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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년 떠나는 전주, 인구위기 대책 급하다

인구절벽 시대, 전북의 거점도시인 전주시의 인구 감소 추세가 심상치 않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소폭이지만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던 전주시 인구는 2021년 9월, 65만8235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2월에는 10년 동안 유지되던 65만명 선이 붕괴됐고, 지난달에는 62만9618명으로 63만명 선마저 힘없이 무너졌다. 특히 20~30대 청년층 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 수년간 전주시의 청년 인구는 매년 약 3000명씩 줄었다. 여기에 극히 낮은 출산율도 문제다. 전주시의 합계 출산율은 2023년 0.69명, 지난해 0.73명으로, 우리나라 평균에 미치지 못했고, 전북 14개 시·군 중 가장 낮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이동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주시 인구는 전출이 전입을 초과해 1930명이 순유출됐다. 인근 김제와 완주·익산 등 몇몇 시·군에서 인구 유입이 유출보다 많았지만 전주시 인구가 대량 유출되면서 전북은 인구 순유출 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이 기간 전북지역 전출 인구의 80% 이상이 20~30대 청년층인 것으로 집계돼 지역 청년인구 유출 방지 대책이 더 급해졌다. 전북의 중심 전주는 주변 시·군에 위치한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전형적인 베드타운(Bed Town)이다. 그동안 주변 시·군의 인구를 빨아들여 근근이 인구위기를 모면했던 전주시가 일자리를 늘리지 못해 수도권으로의 청년층 유출을 막지 못한 것이다. 전주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수도권 등 타 시·도로의 청년 인구 유출을 막아야 하고, 인근 시·군은 정주 여건을 개선해 주거인구를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저출산과 청년 이탈에 따른 인구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꿈꾸고, 그 꿈을 지역에서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침 전주시가 지난 6월 조직개편을 통해 인구청년정책국을 신설했다. 청년 취업·정착 지원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발굴·시행하고, 저출산 대책과 인구 유출 방지 정책을 강화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지역의 인구구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전주시의 획기적인 인구정책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8.13 19:18

[오목대] 지역 인재 외면하는 태권도원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일단 2026년 상반기 국가유산청의 인류무형유산 차기 신청대상 공모에 태권도를 신청한뒤, 2028년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2030년 최종 유네스코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36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태권도가 단순한 무예를 넘어 명실공히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평화와 존중의 철학이 담긴 무형유산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때마침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태권도원 T1 경기장에서 ‘무주 태권도원 2025 세계태권도 그랑프리 챌린지가 개최되기에 요즘 태권도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크다. 태권도원은 지난 2004년 말 무주군이 태권도공원 조성지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2009년 9월 4일 태권도공원 건립공사 기공식을 하면서 이날을 태권도의 날로 지정했다. 2014년 4월 24일 태권도원이 개관했기에 올해로 벌써 11년이나 됐다. 무주는 말할것도 없고 전북인들은 태권도 종주국의 메카에 있다는 자부심도 가득하다. 세계 유일의 태권도 전문공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게 있다. 무주 태권도원이 개관한지 만 11년이 됐으나 당초 기대했던 ‘태권도의 성지’로서의 위상과 전북·무주군의 기대와는 동떨어지게 흘러가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본부는 춘천으로 이전이 확정됐고, 서울 강남에 있는 국기원의 무주 이전은 흐지부지됐고 누구 하나 챙기는 사람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태권도원을 관장하는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이 외지인들의 잔치에 그치고 있다. 정작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할 전북의 태권도인들은 겉돌고 있는 것이다. 제1·2대 이대순 이사장부터 시작해, 제3대 배종신, 제4대 김성태, 제5대 이상욱, 제6대 오응환 이사장까지 단 한 번도 전북 출신이 임명된 적이 없다. 이쯤되면 태권도원이 왜 무주에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농촌진흥청이나 국민연금공단에는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만큼 많은 전북 인재들이 채용되거나 핵심 포스트에 발탁되고 있다. 나주 혁신도시에 있는 한전, 진주혁신도시에 있는 LH 본사에 광주전남이나 경남 출신 인재가 포진하는 것을 보면 태권도원의 인사 운영은 뭔가 크게 잘못돼 가고 있는게 분명하다. 과거는 그렇거니와 새 정부도 출범한 만큼 이제는 전북 출신 인사가 태권도원의 재단 이사장과 사무총장을 맡아야 한다. 이들이 무주 태권도원의 발전을 적극 추진해야 할 때다. 전북 출신 태권도인들 중에서 국가대표를 지냈거나, 체육행정에 일가견을 가진 이들은 수 없이 많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사람도 있고, 두루 태권도 행정을 경험한 풍부한 경력자도 있다. 정권이 바뀌고, 이젠 시대가 변해 비정상의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가시적으로 체감해야 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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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8.13 19:17

[의정단상] “피지컬AI”, 전북의 미래

올해 초, 사진을 찍으면 곧장 애니메이션 스타일 프로필 사진으로 바뀌는 지브리 프사가 유행했지요. 이 지브리 프사 뒤에는 AI 기술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이처럼 AI는 이미 우리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요즘 언론에는 “피지컬AI”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피지컬AI”는 알파고나 챗지피티와 같은 “생성형AI”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AI를 말합니다. 인간으로 말하자면, “생각”하는 AI를 넘어, 실제 물리적(Physical) 세계에서 “행동”까지 하는 AI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피지컬AI는 센서와 카메라로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컨트롤합니다.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로봇, 재난 현장에서 구조하는 로봇, 창고에서 스스로 물건을 찾아 포장하는 물류 로봇까지 모두 피지컬AI의 예입니다. 전 세계가 이 피지컬AI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피지컬AI가 미래를 결정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머지않아 피지컬AI 산업은 전 세계 AI 산업의 대세가 되어, 제조, 물류, 농업, 의료, 국방 같은 대부분 산업에서 피지컬AI를 활용하도록 재편될 것입니다. 이미 세계는 피지컬AI 혁명과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고, 주요 국가들은 피지컬AI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피지컬AI 관련 5천억 달러(700조원) 인프라 투자를 하였고, 중국은 100억 위안(약 2조원) 규모, 일본도 725억 엔(6400억 원)을 투자해 피지컬AI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피지컬AI 혁명 열차는 벌써 출발을 했고, 대한민국도 이 혁명열차에 올라타야 합니다. 우리 전북은 피지컬AI 혁명열차에 대한민국 최초로 탑승했습니다. 2025년 2차 민생추경에서 정동영 의원 등 전북 의원들의 노력으로, 전북은 피지컬AI 예산 총 382억 원(국비229억 원+ 민자, 지방비 153억원)을 확보했습니다. 2030년까지 총 1조 원을 투입해 R&D 연구개발, 실증 인프라, 인재 양성, 기업 유치까지 이어가겠다는 전략입니다. 전북에는 현대차, 네이버, 리벨리온 등 국내 대표 기업과 KAIST, 성균관대, 전북대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피지컬AI 실증센터, 데이터센터, 연구·기업 클러스터도 들어설 예정입니다. 스마트팜부터 자율 농업 로봇, 드론 농작업 자동화까지 전북 농생명 산업도 피지컬AI와 결합하게 될 것입니다. 피지컬AI는 전북의 미래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전북은 산업 변화의 흐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졌고, 그 결과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지역 소멸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북이 대한민국 국가 경제를 이끄는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전북은 대한민국 피지컬 AI 산업을 주도하고, 피지컬AI는 전북의 미래 성장 먹거리 산업기반이 될 것입니다. 이제 방향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전북을 피지컬AI 산업 메카로 성장하도록 해야 합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정치권, 대학, 피지컬 AI 산업 관련 업체가 모두 합심하여 전북에 피지컬 AI 산업 기반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북도민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민들께서 윤석열 불법계엄 내란을 막아내고, 대한민국 헌법을 회복했듯이, 대한민국 “아픈 손가락” 전북이 이제 회복되어야 때입니다. 전북 피지컬AI산업 성공은 민생경제적 의미에서는 “전북회복”입니다.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도구일 뿐입니다. 전북경제가 회복되어 전북도민들께서 “이제 좀 살 만하다”라고 가슴을 펴고, 행복해질 때까지 열심히 뛰겠습니다. 저 이성윤이 전북도민과 늘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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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3 19:16

[타향에서] 부서진 사람들을 다시 세우는 일

변호사 26년, 파산관재인 13년. 그동안 만난 채무자가 2,400여명이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바로 고깃집으로 직행하는 사람들, 기초생활수급자면서도 카드 돌려막기에 빠진 사람들을 보며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파산 뒤에는 단순한 무책임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가난, 제대로 된 교육 기회의 부재, 홀로 감당해야 할 양육의 짐, 그리고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실직. 이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파산이라는 절벽으로 내몰린 것이었다. 최근 정부가 장기 연체자 채무조정 방안을 내놓자 “성실한 사람들만 바보 되는 세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충분히 이해한다. 열심히 빚을 갚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를 하나의 대가족이라 생각해보면 어떨까. 열 형제 중 몇은 똑똑하고 성실해서 잘살고, 몇은 실수도 많고 판단력도 부족해 늘 곤경에 빠진다. 그렇다고 잘사는 형제가 못사는 형제를 집에서 내쫓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많은 파산 신청자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려서부터 가난했고, 가정의 울타리를 경험하지 못했다. 이혼과 별거로 홀로 아이를 키우다 지쳐 쓰러진 경우도 많다. 근본적인 생활 패턴과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들을 포기할 수는 없다. 누구나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 성실하게 살던 사람도 갑작스러운 사고나 경제 위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 평생 모범적으로 살다 사업 실패나 보증 문제로 파산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파산관재인 13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절망과 좌절을 지켜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개인의 파산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조의 문제이고, 때로는 운의 문제다. 그래서 국가의 안전망은 필수다. 채무조정과 파산 제도는 실패한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사다리’다. 그렇기에 이 제도는 단기적 시혜가 아니라 장기적 투자다. 채무자의 재기를 돕는 일은 단순히 한 개인을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가족과 이웃, 더 나아가 지역사회 전체를 회복시키는 힘을 지닌다. 회생한 사람은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세금을 내며, 소비를 통해 시장을 살린다. 이는 사회 안전망이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경제 활성화의 기초임을 보여준다. 또한 채무조정은 과거의 잘못을 덮어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설계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재정 교육과 생활 습관의 변화이며, 정부와 사회가 함께 감시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이유로 무너지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물론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결국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한 사람의 실패는 사회 전체의 아픔이고, 한 사람의 회복은 사회 전체의 희망이다. 그렇기에 정부의 채무조정 정책을 지지한다. 이는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는 현명한 선택이다. 더 나은 공동체로 가는 길에서 우리는 누구도 뒤에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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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3 19:16

[기고] 진실로 그 사람에 그 부인이로구나!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에 검루(黔婁)라는 은사(隱士)가 살았다. 학식이 높고 청렴결백했다. 의(義)가 아니면 구(求)하지 않았고 인(仁)이 아니면 행(行)하지 않았다. 그가 말을 하면 경(經)이 됐고 행동에 옮기면 법도(法度)가 됐다. 온나라 백성이 존경했고 제왕인 임금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가 사망했다. 당시 최고 석학이었던 증자(曾子)가 문인들과 함께 조문을 갔다. 그의 아내가 증자 일행을 맞이했다. 빈소에 올라가 시신을 보니까 짚으로 짠 멍석으로 자리를 펴고 기왓장으로 베개를 했다. 그런데 시신을 덮은 포(布)가 짧아 시신을 다 가리지 못했다. 머리까지 덮으면 발이 나오고 발을 덮으면 머리를 가릴 수가 없다. 증자는 그것이 딱해 부인에게 말했다. “바르게 덮지 말고 엇비슷하게 사선으로 덮으면 다 가려지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부인은 “사선으로 덮어서 넉넉한 것이 바르게 덮어 부족한 것만 못합니다. 선생은 생전에도 바르지 않은 것은 행하지 않았는데 죽었다고 그리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선생의 뜻이 아닙니다”라며 거절했다. 증자는 더 이상 대꾸를 못했다. 곡(哭)을 끝내고 부인에게 다시 물었다. “시호(諡號)는 무엇으로 지어드릴까요?” 아마 증자가 시호를 지어드리기로 한 모양이었다. 부인은 망설임 없이 “편한 강(康)자로 시호를 삼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고인의 삶이 편안했다는 뜻이다. 증자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선생께서는 생전에 허기진 배를 채우지 못했고 낡고 헤어진 옷이 몸을 다 가리지 못했습니다. 죽어서도 염(斂)을 다하지 못했고 빈소에도 술 한 잔 그리고 고기 한 점이 없습니다. 살아 생전에도 좋은 일이 없었고 죽어서도 결코 영광되지 못한데 무슨 즐거움이 있었다고 강(康)을 시로호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부인은 정색을 하며 “지난날 선생께서는 임금님이 재상을 삼으시겠다고 해도 분수에 맞지 않는다며 한마디로 거절하셨고 곡식 30종(鍾: 쌀 300가마)을 하사했어도 대가없이 받는 것은 뇌물이라며 사양하셨습니다. 선생께서는 평생 빈천을 슬퍼하거나 근심하지 않았으며(불척척어빈천: 不戚戚於貧賤), 부귀를 탐내거나 기뻐하지도 않았습니다(불흔흔어부귀: 不忻忻於富貴). 인(仁)을 구하여 인(仁)을 얻었고 의(義)를 구하여 의(義)를 얻으셨으니 이만하면 편안한 삶이 아닙니까? 그러니 시호를 강(康)으로 삼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증자는 또 다시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 진실로 그 사람에 그 부인이로구나! (유사인야이유사부: 唯斯人也而有斯婦)”라고 감탄하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유향(劉向)이 쓴 <열녀전> 권2 ‘현명전’가운데 ‘노검루처(魯黔婁妻)’ 편에 실려 있다. 25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람에 그 부인이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어제 대통령 부인이었던 김건희 씨가 16가지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특검에 처음 소환됐을 때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머리를 숙였으나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남편인 윤석열 씨도 지난해 12‧3 비상계엄은 어디까지나 국민 계도용이며 올바른 평가는 역사가 할 것이라며 특검 소환이나 내란 혐의 재판에 출석을 일체 거부하고 있다. 한때 영부인이 구속된 사례는 헌정사상 처음이며 전직 대통령 부부가 같이 수감된 것도 더 더욱 없는 일이다. 정말 “그 사람에 그 부인이다.” 국민들은 앞으로 이들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지켜볼 것이다. 필자가 죽어 검루 선생을 만나면 “왜 우리를 그런 사람들과 비교했느냐”라고 따지면 무어라 대답할지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소용호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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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3 19:16

[사설] 완주군의회, 통합 반대 위해 돈 뿌려도 되나

완주군의회가 정부의 소비쿠폰과 별개로 추석명절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완주군의 탄탄한 재정력과 자립 행정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전주시와 달리 완주군이 충분한 자립 능력을 갖춘 독립 지자체임을 입증할 수 있고 완주·전주 행정통합에 대한 반대 여론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완주·전주 통합 반대를 위해 돈을 뿌리는 선심성 정책이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태에서 비상금까지 털어 통합 반대운동을 벌이는 것은 정치적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완주군이 지급이 어렵다고 제동을 걸고 나서 그나마 다행이다. 완주군의회 서남용 의원은 지난달 25일 열린 본회의에서 정부가 지원한 소비쿠폰과 별개로 단독 2차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의회도 집행부에 지급을 요청했다. 실제 완주군은 올 설 명절 때 1인당 30만원씩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해, 이를 하지 못한 전주시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당시 완주군 민생안정지원금은 2020년부터 쌓아온 통합재정안정화기금 461억원의 65%인 300억원을 활용했다. 이 기금은 재정수입 불균형을 조정하고 대규모 재난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금으로, 각종 회계·기금의 잉여금과 세입 초과분 등으로 적립된다. 이번 추석에 지난 번과 같이 1인당 30만원을 지급할 경우 3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재정안정화기금이 60∼70억원 밖에 남지 않는다는 게 완주군의 설명이다. 환경기초시설이나 SOC 사업, 수소국가산단 조성 등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때를 대비해 재정안정화기금을 더 적립해야 할 형편이다. 전북은 재정자립도 및 재정자주도가 전국에서 최하위다.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고는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재정자립도의 경우 전주시가 유일하게 20%대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완주군도 도내에서 비교적 낫지만 2025년 기준 17.67% 수준이며 진안군은 6.69%로 전국 꼴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설 명절에 김제시 50만원, 완주군·정읍시·남원시 30만원, 진안군 2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다음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돈 뿌리기로 비쳐질만하다. 완주군의회는 호주머니 속 비상금을 축내는 정책보다 당당한 반대 논리로 군민들을 설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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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12 18:38

[사설] 원전 주변지역 범위 확대하는게 옳다

이재명 대통령과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11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국가의 협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가장 큰 사업은 베트남이 추진하는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다. 양국은 이번에 ‘원전 분야 인력 양성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향후 베트남 원전 수주에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신규 원전과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한국 기업의 뛰어난 경쟁력이 앞으로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국제시장에서 한국 원전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 국내에서 오랜 노하우가 축적된 것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전세계 가장 첨단을 달리고 있는 한국 원전이 세부적 운용 시스템에서는 일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보다 치밀한 행정행위가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방사능방재법 개정으로 비상계획구역이 확대되면서 지자체의 주민 보호 의무는 커졌으나 정작 국가 지원은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불을보듯 뻔하다. 전국원전인근지역 동맹행정협의회(협의회장 권익현 부안군수)는 지난 11일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시행령 제정 추진과 관련해 해당 시행령에서 규정한 원전 주변지역의 범위를 5km에서 30km로 확대해 줄 것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특별법 시행령에 원전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근거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부안을 비롯해 전국 23개 원전 인근 자치단체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우려해 이같은 건의를 한 것이다. 사실 원전이 직접 가동중인 곳의 주민들은 일정부분 필요하면서도 충분한 지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정작 원전 주변 자치단체 주민들은 속된 말로 “꿀도 못먹고 벌만 쏘이는 상황”에 놓여있다.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달라도 너무다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비슷한 처지에 놓인 주민 503만 여명이 속한 자치단체들은 협의회를 결성, 방사능 관련 주민 안전 확보를 위해 활동중이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촉구 주민서명운동을 추진한 것도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사실 원전 사고 발생때 그 피해는 단지 원전에 있는 행정구역에 국한하지 않는다. 원전 주변지역의 범위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인 30km로 확대하는게 타당한 이유다. 재원 부담 등 나름의 이유가 있겠으나 거의 유사한 형태의 원전 피해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주변인들이 각종 지원과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 부당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8.12 18:37

[새벽메아리] 사람입니다. 이주노동자도 사람입니다

최근 전남 나주의 벽돌 공장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 사건은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에 대해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로 간 터키 이주노동자 가족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나의 가족, 나의 도시”는 “우린 노동자를 불렀는데 사람들이 왔다”라는 자막으로 끝난다. 이 말은 극작가 막스 프리슈가 한 말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고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외국인 고용을 허가하는 제도로 한국 사회의 필요 때문에 생긴 제도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내국인이 꺼리는 일을 이주노동자에게 더 싼 임금으로 시키고, 이주노동자는 체류하는 기간에 똑같이 세금을 내는데도 각종 사회복지 제도 등에서 제외하는 등 차별을 하면서 이를 너무 당연시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특정 국가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마저 심각해지고 있다. 1960년대 독일로 간 한국 광부와 간호사들은 힘든 일을 했지만,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었고 사회복지 혜택에 차별이 없었다고 한다. 한국 간호사들이 1973년 경제 불황으로 집단 해고되었을 때 외친 구호가 “독일이 필요로 해 이곳에 온 우리는 필요 없다고 버리는 상품이 아니다”였다. 이들은 출국을 거부했고 독일 시민들의 연대로 무기한 노동 체류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2025년 상반기 전북에 배정된 계절 이주노동자는 9289명이다. 계절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결혼이민, 비전문인력, 전문인력 등 여러 가지 비자로 축산 농장과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포함하면 농업과 제조업은 이주노동자 없이는 운영이 안 된다. 전북에는 23년 기준 약 7만 4000 명의 이주민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1970년대 독일에 간 한국 간호사들과 달리 목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다.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노동조합 가입도 힘들고, 인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고용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시혜와 동정의 눈으로 보지 않고, 차별 없이 동등한 사람으로 대하며 이를 법과 제도로 보장해야 하는 것은 최소한의 인권이다. 2025년 1월 전주에 온 25세 방글라데시 청년 노동자(이하 C 씨)는 일 한 지 한 달 만에 야근하다가 60kg의 철판에 손가락을 다쳤다. C는 ‘괜찮겠지’ 하고 퇴근했는데 검지 손톱 끝 뼈가 골절되었다. 다음날 사장에게 말했지만, 사장은 C 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사장은 C 씨가 다른 곳에서 다치고서 일하다 다쳤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했고, 심지어 사업장을 옮기려고 자해했을 것이라고 했다. C 씨는 병원비가 없어 돈을 빌려서 병원비를 내야 했고 사장은 다친 C 씨에게 6개월 휴직을 강요했다. 전주에 와서 100일도 되지 않은 기간에 C 씨가 겪은 일들이다. C 씨는 현장 조사를 거부하는 사장의 방해로 산재 승인이 지연되다가 8월 1일 승인되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일하다 다쳤다는 이주노동자 상담을 받고 찾아간 회사 사업주는 이주노동자 없이는 경영이 어려운데 여전히 많은 기업주가 고마운 줄 모른다면서 다친 이주노동자의 치료와 보상에 적극적이었다. 이런 선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법률과 제도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인권 침해가 계속 발생하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전 제도라고 보고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하고 인권 보호를 위한 원스톱 상담을 하겠다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전북특자도도 이주민 유치에 들인 노력만큼 이주민 인권 보장을 위한 나서 주 길 바란다. 유기만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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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2 18:36

[기고]경찰교육의 도약을 위한 선택, 제2중앙경찰학교는 남원으로

경찰 교육시스템에 획기적인 변화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됨에 따라 경찰의 업무가 매우 방대하고 중요해졌다.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면서 그에 맞는 경찰 교육시스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 제2중앙경찰학교의 설립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경찰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장소 선정부터 교육프로그램까지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기획되고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경찰관은 치안현장의 최일선에서 국민과 범죄자를 마주해야 하는 업무를 수행하므로 충분한 교육과 현장대응을 위한 실전 같은 훈련을 많이 경험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제2중앙경찰학교의 설립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외국의 신임 경찰관 교육 실태를 보면 국가별 프로그램은 다르겠지만 프랑스는 12개월, 독일은 중간 간부인 경위급으로 선발하여 36개월, 일본은 15~21개월, 영국은 11개월, 미국은 9개월, 캐나다는 12개월을 교육 기간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신임 순경의 교육 기간은 8개월 2주(34주)로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짧고, 교육시설이 부족하여 4개월 정도만 교육훈련을 시키고 순경으로 임용해 지구대나 파출소에 배치되어 나머지 4개월을 실습하는 실정이다. 이에 제2중앙경찰학교는 현장 훈련을 위한 충분한 부지가 확보되어 건물과 도로 등 가상 구조물을 설치하고 실제 현장에서 하는 것과 같은 시뮬레이션 훈련을 반복하여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남원은 이미 토목공사의 기반이 조성되어 있고, 예정부지의 1.6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확보할 수 있어 다양한 현장대응력 시설 구축이 가능하다. 또한 피지컬 AI의 발달에 따른 자율주행차, 로봇, 스마트 공간 등 자율시스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형 교육기관으로서의 준비로도 최적의 부지라 할 수 있다. 둘째,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면서 새로운 업무가 추가될 예정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갖춘 교육기관을 설립하여야 한다. 현재 검찰에서 수행하고 있는 범죄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 업무를 앞으로는 경찰이 대부분 수행하여야 한다. 법무부 소속의 범죄피해자지원센터도 행안부나 경찰청으로 이관하여 관리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미리 하여야 한다. 또한, 검찰수사관의 대량 전직과 이에 따른 추가 업무 부담도 예상되므로 부지 선정에 교육 수요 및 업무 확대에 따른 교육시설 준비 및 프로그램 개발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따라서 추가 부지 확보가 유리하고 확장성을 갖춘 남원이 적합하다 할 것이다. 셋째, 미래의 교육기관은 업무의 선진화 만이 아닌 경찰관의 휴식을 위한 힐링 공간의 개념도 담아야 한다. 현재 전국 9개소 경찰수련원에 더해 남원 경찰수련원 등 6개소가 신축될 예정이다. 단순히 교육만을 위한 교육기관이 아닌 경찰관과 가족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경찰수련원과 연계하고, 남원의료원과 협약을 통해 바쁜 일상의 경찰관이 의료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복지 시스템도 함께 구상하여야 한다.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남원이야말로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제2중앙경찰학교은 경찰교육의 도약을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경찰 교육 터전으로 남원중앙경찰학교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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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2 18:35

[권혁남의 일구일언] 통합을 반대하는 완주군 정치인들에게

전북이 쇠퇴하고 전주도 이울고 있다.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꺼져가는 엔진을 시급히 살려야 한다. 어떻게? 새만금 개발에 대한 기대는 요원하다. 선택은 하나뿐이다. 전주와 완주를 결합하여 강력한 새로운 엔진을 장착해야 한다. 전주의 소프트웨어와 완주의 하드웨어가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본디 뿌리가 같고, 단일 생활권인 전주와 완주는 이와 입술(脣亡齒寒, 순망치한)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이다. 각자도생의 길로 가면 서로가 망한다. 전주·완주 통합은 완주를 희생시켜 전주가 잘살자는 게 아니다. 전국에서 꼴찌인 가난에서 벗어나 다 같이 잘 살기 위함이다. 가난은 사람을 구속한다. 가난은 온갖 자유를 억압한다. 가난하면 건강은 물론이고, 교통, 문화, 직업,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차별받는다. 그래서 가난에서 탈출해야 한다. 지역이 못사는 것은 결코 사람이 못나서가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잘못된 구조를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이 통합의 목적이 아니겠는가. 10월 주민투표를 앞두고 완주에는 폭력과 야유, 혐오, 공포, 선동이 넘치고 있다. 아무리 급해도 상대의 가슴을 후벼파는 날 선 말과 행동은 삼가야 하는 법. 부끄러움을 잊은 억지와 가짜정보를 펼쳐서도 안 된다. 통합 찬반을 선과 악의 대결로 몰아서는 더더욱 안 된다. 통합 반대파들이 프레임 싸움에서 크게 재미를 본 소위 3대 폭탄(빚, 세금, 혐오 시설)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특별법에 따라 세금은 그대로, 전주시 부채도, 많지 않지만, 전주시가 해결한다. 쓰레기 소각장, 화장장은 현재 전주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전주시 민관협의회는 105개 상생발전 방안을 통해 완주 군이 원하는 것 이상을 통 크게 양보하였다. 특히 통합 합의사항 이행감시를 위한 위원회도 2/3가 완주 군민이고 위원장도 완주 군이 맡는 것으로 명토 박았다. 한 마디로 완주는 잃을 게 없고, 얻을 건 넘친다. 완주 군민들이 이러한 정보를 제대로 알고, 올바로 선택하기 위해 완주 군민과의 대화와 토론이 보장되어야 한다. 김관영 도지사의 완주 군민과의 대화는 세 차례나 무산되었다. 온갖 야료와 협박에도 김 지사는 주소를 삼례로 옮기고 이사까지 하였다. 김 지사의 진정성과 뚝심을 보여주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통합 반대파의 중심인 안호영 의원은 뒤늦게 전주와 완주, 익산을 통합하는 메가시티를 제안했다. 한 마디로 통합하지 말자는 얘기다. 완주의 국회의원, 군수, 군의원 등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통합을 반대하는지. 왜 개방과 혁신이 아닌 폐쇄와 정체의 길로, 미래가 아닌 과거의 길로 가려 하는지. 역사적으로 문을 닫은 도시나 국가는 모두가 망했다. 지역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전 세계의 도시들이 지역 간 대통합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당신들이 가고자 하는 길은 시대 정신과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정치인이 현실 감각을 잃고 허깨비 같은 권력에 취하면 자신은 물론이고 지역과 국가가 실패하고 만다. 알량한 동네 권력과 이권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리사욕에 완주의 미래가 튕겨 나가고 있다. 세상에 착한 정치는 없다고 한다. 그래도 자신을 버리고 지역과 국가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는 정치인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전주·완주 통합은 돈과 사람을 불러 모을 것이다. 그것이 희망의 홀씨가 되어 전북 땅에 널리 퍼지게 될 것이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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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2 18:35

[오목대] 일본 총리와 야스쿠니 신사참배

일본인 열 명 중 여섯 명이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단다. 일본여론조사회가 ‘종전 80주년’을 앞두고 지난 6일과 7일, 남녀 3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다. 정확하게는 응답자의 62%가 참배해야 한다고 답했고, ‘참배해서는 안 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33%에 그쳤다. 태평양 전쟁의 성격에 대해서도 42%는 ‘침략 전쟁’이라고 평가했지만 12%는 '자위권 성격의 전쟁'이라고 답했고,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 되는 44%는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좀체 바뀌지 않는 일본 국민의 정서가 반갑지 않지만 그나마 평화헌법에 대한 평가에 60%가 ‘이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니 다행이다. 우리에게는 광복 80주년, 저들에게는 종전 80주년인 올해도 8월 15일을 앞두고 일본 총리와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에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많은 정치인이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해 논란이 됐던 터다. 더구나 초당파 의원 70여 명은 이날 ‘다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까지 만들어 참배를 강행했었다. 돌아보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은 1985년 8월 15일,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와 각료들의 참배가 시작이었다. 그 후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항의에 중단됐던 신사참배를 다시 살려 논란의 불을 지핀 사람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다.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아예 공약으로 내세웠던 그는 급랭하는 한일관계에도 불구하고 재임 기간 6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참배를 강행했다. 근래 들어 일본에서도 극우성향 국민이 늘어나면서 정치인들이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신사참배에 나서는 모양새다. 기시다 현 총리의 퇴진설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차기 총리 후보로 나선 정치인들의 성향이나 행보는 더 놀랍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극우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이나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아들이기도 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도 빠지지 않고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해온 정치인들. 특히 해마다 두 번씩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해온 다카이치 후보는 ‘총리가 돼도 참배하겠다’고 밝혔고, 고이즈미 농림상은 기자들의 질문에 ‘중의원이 된 이후 신사참배를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에둘러 표현했으니 신사참배에 대한 일본 정치인들의 인식은 더욱 분명해졌다. 사실 태평양 전쟁 A급 전범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인들의 역사 인식을 가늠케 하는 상징적 기준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인가. 한일관계가 나아지리란 기대나 희망이 속절없어 보인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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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8.12 17:26

[사설] 김지사와 안의원, 완·전통합 맞짱토론하라

완주와 전주 행정통합을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 사이에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논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는 지난 5-7일 지역방송 3사에서 완·전통합 토론회를 가졌다. 이에 앞서 4일에는 완주·진안·무주를 지역구로 둔 국회 안호영 의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완주·전주 행정통합 대신 완주·전주·익산 특별지방자치단체 결성을 제안했다. 또 한쪽에서는 완주·전주 통합 대신 전주와 김제, 완주군 일부(이서·구이·상관) 통합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제 완주·전주 통합이 단순히 두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 전체의 문제로 확산된 것이다. 이 논의가 기초지자체 간의 문제를 넘어선 만큼 완·전통합 찬성론자인 김관영 지사와 반대론자인 안호영 의원이 직접 나섰으면 한다. 도민들이 보는 앞에서 TV 토론을 통해 각자의 주장과 논리를 펼쳐 완주군민은 물론 도민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선명하게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 세 차례에 걸친 우 시장과 유 군수의 토론은 몸이 아닌 말로 찬성과 반대 논리를 펼쳤다는 점에서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이들의 토론은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웠다. 통합 찬성의 당위성이나 반대의 근거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들의 선거운동에 그쳤다는 얘기마저기 나온다. 이와 함께 주목할 만한 것은 안호영 의원의 제안이다. 그동안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던 안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찬성론자인 김 지사를 “정책 소통이 아닌 ‘정치 쇼’로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전주·완주·익산이 함께 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꺼내 들었다. 100만 명의 준메가시티로 가자는 내용이다. 완·전 통합 문제는 지난해 6월 완주군민 6152명이 서명부를 작성해 완주군-전북자치도를 거쳐 지방시대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제 행정안전부의 주민투표 결정 여부만 남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10월에는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주민간 분열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출범 이후 통합 첫 사례인 완·전 행정통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만큼 김 지사와 안 의원이 직접 나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TV 맞짱토론을 벌였으면 한다. 지역의 갈등을 잠재우고 지역현안을 말과 논리로 호소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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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11 18:35

[사설] 익산 간판비리, 수사와 감찰은 별개 문제다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인 익산시 간판 정비사업 비리 의혹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익산시청 간부 공무원의 자동차에서 수천만원대 돈다발이 발견되는가 하면, 이 사건과 관련된 40대 피의자가 지난 7일 완주군 봉동읍 자신의 사업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검찰청 폐지, 수사권 조정 등으로 가뜩이나 혼란스런 와중에 발생한 이번 사건은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있는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강압수사 논란까지 번지면서 전국적인 관심사로 등장하는 분위기다. 익산 시청 공무원(5급)에게 간판 정비사업 참여를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3일 경찰의 압수수색과 피의자 조사를 받던 A씨는 이후 "(경찰이) 회사 문을 닫게 하겠다고 한다"며 지인에게 강압수사 정황을 토로했다고 한다. 결국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불거진 강압수사 논란과 관련해 '제 식구 감싸기식 감찰' 시비까지 제기되자 국가수사본부에서 감찰에 나섰다. 당초 전북경찰청은 수사 감찰을 담당하는 전북청 수사심의계에서 감찰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공정성 시비가 제기되자 이처럼 조치한 것이다. 국가수사본부는 감찰 대상자 선정부터 감찰 대상자들의 의무 위반행위 등에 대한 수사 감찰까지 직접 진행하기로 함으로써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크게 2가지로 압축된다. 경위가 어쨌든 사건 전반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현직 간부 공무원의 자동차에서 수천만원대 현금이 나온 것은 사실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실무 책임자에 불과한 이가 수천만원대 현금 뭉치를 가지고 다녔다면 그게 과연 개인 비리인지, 조직적 범죄인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정치권이든 관청이든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와는 별도로 수사권 조정 등으로 경찰의 권한이 커진 만큼 인권보호에 대한 철저한 견제장치도 필요하다. 검찰권 제약이 자칫 경찰권 남용으로 이어져선 안되기 때문이다. 만일 금품 제공이라고 하는 본안 사건과 무관하게 별건 수사를 벌이다가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됐다면 철저한 감찰을 통해 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나 협박죄 여부 등을 따져야 한다. 비리는 척결해야 하지만 잘못된 수사 관행이 되풀이 돼선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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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11 18:35

​[오목대] 광장과 공원, 그리고 전주

광복 80주년, 서울의 랜드마크 광화문 광장이 다시 주목받는다. 8월 15일, 뜻깊은 날을 기념하는 경축행사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정식 취임식인 국민임명식이 이곳에서 열린다. 광화문 광장은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모스크바 붉은 광장, 베이징 천안문 광장처럼 도시와 국가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랜드마크(landmark)는 특정 지역을 대표하거나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독특한 지형이나 시설물을 말한다. 전국 각 지자체가 대규모 광장과 특색 있는 공원을 조성해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각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해 속속 사업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17년간 공들여 지난해 준공된 경남 진주시의 진주대첩광장을 꼽을 수 있다. 또 경기도 용인·화성시 등 곳곳에서 랜드마크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장과 공원은 시민들이 모이는 복합문화공간·휴식공간이자,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역사공간이다. 그렇다면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천년도시’라고 자부하는 전주는 어떨까. 가장 아쉬운 공간이 바로 광장과 공원이다. 물론 전주에도 광장이라 불리는 곳이 적지 않다. 노송광장·오거리문화광장·덕진광장·효자광장·서곡광장 등이다. 하지만 딱히 내세울 만한 곳이 없다. 대부분은 광장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심지어 어떤 곳은 광장이라 불리는 이유조차 알 수 없다. 공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주거지 인근에 조성된 소규모 근린공원이고, 나머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전주시가 추진한 ‘덕진공원 열린광장 조성’ 사업이 논란에 휩쓸렸다. 유서 깊은 전주의 명소, 덕진공원 입구부에 넓은 잔디광장을 조성하겠다며 시민공원을 지켜온 300여 그루의 나무부터 제거했다. 공원 어디서든 호수가 보일 수 있는 개방형 휴식공간을 만들겠다는 이유에서다. 당연히 시민 반발이 이어졌다. 광장은 소통·공론의 장이다. 그런데 덕진공원 열린광장은 조성계획에서부터 ‘시민과의 소통’이 없었다. 사업이 계획대로 마무리돼 광장이 조성되더라도 그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최근 수년간 지역 곳곳에서 재개발사업, 도시정비사업이 추진됐다. 도시 변혁·도시공간 재창조를 위해 공공영역에서 광장이나 공원을 설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전주시가 도시의 거점, 금싸라기 땅을 빈 공간으로 남겨 시민에게 돌려줄 만한 재정적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5년간 유예된 ‘도시공원 일몰제’가 지난달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도심 녹지공간, 휴식공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민 휴식공간이면서 대규모 행사와 집회를 열 수 있는 소통공간의 필요성은 여전히 높다. 민선8기 우범기 시장은 취임과 함께 ‘전주 대변혁’을 공언했다. 도시의 권역별 거점과 녹지를 과감하게 ‘빈 공간’으로 남겨, 시민의 발길로 채우겠다는 의연한 결단이 필요하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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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8.11 18:34

[문화마주보기] 오솔길 엽서

당신과 맨발로 흙길을 걷고 싶다. 발바닥에 닿는 흙의 감촉, 걸을 때마다 시원한 듯 낯설고 더러 아프기도 한 촉감을 지그시 느끼게 해주고 싶다. 맨발로 흙길을 걷다 보면 잃어버린 줄 알았던 몸의 쾌감이 깜짝 깨어날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오갔는지 흙길이 판판하다. 누군가 걸었을 길에 내 맨발을 올려놓으니 마음이 흐뭇하다. 당신도 맨발을 딛으며 볼에 미소를 띠리라. 소나무와 편백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 판판하게 이어지다가 오르막이고 땀을 좀 흘렸는가 싶으면 어느새 평지인 흙길. 바람이 볼에 살갑다. 고1 때 만난 가시내 숨결도 이랬던 것 같다. 지금은 토요일 오전 8시, 반백의 맨발이 내 곁을 스친다. 초면이어도 낯설지 않다. 때가 되면 찰지게 만날 사람인 것이다. 여긴 선인들이 오갔던 길. 지게질에 숨이 차면 여기서 다리쉼 하며 담배 한 대 물었으리라, 농사일에 이골난 육신을 바람에 맡기고 애기참나무 위를 팔랑거리는 노랑나비와 눈 맞추기도 했으리라. 아줌마들이 맨발로 깔깔깔 다가온다. 무슨 얘긴지 알 수 없지만 흙길에 옛 농담을 들키며 웃는지도 모르겠다. 집들이 문화가 한창이던 1990년대, 친구네가 차려낸 음식을 맛있게 먹어놓고도 “먹은 것 없이 배만 부르네”라고 눙치자마자 “차린 것 없이 돈만 들었네”라고 되받아치던 농담. 사실과 정반대로 헛배만 불렀고 헛돈만 썼다는, 이 깜찍한 반어(反語)를 즐기던 해학 속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우리 삶이 풍자적으로 섞였다고 깔깔깔 어제를 감싸는지도 모를 일이다. 당신은 어디 계신지. 귀울림병을 끼고 산다는 당신. 업무에 시달리다 못해 목이 뻣뻣해져서 별을 못 본다는 당신. 은반지를 아끼는 당신. 월말에 조금씩 모은 말줄임표가 친구라는 당신. 군대에서 곡괭이 자루로 얻어터지는 꿈을 또 꾸었다고 어이없어하던 당신. 연필 글씨를 좋아하는 당신. 손톱에 봉숭아 꽃물 들이며 곱게 웃던 당신. 웃을 때마다 눈매에 어리는 열여덟 살로 실뜨기하다가 시간을 보자마자 쉰 살로 돌아오는 당신. 자디잔 풀꽃에 사글세 들고 싶은 당신. 사람 귀한 줄 모르는 이 느자구없는 풍토를 배롱꽃 때깔로 지우고 싶은 당신. 고구마순 김치가 땡기는 당신. 불알 두 쪽만 남았어도 오줌발 끝까지 털자는 당신. 눈물이 먼저 오는 기억을 잠그듯 막걸리 사발을 단숨에 비우던 당신. 이런 당신 덕분에, 삶에 대한 애증과 연민을 껴입은 이름 모를 당신 덕분에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당신과 이 흙길에서 만나면 참 좋겠다. 새벽 기운이 남은 오솔길에서 바짓가랑이 걷어붙인 철부지가 되고도 싶다. 눈썹이 짙게 빛나던 시절이 또 오랴만, 돈이 신앙이라는 시절에 누구에게나 평등한 바람과 햇살과 그늘을 닮기가 쉬운 일이랴만, 걸을 때마다 눈이 맑아지는 흙길. 구두와 양말을 벗고 맨발로 걷는 게 무작정 살맛 나는 이 오솔길에서 당신과 함께 몸의 새 눈을 틔우고 싶다. 잡목숲에 헹궈진 바람이 서늘하다. 당신과 만나고 싶은 소망을 전해주는 것 같다. 바람의 이런 낌새를 알아채는 몸은 소중하다. 당신 몸도 금쪽같으리라. 삶은 내게 선물이 아니었고 외로움도 귀찮다고 말한 근거가 몸이었으되, 지난 십수 년 적막이 끼닛거리였어도 조금 더 견디자는 삶의 불씨가 튀어나온 곳 또한 기억을 간직한 몸이었기 때문이리라. 늘 그리운 당신, 맨발에 흙길 어떠신지. 이병초 시인·전북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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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1 18:34

[경제칼럼] 사회주택, 수요 맞춤형 대안주택으로

전주갑 김윤덕의원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균형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김장관은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 취임식에서 “양질의 주택공급 · 주거안정에 공적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국토위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복기왕 의원은 김윤덕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에게 흥미로운 질의를 했다. 복의원은 “사회주택은 주거복지의 대표적 모범사례”라며, “문정부, 5년 동안 총 5,553호가 공급된 데 비해, 전 정부 3년은 고작 749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후보자는 “사회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이날 청문회를 지켜보던 이들은 ‘사회주택’이라는 말이 생소했다. 공공임대, 민간임대주택이 아닌 사회주택(Social Housing)은 무엇인가? 사회주택은 유럽에서 100년이 넘은 임대주택 제도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독일 등 널리 보급됐다. 유럽에서는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주택문제가 대두되었고, 주택공급 과정에서 공공과 민간이 결합한 사회주택이 보편화되었다. 나라별 사회주택 정의는 차이가 있지만,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부담 가능 임대료. 둘째, 주거약자 욕구기반 배분. 셋째, 지역재생·사회통합 같은 사회적 목적 추구. 넷째, 지방정부·공공기관 개입. 다섯째, 비영리와 제한적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공급. 끝으로, 공공재정 지원을 받는다. 그렇다면 왜 다시 사회주택일까? ‘23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2.5%이지만, 주택공급 이면에 소외된 문제들이 있다. 스스로 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들, 전세사기 걱정 없는 주거사다리가 필요한 청년층, 아파트 같은 획일적 주거가 아닌 특별한 주거 욕구를 갖는 수요맞춤형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택은 다음과 같이 대안적으로 접근한다. 첫째, 자력으로 집을 구하기 어려운 소득 3~6분위가 대상이다. 둘째, 주변시세 80% 이하로 최대 10년 이상 살 수 있다. 셋째, 전세사기 피해자가 주로 청년층인데, 대안적 주거사다리로 기능한다. 운영자인 사회적경제조직은 제한적 영리를 추구하고, 실제 보증금은 시장보다 낮다. 넷째, 대부분 중·소규모로 공급이 빠르고, 과정에서 민원이 적다. 끝으로, 수요자 맞춤 기획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유니버셜디자인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리하고, 거주자 욕구(돌봄, 공동체, 일자리 등)와 특성을 고려한 주거서비스가 적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처음 서울시 관련 조례제정 이후, 공공이 토지를 공급하고, 민간이 건축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공급 둘째, LH·SH 같은 공기업이 보유한 잔여 매입임대주택을 비영리와 사회적경제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회적주택, 셋째, 공공지원리츠, 그리고 민간이 특별한 주택수요를 기획하여 공간과 주거서비스를 결합한 특화형 임대주택, 끝으로, 2017년부터 전주시에서 공급한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이 있다. 김장관은 청문회 당시, “사회주택이 법적 근거가 아직도 미비하다,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복의원은 “당차원 사회주택 공급확대와 안정화를 위한 입법과제 추진과 당·정 협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새정부 국정기획위는 최우선 목표를 ‘통합’으로 정했다고 한다. 13일, 새정부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주거’가 ‘통합’을 위해 역할이 있길 바란다. 사회주택도 부동산 불균형 해소와 주거서비스 확대라는 시대적 과제에 작은 파열(破裂)이 되길 바란다. 배현표 한국주거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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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1 18:34

[기고] 사필귀정(事必歸正 )

“하늘은 보고 있고, 역사는 기록하며, 국민은 기억한다.”법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말이 현실에서 얼마나 자주 외면당하고, 허공에 메아리쳤던가. 우리는 오랫동안 권력자들의 오만과 위선, 그리고 법의 무기력함에 분노하며 살아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구속은 그 분노에 대한 국민의 응답이자, 정의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첫걸음이라 믿는다. 윤 전 대통령은 과거 검찰총장 시절 “법과 원칙”을 강조했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공정과 상식”을 국정 운영의 기조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이 실제로 목도한 것은 그 말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소통은 단절되었고, 국정은 독선에 휘둘렸으며, 국가 권력은 사적 영역으로까지 침투했다. 특히 가족과 측근을 중심으로 한 권력 농단은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되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검찰은 더 이상 중립의 기관이 아니었고, 정치보복의 도구로 전락했다. 공정은 선택적으로 적용되었으며, 정의는 침묵 속에 방치되었다. 국민의 고통은 외면당했고, 권력은 국민이 아닌 권력을 위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조차 과분할 정도로, 윤 전 대통령의 행태는 국가 지도자가 아닌 사익에 휘둘리는 권력자의 전형이었다. 그의 재구속 소식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몰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 나라의 법과 정의, 그리고 역사 앞에서 무거운 책임을 묻는 상징적인 순간이다. 정의는 때로 더디고, 진실은 숨겨지기도 하지만, 결국 반드시 제자리를 찾는다. 이것이 바로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진정한 의미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권력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지도자가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자리인가? 우리가 어떤 사회를 후대에 물려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단지 개인의 일탈이나 실정이 아니라, 우리 정치와 사회 전반에 던지는 통렬한 경고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절차나 제도로 완성되지 않는다. 권력자가 어떤 철학과 태도로 권력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국가는 시민을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시민 위에 군림하는 괴물이 될 수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은 국민이 권력에 보내는 준엄한 심판이자, 모든 권력자들에게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다. 권력자일수록 더 높은 도덕성과 법적 책임을 져야 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의의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되며,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작용해야 한다. 정치는 순간의 권력이나 지지율이 전부가 아니다. 권력은 국민이 잠시 맡긴 위임일 뿐이며, 그 권한은 언제든 회수될 수 있다. 오늘의 사태는 바로 그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민은 잊지 않는다. 그리고 역사는, 반드시 기록한다. 이제는 상처 입은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정의와 상식이 숨 쉬는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할 때다. 분열과 혐오가 아닌 연대와 회복의 길로 나아가야 하며,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정의는 때로 지체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결국 드러나고, 역사는 거짓을 끝내 용납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역사는 오늘도 우리에게 묻는다.당신은 어느 편에 서 있었느냐고.그리고 우리는 다시는 같은 질문을 후대에게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성민재(시인∙사회혁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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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1 18:34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 물 닿으면 커지는 수정토,‘삼킴’ 등 어린이 안전사고 주의

예쁜 집 만들기’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플랜테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플랜테리어란 식물을 활용한 실내 인테리어를 이르는 말이며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주요 사회문제로 대두된 이후 자연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경향과 함께 공기정화 효과를 가진 식물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색 공간 연출을 위해 수경재배식물을 키우기도 하는데 이와 함께 수경재배 시 쓰이는 수정토(워터비즈) 관련 어린이 안전사고가 늘고 있어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정토는 물을 흡수하면 원래 크기의 100배 이상 커지는 성질을 지닌 고흡수성 폴리머 공이다. ‘개구리알’, ‘워터비즈’ 등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수경재배용·방향제·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고 고유의 특성 덕에, 최근 본래 용도와 달리 촉감놀이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관련 어린이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20.1.∼2024.12.)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수정토 관련 안전사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걸음마기(1∼3세)’가 67.6%(69건)로 가장 많았으며 ‘유아기(4∼6세)’ 20.6%(21건), ‘학령기(7∼14세)’ 11.8%(12건) 가 뒤를 이었다. 활동의 범위가 넓어지고 호기심과 탐색의 욕구가 강해지는 ‘걸음마기’ 발달 특성상 관련 사고가 다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해 원인별로는 ‘삼킴(44.1%, 45건)’ 또는 귀·코 등에 집어넣는 ‘체내 삽입(54.9%, 56건)’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삼킴’ 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는 수정토의 밝은 색상과 동그란 모양을 보고 사탕 등으로 오인해 삼킬 수 있고 수정토는 물과 접촉하면 팽창하는 특성상 삼킬 경우 체내 수분을 빨아들여 장 폐색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어린이는 수정토를 삼켰더라도 보호자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우므로 사고 후 대처가 늦어질 수 있어 평소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피해예방을 위해 수정토를 본래 사용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어린이가 수정토를 가지고 놀지 않도록 지도할 것 △보관 시에는 안전한 용기에 담아 어린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 수정토를 사용한 후에는 바닥에 떨어진 것이 없는지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만약 아이가 수정토를 삼켰거나 체내에 삽입한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방문하고 소비자피해 발생 시 전북소비자정보센터 상담실 ☎282-9898 또는 소비자상담센터 ☎1372 상담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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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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