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차 화재 문제점과 해결책 제안
 전기차는 미래 이동수단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정책, 친환경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 이면에는 쉽게 간과할 수 없는 화재 안전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나 개별 사고로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 위험이며, 사회적 대응 체계 전반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전기차 화재의 대부분은 배터리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에서 비롯된다. 배터리 셀의 온도 상승이 인접 셀로 연쇄 전이되며 폭발적인 화염을 동반하고, 이는 일반 차량 화재보다 훨씬 더 강도 높고, 진압도 어렵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는 고에너지 밀도를 갖고 있어 한 번 점화되면 소화 약제나 물로도 완전히 진압하기 어려우며, 재발화 가능성도 매우 높다. 더 큰 문제는 화재 시 발생하는 불산, 염화수소 등 유독가스가 소방관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시민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화재 진압 시간도 길어 교통 마비, 상가·주택 피해 등 2차 피해로 이어진다. 특히 지하주차장이나 밀폐 공간에서 발생할 경우, 대피나 화재 진압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례를 보면, 단순 사고 외에도 제조 결함, 비정품 충전기 사용, 충전 중 부주의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기준으로 전기차 안전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기차 화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음 네 가지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첫째, 배터리 안전 기술 고도화다. 열폭주를 지연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셀 구조 개선, 화재 감지와 동시에 작동하는 냉각·소화 장치, 불연성 소재의 배터리 적용 등이 필요하다. 동시에 배터리의 온도·전압·전류 상태를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즉각 전원을 차단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신뢰성 향상도 필수적이다. 둘째, 진압 장비와 대응 체계 정비다. 전기차 화재에 특화된 질식 소화 덮개, 침수조, 원격 소화 장비 등을 전국 소방서에 보급해야 하며, 전기차 화재 진압과 구조에 특화된 소방관 교육 체계도 강화돼야 한다. 일부 국가에서 도입 중인 로봇형 원격 진압 시스템도 우리 현실에 맞게 검토할 시점이다. 셋째, 충전 인프라의 안전성 강화다. 모든 충전소에는 화재 감지 센서와 초기 대응 장비를 필수적으로 설치하고, CCTV와 원격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야 한다. 특히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등에 설치된 충전소는 기준을 강화해 유사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법·제도 정비와 사용자 교육이다.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한 데이터 공유와 분석을 통해 기술 개발에 활용하고, 보험처리 및 보상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 더불어 사용자에게도 정품 충전기 사용, 이상 징후 인지, 화재 대피 요령 등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함으로써, 국민 스스로가 안전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전기차는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동력이자 미래 성장 산업이다. 그러나 기술이 앞서갈수록 안전 대책이 따라오지 못하면 사회 전체가 그 부작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제는 늦기 전에, 전기차 화재 문제를 '가능한 사고'가 아닌 '반드시 대비해야 할 위험'으로 인식하고 국가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기차 시대의 문턱을 넘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박종삼 우석대 기계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