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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차단과 저지는 완주를 고립시킨다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완주군 방문을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격화되고 있다. 완주·전주 행정통합 논란 이후 김 지사의 완주 방문은 이미 두 차례나 무산된 바 있다. 그럼에도 22일 도지사 방문을 앞두고 물리적 저지까지 거론되며 사태는 한층 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행정통합에 대한 반대는 주민들의 정당한 권리며,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정치적 의사다. 통합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불신과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어떤 명분도 공적 행정 일정의 물리적 차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대화를 막는 순간, 주장과 명분은 힘을 잃는다. 이미 두 차례나 도지사 방문이 성사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에도 대화가 막힌다면 완주가 스스로 소통을 거부하는 지역으로 비칠 수 있으며, 이는 지역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도지사 방문이 행정통합의 당위성을 설득하거나 홍보하는 정치적 무대로 활용되어서도 안 된다. 통합 문제는 여전히 민감하고, 최종 판단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군민이다. 광역단체장이 지역 방문을 통해 통합 논리를 재차 강조하거나 우회적으로 주입한다면,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 유희태 완주군수가 밝힌 것처럼 이번 방문은 특정 사안을 강행하거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완주가 직면한 현안과 미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정책 협의의 장이어야 한다. 수소산업과 피지컬 AI, 국가산단과 문화선도산단, 일자리 창출과 정주 여건 개선 등은 통합 찬반과 무관하게 도와의 협력이 완주군에 절실한 과제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찬반의 충돌이 아니라, 원칙 위에서의 차분한 소통이다. 통합 문제는 통합 문제대로, 지역 발전과 민생 현안은 또 그에 맞게 분리해 논의할 성숙한 정치력이 요구된다. 도지사 방문이 갈등의 불씨가 아니라, 오히려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되도록 만드는 책임은 도와 군, 정치권 모두에게 있다. 반대의 뜻이 분명하다면, 공개적이고 당당하게 토론의 장에서 밝혀야 한다. 도지사 앞에서, 도민 앞에서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지금 완주에 필요한 것은 ‘차단’이 아니라 ‘대화’다. 문을 걸어 잠그는 순간, 완주는 스스로 말할 권리마저 내려놓게 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1.21 18:01

[의정] ‘통합’이라는 격랑 속 전북

전북도민들께서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신 덕분에 최고위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전북도민들의 간절한 바람과 주신 말씀들 가슴 속 깊이 마음판에 새기고 일하겠습니다. 전주역에 내려 시민들을 만나 뵐 땐 한없이 겸손하지만, 용산역에 내려 국회에 가서는 제 뒤에 175만 도민들이 계시기에 당당하게, 힘있게 전북의 요구를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전북 앞에는 엄청난 쓰나미 같은 파도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전남ㆍ광주, 광주ㆍ전남통합! 충남ㆍ대전, 대전ㆍ충남통합! 이 거대한 쓰나미가 전북 바로 옆 지역, 전남과 충남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합의와 정부의 인센티브, 국회의 입법적 뒷받침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통합 특별시에 4년간 20조원 재정지원과 공공기관 이전 등 파격적인 지원을 발표했습니다.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말씀 “이번에 통합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만큼 지원하겠다!” 어떻게 들리시나요? 전남ㆍ광주, 충남ㆍ대전 통합의 파고는 전북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전북 바로 위 충남과 아래 전남이 통합되면, 마치 전북은 두 항공모함 사이에 끼인 쪽배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대한민국은 분명히 통합이 대세입니다. 이 통합의 격랑 속 전북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 사실, 전북은 30년 전부터 핵심도시 전주와 완주 통합을 시도했습니다. 전주와 완주가 통합하여 서울 면적보다 1.7배가 큰 통합시를 만들자는 시도가 무려 4차례나 있었죠. 특히, 이번 4번째 전주ㆍ완주, 완주ㆍ전주 통합 시도는 2024년 완주군민들의 요구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극심한 찬반 주장만 부딪힐 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웃 충남과 전남 통합으로 이제 전북도 뒤처져선 안 된다는 급전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저는 전주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통합에 찬성합니다. 전주 발전뿐 아니라 전북회복의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을 만나면 통합이 필요한 이유, 시민들이 통합을 원하는 이유, 30년간 통합이 번번이 좌절된 이유를 설명하며,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신임 지도부의 청와대 만찬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대통령께 전주ㆍ완주 통합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전북이 전남ㆍ광주과 대전ㆍ충남 통합 사이에 낀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님이 전북에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전남ㆍ광주, 충남ㆍ대전 통합 인센티브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고, 스스로 통합을 결단했기에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받는 것입니다. 전북이 먼저 통합결단을 해야 비로소 전북과 통합지역에 대한 인센티브를 정부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통합이라는 전국적 흐름에 정치권과 통합 관련 단체, 도민들은 전북을 살린다는 대의 앞에 결단해야 할 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말씀을 우리 전북에 다시 대입하여 봅니다. 전주ㆍ완주 통합, 앞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일 없어야 한다!” 전북 회복 마지막 기회가 우리 앞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과거 열강에 둘러싸인 구한말 때처럼, 결단을 미루다 기회를 놓쳐선 안 됩니다. 전북회복과 전북도민들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앞장서 당당하게 전북의 요구도 말하겠습니다. 전북회복, 대한민국회복, 국민과 시대의 요구입니다. △이성윤 국회의원은 제61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당 최고위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 오피니언
  • 기고
  • 2026.01.21 18:01

[오목대] 동계올림픽 유치 꿈꿨던 전북

겨울 스포츠는 크게 보면 빙상 종목과 설상 종목으로 나뉜다. 빙상 종목은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컬링, 쇼트트랙 등 말 그대로 얼음 위에서 즐기는 스포츠다. 박진감 넘치고 선수들의 표정조차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반면 눈 위에서 열리는 스키나 바이애슬론 등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편이다. 실외에서 치러지는 까닭에 한파나 폭설 등 날씨 영향을 받기 쉽고 거리가 멀어서 잘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2월 6일부터 22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열린다. 그런데 공식 명칭이 매우 특이하다.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처음으로 하나의 도시가 아닌 두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두 곳 명칭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금융·패션 중심지인 밀라노와 알프스 산악 휴양지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분산 개최된다. 두 도시 간 거리는 무려 400㎞ 가량 떨어져 있다. 전주와 서울의 거리가 대략 200km인 점을 감안하면 2036 하계올림픽때 분산개최를 할 경우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작금의 국제질서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소치다. 사실 이번 동계올림픽은 IOC가 ‘올림픽 어젠다 2020’을 통해 강조하는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과 비용 효율성을 실천하기 위한 첫 실험의 무대다.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해 환경 파괴도 줄이고 비용을 대폭 줄이겠다는 의도가 실현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전북은 동계올림픽과 관련,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다. 전세계 대학생들의 스포츠제전인 97년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이어 여세를 몰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했으나 끝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1991년 일본의 삿뽀로 동계U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대규모 국제 동계스포츠 행사를 개최하게 돼 도민들의 기대는 엄청났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첫 유치의 걸작이자 한국 동계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본격적인 국제대회 유치에 성공한 기억은 생생하다. 물론 무주리조트를 운영했던 ㈜쌍방울 개발측의 사업적 동기가 작동한 측면이 많았으나, 어쨋든 동계U대회에 이어 내친김에 동계올림픽까지 도전하고 나섰던 전북의 꿈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모기업인 쌍방울의 몰락,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북의 인프라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전북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결정적 원인 하나는 지역사회에서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출신 정치 지도자들이 좌고우면하면서 중앙정계 실세로 부각했던 강원 정치권에 제대로 맞서지 못한 것이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수백년, 수천년 역사는 유사한 과정을 밟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지역사회의 지도자들이 지금 꼽씹어 볼 문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1.21 18:00

[사설] 전북, 광역통합시대 들러리 우려된다

정부가 광역지자체의 행정통합에 힘을 실어주면서 여기에 합류할 수 없는 전북과 강원, 제주 등 특별자치도는 소외되고 있다. 특히 전북과 같은 안팎으로 고립무원의 특자도는 들러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북의 현안인 완주·전주 통합의 경우 비록 기초단체 간 통합이지만 통합이 성사될 경우 광역지자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면 한다. 올들어 대전·충남에 이어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으며 대구·경북도 이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5극3특으로 요약되는 지역발전 공약을 내놓았으며 취임 이후 국정과제로 채택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전국을 5개 초광역권(수도권·중부권·대경권·호남권·동남권)과 3개 특별자치도로 재편해 국가균형발전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수도권 일극 체제의 역기능과 급격한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묻어있다. 통합을 통해 인구, 재정, 산업 등을 묶어 체급을 키워야 지방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20조원의 재정지원과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대우, 2차 공공기관 우선 이전, 산업 활성화 등 통합특별시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지방선거 전에 통합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만큼 대규모로 지원하겠다”고 밝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광주·전남은 광역의회 의결 등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큰 흐름 속에 전북의 입지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이라는 큰 함대 사이에 낀 조각배 신세다. 그나마 내부 갈등으로 물이 줄줄 새는 난파선 같은 조각배다. 같은 호남권인 광주·전남에 승선할 수 없고 더더욱 대전·충남에 승선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이다. 강소도(強小道)로 거듭나야 하나 그것도 쉽지 않다. 완주·전주 통합, 새만금특별지자체 결성, 피지컬 AI 부지 선정 등 어느 하나 시원하게 되는 게 없다. 정부는 완주·전주 통합 시 통큰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도내 정치권은 해체 위기에 놓인 전북의 미래를 위해 대승적 자세로 양보와 협력을 했으면 한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1.20 18:23

[사설] 민주당 선출직 평가 결과를 주목한다

모든 평가의 생명은 공정성과 객관타당성이다. 동일한 잣대가 항상 적용돼야 하고, 누가 보더라도 보편타당한 합리적 근거와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소속 전북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200여 명의 선출직 공직자 평가 결과는 매우 주목된다. 대부분 지역에서 후보 간 경쟁 구도가 치열한 상황에서 하위 20%에 포함되는 것은 곧 공천 탈락을 의미한다. 선출직 공직자를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후보의 자질과 행태, 공과 과를 도민 눈높이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거다. 이미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은 놀랍도록 정밀하고 예리하다. 도민들이 잘 모르고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아도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실질적인 성과에 대해 놀랍도록 정확히 알고 있다. 선출직공직자 평가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평가 대상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 13명, 광역의원 35명, 기초의원 161명 등 총 209명이다. 지난 4년간 활동한 것에 대한 정량·정성 방식이 종합적으로 판단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평가에서는 신설되거나 개선된 평가항목이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시장이나 군수의 경우, 당정 협의 이행 여부를 신규 평가항목으로 도입했고, 도덕성·윤리 평가를 기존 개인·가족 중심에서 친인척 및 측근까지 확대한 것은 의미가 있다. 재정과 경제, 삶의 질, 자치분권 분야의 성과 중심 평가 결과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도의원이나 시군의원 평가또한 도덕성·윤리 평가에 친인척 및 측근 책임 포함시키고, 의회 윤리성 평가를 정량·정성 방식으로 고도화한 것 등도 주목된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됐던 것만 꼼꼼히 살펴봐도 누구를 하위권에 둬야할지 자명하다. 갑질을 일삼거나 불법, 부당한 행위에 연루된 자, 집행부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거래를 한 자, 예산심의권을 사적인 감정풀이나 이익을 도모하는데 사용한 자 등은 반드시 감점을 줘야한다. 단체장의 경우에도 선관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결과적으로 주민들에게 손해를 끼친 이들은 변명의 여지없이 응분의 평가를 해야한다. 혹여라도 지역위원장과의 친소에 따라 후보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지 않도록 끝까지 공정성을 유지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1.20 18:22

[김종표의 모눈노트] 청사진만 넘쳐나는 전북, ‘희망 고문’은 이제 그만

‘가야 할 미래’는 많았다. 장밋빛 청사진이 속속 제시됐고, 출발선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부족한 것은 비전과 방향이 아니라 계획을 성과로 만들어내는 실행력이었다. 이런 가운데 새로 선출된 단체장과 의원들은 다시 새로운 목표와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희망을 얘기한다. 실현되지 못한 약속 위에 또 다른 계획이 자꾸 쌓였다. 반복되는 약속과 외침 뒤에 남은 것은 빛바랜 청사진과 허탈감 뿐이다. 도민에게 약속한 ‘다가올 미래’는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다. 그렇게 희망은 고문이 됐다. 부인할 수 없는 전북의 현실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2주년을 맞았다. 2024년 1월, 전북은 ‘글로벌 생명경제도시’라는 비전과 브랜드슬로건 ‘새로운 전북, 특별한 기회’를 선포했다. 그렇다면 정말 특별해졌을까? 특별한 기회는 열렸을까? 바뀐 것은 어색하게 길어진 이름뿐이다. 이재명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인 ‘5극 3특 체제’에서도 전북의 위치는 여전히 주변부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특별’이다. 인구절벽 시대, 대한민국에서 수도권을 벗어나면 모두 벼랑이다. 더 특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특별자치도가 됐다고 해서 새로운 시대, 특별한 기회가 곧바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만들고 열어야 한다. 그런데 전북은 스스로 특별해지지 못했다. 비전과 목표는 요란했지만 그뿐이었다. 가시적 성과로 이어낼 실행 동력이 약했다. 실패는 반복됐고, 책임과 반성은 없었다. 전북의 최대 현안인 새만금사업도 마찬가지다. 착공 35년을 맞은 새만금은 ‘성공해야 할 사업’에서 ‘놓을 수 없는 사업’, ‘가야 할 길’에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돼 버렸다. 그래서 새만금은 아직도 ‘계획 중’이다. 백화점식 개발구상이 반복되면서 정체성마저 흔들렸다. 복합리조트와 글로벌테마파크, 첨단의료복합단지, 해양레저복합단지 등 화려한 청사진은 속속 용두사미가 됐다. 민간투자 유치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 자기부상열차·하이퍼튜브 실증단지 등 공공 주도의 첨단기술 연구·실증 사업도 소리만 요란했다. 구상 단계에서 종료됐거나 아직 출발선에 서지도 못한 상태다. 지난 2018년에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전북, 새만금이 대한민국 재생에너지의 중심이라고 했다. 그런데 전북은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전남에 밀려 이제 재생에너지 관련 국가 공모사업 유치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처지다. 전남은 현장에서 성과를 쌓으며 정책을 진화시켰고, 전북은 비전을 선포한 후 실행을 뒤로 미뤄둔 결과다. 늘 이런 식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새만금사업에 대해 ‘희망 고문’이라는 표현을 썼다. ‘주권자들에게 헛된 희망을 계속 주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앞으로 20~30년을 또 이렇게 갈 수는 없다’고 했다. 정곡을 찔렀다. 현실을 직시하고, 추진 가능한 계획을 확정해 실행하자는 주문이다. 전북의 미래는 이제 청사진이 아니라 실행력에 달렸다. 다시 ‘선택의 날’이 다가온다. 도민이 묻고, 후보들이 답해야 할 것은 ‘무엇을 하겠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냈는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이다. 지금 전북이 요구하는 인물은 희망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6.01.20 18:21

[오목대] 프랑스 문화정치의 ‘배신’

프랑스의 문화정책을 연구해온 문화비평가 장 미셸 지앙의 저서 <문화는 정치다>는 나폴레옹 시대부터 미테랑 정권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정치의 중요한 기틀이 된 문화정책의 흐름을 짚어낸다. 이 책은 프랑스 역사에서 문화정치가 부수적인 정책이 아니라 국가를 통치하는 핵심이었고, 프랑스가 역사적으로 문화강국의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기반이었음을 확인시켜준다. 프랑스 문화정치의 출발점은 프랑수아 1세다. 그가 문화정치를 실험하며 기초를 다졌다면, 이를 본격적인 통치의 수단으로 끌어올린 인물은 절대왕정의 상징으로 불린 루이 14세였다. 이후로도 프랑스에서 문화는 줄곧 정치의 중심에 놓였다. 군인이자 정치인이었던 드골 대통령은 문화부처를 신설해 작가 앙드레 말로를 초대 장관으로 임명했고, 이를 계기로 프랑스의 문화정치는 국가 정책의 중심으로 제도화되었다. 뒤를 이은 미테랑 대통령도 문화개발국을 국가기구로 만들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창작활동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며 문화정치의 흐름을 강화했다. 프랑스 문화정치의 기반이 얼마나 공고했는지는 1789년 프랑스혁명의 결과로도 확인된다. 프랑스혁명은 왕실과 귀족의 소장품을 국민의 재산으로 만들고, 궁정예술을 공공 교육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그 상징적인 결실이 세계 최초로 국가가 국민에게 개방한 박물관, <루브르박물관>이다. 루브르는 프랑스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지켜온 문화정치의 핵심이 ‘접근권의 확대’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실제로 루브르는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박물관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다면 프랑스의 문화정치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을까.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프랑스 문화정치는 이 오랜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 보인다. 루브르박물관이 유럽인들과 비유럽인에게 서로 다른 입장료를 적용하는 ‘이중 가격제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루브르박물관 입장료는 22유로(한화 약 3만 8천 원). 바뀐 입장료가 적용되면 비유럽인은 이보다 45%나 비싼 32유로(약 5만 5천 원)를 내야 한다. 게다가 인종차별적인 이 정책은 샹보르성이나 생트샤펠 등 프랑스의 다른 주요 문화유산에도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 정책으로 얻는 추가 수익을 문화유산 관리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문화유산을 시민권 일부로 삼는 ‘접근권’의 가치를 내세워온 프랑스 문화정치의 ‘배신’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인문적 보편성을 국가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아온 프랑스 문화정치의 변화는, 문화정치를 국가 운영의 핵심으로 삼아온 나라다운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문화유산을 공공의 가치로 유지해온 국가적 기준이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1.20 18:21

[새벽메아리] 원작 소설, 영화로 조명하기

부안 솔섬 근처에 사는 친구가 수시로 섬 사진을 찍어 보낸다. 늘 그 자리에서 묵묵하고 아름다운 섬. 섬을 바꾸는 것은 주로 햇빛, 구름, 만조· 간조, 바람, 해무 등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러 사진 중에서 내 몫을 고르는 친구의 기준이 궁금하다. 나는 사시장철 솔섬 이미지에 푹 빠져 산다. 지난해 마지막 날과 올 첫날에도 사진이 왔다. 먼 기적처럼 시간이 흘렀고, 우정을 이어주는 게 사진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사진은 쌓였고, 메타 메시지는 흘려보냈다. 친구여, 우리는 어느 언저리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던가. 사진에 취해있자니 올해 내가 만날 이미지들이 궁금해진다. 책 읽고 영화 보고, 내용을 내담자와 공유해야 하는 나에게 상(像)과 형상화(形象化)의 현현(顯現)은 필수 불가결인 요소다. 엊그제 2025년 개봉 영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보고 학생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왕비가 거울에 묻는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거울이 답한다. “왕비님이 아름다우신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노우 공주가 수천 배 아름답죠.” 몇 차례 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반복된다. 이때 관객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백설 공주를 머릿속에 그린다. 대화하는 자리에 없는, 이미 각인된 공주이기에……. 학생들이 말하는 예쁜 공주의 상(像)은 다양한데, 대부분 각자 만든 것이다. 형태주의 심리학자 ‘루돌프 아른하임’은 말한다. ‘세상은 어떤 상(像)을 인간의 마음에 투영한다. 상은 자세히 관찰되고, 해석되고, 재구조화되어 저장된다(…….). 망막의 상과 심상의 상은 크게 다르다. 이는 기관(인체의)이 맡은 일을 한 뒤 일어난 조작(操作) 때문일 것이다.’ 인지심리학자 ‘크리스 프리스’의 말도 있다. ‘우리의 세계 지각이란 현실에 부합하는 환상이다(…….). 내가 지각하는 것은 바깥 세계로부터 내 눈과 손가락에 와닿는 엉성하면서 모호한 단서들이 아니다. 나는 훨씬 풍부한 것을 지각한다. 이 모든 엉성한 신호들은 풍부한 과거 경험들과 결합한 영상이다.’ 예술작품 감상자는 자신의 경험과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이 모호함(앞에 기술한)에 반응하며, 이미지를 창조한 예술가의 경험을 어느 정도 재현한다. 예술가에게 창작과정은 해석과정이기도 하며, 감상자에게 해석과정은 창작과정이기도 하다. 이를 ‘감상자의 몫(Beholder’s share)’이라고 한다. 중학교 때 처음 읽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형상화가 안 되어 애를 먹고 있다.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남태평양 외딴섬 ‘타히티’에 정착하여 그림을 그린다. 특이한 것은 자기 집 벽 사방을 그림으로 꽉 채워 넣는데, 그림과 작업 과정이 소설의 묘사만으로 형상화가 안 된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소설(1919년 발표)을 영화(1942년 개봉)로 만났다. 영화가 보여주는 그림은 내 상상과 거리가 멀었다. 명작소설에 나타난 인간 본성의 경이로운 통찰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누릴 수 있을까? 늘 고민하는 화두다. 영화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차제에 영화화된 원작 소설 몇 편을 골라 조명하고자 한다. 소실점처럼 합치점을 찾자는 게 아니다. 형상화와 감상자의 몫 그 실체에 조금이나마 접근할 수 있다면 성공이다. 나를 위한 조작(操作)이 아니길 바라며. 이승수 고문은 가천대학교특수치료대학원 겸임교수, 영상영화심리상담사(전문수퍼바이저)를 지냈다. <영화 보고 갈래요?>외 4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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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20 18:20

[기고] 한류의 다음 질문, 확산보다 랜드마크로

한류는 이제 세계의 일상이 되었다. K-팝과 K-드라마, K-문학은 글로벌 대중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한류가 성숙 단계에 접어든 지금,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확산됐는가’의 문제보다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이다. 이 지점에서 다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한류의 뿌리, 한글이다. 한류의 외연은 눈부시게 확장되었지만, 정작 그 근간인 한글은 여전히 배경으로만 소비되고 있지는 않은가. 한류는 세계를 휩쓸고 있는데, 한글은 어디에 있는가? 한글은 인류사적 발명이며,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기록유산이다. 한류 확산과 함께 한글에 대한 세계적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세종학당은 87개국 252개소(약 15만 명)로 확대되어 수많은 외국인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여기에 한류팬덤수 약 2억명, 한글산업의 부가가치액 18조에 달할 정도이다. 이는 한글이 이미 교육의 영역을 넘어 글로벌 문화자산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흐름을 집약해 보여줄 상징적 공간, 즉 한류의 절대적인 킬러콘텐츠와 랜드마크는 아직 부재하다. 한글이라는 IP자산이 가진 잠재력은 크다. 조형적 아름다움과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지닌 문자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 특성은 디자인, 시각예술, 문학, 미디어아트, 출판과 굿즈 산업까지 확장이 가능한 문화산업적인 IP자산이다. 이제 한글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활용과 확장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상징성과 지속성을 갖춘 국제적인 공유플랫폼이 필요하다. 예컨대 세계한상대회와 같이, 글로벌 차원의‘세계한글대회’라는 국제적 문화행사로서 학술, 예술, 산업을 연결하며 상징적인 지역 문화로 확장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한글 관련 행사는 수도권 중심의 단발성 프로그램에 머물러 왔다. 지속 가능한 한글 문화생태계를 구축하기에는 글로컬이란 지역성을 빼놓고선 구조적 한계가 분명했다. 그런 점에서 전북 지역의 전주는 특별한 잠재력을 지닌다. 조선왕조의 발상지이자 조선왕조실록과 완판본, 책쾌가 탄생한 기록문화의 도시. 문자와 기록, 출판과 서사라는 한글의 역사적 맥락이 가장 온전히 남아 있는 공간이다. 문화관광의 경쟁은 이제 콘텐츠의 양이 아니라 킬러콘텐츠 기반의 랜드마크의 힘에서 갈린다. 파리에 루브르가 있고, 빌바오에 구겐하임이 있듯, 한류에도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결정적 테마공간이 필요하다. 한글의 역사성과 서사를 품은 장소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와 완주 만경강 수변공원은 탁월한 선택지의 하나다. 만경강의 넓은 수변 공간은 한글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걷고 머무르며 체험하는 문화경관으로 확장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면 한글과 세계문자공원, 한글문화의 거리와 디지털 한글박물관이 조성된다면, 한글은 비로소 ‘보는 전시물’에서 ‘살아 있는 문화’로 전환된다. 산책형 인문 조각공원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야간경관, 시와 음악이 흐르는 광장은 한글을 감각과 사유의 언어로 되살린다. 여기에 고대문자에서 아시아문자, 세계문자와 미래문자 체험까지 더해진다면, 한글은 과거의 유산을 넘어 미래로 확장되는 무형유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문화외교 자산을 발굴하고 활용하는 지금이야말로, 한글의 랜드마크를 선점해야 할 시점이다. 한류의 다음 30년을 좌우할 킬러콘텐츠는 더 이상 공연이나 영상만이 아니다. 한글이라는 문명 자산을 어디에, 어떻게 담아내느냐의 문제다. 한류는 변해도, 뿌리는 남는다. 한류의 화려한 외연을 넘어, 정체성을 보여주는 단 하나의 공간. 이제 필요한 것은 한류 이후를 준비하는 문명사적 전략이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한글은 얼마나 오래됐는가’가 아니라, ‘한글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 답은 지금 우리가 어떤 상상과 결단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글의 미래를 담아낼 랜드마크를 선점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전북이 한류의 다음 장을 여는 가장 강력한 정책의 발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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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20 18:19

[사설] 천호성 후보 표절 어물쩍 넘어갈 일 아니다

교육감 선거전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의 ‘상습 표절’ 논란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4년 전, 교육감 선거 당시 천 교수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상대인 서거석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의 표절에 대해서는 어물쩍 넘어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천 교수는 4년 전 서거석 전 교육감에 대해 “교육자로서 양심을 저버리고 논문을 베껴쓴 사람, 학술사기를 친 사람이 교육감을 하겠다니 황당하다”며 “이런 사람에게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표절에 대해서는 명쾌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공식 해명이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있다. 전북 교육의 수장을 맡겠다는 이의 상습 표절이 알려지면서 전북교사노조, 전북교총 등은 천 교수의 진정성있는 사과를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교육감 경쟁 상대 후보들은 더 강한 톤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에대해 천 교수는 자신의 실수로 치부하며 사과했다고는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진정성 있는 반성이나 사죄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천호성 교수는 지난 17일 전주대 슈퍼스타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으나 막상 쟁점이 됐던 상습 표절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행사가 끝난 뒤 문자메시지와 자신의 SNS를 통해 “보내주신 소중한 격려와 책임감을 잊지 않고 아이들과 교육의 내일을 위해 더욱 성실히 노력하겠다”며 지극히 원론적인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혹여 천 교수가 남의 눈에 든 티끌은 잘 보면서도 막상 자신의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이 “천 교수의 수십 차례 칼럼 표절을 단순 인용 실수라고 우기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한 것은 매우 아픈 대목이다. 민주진보가 추구하는 가치는 진실이지 결코 거짓이어서는 안된다. 전북 교육단체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전교조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교육 개혁을 기치로 내건 전북교육개혁위 등도 말을 아끼고 있다. 잣대는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혹여 진영논리나 친소에 따라 비판의 잣대가 달라진다면 과연 학생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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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9 18:27

[사설] 완주군의회, 김 지사 방문 협조해야

전국적으로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김관영 도지사의 완주군 방문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 지사의 완주군 방문은 2024년, 2025년 모두 불발됐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7일부터 도민과의 대화를 위해 ‘2026년 시군 방문’을 진행 중이며 완주군을 22일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완주군의회는 김 지사의 완주·전주 통합 행보와 관련해, 완주군 방문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주군의회는 이번 대화에 응해야 마땅하다. 도지사의 군청 방문을 물리력으로 막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 될 뿐만 아니라 주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선동행위로 비칠 수 있어서다. 오히려 정당한 논리로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는 게 당당한 일이 아닐까 한다. 이번 방문은 종전의 방문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그동안 소극적 또는 반대 입장이던 유희태 군수가 호소문을 발표했고 김관영 지사도 소통 미흡에 대해 사과했다. 유 군수는 17일 ‘완주 군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번 도지사 방문은 특정 사안을 일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며 “행정통합 논쟁이 아닌 완주군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소통의 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북자치도와 정책적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글로벌 수소도시 도약, 피지컬 AI 등 미래 신산업 육성,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정주 여건 개선 등 주요 과제 추진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지사 또한 통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데 대해 유연한 입장이다. 김 지사는 “완주군민이 느꼈을 고민과 걱정의 무게를 충분히 공감한다. 통합은 완주의 정체성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완주의 가능성을 전북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선택”이라며 “도지사가 소통에 미흡했다는 질타와 군민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완주군의회가 통합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방법과 절차는 정당해야 설득력을 지닌다. 지난 2년 동안처럼 피켓시위와 삭발, 몸싸움을 벌이기보다는 의회 본연의 기능인 말과 논리로 대응하는 게 합리적이다. 완주와 전주, 전북자치도는 적이 아니지 않은가. 의견이 다르더라도 같이 가야 할 공동운명체다. 완주군의회는 완주군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 성숙하게 대처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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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1.19 18:27

[오목대] 교육감 선거와 단일화

다시 ‘선택의 날’이 다가온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입지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초반 판세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고정된 선거판은 없다. 이슈 하나로도 쉽게 흔들린다. 선거 구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는 역시 ‘후보 단일화’다. 단일화 논란의 단골 무대는 교육감 선거다. 사실상의 단일화 역할을 하는 정당 공천이 없어 후보가 난립하고, 진보·보수진영의 경쟁구도로 흐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대 전북교육감 선거에서도 주요 화두는 매번 단일화였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의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성한 ‘전북교육감 범민주후보 추대위원회’가 자체 검증절차를 거쳐 김승환 당시 전북대 교수를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후보간 합의와 공개 경쟁 방식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통상적 의미의 단일화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진영의 선택지를 하나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단일화였다. 그리고 이 시도는 진보진영의 성공사례로 기억됐다. 이렇게 출마한 김승환 후보는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연대와 결합은 2022년 선거에서 극에 달했다. 첫 단추는 2010년과 비슷했다. 당시의 성공한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다. ‘전북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후보 선출위원회’에서 이항근·차상철·천호성 등 3명을 대상으로 도민 여론조사와 선출위원 투표를 실시해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를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본 후보 등록 마감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천호성·황호진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고, 여론조사를 통해 천 후보가 2차 단일화에도 성공했다. 이후 투표일을 목전에 두고 김윤태·천호성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진행됐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그리고 지금, 지난 2010년과 2022년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다. 예전처럼 진보진영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먼저 움직였다. 전북교육개혁위원회를 결성하고, 민주진보 단일후보 추대 계획을 밝혔다. 오는 25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아 자체 검증과 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선거판을 뒤흔드는 대형 변수다. 평가가 엇갈린다. 자칫 ‘깜깜이 선거’로 흐를 수 있는 교육감 선거에서 대표성을 강화해 정책 중심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특정 단체의 단일화 절차가 ‘진영에 승리를 가져올 후보를 고르는 과정인가, 전북교육의 미래를 논의하는 과정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2022년의 사례처럼 추후 ‘민주진보 단일후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선거에 이념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후보들이 ‘비민주, 보수’ 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을 전제로 하는 교육감 선거에서 되풀이되는 그들의 단일화 전략이 ‘선거판을 관리하기 위한 관행’으로 굳어질까 우려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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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1.19 18:21

[문화마주보기]사랑의 도시, 예술의 도시, 남원

오늘날의 도시들은 하나같이 풍요와 속도를 말한다. 더 높은 빌딩, 더 많은 인구와 자동차, 더 빠른 기술과 산업. 경쟁과 효율, 첨단이라는 단어가 도시의 가치를 대신한다. 그러나 모든 도시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어떤 도시는 그 흐름에서 한 발 비켜 있을 때, 가장 그 도시다운 얼굴을 드러내며 그것이 곧 경쟁력이 된다. 남원은 바로 그런 도시다. 남원을 ‘사랑의 도시, 예술의 도시’로 부르고 싶다. 이는 새로 만들어낸 슬로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 땅에 축적되어 온 정체성이다. 성춘향과 이도령의 사랑 이야기는 단순한 연애담이 아니다. 그 안에는 절개와 신의, 권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존엄이 담겨 있다. 남원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품은 도시이며,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사랑의 서사를 일상의 공기로 간직한 곳이다. 남원이 지향해야 할 미래는 첨단기술산업도시의 모방이 아니다. 속도를 늦추는 용기, 느림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빠르게 통과하는 도시가 아니라 천천히 걸을 수 있는 도시, 소비하며 스쳐 가는 공간이 아니라 머물며 사유하는 공간. 남원은 산책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 걷는 동안 자연과 역사, 그리고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도시 말이다. 또한 남원은 판소리가 살아 숨 쉬는 예술의 도시다. 동편제 판소리의 본향으로서 남원은 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전승해왔다. 판소리는 전통 예술을 넘어 시간을 견뎌온 삶의 방식이자 공동체의 기억이다. 이 예술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울려 퍼질 때, 남원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잇는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반 또한 남원은 갖추고 있다. KTX를 통해 수도권과 남해안 권역을 잇고, 동서를 연결하는 88고속도로와 남북을 관통하는 순천–완주 고속도로는 남원의 접근성을 높인다. 한옥을 개조한 현대식 숙박시설,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 유역의 식재료로 완성되는 한정식과 추어탕은 자연의 섭리를 체감하게 하는 남원의 뿌리깊은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 광한루와 만인의총 같은 전통 유산, 국립민속국악원과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같은 현대 문화시설도 공존하며, 지금 조성되고 있는 함파우 예술특화지구에는 소리체험관과 천문관이 있고, 옷칠공예와 도자체험 시설도 더해진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 지난 해 18만 명이 다녀갔다는 사실은 남원의 문화적 잠재력을 분명히 보여준다. 인구 7만이라는 수치는 한계가 아니다. 세계에는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문화 정체성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도시들이 많다. 성 프란치스코의 도시로 알려진 인구 2만의 이탈리아 아시시(Assisi)와 바그너의 도시로 유명한 인구 7만의 독일 바이로이트(Bayreuth)처럼, 남원 역시 사랑의 서사와 예술의 전통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으로 세계와 만날 수 있다. 작지만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성장할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남원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사랑의 서사, 예술의 유산, 느린 산책이 허락되는 자연풍경. 이를 정성껏 가꾸고 계승한다면, 남원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도시가 될 것이다. 사랑이 전통이 되고, 느림이 경쟁력이 되며, 예술이 일상이 되는 도시. 남원은 그렇게 자신의 길을 가면 된다. 그것이 가장 남원다운 길이다. 허정선 관장은 영남대학교 미술사학 박사를 받았다.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포항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를 역임했고 동국대학교 경주 캠퍼스 겸임교수를 지내고 경북대학교, 영남대학교 등서 13년간 강의를 진행했다. 영남대학교 미학 및 미술사학 박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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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9 18:20

[경제칼럼]지역 경제 성장의 견인차, ‘공공조달’의 재발견

일반 시민들에게 ‘조달청’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행정 기관에 비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조달청은 대한민국 정부라는 거대한 조직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혈액’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도로와 다리, 청사를 짓는 대규모 ‘공사’부터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볼펜 한 자루, 최첨단 드론 장비에 이르는 ‘물품’,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시설 관리와 같은 ‘용역’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필요로 하는 모든 자원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국가 최고의 계약 전문 기관이 바로 조달청이다. 우리가 매일 걷는 공원의 산책로,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의 책상, 도서관의 시스템 등 모든 공공 서비스의 이면에는 조달청의 치밀한 계약 업무가 자리하고 있다. 조달청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투입하여 ‘좋은 제품을 보다 싸고, 빠르고, 바르게’ 구매하는 것이다. 투명한 경쟁을 통해 품질 높은 제품을 적정 가격에 확보함으로써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조달 행정의 첫 번째 원칙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공공조달은 단순한 구매 행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약 225조 원 규모에 달하는 막대한 정부구매력을 활용해 AI, 환경, 바이오헬스산업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고 지역균형발전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전략적 조달’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한 중소기업, 여성 기업,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창업 초기 기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여 성장 기반을 마련해주고, 지역 기업을 우대하여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하는 등 공공조달은 사회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특히 기술력이 뛰어난 혁신 제품을 정부가 먼저 사주는 ‘선제적 구매’를 통해 신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전북특별자치도는 피지컬 AI, 탄소 융복합, 농생명 바이오 산업 등을 통해 산업의 전반적인 구조를 재편하는 거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전북을 둘러싼 조달환경도 전기․전자 제품 118종에 대한 의무구매 자율화라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곡점에서 전북지방조달청의 전북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격변하는 공공 시장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견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청은 복잡한 조달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기업들을 위해 ‘공공조달 길잡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는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로, 조달 등록부터 입찰 참여, 계약 체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조달 전문가가 1:1로 밀착 지원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전북의 유망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신속하게 공공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성장 사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도내 조달기업과 공공기관 구매 담당자를 한자리에 모아 제품의 우수성을 직접 홍보하고 구매 상담을 진행하는 만남의 장, ‘공공조달 파트너스 데이(Partners Day)’를 운영하여 실질적인 판로 확대와 신뢰 형성을 돕고 있다. 공공조달은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정책의 핵심 엔진이다. 전북지방조달청은 앞으로도 도내 기업들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공공기관에는 성공적 사업 완수를 지원하는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장의 가교’가 되어 가장 든든한 동반자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김항수 청장은 조달청 기획재정담당관실, 혁신조달운영과를 거쳐 차세대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구축추진단 통합추진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조달 행정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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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9 18:20

[기고] 시민단체, 도민의 등대인가

전북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는 비슷한 질문을 반복한다. 왜 산업은 바뀌지 않는가, 왜 인구는 줄어드는가, 왜 선거 때마다 약속은 넘치는데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가. 이 질문의 답은 흔히 ‘의지 부족’이나 ‘중앙정부 탓’으로 정리되지만, 그것만으로 지금의 정체를 설명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전북의 문제는 산업에 대한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산업을 실제로 시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권한과 구조를 갖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치는 늘 거창한 계획을 말해 왔지만, 그 계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검증하는 제도는 만들지 않았고, 실패에 책임지는 실험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전북 정치는 점점 서로 닮아왔다. 정책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는 인물 간 차별성도 흐려졌고, 그 결과 비슷한 언어와 비슷한 약속이 반복되었다. 정치는 더 나은 해법을 놓고 경쟁하는 장이 아니라, 익숙한 인물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순환하는 무대가 되었고, 지역 발전 역시 관성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이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새만금이다. 지난 여러 선거에서 새만금 개발은 구체적인 실행 구조나 책임 설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채,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정치적 구호로 작동해 왔다. 누가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재원은 무엇이며 실패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새만금’이라는 이름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던 경험이 반복되었다. 이 경험은 전북 정치에 하나의 학습 효과를 남겼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아도, 구조를 증명하지 않아도, 익숙한 상징만 제시하면 충분하다는 신호다. 그 결과 정책은 검증의 대상이 아니라 면책의 언어가 되었고, 질문을 회피해도 되는 정치 문화가 굳어졌다. 문제는 특정 개인의 역량이 아니다. 정책을 평가하지 않는 정치, 실현 가능성을 묻지 않는 선거, 실패에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는 누구라도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전북 정치가 도약하지 못한 이유는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치를 작동시키는 기준이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시민단체는 단순한 비판자가 아니라, 정책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기준을 세우는 공적 장치다. 후보의 공약을 묻고, 따지고, 비교하는 과정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책임을 요구하는 민주적 행위다. 그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정치는 다시 관성에 맡겨지고 도민은 늘 비슷한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 지금 전북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이름이나 또 다른 구호가 아니다.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 정치, 검증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 시민 앞에서 책임 있게 응답하는 정치라는 새로운 기준이다. 그러므로 이제 전북의 시민·사회단체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후보자 정책을 검증하는 공론의 장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도민의 선택을 밝히는 등대가 되는 길이다. 이 역할은 어느 한 단체의 몫이 아니라 전북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할 공동의 책무다. 기준을 세우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정치의 언어는 바뀌고, 그 변화는 결국 지역의 선택지를 넓히는 힘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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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9 18:17

[기고] 스마트폰 속 ‘검은 늪’에서 우리 아이를 구출하라

최근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청소년 범죄의 양상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체감한다. 학교 폭력만큼이나 빈번하게, 혹은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문제가 바로 ‘청소년 사이버 도박’이다. ​관련 사건으로 경찰서를 찾은 학부모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우리 아이는 평소에 친구들과 모바일 게임만 좋아했지, 도박은 전혀 모릅니다.” 부모님들은 손사래를 치지만,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아이들의 스마트폰 속 세상은 믿음과 달랐다. 아이들이 단순한 ‘게임’이라 여겼던 앱은 실제 현금이 오가는 불법 도박 사이트였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이미 감당하기 힘든 빚과 중독의 늪에 빠져 있었다. 이는 비단 뉴스에 나오는 비행 청소년만의 일탈이 아니다. 우리 지역 평범한 가정 안에서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번지고 있는 뼈아픈 현주소다. ​본격적인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경찰은 이 시기를 가장 우려한다. 아이들이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방 안에서 스마트폰과 보내는 시간이 급증하는 방학은, 역설적으로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최고의 ‘대목’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무방비에 가까운 ‘접근성’과 교묘한 ‘위장술’이다. 성인 인증이 필요한 합법적 게임과 달리, 불법 사이트는 휴대전화와 계좌번호만 있으면 초등학생도 1분 만에 가입된다. 운영자들은 ‘달팽이 경주’, ‘사다리 타기’ 같은 미니게임을 앞세워 아이들의 경계심을 허문다. 뇌과학 전문가들은 청소년기를 ‘브레이크 없는 스포츠카’에 비유한다. 전두엽이 미성숙한 이 시기에 ‘초심자의 행운’이 주는 도파민은 마약만큼 강렬하여, 아이들의 의지만으로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족쇄를 채운다. ​현장 경찰관으로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도박이 단순히 개인의 파산으로 끝나지 않고, 더 큰 강력 범죄의 ‘숙주’가 된다는 점이다. 돈을 탕진한 아이들은 자금 마련을 위해 ‘대리입금’이라 불리는 불법 사채에 손을 댄다. 살인적인 이자를 갚으려 편의점 절도, 중고나라 사기, 친구 갈취를 넘어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나 마약 운반 같은 중범죄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도박 빚이 평범한 학생을 순식간에 범죄자로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이 거대한 재난 앞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가정 내에서의 ‘관심’과 ‘탐지’다. 많은 부모님이 “설마 우리 애가”라며 방심하지만, 도박은 아이의 성품과 무관하게 파고드는 바이러스와 같다. 이번 방학, 자녀가 스마트폰 화면을 급히 가리거나, 이유 없이 용돈 부족을 호소하고, 고가의 물건을 사달라고 조른다면 도박 중독을 강력히 의심해야 한다. 특히 자녀의 계좌 내역을 확인하여 정체불명의 입금자나 반복적인 소액 이체가 없는지 살피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만약 도박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무조건 다그쳐서 아이를 숨게 만들어선 안 된다. 도박은 혼나서 고칠 습관이 아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질병’임을 인정하고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1336) 등 전문 기관에 즉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 경찰 또한 겨울방학 기간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중심으로 특별 예방 활동과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힘만으로는 이 은밀한 범죄를 뿌리 뽑는 데 한계가 있다. 도박의 늪에 빠진 아이의 손을 잡아줄 사람은 결국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와 어른들이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클릭 한 번이 우리 아이의 찬란한 미래를 저당 잡히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지옥 같은 도박의 굴레에서 구해낼 골든타임은, 방학이 시작된 바로 지금이다. /고석희 군산경찰서 나운지구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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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9 14:52

[사설] 하계올림픽 ‘서울 유치 망상’ 당장 버려라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신청도시로 전북이 결정된 것은 이미 1년 전의 일이다. 대한체육회는 2025년 2월 28일 대의원 총회에서 전북 49표, 서울 11표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전북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전북을 폄훼하면서 서울 유치를 기도하는 한심한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 경기 종목을 서울 등에서 분산 개최하는 것을 두고 일부 인사 등이 ‘지방 도시의 한계 자인’이라고 멋대로 폄훼하면서 중앙 언론에 부정적 기사와 광고를 내보냈. 심지어는 서울유치추진위원회까지 발족시키고 있다. 해외 유력 스포츠 매체인 ‘Inside the Games’ 등은 이런 기류를 두고 ‘전북 유치 추진 난항’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민주적 의사결정을 깔아뭉개며 딴지를 거는 주된 장본인은 한국무역협회 임원 등 일부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임원은 한때 국민의힘 서울 서초 갑 지역구와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적이 있는 인물이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노림수는 없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의 결정을 부정하고 전북 유치신청을 무력화시키는 기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내 유치 주체에 대한 혼선을 야기시키고 국가적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명백한 국익 저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북애향본부가 성명을 내고 규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북은 도시 간 연대, 균형발전, 저비용의 이른바 IOC 어젠다를 반영해 국내 유치신청 도시로 결정됐다. 경기종목도 전북 32개, 서울 8개, 경기 2개, 광주 3개, 대구 대전 충북 충남 전남 각 1개 종목 등 분산 개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럴진대 전북 무력화를 기도하며 서울 유치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망상 이다. 당장 중지해야 마땅하다. ‘국내 유치신청 도시 전북’ 결정을 부정하는 악의적 행태가 계속된다면 전국의 500만 전북인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전북 정치권 역시 전북 유치의 정당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사전 차단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억측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국제행사 유치 심의를 조속히 진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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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8 17:47

[사설] 최명희문학관 정상화, 전주시 ‘적극행정’을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최명희문학관’이 새해 들어서도 문을 열지 못했다. 대하소설 ‘혼불’을 쓴 전주 출신 고(故) 최명희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전주시가 설립한 최명희문학관은 지난 2006년에 문을 열었다. 올해가 개관 20주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개관 20주년 기념행사나 기념사업은 생각지도 못할 형편이다. 최명희문학관 민간위탁 운영자는 2024년 혼불기념사업회에서 최 작가 유족 중심의 최명희기념사업회로 변경됐다. 이후 전주시는 문학관 부실운영을 이유로 2024년 말 수탁단체인 최명희기념사업회에 민간위탁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러나 이 단체가 퇴거를 거부하면서 명도소송 등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최명희문학관은 지금 문화시설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게다가 사업회가 저작권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어 향후 전주시의 승소가 확정되더라도 시설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주시의 ‘적극 행정’이 요구된다. 공공자산인 문학관이 특정 단체의 점유물이 된 것은 전주시의 관리 소홀과 행정력 부재를 보여주는 사례다. 문학관은 시민의 문화자산이다. 이미 법원이 1심에서 전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법원의 판단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위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고, 수탁단체의 퇴거가 이뤄진 후에야 개관 준비를 시작하면 늦다. 판결 직후 바로 문을 열 수 있도록 직영체제로의 전환도 미리 검토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문학관의 정체성도 재정립해야 한다. 수탁단체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운영체제 확립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명희문학관을 지역 전체의 문학적 자산을 포괄하는 ‘전주문학관’으로 확대·개편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특정 작가 기념공간을 넘어 도시의 문학 자산을 공공의 체계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전주시는 지금 당장 이 같은 논의를 공식 의제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전주시가 최종 승소해도 시민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문화자산 앞에서 또다시 기다림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공익과 시민 권익을 위해 능동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적극 행정’을 통해 법원 판단 이후의 혼란을 막고, 시민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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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1.18 17:46

[전북칼럼] 지방선거, 환영받는 출마와 아름다운 퇴진

어느덧 지방선거 일자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본래 지방자치제도는 지역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하나의 정치적 축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30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지방선거의 실상을 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그중에 하나로서 출마자들의 수준과 자질이 제자리 걸음마 상태이다. 그 이유는 아직도 함량 미달자들이 누가 뛰니 나도 뛴다는 식으로 출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바닷가에서 새우가 뛰니까 망둥이도 함께 뛰는 격이다. 또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그런 류의 입후보자들은 축구장에서 90분 동안 헛발질만 하다가 환영받지 못하고 퇴장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필경 깜냥이 안 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는 바닥이 좁기 때문에 주민들이 누가 어떤 인물인지 훤히 알고 있다. 그래서 출마자들은 자기도취에 빠져 무조건 나설 일이 아니다. 잘못 판단하게 되면 본인에게 독이 될 수 있고 지역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방선거 출마자의 적격성 또는 덕목은 무엇인가. 몇 가지로 압축하자면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능력과 겸손한 자세이다. 국가권력이 주권재민 원칙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나오듯이 지방자치의 경우도 모든 권력과 권한은 주민의 것이다. 따라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현안 문제에 관해 각계각층의 주민들과 적극적‧지속적으로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점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든 농촌의 논두렁에 덜퍼덕 주저앉아 농민들의 애로와 의견을 듣고 해결책을 찾거나, 도시 뒷골목 상인들과 된장찌개를 함께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그들은 평소 투철한 민주주의 정치철학과 성공적인 지방자치 실현 의지가 온몸의 핏속에 강물처럼 흐르고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그들은 지방정부를 이끌어 가는 책임자로서 지역 발전을 위한 산업‧과학기술 정책, 지방행정 및 재정, 교육, 사회복지정책 등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엘리트가 단체장이나 의원으로서 적격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엘리트들은 당선 후 타성에 젖어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권위주의에 빠져 거만한 독불장군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교육감 입후보자의 경우는 예외다. 교육감은 초중고 교육을 총괄하는 특수직이다. 따라서 누가 뭐래도 저명인사보다는 투철한 교육철학을 지니고 수십 년 동안 초중고생 교육현장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 제격이라고 판단된다. 한편 임기가 끝나거나 이유야 어떻든 공천에서 탈락한 단체장이나 의원들의 경우에는 아름답게 퇴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들에게 필요한 아름다운 자세는 너무 재선‧3선에 혈안이 되지 않고 짐을 훌훌 털어버리는 마음가짐을 터득하는 것이다.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을 버리고 도를 닦는 자세를 갖는 것이 좋다. 그러다보면 본인에게 더 좋은 기회가 올수도 있거니와 자기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람들 중에 인물은 샘물처럼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불출마 이후 취미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못했던 옛 친구들이나 어려운 이웃들과 정다운 대화를 나누며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존경스러운 모습인가. 저 유명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처럼 말이다. △윤충원 전북대 명예교수(무역학과)는 대학에서 상과대학장과 글로벌무역전문가양성사업단장을 지냈으며, 한국무역학회장과 한국무역통상학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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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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