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1 04:09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금요수필]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방송국에 처음 입사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일이 노래곡을 고르는 일이었다. 라디오방송에서 가요는 사람의 신경과 같은 것인데, 아는 노래가 없었다. 사실 대학 다닐 때는 남성4중창 합창단과 관현악단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지만 대중가요와는 거리가 멀었었다. 겨우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목포의 눈물’뿐이었다. 그것도 아내가 부르는 것을 듣고 참으로 구슬프고 사연있는 노래인 듯해서 따라 부르게 되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가요 공부를 시작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음악실을 찾았다. 또 노트를 옆에 두고 모니터한 노래의 제목과 템포,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내용의 노래인지를 하나하나 적었다. 이렇게 한 달 정도 고생한 덕분에 아침 프로그램에 적합한 노래와 낮과 밤에 어울리는 노래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 오는 날이나 특별한 기념일, 또는 계절 따라 꼭 선곡해야 할 노래들을 알게 되었다. 전주(前奏) 길이는 얼마나 되고, 같은 노래라도 몇 번째 순서에 넣으면 더 좋겠다는 것까지도 나름대로 메모해두었다. 노래는 때와 장소, 분위기에 따라 다르고 선곡 효과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곡 때문에 크게 실수한 일이 있었다. 1980년대 초,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전화나 문자 대신 엽서로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했다. 그러면 엽서에 사연을 소개하면서 희망곡을 들려주었다. 엽서가 많을 때는 7~8장을 한꺼번에 소개하고 대표로 노래한 곡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리고 방송 전 PD가 직접 엽서를 내용별로 분류해 진행자에게 넘겨주었다. 그런데 일이 터지고 말았다. 신혼여행에서 갓 돌아온 신랑이 신부를 위해 마음먹고 신청한 곡이 엽서 분류를 잘못해서 최진희가 부른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라는 노래와 함께 엽서가 소개되고 말았다.‘ ‘떠나가버린 그대 때문에 내 모습이 야위어가요.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고 남모르게 가슴 아파요~’ 당시 이 노래는 인기가 좋아 신청하는 사람이 많았다. 방송이 끝난 뒤 신랑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몹시 화가 나 있었고 금방이라도 방송국으로 쫓아올 기세였다. 담당 PD를 찾는다고 하기에 전화를 받았더니 ‘야~ 이 자식들아, 우리 이혼하게 생겼다. 언제 내가 그 노래 신청했냐. 개XX들아!’ 알고 보니 노래를 같이 듣던 신부가 화가 나서 ‘그 여자와 헤어진 것이 마음 아파서 이 노래를 신청했냐?’며 대판 싸우고 이혼하자며 친정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노래 한 곡이 이런 파장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 면 훗날, 대중가요라면 백지였던 내가 가요 프로그램을 맡았고 어느 해는 18번이나 야외 공개방송을 한 일도 있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노래자랑 공개방송이 있을 때는 참가자들에게 반드시 강조하는 말이 선곡의 중요성이었다. 때와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노래의 느낌이 다르니 선곡을 잘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사실 선곡의 중요성은 일상생활에서도 필요하다. 70 잔치에는 흥을 돋우는 민요가 좋고, 술자리에선 상다리를 두드리며 부르는 풍각이 제격이다. 신나게 노는 노래방에서는 댄스곡이 좋고, 연인끼리 사랑을 나누는 자리에서는 감미로운 발라드가 어울린다. 가끔 모임에서 분위기를 깨는 사람들이 있다. 박수로 기분 좋게 노는 자리에서 갑자기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을 부르는 사람이 있다. 이럴 땐 노래가 끝날 때까지 어쩔 수 없이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거나 술을 마셔야 한다. 여러 사람들의 자리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하는 것이 좋다. 때와 장소와 분위기에 맞는 노래가 가장 좋은 음악이다. △백봉기 수필가는 온글문학회 회장, 전북수필문학회 회원이며 현재 전북문인협회 회장이다. 수필집 <여자가 밥을 살 때까지>, <팔짱녀>, <해도 되나요> 외 <전북문학상> 외 다수를 출간했다. 박은 기자

  • 오피니언
  • 기고
  • 2025.12.11 19:08

[세무 상담] 조정권 세무사의 슬기로운 세금생활

전라북도에는 복잡한 세무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나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마을세무사 입니다.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존재는 알지만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을세무사는 고액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평범한 주민들의 생활 속 세금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공공서비스입니다. 마을세무사는 각 시·군에서 지정한 세무사가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해 취득·양도·상속·증여세 등 생활형 세금 상담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세무서 방문이 부담스럽거나, 단순히 방향만 알고 싶은 주민들에게 특히 유용할 것입니다. 복잡한 세액 계산과 신고 대행은 어렵지만, 세법 해석·절차 안내·유리한 선택 방향 제시 등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전라북도 내 각 시·군청 홈페이지에서 마을세무사를 검색하면 담당 세무사 연락처와 상담 방법(전화·이메일·방문 등)이 안내됩니다. 또한 주민센터에서도 안내문을 통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시청 민원실에 문의하면 해당 지역 배정 세무사를 바로 연결해 줍니다. 마을세무사로 인하여 도움받은 사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전북 전주에 거주하는 A씨는 귀농할 계획을 세우고 이사 한 달 전에 농지를 먼저 샀습니다. 감면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인데 이를 알지 못해 이미 취득세를 납부를 하였습니다. A씨는 찾아가는 마을세무사 운영 소식을 듣고 전북도청을 방문해 취득세 감면에 대해 문의하였고, 마을세무사가 취득세 감면 대상임을 확인해주어 취득세 감면 신청과 환급 절차를 알려줘 세금 환급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마을세무사 제도는 이미 우리 곁에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어떻게 이용하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활용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세금 문제는 작은 의문이라도 초기에 해결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지름길이므로 전라북도 주민이라면 가까운 행정기관을 통해 부담 없이 상담을 신청해보길 바랍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12.11 19:07

[사설] KTX–SRT통합, 전라선증편을 최우선으로

국토교통부가 12월 9일 2026년 말까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 에스알(SR)을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3년 코레일·SR 분리 이후 13년 만에, 고속철도는 SRT가 2016년 12월 운행을 시작한 이래 10년 만에 이뤄진 정상화이다. 국토교통부의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에 따르면 2026년 3월부터 수서발 좌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역에 SRT를, 수서역에 KTX를 각각 투입하는 KTX·SRT 교차 운행이 시작된다. 하반기부터는 KTX와 SRT 구분없이 열차를 연결해 운행하는 통합 편성 및 운영 체계가 구축된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코레일 전북본부에 따르면, KTX–SRT 고속철도 통합이 추진되면서 교차운행과 혼합편성 도입 등 단계별 구조 변화를 통해 그동안 열차 배차 부족과 예매난을 겪어온 전북 도민들의 이용편의가 향상될 전망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의 ‘KTX-SRT 기관 통합시 좌석 수 증가 기대효과’ 자료 분석을 보면 정읍과 익산시를 지나는 호남선 고속철도는 주말 하루 기준 4684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선 운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KTX 1대 편성(약 955석)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주말 하루 5편 정도의 증편 효과에 해당한다. 특히 남원과 전주, 익산을 지나는 전라선의 경우 KTX-산천(약 370석)과 SRT(410석) 등 소형 편성이 대부분 투입돼 같은 좌석 증가가 적용될 경우 호남선보다 더 많은 편수가 증편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전북 도민의 가장 큰 관심사인 전주역 SRT(수서행) 증편도 긍정적이다. 이 구간은 현재 하루 왕복 2편에 불과해 강남권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즉, 남원–전주–익산 구간은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 심각해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청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통합시 가장 신경을 써서 좌석 증편이 되어야 한다. 한편, 전북 구간의 대폭 증편의 선결조건인 평택–오송 병목구간 해소와 전라선의 2027년 복선화와 2028년 선로 추가 확장까지 마무리돼야 가능하다는 코레일 측의 입장을 감안할 때 이를 위한 전북도와 코레일 측의 적극적 노력과 협력이 요청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2.10 18:47

[사설] 호흡기 감염병 유행, 방역수칙 철저히 지키자

계절이 바뀌면서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불청객이 다시 찾아왔다. 주로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특히 올겨울에는 인플루엔자(독감)와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가 동시 유행해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주시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인플루엔자 유행 주의보가 내려진 이후 의사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최근 한 달간 증가율은 72.8%에 달한다. RSV 검출률도 전년에 비해 크게 높아져 환자 증가가 예상된다. RSV는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급성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로, 대부분의 사람은 1~2주 안에 회복되지만, 영유아와 노인에게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는 ‘감염병의 첫 번째 방어막은 개인의 일상적 방역 실천’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염병 유행의 규모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얼마나 지키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올겨울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호흡기 바이러스의 활동이 활발하다. 고위험군인 영유아와 어르신, 임신부, 만성질환자는 작은 감기에도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가장 확실한 선제적 대응 전략은 예방접종이다. 특히 올해는 인플루엔자 유행이 지난해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돼 환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방역수칙 실천도 어렵지 않다. 외출 후 손을 씻고, 증상이 있을 때는 마스크를 쓰고, 몸이 아프면 잠시 멈추고 쉬는 것과 같은 단순한 행동들이 공동체 전체의 안전망을 견고하게 만든다. 문제는 지속적인 실천이다. 감염병 유행 초기에는 모두가 경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경각심이 느슨해지고 생활은 다시 익숙한 패턴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감염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호흡기 감염병 유행이 반복되는 지금, 다시 한번 원칙을 돌아봐야 한다. 방역은 생활 속 예방수칙 실천에서 시작된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결국 우리 모두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아울러 보건당국에서도 시민들이 건강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감염병 예방·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2.10 18:47

[오목대] 수능만점과 전북의 네 탓 공방

며칠 전 지역사회에 낭보 하나가 전해졌다. 전북에서 8년 만에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가 나왔는데 이 학생은 N수생도 아니고 특목고나 자사고가 아닌 일반고 재학생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전주 한일고 3학년 이하진 군이다. 진학지도 경험이 풍부한 교사들은 학생의 고교 입학 성적만 보고도 3년뒤 SKY 진학 여부를 거의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고 하는데 고입 당시 최상위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 이 군은 학교의 체계적인 수업과 관리, 교육청의 학력신장 프로그램과 같은 학습지원을 바탕으로 성적을 끌어올려 대박을 냈다고 한다. 학생이나 부모는 당연히 축하받을만하고 그동안 지도해온 학교나 교사, 담당 장학사들의 헌신적인 노력 또한 제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런데 크게 기쁘면서도 이번 수능 만점 상황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것 같다. 유정기 전북교육감 권한대행은 전주한일고를 방문, 이하진 군에게 축하를 건네고 교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런가하면 도교육청은 담당자가 무려 7명이나 적시된 보도자료를 냈다. 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진로담당장학관, 담당장학사 2명, 한일고 교장, 부장, 담임 등이다. 전북을 넘어 전국적인 이슈가 될 수도 있고, 교육계 안팎의 관심도를 감안하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전북도나 교육청, 시군을 통틀어 단일 사안에 대해 7명의 담당자를 적시한 보도자료는 최근 수십년동안 본 적이 없다.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뭐가 잘 되면 내탓이고, 잘못되면 네탓을 하는게 이 시대의 사회풍조임을 거듭 깨닫게 된다. 요즘 지역사회에서는 온통 네 탓 공방이 거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삿대질은 점입가경이다. 정치인들은 저마다 자기가 ~사업예산을 확보했다며 생색내는데 급급한 반면, 지역사회의 주요 이슈인 새만금사업, 올림픽, 전주완주 통합, AI컴퓨팅센더 등에 대해서는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사실 오늘날 전북이 이토록 추락한 가장 큰 책임은 지역사회의 리더들이었다. 평범한 도민 개인이 갖는 책임이 1 이라고 하면 역대 도지사나 시장군수, 국회의장이나 총리, 국회의원이나 장차관을 지낸 이들의 책임은 백만, 천만은 된다. 정말 실력이 좋은 학생은 100점을 받아도 자랑하지 않는다. 평소 30, 40점 맞다가 60, 70점 맞은 학생이 동네방네 시끄럽게 자랑하는 법이다. 지역사회 정치인들은 과연 전자쪽인지, 후자쪽인지 너무나 자명한데 정작 당사자들만 잘 모르는 것 같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역사회의 리더들이 이제라도 서로 “내 탓이오” 하고 겸손한 자세로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자. 제아무리 승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보다는 대안과 해법을 제시할때 지역사회의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도민들은 네탓을 하는 정치인을 바라지 않는다. 내 탓을 하는 이가 진정한 리더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12.10 18:46

[의정단상] 2026년 예산안, 그 후 이야기

아시다시피 2026년 국민주권정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5년 만에 법정시한 안에 국가예산이 확정된 것입니다. 그 내용을 간략히 평가하자면, 윤석열 12ㆍ3 내란으로 얼어붙은 민생경제를 녹이고, AI 세계 3대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미래 성장방안을 담은 총 727.9조 원 규모 나라살림 계획입니다. 우리 전북은 어떤가요? 전북은 역대 최대규모인 예산총액 10조 834억 원, 전주는 3년 연속 2조원대 예산인 2조 2,925억 원 확보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전북과 전주는 대한민국 피지컬 AI 중심지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였고, 전북과 전주의 문화 예술을 더욱 발전시킬 기회도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전주가 다시 뛰고 전북이 회복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한 것입니다. 이번 전북, 전주 예산 심의는 “너는 너, 나는 나”가 아니라 전북도민과 시민의 요구에 따라, 전북 자치단체와 정치권이 합심한 결과입니다. 정부 예산안 편성 이전부터 전북 국회의원들은 전북ㆍ전주와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습니다. 전북 도ㆍ시ㆍ군과도 예산을 논의했고, 전북 연고 의원들까지 모두 힘을 모아 전북회복 예산확보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전북 국회의원들은 한병도 국회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소속 의원들을 직접 만나 전북 발전에 필요한 예산임을 설득했습니다. 장관으로 입각하신 정동영ㆍ김윤덕 장관님과 협력하여, 국회 예산 심의 단계에서 제 지역구뿐 아니라 전주시 전체 사업예산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챙겼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2026년 전북ㆍ전주 예산인거죠. 이런 예산에 대해 전북도민, 전주시민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쉬움은 없을까요? 저는 전북이 회복하기에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국가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수십 년간‘대한민국 아픈 손가락’전북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소멸 위기에 처할 동안 정치권은 전북소외론만 앞세워 숨기 바빴습니다. 특히 윤석열정권의 보복성 새만금 예산 삭감으로 전북은 더욱 뒤처지게 되었고, 윤석열정권 교체가 최대 민생회복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정치권과 자치단체는‘성과’라고 홍보하지만, 시민들을 만나보면 체감경기가 어렵다는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우선 전북에는 빈 상가가 너무나 많고, 전북에서 꿈을 키워야 할 청년들은 전북을 떠나고 있습니다. 시민들께는 체감되지 않는다는 말이겠지요. 2026년도 예산안 통과는 더 나은 2027년을 위한 시작에 불과합니다. 정치권이 전북도민과 하나 된 모습으로, 예산을 확실히 확보하라는 지상명령입니다. 정치인들이 절실하게 전북을 살리는 예산확보에 진력하지 않으면, 전북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번 예산안에 자화자찬보다는, 전북을 되살리는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전북도민은 이제 전북회복의 꿈을 꾸어야 합니다. “꿈을 꾸지 않는 나라는 망한다.”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처럼, 전북은 전북회복의 꿈을 꾸지 않으면 희망이 없을 겁니다. 모처럼 찾아온 전북회복의 기회,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려는 의지와 간절한 행동이 있다면 현실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요구입니다. 정치권에 전북을 살리고 도민들의 삶을 바꿔 달라고 강력요구하십시오.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런 절박함과 진정성을 가진 ‘알곡’ 정치인을 선택하시는 건 당연하고요. 전북도민과 함께, 전북의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내년, 내후년, 그 후의 예산까지 절박함과 절실함으로 행동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 오피니언
  • 기고
  • 2025.12.10 18:46

[타향에서] 법조계의 양심, 중립성을 성찰하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내란전담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 법안은 우리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러한 법안들이 공론의 중심에 서면서, 변호사 단체가 어떠한 견해를 밝혀야 된다는 사회적 기대가 컸다. 그 과정에서 한국여성변호사회에도 여러 회원과 외부 기관으로부터 견해 표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 요청들은 가볍지 않았고, 단체의 미래와 정체성, 그리고 법조계 전체의 공공성을 종합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무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특히 대한변호사협회가 중대한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입장을 내지 않은 데 대한 많은 아쉬움이 제기되면서, 여성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여성변호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요구가 이전보다 강했다. 이 요청들은 단순한 의견 진술이 아니라 우리 단체의 미래와 정체성, 그리고 법조계 전체의 공공성을 종합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대한변협을 무시하거나 충돌하는 방식의 견해 표명은 단체 간 조화뿐만 아니라 법조계 전체의 신뢰를 고려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다. 회장으로서 단체의 자율적 의사표현과 직역 내 상호 존중이라는 책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가장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지에 대해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복잡한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의 기준이 법조인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는 점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누구는 “중립”이라 판단하고, 누구는“편향”이라 지적한다. 법조인의 사회적 경험, 정치적 감수성, 개인적 가치가 중립성 판단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단체 내부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의견 형성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회장으로서 이런 차이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어떤 기준으로 전체의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깊은 고뇌 속에 놓였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설립 이후 여성·아동·취약계층을 위한 법률 지원에 집중해 왔다. 우리 단체의 사회적 신뢰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공익적 활동을 꾸준히 수행해 온 기반 위에 쌓여 왔다. 그런데 최근 정치적 민감성이 큰 사안들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 표명을 요구받는 일이 잦아지면서, 본래의 공익 활동이 의도치 않게 정치적 해석의 대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단체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회원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는 책임 사이에서 선택은 쉬울 수가 없었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익적 활동은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 정치적 중립성은 단체가 모든 사안에 침묵하겠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판단의 기준이 특정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법률가가 지켜야 할 원칙과 헌법적 가치, 인권 보장의 기준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성향이 공적 판단에 개입하지 않도록 부단한 성찰이 필요하며, 단체 차원에서도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려는 꾸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앞으로도 사회적 논쟁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 견해 표명을 요청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요구가 증가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여성변호사회의 활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이자 사회가 여성변호사회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러한 점에서 회장으로서 큰 보람과 책임을 동시에 느낀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앞으로도 공익적 사명을 중심에 두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다.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낼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공익 단체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12.10 18:45

[기고] 일본 사례로 본 방문간호의 미래와 나아갈 길

최근 일본의 방문간호기관을 견학하면서 우리나라 방문간호 서비스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일본은 방문간호를 장기요양체계의 중심 축으로 두고 교육·운영·정책을 긴밀하게 연계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방문간호의 필요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제도적 기반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실정이다. 이번 견학은 “방문간호 체계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현재 장기요양 이용계획서에는 요양·목욕·간호가 모두 포함되어야 하지만, 실제 방문간호 반영 비율은 약 5%에 불과하다. 저비용 서비스 선호가 원인으로 언급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방문간호의 가치와 기능이 이용자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낙상 예방, 만성질환 관리, 약물관리 등 방문간호가 제공할 수 있는 예방적 건강관리 기능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반면 일본은 구조적 기반이 다르다. 실무경력 5년 이상의 케어매니저가 대상자의 건강 상태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의료적 개입을 전문적으로 판단한다. 이는 방문간호가 단순 돌봄 서비스가 아니라 의료·복지 연계의 핵심 기능임을 제도적으로 인정한 결과다. 특히 일본방문간호재단과 같은 공익적 컨트롤 타워의 존재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재단은 방문간호센터 교육, 운영 지원, 정책 개발, 조사연구, 공익 활동 등 다양한 기능을 총괄하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경상자 관리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구조가 일본 방문간호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간호협회 차원의 체계적인 방문간호사 교육 프로그램 구축과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 방문간호는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의료행위이며 지속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둘째, 이용계획서 작성 과정에서 방문간호가 누락되지 않도록 기준과 평가체계를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셋째, 방문간호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여 저비용 서비스 중심 선택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방 중심 방문간호는 장기적으로 국가 의료비 절감에 기여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방문간호 컨트롤 타워의 설립이다. 일본처럼 교육·정책·연구·운영을 통합 조정하는 중앙 조직 없이 개별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방문간호 체계의 핵심 기능을 국가적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 이번 일본 견학은 우리 방문간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었다. 이제 방문간호를 보조적 서비스가 아닌 국민건강을 지키는 핵심 제도로 재정립해야 한다. 체계적인 방문간호 발전은 고령사회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중요한 투자이며, 지금이 바로 그 변화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로 인한 의료·복지 수요 증가라는 도전에 직면한다. 방문간호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돌봄을 강화하는 가장 현실적 해법이다. 일본 사례가 보여주듯 국가적 전략과 지원이 뒷받침될 때 방문간호는 사회 전체의 건강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방문간호의 제도적 정착과 발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12.10 18:45

[사설] 전북자치도 활로는 실질적 재정권이다

전북이 자칫 5극 3특체제의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커졌다. 중량감 있는 5극에도 속하지 못하고, 3특 내에서도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초광역 특별계정 등을 통해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 중인데 자칫 전북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재정지원에서도 변방에 머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 정부는 자치단체의 재정 자율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특회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지역자율계정은 올해 3조 8000억원에서 내년에는 1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예산 조정권 역시 지방시대위원회로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중이며, 초광역권 계정 신설까지 더해지면서 내년부터 지특회계 운영방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문제는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 기회를 잘 살리면 발전의 계기를 삼을 수도 있으나 자칫 5극 틈바구니에서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지특회계)의 권한 재편에 착수하면서 전북특별자치도의 독자 계정 신설 여부가 주목된다. 정부의 기조를 감안하면 전북의 경우 중앙 배분 체계에서 벗어나 독립적 재원 창구를 확보할 수 있는 호기가 될 수도 있다. 핵심은 법개정을 통해 전북특별자치도가 독자적 발전전략을 꾀할 수 있어야 하고, 인접지역과의 연계·협력을 위해 설정한 권역’도 초광역권으로 당당히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5극3특 체제에서 초광역특별계정을 지원할 경우 5극간의 재정적 지원에 치우칠 수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전북을 비롯한 3특을 위한 별도의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자칫 속빈 강정이 될 수가 있다. 현실적으로 규모나 영향력이 큰 5극이 한복판에 있다. 전북은 3특 주변부의 하나일 뿐이다.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5극3특체제 활성화에 나선다고 하지만 현실은 5극만 관심 대상일뿐 3특은 재정지원 등에서 찬밥신세가 되기 쉬운 구조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 9월 수립한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설계도’는 11개 전략과제 144개 세부사항인데 정책 명칭과 달리 실제 추진구조는 ‘5극 중심, 3특 주변부’의 비대칭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북은 엄연히 특별자치도로 돼 있으나 실행력이 담보되는 재정 특례가 거의 없다는 게 최대 약점이다.전북의 살길은 단순히 계정 설치만으로는 안되고 실효적 재정권과 집행 자율성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2.09 19:20

[사설] 한계 도달한 전주시 재정 전면 재편 불가피

임계점에 이른 전주시 재정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예산 배분은 물론, 부채를 비롯한 재정 전반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불기피하다. 일부 국·도비 보조사업에 시비 매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책 추진은 연목구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전 정부 탓만 하기에는 전주시 재정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전주시 측은 경기침체에 따른 대규모 국세결손과 긴축재정 기조로 교부세가 2022년 대비 올해까지 매년 1000억원 가까이 감소하면서 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어쨋든 천문학적인 빚을 들고 가기에는 너무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 8일 열린 전주시의회 제425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서 신유정 의원은 “전주시 재정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일갈했다. 지난해 통합재정수지 적자 1355억원, 누적 지방채 6083억원, 연간 이자 195억원, 재정자립도 22%라는 수치가 지금 전주시 재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어렵게 확보한 국·도비는 매칭 펀드 성격의 시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반납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정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고, 이젠 시정 운영에 의문이 커지는 분위기다. 전주시의 내년도 본예산안 중 국·도비를 확보하고도 시비가 한 푼도 매칭되지 않은 사업이 62개, 2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작금의 전주시 재정 상황은 심각 그 자체다. 물론, 컨벤션센터나 실내체육관, 육상경기장·야구장, 독립영화의 집 등 대규모 광역기반시설을 갖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고 그 와중에 매칭 사업비를 제때 이행하지 못하는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전주시 부채가 너무 많다는 지적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특히 일부 필수사업의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작금의 상황은 재정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함을 웅변하는 것 아닌가. 통합재정수지 적자 1355억원, 누적 지방채 6083억원이라는 전주시 재정 관련 수치는 살림살이 전반에 걸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중앙정부가 됐든 지방정부가 됐든 첫째 과제는 살림살이를 잘하는 것이다. 문화도시 사업과 관련해 2026년 시비 28억원이 전액 미반영되면서 2027년에는 142억원을 한꺼번에 편성해야 하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일단 미뤄놓는 것도 정도가 있다. 어느 시점이 되면 폭발할 수밖에 없다. 예산폭탄 대신 빚폭탄이 터진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전주시민 개개인이 무겁게 짊어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경고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2.09 19:19

[김종표의 모눈노트] ‘내가 가져왔다’ 국가예산 생색내기, 불편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시상식의 계절이다. 정치와 경제·문화체육계, 그리고 시민사회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각종 ‘상(賞)’이 쏟아진다. 함께 축하할 일이지만 부정적 시각도 있다. 시상식이 ‘빛나는 사람’을 찾아내 그 업적을 칭송하는 자리가 아니라, ‘빛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애써 조명을 비춰주는 자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게다가 정치인과 지자체장들은 연말이면 스스로 수상자가 돼 업적을 자랑하기 바쁘다. 해마다 빠지지 않는 그들의 셀프 시상, 자랑거리가 바로 국가예산이다. 12월 국가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은 곧바로 그 성과를 화려하게 포장해서 내놓는다. 지역발전 사업의 성패가 예산 확보에 달려 있다 보니 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요구되고, 실제 이들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게 지금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전리품을 자랑하는 시간이 됐다. 사실 전투라기보다 ‘구걸’, 전리품이라기보다는 ‘동냥’에 가깝다. 이는 중앙정부 국가예산 배분구조의 문제점에서 비롯된다. 현재의 중앙집권적 예산구조에서 지역은 ‘심사 대상’일 뿐이다. 게다가 예산 편성, 심의 과정에서 지역예산은 사업의 타당성과 필요성이 아니라 지역정치권의 영향력, 중앙부처와의 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니 단체장들은 지역발전 구상과 전략보다 ‘누구를 만나 무엇을 어떻게 부탁할 것인가’에 더 치중한다. 전국의 광역·기초단체장들이 모두 똑같은 행보를 하니 장·차관은 만나기도 어렵고, 중앙부처 실무 과장 앞에서도 ‘을(乙)’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은 보도자료와 SNS, 현수막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전략적으로 대응했다, 내 역할이 컸다’는 식의 생색내기에 치중한다. 그러면서 ‘역대 최대’, ‘사상 최초’, ‘국가예산 ○○원 시대’ 등 온갖 수식어를 동원한다. 사실 국가예산은 전년에 비해 감소하는 일이 없다. 한 푼이라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니 ‘역대 최대’라는 표현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마치 현 국회의원과 단체장의 능력이 탁월해서 전대미문의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숫자에 의미를 부여한다. 올해도 그랬다. 2026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3일, 전북특별자치도는 ‘국가예산 사상 첫 10조원 시대를 열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각 시‧군도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이며 성과를 자랑했다. 물론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새해 예산을 투명하고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주민 삶과 직결된 공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홍보가 ‘성과 중심’에 치우쳐 있고, 정작 주민이 알아야 할 예산의 실제 내용과 변화, 책임 구조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가예산은 국가가 지역주민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 공공서비스의 재원이다. 개인의 역량과 인맥으로 끌어온 전리품으로 포장돼서는 안 된다. 지자체가 중앙의 눈치를 보며 예산을 구걸하고, 정치적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하는 예산 배분의 구조적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지방의 치욕적인 예산 쟁탈전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연말이면 그들은 예산 행보를 나열하고, 성과 자랑에 치중하면서 이 같은 구조적 문제점을 애써 덮어버린다. 그래서 불편하다. 빛나고 싶은 욕심에 스스로 조명을 끌어와 연말 셀프 시상식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행태를 지켜보는 게 편치 않다. 본질을 외면한 채 눈앞의 실리만 챙기려는 그들의 생색내기를 이제는 그만 보고 싶다.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12.09 19:18

[오목대] 청와대 귀환과 독단 정치가 남긴 것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돌아간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겠다’며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지 3년 7개월 만이다. 대통령 권력의 심장부가 또다시 이동하면서, 청와대라는 공간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정치적 무게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청와대가 자리한 곳은 본래 경복궁의 북쪽 후원, 왕실의 휴식 공간이었다. 그러나 1939년 일본은 이곳에 조선총독 관저를 세워 왕조의 상징적 공간을 식민 통치 최고 권력의 핵심 기지로 바꾸어 버렸다. 청와대가 줄곧 ‘식민 통치의 잔재를 온전히 청산하지 못한 공간’으로 지칭되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 수립 이후 이승만 대통령은 이곳을 ‘경무대’라 이름 짓고 대통령 관저 겸 집무 공간으로 사용했다. ‘경무대’가 ‘청와대’라는 새 이름을 얻은 것은 1960년 12월 30일, 4·19 혁명 이후 취임한 윤보선 대통령이 이승만 정권의 독재 흔적과 부정부패 이미지를 지우겠다는 정치적 의미를 담아 개칭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청와대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박정희 시대에는 개인 권력과 국가 권력이 거의 동일시된 권위주의 통치의 상징이 되었고,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시기에는 군부 권력의 심장부로 기능했다. 민주화 이후에는 민주적 합법 권력의 상징이자 민주 정부의 성취가 축적된 공간이 되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시민에게 개방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청와대에 머무르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용산 이전을 강행했다. ‘소통 강화’와 ‘권력과의 거리 좁히기’가 명분이었지만, 용산 시대는 혼란과 균열만을 남겼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겠다는 약속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고, 졸속 이전으로 인한 안보 공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행정 효율성은 저하됐고 조직은 분산됐으며 국민의 비용 부담은 커졌다. 이제는 이중 이전이라는 또 하나의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지금의 청와대 건물은 1991년, 식민지 잔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시대정신에도 외교 관례에도 맞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새로 신축된 공간이다. 식민 지배의 그림자를 덜어내고 민주국가의 상징으로 다시 세운 건물이자, 대통령 권력의 제도적 기반이 담긴 장소인 셈이다. 청와대가 다시 ‘대통령의 집무실’로 돌아온다. 3년 7개월, 결코 길지 않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궤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정치개혁은 공간 이동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정치적 책임은 결과가 아니라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다시 청와대로 돌아온 지금, 한국 정치의 민낯이 더욱 뚜렷해졌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12.09 19:18

[새벽메아리] 베트남 유학생 故 뚜안을 추모하며

2년 전 전주지역 외국인 유학생 시간제 취업 실태조사를 했다. 언어소통 등 조사의 어려움으로 유학생의 도움을 받아 실태조사를 했다. 그때 만난 A는 대학교 4학년으로 미얀마 학생 대표이기도 했지만, 한국말도 잘해 조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실태조사를 하면서 몇몇 유학생들이 임금을 받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는 걸 알게 되었고 A와 함께 사업주를 만나 밀린 임금 지급을 요청하기도 했다. 24년 A는 졸업했고 D-10 구직 비자로 취업을 준비했다. D-10 비자는 유학생이 졸업 후 E-7(전문 숙련) 비자로 취업하기 전, 인턴십 등을 할 수 있는 비자다. 그러나 E-7으로 전환하려면 전공과 맞는 일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찾지 못했고, A는 E-7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면 출국해야 하기에 인턴십으로 몇 개월 일하다가 비자기간 만료로 결국 대학원을 선택했다. 졸업 후 유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E-7 비자 전환을 원하지만 전환율은 10%도 안된다. 지난 10월 28일 대구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베트남 이주노동자(故 뚜안)가 단속을 피하던 중 3층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뚜안은 2019년 한국에 입국하여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운 뒤 2025년 2월 계명대학교를 졸업했다. 뚜안은 졸업 후 D-10 비자를 받았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래도 생계를 위해 일해야 했기에 2025년 10월 자동차 부품 회사에 일용직으로 2주간 일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출입국 사무소가 단속을 나왔다. 뚜안은 잡히면 벌금을 내야 했고, 더 무서운 건 비자 변경으로 인한 불이익이었다. 미신고 취업으로 벌금 경력이 있으면 비자 전환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뚜안은 단속을 피해 3시간 넘게 옥상 실외기 옆에 숨었고 단속반이 가기를 기다리다 추락한 것이다. 유학생이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시간제 취업으로 일하는 유학생은 대부분 신청 절차의 까다로움, 업주의 비협조로 미신고 취업 상태에서 일하며, 졸업 후 정식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신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뚜안의 죽음 소식에 상담을 해온 유학생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전북 유학생은 23년 기준으로 9,799명으로, 올해 1만 명을 훨씬 넘었다. 유학생 대부분이 학업과 생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실은 이들을 불법으로 내몰고 있다. 유학생 대부분이 시간제 취업을 하지만 공적인 취업 연계 기관이 없다 보니 노동법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체불임금 등의 경험 비율이 높다. 부당한 일을 겪고도 의사소통 문제나 미신고 취업으로 불이익이 발생할까 대응 조차 못한다. 단속에 걸리면 유학생뿐 아니라 채용한 업주도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를 찾아보니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졸업한 유학생의 경우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개방형 취업 허가제를 운용 중이다. 우리 사회도 유학생 개인에게 맡겨진 시간제 취업을 공공의 일자리 매칭 제도를 만들고 유학 후 일정 기간은 개방형 취업 허가제 도입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유학생들이 졸업하고 정식으로 취업할 수 있는 E-7 비자 전환율이 10%도 안되는 현실을 개선되야 할 것이다. 뚜안과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 추방 중심의 이주노동자 정책도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유기만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정책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12.09 19:17

[사설] 통합과 광역화해야 지역발전 가능하다

요즘 시대적 화두가 광역화와 통합이다. 수도권 중심의 발전전략이 뚜렷한 한계에 이르면서 정부의 정책기조 또한 지역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지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통합과 광역화 말고는 해법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새만금특별자치단체나 전주 완주 통합에 대한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전북으로서는 이제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느냐, 아니면 이를 거스르느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8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균형발전 전반에 대한 업무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균형 발전 계획인 ‘5극 3특’에 관해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의 보고 및 참석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충남 천안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균형 발전 의지를 강하게 피력,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입장에서 충남과 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광역화가 일반적인 경로다. 지방도 쪼개져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자 추진 주체인 대전시와 충남도는 일제히 환영했다. 다만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일부 정치권의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그런데 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5극 3특’ 정책이 실제로는 5극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특별자치도인 전북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전북연구원은 8일 이슈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이 명칭과 달리 실제 추진구조는 ‘5극 중심, 3특 주변부’의 비대칭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며 “특히 초광역특별계정 신설 과정에서 3특 포함 여부가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아 전북이 재정지원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을 통해 전북특별자치도가 재정 등에서 자립적인 초광역권으로 인정받게 되지 않는 한 5극 3특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간 거버넌스 구조 안에 끼어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합과 광역화라고 하는 거대 담론속에서 전북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의 변방에 머물 것이라는 뼈아픈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2.08 18:11

[사설] 일자리와 자립 위한 청년정책, 속도 내라

청년과 관련한 희망적인 뉴스가 지난주 잇달아 들려왔다. 정부와 전북자치도가 청년 식품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과 삼성이 청년 자립과 정착을 돕겠다는 소식이다. 청년들의 탈(脫) 전북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소식이어서 기대가 크다. 립서비스나 홍보를 위한 생색내기가 아니었으면 한다. 지난 5일 김민석 총리는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청년식품창업센터를 방문해 청년식품 창업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국가식품클러스터 핵심 시설인 센터는 시제품 제작부터 기술 인증, 해외 판로 개척까지 창업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며 청년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와 김관영 지사는 청년기업이 K-푸드 산업의 혁신 주체라는 점에 공감하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청년식품기업 성공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 확대, 지역 정착 촉진, 산업 구조 다변화 등 연계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북자치도는 ‘청년희망터’ 사업과 연계해 청년단체 이자비용 지원, 유휴공간 제공,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검토하며 식품 분야 청년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희망디딤돌’ 주거지원사업 확대를 위해 시설 개선과 자립준비청년 종합보험 지원 등 실질적 지원책도 논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전북자치도와 삼성이 청년 자립과 지역 정착을 위한 협력 확대에 나섰다. 삼성과 함께 삼성의 사회공헌(CSR) 프로그램 ‘청년희망터’와 자립준비청년 거주공간 지원사업 ‘희망디딤돌’을 중심으로 협력키로 한 것이다. 삼성의 청년희망터는 전국 청년단체 20여 곳을 선정해 낙후 지역 재생, 문화예술·관광 프로젝트 등을 단체당 5000만 원씩 지원하는 대표 청년지원 사업이다. 현재까지 80개 단체가 참여했고, 전북에서도 7개 단체가 혜택을 받았다. 청년정책은 일자리와 교육, 주거, 금융, 문화, 복지 등 다양한 요소가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이중 일자리와 주거가 핵심이다. 정부와 전북자치도가 식품산업의 청년창업을 돕고 삼성이 자립과 주거를 지원해 주면 청년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으로 해마다 8000여 명이 넘는 청년 유출이 제발 그쳤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2.08 18:11

[오목대] 지역축제의 재발견

또 축제다. 그런데 좀 다르다. 한 해를 보내는 계절, 작지만 이색적인 지역축제가 잇따라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김제시가 죽산면 논바닥에서 개최한 ‘오늘의 평야 제0회 마을잔치’와 진안군이 마이산 일원에서 펼친 ‘소원 돌탑쌓기 전국대회 & 마이돌깨비 난장’, 그리고 지난 6일 순창군이 용궐산에서 연 ‘동계 밤 올림픽’이 그것이다. 한반도의 곡창 김제의 드넓은 평야와 진안의 랜드마크 마이산, 그리고 순창 동계면의 특산물인 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획일화된 기존 축제와 달랐다. 올해 처음 시도된 행사로, 지역의 정체성을 녹여낸 주민 참여형 마을축제라는 공통점도 있다. 새봄 남녘의 꽃소식과 함께 시작되는 지역축제는 겨울 눈꽃축제·얼음축제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그야말로 축제 홍수의 시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역자치단체에서는 해마다 우수 축제를 선정해 발표한다. 그리고 각 시·군은 마치 단체장이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 것처럼 이를 홍보하기 바쁘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축제는 왜 열었고, 무엇을 담고 있을까?’, ‘축제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우수 축제의 기준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이다. 사실 이 원론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정해져 있다. 지자체에서도 그 답변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축제는 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무대였다. 주민들이 공동체 삶에서 지켜온 지역의 다양한 사회·문화 자원을 보여주고 관광객은 해당 지역만의 독특한 역사·문화 자원과 풍습을 직접 보고 즐기는 잔치였다. 그리고 지역민에게는 공동체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확인하면서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지금 지역을 대표한다고 하는 축제들은 이 오래된 의미와 목적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언제부턴가 지역축제가 ‘지역의 이야기’보다 이벤트와 먹거리에 집중되면서, 정체성을 잃었다. 어디를 가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축제 기획부터 운영까지 외부업체가 맡으면서 지역성은 사라졌고, 유명 대중가수를 대거 초청해 인파가 몰리면 ‘성공적인 축제’로 인식됐다. 그러면서 지역주민은 축제의 주인도 관객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무대 주변을 기웃거리는 신세가 됐다. 대중가수들의 순회공연 무대, 그들의 돈벌이 무대로 전락한 지역축제에 언제까지 혈세를 쏟아부을 텐가. 중요한 것은 주민 참여다. 축제는 원래 ‘구경꾼을 모으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민이 스스로 만들어 즐기고 기념하는 잔치 무대다. 축제가 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채 외주기획사 손에 좌우된다면, 그것은 지역축제가 아니라 단순한 행사에 불과하다. 가던 길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축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무엇을 담으려 했는지, 그리고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런 차원에서 최근 김제와 진안·순창에서 시도한 주민 주도 마을축제의 의미는 각별하다.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지속가능한 지역축제의 모델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12.08 18:10

[문화마주보기] 누렁이와 빼빼

어떤 독서 모임에서 내 시편을 해설해 달라는 강의 요청이 왔다. 고마웠다. 세간에 알려진 유명한 시가 아니라 야인의 숨소리 같다는 내 시를 해설해 달라니. 작품을 몇 편 추리는데 문득 누렁이와 빼빼가 떠올랐다. 누렁이가 새끼를 열두 마리나 낳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틀 뒤 빼빼가 새끼 아홉 마리를 또 낳았다. 신통방통한 일이었다. 똥개가 새끼를 이렇게나 많이 낳다니.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 실제로 생기자 우리 가족은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스물넷이던 그해 봄, 개가 잘 되면 집안이 일어선다고 치성드리던 어머니 치맛자락에 치렁치렁 새벽빛이 매달려 있었다. 누렁이와 빼빼는 새끼를 혀로 핥아서 키웠다. 눈도 못 뜨고 낑낑대는 어린 목숨들의 요모조모를 짬짬이 혀로 핥았고 새끼가 구물구물해도 배곯은 놈에게 먼저 젖을 물렸다. 마릿수는 줄었지만 누렁이와 빼빼는 그 뒤로도 새끼 여러 배를 낳았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마당 화덕에 걸린 큰솥에 미역을 넣고 녀석들 밥을 펄펄 끓였다. 배란기가 오면 대문에 동네 수컷들이 모여들어 주둥이를 킁킁댔다. 어머니는 망설임 없이 덩치 큰 수컷만을 마당에 끌어들였는데 녀석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씨알 굵은 새끼들을 잘도 낳았다. 밤하늘을 빠개 먹듯 번갯불이 내리꽂히며 장대비가 좍좍 쏟아지던 밤, 녀석들 집을 살핀 적이 있는데 내가 다가서니 되레 내 손등을 살갑게 핥았다. 새끼를 낳았을 때마다 제 쌀강아지들을 장에다 몽땅 팔아버린 내가 밉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누렁이와 빼빼의 정은 한결같았다. 낯선 이가 대문께 얼쩡거리면 컹컹 짖어 빈집이 아님을 알렸고, 한 번도 내게서 등을 돌리지 않았다. 시 몇 편을 추리는데 까맣게 잊어먹은 누렁이와 빼빼가 왜 떠올랐는지…. 야인의 숨소리 같다는 내 시를 읽은 사람은 드물다. 시집을 네 권씩이나 냈어도 내 시를 평(評)한 사람은 더 드물다. 남들 시보다 빼어나지 못한 데다 언어의 쓰임새도 문명적 색감을 물고 광휘를 내뿜는 날렵한 섬광과 거리가 멀기 때문일 것이다. 농경문화 속에 버무려진 삶의 모양새 일부를 전북의 토박이말과 막말이 섞인 입똥내 튀는 말씨로 끌어낸 게 내 시의 주된 밑그림이므로. 하지만 소통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언어에 선행하는 사람다움의 행위를 돋을볕처럼 붓끝에 벼리고자 골을 뺐을지언정 현대성을 앞세워 시행 앞뒤의 맥락을 고의로 훼손하지 않았으니. 그러자 누렁이와 빼빼가 또 떠오른다. 뭔가가 못마땅한 눈치다. 까불지 말라는 것 같다. 남들 일할 때 나도 일하고 남들 쉴 때 나도 쉬는 세상- 이 꿈에 등을 보이지 않았다면, 젊은 시인들 시가 왜 앞뒤 내용을 고의로 왜곡하고 몽환적 관념에 빠진 것도 모자라 돌연 유령까지 출현시키는지 고민해봤냐는 항의로 읽힌다. 이쯤 되면 누렁이와 빼빼는 똥개가 아니라 내 시의 또 다른 현실이자 도반(道伴)이 아닐까. 그렇다면 녀석들은 문득 떠오른 게 아니라 나를 일부러 찾아온 게 틀림없다. 내 주변을 오래 맴돌았음이 분명하다. 아아, 까맣게 잊어먹은 옛정이 시의 정혈에 눈도 못 뜨고 낑낑대는 내 목숨의 요모조모를 혀로 핥아대다니. 난해하다고 자폐적이라고 비판받을망정 서정시의 오랜 질서를 거절하는 젊은 순정을 시의 문법으로 모시라고 나를 말똥말똥 바라보는 누렁이와 빼빼라니! 독서 모임에 가져갈 시편을 추리다 말고 나는 코가 시리다. 순정 한 잔이 간절하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12.08 18:10

[경제칼럼]2025년, 연탄은 이제 조금 놓아주면 안 될까?

기후변화로 여름과 겨울이 길어졌다. 올해처럼 ‘가을’이 너무 짧아져서 사계절을 봄·여름·‘갈’·겨울로 ‘가을’을 짧게 줄여서 말하기도 한다. 이제 긴 겨울이다. 이즈음 지역사회에서는 온기 가득한 여러 노력이 이루어진다. 집중 모금이 이루어지고, 김장 김치를 나누며,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온다. 그리고, 여전히 겨울철 나눔 활동 백미는 연탄 봉사이다. 연탄(煉炭)은 무연탄에 점결제를 섞어 성형해 만드는데, 1920년대 일본 규슈에서 목탄 대체용으로 개발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 산업용으로 전파되었다가 1950년대 산림 황폐화 방지, 1966년 산림 녹화사업과 연계해 생산이 확대되었다. 당시 구공(혈)탄 형태가 표준화되며 온돌난방에 적합한 연료로 자리 잡았고, 1960년대와 1970년대 서민 가정에서 필수품이 되었다. 1988년 가정용 연탄 보급률은 78%로 정점을 찍고, 1993년 석유·가스보일러로 대체되어 33%로 급감했다. 이제 연탄은 연탄구이집에서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집에서 연탄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2023년 기준, 전국 74,167(0.4%)가구가 연탄을 사용한다. 우리는 이들을 에너지빈곤층으로 보고 있으며, 대부분 노후 불량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에너지빈곤층은 적정 수준의 에너지소비를 경제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저소득가구를 의미하며, 소득 10% 이상을 광열비로 지출하는 빈곤층을 말한다. 정부에서는 취약계층인 기초생활수급자, 65세 이상 노인가구, 장애인(1~3급)가구 중 연탄보일러 사용 가구에 쿠폰을 지원한다. 쿠폰은 디지털 방식으로 가구당 47만 2천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대략 연탄 524장 정도가 지원되는 것이다. 겨울철 한 가구당 사용하는 연탄은 평균 1,000장에서 1,200장 정도인데, 지원되는 쿠폰은 이 중 절반 수준이다. 연탄은 일산화탄소 중독, 교체의 번거로움 등 분명한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연탄을 쓰는 것은 결국 광열비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연탄의 강점은 바로 저렴한 가격이다. 2025년 연탄 시세는 장당 900원이고, 배달료가 거리마다 차등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우리 지역은 어떨까? 전주연탄은행에 따르면 전북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취약계층은 지금도 4,120가구에 달한다. 전주시 연탄쿠폰 지원 가구는 235가구다. 이들 가구에 가스·등유 보일러 교체 지원 사업을 펼쳤는데, 10가구만 희망하였고, 절반은 교체를 꺼렸다. 어떤 가구는 지원을 통해 가스보일러로 교체했는데, 1년 만에 다시 연탄보일러로 교체한 사례도 있다. 결국 연탄보일러 사용은 광열비 부담 때문이다. 우리 공동체는 해마다 연탄 사용 가구를 위해 연탄을 기부하고,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한다. 이 훌륭한 나눔은 동절기를 앞두고, 김장 봉사와 더불어 사회의 온기를 올리는 상징적 봉사활동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연탄 나눔이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있을 때까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2025년에 우리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연탄 가구를 위해 다른 대안을 고민해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이들이 거주하는 주택 내 주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단열공사와 창호 교체로 주택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1칸 사업’, 연탄보다 사용하기 편리하고 안전하며, 광열비 부담이 가능한 에너지원을 제공하는 사업은 어려울까? 최근 전주에서는 참신한 시도도 있었다. 시와 주거복지센터, 대학 등 15개 단체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연탄 사용 가구 대상 일산화탄소 배출 저감과 주민 건강권 확보 등을 위해 탄소중립 주택난방 플랫폼을 조직해 탄소섬유 바닥난방과 태양광 설치를 지원하기도 했다. 2025년이다. 연탄은 이제 조금 놓아 주면 안 될까?

  • 오피니언
  • 기고
  • 2025.12.08 18:1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