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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거주지 국외 이전과 조세 전략

대재산가 등 거주자의 해외 이민 또는 해외법인 설립 사례가 늘고 있다. 삶의 질, 자산관리 또는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조세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싱가포르·말레이지아 등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민을 떠나고, 홍콩·BVI 등 저세율 국가에 법인을 설립해 사업 거점을 해외에 둔 것처럼 꾸미거나 명의신탁을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들의 사업 의사결정이나 생활 중심지가 실질적으로 한국이라면 무거운 세금과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 A사는 홍콩에 지주회사를 두고 국내 주식에 투자하여 큰 차익을 거두었지만, 국세청은 투자 의사결정 및 자산관리 활동이 실제 한국에 거주하는 경영진에 의해 수행되었다는 이유로 실질적 관리장소를 국내로 판단해 법인세를 추징했다. 또한, 대재산가 B씨는 싱가포르로 이민을 갔지만, 실제 B씨와 가족들은 연중 상당한 기간을 한국에 머물며 사업체의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 경우 향후 한국 거주자로 판정되어 무거운 세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법률상 국적이나 주소 이전만으로 거주지 변경이 인정되는 시대는 지났다. 세법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본다. 외국에 등록된 법인이라도 실질적 관리장소가 한국에 있으면 내국법인으로 간주되고, 이민을 갔더라도 생활근거, 가족, 자산, 사업 의사결정이 국내에 존속한다면 한국 거주자로 보게 된다. 거주지 국외 이전을 통한 절세전략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첫째, 형식적 해외 이주는 당장은 세부담이 가볍지만, 추후 세무조사에서 소득세·법인세·상속세가 한꺼번에 부과될 위험이 크다. 이제는 조세회피처 국가에 설립된 법인, 신탁 및 금융계좌 정보까지도 과세당국 간 정보교환의 대상이 된다. 둘째, 법인과 개인 모두 국제조세 기준이 강화되었다. 우리나라 등 대다수 국가는 실질 기준에 따라 과세권을 배분하는 OECD 권고안을 이미 국내법에 반영했다. 단순히 해외에 주소를 두거나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절세수단이 아니다. 셋째, 형식적 해외 이전은 내부 지배구조나 자금흐름의 투명성을 떨어뜨려 회사 가치에도 부정적이다. 해외법인이 국내에서 사실상 운영되는 구조는 회계투명성, 이전가격 리스크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까? 첫째, 해외 이주나 해외법인 설립이 필요하다면, 생활·경영의 중심을 해외로 실질적으로 이전해야 한다. 체류기간, 가족거주, 사업 의사결정구조의 재편이 모두 함께 움직여야 한다. 둘째, 기업의 경우 해외법인에 독립적 의사결정구조, 직원과 사무실, 회의·계약체결 등 실질 활동이 존재해야 내국법인 간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셋째, 개인·기업 모두 국제조세, 상속세, 이전가격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사전 세무진단 서비스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민, 지배구조 변경, 해외 자산이전은 전체 구조 속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거주지의 국외 이전은 선택이다. 그러나 세법은 그 선택의 실질을 평가한다. 형식만 해외로 옯겨 놓는 조세회피 시도는 결국 더 큰 세금과 위험으로 돌아온다. 해외 이전이 필요하다면, 그만큼 정직하고 투명한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법과 현실 모두에서 정당한 글로벌 세무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김명준(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前 서울지방국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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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3 18:42

[기고] 위대한 도시로 가기 위한 선택

“3, 2, 1, 발사!” 누리호가 우주로 떠났다. 1차 발사 때는 위성 덮개 한쪽이 열리지 않아 목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2차 발사 때는 이륙 후 2분 만에 기체가 폭발했다. 뼈아픈 실패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자국 영토에서 위성을 쏘아 궤도에 올린 세계 11번째 나라가 됐다. 역사는 언제나 실패 위에 쌓인다. 그리고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 역사를 끌어간다. 그런데, 여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도전을 미루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고 딴지를 거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숙소도 부족한데 무슨 올림픽 유치냐?”는 얘기다. 당연히 현재 상태로는 숙소가 부족하다. 숙소가 없으니 올림픽 유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유치를 계기로 숙소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정답이다. 다시 경주로 가보자. 경주는 대표적인 관광도시지만 APEC 인력 수용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크루즈선이다. 영일만항에 크루즈 2척을 정박시켜 약 1,100명의 기업인 숙박시설로 사용했다. 파리올림픽 서핑 경기는 파리에서 약 1만 5000㎞ 떨어진 타히티에서 열렸다. 선수 숙소는 ‘아라누이 5호’라는 크루즈였다. 100개가 넘는 객실에 약 230명을 수용했다. 2016 리우 올림픽 때도 크루즈를 활용했고 카타르 월드컵 때는 3척의 크루즈로 1만실을 확보했다.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약점을 강점으로 삼고, 맨바닥에서도 대안을 찾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과거 전북은 곧잘 그런 일을 해냈다. 전북 최초로 전국체전이 열렸던 1963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에는 체전을 치를 만한 운동장이 없었다. 흙먼지 날리는 기린공설운동장이 전부였다. 체전위원회는 새 종합운동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도민들이 나섰다. 인분 푸는 사람부터 구두닦이까지 성금을 냈고 도민들은 환갑 잔치를 포기하고 성금에 보탰다. 그렇게 3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모아 종합경기장을 지었다. 숙소도 문제였다. 호텔은커녕 변변한 여관 하나 없던 시절이었다. 또 도민들이 나섰다. 가정집 민박을 추진한 것이다. 덕분에 ‘인정체전’,‘민박체전’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가정집마다 차려낸 전주식 백반에 모두가 감동했음은 물론이다. 이 대회로 전북 최초 4차선 대로(지금의 팔달로)가 뚫렸고 도민들 마음에는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자리 잡았다. 1963년 전국체전 자리에 2036년 올림픽을 대입시켜 본다. 60년이 지난 지금, 기술의 발전은 얼마나 눈부신가. 인간의 힘으로 해내지 못할 것이 없고, 인간의 마음보다 위대한 것은 없다. “갑오개혁 이후 전북이 서울을 이긴 유일한 사례”로 일컬어지는 하계올림픽 신청도시 유치!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49대 11이라는 압도적 차이를 확인하기 전까진 누구도 전북의 승리를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경기장이 없다고, 숙소가 부족하다고, 카타르보다 돈이 없다고, 인도보다 신청서 제출이 늦다고, 모든 것이 안 된다는 말만 하고 있다. 언제까지 안되는 쪽만 붙잡고 있을 것인가. 올림픽 경쟁은 대한민국이 세계와 하는 것이지, 전주와 서울이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경쟁을 외면하면 우리는 미래로 가지 못한다. 줄어드는 인구와 취약한 인프라에 허덕이는 변방의 도시로 남을 것인가, 올림픽을 치러낸 위대한 도시로 역사에 기록될 것인가. 그것은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김연근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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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3 18:41

[기고] APEC 이후 한중관계 전망에 관해

2025년 APEC을 계기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향후 최소 5년 이상 지속될 한중 협력의 방향과 목표를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이 글에서는 이번 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에 대하여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전망을 제시하며, 향후 양국이 집중해야 할 전략적 과제들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중 관계가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는 인식 아래, 경제적 이익과 안정적 외교 환경 창출을 목표로 하는 전략적 상호호혜 시대로 이행하고 있음을 확인하려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동반자”로 규정한 발언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의 방향성에 대한 일부 회의적 시각을 불식시키고, 양국 관계가 기존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보다 더욱 공고하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상호 사회제도와 발전 경로 존중을 재확인하며, 양국 간 이견을 “우호적 협상을 통해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 주석이 강조한 “진정한 다자주의(Genuine Multilateralism)”는 지역 경제 질서 안정 유지의 필요성을 반영하며, 한국 역시 중국과 전략적·실질적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최근 발간된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제5권)에서 제기된 인류운명공동체 담론은 국제사회 협력과 공동 번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이 독자적 외교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경제와 민생 분야 성과도 두드러진다. 양국은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가속화하고, 금융·법률·의료·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시장 확대와 투자 환경 개선을 합의했다. 한국 기술과 중국 시장이 결합할 경우 새로운 성장 동력이 창출될 수 있다. 또한 4000억 위안 규모 원-위안 통화 스와프 5년 연장은 금융 안전망 강화와 역내 금융 질서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향후 협력은 AI, 바이오 의약, 녹색 기술, 고령화 대응 산업 등 미래 전략산업으로 확대될 전망이며, 온라인 범죄 공동 대응 MOU 등 국민 안전 강화 사례도 나타난다. 북한 관련 발언에서 중국은 비핵화 직접 언급을 자제하며 전략적 균형 유지를 강조했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소통 의지를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한중 관계가 해빙기를 넘어 전략적 상호 호혜와 공존·공영의 새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공식화했다. 향후 과제로는 ① FTA 고도화 및 제도화 ② 첨단 산업 협력 프로젝트 추진 ③ 기업 간 협력 장벽 완화 ④ 민생 분야 협력 확대 등이 있으며, 환경·보건·기후변화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협력 확대를 통해 지속 가능한 관계 구축과 국민적 지지도 확보가 중요하다. 한중 양국은 상호 의존성이 공고화된 관계로, 이번 회담을 바탕으로 새로운 30년을 향한 안정적 파트너십 구축이 기대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12.02 17:36

[사설] 불법 계엄 1년, 단죄하되 국민에너지 모으자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가 오늘로 1년을 맞았다. 깨어있는 국민과 국회의 힘으로 계엄은 저지되었고 정권이 교체되었다. 민주주의는 빠르게 복원되었고 경제는 상당 부분 회복되었다. 그러나 계엄을 잉태한 각종 제도와 인물, 극한 대립의 정치구조는 오히려 심화되었다. 불법 계엄 1년을 맞는 우리는 계엄이 남긴 상흔을 지우고 새로운 전진을 위해 신발 끈을 동여매야 할 때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계엄 선포 이후 45년 만이었다. 선포 직후 군병력이 국회와 중앙선관위 진입을 시도했고 자정 무렵에는 헬기까지 동원되었다. 긴박했던 순간, 시민들의 저항으로 계엄군의 국회 본청 진입이 실패했고 다음 날 오전 1시 1분 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우여곡절 끝에 주도세력은 체포되고 지난 4월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직 파면 결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6월 3일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숨 가쁘게 달려온 1년이다. 그러면 남은 문제와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철저하게 단죄해야 한다. 불법 계엄에 대한 진상규명과 처벌은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계엄 주도세력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망상에 빠져 있다. 또 이들을 비호한 세력들도 각계에 웅크리고 있다. 내란 특검팀 등 3대 특검팀은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으면 한다. 이 땅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되기 때문이다. 둘째, 국민통합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 내란 세력에 대한 응징은 철저히 하되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국민은 피로감을 느낀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시위를 성공적으로 수렴하지 못한 것도 과거 청산이 너무 긴 탓이다. 수사와 재판이 길어지면 국민은 이를 정치 보복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셋째, 국력 회복과 경제발전에 힘썼으면 한다. 12·3 비상계엄 직후 국제사회에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그러나 한국은 대통령 탄핵과 대선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국제사회의 우려를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 등 불안한 구석이 여전하다. 불법 계엄 청산이 우리의 묵은 때를 벗는 기회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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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2.02 17:34

[사설] 이웃 나눔으로 살맛나는 전북 만들자

전북은 대기업도 거의 없고, 지역경제 또한 가장 어려운 지역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열기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곳으로 유명하다.그래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곳에 오래 근무한 이들은 더불어 사는 전북의 온정을 항상 느낀다며 감탄하는 경우가 많다. 춥고 배고프지만 그만큼 사회공동체에 대한 따뜻한 정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연말연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전북 ‘희망 2026 나눔캠페인’이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의 첫날 본격 시작됐다. 전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는 지난 1일 전주시 고사동 오거리 문화광장에서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열고 캠페인 시작을 알렸다. 내년 1월 말까지 앞으로 두 달간 116억1000만원을 목표로 진행된다. 목표액의 1%가 모금될 때마다 사랑의온도탑 온도가 1도씩 올라가는데 목표액이 달성되면 나눔온도 100도에 이르게 된다. 계엄과 경기 한파가 휘몰아쳤던 지난해 전북의 나눔온도는 86.8도(모금액 100억7700만원)에 그쳤다. 올해도 지난해와 동일한 목표액을 설정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1억원 이상을 기부하는 사람도 있고, 극단적인 경우 100억원 넘게 기부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나눔의 의미는 십시일반 한 수저씩 내놓는 것이다. 그게 바로 웅장한 하모니와 변화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희망 2026 나눔캠페인은 ‘행복을 더하는 기부, 기부로 바꾸는 전북’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중이다. 나눔은 베푸는 사람에게 우선 큰 기쁨을 준다. 어려운 이에게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그러한 따뜻한 마음이 모아져 결국 전북 공동체가 살맛나는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참고을의 경우 누적 기부금 8억 7776만원을 기록하며 나눔명문기업 골드 등급에 가입했다. 그런가하면 아너소사이어티 안정현 회원의 세 자녀가 ‘패밀리 아너소사이어티’로 1억 5000만원을 기부해 캠페인 1호 개인 기부금을 전달했다. 십시일반 모아진 성금은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 위기기 가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이들의 한끼 식사, 주거환경 개선에 긴요하게 쓰이게 된다. 행복한 세상, 살맛나는 공동체는 개개인의 작은 헌신과 참여로부터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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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2.02 17:34

[오목대] 민주주의 위기와 브라질의 선택

2023년 1월, 브라질은 39대 새 대통령을 맞았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브라질을 이끌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12년 만에 다시 집권한 그를 세계는 주목했다. 룰라는 재임 당시 부도 위기에 몰려 있던 브라질을 세계 8위 경제 대국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그가 집권했던 시기 브라질의 빈민은 크게 줄었고,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안정됐다. 퇴임 이후 새 정권의 부패 척결 수사의 표적이 되며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락했지만, 그는 자신에게 씌워진 모든 혐의를 벗고 복권됐다. 그리고 다시 도전한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1%대로 간신히 꺾고 당선됐다. 그러나 대선 직후 브라질은 충격에 빠졌다.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 집무실이 일제히 습격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폭동이었다.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선거론을 퍼뜨리며 룰라 취임을 반대해온 이들은 “보우소나루를 다시 자리에 앉히라”며 군부 쿠데타를 선동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지목한 폭동의 배후가 있었다.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쿠데타를 계획해왔다는 혐의의 중심에 선 인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다. 최근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보우소나루에게 징역 27년형을 확정했다. 브라질 역사에서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 파괴 혐의로 실형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 판결은 한 정치인의 몰락을 넘어, 현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새로운 위험을 경고한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선거론으로 선거제도·사법부·언론을 동시에 공격하고, 극단적 지지층을 결집시켜 체제를 흔들려 했던 보우소나루의 전략은 무지하고도 위험한 반민주주의의 교본이었다. 브라질 사법부는 이 파괴적 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멈춰 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계엄령 선포 때문이다. 무책임한 최고 권력자의 부질없는 망상과 왜곡된 위기 인식은 나라 전체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그 후 1년, 대한민국의 오늘은 어떤가. 계엄을 동원해 민주주의의 규칙을 벗어나려 했던 시도, 정권의 위기를 극단적 지지층 동원으로 돌파하려는 천박한 전략, 선거 절차를 둘러싼 음모론적 공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때 아무도 막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란의 밤이 남긴 질문은 민주주의의 최후 방어선이 헌법이 아니라, 그 헌법을 지키려는 정치적 문화와 성숙한 시민들의 의지라는 것을 우리는 다시 확인하게 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던 권력자에게 브라질이 보여준 답. 이제 그 답을 한국은 어떻게 찾을 것인지, 그 선택의 시간이 우리 앞에 와 있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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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12.02 17:33

[새벽메아리] 주민 자치 시대의 근거를 지워 버린 익산시의회

2016년 1월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민간인 동장이 임기를 시작했다.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4동의 황석연 동장(당시 49세)이었다. 그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개방형 공모를 거쳐 2년 임기의 동장이 되었다. 임기 초반, ‘혁신의 전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협치와 자치의 원리입니다. 주민들 스스로 지지와 격려를 나누면서 자기 주도하에 마을을 변화시키고 가꾸어가게끔 하는 것이지요. 지금은 ‘통치’가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그는 독산4동이 처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가며 마을의 풍경을 조금씩 바꿔나갔다. 그는 먼저 주민센터 3층에 있던 동장실을 없애고 벽을 터서 주민과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주민 스스로 동네의 문제를 찾고 혁신적 해법을 세워 실행할 수 있도록 한 것. 그렇게 고질적인 골목길 쓰레기 문제와 주차 문제의 해법을 주민과 함께 찾아내 ‘재활용 정거장’과 ‘도시 광부’ 사업을 시작했고, ‘행복 주차 골목’도 만들어냈다. 여름엔 동네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성당 주차장에 공짜 수영장을 열었고, 겨울엔 차들로 북적이던 먹자골목을 막아 골목 운동회를 열었다.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서울시에서 받아내거나 다른 예산을 줄여 마련했다. 그동안 정부와 광역ㆍ기초지방자치단체가 정해준 일들만 처리하던 ‘동’이 스스로 계획과 예산을 세워 문제를 해결해본 첫 ‘자치’의 경험이었다. 하지만 동장 한 명 바뀐다고 ‘주민(지방) 자치’가 실현되는 건 아니다. 조직과 제도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게 ‘주민자치회’다. 지난 2013년 처음 시범사업을 시작한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직접 정책을 만들고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든 조직이다. 주민자치센터의 사무도 위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13년째 시범사업 꼬리표를 떼지 못해왔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는 주민자치회의 전면적 확대·시행을 여러 번 약속했고, 지난달 27일 주민자치회를 법적 기구로 인정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 행정안전위를 통과했다. 이제 법제사법위와 본회의 통과 절차만 남아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①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하여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자치회가 설치되는 경우 관계 법령, 조례 또는 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사무 일부를 자치회에 위탁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길게는 일제강점기 이후 끊어졌던 ‘풀뿌리 주민(지방) 자치’ 시대의 부활이 비로소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곧 시범사업 꼬리표를 떼고 법적 기구로 자리잡을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센터의 위탁 운영과 주민참여예산의 운영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익산시에서만은 그럴 수 없다. 지난 2021년 익산시의회가 ‘익산시주민자치회시범실시및설치·운영조례’에서 ‘자치센터 위탁’ 조항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당시 의회는 개정 이유로 ‘상위법에 위배 된다’는 점을 들었으나 당시 관련 법령이나 행안부 <표준 조례안>에 비춰 이는 전혀 근거가 없을뿐더러 다른 지자체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개정 사례다. 익산시의회는 이제라도 잘못된 조례를 바로잡아 익산시가 ‘자치 낙후 도시’로 낙인찍히는 일이 없도록 하길 바란다. 윤찬영 북카페 기찻길옆골목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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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2 17:33

[위병기의 화룡점정] 도지사,교육감, 전북대총장 선출의 함의

마가(MAGA)는 미국 정보통신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애플(Apple), 구글(Google), 아마존(Amazon)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그런데 요즘 MAGA라고 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내건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첫 글자 조합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은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은 이제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과 자국민의 복지를 최우선시하는 리더십을 확실하게 택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군현 수는 평균 331.50개에 달하는데 경상도가 69.17개로 가장 많았고, 전라도가 56.42개, 충청도가 53.92개, 평안도가 42개, 경기도가 38.50개, 강원도가 25.67개, 함경도가 23.17개, 황해도가 22.67개 등이었다. 오날날 전북엔 24개가 있었다. 이후 일제시대와 광복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철도역 또는 항만이 있는 곳의 도시는 급속히 팽창한 반면, 전통적인 군현 또는 읍치는 몰락의 길을 걷게된다.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인구감소 추이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얼마전 순창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시범지역을 추가 선정 예정인데 전국적으로 3곳을 정하면 장수군이 포함되고, 5곳이 추가되면 진안군까지 포함될 전망이다. 그만큼 전북이 쇠락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사례다. 최근 치러진 전주교대 총장 선거와 3일 진행되는 군산대 총장 선거에서 최대 화두는 바로 전북대와의 통합 여부였다고 한다. 대다수 후보들은 거점 국립대인 전북대와의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이미 오래전 전북대가 통합하자고 할때 전주교대와 군산대는 이를 보기좋게 거부했는데, 많은 시간이 지나고 존폐의 위기에 직면하게되자 이제 전주교대와 군산대가 통합을 말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젠 전북대 교직원들이 반대할 것이 분명하고, 전주시와 군산시가 막대한 재정지원을 담보하지 않는 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아직 똑 부러지게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전주완주 통합도 사실상 무산된지 오래다. 어느 누가 어떤 입장을 보였든 이제 전북은 통합없이 이대로 살아야 한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새만금특별자치단체 설립 문제에 대해서도 군산, 김제, 부안 3개 시군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다면 전북은 역시 변화대신 이대로 편안하게 살아가야 한다. 전북을 이끌어 온 지역 리더들이 백가쟁명의 해법을 제시했으나 결정적으로 자기희생이 없이 구두선처럼 말로만 외치면서 질시와 갈등을 조장한 결과가 바로 오늘날 한계에 직면한 전북의 현 주소 아니겠는가. 그런점에서 내년 선거때 도지사와 교육감, 전북대총장을 과연 어떤 사람으로 선출하는가 하는 것은 지역의 지향점을 가늠케 한다. 물론 전주시장을 비롯한 14명의 시장, 군수 또한 중요하겠으나 어쨋든 전북의 상징성은 이 3명으로 모아진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나름의 의미가 있겠으나 이젠 지역민들이 마지막 희망을 갖느냐, 아니면 기대를 접고 떠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그게 작금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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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12.02 17:32

[사설] 얄팍한 비방 아닌 정책대결로 겨뤄라

선거는 말 그대로 총알 없는 전쟁이다. 그래서인지 총알만 없을 뿐이지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사실은 총알보다 더 무서운 말의 비방전이 난무하는 곳이 바로 선거 현장이다.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가 본격화하면서 무서운 비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고지를 지키려는 현역 단체장과 이를 꺾으려는 도전자의 대결은 연일 창과 방패가 부딪치는 현장, 그 자체다. 특정 후보나 캠프만 대결하는 게 아니다. 각종 단체의 이름을 앞세웠을 뿐 그 이면에는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내재돼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매서운 공격과 방어, 치열한 논쟁은 제대로 된 방향을 잡기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다. 그런데 이성이 아닌 감성이 앞서고, 정책 논리가 아닌 호불호의 논리가 저변에 깔려있다면 그것은 문제다. 일선 시장, 군수나 도단위 지사, 교육감, 또는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얄팍한 비방전이 난무한다면 그것은 좋은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제대로 된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단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술수와 잔재주일 뿐이다. 요즘들어 선거 캠프를 중심으로 극단적인 네거티브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하고 상대의 정책과 비전에 대한 비판인것 같아도 속내를 보면 얄팍한 비방을 통해 깎아내리려는 의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신빙성도 종종 도마에 오른다. 특정 캠프 또는 사이비 언론으로 포장된 특정 브로커 가 낀 여론조사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정확한 근거와 비전을 제시하는 비판은 일보 전진을 위한 건전한 지적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감정의 잣대를 들이대고 논리가 아닌 비방으로 일관한다면 그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우려스럽다. 더욱이 평소에 지역발전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이나 고민조차 하지 않는 이들이 어러쿵, 저러쿵 뒷담화만 늘어놓는 것은 볼썽사납다.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주완주통합이나 새만금 특별지자체 문제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일부의 비판을 우려해 입을 다물다시피 하던 이들이 뒤늦게 잘했네, 못했네 하는게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모를일이다. 단순히 비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적어도 지방선거에 나설 이들이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대안을 제시하면서 지역 공동체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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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2.01 18:44

[사설] 시내버스 정류장 발열의자, 확대 설치해야

12월 들어 매서운 한파가 닥치고 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월동채비와 함께 옷깃을 여미게 된다. 이런 때일수록 서민들의 겨울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서민들이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선 더욱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서민들이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앉아 있는 정류장의 발열의자 설치도 그중 하나다. 탄소 발열의자는 의자에 온도 센서를 부착해 기온이 18∼22℃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의자 온도를 30℃ 이상으로 유지하게 설계된 제품이다. 전주시는 지난 2016년부터 탄소 발열의자를 시범 도입했다. 지난달 기준 전주 시내 정류장 총 1307개소 중 50.6%인 661개소에 탄소 발열의자가 설치돼 있다. 이 의자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저녁 늦은 시간을 제외하고 20시간가량 가동된다. 발열의자가 절반 정도만 설치된 것은 전기설비 설치 문제로 발열의자를 도입하기가 어려운 정류장이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탄소를 이용하는 제품이라 전기세 등 유지 관리 비용은 큰 부담은 아니지만, 현재 전기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버스정류장은 전기시설 설치 비용이 발열의자 설치 비용보다 크게 투입돼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관련 예산을 꾸준히 확보하고 내년에도 입지상 가능한 곳을 대상으로 추가 설치 목표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내 중심부에는 대부분 설치돼 있으나 외곽 등은 배차 간격도 길고 온열의자도 없어 더욱 추위에 떨어야 한다. 온열의자가 없는 경우 날이 추울수록 의자에 앉아 있으면 더욱 추위를 느끼게 돼 발을 동동 구르더라도 서 있는 게 낫다. 전문가들은 기다리는 시간은 실제 이동 시간보다 체감이 3배가량 더 괴롭고, 겨울엔 4배로 커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또 발열의자는 관리도 중요하다. 간혹 센서 고장 등으로 발열의자가 가동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수시로 점검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횡단보도 옆에 온기 텐트나 서리풀 이글루, 미끄럼·낙상을 방지하는 정류소 열선 등도 점차 확대해 나갔으면 한다. 시내버스는 고령층이나 학생 등 이동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서민의 발이다. 이들이 이번 겨울에도 추위를 덜 느끼도록 지자체 등에서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전주뿐만 아니라 익산, 군산 등 14개 시군 모두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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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2.01 18:43

[오목대] 100원 버스와 전주 BRT

단돈 100원이다. ‘청소년 시내버스 100원 요금제’를 시행하는 지자체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인구 유출을 막아야 하는 지방도시들이 ‘청소년 교통비 지원 정책’에 적극적이다. 아예 무료인 지역도 있다. 전북에서는 올해 익산과 김제가 100원 요금제에 동참했다. 익산시는 지난해 어린이(6~12세)를 대상으로 ‘100원 버스’ 정책을 시범운영한 뒤, 올해 7월부터는 대상을 청소년(13~18세)까지 확대했다. 또 김제시도 인구정책의 일환으로 올 10월부터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학생 100원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부안군에서는 지난 2018년 농어촌버스 단일 요금제를 시행하면서 초·중·고교생 요금을 100원으로 책정했다. 군산시가 가장 적극적이다. 100원도 아니고 아예 무료다. 군산시는 지난 2023년 11월 관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교통 사업을 시행한 후 지난해 9월부터는 그 대상을 중학생까지 확대했다. 중·고교생과 또래의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군산시의 무상교통 정책은 지역 청소년 단체의 제안을 지자체장이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실현됐다. 각 지자체의 교통비 지원 정책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청소년 이동권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심각한 인구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도 당연히 깔려 있다. 그런데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전주와 완주에서는 이 같은 정책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상대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23년 말에는 청소년단체가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 100원 버스 지원 예산 반영을 촉구했다. 초·중·고교 무상급식 정책처럼 전북도와 전북교육청, 그리고 각 시·군이 예산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100원 요금제를 시행하라는 주장이다. 100원 버스 정책은 단순한 요금 할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선 청소년들의 버스 이용률을 높여 대중교통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또 청소년들의 공동체 의식과 지역 유대감을 강화해 인구 유출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전주시는 지역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해마다 버스업체에 막대한 재정지원금을 퍼주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재정부담은 어렵다는 것이다. 전주시는 교통비 지원 대신 대중교통 혁신 정책으로 국비 지원(사업비의 50%)을 받는 ‘BRT(간선급행버스체계)’를 택했다.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 중앙에 정류장과 버스 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버스의 정시성과 신속성을 높여 대중교통 체계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도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1단계 기린대로 구간 공사에 착수했다. 내년 11월 개통이 목표다. 대중교통 활성화와 버스 운영체계 효율화를 위해 적지 않은 논란과 기대 속에 전주시가 본격 추진하고 있는 BRT사업과 올해 익산·김제시가 도입·시행한 청소년 100원 요금제의 실질적 성과가 궁금해진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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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12.01 18:43

[문화마주보기] 전주의 헤리티지, 영화

콘텐츠 업계에 시간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차트 역주행’이라는 표현이 흔해질 정도로 과거의 노래가 신곡이 아님에도 인기를 끌며 재조명 받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최근 영화관도 신작보다 고전영화의 집객 결과가 높을 때가 많다. 이를 반영하듯 수입배급사들은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명작이나, 유명한 영화의 복원판을 구해 재개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치로만 봐서는 음악이든 영화든 신작이 줄어 생긴 현상은 아니다. 음악 소개 사이트를 보면 하루에 수십곡이 발표될 정도로 많은 창작물이 쏟아진다. 한 명의 인간이 내용을 소화하고 즐기고 애착을 느낄 시간에 비해 과도한 선택지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예전처럼 2주 안에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창작자들에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긍정적 측면은 창작물이 온라인 공간 속 어딘가 존재만 한다면 절적한 시기에 향유자를 만날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고, 부정적 측면은 창작자들은 이제 시대를 초월해 역사 속 모든 창작물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창작물이 있어도 제대로 된 관리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며칠전 대만 감독 허우 샤오시엔의 <비정성시>(1989)가 한국에서 특별 상영을 했는데 표를 못구한 사람들의 개봉 요청이 소셜미디어에 빗발쳤다. 이정도 호응이면 수입사들이 움직일법도 한데 저작권과 관련된 복잡한 사정으로 이 영화는 이벤트 상영으로 그치게 됐다. 80년대 후반 영화가 2025년에 여전히 현재의 영화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음이 증명되었지만, 저작권에 대한 세밀한 관리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확장성이 제한된다는 것을 깨우친 사례이다. 인터넷이 불러온 디지털 환경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정보를 찾아서 즐길 수 있게 했다. 오프라인에만 존재하던 과거의 기록을 온라인 공간에 아카이빙 하기 시작한 여러 기관과 개인의 참여로 이제 우리는 대부분의 정보를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게 됐다. 영화분야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국영상자료원이 만든 자체 사이트 KMDb VOD를 들 수 있다. ‘한국고전영화’ 라는 이름으로 방대한 한국영화와 관련 영상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현재는 유투브와 네이버TV에서도 상영중이다. 이는 국내외 시네필, 영화관련 종사자와 학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한국 영화 아카이브 중 하나이다. 전주라는 도시가 영화로 알려지게 된 것에는 전주국제영화제의 활약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영화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영화제가 영화를 제작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디지털삼인삼색’이라는 이름으로 42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했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저작권도 영화제가 확보하고 있다. 이후 장편 영화 투자 프로그램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경우 약 40편이 만들어졌고 저작권의 일부 권리를 가지고 있는 형태이다. 지금까지는 영화관, 미술관 등과 협업을 통해 특별 상영 형식으로 스페인, 독일, 멕시코 등에서 상영을 해왔지만 콘텐츠 업계의 변화된 시간 개념을 고려한다면 전주국제영화제가 저작권을 보유한 창작물을 아카이빙을 하고 한국영상자료원의 예와 같이 전세계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온라인의 공간이 마련되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제작한 영화들은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 유산으로서 관리될 수 있는 행정, 제도적 절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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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1 18:42

[경제칼럼] 전북, 피지컬 AI로 AX 대전환을 선도하다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AI)에 ‘물리적 실행력’을 결합하는 새로운 문명적 전환점에 서 있다. 챗GPT와 같은 초지능형 AI가 화면 속 조언자를 넘어, 로봇·센서·스마트 장비와 연결되어 실제 세계에서 스스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을 넘어, 산업 전 과정이 초지능화·초연결화·자율화되는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 국면에 들어섰다. 향후 산업 경쟁력은 데이터 분석 능력보다, 현장에서 직접 작동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실행형 AI, 즉 피지컬 AI가 좌우하게 될 것이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알고리즘 적용 기술이 아니다. 로봇, 센서, 디지털트윈, 3D 시뮬레이션 등 물리세계의 움직임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여 ‘실물 기반의 지능’을 구현하는 기술 체계다. 산업현장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며 개선하는 자율형 공장과 자율형 농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제조·농업·에너지·물류·의료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산업이 ‘AI+물리기술’ 융합을 통해 다시 설계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테크노파크가 있다. 전북은 농생명·푸드테크·이차전지·스마트에너지 등 탄탄한 실물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피지컬 AI를 결합해 전통산업의 스마트화를 넘어 산업구조 전체를 첨단화하는 본격적인 AX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반 위에 구축되는 피지컬 AI 전환’이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미래 산업지도를 그리고 있다. 전북테크노파크는 피지컬 AI 실증 거점으로서 전북의 주력산업 전 과정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공정 자동화, 품질 예측관리, 물류 최적화, 안전관리의 지능화 등 생산 전주기에서 데이터 기반 혁신을 지원하며, 제조공정의 AI 기반 불량 예측, 농업 분야의 디지털트윈 스마트팜, 에너지 효율관리 등은 전북형 ‘현장 중심 AX’의 대표 사례이다. 또한 전북은 국가 전략과 연계된 피지컬 AI 실증과 산업 적용의 대표 테스트베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북테크노파크의 AI 제조혁신, 디지털 에너지 관리, 농업 AX, 산업 데이터 허브 구축, 사이버보안 클러스터 조성 등 주요 사업들은 모두 피지컬 AI를 통한 산업 대전환을 현실로 만드는 실증 사례들이다. 전북은 기술을 소비하는 지역이 아니라 AI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고 검증되는 현장 실험실로 성장하고 있다. 전북테크노파크는 산업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사람 중심의 AI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도내 대학·연구기관·기업과 협력해 AI·데이터 융합인재를 양성하고, 중소기업 맞춤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역량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이 지역 안에서 디지털 기술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앞으로 전북테크노파크는 피지컬 AI 실증센터 확장, AI 기반 공정혁신 플랫폼 구축, 산업 데이터 거버넌스 고도화, 디지털 에너지 RE100 실증 등 전북형 AX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완성해갈 계획이다. 전북은 AI와 사람이 공존하며 새로운 산업 질서를 만들어가는 ‘대한민국 피지컬 AI의 중심지(Physical AI Capital)’로 발돋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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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2.01 18:42

[기고] 전주권 130만의 희망 대광법 성과 내야 한다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이 지난 4월2일 국회에서 통과됐고 시행령도 지난 10월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전주권의 교통망 확충을 위한 호기를 맞았다. 176만 도민의 염원을 바탕으로 동분서주한 김관영 도지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전북 국회의원 10명이 노력한 결과다. 교통오지 60년의 홀대와 소외된 한을 풀 근거를 성사시킨 건 큰 성과라 할 것이다. 전주권역은 이제 완주, 김제, 익산, 군산을 묶어 130만명 규모의 대광역권이 되었다. 도민 모두 큰 박수를 보냈고 새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처럼 정책화하고 예산을 반영시켜 성과를 내는 게 큰 숙제다. 대광법은 전주권 SOC구축, 철도 도로의 신설 및 개선, 간선 급행버스(BRT) 구축 등에 30%에서 최대 70%까지 국비를 지원받아 교통, 의료, 교육, 문화 등 정주여건을 향상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4차 국토종합철도 수정계획(2026~2030년)도 촉박하다. 제5차 기본계획에 반영함으써 호남 제1의 환승센터(민자유치)와 전라선 고속화도 속히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익산 KTX 통합역은 전주 김제 부안 완주의 접근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고 2.5km 남쪽의 목천포에 백화점과 물류단지, 새만금신항과 새만금공항이 연계되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아울러 RE100 산단 새만금 유치도 성사시켜야 한다. 7GW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미래 적지에 RE100산단을 신속히 지정, 기업들이 입주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다. 타 지역이 3~5년 걸릴 것을 즉시 이행하면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큰 메리트다. 대광법은 법 취지에 따른 전북도민의 책무도 요구하고 있다. 교통인프라 확충은 도로 철도 항공이 연계될 때 효율이 높아진다. 행정소송이 진행중인 새만금공항과 관련 “우리는 공항이 필요하다”는 목청을 크게 높여야 한다. 항공서비스가 있느냐, 없느냐 여부는 도민 삶의 질과 지역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완주-전주 통합에 반대하는 완주군수와 완주군의원 등 정치 지도자, 일부 군민들은 대광법 취지와 목적에 반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갈등의 발화점이다, 대광법 발효로 176만 도민과 130만 전주권 시민의 희망이 사그라져서는 안된다. 통합 반대로 지역낙후를 초래한 주체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역사적 오명도 뒤집어 쓸 수 있다. 속히 통합할 때 대광법의 효과도 극대화될 것이다. 지금 전북은 인구소멸, 균형발전, 지자체간 갈등 등 해소와 상생의 변곡점에 와 있다. 행정력 효율화, 공동사업 발굴, 새만금 신속 개발, 공공기관 제2차 이전 등 할 일 이 태산 같고 농협중앙회, 마사회, 한국투자공사(KIC) 등 굵직한 기관 이전은 지방정부 간 경쟁도 치열하다. 2036 하계올림픽 전주 유치도 숙제다. 효율적인 대광법 추진을 위한 제언을 하고 싶다. 전북자치도와 전주권 5개 자치단체는 ‘전주권 대광법협의체’를 구성하고 TF팀을 꾸려 URL구축과 시군 교통망 확충, 공공생산 및 관광 연계 등 종합적인 마스터풀랜을 만들어 착수해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우리 도민들도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역동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잘 하면 칭찬하고 존중하면서 힘을 실어줄 때 용기백배해서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다. 전주권역의 대광역권 시대가 닻을 올렸다. 정치권과 행정이 힘을 합해 성과를 내길 바란다.

  • 오피니언
  • 김동일
  • 2025.12.01 18:41

[법률 상담] 박벼농사의 듣다보면 솔깃한 법률이야기

내담자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있어 원래 다니던 곳에 그만 다니겠다고 말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바로 다음 날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 직장의 대표가 무단으로 퇴사하는 경우 2개분의 급여를 위약금으로 반환한다는 근로계약을 빌미로 2개월분 급여를 지급하라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어떡하면 좋냐”며 난처해했다.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위반 시 지급할 손배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손해배상예정(민법 제389조 제4항) 약정한 경우, 계약 위반 사실만 확인되면 별도로 손해배상금액을 입증하지 않아도 약정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니, 내담자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근로계약의 경우는 다르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5조는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정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예정 약정이 모두 무효라 내담자 입장에서는 그러한 무효인 약정조항에 따른 손해배상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소송에서 내담자가 무조건 이길까? 결론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계약조항에 한정하여 무효이기 때문에 실제로 근로자가 유효한 계약조항을 위반하여 사용자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면 계약 위반 내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금은 지급해야 한다. 실제로 근로계약을 위반하여 무단퇴사 하면서 업무 인수인계를 하지 않은 근로자로 인해 음식점의 매출이 급감한 손해를 입거나 갑작스레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기 위한 구인광고 비용 등의 손해를 입은 사례에서, 법원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100만 원 내지 500만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결국, 계약을 위반한 계약당사자는 근로자 여부와 상관없이 계약 위반으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만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계약을 성실이 이행하기를 기대해 본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12.01 18:41

[사설] 벼랑 끝 자영업 현실적 지원대책 강구돼야

자영업은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사업을 이르는 말이다. 경영 부담과 높은 폐업률, 지원 사각지대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통상 창업 후 5년 내 절반 이상이 폐업할 정도로 생존율이 낮고, 2030세대의 경우 자본·경험 부족 등으로 위기를 겪는 업종이 자영업이다. 전북지역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어려운 현실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전북지역 자영업자 수는 2023년 12월 27만 3000명에서 꾸준히 하락해 2025년 10월 24만 6000명으로 2만 7000명 줄었다. 자영업자 숫자는 줄었지만, 대출 잔액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출 잔액은 2025년 2/4분기 29조 3000억원(전년 동월대비 5.9% 상승)에 달해 역대 최고액을 갱신했다. 더 심각한 것은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거나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인 ‘저신용 차주’가 1만 4000명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대출 잔액도 3조 5000억 원이나 된다. 또 업력이 길었던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전북에서 폐업한 개인 사업자 중 업력 5년 이상인 사업자 비중이 31.2%로, 2020년(25%) 대비 6.2%나 상승한 것이다. 정착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이같은 실태는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발표한 전북지역 자영업 현황에서 드러난 것이다. 제도적인 보호 부족과 높은 실패 위험, 경제적 부담, 공급 과잉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자영업자의 경영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제도적 개선대책을 강구하는 일이 과제다. 우선 당장은 자영업자 운영비 부담 완화와 금융지원 우선순위를 재정립해 금융리스크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 보다 현실적이고 획기적인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벼랑 끝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울러 자영업 종사자들 스스로도 소비자 눈높이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수요 공급 현황을 면밀히 분석하는 등 성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30 19:23

[사설] ‘초코파이 사건’, 애초 법정까지 갈 문제였나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피해금액 1050원의 일명 ‘초코파이 절도 사건’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절도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예견된 결과였다. 검찰이 결심공판에서 이례적으로 선고유예를 구형하면서다. 물론 시민위원회의 권고가 있었지만 검찰도 피고인에 대해 ‘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럴 거면 애초에 왜 기소를 했을까’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재판부의 판결을 떠나 법정에까지 온 것 자체가 문제였다.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가 컸다.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사안이 극히 경미했고, 사회적 해악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던 만큼 검찰이 재판에 넘기기보다 기소유예로 사안을 종결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굳이 사건을 법정 판단에 맡겨 사회적 논란과 비난을 초래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2년 가까이 피고인이 겪어야 했을 고통이다. 검찰이 이렇게 경미한 사안까지 무리하게 법정으로 가져가면서 힘 없는 피고인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심리적 부담을 떠안아야했다. 형사소송법은 범죄가 성립하더라도 공익이나 사정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검사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는 ‘기소 편의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면 피고인은 엄청난 부담 속에 법정에 서지 않아도 됐고, 국가 역시 사법 자원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사건이 형사처벌을 논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는 메시지도 포함돼 있다. 어쨌든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번 사건은 검찰이 기소권을 얼마나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검찰의 기소권은 적법성과 공정성, 그리고 절제된 행사가 중요하다. 검찰이 국민 법감정을 무시하고, 기소권을 남용해 아주 경미한 사안까지 기계적으로 법정으로 가져가는 관행을 반복한다면 우리 형사사법체계의 신뢰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문을 살펴본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번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일은 없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검찰의 기소권 행사 방식과 그 적정성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30 19:22

[전북칼럼] 농업 AI 에이전트, 농업의 미래를 설계한다

농업은 인류 생존과 국가 식량 안보를 떠받치는 기반 산업이다. 그러나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가 인구는 빠르게 줄고 평균 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병해충 확산, 재해로 인한 피해까지 더해지면서 농업 현장에서 의사결정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새로운 도구로 최근 주목받는 것이 인공지능(AI), 그중에서도 농업 특화 AI 에이전트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선보인 농업 AI 에이전트 ‘AI 이삭이’ 앱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업인에게 지역에 맞는 작목, 재배 단계에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과거에는 농업인이 필요할 때마다 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하거나, 방대한 책자와 자료를 스스로 찾아 이해해야 했다.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재배 중인 작물과 환경, 생육 상황에 따라 필요한 내용을 골라 알려주고, 최신 연구 결과와 기술을 현장 눈높이에 맞춰 풀어준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지금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를 짚어주는 AI 비서라 할 수 있다. 농업 AI 에이전트는 정보 접근성이 낮은 농업인에게 특히 큰 힘이 된다. 복잡한 검색 대신 간단한 질문만으로 필요한 내용을 받아볼 수 있다. 조만간 음성서비스를 출시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초보 농업인에게는 상시 멘토가 되어 준다. 농업 AI 에이전트는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돕는다. 농업 AI 에이전트의 역할은 정보 제공을 넘어 농장 운영의 자율화로 확장되고 있다. 토양 수분과 양분을 측정하는 센서, 온·습도와 일사량을 감지하는 환경 제어 장비, 드론과 자율주행 농기계, 기상 정보 시스템 등을 연계하면 관수, 시비, 환기, 냉난방 등과 같은 반복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 농업 AI 에이전트는 이들 장비와 데이터를 통합해 농장의 ‘두뇌’ 역할을 하며, 상황을 분석하고 최적의 제어 방안을 제시하고 직접 실행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제 농업인은 하루 종일 몸으로만 뛰는 노동에 매달리기보다, 경영과 전략, 품질 관리와 유통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된다. 어떤 작목을 선택할지, 어느 시기에 얼마나 생산할지, 어떤 경로로 유통 판매할지 등 중장기적인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동시에 물·비료·에너지 사용을 정밀하게 조절함으로써 불필요한 투입을 줄여 탄소 배출과 환경 부담도 낮출 수 있다. 농업 AI 에이전트는 농업의 경제성과 환경성을 함께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의 역량을 확장하는 도구라는 인식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된 농업인의 감각과 지역 특성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자산이다. 반대로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일은 AI가 잘하는 영역이다. 현장을 잘 아는 농업인과 데이터 분석에 강한 AI가 협력할 때 비로소 인간 중심의 스마트 농업이 구현된다. 앞으로의 농업인은 삽과 괭이만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함께 다루는 농업 경영자이자 농장 운영 기획자이어야 한다. AI와 함께하는 새로운 농업의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으며, 이제는 그 가능성을 실제 현장의 변화로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상호 농촌진흥청 기획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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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3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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