도 눈에 띈다. 윤지충의 지석과 권상연의 지석에 각각 적혀 있는 “권공묘재좌(權公墓在左, 권상연 공의 묘가 왼쪽에 있다)”, “윤공묘재우(尹公墓在右, 윤지충 공의 묘가 오른쪽에 있다)”. 이 다섯 글자는 한날 한 시에 함께 순교한 사람이 옆에 묻혀 있음을 알려주는 유일한 기록이다. 두 사람은 내외종간으로 윤지충의 어머니는 권상연의 아버지와 남매간이다. 순교자의 묘소와 유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몰랐던 상황에서, 땅속 깊이 묻힌 유해가 혹여라도 드러나게 되었을 때 가까운 친척인 두 사람이 함께 발견될 수 있도록 안배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 애틋하다. 사실 누군가 비장해 오던 선조의 편지라든가 외국의 작은 박물관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된 우리 옛 서화, 땅속에 묻혀 있거나 심지어 바다 깊이 잠들어 있다가 발굴되는 수백 년 전의 도자기 등 어느 시대든지 역사의 ‘새로운’ 조각이 갑자기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 전주만 하더라도 청동기를 만들던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전북 지역의 중심지라는 지위를 놓은 적이 없는 역사적인 도시다. 그만큼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자료가 불쑥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후백제 도성 유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종광대만 해도 그렇다. 조금씩 드러나는 시대의 흔적들을 모아 역사를 복원하고 맥락을 밝혀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쌓아 올리는 것이 박물관의 역할이기에 새로운 자료의 출현은 늘 절실하다. 어느 시기의 무엇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지만, 지금도 어디선가는 새로운 유적이 드러나고 유물이 발견된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지역의 역사를 증언하는 자료이자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보물이 될 귀한 유산이다. 박물관에서는 두고두고 무한대로 활용할 소장품이며, 현대의 눈높이에 맞는 문화 콘텐츠로 개발하여 후대에 물려줄 미래 자산이기도 하다.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적처럼 살아남은 종광대가 그렇듯이 200년이 넘은 전북의 천주교 역사도 머지않은 어느 날 우리 역사의 한 갈래로 박물관 전시실에 새롭게 자리 잡을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역사가 된다. 박물관 전시도 켜켜이 그 시간을 쌓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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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9 17:42

[오목대] 고착된 독점, 그들만의 리그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거리에 익숙한 이름이 붙고 약속이 쏟아진다. 선택의 시간이다. 이 시간이 과연 지역 유권자의 것인지, 특정 정당의 시간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고착된 전북에서 관심은 후보들의 지역발전 정책과 비전이 아니다. 누가 공천을 받느냐, 그리고 어떤 공천 룰이 적용되느냐에 촉각이 쏠린다. 시‧도지사 및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일정이 시작되면서 선거전의 서막이 올랐다. 사실 승부가 결정되는 날은 6월 3일 선거일이 아니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과 무소속 후보가 강세인 몇몇 선거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주당 경선에서 갈린다. 그런데 사실상의 본선인 민주당 경선에서 대부분의 유권자는 주변에 머문다. 결정은 중앙정치권 소수의 판단에서 이뤄지고, 다수의 유권자는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구도다. 물론 민주당 공천 과정에 일반 주민이 모두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공천 룰에 따라 주민 여론조사 방식이 결정될 경우 권리당원이 아니더라도 후보 선정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폭과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래도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모두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뤄진다. 정치적 긴장과 갈등, 연대와 정책 대결이 모두 그 과정에 집중된다. 그리고 정당 공천이 끝나는 순간 팽팽한 긴장감은 사라진다. 흔들리지 않는 일당 독점 구도에서 후보들은 유권자보다 당 지도부를 먼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발전 공약은 힘을 받지 못한다. 올해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란이 겹치면서 경쟁의 초점이 정책이 아닌 공천으로 더 기울고 있다. 특히 합당 논의 과정에서 전북도지사 공천권이 협상카드로 언급됐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관심은 온통 공천에 쏠린다. 이래도 될까? ‘독점의 저주’라고 했다. 선택이 사라진 자리에서 경쟁은 약해지고, 견제 없는 권력은 결국 스스로를 무디게 만든다. 그리고 이는 결국 지역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전북도민들은 이미 견제 없는 독점권력이 빚어낸 폐해를 여러 차례 목도해 왔다. ‘500억원대 배상’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남원 테마파크 사태도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독점권력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책임은 독점권력에 앞서 유권자에게 있다.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익숙한 선택’을 반복해온 시간이었다. 지금의 선거 구도는 유권자들의 선택이 쌓여 형성된 것이다. ‘선거권을 온전하게 되찾아 변화의 욕구를 표출할 것인가, 익숙한 정치구도에 안주할 것인가.’ 다시 선택의 시간이다.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럴듯한 해명에 앞서 경쟁구도가 생겨날 틈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경쟁이 있어야 지역정치도 건강해진다. 일당 독점 구도의 폐해에 공감한다면 적어도 ‘대안’이 나타날 틈은 열어줘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특정 정당에 맡겨놓은 소중한 선거권을 이제는 되찾아와야 하지 않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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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2.09 17:42

[기고] 산불예방이 진정한 골든타임, 서부지방산림청 압도적 산불방지 추진

최근 동해안과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반복되고 있는 재난성 대형 산불은 봄철 대표적인 사회재난으로 대두됐다. 산불은 나무 몇 그루를 태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삶의 터전을 한 번에 무너뜨리고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산림재난이다. 한 번 산불이 난 숲은 제 모습을 되찾기까지 수십, 수백년이 걸리고, 그 사이 지역 주민들은 일상과 생계를 잃은 채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산불은 산림당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 책임이기도 하다. 서부지방산림청은 기후위기 시대에 맞서 산불 위험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6년 지역 산불방지대책’을 마련했다. 올해 대책은 산불 발생 원인 제거, 산불에 강한 숲 조성, 과학 기반 감시·예측 체계 고도화, 신속한 진화와 피해지 복원 등 예방부터 복구까지 실효성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겨울과 이른 봄까지 건조·강풍 조건이 지속되고, 이례적으로 겨울철 산불 발생이 빈번해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12일 앞당겨 1월 20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계절보다 앞서 대응한다”는 원칙 아래 초기 산불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지역별 산불 취약지 등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순찰과 단속를 강화하고, 산불소화시설 정비 등 산불예방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서부지방산림청 관할 지역은 타지역 보다 산림과 농경지가 인접한 지역이 많아 영농부산물 소각, 논밭두렁 태우기, 입산자 실화 등 인위적 요인에 따른 산불발생 위험성이 매우 취약하다. 이에 따라 산림 인접 마을과 농경지, 주요 등산로와 사찰·문화재 인근을 중심으로 상시 점검과 집중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 소방, 경찰, 군부대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 체계를 유지하여 산불 발생 시 행정 경계를 넘어선 신속한 공동 대응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합동 산불진화 모의훈련을 실시하여 산불현장 통합지휘 체계를 명확히 할 것이다. 아울러 대형산불 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지역 방송, 마을 방송, 문자 서비스 등을 활용해 산불위험지수와 통제 정보를 실시간 제공함으로써 주민들이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행동을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산불재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산불진화 인력과 장비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산림재난대응팀 조직을 신설하고, 현장대응력 제고를 위해 산불, 산사태, 산림병해충을 통합한 산림재난대응단을 조기 선발해 산불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한편, 다목적 산불진화차, 고성능 산불드론차, 회복차량 등 고도화된 신형 장비를 도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산불에는 초기대응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압도적 산불 진화를 수행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산불진화 인력과 장비를 대대적으로 확대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올바른 시민의식이 결여된다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일 것이다. 대부분 산불 원인은 입산자 부주의, 쓰레기 소각, 논·밭두렁 태우기 등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산에 오를 때는 인화물질을 소지하지 않고, 산림 인접 지역에서는 영농부산물이나 쓰레기를 태우지 않으며, 산불 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입산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산불을 예방할 수 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 이웃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며, 진정한 골든타임은 산불을 예방하는 시간일 것이다. 서부지방산림청은 한 해 동안 산불이 주민의 삶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다할 예정이다. 국민 모두가 나와 가족, 우리 마을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일상 속 작은 실천에 동참할 때 우리는 산불 없는 안전한 숲과 건강한 공동체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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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9 17:42

[경제칼럼]‘지역에서 키운 인재’가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대한민국 지방 소멸의 중심에는 인구 감소와 청년층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놓여 있다. 수도권은 교육과 일자리, 문화·복지 등 다양한 기회가 집중되며 인구를 유지·확대하고 있다. 반면, 전북을 비롯한 지방은 청년과 미래세대의 유출로 인구구조가 오래전부터 불안정하다. 단순히 명절에만 잠시 북적이는 귀성 풍경을 넘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며 성장할 수 있는 지역 생태계의 안정화가 시급하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지방 소멸은 단순한 미래 시나리오가 아닌 기정사실이 될 것이다. 인구 유출 문제는 청년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려스러운 점은 어린이·청소년 단계부터 지역을 떠나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교육, 문화, 체육 등 지역 생활 생태계 전반을 약화시키고, 지역에서 길러낸 인재가 성장 단계마다 외부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 유소년기부터 초·중·고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성장 경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는 지역 전체의 인재 육성 기반이 무너지는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북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 유출이 지속되며 인구구조의 취약성이 큰 지역이다. 물론 최근 인구 감소세 둔화, 출생과 혼인 지표의 반등, 청년과 신중년층 유입 증가 등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책과 환경이 제대로 갖춰질 경우, 지역 회복이 결코 요원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신호이다. 그러나 이처럼 전북 도내 여러 기초 자치단체가 출산·양육 지원과 청년 정착 정책을 병행하며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려고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에 남아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충분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더 나은 교육 환경과 기회를 찾아 떠나는 선택이 반복되면서, 지역 안에 쌓여야 할 경험과 역량은 빠져나가고 청년은 정체된 상태에 머물며, 지역은 점점 공백으로 남는다. 이러한 이탈과 단절을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 문제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성장 토대의 부재와 반복되는 이동, 그리고 좌절은 결국 중도 포기와 방향 상실로 이어지고, 이는 개인의 삶의 질 저하를 넘어 지역과 사회 전체의 인적 자산 손실로 귀결될 것이다. 이제 인구 정책은 단순히 사람 수를 늘리는 양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 성장하며 도전할 수 있도록, 삶의 전 과정을 설계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 대책은 물론, 어린 시절부터 교육·문화·예체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성장 단계별 이탈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연계 구조를 재설계하는 행정 혁신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교육·산업·복지·문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지역 기반 생태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전북의 인구 대응 전략은 ‘사람을 불러들이는 정책’을 넘어, 아이부터 청년, 신중년과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지역에서 존중받으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역에서 키운 인재가 굳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머무르는 것이 불리하지 않은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지역 인구 정책의 출발점이며, 지방 소멸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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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9 17:42

[사설] 노병섭 후보 불출마가 던진 메시지

전북교육감 선거전이 표절과 대필 논란으로 이전투구 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노병섭 후보가 전격적인 사퇴를 선언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천호성 예비후보가 경쟁후보의 칼럼까지 표절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위 민주진보 단일후보 선출 결과는 오리무중 그 자체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병섭 후보가 지난 5일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 민주진보 단일후보는 사실상 그 의미를 상실했다. 그의 불출마 배경은 천호성 예비후보의 표절논란에 대한 전북교육개혁위원회의 미온적인 태도가 결정적으로 작용한게 아닌가 관측된다. 교육개혁위원회는 민주 진보 가치를 담은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가장 핵심적인 이슈인 도덕성 문제, 즉 표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피력하지 않은데 대해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예정됐던 후보 자격 검증이 한 달 가량 연기되면서 후보들간 갈등은 점입가경의 양상을 보여왔다. 더욱이 천호성 후보가 유성동 후보의 기고문까지 표절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노병섭 후보의 사퇴는 전북 교육감 선거전에 있어서 얼마나 상황이 비상식적으로 진행되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표절이나 대필과 무관한 유력 후보가 비상식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단일화 추진에 대해 개탄하고 실망했다는 것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의 불출마 또한 지극히 비정상적인 결정이겠으나 어쨋든 이것 역시 또다른 선택임에 틀림없다. 남은 교육자적 양심과 자존심을 지키려는 몸부림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도민과 교육 현장 앞에 신뢰를 세우기 위해 후보자 스스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그의 불출마 선언문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의 일갈은 다른 후보들은 물론, 전북 교육계에 작지만 웅장한 파장을 예고한다. 한편에선 제대로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 불출마 사유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으나 어쨋든 "아름답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당당하지 못한 현실 속에서 출마의 깃발을 내린다”는 그의 말은 뼈아프다. 지금부터라도 다른 교육감 후보들이 스스로 엄격한 기준과 도적적 잣대로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적어도 전북 교육계의 수장은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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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08 18:58

[사설] 시군 행정통합에도 공공기관 이전 우대 ‘마땅’

이재명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행정통합을 통한 경쟁력 향상과 공공기관 이전을 추동시키고 있다. 그런데 광역통합시에 대해서는 재정 인센티브와 함께 공공기관 이전 우대를 약속했지만 기초자치단 간 통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행정통합은 일자리와 인프라 구축, 교육 및 정주여건을 확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축을 형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인 만큼 기초자치단체 간 통합도 광역에 준하는 메리트시스템을 적용해야 맞다.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만 우대하고 기초자치단체간 통합을 홀대한다면 명백한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역기능이 가시화되고 있다. 통합시 출범을 전제로 만들어진 광주전남통합특별시 특볍법안(387조)은 행정· 재정·산업특례는 물론 지역의 최대 현안들까지 담겨 있다. 주목할 점은 공공기관 이전 특례로 ‘국토교통부장관은 통합 특별시에 2배 이상을 우대해 공공기관을 배정해야 한다’ ‘공공기관을 신설 또는 추가 이전하는 경우 특별시장이 요구하는 공공기관을 우선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특별법안이 제도화된다면 향후 공공기관 이전은 초광역 통합시에 집중되고 기초자치단체는 국물도 없게 된다. 선택권도 없이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이건 균형발전이 아니라 약자를 차별하는 정책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전북자치도는 농협중앙회와 한국투자공사, 7대 공제회, 한국마사회 등 파급효과가 큰 30~40여 기관중 10여 곳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광역통합시 위주의 이전 우대정책이 실행된다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간 행정통합도 광역에 준하는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을 제도화해야 마땅하다. 재정 인센티브와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 등을 제도화해야 균형발전 취지에 맞다. 시군통합을 추동시키는 동력이다. 완주전주 통합 현안 역시 군민들의 찬성 명분을 살릴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기초자치단체 간 행정통합에도 재정 인센티브와 공공기관 이전 우대 정책을 신속히 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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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08 18:58

[전북칼럼]초고압 송전탑 노선, 누가 결정하는가

변방에서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중심을 흔들었다. 34만5000볼트 송전탑이 지나는 전북 농산촌 주민들이 제기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재검토와 지역 이전 요구, 그리고 수도권의 반발. 이 이슈는 수도권 일극 집중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며 국가균형발전과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과거 농민 운동은 대부분 이해관계자의 저항이나 님비라는 벽에 부딪히곤 했다. 이번 송전탑 반대 운동은 다르다. 문제의 원인을 국가 구조에서 찾았고, 해법도 보상이나 우회 노선이 아닌 전력과 산업 정책의 전환을 제시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공감대가 형성됐고, 용인 반도체 산단 재검토 여론도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5극 3특 균형발전과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는 남쪽으로의 기업 이전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송전탑 갈등 최전선의 주민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 국민주권 정부에서도 송전선로를 정하는 한전의 입지선정위원회는 달라진 게 없다. 근본 문제는 사업자가 심판을 본다는 점이다. 아무리 공기업이라 해도 한전은 사업자다. 사업 강행 논리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위원회 구성·운영과 경과지 선정, 주민의견 수렴 등은 민간 용역 업체가 맡는다. 국가적 중요 사업을 공기업과 민간 업체가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주민들은 몇 번의 회의 만에 외통수에 몰린다. 참여하면 “위원회에서 결정했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참여하지 않으면 “주민이 협조하지 않았다”며 1년 6개월 내 의결이 안 되는 경우 위원회 자체를 건너뛸 수 있다. 지난 12월 30일, ‘345kV 서남권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 건설사업’ 입지선정위원회가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한전은 운영 기한 내 입지를 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위원회 해산을 예고하고, 입맛에 맞는 전문가 위원으로 협의회를 구성해 입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송전탑 노선은 첨예한 갈등 사안이다.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주민대표들이 99% 합의로 노선을 결정해도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전의 셀프 위원회가 결정한 노선을 누가 인정하겠는가. 운영 기한이 넘었다는 이유로 고시로 정한 심의 의결 기구의 권한을 박탈하는 것은 법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위원회 구성과 운영도 문제다. 주민대표는 공개모집이나 선출 기준이 없고, 실거주나 이해관계 검증도 부재하다. 전문가는 한전이 위촉하며, 위원장도 교수나 전문가만 가능하다. 국무회의도 공개하는 세상에 주민은 왜 이 노선이 결정됐는지 알 수 없다. 회의록은 결과 중심 요약만 남기고, 토론 과정이나 반대 의견, 대안 검토는 공개되지 않는다. 우리 마을 대표가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알 수 없다. 위원도 주민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결과에 따라 주민과 위원이 다투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노선을 정하는 선호도 조사는 전문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 주민이 이해하기 어렵다. 현 제도상 입지선정위원회는 갈등 해결 기구가 아니다. 주민 참여를 형식화하고 한전의 책임을 희석하며, 정부의 정치적 책임 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전면 재검토와 지역 이전을 포함한 국가 차원의 공론화 없이는 이 갈등이 끝나지 않는다. 입지선정위원회를 잠정 중단하고 제도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전면 개편해야 한다. 위원회가 계속되는 한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투쟁의 강도와 주민 저항은 더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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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8 18:57

[열린광장] 관광을 넘어 교육으로, 수학여행의 판을 바꾸는 고창

입춘(立春)을 지나며 설창 고창에도 어느새 봄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겨우내 얼어 있던 선운산 계곡의 물줄기가 힘차게 흐르고, 동백나무의 분홍빛 꽃봉오리도 서서히 고개를 내민다. 각급 학교들이 신학기 준비에 들어가면서 ‘대한민국 수학여행 성지’를 표방한 고창군의 발걸음 또한 분주해지고 있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학생들을 맞이할 교육형 여행 준비가 본격화된 것이다. 최근 수학여행의 흐름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단순히 명소를 둘러보는 관광형 일정에서 벗어나, 교과서 속 지식을 현장에서 체험하며 역사와 자연, 문화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교육 중심형 여행’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동보다 체험, 관람보다 참여가 중요해진 것이다. 고창군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배움이 중심이 되는 수학여행’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교육 관광의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고창은 선사시대 고인돌 유적에서 동학농민혁명, 판소리와 전통예술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시간이 층층이 쌓인 공간이다. 이곳의 역사는 기록 속 문장이 아니라 마을과 들판, 유적과 풍경 속에 살아 숨 쉰다. 학생들은 교실이 아닌 현장에서 과거의 사건과 인물을 공간적으로 마주하며, 역사가 현재와 연결된 흐름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이는 암기식 학습이 아닌 체험을 통한 이해라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크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갯벌 역시 살아 있는 교과서다. 드넓은 갯벌과 철새 도래지, 습지는 생태 다양성의 보고이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 온 시간의 증거다. 학생들은 갯벌 체험과 생태 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터전으로 인식하게 되고, 오늘의 환경 선택이 미래 세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몸소 느끼게 된다. 고창군은 이처럼 흩어져 있던 역사·문화·생태 자원을 하나의 이야기 흐름으로 엮어 수학여행에 최적화된 네 가지 테마 코스를 마련했다. 각 코스는 단순한 이동 동선이 아니라 학습 목표와 체험 활동이 결합된 교육형 여정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첫 번째 코스는 ‘책과 기록’을 주제로 한 인문 체험형 코스다. ‘책마을해리’, ‘고창황윤석도서관’, ‘책이 있는 풍경’ 등을 잇는 일정으로 구성돼 학생들은 지식이 생산되고 전승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체험한다. 독서 체험, 작가와의 만남, 고서 전시 관람 프로그램이 더해져 사고력과 표현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코스로 평가된다. 두 번째 코스는 ‘고창의 일곱 가지 세계유산’을 따라가는 역사·자연 융합 여정이다. 판소리박물관에서 우리 소리의 뿌리를 이해하고, 고인돌 유적과 운곡람사르습지, 고창갯벌로 이어지는 동선 속에서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경험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생태 체험이 결합된 대표 코스다. 세 번째 코스는 인물 중심의 역사 탐방 코스다. 실학자 황윤석, 판소리 중흥의 거목 신재효,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전봉준 등 고창이 낳은 인물들의 삶의 터전을 따라 걷는다. 학생들은 개인의 신념과 선택이 공동체의 역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배우며 주체적 사고와 시민의식을 함께 기를 수 있다. 네 번째 코스는 자연을 교과서로 삼는 생태 교육 코스다. 고창 갯벌과 습지, 고인돌 유적지, 학원관광농원의 청보리밭과 가을 메밀꽃 단지를 잇는 일정으로 계절별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 봄에는 청보리의 생명력을, 가을에는 메밀꽃의 장관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농업 문화의 가치를 체감하도록 구성됐다. 역사는 외워서 남는 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마음에 새겨지는 기억이다. 고창에서의 수학여행은 단순한 일정이 아닌 배움이 삶으로 이어지는 교육의 시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광을 넘어 교육으로 확장되는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고창 수학여행의 새로운 장은 지금도 힘차게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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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0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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