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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분별한 정당·정치인 현수막 규제·단속해야

내년 지방선거 일정이 다가오면서 거리 곳곳에 정당과 정치인들이 내건 각종 현수막이 난립하고 있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고 통행을 방해해 교통사고 위험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제8조)에는 ‘정당이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책·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 허가·신고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일반 시민이나 자영업자는 작은 현수막 하나를 내걸려고 해도 일일이 허가를 받도록 해놓고, 정치인은 거리낌 없이 정당명과 자신의 이름을 새긴 현수막으로 거리를 도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조항에 따라 정치 현수막은 사실상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고, 지자체는 특정 현수막이 허용 범위에 해당하는지 일일이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하지만 정치 현수막이라고 해서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률에서 예외 조항을 두면서 수량과 장소·기간·규격·설치방법 등의 제한 규정을 함께 명시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당연히 불법 현수막으로 단속 대상이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단속에 소극적이다. 전주시의회에 따르면 올해 전주시에서 불법 정치 현수막을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정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 자유가 시민의 안전과 생활환경을 침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정치권은 이런 현수막을 ‘시민 소통창구’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름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저비용·고효율의 광고물이다. 지난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도 거리에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들의 응원 현수막이 줄줄이 내걸렸다. 수험생 응원을 빙자한 입지자들의 ‘존재감 알리기’, 정치권의 ‘수능 민심잡기’ 목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시 거리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광고판이 아니다. 그들의 무분별한 특혜성 홍보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관련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 정당과 정치인의 현수막도 일반 현수막과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해야 한다. 아울러 지자체에서도 규정을 어긴 불법 정치 현수막에 대해서는 성역 없이 강력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20 19:02

[사설] 학교체육 살려야 전북체육 미래가 있다

올림픽 유치에 나선 전북이 가장 집중할 것은 바로 학교체육 활성화다. 총체적 위기에 빠진 전북체육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축인 직장운동부인데 도내 기업체나 공공기관 등이 재정난을 이유로 팀 운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초중고는 물론, 대학부 등 학교체육을 살리는 거다. 전북특별자치도체육회가 지난 19일 개최한 ‘2025년 전북체육 발전을 위한 세미나’ 에서는 이와같은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단순히 소년체전이나 전국체전에서 전북의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반이 허약한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전북체육의 밝은 미래는 있을 수 없다. 학교운동부는 가장 근원적 문제를 안고 있다. 도내 학생선수는 2022년 4,268명에서 올해 7월 기준 2,553명으로 40%나 감소했다. 대학운동부 역시 대동소이하다. 도내 8개 대학 47종목 가운데 기숙사비를 자부담하는 종목이 31종목, 식비를 자부담하는 종목이 38종목이다. 허약한 직장운동부는 전북이 전국체전에서 만년 하위에 그치는 원인이다. 올 전국체전에서 남자 자유형 200m 경기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한 강원도청 황선우(수영)의 경우 몸값이 무려 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상대적으로 예산 배분을 꺼려하는 전북으로선 이러한 스타급 선수를 데려오는 건 꿈같은 얘기다. 전북 직장운동경기부는 숫자만을 놓고보면 43개로 전국 17개 시·도 중 10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사실은 속빈 강정이다. 전체 팀의 86%가 지자체와 체육회에 의존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팀이 4개, 공공기관이 2개 팀에 불과해 대형 선수를 유치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북의 전국체전 종합순위는 2022년 이후 13위와 14위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향후 전북체육의 가늠자라고 할 수 있는 전국 소년체전 성적도 아쉬움이 많다. 2021년 87개였던 메달은 꾸준히 감소해 올해의 경우 59개에 그쳤다. 과거처럼 소년체전이나 전국체전 성적에 연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북이 도세에 비해 체육 분야가 너무 약한게 엄연한 현실이다. 당장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초등과정부터 꾸준히 우수 선수를 육성하는 중장기 프로그램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만 전북의 미래가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20 19:01

[청춘예찬] 골목문구생활 ⑤문구 너머의 풍경

문구점을 시작하며, 우리는 전주의 일상과 골목의 풍경을 담아낼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만든 물건이 오래 바라보고 천천히 써 내려갈 수 있는 도구이길 바랐다. 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제품이 단지 소비의 대상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기록의 틈새에 즐거움을 더하는 스티커, 페이지 위로 번지며 소중한 순간을 환하게 비춰주는 펜과 색연필, 책을 읽다가도 마음에 드는 문장으로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세워두는 작은 이정표 같은 인덱스까지. 아주 작고 가벼운 물건이지만, 읽고 쓰고 기록하는 행위는 결국 나를 돌보는 일과 닮아 있다. 우리가 기획하고 제작하는 제품들도 그러한 감정의 궤적 위에 있다. 단순히 예쁜 문구를 넘어, 지역의 일상과 장소, 정서를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 그 마음을 담은 첫 시도는 ‘클립 마이 시티(Clip my city)’였다. 덕진공원의 오리, 전주천의 버드나무, 팔복동의 이팝나무 철길 등 우리가 사랑하는 풍경들을 일러스트로 표현해 엽서로 제작했다. 계절이 지나 풍경이 바뀌어도, 누군가의 책상 위에 오래 머물며 기억을 환기시키는 물건이길 바랐다. 요즘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특히 좋아하는 제품은 ‘링 마이 시티(Ring my city)’다. 여행자의 기억을 모아 하나의 고리에 완성하는 열쇠고리다. 전주천의 물결, 향교의 은행나무, 완산동 꽃동산의 겹벚꽃과 같은 아름다운 장면과 전주 초코파이, 콩나물국밥의 콩나물까지. 모두가 같은 도시를 여행하지만 저마다의 기억은 다르다. 이 조각들은 누구에게나 다른 형태의 ‘나만의 전주’를 완성해주는 작은 조각들이다. 곧 문을 여는 전시 「백지: 물과 바람의 시간」은 그동안 관찰하고 수집한 전주 한지를 소재로 한 작은 아카이브이다. 백 번의 손길을 거쳐 백지라고도 불리는 한지의 여정을 쫓으며, 우리의 삶과 닮아 있음을 이야기하려 한다. 대표적인 전주의 특산품을 우리 식대로 재해석하고, 그 이야기를 엽서와 노트에 담으며 우리가 경험한 조각들이 누군가의 손에서 다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했다. 문구는 도구이자 기억이고, 또 하나의 풍경이다. 손에 쥐어지는 물건을 통해 마음속에 남는 장면. 우리가 만들고 싶은 문구는 그 너머의 이야기를 오래 간직하게 하는 무언가에 가까워지고 싶다. 아무 말 없이 엽서를 고르던 손님, 진지한 표정으로 연필과 펜을 써보며 고민하는 사람들, ‘여기가 진짜 전주 같아요’라고 말해주던 여행자. 그 순간들마다 우리는 문구를 통해 도시의 결을 느끼고 마음이 닿는 지점을 발견한다. 이따금 상상한다. 누군가의 가방에, 책상 위에, 서랍 한 켠에 오래 남아 있는 우리의 물건이 언젠가 전주의 계절 한 장면을, 골목에서 느꼈던 따뜻함을, 종이 위에 내려앉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해주기를. 그저 물건을 만들고 파는 일을 넘어, 이 도시를 조금 더 오래 기억하는 방식이 되기를. 그러니까, 문구 너머의 풍경까지도 함께 떠올릴 수 있기를. 김채람 문화기획자

  • 오피니언
  • 기고
  • 2025.11.20 19:00

[금요칼럼] 이 가을의 끝자락

아침에 안개가 마을에 가득하다. 가을 아침 안개가 짙은 날이면 그날 날씨는 좋다. 햇살이 맑고 강하고 바람이 좋아 회관 마당에 가을 곡식 널기 좋은 날이다. 아침 산책은 마을만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마을 위쪽 길로 걸었다. 집 앞 텃밭에 큰 집 형수가 서리태를 털고 있다. 콩대를 걷어 높이 쌓아 놓고 콩을 털고 있어서 형수님은 보이지 않고, 콩대 두드리는 소리가 타닥타닥 들렸다. 콩대 너머로 머리만 보인다. 종길이 아재 네 집 마당에 불이 켜져 있다. 딸이 와서 어제부터 조금 이른 김장을 하고 있다. 이른 아침인데 사람 말소리가 집안에서 들린다. 마을에 사람 말소리가, 그것도 젊은 사람들의 말소리가 마을 어딘가에서 들리면 반갑다. 종길이 아재 집 앞을 지나 강변 차도로 내려갔다. 안개 때문에 마을 앞 강 건너 복두 농막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선가 오리들이 소리를 꽥꽥 소리가 들린다. 오리들은 새벽에 일어나 먹이를 찾는다. 징검다리 쪽에서 희미하게 오리들의 모습이 보인다. 올해 마을 앞 강에 오리들이 80여 마리가 날아와 마을 앞 강물을 활기차고 또 평화롭다. 머리를 강물 속에 집어넣고 궁둥이를 하늘로 쳐들고 빨간 발과 짧은 꽁지로 허공 속을 버둥거리며 먹이를 찾는다. 오리들의 부리는 갈수록 험하게 금이 가고 헐어간다. 오리가 모여 먹이를 찾는 그 부근에는 학이 두어 마리가 고개를 쑥 빼고 돌멩이 위에 앉아 있다. 오리들이 주둥이로 물속 자갈들을 뒤적여 다슬기와 고기를 잡을 때, 도망가는 고기들을 노린다. 그 부근에 물총새도 학과 오리에 쫓기는 물고기들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마을 앞 강변엔 강둑공사가 한창이다. 공사판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 인부들이 하얀 헬멧을 쓰고 모여 서서 무슨 구호를 크게 외친다. 아침마다 보는 풍경이다. 인부들의 안전한 하루의 일과를 다짐하는 구호일 것이다. 마을 끝 강 건너에는 점순 부부가 살고 희수 부부가 농막을 짓고 이따금 내려온다. 다시 마을 길로 들어섰다. 양식이는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전주 누나네 식당으로 출근한다. 양식이 집을 지나 빈집 하나를 만난다. 올해 이 집에 사는 현선이가 생을 마감하였다. 아들이 죽자, 어머니는 딸네 집으로 가서 집이 비었다. 떨어진 은행잎이 마당에 노랗다. 현선이네 집을 지난다. 바로 종우네 집이다. 종우는 서울에서 살다가 올해 귀향했다. 마을 뒤 산 넘어 산을 개간하였다. 종우네 집 앞에 경기네 집이다. 경기도 올해 귀촌했다. 처가 땅에 집을 짓고 부부가 산다. 부지런한 부부는 온갖 과수와 채소를 텃밭에 가꾼다. 종우와 경기 부부는 마을의 활력이 되어 가고 있다. 이따금 경기네 집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이 보이고 큰 소리로 웃는 소리가 마을을 살린다. 마을 사람들 모두 좋아한다. 경기네 집 지나면 종호네 집이다. 빈집 마당에 마른 풀들이 키가 넘게 자라서 말라 쓰러졌다. 한 집 건너 주성이 엄마가 혼자 살다 몸이 아파 병원 가셨다. 아마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 같아 마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회관 마당이다. 모든 곡식을 마무리한 회관 마당은 이제 서리태만 남았다. 작은 마을이어서 많은 농사는 짓지 않았지만 그래도 곡식은 종류별로 모두 이 마당에서 마무리되어 더러 팔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회관을 지나면 우리 집안의 큰집이다. 형수님 혼자 사시다가 딸과 사위가 집을 고쳐 들어와 산다. 도시에서 일을 하고 머물기도 하지만, 거의 이 집에 와서 산다. 우리 마을 사람이 되어 간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내게 하루의 시작은 이렇게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시작된다. 우리 마을 사람들의 하루하루 일상은 이웃 마을이나 고을이나 나라에 해가 되고 나라를 어지럽힐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칠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제는 마을 노인회에서 순창으로 자장면을 먹으러 갔었다. 지난 1년 동안 살아 온 노고가 따듯하게 위로 되었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한 마을의 가장 큰 큰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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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0 19:00

[기고] K-발효식품 세계화를 위한 국제홍보 전략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린 제23회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는 전북이 ‘발효의 중심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뜻깊은 행사였다. 필자는 한국홍보대사협회 회장으로서 이틀간 현장을 직접 참관하며,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이 지닌 세계화의 가능성과 함께 엑스포가 진정한 국제행사로 발전하기 위한 과제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엑스포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주관하고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이 주최하여 22개국 326개 기업이 참여했다. 전북 각 지역의 장인들이 손수 만든 발효식품이 한자리에 모이며 K-푸드의 뿌리를 이루는 발효문화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관람객들은 이미 고추장, 된장, 간장 등 한국 발효식품에 대해 높은 이해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와 문화적 이미지를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발효식품이 K-푸드의 토대가 되어 세계 속에서 지속 가능한 영향력으로 확장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K-푸드의 세계화는 결국 그 토대가 되는 발효식품이 진정으로 세계로 나아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수출이나 홍보가 아니라, 문화적 이해와 체험을 중심으로 한 ‘관계형 홍보 전략’이다. 외국인들이 전주를 찾아 전북 각 지역의 발효 음식을 맛보고 장인들과 대화하며 한국인의 정성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체험 속에서 형성되는 신뢰가 곧 한국의 브랜드가 되고, 그 신뢰의 전파가 바로 공공외교로 이어진다.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 보완할 점이 있다. 행사장 접근성이 낮아 외지 방문객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웠고, 발효의 원리와 전통을 배울 수 있는 체험형 교육공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또한 관람객 구성은 대부분 지역민 중심이었으며 외국인 방문객 비율은 여전히 낮았다. 글로벌 식품관의 시도는 흥미로웠으나 언어 장벽과 문화적 거리감으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만약 현장에서 통역을 통한 직접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면 발효문화를 매개로 한 교감의 순간들이 훨씬 풍성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접근 인프라와 안내 시스템, 언어 지원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전주는 발효를 주제로 한 교육형 체험관을 마련해 방문객이 직접 장을 담그고 발효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안내와 통역 서비스를 확대해 문화적 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행사장과 교통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주민뿐 아니라 해외 방문객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지속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엑스포는 명실상부한 국제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홍보대사협회는 이러한 지역 기반의 국제행사를 국제홍보 차원에서 지원하며 공공외교의 현장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공공외교는 정부의 외교정책을 보완하고 국민과 지역이 주체가 되어 문화를 매개로 세계와 신뢰를 쌓는 관계 중심의 외교이다. 이는 단순한 국가 홍보를 넘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새로운 형태의 외교다. 이러한 철학을 ‘발효외교’로 정의하고 브랜드화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전북의 발효문화는 지역의 전통을 넘어 세계 속에서 신뢰와 관계를 빚는 대한민국 공공외교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정성과 기다림이 숙성되어 깊은 맛을 내듯, 신뢰가 쌓일 때 문화는 외교가 된다. 조진이 한국홍보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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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20 18:52

[딱따구리] 의사봉, 담합 도구여선 절대 안돼

제9대 진안군의회가 지난 18일 임기 마지막 행정사무감사(이하 행감)를 끝냈다. 주말을 빼면 7일 동안 하루 3개 부서씩, 부서당 2~3시간가량, 소위 ‘빡센’ 행감을 진행했다. 어떤 땐 저녁 7시까지 강행군을 펼쳤다. 깊은 공부로 공무원들을 쩔쩔매게 만든 의원들에게는 고개가 숙여진다. 하지만 “있으나 마나 하다”라는 평가를 받은 의원들에겐 성찰을 촉구한다. 국회의원 못지않은 실력을 내보인 동료의원들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존재감 없는 의원들의 볼썽사나운 행위를 보자. 불필요한 자리 이탈이 가장 눈에 띈다. 어떤 의원은 회의장을 수시로 들락날락했다. 동료의원의 발언이 길어지면 ‘후-’하고 한숨을 내뱉다가 급한 용무가 아닌데도 자주 자리를 떴다. 회의 참여 시간보다 자리 비운 시간이 더 많을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또 하나. 몇몇 의원은 질문거리가 없어 체면치레식 질문을 하면서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변죽만 울렸다. 군청 직원들에게 ‘공부를 당한 후’ 발언을 끝내기 일쑤였다. 다른 사람이 써준 원고를 서툴게 읽기도 했다. 자질에 의심을 살 정도였다. 압권은 행감특위 의사봉을 쥔 위원장이었다. 위원장은 군민 알권리 실현 차원에서 잘못된 군정을 짚어낼 수 있도록 질문과 발언 기회를 적절하게 부여하고 회의장 내 질서유지를 위해 힘써야 했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부적절해 보이는 농담 섞인 발언을 던지는가 하면, 동료의원이 군정 핫이슈에 대한 난감한 질문을 펼칠 때 갑자기 의사봉을 치며 정회를 선언해 달궈진 감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멀리 충북 청주에서 시간과 돈을 들여 발걸음한 청문 증인에게는 발언 기회조차 주지 않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의사봉을 쥐어준 의미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의사봉은 엿장수 가위처럼 함부로 사용하라는 게 아니라 군민 알권리 실현 차원에서 쥐어진 것이다. 혈세 낭비 제지 도구여야 한다. 집행부와의 담합 도구여선 절대 안 된다. 진안=국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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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승호
  • 2025.11.20 18:51

[사설] 꼴불견 전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꼴불견이 되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11월 1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전북자치도청 각 실국과 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제423회 정례회 행감을 각 상임위원회별로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일부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언행들이 도마에 오르며 ‘꼴불견 행정감사’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감사는 지난 2022년에 개의한 제12대 전북자치도의회의 마지막 행감이다. 따라서 행정감사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싶은 도의원들이 행정감사를 진행하며 비상식적인 행동 및 고성, 고압적인 태도 등을 연출해 전북도민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행정감사는 의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행정이 챙기지 못한 부분과 전북특별자치도의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의정활동의 꽃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는 의원들의 ‘군기잡기’식 감사로 변질되면서 여전히 지방의회가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의 행태를 보면 지난 11월 12일 김모 의원이 청각·언어 장애인의 119 신고 관련 질의를 하면서 갑작스레 자신의 휴대전화로 119에 전화를 걸고 질의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난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119에 전화해 ‘갑질도백’으로 망신당한 일을 연상케 한다. 또한 재난 및 안전 관리를 관장하는 안전관리위원회의 회의개최방식에 대한 입장차이를 개진하는 가운데 실무국장과 도의원간 서로 고성을 주고받으며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또한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관련 질의때는 하계올림픽유치단장이 심적으로 압박을 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더욱이 일부 상임위에서는 본인이 발의한 조례의 예산을 도청 관련 부서가 세우지 않는다며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의 자료 요구하기도 하였고 상당수 상임위원장들이 피감기관들을 윽박지르는 모습은 일상이 되었다. 따라서 윽박지르고, 보여주기식 구태의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는 지양해야 한다. 피감기관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에 따른 합리적인 비판을 통해 제대로된 도의원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특히, 이같은 모습이 지속될 경우 결국 유권자의 엄중한 질책과 선거를 통한 심판으로 이어져 더 이상 구시대적 작태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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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1.19 17:40

[사설] 전북 지자체 ‘재정 건전성’ 확보 노력을

전북지역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전북특별자치도와 각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심지어 일부 시·군은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저출산·고령화 기조 속에 인구유출 현상이 더해지면서 세수 기반이 약화돼 빚이 늘어나고 보조금 등 중앙 재원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거나 당장 시급한 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북지역 지자체장들은 올해 민생 지원과 지역경제 회복을 명분으로 ‘돈 풀기’ 경쟁을 벌였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행정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부족한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지역의 ‘미래자산’까지 끌어다 썼다. 실제 전북지역 상당수 지자체가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사용 상한을 과도하게 높여 재정위기 대응력을 떨어뜨렸다. 재정안정화기금은 세수감소와 예상치 못한 재정수요 증가 등에 대비해 충격을 흡수하는 ‘재정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상당수 시·군이 지자체의 비상금인 이 기금을 민생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사업에 사용했다. 지자체의 현금성 복지비용 지출 비율이 높으면 행정안전부의 페널티도 있지만 선거를 앞둔 단체장들은 이를 무시했다. 게다가 올해는 정부가 2차례에 걸쳐 전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을 풀었다. 그런데도 김제와 남원·정읍·완주·진안·부안·고창군은 정부 지원금과 별개로 설·추석 명절에 맞춰 20~50만원씩의 민생지원금을 전 주민에게 나눠줬다. 이 같은 돈잔치로 재정안정화기금이 줄어들면 해당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은 더 악화되고, 각종 재난 등으로 인해 재정지출 요인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은 지역의 활력을 담보하는 기초체력이다. 지자체장이 표심을 겨냥해 선심성 복지사업에 돈을 풀어 재정이 흔들린다면 지역의 미래는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우선 지자체가 재정 운용 계획을 세워 부채를 관리하고, 유사·중복 사업 정비와 대규모 투자사업 타당성 검증 등을 통해 지방재정 지출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주민들도 ‘곳간을 탈탈 털고 빚을 내서라도 표심을 사겠다’는 지자체장의 선거용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감시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1.19 17:40

[오목대] 여론조사와 명심, 정심

밴드웨건(bandwagon)이란 행렬 선두에 있는 악대차를 말한다. 비유적으로 특히 정치 분야에서 우세한 편에 붙는 것을 의미하는데 흥행하는 곡예단이 광고하기 위해 악대차를 앞세워 시가지를 행진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즘 지역정가의 최대 화두는 20~21일 이틀간 진행되는 여론조사다. 도지사나 교육감 등 각 후보 진영에서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향후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지지자들에게 여론조사에 적극 응해달라고 호소중이다. 밴드웨건 효과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선두권 구도가 한번 각인되면 오는 12월말~1월초에 진행되는 여론조사는 물론, 추후 경선이나 지방선거 때도 큰 틀을 뒤집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론조사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서울과 경기도다. 각종 여론조사(중앙선관위 참조) 결과 집권여당임에도 민주당에서 오세훈 현직 시장의 확실한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다는데서 고민이 있다. 민주당 현역 광역단체장 중 한명을 컷오프 또는 최하점을 줘야 하는데 김동연 경기지사는 일단 고비를 넘겼다는 관측이 많다. 친명(이재명 대통령) 또는 친정(정청래 당 대표)을 중심으로 한 여권 핵심에서 볼때 김 지사는 싹을 잘라야 할 대상일 수도 있으나 그를 배제했을 경우 자칫 경기도지사 자리를 국민의힘에 헌납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의 경우 교육감 선거에서는 당의 공천이 없기는 하지만 소위 명심 마케팅이 활발하다. 저마다 이런저런 명분과 인연을 내세우며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전북지사 선거에서는 명심 마케팅뿐 아니라 소위 정심 마케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관영 지사와 안호영 의원은 상대적으로 명심 마케팅에 주력하는 반면, 이원택 의원은 정심 마케팅으로 승부하는 분위기다. 김 지사는 올림픽 유치나 기업유치 등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때 전국 시도지사 후보 영입 1순위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안호영 의원은 환노위원장으로서 활동 상황을 알리면서 대통령과의 친밀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암시한다. 이원택 의원이 갑작스럽게 출마한 배경에 대해 그의 측근들은 “당 대표의 강한 출마 권유가 있었기에 때문 아니겠느냐”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어떻게든 뒤를 봐줄테니까 나서라고 해서 나섰다는 거다. 하지만 상대 후보 진영에서는 몸 불리기를 위한 자의적 해석일뿐 집권여당 대표로서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이번에 되면 좋지만, 설혹 안되더라도 차기를 위한 몸불리기 차원에서 출마하는 수순을 밟았다는 거다. 어쨋든 오늘, 내일 실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선거구도는 또 한번 요동칠게 분명해 보인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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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9 17:39

[의정단상] 초코파이와 대장동, 검찰의 정의는 어디를 향하나

지난해 1월, 완주에서 ‘초코파이 절도사건’이 일어났다. 한 물류회사의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직원이 순찰을 돌다가 사무실 냉장고에서 1050원 상당의 음식물을 꺼내먹은 일이 발각된 것이다. 이 사건이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1심 재판에서 ‘벌금 5만 원’이라는 결과가 나오면서부터다. 45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짜리 과자를 먹은 일이 아무리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랬겠느냐는 것이 국민 일반의 법 감정이었다. 오죽하면 이 사건 2심 재판을 맡은 판사마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일로 지난 국정감사에서 전주지법과 전주지검이 많은 질타를 받았다는 후문도 있다. 검찰의 판단은 추상(秋霜)같았다. 최근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항소심 재판부에 선고유예를 구형했지만, 그러면서도 ‘공소사실이 명백히 인정되고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라면서 ‘절도죄’ 판단을 굽히지는 않았다. 인정에 휘둘리지 않는 정의롭고 강직한 검사의 표본이 여기에 있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은 검찰의 정치성을 비판할 때마다 덩달아 소환되고 있다. 최근 대장동 재판의 항소 포기와 관련해서 야권이 정부여당을 비난할 때 그 비교대상으로 ‘초코파이 절도사건’이 거론됐다. 일반 국민이 초코파이 하나를 훔쳐도 검찰이 항소를 하는데,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가 말이 되느냐는 논리다. 아마도 검찰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조직임을 강변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바로잡아야 할 사실관계가 많다. 우선 ‘초코파이 절도사건’의 경우 항소를 제기한 장본인은 피고인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사례도 상당하다. 일례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재산을 축소 신고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이 ‘실익이 없다’라는 이유로 항소하지 않았다. 대장동 일당에 대해서는 검찰 구형보다 더 무거운 형량이 내려진 마당인데, 왜 더 재판하지 않느냐는 비난이 그래서 공허하게 들린다. 과연 검찰은 정의로운가.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특위 위원장 직을 맡은 지 만 4개월이다. 그 기간 동안 검찰의 민낯이 가소로울 정도로 불의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검찰청사에 외부음식과 술을 동원해가면서 피의자를 회유하려 하고, 원본과는 다른 ‘검찰 버전 녹취록’을 만들어서 증거로 제시한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이런 조작수사와 기소에 터잡아 진행되는 수많은 재판을 지켜보면서, ‘사상누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대장동 사건도 마찬가지다. 조작된 녹취록을 핵심 증거로 삼은 재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바닥을 드러내는 것은 검찰의 실력일 것이라는 확신마저 든다. 어느 국민이 검찰의 수사과정이 이럴 것이라고 상상이나 하겠는가. 줄줄이 집단행동에 나선 검찰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초리가 곱지 않은 이유다. 프랑스의 철학자 보드리야르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두고 정치의 부패를 은폐한 ‘저지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대장동 재판 항소 여부와 관련한 검찰의 날 선 항명도 마찬가지다. 그 집단에 법도 정의도 없다는 진실을 간신히 가릴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초코파이도 대장동도 아닌, 검찰 그 자체다. 한준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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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9 17:36

[타향에서] 4년을 맡길 사람, 전화 한 통화로 뽑을 것인가?

그리스에서는 2006년 아테네 교외 마루시에서 사회당 PASOK이 시장 후보를 숙의형 공론조사로 선출하는 실험을 했다. 무작위에 가깝게 뽑힌 시민들이 주말 동안 시정 현안과 후보들의 정책을 학습하고, 소규모 토론과 전체 질의응답을 거친 뒤 비밀투표로 후보를 선택했다. 전화 한 통으로 인지도 높은 이름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정보와 토론을 기반으로 유권자가 직접 후보를 검증한 것이다. 이 사례는 정당 내부 공천 과정에 숙의민주주의를 접목해 기존 여론조사 중심 경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시도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016년 국민의당이 광주광역시 5개 선거구 국회의원 후보를 숙의 공론화 방식으로 선출해 모두 당선시킨 경험이 있고, 올해 민주당도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 과정에서 같은 방식을 도입해 전북 출신 30대 청년인 박지원 최고위원을 선택한 바 있다. 인지도와 조직 동원력이 아니라,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은 시민·당원이 토론과 숙고를 거쳐 ‘준비된 사람’을 선택해 낸 결과다. 숙의 공론화 방식의 후보 선출은 특정 계파의 이해관계를 넘어, 당 전체와 지역사회의 장기적 이익을 중심으로 후보를 평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와는 달리 선거후보 공천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어 온 전화여론조사는 유권자의 검증을 사실상 생략한 절차에 가깝다. 짧은 통화 속에서 유권자는 후보의 경력, 정견, 정책을 제대로 접할 수 없고, 서로 다른 후보를 비교 평가할 기회도 없다. 익숙한 이름과 이미지, 동원된 조직과 광고, 유력 정치세력의 천거가 결과를 좌우하고, 그 여파로 무자격·무능력 후보가 지자체장으로 선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번 그렇게 뽑힌 지자체장은 최소 4년 동안 자리를 유지하고, 시민은 그 기간을 무기력하게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는 민주주의가 단지 투표 행위로 축소될 때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전북처럼 민주당 당내 경선이 곧 본선이나 다름없는 지역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민주당 공천이 사실상 당선을 의미한다면, 민주당 후보 공천 과정은 곧 유권자의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행사되는 처음이자 마지막 관문이다. 그 과정이 인지도 조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후보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비교·검증의 기회, 시민이 질문하고 숙고할 수 있는 장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전북 유권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길이다.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 정당이 함께 협력해 공개 토론회와 숙의 패널, 온라인 중계 등을 결합한 새로운 경선 모델을 설계할 수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전북의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선출 방식으로 숙의 공론화 모델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작위에 가까운 유권자 선발과 균형 잡힌 자료 제공, 숙의 과정과 비밀투표를 결합한 공론화 절차는 유권자에게는 더 나은 정보와 숙고의 기회를, 정당에게는 경쟁력 있고 책임감 있는 후보 선출 기회를 제공한다. 호남에서의 민주당 후보, 영남에서의 국민의힘 후보처럼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일수록 당내 공천 과정은 숙의민주주의에 걸맞게 재설계 할 필요가 있다. 만일 전북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러한 방식을 선도적으로 도입한다면 지방자치를 회복하고, 한국 정당정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모범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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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9 17:36

[기고] 종묘, 인류 전체의 공통자산-일부 시민들 만 누리는 정원이 될 수 없어

요즘 종묘를 둘러싼 개발과 보존이냐?를 두고 양측 주장이 뜨겁다. 한 쪽은 세계유산의 지위를 위태롭게 만드는 무분별한 개발이라 주장하고, 다른 쪽은 건물 높이가 세계유산에 그늘을 만들지 않으니 상관없다고 한다. 급기야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유네스코가 우리나라의 국가유산인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그 나라의 정치·예술·건축기술을 총망라하여 인류 전체의 공통자산으로서 인정하고 보존과 전승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우리는 도시를 볼 때 그 문화가 다르면 공간지각도 달라진다. 세계 어디를 가던지 천편일률적인 고층빌딩과 오랜 역사가 만들어 낸 문화적 소산과는 보는 이들에게 확연히 다르게 인식된다. AI혁명 속에 전 세계는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발전한다.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과거에 존재했던 것과 새롭게 들어설 도시 구성요소 간의 위계를 정하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는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전쟁 중에도 상대 나라의 문화유적을 파괴하려는 과오는 역사 속에서 단 한번도 정당화되지 못했다. 인류가 과거의 경관을 복원하거나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경관을 유지하려는 것은 그 문화현상과 지역과의 결합, 그에 따른 도시의 발전단계 및 지역간 차이의 위치를 정립하고 앞으로의 조화로운 발전 방향을 세우기 위한 중요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선조들이 일군 문화는 오늘날 진정한 호혜와 인간 평등의 상징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문화적 상징성 속에 내재된 문화주권은 한 국가와 민족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문화는 인류의 보편성과 평화의 상징으로 일부 사회계층만의 소유물이 될 수 없고 또 그렇게 되서도 안된다. 세계유산은 그런 의미에서 인류 모두의 것이고 미래세대도 이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 오늘의 종묘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보존과 개발의 상충 문제만이 아닐 수 있다. 우리 국가와 민족을 대표할 자존심과 편익과 경제성이 위계를 정하는 과정을 두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종묘는 도시 속에 영역을 가진 하나의 물리적 건축물만이 아니다. 이는 종묘의 입지단계에서부터 고려된 공간의 특성과 그 속에 내재된 의미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에 의한 초고층 건물은 주변 건물보다 규모가 매우 커서 주변건물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위압적 경관을 형성하게 된다. 건물 주변에 고층건물이 올라감으로써 종묘 같은 세계유산은 상대적으로 작고 볼품없게 느껴진다. 더욱이 전통공간에 인접한 이질적 요소는 국가유산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 단순히 건물이 높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조화성의 허용한계를 초과하면 본래의 위계를 손상시킨다는 것에 있다. 이 위계에는 한 나라의 문화 예술 민족정신의 가치가 반영된다. 쉽게 말해 주변의 초고층 건물은 누가 보더라도 종묘보다 위계상 두드러지게 되는 것이다. 종묘는 역대 왕과 왕후들의 신주를 보관하고 제례를 봉행하는 신성한 곳이자 우리 민족의 정기가 서려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종묘의 성스러운 분위기가 깨져서는 안된다. 가장 성스러운 공간의 남쪽에 142m 빌딩이 들어서면 종묘가 그 건물을 향해 제사지내는 모양새로 오인되기 쉽다. 충과 효의 정신을 간직한 문화적 이미지를 왜 편의와 경제성으로 도전하려 하는가? 아니면 초고층건물에서 내려다 볼 일부 계층만을 위한 전망좋은 정원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이 선택은 우리가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의무는 후손들을 위해서 세계유산인 종묘를 온전히 지켜주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신현실 우석대 국제교류원장·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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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9 17:35

[오목대] 경복궁과 권력의 사적 오용

궁궐은 본디 ‘왕과 왕실 가족, 그리고 그들의 생활을 돌보는 사람들이 사는 집’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선다. 궁궐은 왕조의 정치와 행정, 의례와 일상이 집약된 국가의 중심 무대이자, 건축과 조경, 의례 체계가 결합해 권위와 질서를 구현한 복합문화유산이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궁궐은 단순한 건물군이 아니라, 국가의 흥망과 갈등, 번영과 쇠퇴가 켜켜이 쌓인 역사적 무대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경복궁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하며 가장 먼저 세운 궁궐이다. 태조는 1395년 경복궁을 지어 이곳에서 정무를 보고 대신들과 논의를 거듭하며 새로운 국가 방향과 정책을 세웠다. ‘왕조 일상 자체가 곧 정치’였던 시대, 경복궁은 그 체제를 상징하는 최고 권위의 공간이자 조선의 국정 운영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던 장소였다. 그러나 경복궁은 왕조의 화려했던 영광만을 담고 있지 않다. 임진왜란으로 전소된 뒤 270여 년 동안 방치되었고, 대원군의 중건으로 복원되었으나 일제 강점기에 다시 훼손되는 수난을 겪었다. 다행히 경복궁은 수십 년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오늘의 모습을 되찾았다. 경복궁이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흔들리고 회복해온 역사를 증언하는 살아 있는 역사 공간인 이유다. 굴곡진 역사를 딛고 선 경복궁은 더 이상 ‘여러 궁궐 중 하나’가 아니다. 국가의 흥망과 회복, 정치와 문화, 일상과 의례가 응축된 한국사의 중심 공간이다. 경복궁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건희 씨의 잦은 출입이 알려지면서다. 궁궐은 ‘국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지만, 그 공공성은 엄정한 기준과 원칙 위에서 지켜져야 한다. 공공의 공간인 궁궐이 사적 활용의 통로를 열게 되면, 궁궐의 역사성과 상징성은 손상되고 만다. 김 씨의 빈번한 출입과 뒷이야기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공개되지 않고 절차도 거치지 않은 김 씨의 잦은 경복궁 방문은 어처구니없고 이해하기 어렵다. 절차나 목적이 투명하지 않으니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경복궁은 권력을 상징하는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의 권력이 사적 이익이나 편의를 위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역사적 상징성이 클수록, 그 공간은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오늘의 경복궁 논란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권력의 상징이자 공공의 자산인 공간을 사적 이익으로 훼손하는 순간, 그곳에 담긴 역사적 무게와 국민의 신뢰는 함께 무너진다. 경복궁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복원이나 관리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공공성과 역사적 책임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시험하는 중요한 지표이자 국격을 지키는 일이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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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11.18 18:26

[사설]지방선거 과열과 혼탁, 민심왜곡 우려된다

6·3 지방선거를 6개월 남짓 앞두고 조기 과열로 인한 혼탁 선거가 우려된다. 물밑 사전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이 난무해 자칫 민심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각 정당은 공천 일정과 심사기준을 가능한 빨리 확정하고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등은 전방위적 단속에 나섰으면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권리당원 모집 경쟁이 한바탕 훑고 지나갔으며 선거 사무실 개소와 출판기념회 등이 심심치 않게 열리고 있다. 또 후보의 면모나 정책을 알리는 동영상과 각종 문자 폭탄이 카톡과 메시지를 어지럽히는 상황이다. 선거 캠프 구성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잦고 어느 단체장이 하위 20%에 들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마타도어와 비방이 그럴듯하게 퍼지고 있다. 특히 전북 등 호남권은 민주당의 텃밭이어서 당내 경선이 곧 본선과 다름없다. 따라서 권리당원 모집 등 경선 준비가 치열하다. 지난 9월 진행된 민주당 권리당원 신규 모집에서 전북의 경우 35만 장, 광주·전남은 30만 장이 접수돼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들 당원 가입원서 65만 장은 지난해 당대표 보궐선거 기준 호남권 권리당원 수가 36만50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호남 전체 권리당원 수의 2배에 달한다. 이는 입지자들이 조직표 확보에 나선 결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17일 “6·3 지방선거에서 열린 공천 시스템으로 공천혁명을 이룩하겠다”며 ‘국회의원과 대의원, 권리당원 등 모두 1인 1표제’를 내놓고 19∼20일 당원들에게 온라인 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일방적인 컷오프를 없애고 권리당원 투표 100%로 예비 경선을 실시하며 본경선에 진출하면 권리당원 50%, 국민여론조사 50%를 반영키로 했다. 하지만 아직 공천 일정과 심사기준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장과 지방의원 말고도 공천이 불필요한 교육감 선거도 일찍부터 과열되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서거석 교육감이 지난 6월 중도 하차하면서 이미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후보 7명이 나서 사무실 개소식과 출판기념회를 갖는가 하면 도내 곳곳에 플래카드로 도배하고 있다. 이처럼 조기 과열과 유언비어, 흑색선전이 난무하면서 선거에 피로감과 염증을 호소하는 도민들도 늘고 있다. 지방선거가 선거꾼들의 잔치가 아닌 진정으로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인물을 뽑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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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1.18 18:24

[사설] 전주보훈병원 설립, 유공자에 대한 도리다

당정은 지난 13일 보훈병원이 없는 지역에 준보훈병원을 지정해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의 의료지원을 확대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번 당정 협의에서 준보훈병원 지정을 위해 국가유공자법 등 8개법 통과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보훈병원은 현재 서울, 부산 등 6개 대도시에만 있는데 이로 인해 강원, 제주도에 거주하는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은 보훈병원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결국 당정은 보훈병원이 없는 지역의 국립대병원이나 지방의료원 한곳을 ‘준보훈병원’으로 지정해 보훈병원과 유사한 수준의 의료지원을 제공하자는데 공감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보훈병원이 없는 제주도와 강원도는 준보훈병원을 위한 내년 예산과 사업 계획 수립이 이뤄지고 있으나 전주시나 전북은 아직 확실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전주 보훈병원이 설립돼야 하지만, 만일 이게 어렵다면 강원이나 제주처럼 준보훈병원이라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간헐적으로 이런 요구가 분출됐으나 자치단체나 지역정치권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지 않았나 싶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당정이 이런 방침을 정한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독립과 호국, 민주 영역에서 헌신한 숱한 이들의 땀과 희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동안 정부는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구두선처럼 되뇌었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는 미흡했던게 사실이다. 그동안 보훈대상자 전문병원인 보훈병원을 전주에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제기됐으나 흐지부지되던 상황에서 이번에 당정이 뭔가 새로운 조치를 취한다고 하니 그 결과가 기대된다. 전북에는 보훈대상자를 위한 보훈병원이 없기에 도내 보훈대상자들이 광주까지 이동해 진료받는 불편을 겪어왔다. 전북에는 전주 5549명 등 3만여 명의 보훈대상자가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고령인데다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종합병원 수준의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위탁병원으로 지정된 종합병원은 1곳뿐이다. 결론은 국가유공자 전문병원인 보훈병원이 전북지역에 설립돼야 한다. 당장 어렵다면 준보훈병원이라도 선정해야 한다. 만일 지역에 보훈병원이 있다면 보훈대상자들은 일반 병원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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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1.18 18:24

[이경재의 세상보기] 전북 국회의원 할 일 제대로 하고 있는가

“전북발전의 호기를 맞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이재명 정부 들어 전북 출신 인사들이 내각과 대통령실에 대거 포진하고 민주당 내 위상이 강화되면서 도민 기대감이 컸다. 새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런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런 물음을 던지는 건 쾌속 질주해야 할 전북의 주요 현안들이 제동 걸리고 패싱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정치의 영역이다. 새만금신공항 건설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그런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무분별한 지방공항 건설은 문제’라며 제동을 걸었다.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이라 부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냥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언급에도 전북 국회의원들은 침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전남 무안공항이 있는데 새만금신공항은 왜 만드느냐”는 식의 발언을 했을 때도 반박하는 전북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었다. 항공서비스가 있느냐 여부는 지역발전과 도민 교통향유권의 중요한 요소다. 도민이익과 지역발전에 앞장 서겠다고 다짐한 국회의원 아닌가. 왜 침묵하는가. 2036하계올림픽은 매머드급 스포츠 이벤트다. 전북이 서울을 제치고 국내 후보지로 결정된 것은 역대급 성과였다. 최종 후보지 결정 때까지는 보완할 건 보완하고 인적 네트워킹과 도민역량을 강화하면서 유치활동을 역동적으로 펴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지난 6월23일 기관단체장과 도민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2036 하계올림픽 범도민유치추진위 출범식’에는 전북 국회의원이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도민 응집력의 공간에 초청된 국회의원이 보이지 않으니 ‘전북 국회의원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비판이 이는 건 당연하다. 완주-전주통합 6자 간담회가 열린 건 9월25일이다. 주민투표 여부를 놓고 답보상태가 계속되자 김관영지사, 안호영 이성윤 국회의원,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 등 6명이 “찬성이든 반대든 수용하겠다”며 윤호중 행안부 장관에게 투표일을 위임했다. 두달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다. 전북 현안이 패싱 당하고 있는 데도 똑부러지게 비판하는 국회의원 한명 없다. 이른바 전북 3대 현안에 대한 정치권의 접근 행태와 조정 역량은 매우 실망스럽다. 향후 굵직한 현안 결정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전북과 남원의 숙원인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를 놓고는 남원과 충남 아산이 경쟁하고 있다. 아산은 강훈식 이재명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3선 지역구다. 충남도지사 출마설도 있다. ‘서남대 의대 정원은 전북 몫’이라고 교육부가 확약한 것이 2018년의 일이다. 이달중 발표하겠다던 제2중앙경찰학교 입지는 무슨 영문인지 내년으로 넘겨졌고 남원 공공의대 설립은 부지까지 마련해 놓고도 7년째 공중에 떠 있다. 이것이 전북의 현실이다. 왜 이런 현상이 왜 벌어지는가. 국회의원의 역량 부족이라기 보다는 전북이 민주당 일당 독식의 경쟁 무풍지대이기 때문이라는 게 정확할 것이다. 국회의원 두세명만 다른 정당이 차지하고 있어도 이렇듯 안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국회의원은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정치 리더다. 주민 관심사안, 지역발전과 도민이익이 침해 받고 불이익이 닥칠 때에는 악악거려야 마땅하다. 경우에 따라선 끌로 파고 정으로 쪼아야 지역이 무시받지 않는다. 국회의원 자신의 유불리를 연동시켜 선택적 행태를 보인다면 리더라고 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 들어 ‘패싱 당하는 전북’, 소리 나지 않는 ‘용각산 국회의원’이 전북을 상징하는 오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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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8 18:23

[새벽메아리] 텅 빈 목욕탕이 우리에게 묻는 것

농촌 지역을 방문하면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이나 ‘정주여건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공공시설을 쉽게 볼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면단위 커뮤니티센터, 다목적체육관 등 외관은 번듯한데 정작 수개월이 지나면 이용자가 적어 운영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작은 목욕탕’ 사업은 이러한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 지역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 그 고유한 배경이나 특수성은 고려되지 않은 채 유사한 하드웨어가 전국적으로 복제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정작 그 시설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생략되기 쉽다. ‘작은 목욕탕’은 건축가 고(故) 정기용의 무주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면사무소 설계를 의뢰받았을 때, 관습적인 기능 배치를 따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주민, 특히 어르신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실질적인 필요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평생 논밭일로 허리가 굽었는데, 죽기 전에 뜨신 물에 몸 한번 편히 담그는 게 소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그 과정에서였다. 이 지점이 바로 ‘공공건축’의 본질이다. 공공건축은 예산을 투입해 구조물을 완성하는 토목 사업과 구별된다. 그것은 그 공간을 사용할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과 필요에 응답하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인 것이다. 정기용 건축가는 행정의 요구나 건축가의 이상적인 욕심이 아니라, ‘그 땅’의 어르신들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래서 무주의 목욕탕은 단순한 위생 시설이 아니라, 서로의 건강을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었다. 면사무소에 목욕탕을 붙인다는 것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것이었다. 허나 이 또한 25년 전의 일이다. 이후 많은 지역에서 이 사례를 벤치마킹할 때, 이 핵심적인 ‘과정’은 생략되고 ‘목욕탕’이라는 ‘결과물’만 넘어왔다. 주민들의 실제 필요를 진단하는 과정 없이 ‘옆 동네도 있으니 우리도’라는 논리가 작동했다. 그 결과 기존 사랑방 기능과 중복되거나, 운영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지어져 이용률이 저조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결국 ‘정신’은 증발하고 ‘껍데기’만 복제하다 보니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은 아닐까. ‘유니버셜 디자인’ 개념도 마찬가지다. 이를 단순히 장애인 경사로나 손잡이 같은 법적 기준의 기술적 충족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유니버셜 디자인의 핵심은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획일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것은 그 공간을 사용할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용자, 그중에서도 가장 도움이 필요한 자의 구체적인 조건과 필요를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유니버셜 디자인은 획일적인 모듈이 아니라, 그 지역의 고유한 맥락 속에서 가장 세심하게 맞춤화된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 꼭 필요한 시설인지 가려내야 하고, 짓기로 결정되었다면 지역의 내재적 필요와 삶의 원리와 조응하는 방향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 외부에서 주입된 표준화된 모델이 아니라, 그 지역의 고유한 맥락과 주민들의 실제 삶 속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공공건축은 짓기 전에, 먼저 ‘듣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시설들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할 때다. 전민정 부안군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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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8 18:22

새만금 융합도시를 구축하라

2년 전 대한민국의 미래도시 새만금특구지정을 간절히 바랬던 기고를 다시 한 번 소환한다. 대한민국 각 시도의 인구분포도를 보면 전체적인 인구감소의 영향을 떠나서 갈수록 농어촌은 소멸의 길로 접어들었고 소도시는 그야말로 정지된 상태로 급변하게 변하고 있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의 소멸은 그 지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를 상실하게 만든다. 수 년 전부터 이와 같은 현상을 대비하기 위하여 타 시도의 단체장들은 중소도시의 통합에 앞장서고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원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유입된 사람들의 정착을 위하여 외부 인사를 초정하여 귀촌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달하고 있다. 필자 역시 금년에도 강원도 춘천까지 달려가 귀농과 귀촌한 사람들의 정착을 위한 생활법률 강의를 한바 있다. 이는 지역 인구증가를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 것이다. 결을 같이하여 주변지역통합으로 걸 맞는 대단위 사업을 구상하고 시행하여 인구의 유입을 위한 통합의 모델은 어느 모로 보나 손해날 일은 없다고 본다. 우선 수 년 전부터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는 전주·완주 통합이 어찌보면 필연이기도 한데 무엇이 그렇게 문제인지 한 치의 양보 없는 속칭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들의 일그러진 사고는 망부석처럼 단단하여 어지간해도 영 깨어날 줄 모르는 현실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편으로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독자적 시로 승격하자는 모임을 결성하여 언론 등에 표명하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이유는 있어 보인다. 완주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도시행정가들의 지역 발전 연구 결과는 토막토막 나누어진 시·군의 경계선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국토의 일부가 변경된 역사까지 이루어 놓은 새만금은 전북도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융합지역으로 변할 수 밖에 없는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동북아의 허브가 되고 환황해권의 미래적 벨트를 구축할 수 있는 천혜의 땅이 엉 뚱한 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군산과 김제 그리고 부안의 관할권 분쟁이다. 당연히 이유 없는 무덤은 없다. 분명히 각 지역에서의 관할권 주장은 이유가 있기에 중앙정부 역시 판가름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꼭 새만금을 어느 한 지역에서 관할을 하여야 하는지 그래야만 되는 건지 묻고 싶다. 전국 각 지역이 활발하게 통합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통합하여 실패한 지역은 하나도 없다. 통합하여 지역이름 때문에 잠시 주춤했던 곳이 마산·창원·진해다. 통합 특례시명을 마산시로 할 것인지 창원시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 논쟁이 있었으나 결국 창원시로 한지가 10년을 넘기고 있고 인구가 2025년말에는 100만을 넘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소모적 논쟁을 멈추고 군산·김제·부안 역시 서둘러 통합하라. 세 지역이 새만금을 품에 안고 세계로 웅비하라. 이 지역이 하나가 되었을 때 각자 갖고 있는 잠재적 능력과 새만금의 무궁한 터전은 잠재워진 지역갈등을 넘어 상상을 초월하는 핵융합적 효과로 직결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초가삼간이 수용할 능력과 저택이 수용할 능력 그리고 거대한 빌딩이 수용할 한계점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제가 들어선지도 30년이 넘는 현재는 지방의원들의 역할이 든든하게 정착되어 주민과의 소통이 완벽하리 만치 밀착관계가 형성되었다. 군산·김제·부안 정부기관과 지역의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함께한다면 통합의 도시는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확신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 도민이 아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새만금특례시인 융합도시가 새로운 이름으로 빨리 탄생하여 대한민국의 미래 거점 도시로 태어나기를 촉구한다. 이형구 새만금사업범도민지원위원회상임본부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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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1.1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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