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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만금 국제공항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시켜야 한다

1991년 첫 삽을 뜬 새만금 사업은 전북도민의 간절한 인내와 기다림 속에 34년의 세월을 견뎌왔다. 2006년에 이르러서야 방조제가 완공되고, 2024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내부 도로가 개통되며 바닷속에 묻혀 있던 대지가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이 수많은 정부가 바뀌고 정책이 흔들리는 동안에도 전북도민들은 새만금의 완성과 이를 통한 지역 발전, 나아가 국가 균형 발전의 대의를 믿으며 묵묵히 기다려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지부진하던 새만금 개발이 속도를 내자 도민들의 마음은 오랜만에 설렘과 희망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이 있다. 공항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새만금을 세계와 연결하는 관문이며, 미래 산업단지와 수출입 물류기지, 관광산업의 핵심 동력이다. 공항이 없으면 새만금의 청사진은 결코 완성될 수 없다. 특히 새만금 국제공항은 2036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국가 전략 인프라로서, 전북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완성할 마지막 기회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한 데 이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되었다는 소식은 도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 사유가 ‘조류충돌 위험’이라는 점이다. 조류충돌은 전 세계 모든 공항이 공통적으로 관리하는 사안이다. 인천국제공항 역시 매립지 위에 건설되었지만, 첨단 탐지 레이더와 서식지 관리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김해공항과 군산공항 등도 동일한 위험요인을 기술적으로 극복하며 수십 년간 무사고 운항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새만금 공항만을 조류충돌 가능성 하나로 멈추게 한다면 이는 균형을 잃은 판단이다. 자동차 사고 위험이 있다고 도로를 없애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새만금 공항 사업은 초기부터 환경평가와 위험 분석을 거쳐 대응책을 마련해 왔고, 과학적 관리체계로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다. 조류충돌을 명분으로 국가 핵심 인프라를 중단시키는 것은 도민의 염원과 국가 비전을 가볍게 짓밟는 일이다. 만약 이번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피해는 막대하다. 수십 년간 지체된 새만금 사업은 또다시 좌초될 것이고, 국내외 투자 신뢰는 무너질 것이다. 전북은 다시 낙후의 늪으로 빠지고, 신재생에너지 허브와 글로벌 물류 중심지 등 국가 전략사업도 연쇄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법원은 이 사안을 단순히 지역 이해관계가 아닌, 국가 전체의 공익과 미래 발전의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 조류충돌 위험은 관리로 극복할 수 있지만, 사업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지역 사회의 상실감은 되돌릴 수 없다. 전북도민들은 지난 34년간 수없이 기다려왔다. 그 기다림 속에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지만, 새만금 완성에 대한 믿음만은 놓지 않았다. 법원이 이번에도 그 꿈의 발목을 잡는다면 도민들의 마음은 또다시 산산조각 날 것이다. 조류 한 마리의 충돌 가능성이 사람들의 미래와 국가 발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은 단순한 지역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대역사다. 법원은 이번 집행정지 가처분을 현명하게 기각하여,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오랫동안 소외된 전북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곧 국가 균형 발전을 향한 정의로운 판단이며, 34년을 기다려온 도민의 염원에 응답하는 길이다. 추원호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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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3 18:29

[세무 상담] 비거주자의 주택 양도, 왜 1세대 1주택 비과세가 안 될까?

비거주자의 주택 양도, 왜 1세대 1주택 비과세가 안 될까?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것처럼 우리 세법은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1세대 1주택자에게는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혜택은 ‘거주자’에게만 해당하며, ‘비거주자’는 동일한 조건이라도 비과세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비거주자’란 누구이며, 왜 세법은 이들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지 않을까요? 소득세법상 ‘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을 말합니다. 반대로 ‘비거주자’란 국내에 주소도, 장기간 체류의 실질적 근거도 없는 사람을 뜻합니다. 즉, 해외에 생활의 중심이 있는 교포, 장기 해외 근무자, 외국인 투자자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비거주자가 비과세를 적용받지 못하는 핵심 이유는 ‘실수요자 중심의 세제 취지’에 있습니다. 1세대 1주택 비과세 제도는 실질적으로 국내에 거주하며 자신의 주택에서 생활하는 국민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러나 비거주자는 국내 주택을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나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일한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이죠. 다만, 해외이주법에 따라 세대 전원이 출국하고 출국일 기준 1주택자라면, 출국일로부터 2년 이내에 양도하는 경우에 한해 12억원 이하 양도가액에 대해 비과세가 인정됩니다. 이 특례는 해외이주자의 재산권 보호와 이중과세 방지 목적에서 도입된 예외적 규정입니다. 최근 해외 체류자가 늘어나면서 “나는 한국에 집 한 채뿐인데 왜 세금을 내야 하나요?”라는 문의가 잦습니다. 하지만 국내 세법은 ‘주소와 생활 근거지’가 어디에 있느냐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단순히 ‘1주택’만으로는 비과세를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장기 해외 체류나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출국 전 본인의 거주자 여부와 향후 주택 매도 시점의 과세 요건을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작은 차이로도 세 부담이 수천만 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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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11.13 16:59

[사설]‘한승헌도서관’ 정의·인권교육 산실 되길

대한민국 ‘1세대 인권변호사’인 고(故) 한승헌 변호사의 뜻을 기리는 도서관이 고인의 모교인 전북대학교에 들어섰다. 전북대는 지난 11일 교내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한승헌도서관’ 개관식을 열었다. 도서관은 한 변호사의 유가족이 전북대에 기부한 발전기금 1억원과 국립대학 육성사업 등의 예산이 더해져 총 6억2000만원의 예산으로 건립됐다. 연면적 378㎡ 규모로 100~150명이 함께 학습과 토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열린 복합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도서관은 고 한승헌 변호사가 남긴 기록과 정신을 모교에 아로새긴 공간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의 가치를 되새기는 상징적 장소다. 그의 이름을 딴 도서관이 전북대에 세워졌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고인의 모교인 전북대가 지역의 울타리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유산을 품은 공간으로 거듭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진안 출신으로 전주고와 전북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한 변호사는 우리 사회 정의와 인권의 가치를 몸소 실천한 시대의 스승이다. 법조인으로서, 공직자로서 그는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 정의를 지켜왔다. 군사정권 시절, 그는 수많은 양심수와 해직 언론인을 변호하며 법이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정의의 언어임을 몸소 보여주었다. 그의 삶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이자, 지금 실천해야 하는 시대의 가치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발전에 큰 자취를 남긴 그의 이름을 딴 도서관이 대학에 문을 연 것은 단순히 한 인물을 기리는 일을 넘어 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다짐이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모아놓은 공간이 아니다. 사람의 사고와 주장이 이어지고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대학도서관은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전북대 한승헌도서관은 단순한 지식과 정보의 저장소를 넘어 민주주의와 정의·인권의 가치를 배우고 토론하며 실천하는 교육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 이곳에서 젊은 청년들이 한 변호사의 치열했던 삶을 배우고 인권의 가치를 새겨 ‘정의로운 지성’으로 성장하길, 그리고 이 도서관이 법과 정의, 사회적 책임과 연대의 가치를 배우고 토론하는 ‘지성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12 18:13

[사설] 전북 예식장 밥값 5만원, 요금투명성 필요

최근 전북지역 결혼식 식사비용이 평균 5만원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가격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1월 11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전북소비자정보센터(소장 김보금)가 전북도내 32곳의 예식장과 12곳의 결혼준비 대행업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도내 예식장 식사비 평균 액수는 4만9160원으로 나타났다. 최소 식사비는 2만8000원이고, 가장 높은 곳은 7만9000원에 달했고 예약을 위한 필수 보증인원은 50~300명으로 지역별 차이를 보여주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타난 문제는 요금의 투명성이었다. 즉, 소비자정보센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32곳의 예식장 중 요금을 게시한 곳은 8곳(24%)에 불과하며 13곳의 예식장이 표준약관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84%(27곳)의 업체가 표준약관을 게시하지 않았고 결혼 준비업체 또한 16.7%만이 요금을 게시한 상태였다. 이번 조사를 통해 나타난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보면, 계약서를 미교부하거나 불명확하게 작성할 때 향후 분쟁에 대한 소비자 권리보호의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 요금 미게시 및 표준약관 미사용 시에는 계약 내용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과도한 계약금·환급 불가 조항,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가 준비해야하는 3대 필수 항목인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등급 기준 불명확, 위약금 기준 모호 등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이는 실제 이용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져 높은 식대와 많은 결혼식 참여인원 보증요구 문제 등이 가장 많이 지적된다. 따라서 결혼식을 망치기 싫어 어쩔 수 없이 묵과하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가격 등 주요 정보에 대한 공개 필요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제도개선 사항이 요청된다. 먼저 업소측은 계약서를 반드시 교부하고 주요 조항에 대해 의무적으로 알리기를 실천하고, 표준약관 적용 확대와 이용요금에 대한 구채적인 내용 고지 및 위약금 산정 표준화 등이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사안에 대한 감독과 감시 강화가 진행되어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의 인식 확대에 의한 피해 예방이 요청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12 18:13

[오목대] 정치낭인과 수능단상

2026학년도 수능 지원자는 55만4174명이다. 총 응시자수로는 2019학년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출산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황금돼지띠’해인 2007년생이 고3으로 수능을 보는데다, ‘n수생’ 응시자도 많아 대입 경쟁률이 더욱 치열하다. 삶의 긴 여정에서 보면 대입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고, AI 시대에는 구태여 대학을 꼭 졸업해야 하는가 의문이 들만큼 세상이 급변하고 있지만, 어쨋든 수능은 삶의 커다란 변곡점임엔 틀림이 없다. 유달리 성공과 출세를 중시하는 우리 풍토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04년 초대형 부정 수능이 있었다. 이후 수능에서는 모든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되고 개인 필기구가 아닌 획일적인 ‘수능 샤프’가 지급됐다. 전국적으로 부정행위자 363명이 적발됐다. 당시 1심 법원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학력 지상주의가 어린 학생들을 범행으로 내몰았다”고 판시해 눈길을 끌었다. 조사를 거쳐 무효 처리된 수험생은 모두 314명이었으며 무더기로 입학 취소 처분을 받았다. 전국적인 화두가 됐던 일대 사건이었으나 사실 시험에서의 부정행위 역사는 엄청나게 깊다. 특히 조선시대 한 집안의 성패가 달린 과거시험에 등장한 부정행위 수법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정된 관직을 둘러싼 과열 경쟁은 결국 목숨을 건 당파 싸움의 가장 근본적 원인이다. 흥미로운 것은 임진왜란 발발 이듬해인 1593년 왕세자였던 광해가 분조하여 전주에서 과거를 실시한 적이 있다. 숱한 부정행위가 있었으나 과거는 전쟁때도 치러야할 만큼 국정의 중대사였다. 그해 문과에서 9인, 무과에서 1000 여 인을 뽑았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전한다. 전주시는 이를 기념해 지난 2017년부터 ‘1593 전주별시(別試)’ 재현행사를 열고 있다. 조선후기로 넘어가면서 과거에 합격하고도 관직을 받지 못하는 낭인들은 수없이 넘쳐났다. 세도가의 집안이거나 그 뒷배경을 등에 업지 못하면 평생 한량으로 처량한 신세를 보내야 했다. 사정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낭인(浪人)은 모시던 주군이 죽거나 영주로부터 쫓겨나서 영지나 봉록이 없어 방랑하며 일정한 수입이 없게 된 사무라이를 말한다. 뚜렷한 수입이 없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던 낭인들의 욕구가 분출하면서 메이지 덴노를 정점으로 결국 전범국가 일제를 만들었다는 분석은 일리가 있다.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가에서도 숱한 정치 낭인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저마다 그럴듯한 명분과 비전을 내세우고 있으나 결국 철저히 이해관계에 따라 캠프를 전전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음지에서 냉대받던 이들은 화려했던 과거를 꿈꾸고, 양지에서 놀던 이들은 혹여 음지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해서 캠프를 기웃거리고 있다. 수능날 아침 떠올려보는 정치낭인들의 모습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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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11.12 18:12

[의정단상] 전북 회복의 꿈, 우리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달 21일, 드디어 새만금~전주 고속도로가 개통됩니다. 2010년 첫 삽을 뜬 지 15년 만의 결실이지요. 이번 사업은 총사업비가 2조 7천여억으로 전북 도로사업 중 최대 규모이며, 내륙 경제권과 새만금을 직접 잇는 첫 고속도로입니다. 예전에는 전주에서 새만금까지 76분이 걸렸지만 이제는 33분이면 닿을 수 있습니다. 하루 평균 2만 4천 대의 차량이 다니고, 연간 2천억 원 규모의 경제효과가 있습니다. 지역경제와 산업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새만금고속도로는 전주~대구~포항으로 이어지는 동서 고속도로망의 출발점입니다. 새만금에서 포항까지 230㎞ 동서 횡단축 도로가 건설되면 전북은 대한민국 교통허브로 새롭게 자리 매김하게 됩니다. 대광법 통과, 전주~새만금 고속도로는 교통 인프라 확충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전북 스스로 길을 열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생활·경제·산업·문화가 모두 연결되는, 진정한 변화의 시작입니다. 전북 14개 시군을 1시간 이내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진정한 전북회복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천년 간 쌓아온 전북·전주의 ‘문화 에너지’도 꽃피워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전주의 문화에너지- 맛·멋·소리·전통·얼-전주의 전통 콘텐츠를 모두 연결하여, 전 세계인이 찾아오는 문화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K-POP·판소리·미식·종교문화를 통합한 글로벌 플랫폼을 만든다고 상상해 보세요. 전 세계 사람들이 K-POP의 성지, 전주로 몰려오는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전북은 상상을 넘어 꿈을 이룰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문화가 경제가 되고, 전통이 미래가 되는 새로운 전북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전북은 소외와 낙후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고, 지금은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정치권은 ‘전북소외론’을 앞세워 책임을 회피했고, 그 사이 1965년 250만이던 전북 인구는 올해 175만으로 줄었습니다. 소외론을 넘어 길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전북 스스로 답을 찾고 길을 내가면, ‘대한민국의 아픈 손가락’ 전북이 대한민국 중심으로 떠오르는 꿈이 현실이 될 것입니다. 특히, 정치에서도 전북은 꿈을 꿔야 합니다. 수십 년간 전북 낙후의 원인은 바로 “정치” 때문이라고 시민들이 많이 비판합니다. 2026년 지방선거 등 우리 앞에 많은 정치 일정이 놓여 있습니다. 전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치를 바꿔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 전북도민·전북시민들이 말로만 전북을 사랑한다고 떠드는 ‘쭉쟁이’가 아니라, 말과 행동, 그리고 진심까지도 오로지 전북을 위해 일하는 ‘알곡’ 정치인을 선택해야 할 때입니다. ‘삯꾼’ 같은 정치인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전북의 미래를 팔아 자기 이름만 남기려는 정치에는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누가 진짜 전북을 위해 뛰는 사람인지, 누가 사리사욕 욕심만 채우려 하는지, 이제는 우리 스스로 가려내야 합니다. 이래야 전북의 꿈도 실현할 수 있고, 전북도민들의 삶도 바뀔 수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전북회복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 바로 지금,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늘 전북도민·전주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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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2 18:12

[타향에서] 품격은 시간으로 쌓이지 않는다

얼마 전 평소 온화하고 신중하던 지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찾아왔다. 조심스레 이유를 묻자 한숨 섞인 답이 돌아왔다. “오랜 세월 존경하던 선배에게 실망했습니다.” 그는 오랜 인연의 선배가 금전적 어려움을 호소했을 때 기꺼이 도왔다고 했다. 당시 선배는 간곡히 부탁했고,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믿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선배는 일이 잘 풀리자 태도를 바꿨다. 감사는커녕 도움받은 일조차 잊은 듯 행동했다. 지인의 표정엔 분노보다 허탈함이 짙었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현명해지고 성숙해질 거라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흘러가지만, 그 시간이 모두에게 지혜를 남기진 않는다. 오히려 어떤 이들은 세월 속에서 배은망덕(背恩忘德)을 합리화하고 자기 이익만 좇는다. “그땐 어쩔 수 없었다”는 말 한마디로 신의를 덮고 관계를 계산으로 바꿔버린다. 오래전 한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나이 먹는다고 다 현명해지는 건 아니야. 오히려 비합리적으로 변하는 사람도 있지.” 그땐 과장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또렷하다. 우리 사회는 연륜을 존중한다. 나이가 곧 경험이고, 경험이 곧 지혜라 여긴다.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연장자를 공경하는 미풍양속이 뿌리 깊다. 하지만 경험이 반드시 지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세월은 얼굴에 주름을 남기지만, 마음에는 반드시 깊이를 새기지 않는다. 품격은 시간으로 쌓이는 게 아니라 매 순간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진정한 성숙은 나이를 먹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끄럽지 않게 사는 일이다. 은혜를 잊지 않고 약속을 지키는 태도. 그 단단한 마음이 사람의 품격을 결정한다. 누군가는 30년을 살아도 여전히 자기중심적이고, 누군가는 30년을 살며 타인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된다. 차이는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변화했느냐에 있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원로라 불리는 이들의 민낯이 드러나는 사례를 본다. 지위를 이용한 갑질, 후배에 대한 무례, 공과 사의 혼동. 나이와 경력은 높지만 존경받지 못하는 어른들이다. 세월은 그들에게 권위를 주었지만 품격은 주지 않았다. 그들은 나이를 방패 삼아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지만, 주변은 이미 그 허상을 꿰뚫어 본다. 반대로 젊은 나이에도 깊은 품격을 지닌 이들이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고, 작은 은혜도 잊지 않으며, 자신보다 약한 이를 배려하는 사람들. 이들에게선 나이를 뛰어넘는 무게가 느껴진다. 그들은 나이가 아니라 태도로 존중받는다. 결국 중요한 건 살아온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웠느냐다. 매일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을 인정하며, 타인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 그가 진짜 어른이다. 나이 듦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성숙은 의식적인 선택이다. 세월불대인(歲月不待人),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 무심한 시간 속에서도 진심을 잃지 않으려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수기치인(修己治人), 남을 탓하기보다 먼저 자신을 닦는 일. 그것이 품격의 시작이다. 지인과 헤어지며 생각했다. 겉의 나이는 어쩔 수 없지만, 마음만큼은 언제나 곧고 따뜻하게 지키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나를 떠올릴 때, 나이가 아니라 사람됨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세월이 깊다고 마음까지 깊은 건 아니지만, 마음을 곧게 지키는 사람은 어느 나이에도 존경받을 것이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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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2 18:11

[기고] 전북교육청 승진제도, ‘투명성’으로 ‘동기 부여’ 완성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일 잘하는 공무원’을 우대하겠다며 성과 중심의 승진제도를 운영해왔지만, 정작 핵심적인 선발 과정이 ‘깜깜이’에 가려져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이는 격무를 기피하는 공직풍토를 개선하고, 묵묵히 성과를 내는 공무원을 우대하겠다는 매우 긍정적이고 시의적절한 정책 방향이다. 교육청은 승진 예정 인원의 80%는 기존의 역량평가 등을 활용하고, 나머지 20%는 ‘업무능력 우수자’를 발탁하는 투트랙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 ‘업무능력 우수자’ 선발 제도가 시행 3년 차를 지났음에도, 핵심적인 선발 결과가 ‘비공개’라는 장막 뒤에 숨어있다는 점이다. 조직 내부에서조차 누가, 왜, 어떤 실적으로 ‘업무 우수자’가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러한 ‘깜깜이 인사’는 교육청이 내세운 ‘조직 몰입과 동기 부여 강화’라는 목적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제도의 취지는 성과를 낸 소수에게 보상을 주어 다수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데 있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은 과정을 알 수 없는 다수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 대신 불신과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혹시 정실 인사가 아닌가’라는 불필요한 의혹과 갈등만 확산시킬 뿐이다. 이는 ‘성과 중심’의 제도를 ‘과정 불신’의 제도로 전락시키는 심각한 모순이다. 물론 인사부서의 고충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저촉 소지를 우려해 명단 공개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행정기관으로서 당연한 책무일 수 있다. 공무원의 평가 결과는 민감한 사적 영역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전면 공개가 아닌 제한적 공개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교육청에 명단을 일반 도민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제도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내부 구성원에게, 내부 행정 전산망을 통해 제한적으로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는 법적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균형점이다. 판례가 보호하는 것은 개인의 근평 점수나 순위 같은 ‘세부 평가 내용’이지, ‘업무 우수자’로 선발되었다는 ‘선발 트랙’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업무능력 우수자’라는 명칭은 개인이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 아닌, 조직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공적인 명예’다. 교육청 스스로가 공인한 인재를 ‘사적 영역’이라며 숨기는 것은 그 명예의 권위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다. 역설적이게도, 현재의 비공개 원칙은 당당하게 실력으로 선발된 우수자들의 명예마저 훼손하고 있다. 투명하게 명단을 공개하는 것만이 그들이 정당한 ‘실적’으로 인정받았음을 공식적으로 입증하고, 억울한 의혹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전북교육청은 이미 ‘성과 중심’이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투명성’이라는 마지막 한 조각을 더해 정책을 완성해야 한다. 내년 1월경 발표될 ‘2026 인사행정 운영계획’에는 ‘업무능력 우수자’ 명단을 내부망에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을 반드시 명문화할 것을 촉구한다. ‘동기 부여’라는 목적은 ‘공정한 과정’이라는 신뢰의 토양 위에서만 꽃필 수 있다. 이제 전북교육청이 그 토양을 단단히 다져야 할 때이다. / 김형기 (전북교육행정발전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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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2 18:11

[사설]새만금 글로벌청소년센터, 활용 방안 없나

새만금 잼버리의 아픈 상처가 가시지 않고 있다. 국비와 도비 450억 원을 투입해 지은 글로벌 청소년리더센터가 잼버리대회 기간 중 완공되지 못해 애를 먹이더니 이제 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운영비 등 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청소년센터를 관광레저 또는 청소년 관련 시설로 활용할 방안에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새만금 글로벌 청소년리더센터는 당초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1지구에 건축면적 3516㎡ 지상 3층, 전체면적 8525㎡ 규모로 잼버리가 열리기 두 달 전인 2023년 6월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완공이 1년 늦어져 지난해 6월 준공됐으며 시설은 숙박동과 강의동, 체육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시설은 대회 기간 중, 운영본부와 잼버리 종합병원 등으로 활용되고 그 이후에는 시설과 운영시스템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키로 했다. 특히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해 케이팝 축제나 전시 공연 등 청소년의 각종 체험학습은 물론 가족 단위 체험이 가능한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해 새만금을 문화 관광 중심지로 이끄는 선도시설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사업 시행자인 전북자치도는 잼버리 유치 당시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시설 운영을 맡기기로 했으나, 연맹이 매년 20억~30억 원의 운영비 부담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도의회 등에서 문제가 제기되었고 도교육청과 협력해 국제교육원 전환을 추진했지만 이를 추진하던 서거석 교육감이 중도에 낙마하면서 흐지부지된 상태다. 현재 도교육청은 국제교육원 전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시설은 서 교육감이 지적했듯 센터의 지리적 위치, 건축물의 원래 용도가 국제교육원 용도와 다른 점, 주변 인프라 부족, 교통상의 문제로 인해 실질적인 제약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되, 새만금 잼버리의 실패를 성공적인 신화로 탈바꿈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가령 청소년 치유나 힐링 공간으로 활용하든지 아니면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안에 건립된 만큼 관광레저와 관련된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 지역의 위상을 높이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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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1 18:22

[사설] 운전자 폭행 엄벌하되 근본적 해법 찾아야

최근 술에 취한 승객이 버스 운전자를 폭행해 버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줬다. 5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인천 계양구 효성동 한 도로 위 버스에서 기사를 폭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버스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하차를 요구했는데 기사가 이를 거부하자 폭행했다는 거다. 술 마시고 실수한 거라고 여길 수 있겠으나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전북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택시 기사 등 운전자 폭행이 이젠 위험수위에 달해 강력한 법적인 제재와 더불어 근본적인 안전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년(2022~2024년)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운전자 폭행)로 무려 260명이 검거됐다. 2022년에는 86명이 검거됐으며, 2023년에는 104명, 지난해에는 70명이 검거되는 등 꾸준히 운전자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일부 시군에서 택시 기사 보호벽 설치 지원사업이 도입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흐지부지됐다. 버스는 지난 2006년 격벽 설치가 의무화됐다. 도내 개인택시 기사들 중 안전 스크린 설치가 필요하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거다. 지난 1990년대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택시기사 보호를 위한 스크린이 설치된 경우가 많았다. 택시 강도나 폭행 사건 등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버스가 됐든 택시가 됐든 운전중 기사를 폭행하는 것은 생각지도 않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선은 운전자 폭행을 했을때 강력한 형사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택시 안에서 택시 운전기사를 폭행한 승객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처럼 미지근한 처벌로는 안된다. 응분의 책임을 지워야만 제2, 제3의 유사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젠 안전 스크린 설치 문제도 확실히 매듭지어야 할 때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선진 시민의식이다. 순간의 실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위험을 자초하는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동이다. 전 지구촌에서 최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있는 대한민국에서 운전자 폭행이 일어난다는 것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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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1.11 18:21

[오목대] 말이 사라진 정치와 상복 퍼포먼스

국회에 또 상복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로텐더홀 계단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4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이 첫 새해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상복 차림에 검정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 불과 5개월이지만, 야당의 상복 시위는 처음이 아니다. 정기국회 개원식이 열린 지난 9월 1일에도 국민의힘은 검은 상복을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앉았다. 여당의 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개정안 추진과 입법 독주를 반대하는 항의 메시지를 내세웠지만, 정기국회가 열리는 첫날, ‘죽은 국회’를 상징하는 야당 의원들의 퍼포먼스는 한국 정치의 품격을 다시 땅에 떨어뜨렸다. 정치 무대에 상복이 등장한 것은 오래 전이다. 상복은 ‘상중에 있는 상제나 복인이 입는 예복’이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상복은 단순한 애도의 옷이 아니다. 돌아보면 우리 현대사 속 상복은 시대의 비극을 증언하고 권력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민주주의의 부활을 호소하는 상징이었다. 1960년대, 4·19 거리에서 학생들은 상복을 입고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외쳤다. 1970~80년대, 유신체제와 군사독재 정권 아래에서는 재판정과 거리로 옮겨졌다. 1974년 인혁당 사건 유가족들은 재심을 요구하며 상복을 입고 국가폭력에 저항했으며, 1980년 5.18의 거리에서도 시민들은 상복을 입고 광주의 진실을 외쳤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도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죽은 민주주의를 살리자’며 상복을 입었다. 그때, 도덕과 정의를 상징했던 상복은 곧 말보다 더 깊은 진실의 힘이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상복은 국회로 들어왔다. 정치적 대화의 공간이 실종되고, 말보다 퍼포먼스가 앞서는 현실에서 상복은 또 다른 의미였다. IMF 위기 이후 한나라당은 ‘국민의 정부’를 향해 ‘경제가 죽었다’며 상복을 입었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에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상복을 입고 ‘민주주의의 죽음을 애도했다. 정치적 언어가 된 상복은 이제 약자의 것도, 부당함에 맞서는 도덕의 언어도 아니었다. 로마의 정치인이었던 키케로는 “정치가에게 말은 무기이며, 설득은 통치의 기술”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정치는 ’말의 예술‘이다. 정치가 말이 아닌 상징으로 대신하면, 민주주의는 소통의 힘을 잃는다. 말이 사라진 자리, 안타깝게도 오늘의 정치는 토론을 잃고 책임 없는 퍼포먼스만 남았다. 지난 9월에 이어 11월 다시 국회 본회의장에 등장한 상복은 정치의 위기를 드러낸다. 혼란과 분열의 상징 언어가 된 상복이 도덕적 힘을 회복하고, 정치의 품격과 신뢰도 되살아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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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11.11 18:21

[권혁남의 一口一言]불붙은 도지사 선거

내년 전북도지사 선거가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다. 애초 이번 선거는 김관영 대 안호영 양자 대결로 펼쳐져 조금은 싱겁게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였다. 그러다 갑자기 이원택 의원이 출마하면서 선거판이 뜨거워지고 있다. 2022년 민주당 경선에서 결선 투표까지 올라가 김관영 후보에게 패배했던 안호영 의원은 이번 전주·완주 통합을 두고서 정치적 악수를 두고 말았다. 도지사를 노리는 사람이 전체 유권자의 1/3을 차지하는 전주 시민이 절대적으로 찬성하고, 대다수 도민이 바라는 통합을 앞장서서 반대하였으니 말이다. 안호영 의원에 대해 전주 시민들은 심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만약에 안호영 의원이 이번에 전주·완주 통합을 성사시켰다면 도지사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을 것이다. 설사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안의원은 통합시에 새로 신설되는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에 무난히 당선될 것이다. 안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스스로 닫아버렸다. 참으로 안타깝다. 이원택 의원이 이 틈을 파고들어 김 지사의 대항마로 나섰다.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가 각 50%씩 반영된다. 1차 경선에서는 현직인 김관영 지사가 이원택, 안호영 후보보다는 앞설 것이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두 명이 결선 투표를 벌인다. 결선 투표는 아마도 김관영 대 이원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관영과 이원택.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성격이나 경력이 매우 대조적이다. 한마디로 화려한 김관영과 성실한 이원택이다. 김관영 지사는 1969년생으로 고시 3관왕, 재경부 사무관, 김앤장 변호사, 재선의 국회의원을 거치면서 사무총장, 원내대표를 역임하는 등 그야말로 개인으로는 물론이고 정치인으로도 화려한 경력을 가졌다. 남들은 재수 삼수해도 어렵다는 도백 자리를 첫 도전에 성공시켰다. 이원택 의원은 1970년생이며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전주시 의원, 전주시장 비서실장, 청와대 행정관, 전북 부지사를 거쳐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하였다. 김관영 지사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직스럽게 성실하며 정치계 바닥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행정과 정치 현장 경험을 착실히 쌓으면서 성장한 정치인이다. 김관영 지사는 화려한 경력과 뛰어난 머리와 완벽주의 성격, 여기에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한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 선정과 기업 유치, 대형 사업 추진 실적도 이뤄냈다. 그러나 도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업적이 없고, 전북의 경제지표가 여전히 하위권이며 청년층 유출이 심해지고 있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소속 정당을 몇 차례 바꾸는 바람에 민주당 뿌리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에 이원택 의원은 성실하고 겸손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으면서 지역 밀착형 정치를 펼쳐왔기 때문에 민주당 조직이 강하다는 평가이다. 또한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의 긴밀한 관계 역시 강점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인지도와 언론 노출도가 낮고, 인상적인 활동이나 주목할만한 정책 브랜드가 없는 점이 약점이다. 가난이 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문으로 나가고, 사람은 뒷문으로 나가는 법. 오랜 세월 전북은 가난과 변방의 그늘 속에 갇혔다. 도민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졌다. 다음 도지사는 김대중의 미래 설계 능력과 이재명의 과감함을 갖춘 지도자여야 한다. 무기력을 활력으로, 변방을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사람과 돈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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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1 18:20

[기고] 동굴을 벗어나 빛으로…완주-전주 통합이 국가 전략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전라북도는 생존을 위한 중대한 선택 앞에 서 있다. 인구 감소, 산업 정체, 예산 격차는 더 이상 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국가적 과제다. 이 위기를 돌파할 유일한 해법은 바로 ‘완주-전주 행정 통합’이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동굴의 비유’를 통해 인간이 진실을 깨닫기까지 겪는 고통을 설명했다. 지금의 전북은 마치 동굴 속 죄수처럼, 행정 경계라는 그림자에 갇혀 있다. 교통망은 단절되고, 투자와 예산은 중복되며, 경쟁력은 분산된다. 이 그림자를 실체로 착각한 채 살아온 지난 시간은 이제 끝나야 한다. 통합은 그 사슬을 끊고, 동굴 밖의 빛을 향해 나아가는 지성의 결단이다. 1988년 광주가 광역시로 승격될 당시, 전주와의 예산 차이는 229억 원이었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격차는 무려 5조 원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동력을 잃게 만든 구조적 불균형을 보여주는 상징적 수치다. 또한, 완주군은 최근 3년간 전라북도 내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한 지역이다. 그러나 이 증가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주와 인접한 삼례읍, 용진읍, 이서면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나머지 읍면 지역은 오히려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구 통계를 넘어, 완주의 독립적 성장보다는 전주와의 생활권 통합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행정 경계는 여전히 나뉘어 있지만, 주민들의 삶은 이미 하나의 도시권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출퇴근, 교육, 소비, 문화 활동 등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전주와 완주를 넘나들며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 경계는 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통망은 단절되고, 예산은 중복되며, 도시계획은 분산되고 있다. 이는 마치 플라톤이 말한 ‘동굴의 비유’처럼, 실체가 아닌 그림자에 갇혀 있는 상태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이미 통합된 생활권인데, 행정만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전주와 완주가 통합되면 인구 73만 명, 면적 1,027㎢의 대도시가 탄생한다. 이는 단순한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기능 중심 특례시’로 지정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특례시는 광역시급의 행정 자치권과 재정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국책사업 유치와 글로벌 기업 투자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다. 전주시는 이미 2040년까지 100만 광역도시를 목표로 수소·AI 산업 육성, K-문화관광벨트 구축 등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통합을 전제로 한 전략이며, 완주와의 결합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 완주 군민의 우려는 타당하다. 그러나 통합은 손해가 아닌 혜택의 ‘더하기’다. 정부는 통합 시 12년간 기존 복지 유지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더 유리한 혜택을 선택 적용하도록 명문화했다. 또한, 특별 지원금과 교부세는 완주 지역에 집중 투자되며,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부동산 가치 상승이라는 실질적 이익도 기대된다. 행정 접근성 역시 개선된다. 통합 시 4개 이상의 행정구 설치, 보건소 분산 배치, 택시사업구역 통합, 시내버스 노선 확대 등으로 농촌 외곽 지역의 생활 편의가 대폭 향상된다. 정체성 문제도 ‘완주’가 포함된 특례시 명칭 공모 등을 통해 군민의 자부심을 반영할 수 있다. 완주-전주 통합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이는 전북의 생존 전략이며,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위한 국가 전략이다. 지금이야말로 동굴을 벗어나 빛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통합은 지성의 용기이며, 미래를 향한 책임 있는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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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1 18:20

[사설]전주시, 주 4.5일 근무제 민원 불편 없어야

전주시가 ‘주 4.5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직원들의 재충전과 자기개발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시범운영에 들어간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업무 공백에 따른 민원인들의 불편이 없어야 할 것이다. 주 4.5일 근무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 4일 근무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다. 이미 제20대 대선에서 정의당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시 이재명 후보도 주 4일 내지 4.5일제 시범 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2025년 대선 때는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나라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고 공약했고, 주 4.5일제 추진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9월 정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참여하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또 연내에 이를 도입하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 재정 지원을 가능케 하는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도 제정할 예정이다. 4.5일 근무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찬반양론이 분분했다. 찬성 측은 제도 도입으로 근로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노동 집중도가 높아져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주장한다. 저출생 문제 해결과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 측은 비용 부담으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특히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주시가 시행하는 주 4.5일 근무제는 기존 주 40시간 근무 체계를 유지하면서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근무 일수만 0.5일 줄이는 방식이다. 가령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시간씩 추가 근무하면 금요일에는 오전 4시간만 근무하는 것이다. 다만 업무 공백 방지를 위해 운영 인원을 부서별 정원의 25% 이내로 제한키로 했다. 문제는 업무 공백에 따른 민원인들의 불편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에서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만 혜택이 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거기에 민원인에게 불편까지 초래한다면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성공적인 시범사업으로 이 제도가 민간에까지 확대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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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0 18:32

[사설] 전북인권사무소 빨리 설치해라

‘국가인권위원회 전북 인권사무소 설치’ 문제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지역사무소는 부산(2005년), 광주(2005년), 대구(2007년), 대전(2015년), 강원(2017년) 등 전국 5개 지역에 설치‧운영 중이다. 전북은 광주인권사무소 관할인데 광주, 전남, 제주 등과 더불어 하나로 묶여 있어 지역민들이 불편을 호소해 왔다. 우선 광주에 있는 인권사무소를 방문하려면 왕복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현실적으로 민원 당사자인 장애인, 아동, 이주여성,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여간 힘든게 아니다. 지역민들의 인권보호와 구제 등 보다 신속하고 양질의 인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가인권위원회 전북인권사무소 설치를 건의해 온 이유다. 지난 2017년부터 전라북도 인권전담부서가 설치‧운영되고 있으나 국가차원의 지역인권사무소가 병행 운영될 때 도민의 인권보호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북인권사무소 설치 문제를 그냥 놔둘때가 아니다. 물론 교통 통신의 발달로 인한 행정의 광역화를 통해 비용절감및 효율성 증대라는 잇점이 없는게 아니나 이는 전체적인 틀에서 볼때 그런것이고, 실제 사회적 약자 개개인의 삶 속에서 본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전북 도민의 인권상담 신청 건수는 연평균 143건이나 된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223건), 광주(378건), 전남(204건), 경기(176건)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수치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등이 지속적으로 전북인권사무소 설치를 건의한 결과 2023년과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직제에 전북사무소가 반영되는 듯 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직제개정 최종안에서 세 차례 연속 제외되며 아쉬움을 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것은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전북인권사무소 설치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에 적기에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들이 흘리는 눈물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바란다. 이는 단순히 지역에 특정 기관을 더 설치하려는 지엽적이고 사소한 이기적 사고가 아니다. 사소한듯 해도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문제는 매우 핵심적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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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0 18:32

[오목대] 허물 수 없는 기억 ‘새창이다리’

다리(교량)는 연결이다.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구조물로 소통의 상징이자 공동체의 기억이다. 오랜 세월의 무게를 버텨내고 서 있다면 그 의미는 더 특별하다. 공간을 건너면서 시간을 건너는 경험까지 할 수 있다. 그 위를 오갔을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 그리고 한 시대의 기술이 담긴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시대의 변화 속에 가장 먼저 철거되는 인공 구조물이 바로 오래된 교량이다. 세월의 무게가 켜켜이 쌓여 안전성이 떨어지고, 교통량과 체계가 바뀌면서 대부분 보수가 아닌 철거·신축을 선택한다. 물론 예외는 있다. 세월의 풍화에 깎여 더 이상 차량의 무게를 견디지도 못하고, 이동 통로로서의 역할도 줄었지만, 그 위를 지나온 시간과 이야기를 남겨두기로 한 옛 다리가 극소수지만 남아 있다. 만경강 하류, 김제시 청하면과 군산시 대야면을 잇는 새창이다리가 그렇다. 1933년에 건립된 길이 약 530m의 구조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콘크리트 다리로 알려져 있다. 이 다리의 김제 쪽 통로는 신창마을이다. 조선시대, 김제 만경벌판에서 서해로 통하는 포구였던 신창진(新倉津·새창이나루)이 있던 나루터다. 20세기 초 일제가 수탈한 쌀을 신작로를 통해 군산항으로 운반하기 위해 이곳 나루터에 다리를 건설했다. 일제 쌀 수탈의 아픈 역사를 짊어진 이 낡은 다리는 1989년 바로 옆에 새 교량(만경대교)이 준공되면서 사실상 역할을 마쳤다. 이후 차량 통행이 금지되면서 강태공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시화전과 사진전이 열리는 문화공간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의 강을 건너온 이 다리가 최근 다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역시 노후 시설물의 ‘안전성’이 문제가 됐다. 전북지방환경청이 하천정비계획 및 환경영향평가에서 ‘부적합 시설물’로 판단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고위험이 있는 데다 관리주체마저 명확하지 않아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물론 안전이 최우선이다. 새창이다리는 분명 커다란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그렇다고 아예 없애는 것이 능사일까? 위험 요인과 함께 이 오래된 다리의 가치와 의미까지 허물어버려야 할까? 단순히 낡은 교량이 아니다. 주민 삶의 애환이 겹겹이 쌓여 있는 근대산업시설의 흔적이자 일제강점기 식량 수탈의 상징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적지 않다. 또 1930년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초기 철근콘크리트 교량으로, 근대 토목기술 발전사를 보여주는 기술유산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안전과 역사, 두 가치를 함께 지켜내면 된다. 교량의 본래 기능은 이미 새 다리에 맡겼으니, 남아 있는 옛 다리에는 역사와 기억을 맡기면 될 일이다. 철저한 보강을 통해 보행자 전용 산책로, 문화·교육 공간으로 의미 있게 남기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근대 토목구조물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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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11.10 18:31

[문화마주보기]첫눈

첫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남녀합반인 우리 교실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첫눈은 시시하게 내리다가 말다 그치고마는 것인데 그해 첫눈은 유리창을 가득 메우며 쏟아졌다.고1이었던 우리. 나는 옥이를 바래다주기 위해서 나섰다. 가시내는 벽골제와 명금산이 가깝게 보이는 동네에 살았다. 손목에 차는 노란 고무줄로 참새 꽁지같이 묶은 뒷머리에 눈송이가 붙들렸다가 떨어지곤 했다. 우산이 없어 스케치북으로 머리를 가려주었다. 그래도 눈송이가 달려들어 옥이의 흰 목덜미를 빨아먹었다. 쌓인 눈 위에 다시 펑펑 눈송이가 쏟아지는, 스케치북이 감당을 못하는 함박눈에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냥 눈 맞음서 걷자.” 옥이는 내 어깨에 묻은 눈을 털어주며 입술을 빛냈다. 눈썹이며 볼이며 턱선의 맺음새가 붓으로 그린 것처럼 고왔다. 교문에서 나와 화호 초등학교 담장을 끼고 걸으면 정자동으로 넘어가는 낮은 언덕이 있고 거기를 지나면 방앗간을 낀 작은 삼거리가 나왔다. 우리는 김제 쪽으로 가지 않고 느티나무들이 서 있는 정자 앞 농로, 명금산으로 가는 지름길에 들어섰다. 눈발은 그칠 낌새를 지운 듯 펑펑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신발이 푹푹 빠졌다. 옥이의 자주색 책가방을 내가 들고 얼마나 걸었을까. 눅눅해진 스케치북으로 머리를 가렸고 내게 바짝 붙었지만 감청색 코트를 눈발에 맡기다시피 한 옥이가 턱을 떨고 있었다. 곧 꽁꽁 언 눈사람이 될 것 같았다. 안 되겠다, 무슨 수를 내야겠다. 주위를 둘러보니 초가집 같은 짚벼눌 두 동이 있었다. 그 앞으로 다가섰다. 짚다발을 빼내려고 용을 썼다. 한 개만 빠지면 여러 개가 쉽게 빠질 터, 그러면 우리는 짚벼눌 속 안방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짚다발은 빠지지 않았다. 어른들이 짚다발끼리 밀착시켜 얼마나 아금박스럽게 쌓아 올렸는지 고1짜리에게 짚다발은 숫제 악다구니를 썼다. 엊그제 친구들은 잘도 빼내던데 도대체 왜 이러냐, 기를 쓰며 실갱이를 벌였지만 짚다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눈발은 함박눈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그때 옥이가 옆의 짚벼눌을 가리켰다. 짚다발을 빼간 흔적이 눈에 덮이고 있었다. 그 앞에 가서 짚벼눌 어개지지 않게 짚다발 여남은 개를 뺐다. 우리는 짚벼눌 속 안방에 들었다. 서로 눈을 털어주며 손을 맞잡기도 하며 앞니 드러내고 맘껏 웃었다. 붓으로 그린 듯한 옥이 얼굴이 발갛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짚벼눌 바깥을 죄다 지워버린 함박눈이 펑펑 짚벼눌 안방을 덥히고 있었다. 키도 작고 못생긴 데다 손이 야물기는커녕 짚다발로 못 빼는 순 엉터리를 아끼는 옥이. 얼굴에 눈송이 녹은 물이 빛났다. 이마며 콧등, 희디흰 목덜미에 맺힌 물기를 나는 손수건으로 찍어냈다. 좁아터진 짚벼눌 안방에서 옥이가 내 팔을 꼬옥 끼고 가만가만 숨길을 열어주었다. “이 길을 걸어 집에 갈 때먼 꼭 니가 따라오는 것 같었어야… 뒤돌아보면 너는 없고, 몇 걸음 띠다가 뒤돌아보면 너는 또 없고… 그래서 아예 뒤로 걸었어야… 하늘엔 초저녁 별이 드문드문 떠 있고. 맞어, 그때보톰 너는 내 별이었어야. 오늘은 첫눈이고…” 새끼염소의 혀처럼 말랑거리는 옥이 목소리가 내 심장에 또록또록 박히고 있었던가. 나를 바라보는 가시내 눈망울 속에 뭔가가 일렁였던가. 집에 가기 싫은, 이 짚벼눌 속 안방에 오래오래 갇히고만 싶은 우리를 응원하듯 함박눈이 펑펑펑 쏟아졌다. 옥이 목선이 더 가늘어졌다. 이병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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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0 18:31

[경제칼럼]인구가 깡패다

충남 천안 인구가 70만 명을 돌파했다. 연접한 아산은 35만 8천 명으로 둘이 합쳐 100만 명이 넘는다. 지하철 1호선이 아산까지 운행되고 있으니 실질적 수도권이다. 천안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같은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있는 5개 산업단지, 대학도 12개 이상이다. 기업, 교통, 정주 여건이 갈수록 좋아지니 인구가 늘고 있고, 인구가 늘어나니 갈수록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 충북 청주시 인구는 외국인 포함 88만 명을 넘겼다. 기업들은 즐비하다. SK하이닉스, LG전자, 삼성SDI 등 대기업과 롯데, 오리온 등 식품 대기업, 바이오, 제약 분야 셀트리온, GC녹십자 등이다. 오송 바이오 산업특화단지와 오창과학산업단지를 가보면 누가 오송과 오창을 ‘읍’이라고 보겠는가. 실질적 수도권인 천안 이남에 행정도시 세종시를 제외하면, 지방에서는 청주만 성장하고 있다. 내년 청주에는 하이닉스 공장이 추가 가동되고, 스카이라인은 갈 때마다 바뀌고 있다. 10년 전 청주와 청원 통합은 단순히 구가 2개에서 4개가 된 것을 넘어, 중앙정부와 기업 투자유치 조건을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달랐으나 통합 창원시 ‘마산·창원·진해’는 속 시끄러웠지만 몸집 불린 생존을 택했고, 과제를 남겼다. 작년 군위는 살기 위해 스스로 대구가 되었다. 위 열거했던 다른 지역 성장세는 접근성과 교통이 좋고, 집적화가 잘 되었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우리와 단순 비교 하자는 것은 아니다. 전주시는 외국인 인구 포함 63만 8천 명으로 감소세고, 완주군은 삼봉웰링시티 등으로 10만 명이 되었다. 전주는 재개발하지 않으면 집을 지을 곳도 없고, 문화재가 나온다. 도시가 확장되면 세금이 연 100억 원씩 추가 투입되는 동시에 원도심 공동화는 가속된다. 재정이 부족해 일을 할 때마다 지방채 발행은 필수다. 도심 내 기업은 정해져 있고, 한옥마을은 하룻밤 자면 떠난다. 그리고 완주는 향후 획기적으로 공장이 더 늘 수 있을까? 인구가 늘 수 있을까? 솔직히 그동안 인구는 어떻게 늘었을까? 전북은 정치도 행정도 언제나 눈물겹다. 탄소소재법, 전북특별법, 광역교통법 통과가 그랬다. 예전 전주시 특례시 포함 요청도 안쓰러움을 더했다. 그리고 당시 여가부 책임으로 결론이 났지만, 잼버리 스티그마는 전북 몫이다. 올해 행정안전부 주민투표 결정은 어려워 보인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자중하고, 완주군과 깊게 대화해야 한다. 완주에 대한 선물이 있어도, 존중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완주의 반대가 압도적인 것도 아쉬움이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이기 때문 아닐까? 그리고 전주 시민들에게는 통합시 마스터플랜이 잘 보이지 않는다. 완주도 여러 불리하고 불편한 것이 많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반대하지 말고, 받을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간 네 번의 시도가 있었으니, 이번에 부결되면 정말 끝이다. 서로 매일 출퇴근과 물자를 교류 하는데,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김제하고 합치라는 말이 나온다. 차라리 성급하게 주민투표 말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찬반을 평가하는 것이 이 작은 땅의 평화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스마트폰 생활 15년이 삶을 이렇게 바꿔 놓았는데, AI는 5년 안에 국가경쟁력과 삶의 판도를 바꾼다고 한다, 이런 시대에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은 10년 뒤 전북에서 살려고 할까? 아니 살 수 있을까? 살만한 인프라가 있을까? 수도권에 비해 어떻게 살까? AI 패권과 인구 소멸 시대, 우리 어른 세대는 미래 세대에게 어떤 전북을 물려주려고 하는 것인가? 이대로 10년 뒤에는 오징어게임1 명대사처럼, “이러다 다 죽어”다. 인구가 깡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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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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