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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진청 잔류부서, 전북으로 완전 이전하라

농촌진흥청 국정감사에서 농진청 일부 기관들의 수도권 잔류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과 윤준병 의원은 17일 전주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농진청 조직개편 과정에서 일부 연구인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려고 한 부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느냐”며 “농진청의 이러한 시도는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정부 시책에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행위”라면서 이승돈 농진청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아직 옮기지 않은 식품 관련 기구들을 전주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이번 국감은 심심치않게 터져 나오는 혁신도시 이전기관의 수도권 회귀 시도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시는 이런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이전기관들의 교통, 보육, 교육, 정주 여건 등 개선점은 없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실제로 그동안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서울 재이전 논란, 한국농수산대학교 영남캠퍼스 설립 추진, 한국국토정보공사 드론 교육센터 타지역 설치 검토 등 수도권 회귀 시도가 끊이지 않았다. 지역으로서는 큰 실망과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그때마다 정치권과 도민들의 일치된 목소리로 이를 잘 해결했다. 이번 농진청 사태는 농진청이 지난 2월 업무·연구 효율성과 전문성 강화를 내세워 조직 개편에 착수하면서 비롯되었다. 농진청 푸드테크소재과(전 기능성식품과)·식생활영양과 등 일부 조직과 직원 40여명을 오는 11월부터 수원에 있는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로 단계적으로 이동시키기로 한 것이다. 대신 기존 중부작물부를 폐지하고 전북혁신도시 내 국립식량과학원에 ‘기초식량작물부’를 신설하는 내용 등이 개편안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는 결국 농진청의 일부 기능을 수도권에 잔류시키겠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당초 혁신도시 조성 취지나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발전과도 어긋나는 일이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연구와 농업인 지원을 총괄하는 기구로 전북이 농생명 산업수도로 성장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수원에 있는 잔류부서를 전북으로 완전 이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업무 효율성을 위해서도 옳은 일이다. 이 청장은 빠른 시일내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20 18:34

​[오목대] 유치원서 대학까지, 학교는 전쟁 중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각급 학교의 ‘신입생 모시기’ 열전이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서 더 치열해졌다. 이미 사회문제로 부각된 대학교만의 얘기가 아니다. 학교의 생존경쟁은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출산 기조 속에 정부 방침에 따라 국공립 유치원이 늘어나면서 사립 유치원들이 사활을 건 아동 쟁탈전에 내몰리고 있다. 의무교육기관인 초·중학교도 이맘때면 내년에 들어올 신입생 수를 헤아리기 바쁘다. 농어촌 작은 학교는 더 절박하다. 해마다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속출하니 폐교를 걱정해야 한다. 농어촌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과대·과밀 학교로 유명했던 원도심지역 초·중학교도 농촌학교와 비슷한 처지로 전락했다. 도심 공동화 현상의 여파로 취학아동이 크게 줄면서 물밑 신입생 유치전이 치열하다. 인구절벽 시대, 학교 신설을 제한하는 교육부의 이른바 ‘학교총량제’도 원도심 작은 학교에는 불안 요소다. 고등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특성화고교가 심각하다. 첨단산업분야 특화 학교라는 점을 애써 드러내기 위해 수시로 교명까지 바꾸고 있지만 별 성과가 없다. 여기에 지방대학의 신입생 모집난은 이제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역대 정부가 ‘지방대 살리기’를 외치면서 굵직한 지원사업을 잇따라 추진했지만 오히려 수도권 대학의 위상만 높였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학교의 관심은 적령기에 학업 기회를 놓친 만학도들에게 쏠렸다. 먼저 지방대학이 ‘만학도 특별전형’을 통해 늦깎이 학생 모집에 나서면서 70~80대 할머니 대학생이 낯설지 않게 됐다. 이어 농촌 초등학교에서도 마을 할머니들을 주목했다. 질곡의 현대사 속에서 학업 기회를 놓친 할머니들에게 평생학습시설 대신 정규학교 입학을 권유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초등학교 과정을 마친 할머니 학생들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농촌 중·고교로 이어졌다. 올해는 18명의 할머니 신입생이 입학한 익산 함열여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할머니 신입생 모시기는 애초 지속가능성이 없었다. 꼭 10년 전, 할머니 신입생들로 전국적 화제가 됐던 김제 심창초등학교가 이를 보여줬다. 이 학교는 지난 2015년, 50~60대 만학도 6명이 한꺼번에 입학한 후 한때 전교생의 절반이 할머니들로 채워지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교실의 모습은 지속될 수 없었고, 결국 올초 폐교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찬바람과 함께 시작된 각급 학교의 신입생 모시기 전쟁은 올해도 정해진 기간을 넘겨 내년 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연장전에 연장전을 거듭할 것이다. 학교의 쇠락은 지역공동체의 붕괴를 부추길 것이다. 균형발전, 지방 살리기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시대의 과제다. 균형발전을 끊임없이 외쳐온 중앙정부가 파격적인 정책과 범국가적 지원을 통해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역의 작은 학교에서 이 희망의 씨앗이 싹트길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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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10.20 18:33

[문화마주보기]문화 거점을 이어 지역 융성 바탕이 되는, 세 빛깔 책 공간의 실험

올해 광복 80주년, 여러모로 우리에게 남다르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것만큼 우리 사회 곳곳 특히 문화판에서 불어올 새 바람에 대한 바램도 은근하다. ‘우리가 어느새 백범 선생이 이야기한 진정한 문화 강국이 되리라’ 하는 소리소리들이 피어나기도 한다. 대한민국 대표 문화거점 가운데 하나, 책마을해리에게도 이번 광복절은 남달랐다. 몇 중국 방문객 때문이다. 이 걸음은, 백범 김구 선생의 중국 유랑생활을 기록한 《위대한 유랑(처음책방)》의 번역 출판과 이어져 있다. 그 책의 중국인 저자 샤녠셩(夏輦生) 선생 집안은 김구 선생의 항일무장독립투쟁 당시, 경호원으로 주치의로 깊은 관계였다. 그 자신도, 백범 선생 아드님 김신 장군과 인연으로 오랜 준비 끝에 이 책을 출판했다. 그 30년 뒤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국회 출판기념회와 북토크에 참가하기 위해 제자들과 방한한 것이다. 일행은 수도권 일정 뒤 책마을해리를 찾았다. 샤 선생은 이번 일정에서 우리 전북 지역이 품고 있는 역사, 생태, 문화의 다양한 가치에 감탄했다. 특히 책마을해리의 어린이, 청소년, 청년, 지역민들 특히 연로한 선배들의 기록을 통해 서로 배우는 ‘선한 지혜의 순환’에 깊이 공감했다. 한-중, 중-한 인적 교류를 비롯해 그림책 출판을 통한 ‘서로배움’을 실천하자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와의 며칠 우리는 고창의 책 공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대산면 <고창서점마을>, 신림면 <책이 있는 풍경>, 해리면 <책마을해리>까지 이 책의 거점을 잇는 문화의 삼각형이 말이다. 그 한 거점, 책마을해리는 2006년 초부터 터를 닦아, 문화관광부로부터 대한민국 대표 책마을로 선정되기도 한다. ‘누구나책’을 기치로 14년 동안 이어 5천여 명이 작은 책들을 통해 저자로 다시 태어났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상업출판은 지역의 인적, 생태, 역사, 문화 자원을 가다듬어 250여 종을 출판했다. 연간 1500여명이 방문하고 있다. 다른 한 축, <책이 있는 풍경>은 2012년 5월 개인 문학관 작은도서관 성격의 건물을 지어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러차례 증축을 통해 문학관, 어린이도서관, 시인의방 같은 책 공간이 즐비하다. 400여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활발한 인문학강좌 등 배움학교들이 열리고 있다. 2013년 가을부터는 매년 문학과 다양한 예술장르가 결합한 융합인문학콘서드를 열어오고 있다. 마지막 축은 지난 10월 11일 문을 연 <고창서점마을>이다. 문화평론가 이윤호 촌장이 오랜 준비 끝에 여섯 개의 책방과 한 개의 공동운영 헌책방을 마련하고 ‘서점들의 마을’로 긴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이 세 축의 문화실험은 올 시월 각자의 색을 도드라지게 펼쳐낸 축제로 책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책마을해리가 9일부터 13일, 10년 가까이 이어온 <책영화제>에 <전국동네책방 가을운동회>를, 고창서점마을은 첫 책축제 <페이지>를 10월 11일에, <책이있는풍경>은 10월 18일 가을인문학콘서트를 성대히 열었다. 한해 한해 이 책의 이야기는 인문학으로 지역을 어떻게 융성하게 할 것인가, 끊임없는 고민하고 여러 빛깔로 펼쳐낼 것이다. 다른 나라 인문학자의 부러움을 사는 이 실험과 시도에, 도민 모두 더불어 응원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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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0 18:33

[경제칼럼]4차산업, AI 시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체계적 디자인 기반 필요

4차산업, AI(인공지능) 현재와 미래의 패러다임으로 혁신적이고 과학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과거에 상상했던 미래가 현실화가 되기 시작하였다. 농업에서도 농업의 효율성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농업생산 과정에서 데이터베이스와 인공지능 등을 통해 농작업을 분야별로 최적화, 정밀화, 자동화하여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팜 농업방식이 도입되었다. 현재 완전한 완성도가 정착되어 있지 않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개발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영비, 인건비 등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생산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혁신적인 농업방식이며 농업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판매, 유통, 마케팅과 연결되는 실질적 가치와 이익을 담당하는 분야는 체계적인 디자인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농업의 소프트웨어 부분에 해당한다. 현재 농업의 체계적인 디자인 기반 현실은 4차산업, AI 패러다임 시대에 비해 한 참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4차산업, AI에 비해 중요성이 먼저 인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실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농업경영은 이 두 분야가 융복합적으로 잘 이루어졌을 때 성공적 농업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생산성이 좋고 기술적 측면이 뛰어나 경영 예산을 절감하고 편리성은 보장되나 디자인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유통 및 판매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품질과 기술이라고 해도 의미가 없다. 농업생산 방식은 과학적 기반으로 해결 할 수 있으나 디자인 분야는 하나의 브랜드, 패키지, 마케팅 등 독창성, 예술성, 정체성이 핵심이므로 AI가 대신 해 줄 수 없으며 해서도 안되는 분야이다. 어느 정도 스마트팜, 가공시설 등으로 기반을 갖추었다면 다음은 체계적인 디자인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브랜드 디자인은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전략을 세우고 이를 잘 활용한 패키지 디자인은 품질성을 유지하고 운반편리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농업은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의 특성을 패키지 디자인 등에 친환경 소재, 최소화 디자인 개발로 활용한다면 이를 통해 환경 순환 구조를 만들고 폐기물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역할까지 가능해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UI((User Interface), UX(User Experience)디자인, 제품 디자인, 공공디자인 등 여러 디자인 분야의 개발이 체계적인 기반을 다져 효율적으로 농업기술 및 경영에 도입된다면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기반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과 AI가 개발되고 가속화되어도 이의 검증 및 오류에 대한 수정과 완성은 인간과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방식으로 진행 되며 사회트렌드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균형적이고 체계적인 농업경영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잘 활용 되어야 한다. 디자인은 과학적 기술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체계적인 디자인 기반과 4차산업, AI 농업경영 방식이 더해진다면 인간 중심의 가치와 더불어 과학적 기술이 융복합되어 미래지향적 지속가능한 농업경영체제가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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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0 18:33

[기고]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레스토랑 ‘전주’

다양한 재료를 한 그릇에 담아 조화롭게 비비는 ‘비빔밥’. 비빔밥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다양성과 조화를 존중하는 한국적 세계관을 담은 문화적 상징이다. 전주는 ‘비빔문화’를 대표하는 선도 도시로서, 문헌과 기록에 의해 역사와 전통을 고증받는 유일한 도시다. 1800년대 한글 조리서 ‘시의전서’에 기록된 비빔밥은 오늘날 전주비빔밥과 매우 유사하다. 전주의 비빔밥은 사골육수로 지은 밥 위에 콩나물, 산채나물, 육회와 오방색 고명을 올려낸 정성의 음식이다. 이는 단순한 혼합이 아니라, 색과 맛, 조화와 균형을 중시한 철학적 음식으로 한국 식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전주에서는 음식이 단순한 끼니를 넘어서서 풍류와 정성을 담는 생활문화로 자리 잡았다. 양반가에서 이어진 반가 음식, 넉넉한 곡창지대가 낳은 식재료, 생활 속에서 음식을 매개로 한 교류 전통은 비빔밥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전주는 일찍부터 호남평야의 풍부한 농산물, 대규모 시장의 발달을 기반으로 ‘맛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주 한정식과 콩나물국밥, 미나리 등 ‘전주십미’는 이와 같은 풍토 속에 탄생한 또 다른 대표적 성과다. 이처럼 전주의 독창성과 문화적 자산은 2012년 전주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는 단순히 지역 음식을 세계화하는 수준을 넘어, 전주 음식이 K-푸드의 세계적 플랫폼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CNN은 ‘세계 최고의 쌀 요리’ 가운데 하나로 비빔밥을 선정했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전주비빔밥이 조선 왕조의 역사와 전주의 문화적 유산이 녹아 있는 요리”로 소개하며 전주비빔밥을 비롯한 음식문화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이처럼 전주 음식은 전통과 건강, 스토리텔링을 아우르는 세계적 경쟁력을 입증해 온 것이다. 전주가 이러한 문화적 자산을 ‘축제’라는 형식으로 집약한 것이 바로 전주비빔밥축제다. 전주는 비빔밥을 통해 도시 정체성을 세계와 공유하고자 했고, 2007년 첫 개최 이후 올해로 19년째를 맞이했다. 축제는 해마다 대형 비빔퍼포먼스를 비롯해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전주만의 음식 이야기를 담은 전시와 공연을 통해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빚어내는 전주의 대표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되는 2025 전주비빔밥축제는 ‘비빔, 세계를 잇다.’라는 주제 아래 한층 더 확장된 비전을 품는다. 시민이 함께 만드는 대형 비빔퍼포먼스, 세계 각국의 비빔요리를 만날 수 있는 세계비빔존, 비빔문화공간, 레트로 비빔밥 거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비빔문화를 세계적 소통의 언어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장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듯이, 전주비빔밥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인류문화유산으로 조명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전주비빔밥축제는 우리 고유의 비빔문화를 매개로 한 음식 교류의 장, 청년 셰프와 지역 농산물이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 전주가 세계 음식문화 수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전주가 만들어가는 이 길이 한국 음식문화 세계화의 상징적인 무대가 되길 기대하며,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레스토랑 ‘전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노은영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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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0 18:33

[박 벼농사의 듣다보면 솔깃한 법률이야기] 항소비용 납부 1초만 늦어도 각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항소비용(인지대, 송달료)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가 법원으로부터 항소비용 보정명령을 받았던 내담자는, “법원이 7일 이내에 항소비용 보정하라고 했지만, 비용 마련이 여의치 않아 7일이 지나 어렵게 항소비용을 납부했다. 그런데 같은 날 항소장 각하 명령이 송달돼 곧바로 즉시항고를 했지만, 항소장 각하 명령이 적법하다는 판단이었다. 아니 항소장 각하 명령이 내게 송달되지 않은 상태라면 효력이 없는 것이니, 송달 전에 한 보정이 적법한 것이 아니냐, 1심을 패소한 것도 억울한데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며 얼굴을 붉혔다. 바뀐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대법원 2025. 7. 24.자 2021마6542)을 모르는 내담자는 억울할 만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하는 경우에는 1심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그에 따른 항소비용(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법원에서는 일반적으로 1주일 이내에 소송비용을 납부하고 그 납부영수증 등을 제출하라는 취지의 보정을 명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항소장 각하 명령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항소가 종료되어 더 이상 항소심 재판을 진행할 수 없게 되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 이때 보정의 적법성에 대해, 종래 대법원 결정(2018마5882)은 “항소장 각하 명령이 송달된 이후에 보정을 하면 효력이 없지만, 송달 전이라면 보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지만,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에서는 “보정명령을 따르지 않아 항소장 각하 명령이 이미 성립된 후에는 뒤늦게 보정을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각하 명령이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전자문서로 작성된 결정의 성립 시점은 법관이 사법전자서명을 완료한 시점이니, 항소장 각하 명령 성립한 때와 인지를 납부한 때의 시간상 선후를 밝혀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항소장 각하 명령에 법관이 서명한 이후의 보정은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내담자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억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차피 내야 할 비용을 늦게 내 더 억울해지는 실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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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0 18:32

[사설] 시군 지방소멸대응기금 줘도 못쓴대서야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역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22년 도입된 재원이다. 10년간(’22~’31년) 매년 1조 원 정도 지원된다. 전북지역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률이 저조한 것은 문제다. 인구 감소 지역 이 많은 데도 정주여건을 개선과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기금이 소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자치단체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거나, 기금을 운용할 정책개발에 미온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경기 용인갑)의 행안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북 인구감소지역 기초자치단체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률은 32.0%에 불과했다. 도내 인구감소지역은 김제, 정읍, 남원, 진안, 무주, 장수, 임실, 순창, 고창, 부안 등 모두 10곳이다.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감소지역인데도 기금 집행을 전혀 하지 않은 지역이 9곳이나 됐고 도내에선 고창군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반면 경주시는 ‘ 인구유입기반 모델’로, 경남 하동군은 ‘컴팩트 매력도시’로 각각 성공적인 사업수행 능력을 보여줘 대조적이다. 전북처럼 지역 소멸 위기가 심각한 기초자치단체들이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 률이 현저히 낮거나 용도 외적 사용은 문제다. 지방소멸대응기금 제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사업은 단체장의 치적 사업에 전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기금 사용 목적에 맞지 않는 불법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 4년차를 맞고 있는 만큼 집행률 저조 원인을 분석해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마땅하다. 또 자치단체의 주도적인 노력이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지역실정에 맞는 특화사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등 기금의 용도를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 도내 자치단체들이 더욱 분발하고 적극성을 띠길 바란다. 주는 떡도 못 얻어먹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특히 정부는 지방소멸 대응 의지와 역량이 있는 곳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사업발굴과 역량 확대 등 추동시켜 나갈 과제가 많다. 정부 역시 집행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과연 지역소멸 방지에 기여하고 있는지, 기금을 내려보내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는 건 아닌지 평가하고 그에 따른 방향성을 정립하는 것도 절실해 보인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19 18:10

[사설] 공공임대주택 미스매치, 입주 문턱 더 낮춰야

빈집은 넘쳐나는데 정작 입주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주거복지를 외치며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수요자들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 빈집이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지만 공공임대주택 입주 희망자들은 신청과 입주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청자격과 소득·자산 기준, 보증금 등의 입주 문턱을 현실에 맞게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주택 저소득층과 청년층 주거안정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LH·지방공사가 건설해서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국회 안태준 의원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전국 공공임대주택은 5만8448호에 이른다. 최근 5년 사이 2.3배나 늘었다. 군산 나운4단지와 전주 평화1단지 등 전북지역 공공임대주택의 미입주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렇게 단지별로 수백 세대가 비어 있는데도 입주를 하지 못한 채 대기하는 주민이 수천명에 달한다. 입주 자격이 소득·자산 기준,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등 세부 조건으로 까다롭게 얽혀 있어, 자격은 되지만 점수가 부족하거나 가점이 모자라 탈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가 LH를 통해 직접 지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의 입주자격을 완화하는 등 공공임대주택의 높은 공실률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속속 추진해왔다. 올초에도 인구대책비상회의를 열고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선정에서 결혼·출산·양육가구 우대 강화 방안을 담은 주거분야에서의 저출생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체감온도는 높지 않다.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전북지역에서도 LH가 기존·매입 임대주택의 입주자 모집 공고를 잇따라 내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입주 문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자산가치 변동에 집착해 집값을 걱정하는 수도권 상류층의 요구보다는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는 무주택 서민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 인구절벽 시대, 청년·신혼부부 주거안정 지원사업도 대폭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주택 공급기관별 공공임대 정보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19 18:10

[전북칼럼]겨울 손님과 불청객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찬바람이 불어오면 매년 반가운 손님이 우리지역에 찾아온다. 시베리아, 몽골 등지의 추운 북쪽지역에서 겨울을 나기위해 매년 우리나라로 오는 반가운 손님, 130여만 마리의 겨울 철새를 볼 수 있다. 잔잔한 수면에서 쉬고있거나 먹이를 찾아 자맥질하는 큰고니가 고즈넉한 겨울 풍경을 보여주다가도, 가창오리가 군무를 펼치기라도 하면 역동적인 생명감을 선사한다. 매년 찾아오는 다양한 겨울 철새는 자연에 활기를 더해 주며, 우리 지역의 자연환경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겨울 철새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로 인해 겨울 철새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닭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75% 이상 폐사되고 전염성도 빨라 감염된 개체뿐만 아니라 인근 농장의 닭도 살처분시킬 수밖에 없어 피해가 크다. 지난 겨울에 전북지역 가금농장 11개소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여 179만 마리가 살처분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포유류에 감염되고 농장종사자 등 사람에게까지 감염되는 사례가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조류에서 포유류로, 다시 사람에게까지 조류인플루엔자가 감염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3월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삵 폐사체가 발생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저서 ‘총, 균, 쇠’에서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이면서 사람과 동물의 접촉이 빈번해지고, 몇몇 질병은 인간 사회에 전염병으로 확산되어 인류 역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알려주고 있다. 소를 통해 천연두가, 오리와 돼지를 거쳐 인플루엔자(독감)로 진화했다고 한다. 현대 지구촌 시대에는 균의 이동과 전파가 한층 용이해져 특정 지역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겨울 철새도 시베리아, 몽골 등지에서 우리나라로 이동하며 균의 전파에 일조하고 있다. 이에 전북지방환경청에서는 10월부터 만경강, 동진강, 동림저수지 등 도내 주요 철새도래지를 대상으로 야생조류 수, 폐사체나 이상개체 발생 여부, 분변채취 등 예찰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다면 출입통제, 현장소독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실시하고 예찰을 강화하여, 야생조류로부터 양계 사육시설로 조류인플루엔자가 전염되지 않도록 위험 신호를 조기에 파악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울러, 전북자치도 등 도내 지자체에서는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특별대책방역기간을 운영하여 강도 높은 방역 대책을 추진한다. 금년에도 철새도래지에는 축산차량 출입을 금지하고 인근 도로, 농장 진입로는 집중 소독을 실시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자주 발생한 지역 등을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하여 오리농가 사육을 제한하고 가금 농가의 조류인플루엔자 검사주기를 2주 1회로 강화한다. 또한 가금농장이 밀집한 김제, 부안 지역에는 야생조류 퇴치기를 설치하여 철새 접근을 차단하는 등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전파를 사전 차단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부·지자체 노력만으로는 조류인플루엔자 대응이 완전할 수 없다. 농장에서도 야생 조류, 가축과 접촉하는 경우에는 장갑, 보호복, 마스크 등의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작업 후 소독을 철저히 하는 등 개인과 작업환경 위생관리의 실천이 요구된다. 또한, 일반 시민들께서는 야생조류 폐사체를 발견하면 시·군 환경부서나 전북지방환경청으로 신고하여 신속하게 수거 및 검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각계 각층의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김호은 전북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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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9 18:09

[열린광장] 김제 발전을 위한 골든타임, 서로 하나가 되자

한 해의 결실을 맺는 가을, 김제에서는 제27회 김제지평선축제가 전국적인 인기를 실감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민선 8기를 시작하며 ‘전북권 4대 도시로 웅비하는 김제’를 비전으로 삼은 김제시는 각종 현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왔다. 그 결과, 인구소멸 위기지역으로 분류되었던 김제가 3년 연속 합계 출산율 1명대를 유지하는 값진 성과를 거두며 인구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역대 최초로 3년 연속 국가예산 1조 원을 돌파하고, ㈜두산을 비롯한 30개 기업을 유치했으며, 제2특장차 전문단지와 지평선 제2일반산업단지 조성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아울러 기회발전 특구 지정 등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고, 새만금 동서도로와 스마트 수변도시, 남북 2축도로, 만경 6공구 방수제의 김제시 관할 결정 등 굵직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와 복지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발전이 있었다. 꽃빛드리축제, 새로보미축제, 문화유산 야행, 김제지평선축제 등 다양한 지역 축제를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김제내아 국가보물 지정과 진봉망해사 국가자연유산 명승 지정으로 문화적 자긍심을 높였다. 또한 공공심야약국 및 달빛어린이병원 운영, 전북권 최초 천사무료급식소 유치 등 복지 인프라를 확충해 시민이 체감하는 복지도시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용지 정착농원 잔여축사 매입, 국립 새만금 수목원 조성사업, 특장산업 건설기계 상용화 지원사업, 김제관아 외삼문 복원사업 등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전북특별자치도와 김제시는 명실상부 국가 주요사업과 맞물리며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발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우리 김제시민은 서로 하나가 되어 그 힘을 바탕으로 모든 사업을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민심을 흐리고 어지럽게 만드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탈무드에 “질투는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가운데 한 개의 눈도 올바로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남을 부러워하거나 미워하는 감정이 많아도 실제로는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최근에도 김제 발전에 힘을 보태기보다는 시기와 질투로 김제 발전을 저해하며 시민의 눈을 흐리게 하는 일이 발생해 아쉬움과 걱정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 시민은 올바른 눈으로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고, 김제 발전을 위해 서로 뭉쳐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이 하나로 뭉칠 때, 지금까지의 성과와 더불어 앞으로도 김제 발전을 위한 많은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는 국민이 체감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 확립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며, 경제·사회·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김제시도 지역의 특성과 잠재력을 살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략을 수립하여 시민과 함께 김제를 지속 가능한 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한 청사진을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민선 8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김제의 도약을 준비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진정으로 김제를 사랑하고 김제를 생각하며 봉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김제의 미래를 위해 현 시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 깊이 고민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은 김제의 더 밝은 내일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모을 때이다. 정성주 김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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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9 18:09

[기고] 새만금 기업지원은 균형발전의 단비

팍팍한 생활 속에서 민생지원금은 그야말로 ‘단비’였다. 들었다 놓았다 고민하던 과일이며 소고기를 장바구니에 담게 했고 상인들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웃음이 번졌다. 필자는 활기를 되찾은 시장의 분위기를 보며 반가웠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번 추가 지원의 대상이 된 ‘농어촌 인구소멸지역’을 보면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이 늘고 있는데, 전북특별자치도만 해도 전국 84개 시·군 중에서 10곳이 이에 해당한다. 이대로 두면, 아름답던 우리의 고장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움이 컸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정부는 전국을 5개 경제권으로 나누고 3개 특별자치도로 지정해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5극3특’ 전략을 내놓았다. 권역별로 산업, 교육, 문화 등 기능을 특화해 자립적 성장 거점을 육성한다는 뜻이다. 균형발전의 실현은 민간 자본이 지역에 투자하도록 국가와 지방이 함께 노력할 때 가능하다. 새만금은 이러한 측면에서 ‘기업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국가균형발전을 견인할 최적의 산업·경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새만금은 간척지를 매립하고 상·하수도와 전기를 연결했으며, 공항·항만·철도 등 트라이포트 교통망을 구축해 국가산업단지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여기에 기업의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혜택도 더했다. 예컨대 국가가 기업에 1%의 낮은 임대료로 100년간 안정적으로 토지를 빌려주는 장기임대용지를 운영하고, 법인세를 3년간 100%, 이후 2년간 50% 감면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투자진흥지구’를 조성했다. 또한, 용·폐수, 전력공급시설 등 인프라를 지원하는 이차전지 특화단지, 스마트그린산단, 강소연구개발특구, 종합보세구역 등을 추진해 기업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을 강화했다. 그 결과, 수많은 우수 기업이 새만금에 투자하여 총 16조4000억원의 투자 성과를 달성했다. 기업들이 새만금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제도적 지원 때문만은 아니다. 진심을 다하는 행정적 지원과 신속한 인허가 처리 등 실질적인 기업 지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새만금개발청은 각종 인허가와 입주 승인, 공장 설립 등의 절차를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입주기업 간담회 등을 통해 애로사항 해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새만금의 기업지원은 한층 진화하고 있다. 새만금 산업단지를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기업 입주 공간을 확대하고 있으며, 트라이포트 교통망도 완성할 예정이다. 특히, RE100시대에 발맞춰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RE100산업단지’ 지정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이차전지 기업 등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6GW에 달하는 풍부한 재생에너지가 생산되어 기업이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새만금은 이제 기업지원의 날개를 달고 대한민국의 미래 에너지 산업을 이끄는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최적의 공간, 새만금이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산업단지의 지속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대한민국 혁신 성장의 시대를 선도해 나가겠다. 새만금이 갖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새로운 정책과 전략을 만나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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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9 18:09

[오목대] 신언서판이 중요

지금 유권자들의 관심은 누가 내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공천을 받느냐로 쏠린다. 조국혁신당이 지난 총선 비례대표 선거때 선전해서 12석을 차지했지만 그 같은 돌풍이 내년 지방선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6.3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이 전북에서 82.65%를 득표해 소가 밟고 지나가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민주당 지지세가 더 견고해졌다. 이 바람에 지사부터 민주당 공천을 누가 받을 것인가가 관전포인트다. 민주당 정서가 강한 전북은 당원주권시대를 맞아 공천 때 유급당원의 비중을 50%에서 70%로 높이더라도 시민여론과의 괴리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당심과 민심이 같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급당원들이 얼마만큼 진정성을 갖고 표심을 바르게 행사하느냐 그 여부에 성패가 달려 있다. 예전과 달리 유급당원들이 귀하신 몸이 되면서 쉽게 움직이지 않지만 얼마든지 금품 유혹을 받을 개연성은 높아졌다. 현재 50대 50으로 돼 있는 공천기준을 7대3으로 높이면 당원 모집을 많이 한 사람이 유리한 구조다. 그러나 꼭 유급당원들이 모집한 후보한테 간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후보자 능력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 지금 현직 단체장을 제외하고는 유급당원을 많이 모집한 후보자가 여론조사에서 높게 나온다. 친 불친과 연고에 따라 표심이 움직이지만 지사나 시장 군수 등 단체장 만큼은 고도의 판단력과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라서 각 후보자들의 종합적인 역량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익산시장이나 임실군수는 3연임해 불출마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 조기에 과열되었다. 전주시장 등 나머지 시장 군수는 모두 재선의지가 충만된 상태지만 도전자가 만만치 않아 일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 할 입장이 아니다.특히 관심을 끈 것은 불출마설이 유력했던 재선의 이원택 국회의원이 예상을 깨고 추석전에 지사경선에 나서겠다고 밝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번 지사경선 때는 송하진 전지사가 컷오프 되면서 재선의 김관영 전 국회의원이 김앤장을 등에 업고 단박에 공천권을 확보했지만 이번에는 예상외 변수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재도전하는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같은 지역구서 연거푸 3선한 관계로 이번 지사경선을 배수진으로 치고 마지막으로 경선에 임한다는 자세다. 하지만 완주 전주 통합에 부정적이어서 찬성측이 많은 전주표심이 등 돌리고 있는 게 최대 걸림돌이다. 또 그가 주장했던 익산시와 통합해서 100만 메가시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익산시의회가 결사반대해 난관에 봉착했다. 세칭 송하진 전지사의 아바타로 칭하는 이원택 의원은 당 대표 선거 때 정청래 의원을 도운 것을 기반으로 정 대표와 함께 추석전에 김제시장을 방문해 한껏 기세를 높였지만 시중에서는 그의 능력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팽배하다.특히 여가부를 상대로 새만금잼버리 준비관계를 강하게 질타했지만 대회가 실패로 끝나고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9월 새만금공항건설 취소판결을 내린 것도 그의 지역구 문제인 만큼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그의 정치력 부족을 지적한 사람도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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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9 17:50

[사설] 대도시권 포함 ‘전주권’, 광역시급 성장 전략을

전주권이 마침내 법정 대도시권에 공식 포함됐다.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전주와 익산·군산·김제·완주 등 5개 시·군 130만여명이 거주하는 전주권이 수도권과 부산권·대구권·광주권·대전권에 이어 6대 대도시권에 포함됐다.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확정된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오는 23일 법률 시행에 맞춰 하위 법령을 정비한 것이다. 이로써 전주권은 독자 광역권 지위를 법적으로 인정받아 국비 지원을 통한 광역교통망 확충 등 도시 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지역사회 오랜 숙원인 ‘전주권 광역교통망 확충’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했던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더불어 전북 교통혁신과 공간구조 개편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새만금-전북혁신도시-전주권을 잇는 광역생활경제권 완성의 제도적 신호탄이기도 하다. 대도시권 설정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성공을 위해 항공-철도-자동차 등 교통수단 연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앞으로 풀어가야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지역에서 광역시급 대도시로의 발전 전략과 비전을 만들어내야 한다. 우선 국토교통부가 내년 상반기에 확정할 예정인 ‘제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2026~2030년)’에 전주권 사업이 얼마나 포함되느냐가 대광법의 실효성을 체감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또 국가계획에 반영되더라도 총사업비 1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사업 추진 논리와 근거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법령 정비를 통한 6대 대도시권 포함을 계기로, 전주권을 광역시급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과 실행력이 요구된다. 광역교통망 확충과 함께 대도시권에 요구되는 국제공항 건설, 그리고 전주·완주 통합 등 대광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과 사업 추진 역량이 요구된다. ‘전북 대전환’의 기회다. 지자체와 정치권이 다시 한번 역량을 총결집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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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0.16 18:47

[사설] 국가 철도망으로 전북 산업지도 확 바꿔야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전북의 미래가 달렸다. 새만금에서 목포까지를 아우르는 서해안철도를 비롯한 핵심 노선이 포함되느냐 여부에 따라 전북의 인프라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결국 산업지도와 인구이동의 큰 축이 바뀌기 때문이다. 항공이나 해운, 도로에 비해 그 중요성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철도망은 산업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되는 핵심적인 인프라다. 사람의 이동 또한 고속철도망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가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전북으로선 이르면 내년초, 늦어도 지방선거 이후 발표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에 올인해야 한다. 고시를 앞둔 제5차 국가철도망은 현재 전국에 걸쳐 160여 건·총 360조 원 규모의 사업 신청이 접수됐다. 전북의 경우 모두 7개로, 총 연장 572㎞에 사업비는 21조 2028억 원에 달한다. △전주~김천 영호남 내륙선 △국가식품클러스터 인입선 △서해안선(새만금~목포) △호남고속선 직선화(천안아산~공주) △호남일반선 고속화(논산~익산) △전주~광주선(전주~김제) △전주~울산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서해안철도다. 새만금에서 전남 목포까지 약 110㎞ 구간을 잇는 대형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4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산업·물류·관광을 아우르는 서남권 경제벨트 완성이 바로 이 철도에 달려있다. 서해안 철도는 단순한 교통망 확충을 넘어 서해안 지역을 새로운 국가 발전 축으로 만드는 핵심 국정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번 제4차 계획(2021~2030)에서는 ‘추가 검토사업’으로 경우 이름만 올리는데 그쳐 아쉬움을 줬다. 각 시도에서는 이번 철도계획에 해당 지역 사업을 포함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사실상 생명선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지역발전은 멀어지고, 특히 철도의 접근성 여부가 지역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달부터 KTX 평창-정선선 계획 반영을 위한 10만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각 시도의 경쟁이 뜨겁다. 국토 균형 발전과 진정한 서해안 시대 개막을 앞당길 마지막 열쇠는 바로 국가 철도망 확충이다. 한치의 실수없이 잘 준비해서 차제에 전북이 한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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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0.16 18:46

[오목대] 은퇴 후 인생 3단계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후 인생 후반부도 길어졌다. 예전에는 은퇴 후 오래지 않아 죽음을 맞았지만 이제 30∼40년을 더 사는 게 일반적이다. 이 기간은 청장년기의 30∼40년과 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직장이나 생업에 매어 돈을 벌거나 승진에 목매일 필요없이 주된 직업에서 물러나 온전히 내가 중심이 되는 시기다. 이러한 은퇴기는 대개 3단계로 나눈다. 좀 오래된 구분이긴 하나 미국의 재무설계사 마이클 스테인(Michael Stein)은 1994년에 은퇴기간을 10년 단위로 3단계로 나누었다. 활동기(Go-go Year)와 회상기(Slow-go Year), 간병기(No-go Year)가 그것이다. 활동기는 65∼74세까지다. 이 기간은 생업에서 손을 놓았지만 건강하고 시간이 많고 재산도 인생에서 가장 많은 때다. 따라서 이 시기는 그동안 못했던 외국여행을 떠나거나 골프 등 여가활동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활동량이 많은 만큼 지출도 늘어나는 인생의 제2 전성기다. 올해 105세의 김형석 교수(전 연세대)는 60∼75세(어떤 강연에선 65∼90세)를 인생의 황금기라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3종세트를 잘 관리하는 일이다. 몸을 건강하게 움직이는 신체(Physical)활동과 두뇌를 활용하는 인지(Cognitive)활동, 그리고 타인과 교류하는 사회(Social)활동이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고 사람과 섞이는 것을 말한다. 아직 젊은 노인이니 일자리를 찾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다. 회상기는 75∼84세 시기다. 이 시기는 특별히 아픈 곳이 없으면서도 노화가 진행되면서 행동이 느려진다. 지나온 인생을 반추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시기다. 특히 75세는 건강과 인지능력이 확 꺾이는 나이다. 그래서 일본에선 75세를 기준으로 전기고령자와 후기고령자로 나눈다. 또 서구권에서는 65∼74세를 영올드(Young-old), 75세 이상을 올드올드(Old-old)로 나누기도 한다. 이 시기는 가족이나 친구를 자주 만나면서 인생을 복기하는 것이 좋다. 이때는 지출도 줄어 경제적 부담도 적다. 간병기는 85세에서 사망까지의 시기다. 이 기간은 사람에 따라 1년이 되기도 하고 10년을 훨씬 넘기기도 한다. 이때는 혼자서 생활하기 힘들어 남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시기다. 집에서 생활하길(Aging in place) 원하나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 생명표에 따르면 이 시기 우리나라 노인들은 15∼16년을 병치레(유병기간)로 보낸다. 이 시기는 의료비가 급격히 늘어나 경제적 부담이 크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상속분쟁에도 대비해 유언서 작성도 해야 한다. 가능하면 활동기를 늘리고 간병기를 줄이는 게 좋다.(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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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10.16 18:46

[청춘예찬] 해송의 봄을 기다리며

해가 바뀌면 금산사에 간다. 올해는 18개월 된 딸을 처음으로 데리고 갔다. 거대한 미륵입불과 화려한 단청에 시선을 빼앗기고 “우와”를 연발하는 모습이, 말은 서툴러도 아름다움은 아는 것 같아 기특하다. 앞으로는 연례행사처럼 매년 함께 올 예정이다. 마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하, <빼들봄>)의 권례가 딸 숙이와 함께 금산사를 자주 찾았듯이. 숙이의 원래 이름은 해송이었다. 숙이가 태어나기 전, 권례의 꿈속에서 한 소년이 보살과 나타났다. 보살은 소년의 이름이 ‘해송’이며, 속죄를 마치고 윤회하게 되었다며 권례에게 소년을 안겨주었다. 가족들은 아들이 태어나리라고 철석같이 믿었지만 태어난 건 딸이었다. 보살이 지어준 이름 ‘해송’은 몇 년 후 태어난 남동생에게 돌아갔다. <빼들봄>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가부장제의 부조리한 폐해 안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여성 인물들의 서사를 다룬다. 일견 이분법적으로 보이는 갈등 구조는 시즌이 이어지면서 복잡한 양상을 띈다. 손자에게 자아를 의탁한 채 숙이를 증오하던 할머니의 이면에는 서당에 다니고 싶었던 소녀가 있었음이 밝혀진다. 숙이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것처럼만 보이던 남동생은 ‘계집년보다 성적이 안 나오면 그게 사람이냐’며 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한다. 역설적으로, ‘계집’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무시당하지 않는 것이 꿈인 숙이가 필남을 향해 “얼마나 마음이 추잡하길래 여자가 이런 말과 행동을 하지?”라고 생각할 때 <빼들봄>의 서사는 빛이 난다. 여기에 영웅이나 완벽한 인간은 없다. 굴레 앞에서 분노하고 절망하거나, 굴레인 줄도 모르고 살아왔던 보통의 여자들만이 있을 뿐이다. <빼들봄>에서 인물 간의 언어가 서로에게 명확히 번역되지 않고 자꾸만 굴절되는 것은 그 굴레가 교묘하게 갖은 형태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중학교에 다니는 숙이와 진학하지 못하고 ‘공순이’가 된 미자의 언어가, 상처만 입고 자란 탓에 소통에는 서툰 필남과 그런 필남에게 선입견을 가진 숙이의 언어가 충돌한다. 숙이가 가사보다는 공부에 집중해서 더 높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길 바라는 권례와, 그런 엄마에게 몰아붙여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숙이의 언어도 부딪히기는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세계의 언어가 깨진 파편이 되어 그들을 아프게 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이내 위로의 몸짓을 건넨다. 숙이는 미자의 멍든 팔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고, 필남은 그녀의 수첩을 태우게 된 것을 사죄하러 온 숙이의 어깨를 다독인다. 그 몸짓은 미약하지만 끊어지지는 않을 위로와 유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눈물의, 토닥임의 온기가 모이고 또 모이면 언젠가 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얼음장 같은 굴레는 녹아버리고 권례와 숙이는-아니 해송은 마침내 웃는 얼굴로 명부전의 지장보살 앞에 설 수 있으리라. 주말에 친정 엄마를 모시고 딸과 함께 덕진공원에 마실을 나갔다. 연화정 도서관에서 덕진호를 바라보며 나는 숙이와 지민을 생각했다. 연꽃이 필 계절은 진작에 지났지만, 어딘가에서 담소를 나누는 그들을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 전 웹서핑을 하다가 <빼들봄>은 예전의 이야기일 뿐, 지금 시대에 통용되는 서사는 아니라고 평한 글을 떠올렸다. 글쎄, 오늘의 숙이와 지민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들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은, 노을빛이 책을 읽는 엄마의 옆얼굴에 가는 빛무리를 만들었을 때였다. 박근형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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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6 18:45

[금요칼럼] 지방자치를 헌법에 보장해야 주민주권시대 열려

한국의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올해가 30주년이다. 그동안 지방자치제는 중앙정치의 혼란과 불안을 최소화시키는 제도적 장치로서 지방정국의 안정을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와 민주체제를 지키는 버팀목이 됐다. 그러나 지난 30년 지방자치가 제기한 낭비와 비능률,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부작용과 폐해는 지방자치의 무용론과 축소론까지 불거질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제도와 시스템이 올바른 길을 찾도록 전면적인 자치개혁이 필요하다. 지방자치의 기본원리는 독립성과 자율성이지만 주워지는 권한만큼 책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 권한과 책임의 주체는 일원화돼야 한다. 이 원리는 자치경찰제와 교육자치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끔찍했던 이태원 참사와 청주 오송지하도 참사, 경북 산불을 비롯한 재해·재난사고, 그리고 묻지마 폭력·살인사건으로 지역안전과 치안이 구멍난 것도 자치경찰제도의 결함이 큰 원인 중 하나다. 잇따른 교사폭행과 자살로 학교교실이 붕괴 위기를 맞은 근본 원인에도 교육감 직선제를 비롯한 교육자치제도결함이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음이 분명하다. 게다가 지방행정, 지역치안과 소방 및 지방교육이 지방자치의 큰 틀 속에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한 채 그 권한과 책임이 제각기 분산돼 있으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결국, 지역의 문제를 지방자치제가 지방중심, 주민중심, 현장중시로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무관심과 부정적 인식의 주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뿌리깊은 중앙집권의 유혹을 뿌리치고 지방분권적 국가운영의 틀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현행 헌법을 대폭 개정해서 지방에 자율성을 대폭 부여하되 그 책임성을 일원화시키는 개혁이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에 필수적인 전제가 헌법개정이다. 헌법은 국가의 모든 구성원이 따라야 하는 국가공동체의 강제적인 최고가치 규범이다. 때문에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개정해야 하위 법령 등의 개혁과 개정이 가능해 진다. 현행 헌법상 지방자치 조문은 제117조와 제118조 단 두 조문으로 중앙집권적 분산체제라는 과도기적 행태만을 보장할 뿐, 주민주권시대에 걸맞는 지방자치를 실시하는데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더욱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아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라는 중앙종속적인 용어의 사용으로 중앙과 지방 간의 관계는 태생적으로 왜곡돼 있기 때문에 헌법개정 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정부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획일적 지방자치제도를 지양하고, 지역특색에 맞는 다양한 지방자치제도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서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의 4대 자치권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그 밖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기관구성 형태의 선택권,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시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역변경 시 주민의견 청취, 중앙과 지방 간 사무처리 원칙, 지방의회의 권한 그리고 주민의 위상과 참여 등이 헌법에 명시돼야 한다. 그래야만 주민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들에게 관련된 지역의 공동문제에 관해 주민의 자주관리가 존중되는 풀뿌리 지방민주주의가 확실하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기로에 선 한국지방자치가 바른길을 가기 위해서 지방자치의 정신과 권한을 헌법적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 대한민국이 주민주권시대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가와 지역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성숙한 지방자치가 전제돼야 하고, 이를 위한 첫 단추가 헌법개정이다. 따라서, 헌법개정을 위한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치권과 지방4단체 그리고 전문가들과 언론이 앞장서야 할 중대한 시점에 서있다. 지금이 헌법을 개정할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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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6 18:45

[기고]  지금 전북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공항 건설계획 취소 판결을 내린 후 전북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속을 끊이고 있다. 국토의 중심 개발축에서 밀려 애초부터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전북은 하는 일마다 이렇게 꼬이고 막힐 수 있느냐며 가슴을 치고 있다. 이미 다른 곳들은 많게는 수 십년 전부터 다 누려온 시설이고 혜택들인데 뒤늦게 전북도 누려보고 혜택 좀 보자는데 이게 그렇게 힘들고 잘못된 일이냐며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며칠 전 서울에서 만난 고교 동기들이 이번 판결을 어찌 생각하느냐고 묻길래 서울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판단일 것이나 전북 사람들은 정말 억울한 판결일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도 그럴것이 미국의 한 주만도 못한 면적에 이미 수십 개의 공항이 있는데 환경 파괴니 적자운영이니 하는 논란을 자초하며 구태여 또 공항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이번 판결은 이미 누릴 것 다 누리는 수도권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합목적적인 결정일 수 있다. 그러다보니 결과를 반신반의하던 환경단체는 물론이고 진보나 보수를 가리지 않고 언론들도 근래에 보기드문 명판결이라며 반기었다고 한다. 사실 새만금공항 바로 옆에는 우리 마음대로 쓸 수는 없지만 그래도 군산공항이 있고, 직선거리로 백 몇십 km 남짓이면 광주, 무안, 청주 공항 등 많은 공항이 있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전북사람들이 새만금 공항을 짓자고 하는 것은 우리가 필요할 때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항이 있어야 공장 지으러 오는 사람들도 쉽게 오가고, 우리도 가까운 공항에서 외국 좀 나가보자고 해서인데. 법원의 취소 판결이 내려오자 감사원은 뒤늦게 새로 신설될 지방공항들의 운영에 따른 적자 보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국토부를 윽박지르는 모양이다. 감사원은 새만금공항 역시 매년 200억원의 운영적자를 보전할 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자. 현재 전국에는 열 몇 개의 지방공항이 있는데 아직까지도 흑자를 내는 공항은 한 군데도 없다고 한다. 과거 정부들도 이들 공항이 적자가 날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그럴듯하게 꾸며논 보고서를 핑계 삼아 공항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적자를 메워주며 다들 운영해 오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새만금공항에만 보전대책을 세우라고 윽박지르는건 너무 가혹한 잣대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는 조류충돌의 위험성을 지극히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해변치고 겨울철에 철새가 날아오지 않는 곳이 어디에 있는가. 갯벌이 발달되고 온대성 기후로서 다양한 생물이 분포돼 있는 우리나라 서해안은 겨울철 철새들이 날아오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지녔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 갯벌을 메워가며 인천공항을 비롯한 많은 공항을 지어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환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환경을 보존하면서 인간과 공존하는 개발이 중요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이 환경 안전요소를 실질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경우 제동을 걸 수 있고조류충돌의 위험성을 법적 쟁점화 했다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주권정부의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국정과제도, 지역간 형평성도 반드시 존중받아야 될 것이다. 그런면에서 새만금공항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다같은 신공항 건설인데도 얼마나 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오른 원균이 일본 수군에 패해 이순신이 남겨줬던 수많은 함선을 모조리 수장시킨 가덕도 앞바다는 수심이 깊고 파도가 높아 현재 공사를 맡았던 업체조차 철수한 상황인데도 여야는 예산을 못줘서 안달이라고 한다. 유럽의 전문기관조차 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평가했다지만 과거 정부나 현 정부 모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어서라도 기어이 공항을 짓겠다고 하는 모양이다. 정부도, 법원도, 환경단체들도 어느 곳엔 후하고 전북에는 왜 그리 야박한지. 그래서 지금 전북에 사는게 참 힘이 든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이흥래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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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6 18:44

[조정권의 세무상담] 상속공제한도가 18억으로 늘어난다면

최근 정부는 상속세 공제 한도를 기존 10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법안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산층조차도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실거주 주택을 처분해야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속세는 기본공제 5억 원, 배우자공제 5억 원 등으로, 배우자가 있는 경우 약 10억 원까지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개정안은 이를 18억 원으로 늘려, 실질적으로 ‘18억 원까지는 상속세 면세’ 구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구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중위자산은 약 4억 원대, 금융자산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자산은 평균 2~3억 원 수준입니다. 즉, 대다수 국민은 상속세 과세 대상조차 되지 않게 됩니다. 실제로 상속세를 신고·납부하는 사람은 전체 사망자의 2~3%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공제한도를 18억 원으로 올린다 해도, 상속세를 낼 일이 없는 서민들에게는 아무런 실질적 이익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반대로 상속세를 내는 고자산층에게는 큰 혜택이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 시가 25억 원짜리 주택을 보유한 1가구가 상속을 받을 경우, 현행 제도에서는 약 15억 원이 과세표준에 포함되지만, 공제 확대 시 그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이번 법안이 “중산층 구제”라는 이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상위 2~3%를 위한 부자 감세 성격이 짙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세수 감소의 여파가 서민층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공제 확대 시 향후 5년간 약 3조 원 이상의 세수 감소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즉, 상속세는 줄지만 복지 혜택 감소나 지방세 인상 등으로 서민층이 되레 간접적 부담을 질 수 있다. 상속세 18억 공제 법안은 단순한 감세 정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구를 위해 세제를 바꾸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사회적 답변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위 몇 퍼센트를 위한 조세 완화가 아니라, 대다수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조세 정의의 회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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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1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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