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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다산초당에서 길을 묻다

겨울의 끝자락에 맺힌 푸른 눈물 자욱들로, 남도의 겨울 햇살은 유독 시리고도 따스했다. 강진 만덕산 기슭, 보풀 같은 안개를 헤치고 오르는 길 위에서 나는 200여년 전 한 사내가 걸었을 고독의 보폭을 가늠해보았다. 흑산도로 떠난 형 약전과 헤어지며 눈물로 적셨던 강진의 첫 발걸음은 아마도 이 길보다 훨씬 무거웠을 것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가장 먼 곳으로 밀려난 유배객, 정약용의 시간이 머문 ‘다산 초당’으로 향하는 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꺽인 마음을 다시 세우는 수행의 길과도 같은 마음의 여정이였다. 정약용이 갓근을 풀고 붓을 든 고독의 시간들을 보냈던 초당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울퉁불퉁한 나무뿌리들이 얽혀 만든 ‘뿌리의 길’이였다. 지상으로 드러난 나무의 갈비뼈 같은 그 길을 밟으며 생각했다. 땅 밑에서 남모르게 견뎌온 인내의 시간이 저토록 처절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구나, 하고 말이다. 다산 역시 그랬을 것이다. 절망이라는 단단한 지명 아래로 자신의 사상을 깊게 뻗어 내리며, 그는 스스로를 태워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로 결심했을 것이다. 다산초당의 툇마루에 앉아 눈을 감으니, 대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 사이로 서글픈 서각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석(丁石)이라 새겨진 바위 앞에 서니, 자신의 성을 새겨 넣으며 다짐했을 그의 서늘한 결기가 손끝에 전해져 온다. 그는 유배지에서의 고통을 원망으로 되돌려주지 않았다. 대신 그 아픔을 거름 삼아 백성들의 삶을 보듬는 실학의 꽃을 피웠다. 마당 한쪽의 ‘연지석가산’을 바라보며 나는 그의 마음결을 읽어보았다. 연못 가운데 돌을 쌓아 만든 작은 섬 하나, 그것은 어쩌면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자신의 모습이자, 결코 무너지지 않겠다는 내면의 요새였을 것이다. 초당을 지나 천일각(天一 閣)에 올라서니 강진만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 끝자락’ 이라는 그 이름처럼, 이곳은 유배객의 그리움이 가장 짙게 배어 있는 장소이다. 흑산도로 유배 간 형님을 그리워하고, 고향의 가족을 향해 긴 한숨을 내뱉던 곳, 하지만 그가 바라본 바다는 단절벽이 아니라, 언젠가 돌아가야 할 길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였다. 다산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인생의 겨울이 찾아왔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이냐고, 그는 차가운 유배지에서 자신을 연마하여 보석으로 만들었다.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했을 때, 비로소 가장 높은 정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초당을 내려오는 길, 내 마음 한구석에는 다산이 남긴 맑은 찻물 한잔이 고여 있는 듯했다. 강진의 흙먼지를 떨어내며 나는 깨달았다. 다산초당은 단순히 옛 선비의 거처가 아니라, 고난을 견디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성지라는 것을. 삶이 버겁고 외로울 때, 우리는 강진의 그 좁은 오솔길을 기억해야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깊게 뿌리를 내리는 나무처럼, 우리의 시련 또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늘을 내어주는 울창한 숲이 될 수 있음을 다산은 몸소 보여주었다. 해 저무는 만덕산의 노을이 유난히 붉었다. 그 빛은 다산이 평생토록 간직 했던 뜨거운 열정이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하는 따스한 위로 였다. △이종순 수필가는 문학박사이다. 월간 종합문예지 <문예사조>와 <시조문학>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호원대 유아교육과, 우석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창의숲 프로젝트 연구소 대표와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주걸스카우트연맹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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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9 19:03

[세무 상담] 명절 세뱃돈도 세무 조사 나올까

명절이 지나면 세무사인 필자에게 종종 걸려 오는 문의가 있다. 바로 “손주에게 준 세뱃돈도 증여세를 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전주의 넉넉한 인심만큼이나 두둑해진 아이들의 세뱃돈 봉투, 과연 국세청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상적인 범위 내의 세뱃돈은 증여세 대상이 아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이웃 돕기 성금이나 축의금, 부의금, 그리고 기념품이나 세뱃돈’ 등은 비과세 재산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사회통념’이라는 기준이 모호할 수 있으나, 받는 사람의 직업, 재산 상태, 연령 등을 고려하여 세뱃돈으로서 적정한 수준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똑똑한 부모들이 아이의 세뱃돈을 단순히 저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주식을 사주는 경우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만약 세뱃돈으로 사준 주식이 소위 ‘대박’이 나서 가치가 급등했다면 어떻게 될까? 원칙적으로 증여세는 ‘증여 시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즉, 주식을 살 당시에 적법하게 증여 신고를 마쳤다면, 이후 주가가 10배, 100배가 되어도 그 상승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추가로 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부의 대물림에서 ‘직계존비속 증여재산 공제’를 선제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미성년인 자녀는 10년간 2,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따라서 명절마다 모인 세뱃돈이 이 범위를 넘을 것 같다면, 미리 증여 신고를 하고 주식을 사주는 것이 유리하다. 신고 없이 주식을 사줬다가 나중에 아이가 성인이 되어 자금 출처를 조사받게 되면, 주식 상승분 전체에 대해 증여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절세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건네는 세뱃돈 한 봉투에도 세무적 관심을 보태보자. ‘내리사랑’에 ‘미래 가치’까지 담아주는 지혜로운 어른이 되는 법, 그 시작은 올바른 증여 신고에 있다. /조정권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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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9 19:03

[사설] 설 밥상에 차려진 전북의 난제들, 정치권이 답할 때

전북 도민들의 이번 설 명절 밥상머리 화두는 단연 ‘먹고사는 문제’와 ‘지역의 생존’이었다. 특별자치도 출범 후 지역발전의 미래를 꿈꿨던 도민들이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팍팍한 살림살이와 불확실한 지역 발전에 대한 깊은 우려로 가득했다. 물가와 경기 침체, 일자리와 인구 감소, 새만금개발, 전주·완주 행정통합 논란까지 지역 현안들이 대화의 중심에 올랐다. 설 민심은 행정과 정치권을 향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가장 뜨거운 화두는 역시 완주·전주 행정통합 논의였다. 초광역 통합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통합의 필요성은 도민들에게 전반적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완주 지역민들의 불신은 여전히 깊다. 과거 수차례 무산된 경험은 ‘명분’보다 ‘실익’과 ‘구체적 보장’이 우선임을 말해준다. 통합 이후 완주의 미래를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일이 오는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증명해야 할 과제다. 수도권 중심의 에너지 공급 구조에 대한 분노 섞인 목소리도 높았다. 수도권의 산업 확장을 위해 전북이 송전탑 건설과 환경 훼손이라는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현실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익은 수도권이 챙기고 고통은 지역이 감당하는 해묵은 구조를 끊어낼 복안이 있는지, 전북의 유권자들은 정치권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새만금 신공항 역시 3월 항소심을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절차와 타당성, 환경과 지역 발전의 균형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그 결과에 대한 대응 전략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번 설 민심은 결국 전북의 선택으로 모아진다. 전북이 마주한 현안들은 모두 수도권 중심의 국가 구조 속에서 우리가 정당한 권한과 보상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이다. 이제 유권자들은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누가 지역의 삶을 실질적으로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차분히 따져볼 것이다. 갈등을 피하기 위한 침묵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위한 숙의가 필요하다. 정당과 인물을 넘어 누가 전북의 권한을 지키고, 책임 있게 미래를 설계할 준비가 돼 있는지 냉정히 따져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설 민심이 던진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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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8 18:26

[사설] 선거전 본격화, 지역 미래 이끌 참일꾼 찾자

설 명절은 늘 선거의 분수령이었다. 가족과 이웃이 모여 나눈 밥상머리 대화 속에서 초반 선거 판도가 드러나고, 그 과정에서 여론도 형성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설 명절을 기점으로 6·3 지방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예비후보들의 민심 쟁탈전이 치열하다. 다시 선택의 시간이다. 유권자의 시간이 시작됐다. 지역의 미래를 바꿀 힘은 화려한 정치구호가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에서 나온다. 명절 밥상머리에서 오간 대화는 결국 ‘지역의 내일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모아진다. 지금껏 전북 유권자들은 정당의 간판이나 순간의 이미지를 잣대로 후보를 선택해 지역의 미래를 맡겨왔다. 이런 방식의 투표가 수십년간 반복되면서 경쟁 없는 독점 구도가 굳어졌다. 지방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는 느슨해졌고, 이는 행정의 안일함과 정책 혁신의 부재로 이어졌다. 긴장과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는 변화 대신 관성만 남았다. 이제 기준을 바꿔야 한다. 선거때마다 반복되는 공약과 구호 속에서 유권자들이 진정으로 찾아야 하는 것은 화려한 말이나 특정 정당 간판이 아니라 산적한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해묵은 현안을 풀어내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참일꾼’이 누구인지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 이번 선택이 향후 수년간 지역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인 전북의 선거구도에서 민주당의 책임도 막중하다. 후보 검증과 공천 과정을 단순한 당내 절차로 여겨서는 안 된다. ‘당선 가능성’이 아닌 ‘후보자의 역량’을 중심에 둔 공천이어야 한다. 법적·도덕적 흠결이 조금이라도 있는 후보는 당선 가능성과 상관없이 과감하게 공천 과정에서 걸러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민주당에 대한 도민의 절대적인 신뢰에 답하는 길이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정당 간판이나 오래된 관성에 따른 선택으로는 지역정치의 변화, 지역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정당 간판이나 이미지가 아닌 인물의 자질과 역량, 추진력을 기준으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가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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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8 18:25

[오목대] 붉은 말의 해 ‘전북의 말 산업’

사람들이 말을 타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대략 지금부터 5000년 전 부터 다고 한다. 사람은 수백, 수천 년간 말이 달리는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없었으나 산업혁명 이후 자동차나 철도, 비행기는 지구촌을 빠르게 연결해줬다. 요즘에도 엔진의 단위는 마력이다. 말을 도구로 이용해서 자웅을 겨루는 종목이 바로 승마와 경마이다. 승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경마는 힘과 기량을 견주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선거 관련 용어 중에는 승마나 경마에서 비롯된 단어들이 많다는 거다. 고삐, 박차,재갈, 출마, 낙마, 대항마, 다크호스 등이 그러한 예다. 고사성어 중에도 말과 관련된게 많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나 주마간산(走馬看山), 새옹지마(塞翁之馬), 마이동풍(馬耳東風) 등은 매우 익숙하다. 음력 인 지난 17일부터 붉은 기운을 지닌 말의 해, 소위 병오년이 시작됐다. 말은 빠른 속도와 강인한 힘으로 권력과 충성, 그리고 생동감을 상징한다. 그런데 도내 승마인들은 병오년 새해 전북의 말 업이 일약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북 말산업 육성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새만금 지역에 약 200ha 규모의 말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단순히 말을 사육하거나 조련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승마·체험·관광, 복지·교육 기능까지 아우르는 복합 공간이다. 궁극의 목표는 마사회 유치 여부다. 정부의 부동산대책 일환으로 발표된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렛츠런파크서울) 이전 계획은 가장 뜨거운 감자다. 서울경마공원은 과천, 부산, 제주 등에 있는 국내 3개 경마공원 중 하나다. 과천경마공원과 인근 국군방첩사령부 부지에 총 9800가구가 조성될 예정이기에 서울경마공원은 5년 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마사회 이전에 대한 찬반 양론이 일고 있으나 일단 지금의 기류를 감안하면 경기도를 벗어나기는 어려운듯 하다. 새만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광활한 땅을 가지고 있으나 너나없이 경마장 유치를 위해 군침을 흘리고 있다. 과천 경마장의 경우 운영 과정에서 해마다 지방세인 레저세가 2000억원씩 도세로 들어오고, 과천시에도 60억 원 가량이 들어간다. 제주, 경북, 전남 등이 경마장 유치에 나섰는데 현재로선 일단 경기도내 이전 쪽으로 방향이 잡히는 분위기다. 사실 경마는 대표적인 사행산업이나 이젠 터부시할 때가 아니다. 더욱이 이제 더 이상 특정 지역에만 편중돼선 안된다는 공감대 또한 무르익고 있다. 부산, 영천 등과 달리 충청, 전라 지역엔 단 하나의 경마장도 없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얼마전 이재명 대통령이 문체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호남에만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없다는 점을 지적, 눈길을 끌었다. 차제에 마사회나 경마장 이전 문제도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큰 틀에서 진행되길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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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2.18 18:25

[의정단상] 전북 변화! 시민이 바로 힘의 원천입니다

우리가 사는 전북에는 30년 넘은 숙원들이 많습니다. 지난 30년간 전북도민들이 그토록 원했던 대광법 통과! 100만명 넘는 광역시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도시 교통망 정비에 국비 수십조 원이 지원될 때, 전북은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작년 4월 윤석열 파면과 함께 전북에도 국비를 지원하는 대광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올해 대광법 시행계획이 확정되면 도로, 철도 정비에 국비가 차근차근 지원되어 전북 교통환경도 눈에 띄게 변모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지난 12일에는 전주가정법원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전주가정법원과 군산, 정읍, 남원에 각 가정법원 지원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175만 전북도민이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전주가정법원 설치는 전북의 숙원이었습니다. 일찍이 가정법원이 설치된 울산보다 인구가 많고 사건 수도 많음에도 전주가정법원은 여러 이유로 설치가 늦어졌습니다. 전주가정법원 설치법은 제 공약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께서 적극적인 응원과 지원이 있었기에 국회 법사위를 움직이고 본회의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대광법 통과와 전주가정법원 설치에서 보듯이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시민입니다. 시민들께서 정치권에 강력 요구하고, 정치권도 시민의 뜻을 따르면 어떤 숙원사업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북은 100년 전부터 변화의 흐름을 선도하지도, 따라가지도 못하는 바람에 지금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민들의 지적은 언제나 옳습니다! 1990년대 시작된 새만금은 시민들에게 희망고문인지 희망고민인지 모르지만, 오랜 숙원이라는 건 잘 아실 것입니다. 새만금신공항, 전주ㆍ완주 통합...참 현안이 많습니다. 지금, 분명한 것! 대한민국은 통합이 큰 흐름입니다. 전남광주와 충남대전이 스스로 통합을 결정하고, 정부에 통합인센티브를 요구했습니다. 통합 입법도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부산ㆍ울산ㆍ경남과 대구ㆍ경북도 통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북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이죠. 우리가 이 흐름을 따라잡기라도 해야 합니다. 전주ㆍ완주 통합도 결국 시민들의 관심과 힘으로 이뤄내야 합니다. 지난 2월 2일 전주 국회의원 저와 정동영 장관, 완주 국회의원 안호영 의원이 함께 신속한 전주ㆍ완주 통합추진을 선언했습니다. 그간 찬반 주장만 극심하게 부딪히며 꽉 막혀 있던 통합 흐름에 일단 물꼬를 텄습니다. 2월 4일에는 전북 국회의원들이 모였습니다. 정부에 전북회복을 위한 ‘최소조건’인 10조 원 이상 재정과 특례 지원을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5극 통합시에 최대 20조 원 재정지원과 공공기관 우선 이전을 약속했습니다. 3특 중 하나인 전북에는 5극보다 더 두터운 지위와 특례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력 요구했습니다. 전북이 5극 통합시보다 더 충분한 정부 지원을 받고, 전주ㆍ완주 통합시가 전북 핵심도시로서 발휘하는 시너지는 전북을 다시 뛰게 만드는 심장 역할을 할 것입니다. 30년 아니 100년을 기다린 숙원이라고 하더라도 시민행동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정치권에 강력하게 행동을 요구해야 합니다. 지금 변화 흐름을 놓치면 다시는 전북회복의 기회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바꾸는 도구입니다. 시민들이 요구하고, 정치가 시민과 함께 빠르게 실행하여 변화 흐름을 타고, 더 잘사는 전북회복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전북회복으로 우리와 우리 미래세대가 행복을 누리고 잘 살 수 있는 땅, 복지(福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늘 전주시민, 전북도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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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8 18:25

[타향에서] 행정통합 파도 속, 전북의 블루오션 전략

최근 대한민국 지방행정의 지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미 관련법안도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가운데 남쪽에서는 광주와 전남이 행정통합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고, 북쪽에서는 대전과 충남이 통합을 선언하며 충청권 메가시티의 윤곽을 그리고 있다. 바야흐로 ‘광역화’와 ‘규모의 경제’가 지방 소멸의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전북이 자리한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독자적인 활로를 찾아야 한다. 전북은 충청과 광주전남, 그리고 영남을 잇는 지리적·경제적 요충지다. 다른 권역을 연결하고 확장을 주도하는 성장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북만의 경쟁력은 무엇일지 생각해 봤다. 전북은 물리적인 덩치를 키우는 경쟁이 아니라, ‘내실 있는 특화’를 통해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평생 행정안전부와 전라북도에서 일했고, 지금은 금융 현장을 겪으면서 그 해법이 ‘금융’과 ‘새만금’이라는 두 축에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첫째, 전북은 명실상부한 ‘제3의 금융중심지’로 도약해야 한다. 이미 우리에게는 1,00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공단(NPS)이라는 확실한 기반이 있다.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를 조성할 최적의 입지에 민간 금융그룹의 전북 투자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며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자본이 인재와 정보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이다. 서울이 종합 금융, 부산이 해양 파생 금융이라면 전북은 연계 금융산업을 꽃피워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라는 확실한 색깔을 입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문제가 아니다. 전주를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나 런던의 금융 지구처럼 자산운용사, 수탁 은행, 핀테크 기업이 공존하는 생태계로 만들어야 한다. 행정의 힘으로 기반을 닦고, 금융의 논리로 시장을 키운다면 전북은 광주전남이나 충청에 예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금융 영토’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 ‘새만금’은 이제 꿈이 아닌 현실의 땅이 되어야 한다.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시절 새만금은 늘 희망의 보루였다. 새만금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기회의 땅’이다. 이차전지와 같은 미래 첨단 산업이 몰려오고 있는 지금, 새만금은 단순한 간척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을 담아낼 거대한 그릇이다. 특히 새만금은 금융 자본이 실물 경제에 투자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는 점이 부각되어야 한다. 금융 허브에서 조성된 자금이 새만금의 인프라와 기업에 투자되고, 그 성과가 다시 지역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전북이 꿈꾸어야 할 경제 모델이다. 행정안전부에서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 발전을 고민했고, 도청에서 전북의 살림을 챙긴 공복으로서 전북은 주변의 행정 통합 논의에 위축될 이유가 없다.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만의 강점인 ‘금융’이라는 소프트웨어와 ‘새만금’이라는 하드웨어를 결합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면 된다. 샌드위치 속에 끼인 내용물이 빈약하면 납작해지지만, 그 내용물이 알차고 단단하면 빵을 지탱하는 핵심이 된다. 지금 전북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주변의 거대 파도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그 파도를 타고 금융과 산업의 중심지로 비상할 것인가. 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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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8 18:24

[기고] 모노레일 사태, 남원시민은 왜 침묵하는가

남원 모노레일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다. 이는 책임 없는 정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약 505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부담은 숫자가 아니라 시민이 떠안게 된 현실적 재정 손실이며, 그 파장은 향후 수년간 남원의 행정과 도시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막대한 부담 앞에서 지방정치권은 과연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 왜 남원 시민은 침묵하는가? 남원시의회는 모노레일 실시협약 동의 과정에서 명시적 반대를 하지 않았다. 민간투자 100%라는 집행부의 의견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검증의 잣대조차 들이대지 못한 채 오늘의 손해배상 책임의 단초를 제공했고 충분한 검증 없이 동의 절차를 통과시켰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의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약화시킨 행위다. 최근 성명서에 담은 의회 차원의 사과가 단순한 언어적 수사에 머문다면 그것은 책임이 아니라 형식이다. 정치적 책임은 말로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다음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동의 과정에서 검증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만이 최소한의 책임 정치라 할 수 있다. 현임 시장 역시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용·수익 허가를 둘러싼 행정 판단은 사태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고, 그 결과는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이어졌다. 정치는 책임으로 존재한다.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시정과 의정을 수행하는 자리는 특권이 아니라 의무다. 그 의무 수행에 실패했다면 변명이 아니라 결단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지금 남원의 정치권에서 보이는 모습은 성찰보다 자리 보전, 책임보다 침묵이다. 이것이야말로 시민 신뢰를 가장 빠르게 무너뜨리는 길이다. 505억 원의 지방재정 손실은 단순한 회계 숫자가 아니다. 이는 시민 공동체가 감당해야 할 미래 부담이며, 정치적 판단 실패가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 책임은 특정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임 행정 책임자, 현임 시장, 그리고 충분한 견제를 하지 못한 지방의회 모두가 정치적 책임의 범주에 있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과 책임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설 줄 아는 용기가 있을 때만 정치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책임을 회피하는 정치가 반복될수록 시민의 분노와 냉소는 깊어지고, 그 피해는 결국 지역사회 전체로 돌아온다. 지금 남원의 아침이 어둡고 무거운 이유는 재정 손실 때문만이 아니다. 잘못 앞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는 실망 때문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시민은 숨어버렸다. 그것도 철저한 무관심속에 자격없는 그들만의 리그를 숨죽여 바라만 보며 자조적인 탄식으로 끝을 맺는다. 505억원을 지금 당장 지역주민의 호주머니에서 1명당 65~70만원씩 꺼내 손해배상금을 갚아야 한다면 벌떼같이 달려들 민심이건만 우선 내 돈이 아닌 모두의 돈을 꺼내 배상금으로 지급한다고 하니 누구하나 공개적 반발조차 안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남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열한 자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일찍이 경고한 바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무관심의 댓가는 남원의 현재와 미래의 열매이다. 먹고 있는 열매가 상했으면 지금 바로 뱉어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하고 맛있는 열매를 갈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책임있는 모두는 “불출마를 선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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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8 18:24

[사설] 설 연휴 맞아 공명선거 분위기 흐려선 안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현수막은 물론 카톡과 문자 폭탄이 잇달고 있고 출판기념회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국적인 귀향 등 민심이 출렁이는 설 명절을 전후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생각했으면 한다.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에서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우리 지역을 이끌 리더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들어 첫 실시되는 전국 동시선거다. 선관위에 따르면 오는 20일부터 시장과 도의원 및 시의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며 군수와 군의원 예비후보자는 3월 22일부터 등록이 시작된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 설치와 선거운동용 명함 배부, 선거구 안 세대수의 10%에 해당하는 수 이내에서 예비후보자 홍보물 작성과 발송, 어깨띠 또는 표지물 착용·소지 등을 할 수 있다. 또 이번 지방선거에는 국회 신영대 의원(군산·김제·부안갑)의 대법원 확정판결로 재보선도 함께 치러진다. 전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에 자격심사를 신청한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만 495명에 이르는 등 800명 이상이 선거에 뜻을 세우고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SNS 활동을 비롯해 허위사실 유포, 딥페이크 등 첨단 기술을 악용한 가짜 뉴스, 명절 전후 금품 제공과 기부행위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 혼탁 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지난 6일 공명선거지원상황실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선거인명부작성을 지원하고 선관위와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협조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지방정부 공무원이 선거 중립 의무를 준수하도록 감찰반을 편성해 특정 정당·후보자의 지지·비방, 각종 모임 주선 등 부정·불법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우리 지역의 리더를 내 손으로 뽑는 선거인 만큼 불법·탈법을 일삼는 선거꾼을 골라내야 한다. 거짓 정보로 환심을 사려는 사람들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불법·탈법 운동은 명절 등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 더욱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다. 선관위와 경찰 등은 명절 전후에 긴장의 끈을 조이고 유권자들도 감시의 눈을 부릅떴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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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2 18:26

[사설] 즐거운 설 명절 연휴, ‘안전’이 최우선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다. 5일간의 연휴, 가족과 친지를 만나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 서두르게 되지만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가치는 바로 ‘안전’이다. 안전이 지켜지지 않으면 즐거움은 한순간에 후회와 탄식으로 바뀔 수 있다. 먼저 귀성·귀경길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출발 전 차량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하고, 운전 중 안전거리 확보와 규정 속도 준수는 기본이다. 겨울철 화재 예방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도민 각자가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감염병도 간과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명절의 특성상 개인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가족이 있다면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안전하고 평온한 설 연휴를 위해 지자체와 경찰의 역할도 중요하다. 철저한 사전 대비와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을 강화하고, 교통·소방·보건 등 관계기관과의 협조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사전점검을 실시하고,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예방행정이 필요하다. 폭설이나 한파 등 겨울철 자연재난에 대비해 제설작업과 취약계층 보호 대책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경찰이 맡아야 할 역할도 많다. 연휴 기간 교통량이 급증하는 만큼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의 교통 관리, 상습 정체구간 소통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빈집털이 등 명절 기간 증가할 수 있는 생활범죄 예방 순찰도 강화해야 한다. 가축 전염병이나 감염병 확산 방지 역시 협력의 대상이다. 축산농가 인근 통제와 방역 협조, 불법 축산물 반입 단속 등은 경찰과 지자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축산농가 역시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농장 내외부 소독을 철저히 하며, 전염병 의심 증상이 발견될 경우 즉시 신고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설 명절은 가족의 안녕과 공동체의 따뜻함을 확인하는 소통의 시간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안전수칙을 지키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즐거운 설 명절, 모두의 노력이 더해져 안전하고 평온한 연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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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2 18:26

[오목대] 첫마중길과 ‘도시 침술’

가끔 전주역 방향으로 운전할 때면 도로 한 가운데 심어진 나무와 산책길에 눈길을 보내곤 한다. 도로 양 옆에 새로 들어선 호텔과 고층 아파트, 맛집 간판들을 살펴보기도 한다. 시속 40㎞ 도로여서 서행해도 뒤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일도 없다. 10년 전 ‘첫마중길’로 이름 지어진 이 길이 곧게 뻗어진 왕복 8차선의 시속 60㎞ 도로였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일이다. 2015년 시작된 전주역 앞 첫마중길 조성사업은 사업 초기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8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줄이고 중앙 차선 2개를 보행도로와 명품 숲길로 만들겠다는, 당시로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무모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주변 상인들은 교통 체증으로 인한 상권 몰락을 우려했고, 전주역을 오가는 버스와 택시, 전주역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들의 비판도 거셌다. 2017년 5월 17일 전주역 앞 첫마중길. 공식 개통을 일주일 앞두고 출입기자들과 함께 현장설명회에 나선 당시 김승수 전주시장은 “첫마중길은 전주의 첫인상을 바꾸는 길로 도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차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로, 그 시작의 문을 첫마중길이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첫마중길이 전주역 주변과 인근 6지구의 침체된 상권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다. 10년이 지난 뒤 외지 관광객들의 첫마중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하는 느티나무 숲길이 “전주라는 도시가 나를 환영해 주는 느낌을 준다”며 만족감을 표시한다. 첫마중길 중앙 광장에 설치된 야간 조명과 곡선 도로는 SNS 인증샷 명소가 됐다. 빨간 컨테이너 안에 2021년 4월 문을 연 ‘첫마중길 여행자 도서관’은 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예쁜 대기실”이라는 평을 받는다. 첫마중길 주변엔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식당과 카페도 늘고 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침체된 상권 회복의 결실이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첫마중길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공간의 아름다움에 비해 “보고 나면 할 게 없다. 길은 예쁜데 10~20분 정도 걷고 나면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즐길거리 부족 지적이 나온다.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익숙한 풍경을 바꾸려는 시도는 언제나 저항에 부딪히고, 변화는 완성된 후에야 비로소 이해된다. 세계 생태 수도로 유명한 브라질 쿠리치바를 ‘꿈의 생태도시’로 만든 자이미 레르네르(Jaime Lerner)는 ‘도시 침술(Urban Acupuncture)’을 주창했다. 작은 자극이 만드는 큰 변화를 의미하는 ‘도시 침술’은 한의사가 작은 침 하나로 질병을 치료하듯, 개발이 필요한 도시에 최소한의 인위적 개입을 통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건축가·도시계획전문가로 쿠리치바 시장을 세 차례 맡고 파라나주 주지사를 역임한 레르네르의 도시 침술 이론은 콜롬비아 메데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빌바오, 일본 삿포로 등 세계 많은 도시의 변화를 이끌었다. 서울 청계천 복원도 도시 침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는 예술이자, 미래의 가치를 현재로 가져오는 행위다. 쇠퇴해가는 골목, 방치된 유휴 부지, 끊어진 보행로 등 도시의 기혈이 막힌 곳에 ‘정책의 침’이 필요하다. 도시 침술사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이 많아질수록, 우리 도시들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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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6.02.12 18:26

[청춘예찬] 처벌은 누구를 보호하는가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엄벌을 외친다. 분노는 책임을 묻고 질서를 회복하려는 자연스러운 본능에 가깝다. 다만 마약 수사의 최전선에서 돌아온 나는 묻고 싶다. 그 처벌은 과연 누구를 보호하는가. 처벌은 사회적 기준을 세우는 필수 장치다. 하지만 처벌이 유일한 해법이 될 때 문제는 시작된다. 우리는 엄벌이 내려지면 사회가 더 안전해질 것이라 믿지만 현실은 반대다. 수사관 시절 내가 목격한 것은 처벌 이후 더 깊은 주변부로 밀려나 결국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악순환이었다. 2021년 기준 국내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35.0%로 절도(22%)나 강도(20%)보다 높다. 더 주목할 점은 교육 프로그램 이수 여부에 따른 격차다. 남경애 박사의 논문 ‘마약류 중독자 전환 프로그램의 경제성 평가’에 따르면, 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 재범률은 11.2%에 불과하지만 미이수자는 43.0%에 달한다. 31.8%포인트의 차이는 처벌 방식의 선택이 그 사람의 미래를, 나아가 사회의 안전을 결정한다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비용의 차이는 더 극명하다. 초범에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적용하면 1인당 약 316만 원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 반면 재범자는 76만 원으로 급감한다. 이 240만 원의 격차는 골든타임을 놓쳤을 때 사회가 치러야 할 실패비용이다. 2019년 교육 명령 의무화 이후 4년간 평균 재범률이 37.0%에서 34.3%로 감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의 마약 공급책 뿌리를 뽑겠다는 사명감으로 주말 밤낮없이 수사에 몰두해 당시 거물급 마약왕 ‘전세계’의 국내 최대 공급망을 최초로 검거해 우수 수사관이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기쁘지 않았다. 공급망 하나를 쳐내도 새로운 조직은 곧바로 생겨나고 투약자는 줄지 않았다. 처벌은 결과를 정리하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위험의 총량을 낮추는 데는 무력했다. 이미 모든 것이 지나간 뒤에야 작동하는 처벌은 늘 끝에 서 있다. 조사실에서 만난 한 투약자는 처벌보다 다시 약에 손을 대게 될 상황을 더 두려워했다. 처벌은 범죄자라는 결론만 기록할 뿐, 그가 왜 그 길로 들어섰고 어떻게 돌아올지는 지워버린다. 특히 청년들에게 전과 기록은 취업과 주거 등 사회적 재진입을 가로막는 배제로 기능한다.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가두고 지우는 것에 머문다면, 사회가 무언가를 했다는 안도감만 남기는 비효율적인 행정일 뿐이다. 진정한 보호는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전주라는 작은 공동체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은 이 질문과 더 밀접하다. 한 번의 실패가 낙인이 되어 재기 불능으로 이어지는 사회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진정한 안전은 실패 이후에도 다시 설 수 있는 통로가 준비된 이전의 단계에서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엄벌이라는 감정적 만족 뒤에 숨겨진 막대한 실패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초범 316만 원 대 재범 76만 원, 이수자 11.2% 대 미이수자 43.0%. 우리가 사회의 어느 지점에 자원을 투입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것이 내가 수사관 직을 내려놓고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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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2 18:25

[금요칼럼] 우리는 이제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

2026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국은 이미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에 대한 재판은 첫 결과들을 내놓기 시작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새로운 관세 부과를 시사하고 있다. 세계 정치와 변화의 거센 흐름 속에서 작은 한반도 국가는 그 파도에 떠밀리고 있는듯하다. 결코 쉽지 않은 시기다. 그러나 이러한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바로 사상 최저 출산율로 인한 노동력 공백과 급속한 고령화가 초래할 재정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와 관련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가 더 많은 외국인을 한국 사회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지난 2년간 법무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민정책과 다문화 관련 사안에 대한 자문을 맡아왔다. 그 과정에서 보다 조화로운 다문화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한국에 오는 이민자들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과 논의를 이어왔다. 한국은 오랜 세월 외부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나라가 아니었다. 전쟁과 박해, 더 나은 삶을 찾아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로 떠났고 현재 전 세계에는 약 700만 명이 넘는 재외 동포가 살고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한국에 와서 정착하고자 하는 외국인은 많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시선을 받는 일이 흔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현재 한국인 구의 약 5%가 외국 출생자이며 이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적 성공과 소프트파워의 확장은 다양한 배경의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정착하기를 원하게 만들었다. 급격한 변화는 수 세기 동안 비교적 단일한 사회구조를 유지해 온 한국에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민 문제를 이야기할 때 한국 사회 곳곳에서 두려움이나 반감이 함께 감지된다. AI와 로봇의 시대에 과연 더 많은 외국인이 필요한가, 이민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꾸게 될 것인가, 유럽에서 보아온 갈등이 반복되지는 않을까 하는 질문들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 자체는 충분히 타당하며 곧바로 혐오로 치부되어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도와 정책의 언어로 전환하는 일이다. 나는 기술발전이 제조업, 농업, 어업, 건설업 등에서 줄어드는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육체노동은 이미 인기 있는 선택지가 아니며 일부 분야에서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한 회복이 가능하더라도 노동력 공백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은 결국 더 많은 외국인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의 문제다. 이 흐름은 단지 육체노동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세대는 일자리와 삶의 파트너, 더 나은 삶을 찾아 국경을 넘는 이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 역시 세계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정책과 동맹은 바뀔 수 있지만 오늘날 사람의 이동 자체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선택은 단기적인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간 한국 사회의 형태를 결정짓는 방향의 문제다. 불가피한 변화를 거부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함께 살아갈 것인가. 다문화주의는 그 자체로 선도 악도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느냐의 문제다. 미국과 독일을 비롯해 50개가 넘는 민족과 수 백 개의 언어가 공존하는 중국까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들 대부분은 다문화사회다. 애플,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기업들 역시 이민자 혹은 이민자의 자녀들에 의해 창립되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이러한 사회들은 성장과 활력만큼이나 동시에 갈등과 긴장이라는 현실을 함께 안고 있다. 변화는 언제나 불편함과 긴장을 동반한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거부가 반복될수록 사회적 균열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삶은 본질적으로 변화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분명한 이 땅에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새로운 것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은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고통스러운 과정이 따르더라도, 변화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글로벌하고 코스모폴리탄한 한국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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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2 18:25

[기고] 그렇게 드시면 체해요

며칠 전 늦은 점심시간이었다. 주차장 관리를 하느라 빙빙 돌고 있는데 가게 쪽에서 어르신 한 분이 혼자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에 분명히 예약실에서 가족들과 식사하시는 모습을 뵈었는데 어째서 혼자 나오시는 걸까 싶었다. 휘청이는 모습이 불안해 보여 가만히 주시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한 손을 뻗어 머리 쪽으로 가져가는가 싶더니 머리에는 손이 닿지도 못하고 그대로 팔을 뻗은 채 멈춰버린 것이었다. 급하게 다가가 마침 옆에 있던 의자로 어르신을 이끌었다. 당황한 채 어찌할 바를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가게 이모 한 분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이모! 예약실에 어르신 가족들 있으니까 빨리 나와보라고 하세요. 어르신이 편찮으신 것 같아요!” 그러고는 되는 대로 어르신의 팔과 손을 주물렀다. “어르신! 지금 어르신 편찮으신 거 같아서 제가 좀 주물러 드릴게요. 제 손이 딱 봐도 약손 같이 생겼죠? 가게에 식구들 데리러 갔으니까 조금만 기다리셔요.” 어르신을 안심시키느라 하는 말이었지만 사실 내가 더 당황해서 정신이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 알 것도 같았다. 가게에서 가족들이 식사하고 있을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더랬다. 지나가며 귀동냥으로 엿들은 얘기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버지와 아들들 사이에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 언쟁이 일어난 듯 보였다. 아들은 아버지가 옛날 분이라 뭘 잘 모르신다 생각하고 열심히 설득하려 했고 아버지는 당신이 살아온 경험이 있으시니 그에 비추어 당신의 판단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혼자 걸어 나오신 걸로 보아 아무래도 식구들에게 단단히 화가 나신 듯했다. 어르신이 모진 말씀을 하시고 일어섰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화장실이라도 가다가 곱씹어보니 괘씸해 그 길로 나와 버렸을 수도 있다.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그래도 식사 자리를 혼자 박차고 나오신 어르신을 누구도 따라 나오지 않은 것은 내가 다 속상했다. 잠시 후, 가족들이 헐레벌떡 다가왔고 얼른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나는 어르신을 가족들 손에 인계해 드렸다. 이번에는 극단적인 상황이기는 했지만 요즘 가게에서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심심찮게 눈에 뜨이곤 한다. 학연이나 지연 때문에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서, 전주-완주 통합에 의견이 엇갈려서, 개인적 경험에 의해 누구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이 있어서 실컷 밥을 나누는 자리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얼굴을 붉히는 것이다. 그렇게 화내면서 먹으면 뜨신 죽이라도 체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치적인 문제로 다투는 모습이 보이면 나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곤 한다. 나 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에게도 귀가 솔깃한 이야기가 이리저리 흘러들어오는 것이 선거철이고 또 자칫 잘못하면 어느 한 편으로 소문나 두고두고 불편과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은 피하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이런저런 연을 끌어 붙이며 어느 한 편으로 인연 지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선거철에는 오히려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 각별하다고 생각해 그러는 거라고 좋게 생각하려 하지만 대체로 그러한 일들은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사실은 팔랑거리는 내 마음 때문이다. 얄팍한 이익에 자꾸 흔들리는 마음 말이다. 머리로는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시시때때로 마음을 흔드는 것은 ‘내가 잘 사는 것’이다. 그러니 애당초 유혹은 피하는 수밖에. 그러니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오래도록 꿈꿀 수 있도록 저 좀 흔들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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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2 18:13

[딱따구리] 대통령 ‘타운홀 미팅’에 전북이 거는 기대

요즘 전북 정치가 ‘전성시대’라고 한다. 정부 요직에 지역 출신 장관들이 배치됐고 여당 원내대표도 도내 지역구 의원이 맡고 있다. 이들이 일당백을 하면 상황은 빠르게 변할 거라 기대했지만 삼중소외에 고통 받는 전북 도민의 하소연은 깊어만 간다. 지난 정부 새만금 SOC 예산 삭감이 어제 일 같은데 5극 등쌀에 전북은 외딴 섬 신세다. 전북의 친구라고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었다면 전북의 식구 같은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82%가 넘는 득표율을 전북에서 거뒀다. 그런데 도민들의 아우성은 그치질 않는다. 전북 특별법 개정, 완주 전주 통합 갈등 같이 매듭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 김민석 총리의 국정 설명회는 하는 게 좋았지만 도민의 갈증을 풀기엔 부족했다는 평이다. 이때문에 조만 간 전북에서 열릴 타운홀 미팅에 도민들의 기대가 쏠린다. 정동영 장관이 최근 국무회의 때 “광주 전남 통합을 격려하기 위해 초청 오찬을 했듯이 전북에도 기회를 달라”고 건의했는데 이 대통령이 “나중에 판단하겠다”는 답변은 2% 부족하다. “동네 힘 센 사람이 길을 고치자, 나무 좀 심자 하면 따라가죠” 지난 2006년 고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평통자문회의에서 발언한 내용 중 일부다. 전세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를 무시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는 우리나라의 형태도 마찬가지다. 힘 있는 대통령이 “저 산에 나무가 없어 보인다”고 헬기 타고 한 마디 하면 바로 녹화사업에 돌입해 민둥산이 푸른 산으로 변화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주는 타운홀미팅을 바라며 이렇게 외쳐본다. 응답하라, 이재명 대통령! 김영호 기자

  • 오피니언
  • 김영호
  • 2026.02.12 15:33

[사설] 완주·전주 통합,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안호영 국회의원의 결단으로 다시 물꼬를 튼 완주·전주 통합 논의가 좀처럼 추진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네번째로 시도되는 행정통합의 길은 역시 순탄치 않다. 다시 완주군의회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완주군의회가 11일 ‘군민 동의 없는 통합 추진에 결사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완주·전주 통합은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치거나, 필요할 경우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의 직접적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역주민의 뜻을 대변하는 군의회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정책에는 타이밍이 있다. 열릴 때는 짧고, 닫히면 오래 걸린다.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면서,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부·울·경 등 광역단위의 행정통합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통합특별법 추진과 파격적인 지원정책까지 쏟아져 나오는 지금, 완주·전주 통합 논의도 놓칠 수 없는 기회의 순간에 놓여 있다. 물론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과 합의다. 하지만 골든타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자주 오지도 않는다. 게다가 완주·전주는 네 차례나 통합을 시도하면서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 간 경제·생활권 연계는 깊어지고, 지역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통합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이제는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완주가 지역구인 안호영 국회의원이 이 시점에서 입장을 바꿔 통합 추진에 적극 나서기로 한 이유와 배경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라, 지역 경쟁력 강화와 균형발전의 핵심 수단이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의 대의기관인 완주군의회의 대승적 결단이 요구된다. 개인의 실리나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지역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부의 정책·입법 지원 등이 맞물린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대승적 논의와 실천적 결단만이 통합의 기회를 현실로 바꿀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이 행동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일 수도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파격적이고 구체적인 인센티브와 재원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 아울러 완주·전주 통합 이후 특례시 지정과 자치구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입법 절차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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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1 18:27

[사설] 전주시립미술관 콘텐츠 없는 건립 과연 옳은 길인가

전주시가 540억 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이 시작부터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건축 규모만 커졌지 작품 수집 예산은 전체 사업비의 0.18%에 불과한 1억 원 수준에 머물러 ‘껍데기 미술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술관의 본질이 건물이 아니라 소장품과 운영 철학이라는 점을 간과하는 것 아닌지 되묻게 한다. 특히 개관 전 작품 100점 확보 목표를 기준으로 할 때 작품 한 점당 평균 100만 원이라는 계산은 사실상 수준 있는 작품 확보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결국 기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증 중심으로 작품이 채워질 경우 미술관 초기 컬렉션의 방향성과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전주시가 향후 50억 원 규모의 작품 구입비를 확보하겠다고는 하지만, 확정된 재원 없이 추진된다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별도 기금 조성이나 건립비 일정 비율을 작품 구입에 의무적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장 선임과 전담 조직 구성을 착공 이후로 미루고 있는 현 상황도 문제다. 전시 콘텐츠와 전문 인력, 장기적 운영 계획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 사업에만 치중할 경우 개관 이후 정체성 논란을 빚을 수 있다. 공사 시작 전부터 전문 인력이 참여해 건축 설계와 전시 전략을 함께 설계한 울산시립미술관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울산시는 건립 단계에서부터 미술관 운영 철학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전문 관장을 조기에 임명하고, 전시 콘텐츠와 건축 설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미술관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설계의 출발점이 됐다. 전주시립미술관 건립에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건물을 먼저 세우고 콘텐츠를 뒤따라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전주다운 컬렉션과 운영 철학을 먼저 세워야 한다. 전주시는 문화도시를 자임해 왔다. 그렇다면 시립미술관 역시 단순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지역 예술 생태계를 키우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건축비와 작품 수집비의 불균형, 전문성 공백이라는 지적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사업 구조를 재점검하고, 지역 예술계가 납득할 수 있는 내실 중심의 계획으로 전환해야 한다. 건물이 아니라 채워질 내용이 전주시립미술관의 미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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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2.11 18:27

[오목대] 새만금 공항과 돔구장

며칠 있으면 민족의 명절 설날이다. 요즘엔 명절 연휴를 이용해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다녀오는 이들이 많으며 제주도 등 국내 주요 관광지 역시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두가 고향을 찾던 시절 귀성 인파는 어마어마했다. 제대로 된 운송수단이 없던 시절, 몰려들로 인파로 인해 참담한 사고도 있었다. 설 명절을 이틀 앞둔 날 터진 서울역 압사 사고가 대표적이다. 때는 1960년 1월26일 밤 11시 서울역 승강장. 서울역에서 익산, 정읍을 거쳐 목포로 향하는 호남선 하행열차 승강장에는 구름같은 인파가 몰렸다. 역 직원이 “열차 출발 5분 전”이라고 외치자 사람들은 쏜살같이 승강장 계단 쪽으로 내달리다가 넘어지면서 압사사고가 발생, 역내 계단에서만 31명이 사망하고 41명이 부상당했다. 요즘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그게 바로 60여년 전,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빚어진 참사였다. 요즘엔 귀성객도 크게 줄었거니와 자가용, 비행기, 고속철도 등이 잘 갖춰져 전세계적으로도 대한민국은 교통에 관한 한 최고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미줄처럼 잘 짜여진 국내 항공노선 역시 가장 선진화 한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며칠 전 눈에 띄는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베트남 하노이-호찌민 노선은 월간 좌석 수 115만148석을 기록,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내선 노선 1위에 올랐다. 그동안 최상위 자리를 지켜온 ‘제주-김포’노선이 ‘하노이-호치민’ 노선으로 바뀐 것이다. 약 3만명 차이로 한국은 2위로 밀렸다. 새만금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는 전북의 약진 여부는 결국 국제공항이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 규모로 완공되는가에 달려있다. 특히 2036 올림픽 유치의 성사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탐문되면서 그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중앙정부에서도 최근들어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북은 (하계)올림픽을 유치한다고 난리인데, 중요한 현안인데 보고를 했어야 했다”고 관계부서를 질타하면서 청와대 참모나 문화체육관광부 등도 바짝 고삐를 당기는 분위기다. 새만금개발과 올림픽 유치 등을 염두에 둔 전북이 앞으로 강력하면서도 빠르게 추진해 할 과제가 바로 공항과 돔 구장이다. 공항의 필요성이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이젠 돔 구장을 누가 먼저 갖추는가 하는게 K컬쳐의 잇점을 살릴 수 있는 요체다. 굵직한 스포츠 행사는 물론, 연중 비중있는 공연 등을 개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돔 구장은 연중 스포츠 행사나 공연 등으로 쉬는 날이 없다. 국내에는 현재 고척 돔 하나만 가동중인데 최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5만석 규모의 돔 구장 건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공개적으로 제안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2036올림픽 개막식을 전주 돔구장에서 갖는 것은 과연 꿈같은 일 일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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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2.11 18:26

[의정단상] 설 민생대책·경제 회복 중심은 소상공인이다

‘본립도생(本立道生)’, 뿌리가 바로 서야 길이 열린다는 말처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지역경제의 근간이다. 이 뿌리가 단단해야 전북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 구매 시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가 시행될 예정이다. 소비 촉진이라는 취지는 좋으나,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주도하다 보니 같은 시장 안에서도 비(非) 농축수산물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정책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부처 간 칸막이 행정’의 폐해다. 전북은 대형 상권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이를 고려하면 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한 부처 간 통합 정책을 통해 모든 상인에게 동일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 설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가 칸막이를 내려놓고 통합된 민생대책을 추진하길 바란다. 최근 논란이 된 대형마트 온라인·새벽배송 허용 논의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오프라인 유통업 역차별 해소’나 ‘플랫폼 독주 견제’의 수단으로 보지만, 정작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상공인은 고려 대상에서 빠져 있다. 전북처럼 지역 상권 의존도가 높은 곳에서는 그 충격이 더 직접적이고 깊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의 온라인·새벽배송 허용은 유통 산업 생태계와 「유통산업발전법」의 근간을 흔드는 변화다. 대형마트가 상생 기금을 내놓고 정부가 지원을 늘린다고 해도, 하루 매출에 생존이 걸린 소상공인의 피해가 상쇄되기는 어렵다. 시설 개선이나 위탁 판매를 내세워 규제 완화를 수용하라는 것은 소상공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기만적 행위다. 플랫폼 독주의 문제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아니라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시장지배력 남용·과도한 수수료·불합리한 정산 구조를 바로잡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플랫폼의 구조적 불공정이지, 대형마트의 규제 여부가 아니다. 이러한 논란은 개별 정책의 찬반을 넘어, 정부 정책이 어떤 기준과 시선으로 지역 경제를 바라보고 있느냐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전국을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역 상권이 처한 조건과 회복 속도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전북은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전략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첨단 AI 모빌리티, 푸드·헬스테크를 미래 성장엔진으로 설정했다. 익산 국가식품산업클러스터와 농생명 산업, 지역 제조업의 고도화는 전북의 지도를 바꿀 거대한 흐름이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한 첨단 산업의 탑을 쌓아 올려도, 그 바닥을 지탱하는 소상공인이라는 토대가 부실하면 그 탑은 모래성에 불과하다. 소상공인은 전북 경제의 실핏줄이자 도민의 일상을 떠받치는 뿌리다. 첨단 산업이 거시적 성장을 이끈다면, 소상공인은 그 성과를 지역 구석구석으로 전달하며 민생 경제의 온기를 유지한다. 소상공인이 무너지는 것은 단순히 상점 몇 곳이 문을 닫는 문제가 아니다. 전북도민 생활의 만족도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붕괴되는 것이다. 전북의 미래는 골목과 시장, 그리고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따뜻한 온기가 퍼지고, 지역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도 회복의 기운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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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2.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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