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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시진핑과 푸틴의 꿈 '생명 연장'

550년에 걸친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중국을 통일한 이는 진시황제(秦始皇帝)다. 스스로를 황제라 칭하며 중국 최초의 황제가 된 그는 강력한 통일국가를 만들기 위해 봉건제를 폐지하고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했으며, 문자와 화폐를 통일해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내고 도로망을 건설해 경제적 기틀을 다졌다. 그러나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통일 정책 등 개혁적 이면에 자신의 통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동원했던 가혹한 통치와 강제 노동 등 인권 탄압이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로서의 비판을 받는 정책은 여럿이다. 특히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실용서를 제외한 각종 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 수백 명을 생매장한 <분서갱유> 사건은 학문 발전을 200년이나 후퇴시킨 ‘가장 큰 죄악’으로 기록되어 있다. 역사가 기억하는 부정적 행적은 또 있다.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중국을 통일하기 위해 끊임없는 전쟁을 벌여야 했던 그는 황제가 된 이후에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권력을 잡고는 불로장생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 통치 후반에 들어서면서 그는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온갖 노력을 다 쏟았다. 연금술사들에게는 불로약을 만들게 하고, 신하들을 한반도와 일본까지 보내 ‘불로초’ 찾게 했다. 그러나 진시황제는 결국 ‘장생’하지 못하고 49세에 죽음을 맞았다. 후대의 역사가나 의학자들은 그가 수은이 들어 있는 ‘불로약’을 오랫동안 복용하면서 생명을 단축했다고 추정하고 있으니 그의 집착이 가져온 결말이 아이러니하다. 불로장생을 위해 노력했던 역사적 인물은 적지 않다. 그리스를 정복하고 인도까지 진출하며 불로장생의 비밀을 찾으려 했던 알렉산더 대왕, 신선의 섬을 찾기 위해 함대까지 보냈다는 한나라 황제 한무제, 연금술사들에게 불로장생약을 만들게 했다는 네로 황제, 태아나 어린아이의 피까지 마셨다는 청나라 말기의 서태후 등 영생을 갈망했던 권력자들은 뒤를 잇는다. 호르몬 치료, 방사능 요법, 인공 장기 등 의학적 실험에 앞장섰던 아돌프 히틀러도 있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생명 연장’을 주제로 나눈 비공식 대화가 공개돼 화제다. ‘장기 이식으로 불멸이 가능해진다’는 푸틴 대통령의 말에 ‘이번 세기 안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는 시진핑 주석의 답은 대화의 절정이다. 장기 집권 중인 두 정상의 ‘영생에 대한 꿈’에 정치적 해석이 더해지지 않을 리 없다. 결코 함께 가지 않는, 갈 수도 없는 권력과 영생의 관계가 더 새삼스러워진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9.09 17:41

[사설] 일상화 한 기후위기...일단 수해복구 총력을

한쪽에서는 물이 없어 죽을맛이고, 또다른 쪽에선 물폭탄에 시름하고 있다. 대한민국 강릉과 군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기후위기가 평범한 일상이 된 지금, 중요한 것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상시 예보, 감시 시스템이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봐야한다. 한여름 물난리때나 겪을 법한 일이 발생한 지금, 고통받고 있는 도민들을 위해 우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펴야할 때다. 폭우가 쏟아진 군산시 등 전북 서해안 지역의 수해 복구를 위해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에서 뛰어야 할 때다. 군산 지역엔 지난 6일 밤부터 시간당 150㎜를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도시 전역이 물에 잠겼다. 전북도나 일선 시군에서는 응급구호세트와 임시 거주시설을 마련하는 등 피해 집계와 복구를 통해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앞서 전북 서남부 지역에는 6일 밤부터 7일까지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이 침수되고 폭우와 낙뢰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이번 폭우로 지난 7일 전라선 '익산-전주' 구간의 열차 운행이 3시간 40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단지 폭우로 인해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일이 이젠 일상화 한 셈이다. 특히 산사태 위험 지역 주민 100여명이 대피하는가 하면 주택이나 상가, 도로 등 침수 피해 신고도 150건 넘게 접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산림청은 호우로 인해 산사태 등 산림재난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익산, 완주에 산사태 경보를, 전주·군산·김제·정읍·부안·진안·임실·무주 등에 산사태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전주시 송천동 진기들 권역 주민 37명이 인근 대피소로 긴급 대피한 사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큰 비는 그쳤으나 전북지역 9개 시·군에서 농경지 4176.6㏊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시설채소 등의 경우 한번 물에 잠기면 배수가 되더라도 농산물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농가의 주름살은 깊어지고 있다. 다행히 이번 폭우때 전북에서는 발빠른 대처로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고는 하지만, 유무형의 재산 피해는 의외로 클 수밖에 없다. 일단 주민들이 일상으로 조속히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하는 한편, 농산어촌이나 도시서민들의 재산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08 18:29

[사설] 장애인 의무고용, 징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전북지역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아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앞장 서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데 힘을 쏟는 한편 장애인연계고용제도 활용 등에도 눈길을 돌렸으면 한다. 또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고용부담금을 쌓아만 놓을 게 아니라 이를 활용해 교육활성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는 장애인 고용촉진을 위해 국가나 민간기업 등에 의무고용 비율을 정하고 미달 시 고용부담금(벌금)을 납부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공공부문 의무 고용률은 3.8%, 민간부문은 3.1%였다. 내년부터는 이 비율이 4%대로 상승할 예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북교육청, 전북도 등 지자체, 농촌진흥청 등 공공기관 대부분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 정한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못해 부담금을 납부했다. 도내 18개 공공기관 중 고용률을 지킨 곳은 전주시, 익산시, 임실군 그리고 새만금개발청 등 총 4곳 뿐이다. 나머지 14개 기관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했다. 가장 많이 부담금을 낸 곳은 전북교육청이다. 전북교육청은 전체 직원 1만8892명 중 718명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는데 고용인원이 376명(1.99%)에 불과해 45억 6100만원의 부담금을 납부했다.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소중한 세금이 고용부담금으로 빠져 나간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연계고용제도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연계고용제도는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인 기업이 장애인표준사업장 등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면 장애인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고용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다. 서울시교육청이나 우리은행 등은 쌀, 복사용지, 커피원두, 쇼핑백 등을 장애인 기업에서 납품받아 부담금 감면효과를 보고 있다. 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난해까지 8953억원의 고용부담금을 쌓아 놓고 있다. 이는 9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반면 현장 관계자들은 장애인 채용공고를 내도 기준을 통과하는 인력이 없어 채용하고 싶어도 채용 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따라서 공단은 징벌적 대책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장애인들의 고용환경을 바꾸고 AI 등 각종 교육을 통해 장애인의 역량을 높이는데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인식 전환을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08 18:29

[오목대] 독서의 계절, 종이책의 귀환

그래도 계절은 바뀐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9월 초까지 이어진 극한 폭염 속에 집중호우가 더해지면서 여름 탈출이 쉽지 않다. 기다리던 가을 소식은 ‘책 축제’가 전했다. 독서의 계절, 축제의 계절을 알리는 책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서울도서관이 기획한 ‘세계 최대 독서 릴레이(Largest Reading Relay)’ 기네스북 도전이 관심을 모은다. 행사는 오는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전문을 시민들이 한 문장씩 이어 낭독하는 방식이다. 기네스북 도전 목표 인원은 3180명이다.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된 독서 릴레이 세계 기록은 인도에서 ‘간디 자서전’을 낭독한 3071명이다. 올 전북지역 책 축제는 군산에서 신호탄을 올렸다. 군산시가 지난달 30·31일, 군산회관에서 개최한 ‘군산 북페어(BOOK FAIR) 2025’다. 지난해 첫 행사에 이어 올해 2회째를 맞은 군산 북페어에는 1만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가을의 길목에서 작가와 독자, 책과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행사는 책과 함께하는 특별한 문화축제로, 책의 도시 군산의 새로운 이미지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군산의 책 열기는 곧바로 전주로 이어졌다. 독서의 계절을 맞아 전주한벽문화관과 완판본문화관에서 ‘제8회 전주 독서대전’이 열렸다. 9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올 행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산 책방지기’ 자격으로 책의 도시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또 이번 독서대전은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지역의 대표 축제들이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전주페스타 2025’의 문을 여는 첫 잔치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디지털 시대, 일찌감치 종말을 예고했던 종이책이 ‘텍스트 힙(Text Hip)’ 열풍을 타고 다시 MZ세대의 손에 들리고 있다. 텍스트 힙은 ‘책의 본문’을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있다, 개성 있다’는 뜻의 힙(Hip)이 결합된 신조어로 독서 활동이 개인의 개성과 멋으로 인식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루하고 따분하게 인식됐던 독서가 남과 다른 나만의 독특한 취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젊은층에게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면서 책의 도시를 선언한 전주와 군산이 MZ세대의 감성 여행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책을 매개로 한 감성 여행 트렌드는 세대를 초월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시 독서의 계절이다. 책의 도시 시민으로서 소통과 공감을 중시하는 새로운 독서 문화, ‘텍스트 힙 열풍’을 외면할 수는 없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잠시 꺼두고 손때 묻은 종이책 한 권씩 들고 아이들과 함께 독서 삼매경에 빠져 보면 어떨까. 디지털 매체에 더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에게 이번 주말 종이책을 읽고 원고지에 손글씨로 독후감을 써보는 특별한 기회를 선사하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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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9.08 18:29

[문화마주보기] 다시 용천에서

내가 초등학생일 때는 땡땡이치기를 ‘중간치기’라고 했다. 6학년인 노규와 나는 황방산 꼭대기에 있는 용천에서 중간치기를 하기로 작당했다. 이번 달 육성회비를 못 낸 것이 이유였다. 70명이 넘는 급우 앞에서 담임 선생님께 육성회비 언제 낼 거냐고 닦달당하는 건 정말 창피한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노규는 오늘 용천에 큰 굿이 들었다고 했다. 어른들 한패가 몰려올 것이라고도 했다. 용천은 신성한 곳이었다. 초가집보다 큰 바위들이 맞물려 얼기설기 지붕을 이었고 그 바위들 밑에 눈 시리게 맑은 샘물이 솟았다. 그래서 용천(涌泉)이었다. 사람들은 여기에 굿상을 차리고 소원을 빌었다. 굿판을 벌이면 앞뒤가 꽉 막힌 일들이 신통방통하게 잘 풀리는지 어쩌는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다만 만성리에서 온 빼빼한 할매가 용천 위에 움막을 짓고 살았는데 점을 치고 굿도 한다는 것은 알았다. 굿상이 차려진 멍석 위에서 붉은 천과 푸른 천을 X자로 걸친 할매가 꽹과리 소리 장구 소리에 감겨 굿하던 모습이 어른거렸다. 흰옷 입은 아줌마들이 손을 비비며 치성드리던 모습, 떡과 지짐이들 사과며 식혜도 어른거렸다. 풍장 치는 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산 밑자락에 붙은 산지당에서 용천으로 막 통하는 지름길은 꽤 가팔랐다. 좀 쉬었다 가자고 땀방울에 눈알이 쓰라렸다. 넓적 바위에 앉아서 눈길을 돌리니 색색의 꽃들이 진초록 위로 흐드러져 있었다. 황방산이 차려낸 초가을 정취를 맘껏 끌어당기며 풍장 치는 소리가 더 가깝게 들렸다. 풍장 소리가 메아리로 저만큼 퍼지다가 되돌아오는 메아리들에 섞이는 통에 우리는 풍장 소리에 갇혀버린 것 같았다. 할매는 방울을 흔들며 주문을 외고 있을 터. 집채만 한 바위들 안쪽에 켜진 촛불이 구렁이 입바람에 너울거리고 있으리라. 용천의 신령한 기운을 북돋우듯 풍장 소리가 경쾌해질수록 치성드리는 어른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리라. 웬 사람들이 이렇게 모였냐고, 누가 또 잡혀갔냐고 까투리가 푸드덕 날아오르고 흰 천을 이마에 동여맨 할매가 쌍칼을 창창 부딪히며 춤사위가 달아오를수록 여기저기서 목쉰 울음소리가 더 애통절통하게 터질 것이다. 그 정신없는 틈을 타고 떡이며 밤 대추가 감쪽같이 사라지리라. 그런 걸 훔쳐 먹어도 내 코 밑에 명주털이 거뭇해졌어도 노규네나 우리 집이나 살림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쯤 밭에서 거둔 애호박, 고구마순, 부추 등을 중앙시장 맨바닥에서 팔았다. 그렇게 번 돈으로 나는 중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벌여놓은 채소들이 미처 팔리기 전에 순경들 발길질이 들이닥치기도 했다. 호루라기를 불며 포악을 떨었다. “왜 이러냐, 사람이 먹는 것을 왜 걷어차냐, 니들은 흙 파먹고 사냐! 이 빌어먹을 놈들아!” 이리저리 나뒹구는 애호박을 들어 순경들 구둣발 앞에 박살 내며 다발로 묶어간 고구마순을 지근지근 밟으며 악쓰던 어머니. 순식간에 산발이 되어 멍하게 앉아 있던 어머니. 중앙시장에서 중간치기를 하던 아들 눈길이 당신께 쏠린 줄도 모르고 한 곳만 바라보던 내 어머니. 잡목 잡초가 꽉 쩔어버린 용천에 와서 오늘도 나는 듣는다. 수업 중에도 내 이름 부르러 오던 서무과 직원의 슬리퍼 끄는 소리를. 스피커에 대고 수업료 못 낸 내 이름을 부르던 교감 선생님의 목소리를. 그때 나는 외로웠던가. 세상이 아무리 나를 내치더라도 끝끝내 버틸 작정이었던가. 이병초 시인·전북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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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8 18:28

[경제칼럼] 청년 만원주택과 자존(自尊)

청년층 주거 사다리를 위해 ‘만원주택’이 등장했다. 만원은 저렴한 임대주택이라는 상징적 금액이다. 인구 감소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에도 등장했다. 공공임대주택은 집 없는 사람들에게 아득한 일이고, 시골에서는 찾기가 어려우니 지자체가 직접 나섰다고 볼 수 있다. 만원주택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지자체가 주도한다. 대상은 청년층과 신혼부부이다. 입주기간은조건 부합시 연장을 통한 장기거주가 가능하다. 그리고 파격적 시도에 비해 제한적 물량으로 그야말로 로또다. 그러나 만원주택으로 명칭은 같지만, 지자체별 추진 방식은 다르다. 첫 신호탄은 전남 화순이었다. 화순군에서는 2023년 48억원을 들여 관내 민간임대인 부영아파트 공실 200여 가구를 월 임대료 1만원으로 청년과 신혼부부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화순에서 반향은 전남도가 수용하여 ‘35년까지 임대주택 1,000가구를 시·군에 공급할 계획이고, 어린이집을 배정하여 입주자들의 보육수요에 대응한다. 동작구는 독특하다. 구에서 주택 소유주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입주자는 전세보증금의 5%만 부담한다. 입주자가 구청에 월 임대료를 납부하면, 차액을 다시 입주자 계좌로 환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구가 출자한 ‘대한민국동작주식회사’의 수익금 덕분이다. 회사는 관내 도시정비와 일자리창출 사업을 통해 수익을 확보했다. 특히 주택 임대인과 전세계약 및 보험가입 등을 통해 주거 안정성을 더했다. 인천은 임대료가 하루 천원이다. iH가 보유한 85㎡이하 매입임대주택 500가구로 모두 신축 다세대주택이다. 도시공사가 보유한 주택 물량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전주시는 그동안 국토부 지원을 통해 확보했던 청년 매입임대주택 82호에 대해 시세 40% 수준 임대료를 1만원으로 줄였다. 임차인은 방 수에 따라 1~3만원 임대료를 부담한다. 민간임대주택 월평균 임대료 43만원, 약 2% 수준에 불과한 월 1만원 임대료가 산정되고, 보증금은 50만원 수준이다. 최근 사회적경제기업에 의해 신축되고 있는 매입임대주택을 같은 방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약 210호를 계획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국가적·지역별·세대별 인구 전쟁을 치루는 상황에서 지자체별 ‘만원주택’이라는 파격적 실험은 의미가 있다. 다만, 인구소멸 지역이 아닌 곳에서 이 처방은 소수만 혜택을 받는 주거정책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만원주택 입주자와 입주하지 못한 사람은 어떤 차이에서 결정되었을까? 소위 ‘뽑기를 잘 한 사람들’은 그 차이만큼 비례해 혜택을 받는 것일까? 현행 지침을 따르면, 최장 10년 거주가 가능하고, 결혼과 출산시 또 10년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지자체는 지자체장이 바뀌고, 재정 여건이 달라지면 지속·번복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처방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장기적 물량 확보에 뚜렷한 로드맵과 예산 조달, 공공과 민간의 조화로운 참여, 조세감면 확대, 건축기준 완화 등으로 유인한다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 따라서 만원주택 보다는 현재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급확대가 LH가 갖는 경직성 때문에 어렵더라면 지금처럼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국비를 확보하고, 제도를 정비해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면 된다. 그리고 초저가 임대료보다 청년들의 소득에 따라 임대료 차등을 두면 된다. 청년들도 ‘자존(自尊)’이 있다. 배현표 한국주거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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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8 18:28

[기고]스마트농업, 전북 농업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즉 지속 가능성은 미래세대를 위한 기반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세대 요구를 충족하는 발전을 뜻한다. 우리 사회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자유롭게 발전 기회를 갖고, 이를 미래세대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 지속 가능성은 농업에서도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농업은 기후변화, 고령화, 환경파괴, 농촌소멸, 식량위기 등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높은 노동 강도, 부족한 인력, 기후변화로 예상치 못한 농작물 피해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세대, 그리고 미래세대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은 ‘성장’과 ‘지속성’ 측면에서 보호·발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일과 생활에 들어가는 노동력과 시간을 줄임으로써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였으며,더 새롭고 발전적인 경험들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농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농업은 지금 거대한 전환의 길목에 서 있다. 기후위기와 인구감소, 고령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이 절실하다. 그 해답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스마트농업’이다. 스마트농업은 단순히 농업에 IT기술을 접목하는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미래형 농업이다. 노동력 부족과 경영 불확실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혁신 수단이라는 점에서, 세계 각국이 앞다퉈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역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의 과제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 스마트농업의 가장 큰 의의는 농업을 ‘경험과 직관의 영역’에서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산업’으로 전환시킨다는 데 있다. 토양과 기후, 생육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물·비료·에너지 사용량을 최적화해 환경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특히 노동 의존도가 높은 기존 농업 구조를 효율화함으로써 고령화와 인력난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또한 스마트농업은 농업의 산업적 위상 제고에도 기여한다. 농업은 더 이상 ‘보호해야 할 전통 산업’이 아니라, 투자와 혁신이 가능한 첨단 산업으로 재정의된다. 농산업이 ICT, 바이오, 에너지 산업과 결합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기술 격차로 인한 농가 간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기술을 도입한 이후에도 경영 역량과 데이터 활용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단순한 시설 지원을 넘어 기술 교육, 판로 개척, 금융 지원, 제도적 안전망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농업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스마트농업의 체계적 확산이 핵심이다. 스마트농업은 농업을 미래 산업으로 재편할 수 있는 강력한 성장 동력이자, 청년 세대에게는 도전과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특히, 전라북도는 농생명산업의 중심지이자, 농업과 식품산업, 농생명 연구가 집약된 지역이다. 또한 새만금 농생명용지라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도 가지고 있다. 지금이 바로 전북 농업의 체질을 바꾸고, 지속 가능한 농업의 길을 열어갈 골든타임이다. 김동인 농어촌공사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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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09.08 18:28

[사설] 신축 전북도립국악원, ‘국악 대중화 거점’ 기대

236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얼마 전 신축 개관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의 역할에 국악인은 물론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6년 전주시 덕진동에서 개원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은 국악 연수생이 크게 늘어나면서 공간 확장 및 시설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2022년 6월 건물 증개축 공사에 들어가 지난 7월 기존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신청사를 개관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개관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무장애 시설)’ 인증 심사과정에서 지적 사항이 발생하면서 부랴부랴 보강 공사를 실시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어쨌든 새로 건립된 국악원은 국악을 배우고 연주할 수 있는 국악연수실을 비롯해 다목적공연장과 회의실, 그리고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춰 기대를 모았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신청사 개관을 계기로 도립국악원이 도민 누구나 쉽게 국악을 접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악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 도민을 위한 국악강좌와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전통국악 공연과 현대적 해석이 결합된 다양한 무대를 기획해 국악 대중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청사 개관 2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교육생들이 국악원 건물 공간 활용을 놓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교육생들을 위한 휴게공간이 마땅히 없어 큰 불편을 겪고 있고, 공간 관리도 소홀하다는 것이다. 도립국악원은 국악인구 저변 확대와 국악계 후진양성을 통한 국악 활성화·대중화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당연히 교육·연수생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설립 목적에 맞는 다양한 교육·연수 및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전주시민이라면 누구나 판소리 한 대목은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10여년 전 전주시가 역점 추진했던 ‘전주시민 한소리 하기’ 프로그램을 도립국악원 주관으로 재추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국악의 고장, 전통 문화예술의 고장 전북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인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 내년이면 개원 40주년을 맞는다. 마침 신청사 개관으로 시설 노후화 및 공간 부족에 따른 제약에서도 벗어났다. 도립국악원이 국악 대중화의 거점으로 자리잡아 생활예술로서의 국악의 가치를 확대하고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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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07 16:45

[사설] 해외연수 페이백 수사 눈 가리고 아옹 말라

전북도의회, 전주시의회, 고창군의회 등 도내 11개 지방의회의 해외연수 비용 부풀리기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항공권 과다 계상, 숙박비 과다 산정 등 고의적으로 예산을 부풀린 사례들이다. 의원들의 자기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여행경비를 부풀리는 경우가 만연했고, 이는 의원들의 요청이나, 지시 등으로 연수비 산정을 해왔다는 것이 의회 사무부서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이른바 ‘페이백’이다. 실제 항공료보다 많은 금액을 여행사에 지출하고, 높게 책정된 연수 비용 중 일부를 되돌려 받아 의원들에게 되돌려 준 사건이다. 전북도의회는 비즈니스 항공권으로 출장비를 청구하고 실제로는 가격이 훨씬 낮은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방식 등으로 차액을 남겼다. 전주시의회도 실제 항공료보다 많은 금액을 여행사에 지출하고 높게 책정된 연수비용 중 일부를 의원들에게 현금으로 되돌려 준 의혹을 받고 있다. 얼마나 치졸한 짓인가. 과다계상, 허위청구를 통해 지방의원들이 시민혈세를 챙긴 것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묻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그러려면 이 사건의 본질을 파헤쳐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 조직의 불만이 심상치 않다. 경찰이 고창군의회 직원을 검찰에 송치하자 “의원은 손도 못대고 말단 공무원만 죄를 묻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연수 비리는 사실상 의원들의 지시로 이뤄진 사건인데 공무원만 범죄자로 재단한다면 어불성설이다. 당연한 지적이다. 의회사무국(처)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이런 불법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원과 사무국(처) 간 짬짜미, 또는 의원들의 요청이나 암묵적 지시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황에 맞는 수사결과를 내놔야 맞다. 연수비용 과다 책정 등의 사무를 집행한 공무원도 면죄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본질일 수는 없다. 사건의 본질은 페이백을 염두에 둔 의원들의 요구나 지시, 암묵적 강제 행태다. 경찰은 이런 행태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사무 공무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무능 수사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자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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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07 16:45

[전북칼럼] 글로벌 인증 대응과 수소산업의 신뢰성 확보

탄소중립과 RE100 분야에서의 국가 경쟁력 확보에 수소에너지 분야 산업체의 많은 기여가 요구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국가경제 구현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북자치도의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과 비약적인 발전은 선진국에서도 부러워하며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북자치도의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는 국책과제 유치도 중요하지만 전북자치도에 기반을 둔 집토끼 기업에 대한 최적화된 지원 거버넌스의 구축으로 이전대상 기업에 상징적인 유도효과를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시적인 성과위주의 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디테일한 지원정책의 방향성 설정이 필요하다. 특히 수소경제 특성상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선진국의 표준과 인증제도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연구개발 위주로 시장 확대를 기다리는 산업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성을 갖는 제품 개발과 기업의 성장성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수출대상국의 인증제도에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수소분야 표준·인증 제도의 트렌드는 2023년부터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국제표준 제정 신청이 매우 증가하였다. 특히 수소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제정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으며 수소선박, 수소기차 및 수소항공기 분야의 표준제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제조사 책임의 자동차 분야의 네가티브 정책으로 구분하였으나 최근 미국의 요청으로 수소연료전지차의 부품에 대한 국제표준 제정도 활발하게 논의 중이다. 청정수소, 수소모빌리티, 암모니아, 수소터빈과 혼소발전 등 수많은 수소에너지 분야의 주요 화두에 대한 방향성 설정에 기업의 생존이 달려 있다. 즉 수소경제 분야에서 매우 다양한 생산기술과 소재부품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많은 제품군이 시장에 진출하거나 개발중에 있다. 해당 제품의 업계에게는 각종 규제나 정책의 불합리한 부분에 해결의 대화창구가 절실하다. 이에 따라 최적의 전문가로부터 정확한 방향성을 제시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의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하다. 물론 정부도 샌드박스 제도등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단일 기업 차원에서의 민원보다는 전북자치도가 선제적으로 의견이 정확하게 수렴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지원방안 수립을 통해 전북자치도에 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수소산업의 성공이라는 대양으로 나가기 위하여서는 먼저 자신의 탄 배를 확실하게 점검해야 한다. 선박의 작은 구멍에 물이 침수되어 결국에는 배를 좌초시키는 것과 같이,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해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 하여도 대충대충 식의 행동으로는 결코 작은 성공조차 얻을 수 없다. 정확한 판단력과 적절한 결단으로 수소산업의 발전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산업체 뿐만 아니라 행정당국의 역량과 능력에서 비롯되므로 서로 협력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소에너지 산업의 제품, 공정 및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과 혁신역량 확보를 통하여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해 나아가야 한다. 수소산업의 메카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부응하는 대표적인 지자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정확한 판단력과 적절한 결단을 기대해 본다. 이홍기 우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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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09.07 16:44

[열린광장] 임실역 KTX 정차,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가을은 바야흐로 임실군의 계절이다. 지난해 10월 3일부터 6일까지 58만명이 찾은 임실N치즈축제가 열리고, 옥정호 출렁다리와 붕어섬 생태공원도 가을이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더욱 간절해 지는 것이 임실역KTX 정차 문제다. 해마다 치즈축제가 열리면 임실IC 고속도로와 지역 일대가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옥정호를 찾는 관광객들의 차량행렬로 임실은 ‘행복한 교통지옥’을 경험한다. 실제 지난 해 10월에 우리 군을 찾은 관광객은 100만여명에 달한다. 또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임실관광을 오고 싶어도 너무 멀어 KTX열차가 멈추지 않아서~, 하는 등의 볼멘소리들도 적지 않게 들린다. 그래서 지난 3년간 ‘물방울이 떨어져 돌을 뚫는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의 다짐으로 KTX 임실역 정차 필요성에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임실을 찾는 방문객은 888만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8년 498만명에 대비해 무려 390만명이 방문했다. 이는 지난 해 KTX가 정차하는 구례군(646만명)과 곡성군(535만명)보다 200만명 이상 많다는 통계다. 임실치즈테마파크와 옥정호 출렁다리를 찾는 관광객은 물론 제35보병사단과 국립임실호국원, 전북 119안전체험관등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옥정호 출렁다리는 지난해만 46만명이, 올해8월까지는 26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가을이면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치즈축제에 58만명이 찾은 치즈테마파크는 한 해동안 256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았고 성수산과 관촌 사선대 역시 60만여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임실역 철도 수요와 이용객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임실역 이용객은 2020년 5만 2000명에서 8만 2000여 명으로 3만명에 가까운 이용객이 증가했다. 여기에는 1200여명의 장병이 주둔하는 35사단 방문객도 빼놓을 수 없다. 해마다 20회 이상이 열리는 신병수료식에는 부모와 가족 등 1000여 명이 다녀가고 연간 면회객은 4만 5000명에 이른다. 강진면 호국원에도 지난해만 76만여 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KTX 정차는 익산에서 여수까지 가는 데 유독 군청 소재지인 임실역만 운영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자동차로 임실을 찾는 방문객들은 교통사고 불안감이 높아지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또 내년 봄에는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처음으로 장미꽃과 함께하는 치즈축제가 열리고, 옥정호에는 붕어섬에서 나래산까지의 3.5km 케이블카와 200실 규모의 관광호텔, 100m 높이의 목조전망대도 설치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임실군을 찾는 관광객은 천만을 넘게 될 것이고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관광도시로서 완벽한 면모를 갖추게 된다. 아울러 지역간 교통 불균형을 해소하고 동부권 교통인프라 구축과 상생발전 차원에서도 이는 절실하다. 다행히 최근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 등과의 협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김관영 도지사와 박희승 국회의원 등 도내 정치권도 합심해서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임실과 순창, 진안 및 장수군이 더불어 발전하도록 전북도와 동부권 교통 인프라 구축에도 큰 획을 긋게 된다. 백년대계 미래임실의 기틀을 만드는 것을, 남은 임기 동안의 마지막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심민 임실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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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우
  • 2025.09.07 16:44

[기고] 궁신접수(躬身接受)의 삶의 미학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순간을 마주한다. 뜻하지 않은 실패, 인간관계의 갈등, 나를 무시하는 말들, 그리고 인생이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순간들. 이럴 때 우리는 분노하거나 회피하거나, 때로는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삶을 오래도록 성찰해온 동양 철학자들은 그 모든 상황 앞에 하나의 태도를 권유했다. 바로 “궁신접수(躬身接受)”, 몸을 낮추어 스스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궁신접수는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세상의 무게를 밀어내지 않고, 내 안으로 끌어들여 소화해내는 내면의 힘이다. 겸손을 넘어선 ‘존재의 수용’이며, 그 수용을 통해 변화와 성장을 가능케 하는 성숙이다. 물이 담기려면 그릇이 낮아야 한다. 높은 그릇은 흘러넘칠 뿐이다. 궁신접수는 바로 이 ‘낮춤’의 철학이다. 우리는 흔히 더 높이 오르고, 더 많이 가지며, 더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진정한 성장은 몸을 낮추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은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일이다. 궁신접수를 실천하는 사람은 겉으로는 유순해 보이지만 속은 강하다. 외부의 비난과 오해 앞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미 그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타인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수용은 곧 평온이며, 성숙이다. 세상의 많은 지혜자들이 역경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현실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통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마치 바람에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대나무처럼. 궁신접수는 그런 유연함을 길러준다. 나이가 들수록 ‘이제는 나도 이해받아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인생 후반에 필요한 태도는, 오히려 더 낮추고 더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젊을 땐 기세로 부딪히고 논리로 설득하려 했지만, 이제는 침묵과 수용으로 관계를 풀어간다. 손주가 스마트폰만 볼 때, 자식이 조언을 무시할 때, 삶이 외로워질 때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깊은 인생의 지혜다. 몸을 낮춘다고 해서 존재가 작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때 비로소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게 된다. 자존심을 내려놓으면 관계가 회복되고, 고집을 버리면 삶이 부드러워진다. 궁신접수는 자신을 비우는 일이다. 세상의 무게를 억지로 짊어지지 않는 태도이며, 약자의 소극적 자세가 아니라 본질을 꿰뚫은 이의 적극적 수용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변하지 않는 타인, 예측할 수 없는 인생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선택. 그것은 몸을 낮추어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외부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평온을 얻고,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 삶은 때론 버티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오늘 하루도 우리 모두, ‘궁신접수’의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해 보자. 김진대 익산시평생학습관 명예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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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09.07 16:44

[오목대] 정동영 화이팅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뽑을 때 그 사람의 역량을 우선적으로 살펴서 뽑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당원주권시대를 맞아 누가 유급당원을 많이 확보하느냐가 판가름 하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선출직들은 지난 8월말까지 당원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사실상 당원을 모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자진해서 당비내서 입당하기도 하지만 알게 모르게 대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돈이 선거판을 좌우하는 금권선거가 그래서 판친다. 지역정서상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나 다름 없어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이 될려는 사람은 일찍부터 당원모집에 올인하면서 선거운동을 한다. 이런 식으로 선출직이 뽑히다보니까 한마디로 지역발전은 뒤전인채 입신영달하기에 급급했다. 운좋게 일부 명망가들은 낙하산 전략공천으로 국회의원이 된 경우가 있었다. 특히 운동권 출신들이 민주화에 기여했다고해서 정치에 입문,국회의원이 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세상이 빛의 속도로 발전해 가는데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되물을 수 있다. 갈길이 먼 전북은 그간 국회의원 등 유능한 인물을 뽑지 못해 뒤처지고 낙후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자신을 국회의원이나 지사 시장 군수 지방의원으로 뽑아주면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올것처럼 사자후를 토해냈지만 임기가 끝나면 아니올씨다로 끝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정치인은 목소리만 크다고해서 똑똑하고 유능한 게 아니다. 전문성을 확보하고 중앙정치무대에서 인적네트워크를 갖춰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학연관계와 전문성 여부에 따라 그 사람의 정치력이 좌우되기 때문에 유권자들도 껍데기보다는 내면의 세계로 판단해야 할 때다. 요즘 전북사회가 이재명정권을 탄생시켜 기대가 크면서 내심 걱정도 많다. 4명을 장관으로 발탁하면서 꿈에 부풀어 있었지만 법사위원장이었던 이춘석의원이 주식차명거래로 민주당을 탈당,경찰수사를 받으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어수선한 상황속에서 희망의 빛을 통일부장관인 정동영의원이 높게 쏘아 올렸다. 5선인 정의원 만큼 영욕이 엇갈린 전북 출신 정치인은 없었다. DJ정권시절 재선 때 당내 정풍운동을 일으켜 일약 대선후보까지 오른 정 의원은 정치적 고향인 어머니 같은 전주에 항상 큰 빚을 졌다고 여겨왔다. 중앙정치를 하다보니까 자연히 지역구 관리에 소홀, 5번이나 당선시켜준 시민들 한테 비판도 받았지만 국회 과방위에 속해 있으면서 피지컬 AI에 천착,최근 테스트 베드 관련예산을 확보하는 등 1조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유치하고 예타까지 면제받게 했다. 그가 이렇게 큰 성과를 얻은 것은 중국이 그 분야에 매진한 것을 보고 보좌진 관계자등과 함께 줄기차게 공부해서 전문성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전주 완주의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동시에 전북을 피지컬 AI의 본향으로 만들어 놓았다. 과거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당 대표가 비서진으로 있었지만 그에 아랑곳 않고 몽골기병처럼 앞만 보고 가는 그의 모습이 더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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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9.07 16:43

[사설]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장 많은 전주시라니...

전주는 과거 전북은 말할것도 없고 충남 일부까지 그 영향 아래 두었을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큰 대도시 중 하나였다. 후백제의 수도였고 조선의 뿌리이기도 한 도시이기에 사람들은 전주라고 하면 전통문화의 으뜸으로 평가한다. 해외에서도 전주는 인지도가 높고 평판도 좋기 때문에 2036 전주올림픽 유치 과정에서도 크고작은 잇점이 많다고 한다. 조선 시대 전국 3대 시장하면 전주, 안성, 대구가 꼽혔고, 특히 전주시는 가장 한국적인 곳일뿐 아니라 전통문화와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얼마전 발표된 하나의 뉴스는 귀를 의심케한다.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지방자치단체는 전북 전주라는 것이다. 국회 행안위 한병도 의원(민주당 익산을)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전국에서 총 7만 1279건의 음주 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모두 1004명이 사망하고 11만 371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가장 불명예스런 이름 1위에 전주가 올랐다. 음주 운전 사고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은 전주시로 지난 5년간 983건의 사고가 발생해 26명이 사망하고 1549명이 다쳤다. 전국 229개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음주 운전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수원(사고건수 1705건)이었으나 유독 음주운전 사망사고 측면에서는 전주가 1위라는 것이다. 최다 사망자 기준으로 볼때 전주(26명)에 이어 창원 25명, 고양 21명, 서산 18명, 제주·포천 각각 17명 등이다. 이번에 발표된 자료를 잘 보면 하나의 특징이 있다.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이 수시로 이뤄지면서 전반적으로 음주운전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특정 지점이나 특정 자치단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결국 음주운전이 자주 발생하는 곳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단속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농산어촌에서는 음주운전을 하는게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반복되는 것은 큰 문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음주문화를 뿌리 뽑으려는 강력한 범사회적 운동과 더불어 운전자 개개인의 시민의식이다. 가장 선진도시 전주에서 음주운전 사망사고 1위의 불명예는 당장 뿌리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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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04 18:40

[사설] 이재명 정부 ‘새만금 약속’, 말잔치 안되도록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새만금사업 현장을 찾아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다. 특히 김 총리는 이날 ‘새만금은 전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오랫동안 기다림과 기대의 현장이었다’며 사업의 ‘구체적인 결실’을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를 비롯해 국제공항·신항만 등 주요 기반시설을 적기에 완공해 사업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새만금 공약에 이어 김 총리의 이번 현장 방문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던 새만금사업이 이제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첫 삽을 뜬지 어느덧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금방이라도 실현될 것 같은 장밋빛 청사진이 속속 발표됐지만 번번이 뜬구름 잡기였고, 법정다툼과 사업 추진체계 변경도 잦았다. 그러면서 새만금은 선거 때마다 전북지역 단골 공약이 됐다. 매번 각 정당 후보들이 장밋빛 청사진을 앞다퉈 내놓았다. 하지만 역대 정권의 공약은 하나같이 말잔치로 끝났다. 그래서 또 다음 선거에서 첫 번째 지역공약으로 제시되는 일이 반복됐다. 그렇게 새만금은 전북도민에게 희망고문이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임기 내에 새만금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윤석열 정부는 새만금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새만금 SOC 적정성 재검토와 기본계획(MP) 재수립 절차에 들어갔고, 그러면서 다시 시간을 허비했다. 사업을 중단한 채 8개월에 걸쳐 추진된 SOC 재검토 결과 ‘사업 적정성’이 입증됐다. 하지만 사업은 또다시 지연됐고, 그 책임을 물을 길도 없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만금사업에 대한 전북도민의 기대치가 다시 높아졌다. 이전 정부에서 국가예산 삭감 등의 불이익과 굴욕을 당한터라 더 그렇다. 그리고 강산이 3번이나 변했다. 그동안 주변 환경과 사업 여건도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김 총리의 말대로 ‘구체적인 결실’이 필요하다. 사업이 더 늦어진다면 새만금은 방향성을 상실한 채 개발 명분조차 잃게 될 것이다. 도민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 갈수록 막연해지는 기대감마저 아예 사라질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새만금 약속’이 이전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화려한 말잔치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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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04 18:39

[청춘예찬] 그땐 그게 전부였다- 인간관계편

‘아멘’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못했을 때부터 친해진 친구들이 있다. 성당 유치부부터 시작된 친구들과의 인연은 벌써 18년이 넘어간다. 이들과 고민을 나누고 즐거움을 함께하며 바쁜 초중고 시절을 보냈다. 재수와 진학, 취업 등으로 가는 길이 달라도 마음만은 서로 응원하며 여전히 인연의 끈을 이어오고 있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뭐 그리 바쁜지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것도 어려웠지만, 언제 만나도 어제 만난 듯 친근했다. 이들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편안해진다. 대학에 들어와 보니 공모전 응시를 준비하는 동아리, 악기 하나를 다루며 합주하는 외부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은 여러 목적이 있었지만,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함도 존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중고 친구들에 멈춰진 내 인간관계가 너무 협소해 보여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인간관계 확장’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찾았다. 이때 학내 중앙동아리에 가입하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바로 4개의 동아리에 가입했다. 명랑하고 사교적인 리트리버를 닮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람 좋아하는 인간’이기에 학기 초에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모두의 친구’가 되겠다는 첫 마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전북대신문사 학생 기자와 학과 학생회 총무부장 활동을 더 하며 책임질 일들이 늘어났다. 이는 개인 시간이 줄어든다는 말과 같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저런 상황에 지쳐 있을 무렵, 옛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은 내 긴 푸념을 묵묵히 들어줬다. 그저 그런 조언도 ‘네가 문제’라는 말도 오가지 않았다. 울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자 마음이 한결 개운해졌고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이후 다시 ‘편한 사람’, ‘익숙한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가며 인간관계 확장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게 됐다. 편한 사람과의 만남을 선호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한국리서치의 인간관계 인식 조사에서 ‘넓은 관계보다는 소수의 친구와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83%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버드대학의 ‘행복의 핵심 관계 연구’에서도 장수와 정신적 행복을 위한 중심 요소로 부, 명예, 지능보다 정서적 유대, 신뢰, 따뜻함 등 인간 간의 좋은 관계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것은 큰 자산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여러 생각을 할 기회를 준다. 더불어 공모전에 출전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함께 성장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만나는 사람만 만나며 생활하고 있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얕은 관계의 100명보다 내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걱정하고 고민하는 친구 한 명이 인생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니 말이다. 핸드폰에 저장된 수많은 연락처 중 정작 편하게 전화할 수 있는 번호는 몇 개나 되는지 생각해 보면 결론은 더욱 간단할 것이다. 바람이 불고 폭우가 몰아치고 눈이 내린 수십 년,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리를 지킨 교정의 소나무가 보인다. 나는 오늘도 그 소나무를 닮은 내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간다. 송주현 전북대신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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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4 18:39

[금요칼럼] 흐느끼는 돌과 ‘먼 곳’에 대하여

사람은 참 이상하기도 하지. 죽어본 적도 없는데, 죽음을 아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시간의 흐름을 타고 생성과 변형이 반복하는 격류에 휩쓸린다. 우리는 좋든 싫든 우주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 삶이라는 것에 동참한다. 이 소용돌이는 영원히 지속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언젠가 죽고, 나의 죽음으로 격류는 끝난다. 왜냐하면 온 것은 가고 시작한 것은 끝나는 게 생명 세계의 보편 원리이니까. 우리 중 태어나는 것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사람은 없다. 인간은 누구나 제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난다. 이 태어남에 내적 필연성은 없다. 모든 생명은 죽음을 파먹으며 산다. 그 생명 우주에 초대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일본의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는 이 명쾌한 진리를 꿰뚫어보고 “인간은 참 이상하다. 죽어본 적이 없는데도 죽음을 두려워한다. 인간은 참 이상하다. 아무것도 허락하지도, 아무것도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태어난다. 그리고 언젠가 죽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어느 해 여름 서해안의 해변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워 호주머니에 넣었다. 평범한 돌이었다. 그것을 책과 필기구가 있는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 배고픔도 모르고 자라지도 않는 돌을 오래 두고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읽고 쓰는 중에도 틈틈이 돌에게 눈길을 준다. 이 돌은 어디에서 왔는가? 돌을 쥐면 손에 퍼진 수용체 감감 속에서 그것이 둥글고 표면이 매끄럽다는 걸 알 수 있다. 돌 표면의 매끄러움이 시간의 유구한 흐름 속에서 마모와 변형을 거듭한 결과임을 증언한다. 돌은 저 먼 태고에 큰 바위에서 쪼개진 파편이었을 테다. 돌은 비바람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성된 것인데, 이 돌에 윤곽과 형태를 부여한 것은 자연의 시간일 테다. 시간은 돌의 형태를 빚는 조각가다. 돌은 자연과 시간이 낳은 잔여물이다. 수동의 완고함으로 빚어진 돌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는다. 이것에서는 비와 바람, 대지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돌이 굴러다닌 편력의 경로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마음은 어떤 복잡성과 다양한 욕망을 품고 있다. 그러나 돌에게는 백지 같은 순수함 밖에 없다. 이 돌을 마음이라고 하자. 돌은 아무 의지도 없는 무생물이고 죽음의 항구적 형태로 굳어진 물질이다. 비누처럼 쉬이 닳지 않는 돌은 우주의 침묵과 고요하게 조응할 뿐이다. 태어나지도 않을 뿐더러 영원히 죽지도 않는 이 침묵의 고형물을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은 내가 시간의 포획 속에서 죽는 존재인 까닭이다. 어느 날 책상 위에 놓인 돌이 운다. 심장도 마음도 없는 돌이 흐느끼다니! 그건 참 이상한 일이다. 그날 낮엔 붉은 동백꽃이 피어났는데, 돌이 흐느끼는 밤엔 하얀 꽃잎 같은 눈이 펄펄 날렸다. 한밤중에 쓰던 걸 멈추고 돌의 흐느낌에 고요히 귀를 기울이는 오, 죽음을 보는 자다. 즉물성과 침묵의 세계에 갇힌 동물은 죽음을 보지 못한다. 오직 생각하는 존재들만 죽음을 엿본다. 돌은 죽음을 모르고 따라서 울지 못한다. 울지 못하는 돌이 흐느끼며 울다니! 바닷가에서 주워온 돌을 책상에 올려두고 바라본다. 모든 생물이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세계의 자명함이다. 마치 샘물이 바다로 흘러가듯이 우리는 운명처럼 세계를 만난다. 산 자들의 꿈과 갈망의 푸른 힘으로 꽃이 피고 지며 계절은 순환한다. 세상에서 태어난 사람과 세상과 작별하는 사람은 동일한 존재다. 죽는 사람은 죽음 그 자체로 돌아간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이렇게 노래한다. “죽음에 이른 사람이 보는 건 이미 죽음이 아니라 ‘먼 곳’이다.”(두이노의 비가-제8 비가) 나는 책상에 놓인 말하지 않는 돌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돌의 지속되는 침묵이 저토록 숭고할 리는 없을 테다. 짧고 비천하지만 찬란한 생명을 가진 개체 중 하나인 나도 언젠가 죽음의 덫이 없는 자유로운 세계에서 ‘먼 곳’을 바라보는 자로 다시 태어나 살 수 있을까?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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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4 18:38

[기고] 자성(自省) 좀 함이 어떨까?

요즈음, 정객들 보자 하니, 벽항(僻巷)의 이 미수(米壽)의 노옹도 침묵할 수가 없다. 종속의 늪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상식에서 일탈된 행동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객들, 제 직분(職分) 망각하고, 공∙사 구분 못 하고, 사익과 도당(徒黨)에만 정신 잃고, 치죄(治罪)의 공평성마저 무너졌고, 웃물이 맑지 못한데, 어찌 아랫물이 맑기를 기대하겠는가? 차라니 TV나 신문을 멀리하는 계 퍽 마음이 편할 것만 같다. 필자는 차제에 종속의 늪에 빠져 있는 권력의 주변에 있는 자들에게, 2,500여년 전에 공자(孔子)와 노자(老子)의 대화편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한 구절을 되새겨 주고 싶다. “(권력은) 가지고 있자니 두렵고, 버리자니 슬픈 일이다. (권력이 어떤 것인지) 자세히 살펴본 적이 한 번도 없으면서, 엿보기만 하여 (그것을 가지려고) 쉬지 않는 사람이 바로 ‘하늘’이 죽일 사람인 것이다. [操之則慄(조지즉율) 舍之則悲(사지즉비), 而一無所鑒(이일무소감) 以窺其所不休者(이규기소불휴자) 是天之戮民也(시천지률미야).]” 이 말은 권력 범주에 있는 자들, 요즘 말로 치면 권력을 맘대로 주무리는 종속의 늪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는 입법계통, 법을 집행한다고 하는 그런 부류의 자들을 지칭해도 좋을 것이다. 이 늙은이의 눈으로 보기엔, 한창 사리를 분간할 연령층에 들어선 국민의 지도층에 있는 부류들이 무엇이 국민을 위하고, 무엇이 국가의 장래를 위한 것인지도 심사숙고 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고민하는 일들이 없고, 내면적으로 사익을 추구하고, 도당을 위하고, 종속의 논리에만 사로잡혀 제 직분 모르고, 권력 상부층의 눈치만 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을 보자니, 필자는 근 70년전 6.25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넘치든 그 시절, 대학 1학년 때 열심히 듣던 ‘헌법’, ‘정치학‘ 강의 시간에 자유민주주의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정치의 강의를 들으며 노트하던 그 시절이 참으로 부질 없는 짓이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요즈음 생각해 보면, 특정 범죄만이 범죄인냥 하며, 어느 정치행위만이 정치행위이며, 무엇이 국민을 위하고, 장래를 위한 입법인지, 오늘의 헌정질서도 수호하지 못하면서, 무엇이 모자라 헌법을 개정하자는 것인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 정치∙경제∙행정 모두가 우선은 상식에 규제 되어야 할텐데, 상식도 못 미치는 오늘의 정치 상황이 퍽 아쉽기 전에, 아헤 그 무서운 정치적 무괌심이 팽패하고 있으니, 그것이 무서운 일이요, 그것에서 벗어나는 일이 급선무일 것 이다. 우리는 위의 노자와 공자의 대화에서 인식할 수 있듯이, 우선은 정치 일선에서 종속돤 자들들은 권력과 부의 속성을 깊이 들여다 보지 않고, 알만한 나이인데도 그러치 못 하고, 상식도 저버린채 도당(徒黨)적인 잠에만 심취해 있으니, 어서 깨어나 참된 국민을 위한 국민의 대변자가 되라는 것이다. 요즈음 정치상의 종속의 늪에 빠진 자들의 돌아가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위의 대화가 말해 주고 있듯, ‘부와 권력의 속성을 깊이 들여다 보지 않고, 겉만 알면서 쉬지 않는 사람들’같으니, 참으로 하늘이 알면 죽일만한(벌할)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종속의 늪에 빠져 있는 권력 지향적인 무리들의 대오 각성하기 바라는 마음, 어찌 이 늙은 이만의 심정만이겠는가? ‘持滿戒溢, 居高思墜’(지만계일 거고사추: 물이 가득하면 넘칠가를 경계하고, 높은 곳이 있으면 떨어질 것도 생각하라)라는 옛날 선비들이 경계하던 그 말씀도 명심할 일이다. /연정 김경식(연정교육문화연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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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4 18:38

[병무상담]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 중입니다. 군사교육소집 기간 중 업체로부터 보수를 받을 수 있는지와 병역지정업체로부터 부당하게 해고 되었을 경우 구제절차가 궁금합니다.

병역지정업체는 군사교육소집기간 중의 보수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지급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회사사규에 의거 보수의 일부를 지급하는 업체도 있으며, 병무청에서는 임금 지급을 장려하기 위해 병역지정업체 평가 시 군사교육소집기간 임금을 지급하는 업체에 대하여 가점을 주고 있습니다. 산업기능요원이 병역지정업체로부터 부당한 해고통보를 받았을 경우, 「근로기준법」규정에 의거 고용노동부 지방사무소의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산업기능요원은 해고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지방병무청장에게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구제 신청서 사본이나 법원에 제출한 소송관계서류 사본을 첨부하여 산업기능요원 편입취소유보원서를 제출하여야 합니다. 관할 지방병무청장은 편입취소 유보 여부를 결정하여 본인에게 통보하게 됩니다. 구제신청 또는 법원소송 결과 확정 시 처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으로부터 편입취소유보자에 대한 해고의 위법 부당함이 확정된 경우 그 구제신청 등에 소요된 기간은 의무복무기간에 포함하여 계산하고, 기각·각하 또는 취하로 확정된 경우에는 그 구제신청 등에 소요된 기간은 의무복무기간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또한, 정당한 해고로 판정된 경우는 편입취소 후 의무를 부과하며, 위법 부당한 해고로 판정된 경우는 복직 및 전직이 가능하며, 업체에 인원배정을 제한합니다. 구제신청을 취하했을 경우 중 의무자가 해고를 인정하고 취하한 경우는 편입취소, 화해가 성립하여 복직과 동시에 취하한 경우는 신분이 유지되며, 구제 신청기간은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습니다. 법원 등 화해가 성립되어 복직된 때에는 신분이 유지되며 구제 신청기간은 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습니다. 다만, 화해조서 등에 의해 부당해고로 확인된 경우에는 의무복무기간에 산입되며, 병역지정업체는 2년간 인원배정이 제한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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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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