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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트럼프가 탐낸 모나미 서명펜

10여년 전, ㈜모나미 창업자인 송삼석(1928∼2022) 회장을 인터뷰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항소(恒笑)에서다. 항소는 ‘항상 웃는다’는 뜻으로 그의 호(號)를 따서 만든 고급 필기구 수입·유통 회사였다. 당시 85세의 송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경기도 용인에 있는 모나미 공장과 이곳을 오가며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호처럼 웃음을 띠었다. 그러나 그가 한국 문구의 전설인 ㈜모나미를 일구기까지 웃음보다는 역경의 연속이었다. 군산에서 태어나 완주 삼례에서 자란 그는 전주북중과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6·25 때는 의용군으로 붙잡혔다 탈출하는 등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부산 피난시절 무역회사인 삼흥사를 거쳐 1955년 광신화학에 지분 10%를 받고 상무로 스카우트됐다. 송 회장이 볼펜을 처음 접한 것은 1962년 서울에서 5·16 군사쿠데타 1주년을 기념해 열린 국제박람회에서였다. 이때 광신화학의 문구류 수입처인 일본의 우치다요코(內田洋行)회사에서 파견나온 직원이 양복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쓰는 걸 봤다. 그게 볼펜이었다. 당시 우리는 펜에 잉크를 찍어 쓰거나 만년필을 사용했다. 신기했다. 바로 ‘저걸 우리가 생산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계산기 10대(1대당 2000달러)를 사주는 등 호의를 베풀고 설득했다. 이 직원은 본사에 보고했고 일본 볼펜 시장의 90%를 차지하던 오토볼펜과 닿았다. 즉시 일본으로 날아가 볼펜 팁과 볼을 수입해 쓰기로 하고 잉크 제조기술을 전수받았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게 1963년 판매를 시작한 모나미153이다. 이 볼펜은 62년동안 36억 자루 넘게 팔렸다. 한 줄로 세우면 지구 13바퀴를 돌고도 남는다. 하지만 초창기는 판매가 부진해 사무실을 돌며 볼펜 나눠주기 판촉을 벌였다. 또 간혹 성분배합이 잘못돼 잉크가 새는 바람에 흰 와이셔츠를 못입게 돼 변상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다. 공장에 불이나 폐허가 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각종 볼펜과 사인펜 매직펜 플러스펜 샤프펜 등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모나미 제품이 지난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韓美) 정상회담에서 화제가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명록에 서명한 이재명 대통령의 펜에 눈독을 들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 펜을 들고 “어디서 받은 것인가” “정말 멋지다(nice pen!)”며 “(다시 한국으로) 가져갈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이 펜을 선물했고 트럼프는 “영광으로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웃었다. 이 펜은 한국 장인이 두 달간 원목을 깎아 만든 것으로 모나미 자회사인 플라맥스 펜촉을 장착했다. 전북에 연고를 둔 기업이 한미 정상회담을 부드럽게 이끄는데 도움을 준 것 같아 흐뭇하다.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09.04 18:10

[사설] 전북 전력망확충으로 ‘에너지 고속도로’ 살리길

전북지역 전력망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었다. 현재 전북의 전력망 상황으로는 이재명 정부의 숙원 사업인 ‘에너지 고속도로’가 공염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서해안 호남권에 HVDC(고압직류송전)을 조기 구축, 한반도에 U자형 전력망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남·동해안을 잇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연결해 호남권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으로 공급하려는 정책이다. 그런데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의 선결 조건은 지역에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의 공급망을 갖추는 것인데, 전북 등 호남지역은 여러 규제와 현실적 어려움으로 공급망 구축 뿐만 아니라 신규 발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9월 2일 한국전력과 전북특별자치도, 도내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2013년에서 2023년까지 10년 간 6배로 증가했지만, 실제 발전량은 그 절반인 3배 증가에 그쳤다. 이는 송전망과 배전망이 각각 14%와 22% 증가해 생산을 늘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태양광과 풍력발전소를 포함한 재생에너지 생산 용량은 폭증하는데 공급하는 전력망 확충은 제자리걸음을 해 생산과 공급 불균형이 2배이상 차이나 결국 원자로 2개 용량과 맞먹는 규모의 생산 전력이 사용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산업부는 2032년까지 전북의 태양광 발전 등 신규 신재생에너지의 추가 발전을 허가를 막고 있다. 즉, 호남~수도권 간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해 전력을 분전하기 전까지는 신규 신재생에너지 추가 접속도 어려워 전북에서는 이 대통령이 강조한 '햇빛 농사(농가 태양광)'를 지으려면 최소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의 핵심인 RE100 산단조성과 관련해 SK데이터센터 조성도 송전선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6년 간 모든 투자 계획을 진행할 수 없었다. 이제 새로운 정부의 미래비전과 전북의 활로를 찾기위한 노력에 서로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전력망 운영 및 관리 체계 개선을 위한 지역주민의 이해와 협력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의 합리적인 대책과 전력시장 송배전망 에너지 거버넌스 구축 등 해결책을 시급히 마련하길 부탁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03 17:32

[사설] 동물 학대하는 동물보호시설, 철저한 관리를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섰다. 반려동물이 애완동물을 넘어 가족이 된 시대다. 반려동물 보호 및 복지 증진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속속 마련됐다. ‘동물보호법’(제35·36조)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동물보호센터를 직접 설치·운영하거나 법령으로 정한 기준에 맞는 기관·단체를 지정해 동물 구조·보호 등 동물보호센터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그런데 유기·유실 동물 구조 및 보호·입양을 지원하는 기관인 동물보호센터에서 동물학대 행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전북지역 동물보호센터에서도 최근 심각한 불법행위가 적발돼 논란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일 합동조사를 통해 익산의 한 동물의약품개발연구소와 군산지역 유기동물보호센터를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연구소에서 실험동물 사체를 의료폐기물로 처리하지 않고 유기동물보호센터에 넘겼고, 센터에서는 이를 유기동물의 먹이로 준 혐의다. 전북특별자치도는 해당 시설에 대한 수사결과에 따라 센터 지정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고, 도내 25개(직영 7곳, 위탁 18곳) 동물보호센터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달 간 일제 전수조사를 실시해 운영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동물보호센터는 동물보호와 동물복지, 생명윤리를 실현하는 공공시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지난 2016년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까지 제정해 시설 운영에 관한 세부 사항을 명시했다. 이런 시설에서의 동물 학대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 그런데도 전국 각지에서 불법 안락사와 보호동물 관리 부실, 부적절한 입양, 동물 학대 등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 위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자체 직영 시설보다는 지정·위탁 시설에서 말썽이 많았다.지자체의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가 도마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지정·위탁 기관을 중심으로 동물보호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운영 실태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주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동물보호센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철저한 조사와 위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더불어 각 지자체에서는 동물보호센터가 생명보호와 동물 안전 보장·복지 증진이라는 동물보호법의 목적을 실현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기점검을 통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9.03 17:32

[오목대] 안미경중과 전북책략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대한민국은 판단 한번만 잘못하면 백성들이 죽어나가고 나라가 거덜나기 일쑤였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이 내부갈등으로 분열돼 있을 때는 한반도는 잠시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대륙이나 섬이 통일되면 곧바로 이 땅은 가혹한 침탈의 대상이 되곤했다. 한번 피눈물을 흘렸으면 만사불여튼튼의 자세로 대비하는게 맞지만 한동안 평화가 찾아오면 쓰라린 예전의 기억을 잊고 또다시 방심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1636년 조선 인조때 겪었던 병자호란이다. 국운이 다해가던 명나라와 욱일승천의 기세로 떠오르던 청나라가 명운을 건 대회전을 앞둔 상황에서 조선은 광해군의 중립 실리외교, 줄타기 외교를 통해 간신히 예봉을 피했으나 정통 사대부들이 중심이 된 인조반정으로 인해 확실하게 명나라 편에 서면서 결국 이땅의 백성들은 청에 의해 무참히 도륙을 당했다. 실로 가슴아픈 일이다. 그런데 말이 중립외교, 줄타기 외교이지 고래싸움이 격화하면 격화할수록 결국 새우는 중립을 지킬 수 없고, 누구 편에 설것인지 확실한 선택을 강요당하게 된다. 구한말 이 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했다. 종주국인 청나라는 말할것도 없고, 명치유신을 통해 빠르게 부상하는 일제,그리고 서양세력인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열강들은 침을 흘리며 이 땅을 노렸다. 마치 매미 잡으려는 사마귀를 참새가 노려보는 형국이었다. 때마침 1880년께 일본 주재 청국공사관의 황준헌은 조선책략(朝鮮策略)을 제시했다. 쉽게말해 조선이 살아남으려면 '친중결일연미'(親中結日聯美) 해야 한다는 거다. 결과적으로 조선은 친중도, 결일도, 연미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나라를 잃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안미경중(安美經中)'에서 탈피하는 외교노선을 공식화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선택이 과거에는 가능했지만, 현시점에서는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형태가 됐다며 사안에 따라, 정세에 따라 전략적 역할을 하겠다는 '실용외교'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3일 열린 중국의 80주년 전승절 기념식은 향후 미국과 중국의 강렬한 맞대결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잘 보여줬다. 북한이 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이라는 소위 ‘안러경중’의 입장을 피력하면서, 대한민국은 미국과도 잘 지내고, 중국과도 잘 지내려는 중립외교, 줄타기 외교가 이젠 확실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비단 한 국가의 외교문제만 그런게 아니다. 가뜩이나 세력이 약한 전북으로서는 강원, 충청, 영남 가릴 것 없이 철저히 실용외교에 바탕을 두고 우군을 늘려나가야만 지금의 어려움을 해쳐 나갈 수 있다. 그게 바로 앞으로 추진해야 할 전북책략의 가장 핵심이다. 정치적, 문화적 이유로 우군을 줄이면 줄일수록 전북엔 미래가 없다. 배타성을 강화하면 강화할수록 우군은 줄어든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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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9.03 17:31

[의정단상] 문자 한 통의 나비효과

9월 1일, 예금자 보호한도가 1억 원으로 상향됐다. 24년 만의 변화다. 예금자보호제도는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비상상황을 겪은 뒤 도입됐다.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안전장치다. 우리나라 예금보험금 한도는 2001년 5000만원으로 정해진 이후 24년간 동결되었다. 그사이 경제 규모는 커지고 물가는 크게 상승했지만, 보험한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었다. 미국 25만 달러(한화 약 3억 5000만 원), 일본 1000만 엔(약 1억 원), 영국 8.5만 파운드(약 1억 6000만 원)로, 우리나라보다 2배가량 높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아 5천000만 원이었던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을 대표발의했다. 그리고 지난 9월 1일, 법이 시행되며 국민의 금융 안전망이 한층 두터워졌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닌, 시민과의 소통에서 출발해 국회 입법으로 완결된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로 대면 접촉이 어려웠던 당시, 나는 문자를 통해 군산시민의 민원과 정책제안을 받아왔다. 지금도 사용 중인 010-6561-4108은 시민 누구나 지역 현안과 정책 대안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소통 창구다. 2023년 1월 19일, 군산의 한 자영업자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현재 5000만 원으로 정해진 예금보험금의 한도를 상향했으면 합니다. 예전에 5000만 원은 큰 돈이었지만 지금의 물가와 소득을 고려하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군산시민의 제안은 곧바로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비록 21대 국회에서는 임기만료로 폐기됐지만, 군산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22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과 동시에 재추진했다. 마침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러한 주민 참여형 정치는 이재명 대통령의 소통에 기반한 국정운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SNS를 적극 활용했다. 소통의 효율성과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정치인의 SNS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국민의 작은 목소리를 발견해 정책과 제도로 연결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문자 한 통에서 시작된 작은 제안이 예금자 보호한도 상향이라는 큰 변화를 만들었다. 이제 국민은 더 넓어진 안전망 속에서 재산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여러 금융회사에 5000만 원씩 분산 예치해온 불편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한편 이재명 정부는 금융 안전망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28일에는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금융사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정부는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보호망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회사 부실, 사기 피해 등을 예방하고 발생한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는 거창한 계획이나 탁상 논의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과의 쌍방향 소통으로 일상 속 불편과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제도로 연결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올바른 문제의식이 담긴 문자 한 통이 법안 발의로, 제도 시행으로 이어져 국민 모두의 안전망을 강한 것처럼 말이다. 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김제부안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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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3 17:30

[타향에서] 상장주식 과세, 성장과 공정을 함께 보는 시선

최근 정부가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고, 증권거래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천 시대’ 공약과 시장활성화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과 윤석열 정부의 감세조치를 복원하고 조세형평성을 되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옹호론이 맞서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조치가 자본시장 정상화와 조세형평성 및 세입기반 강화라는 두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가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안팎으로 복합위기 상황이다. 안으로는 고령화, 저출산, 가계부채, 자산양극화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저하시키고, 밖으로는 글로벌공급망 불안과 통상환경 악화가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민간의 소비·투자·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은 적시에 투입된 ‘긴급수혈’이지만, 일시적 부양책만으로는 경제 체질을 개선할 수 없다. 저성장이 구조화된 상황에서는 경기가 살아나도 세입이 자동으로 늘지 않는다. 플랫폼 경제, 경제의 서비스화, 제조업 기반의 해외 이전을 특징으로 하는 글로벌·디지털 경제시대에서는 세입구조의 개혁이 없을 경우 세입기반은 약화되기 쉽다. 세입기반을 튼튼히 하려면 새로운 세원 발굴을 통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세원 확보가 긴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조세형평성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 조세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수평적 형평성의 부재다. 근로소득자는 유리지갑이지만, 자영업자는 소득파악에 한계가 많고, 주식·파생상품·가상자산 등 자산소득에는 광범위한 비과세·감면이 적용된다. 지난해 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사실상 고액 대주주로 국한되었고, 증권거래세는 거래단계에서만 부과돼 장기 보유에 따른 대규모 차익에는 세부담이 매우 낮다. 배당소득 과세 역시 분리과세와 종합과세 기준이 뒤섞여 있어 금융자산 보유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세구조다. 금융자산 보유자는 근로·사업소득자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조세의 수평적 형평성이 무너지고 세입기반 역시 취약해진다. 물론,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세 완화가 단기적으로 거래량을 늘리고 투자 심리를 회복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세원잠식을 심화시키고, 근로소득자와 자산소득자 간 불공정 과세를 고착화시킬 위험이 크다. 따라서 자본시장 세제개혁은 성장과 공정의 균형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금융투자소득세를 단계적으로 재도입해야 한다. 혁신기업 투자에 대해서는 일정 한도 비과세를 유지하되, 고액·단기 차익에는 정상과세를 적용해 과세 공백을 줄여야 한다. 둘째, 증권거래세율은 점진적으로 인하하되, 양도소득 과세강화와 병행해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셋째, 배당소득 과세체계는 분리·종합과세 기준을 명확히 해 금융소득 과세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세금은 단순한 재정수단이 아니다. 경제주체들의 행동을 유도하고, 사회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장치다. 주식소득 과세를 둘러싼 이번 논쟁은 자본시장의 활력을 높이면서도 조세형평성과 세입기반을 함께 강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성장과 공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세제개편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열쇠다.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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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3 17:30

[기고] 새만금사업 RE100 성공은 정부의 재정투입 의지에 달렸다

새만금사업은 만리장성 쌓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인가. 국가백년대계인 새만금개발사업이 1991년 11월 28일 천지개벽의 종을 울리며 노태우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을 거행했다. 세계 제방 역사상 최장 33.9km로 2010년 4월 27일 완공됐다. 아무렴 세계 최장이라고 하지만 20년 만에 완공했다. 산천이 두 번 바뀐다는 장구한 세월이다. 2025년 34년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새만금은 한반도를 포함한 세계로부터 관심을 집중케 하고 있다. 현재는 새만금 국제항만 건설, 수변도시 등 내부개발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국가백년대계의 사업인 군산국제공항은 환경단체의 반대 등 어려움이 있으나 정부 차원에서 하루속히 착공해야 하리라고 본다. 모든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여론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태우 정부에서부터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를 살펴보면 어느 사업 한가지 속 시원하게 진행되는 사업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탄생하면서 지역 균형발전에 방점을 두는 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전북특별자치도 도민은 이제야 새만금사업이 좀 풀리겠구나 하는 기대에 부풀어있다. 특히 재생에너지산업추진에 강력한 메시지를 국민께 약속하고 있기에 최적지로 꼽히는 RE100 사업은 새만금 지역이 전국에서 최적지라는 평가와 아울러 선도사업지구 등 이재명 정부에서 이루어내야 한다는 도민들의 염원이다. 특히 RE100 사업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주요 사업이다. 이에 정부는 하루속히 적지선정이 우선 돼야 한다. 현재 상황으로는 새만금이 가장 최적지라는 평가이고 보면 미룰 까닭이 없다. 하루속히 지정하고 이에 수반하는 사업을 적극적인 자세로 진행해야 한다. 이러함은 새만금사업을 촉진 시킨다는 점에 앞서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RE100 사업추진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이랬을 때 만이 새만금사업에 새로운 이미지 창출이 된다고 봐야 한다. RE100은 재생에너지사업이 절대적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몫으로 가닥을 잡고 추진한다는 의지의 작품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대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평가할 것이다. RE100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며 국제적으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이 100% 재생에너지임을 인증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PPA(구매계약)와 국제인증서(I-REC),기업전용 송전망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새만금 구조에서는 기업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은 제한적이며 대부분은 한전에 흡수되어 버리기 때문에 RE100의 본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현상이기에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 재정투입을 통한 기업전용 전력망 구축과 앞에서 지적한 PPA 제도 활성화, 국제 RE100 인증연계체계(I-REC)도입이 선행돼야 원만한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새만금을 적지로 지정하고 아울러 에너지 전력망 구축을 위한 재정투입이 시급하다는 상황이다. 따라서 새만금 지구 내 30MW 선도사업지구도 선제적으로 조성하여 입주 기업에 즉시 공급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도사업지구는 입주기업에 공급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그에 앞서 에너지공급시설이 우선하며 완공 시 우선은 한전에 공급매각하면서 새만금에 RE100 입주업체의 조성과 동시 공급하는 체계로 하면 된다. 현재 새만금 개발청(청장 김의겸)은 RE100의 최적지는 새만금임을 천명하며 정부에 사활을 걸고 총력을 다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 RE100을 포함한 새만금사업은 전북과 한반도의 국력 신장이요 세계가 주목하는 사업임을 직시해야 한다. 김철규 시인·전 전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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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3 17:30

[사설] 교육감 선거, 벌써부터 과열·혼탁해 지나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교육감 선거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일부 후보는 공직에서 사퇴해 선거 준비에 들어가는가 하면 일부 진영에선 후보 단일화 논의가 거론되는 등 벌써부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도 없지 않다. 전북지역 학생들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교육감 선거가 정치권이나 사회단체 등으로 부터 흔들리지 않고 전문성과 청렴성을 갖춘 인물끼리 선의의 경쟁을 펼쳤으면 한다. 조기 과열 조짐은 지난 6월 26일 서거석 교육감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이 확정되면서 예고되었다. 무주공산이 된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본격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먼저 전임 교육감의 각종 정책을 두고 정책 유지와 지우기로 나눠져 성명전을 벌였다. 또 일부 교육단체가 특정 교육감 후보를 염두에 두고 후원회원 모집과 모금에 나서는가 하면 교수 출신과 교사 출신 중 누가 더 교육감에 적합하냐는 논쟁이 일었다. 그런 가운데 1일 이남호 전북연구원장이 임기 10개월을 앞두고 조기 퇴임하면서 내년 교육감 선거의 불이 당겨졌다. 이 원장은 전북자치도청 기자간담회에서 "학교 안과 밖의 다리, 지역과 학교의 다리, 고등교육과 보통교육의 다리를 놓고 싶다"며 교육감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자천타천으로 떠오르던 후보들도 고삐를 바짝 당기는 양상이다. 현재 드러난 후보는 김윤태 우석대 대외협력 부총장, 노병섭 새길을 여는 참교육포럼 대표, 오준영 전북교총 회장, 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 이남호 전 전북연구원장, 황호진 전 전북교육청 부교육감,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등 7명이다. 이들은 모두 진보나 중도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들 가운데 교사 출신은 3명, 대학교수 출신 3명, 교육부 관료출신 1명이다. 문제는 정치권과 연계한다든지 특정 사회단체가 깊숙이 관여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경우 교육의 자주성과 중립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임 교육감의 경우 특정단체를 등에 업고 당선된 후 인사와 예산 등에 대한 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전북은 인구가 급격히 줄고 산업도 피폐해 교육만이 희망인 지역이다. 내년 교육감 선거가 벌써부터 합종연횡과 담합, 과열 혼탁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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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2 18:50

[사설] 터덕대는 새만금 SOC, 일괄 예타 면제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만금사업에 대한 전북도민의 기대가 다시 높아졌다.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라는 수식어 속에 1991년 첫 삽을 뜬 후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금방이라도 실현될 것 같은 장밋빛 청사진이 발표돼 잔뜩 기대를 품으면 어느 순간 사그라들고 다시 처음이다. 그렇게 정권이 9번이나 바뀌었다. 선거 때마다 새만금은 전북지역 단골 공약이었다. 매번 각 정당 후보들이 장밋빛 청사진을 앞다퉈 내놓았다. 하지만 역대 정권의 새만금 공약은 모두 말잔치로 끝났다. 결국 말만 국책사업이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새만금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새만금 SOC 적정성 재검토와 기본계획(MP) 재수립 절차에 들어가면서 다시 시간을 허비했다. 사업을 중단하고 8개월에 걸쳐 추진된 SOC 재검토 결과 ‘사업 적정성’이 입증됐다. 공항과 도로·항만 등 새만금 SOC 사업이 모두 적정하게 추진된 것으로 재차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사업은 한참이나 늦어졌고, 그 책임을 물을 방법도 없다. 이제 사업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일괄 면제’가 요구된다.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SOC를 먼저 갖춰놓아야 한다. 그런데 새만금 SOC 사업은 건건이 예타에 발목이 잡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예타를 통과하는 데 평균 18개월이 걸렸다. SOC 사업 지연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새만금 SOC는 상호 의존성이 매우 높다. 일부 사업이 예타로 지연되면 전체 사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새만금사업은 개별 사업의 집합체가 아닌 모든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통합형 개발’ 사업이다. 그래서 현재의 개별 사업 예타 체계로는 속도를 낼 수 없다. 예타 일괄 면제가 필요한 이유다. 근거 규정도 있다. 정부의 예타 운용지침은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한 국가정책 추진 필요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허용하고 있다. 민주당 이원택 의원도 지난 7월 같은 맥락에서 예타 면제 규정을 담은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역균형발전, 그리고 30년 넘게 터덕대는 새만금사업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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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02 18:50

[새벽메아리] ‘전북 청년마을’이 성공하려면

행정안전부는 올해로 8년째, 서울 밖에 청년이 머물고 싶은 마을, 이른바 '청년마을'을 만드는 사업을 해왔다. “지역 살아보기, 일거리 실험 및 청년 활동공간 구축 등을 청년들이 직접 기획 및 운영하여 지역에 청년들이 모이는 마을”을 조성하겠다는 게 행안부가 내건 목표다. 지난 8년 사이 전국에 50개가 넘는 청년마을이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지고 있다.전북에선 2021년 완주 ‘다음타운’을 시작으로 군산 ‘술 익는 마을’, 익산 ‘지구장이마을’ 등이 잇따라 청년마을로 뽑혀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무주 ‘파머스FNS’와 장수 ‘락앤런’ 두 곳이 새롭게 뽑혔다. 이 두 마을은 앞으로 3년간 그 지역만의 고유한 자원을 활용해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마을을 만들어 가게 된다.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심각한 저출생을 겪고 있는 건 서울로 인구, 특히 청년세대가 몰리기 때문이다. 2021년 감사원은 10년 넘게 이어진 정부의 저출생·고령화 대책과 인구 구조 변화 대응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저출산(생) 문제는 청년층의 사회적 이동, 수도권 집중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런 점에서 인구가 줄어 활기를 잃어가는 곳에 ‘청년마을’을 만들겠다는 건 의미 있는 시도다. 2022년부터는 전북도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른바 ‘전북 청년마을’을 조성하겠다며, 해마다 5-10개 마을을 뽑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을들이 벌써 25곳으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청년들의 패기와 새로운 발상, 지역민들의 따뜻한 관심 그리고 도와 시ㆍ군 공무원들의 헌신으로 어렵사리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전북 청년마을을 거쳐 이듬해 행안부 청년마을에도 뽑힌 ‘지구장이마을’은 지난해 익산역 앞 원도심 골목에서 로컬 기업인 삼양식품과 함께 ‘청년 불닭 축제’를 벌였다. 이달 중순엔 ‘라면 전문점’을 열어 익산역을 찾는 여행객들을 골목으로 불러들일 계획이다. 지난해 전북 청년마을에 뽑힌 ‘오후협동조합’은 김제 쌀로 만든 빵ㆍ음료를 파는 카페, 다양한 와인을 파는 바틀숍 그리고 프랑스 자수 공방이 힘을 합친 팀이다. 이들은 오래된 이발소와 중국음식점뿐이던 시골길 죽산삼거리를 주말이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바꿔냈고, 이 경험을 살려 또 다른 청년들이 이곳에 터를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올해 뽑힌 정읍 ‘샘샘’은 버려진 농협 창고를 비롯한 마을의 공간과 자원을 엮어 이 지역만의 매력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최근엔 문을 닫으려던 주유소가 마음을 고쳐먹는 일도 생겼다. 내년이면 5년째를 맞는 ‘전북 청년마을’이 앞으로 한 발을 더 내딛으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먼저, ‘좋은 공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일을 벌이고 사람들을 불러들이려면 이른바 랜드마크가 될 만큼 널찍하고 세련되고 또 이야기가 담긴 매력적인 공간이 절실하다. 다음으로, ‘좋은 어른’이 필요하다. 청년들의 패기와 발상에 중년의 다양한 경험과 자본이 더해진다면 실패 위험을 줄이면서 의미 있는 변화를 더 빠르게 만들어 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좋은 관계’가 필요하다. 청년과 지역 주민, 청년과 행정은 서로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또 기다려주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좋은 공간과 어른 그리고 관계로 전북 곳곳에 청년들이 머물고 싶고 살기 좋은 마을들이 더 단단히 뿌리 내릴 수 있길 기대한다. 윤찬영 북카페 기찻길옆골목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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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2 18:49

[오목대] 스마트폰과 유네스코의 권고

지난 2023년 유네스코가 특별한(?) 보고서를 냈다.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데이터를 분석한 ‘2023 글로벌 교육 모니터’다. 모바일 기기가 수업 중 학생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며 사이버 괴롭힘을 유발한다고 지적한 보고서는 교실 안에서의 혼란, 학습 부진, 사이버 괴롭힘 등 스마트폰이 미치는 부정적 사례를 제시하며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할 것’을 권고해 관심을 끌었다. 사실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규제는 전 세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오래된 과제다. 유네스코가 200개 국가의 교육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개 국가 중 1개 국가가 이미 교내 스마트폰을 규제하고 있다. 속도는 다르지만,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도한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학교 안 스마트폰 규제에 먼저 나선 것은 유럽의 국가들이다. 그중에서도 프랑스는 가장 먼저 법을 만들어 규제에 나섰다. 지난 2018년부터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는 있지만, 사용을 금지해온 프랑스는 지난해 ‘디지털 쉼표’라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스마트폰 사용 규제를 더 강화했다. 최근에는 미국 영국 네덜란드 중국을 비롯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거나 강화하는 국가들이 크게 늘고 있다. 유네스코의 권고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내년부터는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도 수업 중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학교장과 교사의 판단으로 교내 스마트기기 소지 및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그동안에도 대부분의 학교는 학칙을 통해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학교 측의 스마트폰 수거를 둘러싸고 학생들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학교 현장에서의 갈등은 ‘인권 침해’ 등 첨예한 논란을 불렀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사례만도 수백 건이었으니 교육 현장의 갈등과 논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내년 3월부터 발효되는 개정안으로 내년 신학기부터는 전국 학교에서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시행을 앞두고 환영과 우려가 오간다. 청소년들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몰고 온 사회적 문제가 결국 법적 규제까지 가져왔지만, 입법화의 실효성을 제기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학교가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을 학칙으로 정하는 방식을 두고는 선언적 의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시 불거진 찬반 논란의 쟁점이 무겁다. 아직 가보지 않은 법적 규제가 가져올 결과가 궁금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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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9.02 18:48

[위병기의 화룡점정] 미리보는 전북 지방선거 기상도

전북을 텃밭으로 한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집권한 뒤 치러지는 첫 지방선거는 늘 뜻밖의 결과로 귀결되곤 했다. 1991년 지방의회 부활에 이어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가 치러진 이래 전북에서는 생각지 않았던 변수가 작용하면서 의외의 결과를 낳곤했다. 분명한 것은 집권당 최고 실력자인 대통령과 당 수뇌부의 의중에 따라 도지사는 물론, 전주시장 등 주요지역 단체장이 결정되는 일이 많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민심을 얻은 이가 승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2026년 전북 지방선거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북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됐고,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가 새로 꾸려졌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정에만 몰두할뿐 지방선거에서 현실 정치와 한걸음 거리를 둔다고 해도 이는 정치적 수사일뿐 어떻게든 영향력을 행사해서 적어도 지사, 교육감 정도는 충성도가 높은 자기사람을 심고 싶어할 것이란 점이다. 물론 내년 6.3 지방선거 시점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나 되고, 민주당에 대한 장악력을 어느 수준으로 가져갈지 알 수 없으나 정청래 대표 체제 출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분화한 신주류와 비주류간 힘겨루기도 관심사다. 정청래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 절차에 대해 ‘노컷 당대표’를 강조하면서 “‘억울한 컷오프’는 없도록 하겠다 ”고 약속했다. 범죄자 등 경선에 오를 수 없는 후보 이외에는 모두 경선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3년전 송하진 지사의 컷오프를 비롯, 유력한 시장군수 후보들이 원천 배제되는 등 무원칙 경선을 경험했던 전북에서는 정 대표의 언급이 매우 주목되는 대목이다. 지역위원장 교체와 이춘석 사건, 조국 사면은 그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는 중대변수다. 총선 이후 지역위원장이 교체된 전주을(이성윤), 전주병(정동영), 익산갑(이춘석) 등은 소속 지방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전주시장이나 익산시장 선거 때 큰 기류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전주을, 전주병에서는 전임 위원장 사람을 교체하려는 징후가 농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익산갑은 이춘석 의원 체제로 급격히 힘이 쏠리는 분위기였으나 차명 주식투자 사건 이후엔 친 이춘석 라인이 급격히 붕괴되는 분위기다. 이춘석 사건은 비단 익산뿐 아니라 전북지사 선거전, 나아가 전주시장 선거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때마침 광복절을 기해 단행된 조국 사면은 그 불꽃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통합이 된다면 일정 지분을 요구할 것이나 현실 정치의 속성상 민주당의 양보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며, 만일 지금처럼 독자노선을 걷는다면 전남과 가까운 정읍이나 고창지역은 물론, 도내 상당수 지역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경합하는 양상도 배제할 수 없다. 뜨거운 감자인 전주완주 통합 문제는 결론이 어떻게 나든 김관영 지사, 안호영 의원,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의 입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지역 정치권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나비효과를 예고한다. 도지사나 교육감 시장군수 선거에서는 리턴매치 형식의 대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지방선거때 1위또는2위를 했던 유력한 인물들이 묘하게도 공천이나 본선에서 낙선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이 절치부심 재기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면 생사를 가를 또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 오징어게임은 이미 전북 선거판에서 시작됐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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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9.02 18:46

[기고] ‘농촌주민수당’ 시범운영은 준비된 곳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농촌의 운명은 이별의 정거장이며 폐가(廢家)를 향해 달리는 기관차인가? ‘자식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지금도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돼 있어 모두가 서울로 몰려들고 농어촌은 소멸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요사이 농어촌 소멸 위기를 막기 위해 ‘농어촌 기본소득’ 구상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국가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의식이 준비된 호응이 있어야 합니다. 정책에 대한 준비된 호응은 주민들의 현실 인식과 사회문제 공감을 말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농어촌주민수당’을 공약으로 발표하셨습니다. 이를 뒷받침 하듯 전북 진안을 방문 시 주민 1인당 매월15만원(년180만원)을 발언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연천군 청산면민에게 ’주민수당‘을 1인당 월15만원, 년180만원을 지급하며 돌아오는 농촌을 설계하였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사회복지 분야를 통해 농어촌 기본소득을 위한 ‘농어촌주민수당’ 채택하였습니다. 이를위해 농식품부는 인구감소지역 농어촌 5~6곳을 선정하여 시범으로 1인당 매월 15만원(연 180만원)의 ‘농어촌 주민수당’을 지급하고, 2028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임실군에서는 주민들이 3년 전부터 ‘농촌주민수당 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전국 최초로 마을을 찾아다니며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5월7일 ’골목골목 경청투어: 국토종종주편‘에 임실시장을 방문하실 때도 100여명의 회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농어촌주민수당‘ 공약 채택을 요구하였습니다. 임실군민 ’농촌주민수당 운동본부‘는 이재명 정부 ’국민소통플렛폼‘ 모두의 광장에 임실군을 시범운영 지역으로 선정해 줄 것을 건의하여 각광을 받았습니다. ’국민소통플렛폼‘ 에 접수된 8천여 개 건의 중 94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농어촌 주민에게 매월30만원(년360만원)’지역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농어촌 기본소득법‘ 제정안을 공동 발의하였습니다. 과거, 임실에서는 농촌소멸을 막고 생명산업 유지를 위해 2018년부터 ’농민공익수당‘ 운동을 도민들과 발맞춰 전개해 왔습니다. 그 결과 전북자치도에서 조례가 제정되고 농가당 년 60만원의 ’농민공익수당‘ 지급으로 농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촌에서 농사에 종사하지 못하는 주민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촌지역 소멸을 극복하고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농촌주민수당‘을 지급하여 기반을 만들고 소득을 증대시켜야 합니다. 그 예시가 연천군 청산면의 ‘농촌주민수당’ 지급입니다.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의 ’농어촌주민수당‘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뿌리 깊게 공감하고 기대하며 오래 준비해 왔던 임실군부터 시범지역으로 선정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임실군민은 ’농촌주민수당‘ 지방비 년60만원 지급을 주창해 왔습니다. 나머지는 국비로 충당해야 열악한 지방재정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농어촌주민수당‘ 시범운영 선정에 선택되기 위해서 무리한 지방비 출현을 약속하는 것은 ‘지방정부’ 몰락을 부추기는 행위입니다. 농어촌을 사는 주민들은 국토 파수꾼이라는 인식과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 생명산업을 지키는 수호자임을 인정할 때 농촌소멸을 막을 수 있습니다. 김진명 임실군 농촌주민수당 운동본부 상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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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2 18:45

[사설] 전북의 국가예산 자화자찬, 부끄러움 모르나

전북자치도가 2026년도 정부예산안에 1228건, 9조4585억원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조662억원보다 4.3%인 3923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이를 두고 김관영 지사는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등 대규모 계속사업 종료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 정부안 반영 성과를 거뒀다”며 “국회 심의단계에서도 끝까지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모양이다.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예산안’ 증가율의 절반 수준이고 인근 지자체에 비해서도 낮은데 뭘 그리 대단하다고 자화자찬을 하는지 알 수 없어 하는 말이다. 전북자치도는 앞으로 국회 의결까지 남은 기간 정치권 등과 협조해 더 좋은 성과를 거뒀으면 한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어 728조원 규모의 ‘2026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본예산 기준으로 처음 700조원 시대가 열렸다. 이는 올해 예산 673조3000억원보다 8.1%인 54조70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인공지능(AI) 분야 투자와 연구개발(R&D) 예산, 국방비 등이 대거 증액됐다. 또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포괄보조금 규모를 올해 3조8000억원에서 내년 10조6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전북의 2026 국가예산은 새만금개발사업과 AI 및 이차전지,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 국립모두예술콤플렉스 건립 등이 반영됐다. 이번 예산은 윤석열 정부에서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 실패를 빌미로 졸렬하게 예산을 통해 보복한 것에 비해서는 나아졌다. 그러나 당초 요구액 10조1174억원보다 줄었을 뿐아니라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저조하다. 정부 발표 이후 각 지자체가 집계한 내용을 보면 광주는 8.1%, 전남과 대구 6%, 충북 5.5% 등이 증가했다. 전북은 4.3%로, 정부안 8.1%의 절반 수준이며 윤석열 정부에서 3년간 차별받은 것을 감안하면 증가율이 너무 미미하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이 전북의 3중 차별을 인식하고 있고 전북출신 4명이 요직 장관 자리에 오른 것을 생각할 때 너무 낮은 증가율이다. 하긴 2024년 국가예산의 경우 전국 9개 광역도 가운데 유일하게 전북만 줄었는데도 9조원 대의 전북예산을 지켜냈다고 도민들을 호도했으니 말해 무엇하랴. 전북자치도는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홍보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국회 활동을 통해 실속있는 결과를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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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01 19:00

[사설] 재활용품 뒷거래까지, 한심한 전주 청소행정

전주시는 지난달 말 재활용품 선별시설 증설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시는 오는 2027년까지 종합리싸이클링타운 인근에 189억원을 들여 재활용품 선별시설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재활용품 반입량 증가에 따른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의 처리용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2017년부터 검토된 사업이다. 그런데 전주시는 ‘예상과 달리 최근 재활용품 반입량이 하루 83톤에서 70톤으로 감소하는 등 여건에 변화가 생겼다’며 시설 증설계획을 돌연 백지화했다. 인구 감소와 시민들의 탄소중립 실천으로 재활용품 반입량이 줄어 시설 증설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재활용품 반입량이 줄어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생활폐기물 처리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시 직영 환경관리원과 대행업체 근로자들이 수거한 재활용품을 공식 처리시설인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 반입하지 않고, 사설업체에 넘겨 금품을 받아 챙기는 뒷거래 장면이 언론에 포착된 것이다. 전주시는 논란 속에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경 대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다. 가뜩이나 전주시에서는 폐기물 처리를 놓고 시민들의 원성이 높았다. 민원이 계속되자 전주시는 지난해 쓰레기 수거체계를 권역별 책임제로 전면 변경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만과 원성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폐기물 처리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다해야 할 전주시가 이를 방기한 것도 모자라 왜곡된 수치(재활용품 반입량)를 근거로 지원된 국비까지 반납하면서 재활용품 선별시설 증설 계획을 철회해버렸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무능한 행정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고, 시민들은 행정을 믿을 수 없게 됐다. 전주시민들은 최근 수년간 종합리싸이클링타운 운영 문제와 맞물려 쓰레기 대란이 반복되면서 큰 불편을 겪었다. 그리고 쓰레기 수거 체계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청소행정의 혼돈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청소행정은 시민 생활 전반과 밀접하게 연관된 공공정책이다. 폐기물 배출과 수거, 처리 등 전 과정에서 과감한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청소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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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9.01 19:00

[오목대] 전북의 플랫폼 익산역, 현재와 미래

호남의 관문 익산역이 갈림길에 섰다. 최근 수년간 매머드급 미래 청사진이 속속 발표되면서 잔뜩 기대를 품게 해놓고는 정작 그 길로는 한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익산시가 익산역사(驛舍) 대규모 증축 계획을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익산역 선상역사 3~4층 면적은 지금보다 4배까지 확장될 수 있다. 이 공간에는 편의시설과 컨벤션센터·업무시설·복합문화공간 등이 들어서고, 이를 통해 익산역은 비즈니스와 관광을 연결하는 지역의 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단순한 역사 확장사업을 넘어 도시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인프라 확충 사업이다. 익산역의 미래 청사진은 더 거창하다. 역사 증축을 완료한 후 ‘광역복합환승센터’ 건립사업에 속도를 내 전북 교통의 허브이자 미래 도시 성장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익산시는 10여년 전부터 익산역에 복합환승센터를 건립하고 업무와 상업시설을 조성하는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여기에 익산역을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거점역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도 추가됐다. 익산시에서 추진해 온 ‘전북권 광역전철망’의 중심도 역시 익산역이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미래가 그저 청사진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복합환승센터 개발은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제시됐지만 10여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가 없다. 그야말로 희망고문이다. 유라시아 대륙철도 거점역 사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거쳐 서유럽까지 가는 대륙철도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가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해 8·15 경축사를 통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익산시에서도 정부 정책에 맞춰 ‘유라시아 철도 출발역·거점역 선정’을 핵심 시책으로 정하고, 수년 동안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그런데 상황이 확 달라졌다. 남북관계 경색과 국제정세 변화로 성큼 다가올 것 같았던 꿈길이 자꾸만 멀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추진하는 ‘익산역 시설개선’사업에 관심과 기대가 쏠린다. 하지만 사업의 세부 규모와 방향은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더 관심이다. 이 사업이 광역환승체계 구축 및 복합개발 등 익산역 숙원사업 해결의 첫 단추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익산은 ‘철도 도시’다. 철도가 근대 도시 발전의 토대가 됐고, 지금도 호남 철도교통의 관문 역할을 해내고 있다. 20세기 도시의 아픈 역사도 철도와 맞물려 있다. 다시 철도의 시대다. 21세기 초 KTX 개통 이후 국가교통망이 도로에서 철도 중심으로 바뀌었다. 익산역 이용객도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 이제 연 이용객 1000만명 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장밋빛 청사진은 진작 그려놓았지만 아직도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익산역의 행보에서 익산, 그리고 전북의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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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9.01 19:00

[문화마주보기] 인간 영혼을 세공하는, 문화

최근 정부는 국민 영화 관람 6천 원 할인권 450만 장을 배포했다. 7월 25일 할인이 시행된 후 약 한 달간 사람들이 몰린 곳은 예술영화관이었다. 최근 몇 년간 예술독립영화는 관객 수 5천 명만 넘어도 환호 했기에 혜택 시행 후 일어난 변화는 놀라웠다. 부모의 이혼을 겪는 소녀의 성장담인 <이사>(소마이 신지 감독)는 3만 5천 명, 예상치 못한 죽음이 불러일으킨 마을의 변화를 그린 <미세리코르디아>(알랭 기로디 감독)는 2만 명이 넘는 관객이 들었고 평균 관람객 수를 초과했다. 이 현상은 현재 주머니 사정에서 문화생활이 우선순위가 될 수 없을 뿐 조건만 된다면 사람들은 영화관을 찾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예술영화관의 이용 비율이 높아진 것은 여전히 완성도 높은 영화에 대한 수요를 나타낸다.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스펙터클한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인간 삶을 고찰하고픈 관객이 존재함을 증명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끝나고 관객 반응이 좋았던 작품들이 종종 한국에 수입이 된다. 철거 전날 동네 야구장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그린 <마지막 야구 경기>, 요양원에 들어간 80대 노년 여성이 겪는 성장기를 다룬 <친숙한 손길>을 포함한 여섯 편 등이 그 예시다. 이 현상을 영화제가 경제 활동에 미친 영향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보단 큰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영화가 가진 의미를 수입사들이 지지한 결과로 보인다. 이런 사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가치를 알아주길 바라며 경제 논리 속에 사라져가는 소중한 문화의 일부분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또한 최근 젊은 영화예술인들이 주축이 되어 소규모 상영 공간을 운영하고 고전부터 최신 영화까지 아우르는 기획전과 워크숍을 여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창작자이자 관객으로서 한 차원 깊고 넓은 예술 영역의 확대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자생적인 실천의 하나다. 이러한 정황을 지켜보면 지금 영화계의 가장 큰 숙제는 예술영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 의지가 있는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영화를 선보일 장소다. 이는 기업의 이윤 추구 논리로는 불가능한 일일지 모르겠다. 그러니 오직 공공 기관만이 양질의 영상 생태계 조성의 주체로 설 수 있다. 정부 기관이 마치 기업처럼 성과지표(KPI)와 같은 성장 위주의 평가 기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한 변화가 요원하지만 말이다. 한가지 희망은 우리가 전환의 시기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속도와 분석으로 경쟁해야 하는 성장의 영역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은 길은 탈성장의 영역, 개개인의 특성과 인간만이 겪는 도덕과 윤리에 대한 철학적 공간이다. 예술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순간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인간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손꼽혀 왔다. 좋은 책과 음악, 영화와 같은 양질의 문화는 영혼을 세공한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논리와 정보보다 감성의 회복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공공영역이 할 일은 글로벌 1위가 아니라, 인류 역사에 남을 문화를 피우고 그것을 소화하는 이들을 위해 판을 일구는 것이다. 2026년 말 완공될 ‘독립영화의 집’이 양질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제도적으로 보장 받고, 흥행에 집착하지 않으며 영혼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수치가 아닌 가치를 우선시해야 한다. 문성경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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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1 19:00

[경제칼럼] 도전과 기적, 몬트리올에서 여는 전북의 미래

캐나다 몬트리올은 대한민국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 도시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양정모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며 건국 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국민 모두가 느낀 그 벅찬 감동은 ‘도전과 기적의 땅’이라는 상징적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제 그 기억은 전북특별자치도가 걸어가는 과학기술 혁신의 길과 맞닿아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 과학기술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한·캐나다 과학기술학술대회(CKC: Canada-Korea Conference)에 도내 주요 연구기관과 대학, 혁신 주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CKC는 인공지능, 양자기술, 항공우주, 에너지, 바이오 등 글로벌 핵심기술 협력을 논의하는 세계적 학술무대로, 양국 연구자들이 활발히 교류하며 공동연구의 토대를 마련하는 장이다. 전북은 이번 무대에서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항공우주·방산, AI 응용 등 20여 건의 공동연구 과제를 제안하며 국제사회와 보폭을 맞췄다. 특히 전북은 대한민국 수소경제의 심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새만금은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완주에는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 캐나다의 클린에너지 기술이 결합된다면 생산·저장·운송·활용을 아우르는 전주기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협력 차원을 넘어 글로벌 수소 산업을 선도하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바이오 분야 또한 기대가 크다. 전북은 풍부한 농생명 자원과 우수한 연구 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캐나다의 선진 기술과 경험이 더해진다면 농생명·의료·헬스케어를 아우르는 융합형 바이오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북은 ‘글로벌 생명경제 혁신거점’으로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 또한 항공우주와 방위산업은 캐나다가 강점을 지닌 동시에 전북이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캐나다의 첨단 기술력과 전북의 소재·부품 제조 역량이 결합된다면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는 전북이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지역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 모든 산업혁신의 교차점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캐나다는 세계 3대 AI 연구소 중 하나인 MILA(딥러닝 인공지능 연구소)를 비롯해 AMII(앨버타 인공지능 연구소), 벡터연구소(인공지능 연구기관) 등 세계적 연구기관을 보유한 AI 강국이다. 전북 또한 농기계·건설기계 산업의 허브로서 다품종 소량생산 공정에 ‘피지컬 AI’를 접목할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으며, 2030년까지 실증단지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번 CKC에서 전북 연구기관들은 몬트리올의 AI 연구기관 IVADO(몬트리올 인공지능 연구기관)와 공동 세션을 열어, 양 지역이 보유한 연구성과와 역량을 공유하고 국제 협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교류는 단순한 만남을 넘어 양국의 강점이 결합된 국제 공동연구 플랫폼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초격차 기술 확보로 이어지는 상생 협력 모델의 초석이며, 전북이 글로벌 기술혁신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길을 열 것이다. 몬트리올에서 시작된 ‘도전과 기적’은 이제 과학기술 시대 전북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 과거 올림픽 무대에서 울려 퍼졌던 승리의 함성이, 오늘날에는 과학기술 혁신을 향한 힘찬 발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규택 전북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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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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