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4 17:10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경제논리 밀려 안전 위협받는 호남권 철도

호남권 철도의 시설 노후가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데도 경제 논리에 밀려 개량 보수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윤덕의원(전주 갑)을 통해 입수한 국가철도공단의 노후 철도시설의 개량 투자계획에 따르면 2021년에서 2025년 까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노선별 운임 수익 등 경제성이 높은 경부 고속선과 수도권 광역 철도를 내년부터 우선 보수하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호남권 등 다른 노선은 2023년 이후 시행한다는 것이다. 철도 투자 계획은 노선별 이용 실적과 수요 예측에 따라 경제성을 분석하도록 돼있다. 등급 평가 결과 경부선은 10점을, 호남선과 전라선은 겨우 6점으로 집계됐다. 산업시설의 집중으로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그에 따라 인구가 밀집된 경부선 권역의 등급 평가가 높게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리에 맞지 않는 그런 논리로는 호남권은 열악한 인프라로 지역활력 저하 등의 악순환만 거듭될 뿐이다. 경제성 위주 논리와 정책을 버리지 않는 한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지역균형 발전은 요원하다. 또한 경제성만 고려한 평가기준은 안전을 도외시한 설정이다. 실제 지난 15일 국감에서 공개된 호남 고속철도 노반 안정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호남고속 철도의 토공 구간 55.6㎞ 가운데 13.2㎞(23.7%) 구간이 허용 침하량(30㎜)을 초과하는 지반 침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평균 침하량은 46.7㎜이고, 최대 침하량은 140㎜에 달했다. 이에 비해 경부 고속철도의 경우 허용 침하량(30㎜)을 초과하는 구간은 3.75%에 불과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고속철도의 지반침하는 자칫 열차의 탈선 등으로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에 근거한 개량 투자계획으로는 호남 고속철의 개량 보수 공사는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열차의 특성상 열차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철도의 생명인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전은 수익보다 더 중요하다. 국가철도공단 등은 경제성 보다는 안전을 중시, 개량 보수가 시급한 노선 부터 우선 순위를 두고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시설 개량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5 16:49

‘연극정신’과 ‘헝그리정신’ 사이 어딘가에 예술이라는 보물섬이 있을까?

송원 배우다컴퍼니 대표 스물 한 살의 겨울, 오디션을 보고 극단에 들어갔다. 잘은 모르지만 나는 단원이 되었고 단원이 되면 공연을 할 수 있다고 했다. 6개월간 청소와 인사, 설거지를 배웠다. 먼저 극단에 있던 사람들을 선배님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배웠다. 언제 어디서도 본적은 없지만 서로 익숙한 듯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은 분명 나보다 먼저 시작한 사람들 일 것 이라는 눈치도 배웠다. 그들을 모두 선배님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그들은 나에게 몹시도 사적인 것을 자유롭게 물어보았고 언제나 반말을 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절대 사적인 것을 묻지 말아야 하며 의견이 달라도 토론하는 것은 몹시 버릇없는 행동 임을 배웠다. 성격이 좋거나, 성실하거나, 분위기를 띄우거나, 빠릿빠릿하거나 여하튼 어떤 이유로든 단원으로서 좋은 평판을 갖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배웠다. 연극을 하기 전 사람이 되어라 라는 문구를 그 예로 배웠다. 7개월 째 부터는 공연연습이 시작되었다. 나는 경력도 없고 인맥도 없는 아주 어린 배우이기 때문에 어떤 급여나 페이는 받지 않는 것이라고 배웠다. 아! 오히려 아마추어인 나에게 수강료를 받지 않고 무대를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감사히 알라 배웠다. 그렇지만 연습에 방해되는 그 어떤 아르바이트도 하지 말라고 배웠다. 나의 정체성은 배우이기도, 아마추어이기도 했다. 몸매와 얼굴과 실력과 나의 모든 것은 언제나 평가의 대상이었지만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배웠다. 연극은 원래 배고픈 것이라는 통념과, 요즘 것들은 헝그리정신이 없다는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의 일침 속에서 나의 20대는 예술이라는 보이지 않는 보물섬을 찾아 표류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이 곳에서 살아남고 싶었고 이 곳에서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아무것도 잘 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스물다섯의 겨울, 극단대표의 성추행으로 인해 극단을 탈퇴하고 예술이라는 보물섬은 찾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 뒤로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전 극단에 있던 다른 또래 동료 네 명도 극단을 탈퇴했다며 우리끼리 공연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가슴이 뛰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30만원씩 돈을 모았다. 우리끼리 역할을 분담했다. 대본을 찾고 포스터를 만들고 무대를 구상하고, 소품을 만들며 안무를 짜기도 하고 밤새 연습을 했다. 준비 기간 내내 우리는 자주 다투고 많이 웃었다. 아무도 혼나지 않는 이곳에서는 다툼을 통해 성장했고 우리는 다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공연당일 엄청나게 많은 관객들이 몰렸지만 선배들은 우리 작품을 혹평했다. 우리 연극은 실패한 걸까? 그런데 우리 공연이 왜 성공해야하지? 공연을 마치고 내게는 그들에게 되물을 힘이 생겼다. 이 글은 2020 연극의해 전국청년연극인 공론장에서 눈물을 꾹 참으며 한자 한자 발표한 위계폭력 경험담 중 일부이다. 현재를 사는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떤 창작자로 존재해야 마땅한 것인가 묻고 싶었다. 또 사업수행과 더 나은 결과물제출이라는 기존의 예술지원방식이 무엇을 놓치는지 말하고 싶었다. 지금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창작환경 속에서 더는 아픈 경험담이 연극정신이라고 일컬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미 너무도 불균형한 지역문화예술계의 권력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목소리에 귀 기울어야 할까? /송원 배우다컴퍼니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5 16:26

발로하는 투표(vote with feet)는 가능할 것인가?

김미정 전라북도 인재개발원장 2020년!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하지만 대도약의 기틀을 다지고자 노력했던 한해로 기억되기에는 너무나 많고 새로운 일들이 한꺼번에 닥쳐온 해인 것 같다. 지역에 새로운 위기와 기회를 제공했던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덮어버리고 코로나 19라는 새로운 감염병이 전 세계를 뒤덮었고 글로벌 기후변화에 따른 기록적인 폭우와 수해가 그 뒤를 이었다. 8월 이후의 감염병 재확산은 방역 강화를 통한 경제활력화와 일상성회복이란 화두를 멀어지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싸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공동체의 위기 앞에서는 항상 공무원들과 민간영역의 헌신과 노력이 있어왔고 지금도 그 헌신과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미증유의 4차추경 편성을 통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제시하고 한국형 뉴딜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추동해나가는 모습들은 공적영역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앞서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과거와는 달리 중앙정부 차원의 일사불란한 결정과 집행의 모습들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국 최초의 선제적인 추경편성, 위험시설 영업 중단에 대한 신속한 지원금 지급, 착한 임대료운동 등은 전북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확산된 주요한 지역발 모범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감염병의 확산 양태에 따라 지역을 달리하여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를 결정하고 지역에 적합한 방역을 수행하는 모습 또한 달라진 지역의 역량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주요 이슈에 대한 대응의 신속성과 정교함의 차이가 지역별로 발생하는 지금의 현상들이 발로하는 투표(vote with feet)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더 더욱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들이 더 좋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지역을 찾아 자유롭게 이주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이 개념은 경제 지리학자 찰스 티보(C. Tiebout)가 주창한 것으로 지방자치의 이념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는 수도권에서만 적용되는 개념이었다. 이제 그 논의는 수도권을 넘어 모든 지역에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토대로 작용하고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의 공무원과 민간이 소통하고 협업하는 문화가 있어야 함을 지금의 상황을 통해 알 수 있다.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을 아우르는 새로운 전북형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올해 제정되어 시행된 청년의 날 기사를 보면 전북도청의 청년비율이 40%에 이르고 있고 그중에는 90년 이후 출생한 공무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또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전북형 인재는 새로운 시대적 특성과 아울러 세대적 특성 그리고 전북인으로서의 지역적이고 문화적인 특성을 골고루 아우르는 통합적 인재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통합적 특성을 견지하고, 핵심역량(competency)을 갖고 있으며 이를 지역에서 올곧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계속적으로 길러내야만이 발로하는 투표를 통해 지역의 성장과 미래가 지속될 것이다. 전북 또한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발로하는 투표가 우리 지역에서 가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대응하여 현재를 기회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김미정 전라북도 인재개발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5 16:26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또래들과의 놀이이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이를 통해서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며 타인을 인식하고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코로나19 시대에 아이들에게 원격교육,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은 친구, 이웃, 지역사회 속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자아정체성을 형성해가야 할 성장기 아이들에겐 적신호라서 걱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과제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의 인터뷰기사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자신의 독일 유학 중 수업 시간에 놀란 적이 있는데, 단테를 아느냐는 교수의 질문에 자신도 아는 단테의 신곡을 학생들 대다수가 모른다고 해서 의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독일학생들이 안다고 하는 것은 자신처럼 제목만 아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대해서 읽어보고 살펴보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을 정도가 되어야 안다고 표현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면 깊이 호흡하고 사고하며, 되씹어볼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것이 독서이다. 다독 위주, 상식위주, 자기만족적인 책읽기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책을 선정해 같이 읽고 함께 얘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기 아이들은 부모와의 대화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학교에서 독서교육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학교의 독서교육은 평가 체제, 대학입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학부모의 평가 불신으로 인한 서술형 문제 출제의 어려움, 사교육비 문제와 교육양극화로 입시에서 서술형, 논술고사가 사라져가는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다. 일본은 이미 2013년부터 비판적 창의적 역량을 기르는 논술형 교육과정으로 IB(국제바칼로레아)를 공교육에 도입한 이후 현재 약 200여개 학교에 적용하고 있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준비해야 할 미래교육의 방향에서 보면 전국의 학생들이 동일한 EBS강의로 똑같이 학습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면 단답형 정답만을 구하는 학습이 아닌 교사들의 다양한 교육내용과 방법을 학생 개인별 맞춤형으로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 학습콘텐츠를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행정지원과 교육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자신의 삶과 연결된 생태적 교육으로 협동학습을 하면서 지식과 생각이 깊어지면 아이들은 학습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학교에서 자신의 삶과 분리된 교과서 중심의 학습은 배움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삶의 만족도도 떨어진다. 2018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의하면 한국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71개 대상국가 중 65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은 격렬한 대입을 치르고 나면 손을 놓는다. 이러한 결과는 2013년 발표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서 우리나라 성인들의 역량은 청년층(16~24세)에서는 평균보다 높으나 이후세대(25세~65세)에서는 OECD 평균이하로 떨어지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격차가 커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미래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면 자기주도적인 평생학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조용한 교육혁명,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이미영(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5 16:26

지역 주택건설 공사 지역업체 참여 확대하라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이 지역 주택건설 시장을 장악하면서 지나친 분양가 상승과 지역내 전문건설업체들의 일감 축소 등 여러 문제점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자금력이 풍부해 주택 건설부지 매입에서 부터 우위에 있는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은 10여 년 전부터 도내 주택건설 시장을 싹쓸이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왔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전국 브랜드 선호 경향이 가세하면서 전북 토종 주택건설업체들은 속속 무너졌다. 제일건설과 계성건설 정도가 그나마 전북 주택건설업계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외지 대형 주택건설업체의 전북 시장 잠식은 높은 분양가 책정과 지역 전문건설업체 경영난을 부른다. 자체 협력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은 지역 업체에 일감주기를 꺼린다. 공사 현장에서 필요한 건설인력은 타 지역에서 공급받을 수 없지만 자재와 장비 공급 등은 지역적 제약이 덜해 얼마든지 협력업체 독식이 가능한 구조다. 지역 업계와 자치단체의 노력으로 지역 전문건설업계의 공사 참여가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하도급 비율이 40~~50% 정도로 낮은 편이다. 자체 협력회사에만 하도급 입찰 참여자격을 부여하던 외지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이 지역업계와 자치단체의 반발로 2018년부터 지역업체에도 입찰참여를 허용한 결과다. 지난 2018년 30%에 그쳤던 전주지역 공동주택 건설현장 하도급률은 지난해 45%로 증가했지만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경북 포항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 건설업체의 하도급 참여율을 65%까지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와 전주시는 지난 21일 전주시 서신동 감나무골에 1986세대 규모의 대단위 재개발 아파트 시공을 맡은 포스코와 한라건설 측에 지역업체 참여 확대를 요청했고,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다행스런 일이지만 지역업체 참여 확대가 감나무골 공사 현장 한 곳으로 끝나선 안된다. 지역에서 진행되는 주택건설 공사에 지역의 인력과 자재, 장비 사용이 더 확대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돼야 한다. 지역 전문건설업체도 행정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외지 업체에 뒤지지 않는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2 22:32

지방대 죽이는 대학역량평가 개선해야

정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가 지방대학 죽이기나 마찬가지여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대학평가는 지난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시작으로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로 바뀐 뒤 내년에 3주기 평가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격감하는 지방대학을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리는 수도권대학과 동일하게 평가함에 따라 지방대학에 절대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 이후 2018년 입학정원 비교분석 자료를 보면 전북지역 대학 정원 감축권고는 4700여 명으로, 정원 대비 18%에 달했다. 경북충남 17%, 전남세종 16%, 인천울산 7%, 서울 1%에 비하면 전북지역 대학들이 대학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이 내년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앞두고 지방대학들은 더욱 암울한 상황을 맞고 있다.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드는 데다 젊은 층은 취업을 고려해 서울소재 대학 진학을 위해 지방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내년 대학기본역량평가에서 신입생재학생충원율, 교육비환원율, 전임교원확보율 등 7개 평가지표에서 일정 기준을 넘겨야 하며 미충족 지표 수가 3개 이상인 경우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하게 된다. 특히 내년에는 신입생충원율 항목에 대한 배점이 10점에서 12점으로 높아짐에 따라 지방대학 죽이기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원자가 몰려드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교육균형발전과 지방대학 발전을 저해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교육부는 대학평가 결과에 따라 신입생 정원을 조정하고 장학금 등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결국 대학역량평가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간 재정지원을 차별화하면서 서울소재 대학만 지원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때문에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불공정 경쟁구도속에서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지방대학이 설 자리를 잃게 되면 지방소멸 위기는 더 가속화되고 결국 지방은 궤멸할 수밖에 없다. 현행과 같은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는 지방대학을 고사시키고 지역균형발전을 가로막는 만큼 반드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특성과 여건을 반영해서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2 20:58

계남정미소의 외로운 싸움

삽화=권휘원 화백 진안 마령면사무소에서 백운면으로 넘어가는 넓지 않은 2차선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순하게 자리 잡은 계서리 계남마을이 있다. 좁은 마을길을 한참 들어가야 만나게 되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계남 마을에는 1년에 한 두 차례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마을 입구에 자리한 오래된 방앗간, 계남정미소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까닭이다. 농촌의 대부분 방앗간들이 본래의 쓰임을 다하고 문을 닫기 시작했을 즈음, 계남정미소도 문을 닫았다. 가뜩이나 오래된 방앗간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자 금세 낡은 공간이 되어 방치됐다. 그러나 1년 만에 이 남루한 공간은 다시 새로운 쓰임을 얻었다. 2006년 문을 연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 다. 문화공간이 된 계남정미소는 금세 이름을 알렸다. 공간의 새로운 주인이 된 사진작가 김지연씨는 마을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며 마을공동체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일깨우는 다양한 기획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계남정미소는 2012년 가동을 멈췄다. 가중되는 경제적 물리적 어려움이 원인이었다. 휴관에 들어갔던 계남정미소는 다행스럽게도 2016년, 가까스로 동력을 찾아 다시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들의 지원이 힘이 됐다. 다시 문을 열던 날, 김관장은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그 명맥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루어졌다는 말로 기쁨을 전했다. 그 뒤 4년, 계남정미소는 김관장의 소박한 바람, 꼭 그만큼만 공간의 쓰임을 지켜가고 있다.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자치단체마다 지역문화를 살리려는 노력과 투자가 더해지고 있는데도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계남정미소의 현실적 환경이다. 사실 계남정미소는 쓸모를 잃고 사라져가는 수많은 농촌마을의 오래된 공간들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통로가 되었다. 마을공동체의 의미를 되살리고 방치된 낡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모범적 사례로 이름을 떨쳤으니 그것만으로도 역할이 빛난다. 부활했으나 여전히 꺼져가는 불씨처럼 간신히 생명을 붙잡고 있는 계남정미소의 존재가 안타까운 것은 그래서다. 계남정미소가 1년에 한차례 여는 기획전이 시작됐다. 젊은 사진작가 장근범의 아시아 프로젝트 전시회로 당분간 계남정미소에는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진안의 귀한 문화자산이 된지 오래, 스스로 성장하여 지역을 빛내고 있는 계남정미소의 외로운 싸움에 지역사회의 힘이 더해졌으면 좋겠다. 계남정미소의 힘찬 가동(?)을 보고 싶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10.22 16:46

[병무상담] 1976년 이후 복무자 군번 확인

현행 주민등록번호는 1976년 이후 제정되어 이전의 군복무 사항은 주민등록번호로 확인이 불가능하므로 군번을 아셔야만 병적증명서를 발급 받으실 수 있으며, 군번 확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국가 또는 참전용사(625, 월남) 유공자로 국가보훈처에 이미 등록된 경우에는 본인 또는 가족이 관할 지방보훈지청에 군번을 요청하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만약, 국가보훈처에 등록되지 않은 경우에는 첫째,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에서 구 원장(구 주민등록표)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각 군 본부에 군번 확인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확인대상자의 제적등본, 군 입대 당시 본적주소성명생년월일과 복무부대, 복무기간 등 알고 계신 모든 사항을 기재하여 신청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군번 확인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성명은 공부상 성명(한자)과 집에서 부르던 아명, 생년월일은 공부상 생년월일과 실제 생일(음력), 그리고 본적, 주소, 입대 당시 주소, 입대 당시 훈련소(부대), 복무부대, 전역일자, 전역사유(만기, 병제, 명예제대, 의가사 등), 기타 군 복무와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넷 신청방법은 국민신문고 또는 각 군 본부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민원마당 민원신청」에서 신청하시면 되고, 우편신청은 <육군> 충남 계룡시 신도안읍 부남면 사서함 501-57호 육군본부 민원실(우 32800), <해군> 충남 계룡시 신도안읍 부남면 사서함 501-290호 해군 역사기록 관리단(우 32800), <공군> 충남 계룡시 신도안읍 부남면 사서함 501-307호 공군본부 민원담당자(우 32800)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군번이 확인된 경우에는 가까운 병무청을 방문하거나 시도, 시군구, 읍면동 주민 센터에서 어디서나 민원으로 신청하시면 병적증명서를 발급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2 15:50

근근이 먹고산다 - 나태주 시인

나태주 시인 우리 집은 아빠가 선생질을 해 근근이 먹고 산다. 지금도 이 문장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파온다. 이 문장은 우리 집 아들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다닐 때 여름방학 숙제로 쓴 일기장에 들어 있던 문장이다. 마침 그때는 나도 아들아이가 다니던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던 시절인데 여름방학이 지나고 여름방학 숙제 검사를 하던 아들아이 담임선생님이 일부러 나를 불러서 보여준 문장이기도 하다. 아들아이가 일기장에 쓰기는 했지만 이 말은 애당초 아들아이의 것이 아니다. 아이의 엄마가 아들아이에게 자주 해준 말이다. 그러기에 아이가 그것을 외워두었다가 마침 일기장에 아무것도 쓸 거리가 없는 날 이 말을 기억해내고 무심히 옮겨 적은 것이다. 우리가 살던 집, 아주 작은 단독주택 앞에는 동네 사람들이 홍가가게라고 부르던 조그만 구멍가게가 있었다. 그 가게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들이 여러 가지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아이는 그 장난감들에 눈독 들여 살았다. 들락날락 가게 문을 드나들며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에게 장난감을 넉넉하게 사줄 만한 돈이 아내에게 있을 까닭이 없었을 터. 늘 푼돈으로 쪼개어 써도 돈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쌀값, 연탄값, 반찬값을 제하면 남는 돈이 별로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아이는 새로운 장난감에 마음을 뺏기고 자꾸만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으리라. 그럴 때마다 아내가 아이의 등짝을 한 대씩 때리면서 했던 말이 바로 그 말이다. 우리 집은 아빠가 선생질을 하여 근근이 먹고산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나 아이의 등짝을 때리며 경각심을 심어주던 아이의 엄마나 그것을 바라보던 나는 참으로 한심한 인물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한심한 사람은 바로 나. 그래, 학교 선생으로 일한다는 사람이 아이에게 장난감 하나 시원시원 사주지 못하고 아내에게 그런 소리를 하게 만들고 또 아이에게는 그걸 또 일기장에 쓰게 했단 말인가! 이제 와서 가족들에게 참 미안하고 송구한 심정이다. 근근이란 말은 일상 흔하게 쓰이는 말이 아니다. 어렵사리 겨우란 뜻의 부사이다. 또 이 말은 한자에 그 뿌리를 둔 말이기도 하다. 근근이에 쓰여지는 근(僅)이란 글자는 여러 가지 뜻인데 한결같이 부정적이며 마이너의 뜻이다. 겨우, 거의, 가까스로, 다만, 단지(但只), 희미하게(稀微--), 적게의 뜻이 그것들이다. 정말로 그 시절 우리 가족의 삶이 그러했다. 매우 왜소하고 매우 부족하고 매우 썰렁하고 매우 춥게 살던 시절이다. 아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형편이나 상황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우리가 사는 것은 근근이 어렵게 사는 삶이다. 시간이 그렇고 건강이 그렇고 인간관계가 그렇고 세상 돌아가는 형편이 두루 그러하다. 오늘날 우리는 단군 임금 이래 가장 잘 사는 세상을 살고 있다. 들쑥날쑥이 있기야 하겠지만 의식주가 그런대로 해결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한껏 보장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이런 나의 발언이 선뜻 짐작이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대로 나잇살이나 먹은 내 눈으로 보기엔 우리는 지금 분명히 잘 사는 사람들이다. 그냥이 아니라 기적처럼 잘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불평불만이 많고 자기만 낙오자라고 투덜거린다. 마이너라고 루저라고 한숨을 짓는다. 모두가 상대적 비교 탓이다. 자기의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남의 것만 흘낏거린 탓이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기에 앞서 자기의 것을 소중히 아름답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을 보다 더 사랑하고 아끼고 자랑스럽게 여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자존감을 높여야 할 일이다. 근근이 먹고 산다는 이 말을 우리는 지나치게 부끄럽게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상 우리는 모두 오늘날도 여전히 근근이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오히려 안쓰럽고 아름답고 눈물겨운 사람들이다. 비록 근근이 먹고 살지만 마음만은 더욱 너그럽게 부드럽게 풍부하게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길이 정말로 물질로 마냥 풍요로운 오늘날 우리가 잘 사는 길이라 생각한다. /나태주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2 15:50

코로나19, 연대와 공동체 정신으로 극복하자

유진섭 정읍시장 정읍시는 추석 이후 코로나19 지역 발 감염 확산으로 전국적 관심의 중심에 섰다. 정우면 양지마을에서 12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정읍시는 선제적 대응의 일환으로 양지마을에 이동제한 조치를 취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지역 발 감염으로 이동제한 조치를 취한 최초의 사례여서 양지마을 주민들과 시민들은 무척이나 불안하고 당황했었다. 그러나 정읍시는 대응매뉴얼에 따라 관계기관과 협력해 의연하고도 엄정하게 대처했다. 먼저, 양지마을 주민과 접촉자 264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마쳤고, 다행히 전원 음성으로 판정됐다. 그리고 이동제한 조치 중인 양지마을 주민들을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마스크, 소독제를 비롯해 김, 장조림 등 반찬류까지 꼼꼼하게 챙겼고, 지역농협과 연계해 농작물 수확을 도왔다. 현장 원스톱 민원실 운영과 함께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의 긴급상황에 대비, 공중보건의와 응급차량도 배치했다. 정읍시민들과 관내 기업인들의 온정도 답지했다. 이동제한 기간 내내 도시락 봉사가 이어졌고, 수십 건의 물품이 전달돼, 양지마을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됐다. 정읍시는 이러한 시민 모두의 마음에 힘입어 1인당 5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 그리고 10월 17일, 모든 양지마을 주민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판명돼, 정읍시는 10월 19일 오전 10시부로 양지마을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처음 정우면 양지마을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결정하고, 시장으로서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 향후 마을주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 먼저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을주민 대다수가 고령자여서 자칫 때를 놓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동제한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결과적으로 더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정읍시가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필자는 이번 정우면 양지마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세계에 마주 선 우리는 새로운 가치체계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본주의의 절대적 아이콘으로 등장했던 서구의 합리적 개인주의는 비판적 반성에 직면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코로라 괴물에 맞서 싸울 다윗의 돌팔매는 다름 아닌 공동체의 연대, 헌신, 타인에 대한 신뢰 등 인류의 삶을 떠받치고 있는 보편적 덕목인 것이다. 그것은 우리 선조들의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의 정신과 맞닿아 있고, 고대 그리스 현자들이나, 동양의 성인들이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고유의 가치들이다. 인류는 위기를 극복하면서 진보한다. 인류가 코로나19를 잘 극복해 낸다면, 세계시민사회는 더 성숙할 것이고, 진정한 지구화, 세계화가 지구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될 것이다. 나아가 인류의 전지구적 연대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정읍시민은 이번 양지마을 이동제한 조치 과정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격리된 고통을 감내하는 양지마을 주민을 위해 수많은 온정을 베풀었고, 지역경제가 얼어붙었지만 다수의 소상공인들은 손해를 감수하며 어려운 시기를 같이 이겨냈다. 지면을 빌어 공동체에 대한 연대, 헌신을 보여주신 정읍시민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리며, 코로나19는 아직 진행 중이니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여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겠다. 아울러 정읍시도 향후 코로나19 대응에 즉각적, 전방위적 조치로 시민의 건강과 안전 사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며, 반드시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갈 것이다. /유진섭 정읍시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2 15:50

시안(詩眼)으로 본 사계(四季) - 김계식

▲ 김계식 시인 허기진 새 몇 마리 어지럽게 지저귀는 소리 끝으로 밝아오는 여명 숨을 몰아쉬던 바람도 밤새 묻은 어둠을 떨쳐내고 있다. 화창한 날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도 채 다가서기 전 풍전세류로 비웃음 당하던 수양버들이 엄동 속 온기 휘어잡아 연녹색 푸름으로 춘산을 입짓하며 화해를 손을 내민다. 어찌 하늘의 드높음 만이랴. 생명 가진 것들의 짙은 소망 그 생기로 피어나는 숨결인 걸. 새로운 봄소식 먼저 맞이할 수 있는 언덕에 올라 발목 잡은 젖은 시간을 털어내며 꿈으로 봄기운으로 맑은 새벽을 맞는다. 봄을 맞는다. 아직도 허연 눈발을 뒤집어쓴 이른 봄 산자락의 게으른 봄 마중이다, 입춘에 어렵사리 불려나온 우수(雨水)의 살얼음 풀리는 소리 들린다. 어디서 그 소릴 들었는지 진흙 질컥한 짚신 바닥을 동구(洞口) 정자나무가 땅 위로 드러난 노근(露根)에 쓱쓱 닦고 있었다. 새벽 기침(起沈)을 어려이 참고 아랫목 뭉그적거리는 노인과 달리 터진 바짓가랑이 불알 내보이는 아이놈 벌써 이른 봄산에 안달한다. 언치가 부담스런 외양간 누렁이 논밭 갈던 두려움 까맣게 잊고 틈둑 보드라운 새 풀잎 냄새에 되새김질하는 아래턱이 더욱 바쁘다. 두어 장 넘어감을 인지한 지금에야 게으름에 젖은 무르팍에 힘을 모으는 늦깎이 봄 마중. 폭염(暴炎) 몸 사릴 때 붙박임보다 작은 부유(浮游)릍 감사하는 부레옥잠은 하늘 피어나는 흰 구름 빛깔을 굳히고 땡볕 줄곧 갈라대는 쓰르라미 소리를 점철하며 벌써 여리게 들어서는 살살이꽃 하늘거림을 꿈 그리듯 숙연하다. 익힌 인연으로 감지하는 나는 옥비녀에 서린 설움 닦아내는 한 줄기 바람 폭염 그늘로 파고들며 푸는 회오를 그냥 모르쇠 하고 있다. 상사화 피는 계절 허공을 향한 울부짖음, 메아리마저 내려앉을 곳을 잃었다. 더 붉게 타오르는 열정으로 소진을 까맣게 모르는 부단한 재연(再燃)이었다. 이윽고 또 이울고 찾을 길 없는 빛과 소리 어렴풋한 방향을 짚어 솟아나는 푸른 잎사귀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이루어낼 해후(邂逅)이더냐. 같은 이름으로 불려도 끝내 등진 대답 언제 어디서 하나 될 것인가. 가림없이 내리쬐던 한여름의 열기, 밤 시간 점철하는 귀뚜라미의 호곡으로 한풀 껐여 양지로 뜨겁고 음지로 시원한 얼룩빼기가 된다싶더니 마당 한복판으로만 더 두터운 햇볕은 붉은 고추 닦달하고 콩 꼬투리 비집어 콩알을 세다가 물러감을 앙탈하는 뒷자락 가을은 그렇게 시나브로 다가왔다, 익어가는 벼이삭 따라 변해가는 토실한 메뚜기는 손 빠른 아이의 손에 붙잡혀 피 꽃대로 만든 꿰미에 어린 살과 등껍질 사이로 꿰이던 날이다. 내일도 모르는 놈 퇴화된 입에 생식기만 내세우는 놈이라고 비아냥거렸던 하루살이가 그냥 부러웠다. 세상 으스대던 벗어진 이마면 무엇 하며 튼실한 날개면 무엇 할 것인가? 생각에서 운명까지 시베리아 툰드라 동토(凍土)가 운해를 넘어 보료로 보이던 날, 사뿐히 내 려앉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뇌리를 채워진다. 하지만 다행히도 말로 바꾸지 않고 깊이 묻어둔 결과인지 우랄산맥을 넘을 때 덜커덩 기체 내려앉는 이상기류를 운명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며 오싹 오금 저린 순간을 맞았다. 생각-말-행동-습관-성격-운명 이런 절차로 생각이 끝내 운명이 되는 거라면 그날의 내 심신은 지금 영원히 녹지 않는 빙벽 속에 갇히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솔깃이 인다. /김계식 김계식은 정읍에서 출생해 전주교육청 교육장을 역임했다. 창조문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돌부처의 푸념>외 24권을 출간했으며, PEN문학상, 전북문학상, 전북시인상을 수상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2 15:50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 감독기구

▲ 김상설 감정평가사 정부는 617, 710, 84 부동산대책을 통해 보유세 인상과 대출규제 등의 수요억제책, 세입자보호를 위한 임대차 3법, 수도권 중심의 공급확대정책을 발표했다. 더 나아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부동산감독기구의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시장의 교란행위가 날로 진화하고 있어 정부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감정원이란 공기업이 한국부동산원으로 이름이 바뀌어 시행(2020.12.10.)을 앞두고 있다. 한국감정원법 제1조를 보면, 설립목적은 부동산시장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고 부동산시장에서의 소비자 권익보호와 부동산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란 명칭과 목적 어디를 봐도 부동산감독기구라 칭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주요 업무는 부동산가격 공시업무, 부동산투자회사에 대한 업무검사 및 감정평가 타당성조사, 주택청약 업무, 기타 부동산의 시장동향과 관련 통계조사 등이다. 불과 4년 전에한국감정원이란 이름으로 설립된 1000여명에 이른 방대한 조직이다. 현 정부에서 부동산시장이 안녕하지 못하다면, 부동산시장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 설립된 기관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따져봐야 할 게 아닌가. 때마침 한국감정원의 명칭을 한국부동산원으로 바꾸고 기능을 보완하여 감독기관으로서의 새출발을 앞두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설립후 4년 동안 설립목적에 걸맞게 부동산감독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여 왔는지 주무부처로서 깊이 되돌아 봐야할 시점이다. 부동산시장의 안녕과 별 관계 없는 수익성을 위한 업무가 많지는 않은지, 감독기구로서 조직규모가 너무 방만하지 않은지, 특히 민간 전문가가 충분히 수행가능한 분야인 감정평가 관련업무 등 민간시장을 과도하게 침법하지는 않았는지 등등. 우리나라는 국토가 협소하고 더구나 산지가 65%나 차지하므로 대부분의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의 규모는 더욱 협소한 나라이다. 일부 보수언론의부동산정책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는 투기적 수요가 많고 공공성이 강한 부동산시장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한가하고 무책임한 주장이다. 실거래가신고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부동산시장 안정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 그 이유는 실거래가보다 낮은 저가신고가 많기 때문이며, 그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기능이 결여되어 있다. 저가신고는 탈세로 국가재정을 좀먹고, 투기세력이 발붙일 터전을 제공하여 왔다. 분양권 불법전매행위, 아파트가격 담합행위, 허위매물, 아파트 공사비 부풀리기, 기획부동산의 투기행태, 위장전입 등 부동산 감독기구의 역할이 필요한 분야가 즐비하다. 부동산감독원, 부동산거래분석원, 한국부동산원등 명칭과 설립목적이 유사한 기관을 중복설립하여 예산낭비와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과거 수십년 간 수많은 부동산대책을 시행하여 왔지만, 사후약방문처럼 사후 대응책만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여러번 학습된 결과이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예방적이고 항구적으로 부동산 시장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부동산 감독기구의 설립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의 명목만 감독기구인한국부동산원의 기능까지 포괄하여 투기세력을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명실상부한 감독기구를 설립하여야 할 것이다. /김상설 감정평가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2 11:04

농협의 억대 연봉

/삽화=권휘원 화백 농협중앙회 정규직 직원 연봉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소속 의원마다 농협중앙회 직원의 억대 연봉 문제 등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농협의 존립 목적을 거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정규직 2023명 중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직원은 839명으로 29.4%에 달했다. 직원 3명 중 한 명 정도가 억대 연봉자인 셈이다. 농협중앙회 억대 연봉자는 지난 2015년 381명으로 전체 직원 대비 11%에 그쳤지만 5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농협중앙회의 현금수지 적자는 지난 2017년 4148억 원에서 2019년 5098억 원으로 더 악화됐다. 농협중앙회는 적자 폭을 메꾸기 위해 매년 농업금융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차입해오고 있는데 차입금 규모가 지난 2017년 12조4000억 원에서 2019년 13조4000억 원으로 1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른 이자 비용도 2017년 3169억 원에서 2019년 3343억 원으로 늘어났다. 농협중앙회의 현금수지 적자에도 직원의 평균 임금은 9148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직원의 성과급 지급액도 계속 늘어나 지난 2015년 1인당 400만 원 수준에서 지난해 800만 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농협중앙회 창립기념일에는 직원들에게 540억 원이 넘는 지원금과 기념품을 지급했다. 지난해까지는 1인당 100만 원대를 지급했지만 올해는 곱절을 올려 200만 원 상당을 지급했다. 농협의 주체인 농민 조합원들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와 54일간의 최장기 장마, 그리고 잇따른 태풍 여파로 큰 시름에 차 있다. 벼 수확철이지만 일조량 부족과 백수현상 등으로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20% 정도 줄어들어 울상이다. 다른 작물들 작황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농가 평균 소득이 4000만 원을 넘어섰지만 실제 농업소득은 11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농사지어서는 먹고 살 수 없는 게 농민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농협 직원의 억대 연봉과 성과급 창립지원금 등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현실에 농민 조합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비애감마저 들게 만든다. 직원을 위한 농협인지, 농민을 위한 농협인지 그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권순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10.21 21:33

국민의힘 진정성 전북 현안 해결에 있다

영남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의힘이 전북의 국가예산 확보를 돕기 위해 오는 29일 전북도를 찾는다고 한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국가예산 배정에서 다른 권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고 전주시는 특례시 지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의 국가예산이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예산 증가율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전북의 국가예산 챙기기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국민의힘의 전북 방문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 추경호 국회 예결특위 간사를 비롯해 17명의 국회의원이 동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언론인 간담회와 기자회견, 송하진 지사 면담에 이어 도내 기초단체장들과 정책협의회를 열고 현안 청취와 함께 예산 확보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전북 지역구를 떠나긴 했지만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그동안 전북 국가예산 확보에 열정을 쏟아왔다. 20대 국회에서는 임기중 한 번도 하기 힘든 예결위원을 4년 내내 맡아 전북 예산을 챙기는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역구를 떠난 이후에도 정 의원이 보여주고 있는 고향 전북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전북 현안에 대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딴지걸기는 국민의힘에 대한 도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고 있다. 부산지역 의원들의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 훼방은 물론 경북지역 의원의 한국농수산대학 영남분교 설치 추진 등으로 도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 20일 열린 전북혁신도시 공공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구미을)이 경북분원(경북본부) 설치를 요구해 또다른 논란에 불을 지폈다. 잊을 만 하면 터져나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전북 상처주기는 국민의힘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국민의힘의 전북 국가예산 확보 지원 방문은 바람직하고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역 방문을 통한 보여주기식 행사보다 전북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진정성있는 모습이 더 값진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전북 도민들은 제3금융중심지 지정, 군산조선소 재가동, 서남대 의대 폐교의 후속 대책인 남원 공공의대 설립 등 현안 해결을 갈망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가예산 지원보다 더 큰 관심을 가져야하는 부분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1 18:43

공공의대 열망에 찬물 끼얹은 전북대병원장

남원 공공의대 설립을 바라는 전북도와 도민들 열망에 전북대 조남천 병원장이 찬물을 끼얹었다. 조 병원장은 지난 20일 광주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조 병원장은 전북대병원이 공공보건 의료 체계 유지발전 및 인력 양성과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지역거점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공공의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같은 조 병원장의 답변은 그동안 전북대병원이 지역 거점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전북지역의 현안 가운데 하나로 지난 20대 국회때부터 공공의대 설립을 꾸준히 추진해 온 전북도를 비롯 서남대 폐교 이후 지역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원시민들을 크게 실망시키는 발언이다. 남원 공공의대는 수도권에 비해 현격히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이 추진됐다. 실제 전북대병원도 산부인과 등 일부 기피 과에서는 의사 인력난을 겪고 있는 현실이 의료인력의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감에서도 지방의 공공인력 확보가 절실한 자료가 공개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전국 18개 지방의료원 의사 연봉 조사 결과 2019년 최고 연봉이 6억5천만원에 달하고, 평균 연봉이 4억원에 이를 정도로 고액 연봉인데도 지역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남원 공공의대의 정원은 폐교된 서남대 의대의 정원을 그대로 이어 받는 것이지 새롭게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도 아니다. 배출 되는 인력이 전북에 모두 근무 하는 것도 아니고, 전국 각지의 공공의료 부문에 종사하게 되는데도 전북대병원이 반대하고 나선 것은 명분이 없다. 전북대병원은 도민들을 실망시키지 말기를 바란다. 공공의대 설립을 돕지는 못할 망정 쪽박을 깨지는 않았으면 한다. 지역거점 병원도 지역 주민들을 위해 존재하고, 도민들이 사랑할 때 성장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1 18:43

국정감사와 지역정치

윤준병(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정읍고창) 10월 초부터 시작된 국정감사가 이제 종반부를 향해 가고 있다. 필자로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후 첫 국정감사이고, 30여 년의 공직생활 동안 피감기관의 위치에 있다가 견제와 감시를 하는 위치로 바뀌다 보니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준비할 때부터 지금까지 필자를 비롯한 보좌진들은 이른 아침에 출근하여 거의 매일 밤늦은 시간에 젖은 솜뭉치가 되어 귀가할 정도로,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쏟고 있다.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무엇보다 전북의 각종 현안 사업들이 정부 부처에서 제대로 반영되어 집행되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나아가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필자가 속한 환경노동위원회에도 전북과 관련된 여러 현안이 있다. 전북의 미세먼지가 17개 시도 중 가장 높게 나타난 원인을 분석하고 저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고, 새만금 수질과 해수유통에 대해서는 안호영 의원과 적극 공조하면서 역할을 분담해 개선 대책을 모색했다. 물론, 국민 모두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국 현안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보고자 했다. 택배노동자들이 연이어 과로사로 사망하고 있는데도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특고 노동자들의 산재 적용제외 신청제도를 전면 폐지하여 100% 산재보험 적용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전북 국회의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국정감사가 대폭 축소된 제약된 환경에서도 전북 현안을 부각시키기 위해 준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전략을 논의했다. 각자가 속한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지역 현안에 대해 자료를 찾고, 발로 뛰며,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도민에게 약속했던 원팀 정신을 살려 현안 해결을 위해 협업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국정감사에서 안타까웠던 점은 야당이 국정감사를 대결의 장, 정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구태가 여전히 보인다는 것이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금쪽 같은 시간을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많았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여당과 야당이 바뀔 수 있는 체제다. 따라서 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서 집권 여당보다 행정부를 더 잘 운영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지만, 국민의힘 국정감사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면 555조 8000억원 규모의 내년 국가예산에 대해 예산심의에 착수한다. 국회 예결위원인 필자로서는 책임감이 무겁다. 필자는 등원하자마자 의원실 내에 국회 전북도민청을 설치했다. 전북 14개 시군 공무원들과 도민들의 업무 편의와 국가예산 확보를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총선에서 보내주신 압도적인 지지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예산심의과정에서 전북 의원들과 적극 공조하여 전북지역 국가예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 이상보다는 현실을, 명분보다는 실질을 중시하고, 주전자처럼 목마른 이들을 먼저 챙기는 태도가 정치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국정감사와 국가예산심의에서도 민생 회복과 전북 현안을 구석구석을 살펴서 국민과 도민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대한민국과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겠다. /윤준병(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정읍고창)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1 15:47

고향의 가을은 우리를 부른다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얼마 전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고향방문 자제하기, 단체 모임금지 등으로 고향방문 인원이 많이 감소했다고 한다. 경제성장과 사회의 급격한 가치관 변화 등으로 출향인들은 타향에서 제2의 고향살이를 하고 있지만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냈던 고향은 영원한 안식처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전통풍습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한순간에 변화하고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 두렵기까지 하다. 추석이 다가오면 형제, 자매들이 일정을 세워 조상 묘소의 벌초를 하고 오손도손 모여 앉아 세상 사는 이야기 등 서로 안부를 묻는 것으로 대면의 만남에서 가족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차례를 지내고 부모, 형제 친지들과 서로 덕담을 나누면서 가족으로 공동 일체감도 가질 수 있었다. 올해 추석 벌초 등은 대행업체 등 타인의 손에 이루워지고 특히 부모, 형제, 자매가 있는 출향인은 대부분 고향방문 대신 전화로 안부를 대신했다. 명절 때마다 거리에 나부끼는 고향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 등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국가시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코로나19 확산방지에 함께하는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고향은 지금 우리를 부르고 있다. 지긋지긋한 장마와 태풍이 언제 지나갔는지 우리의 뇌리에서 차츰 잊혀져 가고 있는 요즘에 고향 들녘은 온통 황금물결로 넘실거리고 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미풍에 흔들리며 고향 정취를 더욱 느끼게 하고 장마와 태풍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국화 꽃봉우리는 출향인들을 맞이하기 위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제라도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나홀로 고향을 찾아가 보자. 부모님들은 자나깨나 자식걱정 때문에 오지 말라고 하지만 서운해하고 계실 것이다. 이젠 명절도 지나갔으니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실천하면서 조심스럽게 노크해 보자. 방역은 지속적이지만 진정한 자식의 도리는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가을은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며 고향이 그리워지는 낭만의 계절이다. 고향의 각종 축제 및 행사가 취소되고 있지만 고향 하늘은 유별나게 높고 푸르다. 산야는 울긋불긋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자랑하고 있어 그냥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어릴적 추억이 담겨 있는 내 고향 산과 바다를 가슴에 담아내는 여유를 가져보자. 피땀 흘려 지은 과일, 곡식, 채소, 수산물 등을 지자체별로 드라이브스루와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며 외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분명 애로사항은 있을 것이다. 출향인들도 함께 동참하여 농수산물 판로개척 등 고향의 결실을 함께 만들어 가자. 코로나19의 방역 추진과 아울러 지자체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소통하고 고향과 함께한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좀 더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향인들은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현실에만 안주하지 말고 고향에 능동적으로 빠져보자. 지금 고향의 가을은 들과 산, 바다에서 그리고 명품 과일,곡식, 채소, 수산물 등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 고향인과 출향인이 함께하고 같이 간다면 분명 위기가 기회로 전환되는 그날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탁경진 재경도민회 사무총장협의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1 15:47

정읍풍류와 샘소리터

전북도립국악원 서경숙 학예연구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 했던가. 샘소리터의 첫 방문 때의 내 기억은 풍성한 먹거리와 풍류, 그리고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던 훈훈한 날이었다. 정읍의 내장산, 내장호 아래에는 달맞이골이라 불리는 월영마을이 있다. 마을 안쪽으로 가다 보면 샘소리터라는 풍류방이 자리 잡고 있다. 샘소리터는 이곳의 터지기인 김문선 씨가 사재로 정읍의 소리와 멋, 맛, 그리고 정읍의 풍류 정신을 잇고자 만든 풍류 전용 공간이다. 이곳에는 영원한 풍류인으로 살고자 하는 김문선 씨와 음식 솜씨가 일품인 그의 아내 김은례 씨가 이웃들과 함께 항상 다과를 나누고 차를 마시며 풍류를 즐기고 있다. 샘골 정읍은 음악의 시원이며 풍류의 고장이다. 이곳에 오래 전부터 전해져 오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의 노래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정읍사이다. 이 노래의 정신을 최치원은 풍류라 하고 감운정을 지어 몸소 이 정신을 실천하였으며, 최치원의 풍류 정신을 이어받아, 정극인은 향약이라는 자치규약을 만들어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였다. 그 정신이 현재 정읍풍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풍류란 바람의 흐름처럼 어떤 것에 얽매이지 않고, 세속적인 가치를 벗어나 서로 즐겁게 어울리며,?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멋있는 삶으로,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운치와 멋스러움이 있음을 뜻한다. 풍류를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가 갖추어져야 한다. 먼저 놀 수 있는 공간인 풍류방이 있어야 한다. 풍류방은 대가댁 사랑이나 별장, 재각, 풍류객들이 공동으로 지은 누각이나 정자가 그 역할을 하였다. 다음은 풍류방에서 놀 수 있는 음악이 있어야 한다. 음악은 樂而不流哀而不悲(즐거우면서도 지나치지 않고 슬프면서도 비통해하지 않는다)한 중용의 도를 실천하는 음악으로 대표적인 곡이 영산회상이다. 그 외에 먹거리로 술이나 차가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풍류 정신이다. 풍류는 악한 욕심을 버리고 서로를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삶의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다. 나만이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세상, 이것이 바로 풍류 세상일 것이다. 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풍류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항변할지 모르나 우리 선조들은 더 힘든 삶을 살았어도 풍류심을 잃지 않았다. 예술을 소중히 여기는 정신과 마음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샘소리터의 터지기인 김문선씨는 이러한 풍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고 실천하고 있다. 샘소리터는 항상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지 한 잔의 차를 즐기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샘소리터에는 항상 풍류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코로나 19로 힘든 요즈음, 어느 때보다도 풍류 정신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풍류 정신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전북도립국악원 서경숙 학예연구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0.10.21 15:47

불편한 출판기념회

삽화=권회원 화백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 는 속담이 있다. 남들에게 오해 받을 불필요한 행동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지난 주 열린 박용근 도의원의 비대면 온라인 출판기념회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당초 지난 2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미뤄지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온라인 방식으로 바꿔 치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개최 시기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코로나 상황은 여전히 예측불허인데 굳이 지금 꼭 해야 하느냐는 당위성 논란이 불거졌다. 1년 회기중 긴장관계가 최고조에 달하는 행정사무감사를 다음달 앞둔 시점이라 더욱 조심스럽다는 얘기다. 피감기관 공무원은 물론 이해당사자 입장에서는 휴대폰에 안내문자가 뜨면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더군다나 두세 차례 발송되는 데다 입금 계좌번호까지 곁들여 심리적 압박은 가중되기 마련이다. 주최측 에서는 순수함을 거듭 강조하지만 을(乙)의 위치에다 방어적 처지에 놓인 공무원들은 찍히면 곤란한 상황이라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들 중에 살생부 명단에 오를까 봐 어쩔수 없이 2만원이나 되는 책을 여러 권 구입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어찌보면 도의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명백한 갑질인 셈이다. 공무원노조가 추가제보와 함께 자체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흥미로운 것은 책 내용이 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리더십을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건국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을 5가지 코드로 재해석했는데. 그 중 자신을 낮추는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다른 어떤 덕목보다 정치인에게 제1의 소중한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인 박 의원의 경우 아쉬운 부분이라 더욱 그러했다. 작년 도교육청 공무원에 대한 갑질폭언 논란이 대표적이다. 인사철 담당 국장에게 직원 근무평점 청탁과 함께 편의를 봐 달라며 특정 업체를 소개해 밀어주기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그는 이를 괘씸죄로 여겨 직권을 남용함으로써 노조 반발을 샀다. 자료 요청을 과다하게 요구해 직원들을 괴롭히고, 해당 공무원을 정조준해서 그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출장현황 등을 대놓고 요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즉각적으로 이를 문제삼고 공동성명을 통해 진상규명과 박 의원 형사처벌까지 요구하며 강력히 맞섰다. 결국 그는 고개를 숙이고 공식 사과와 함께 과도한 언행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인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 모금 창구로 인식된 지 오래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를 겨냥한 입지자들의 통과의례인 점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행사 초대장은 청구서의 부정적 메시지가 강해 잡음이 끊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생뚱맞은 시점에, 불가피하게 보내야 하는 쪽과 받으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껄끄러운 관계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필자도 안내문자를 3번 받았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10.20 20:44

새만금 투자 SK, 전북 친화기업 만들자

재계 서열 3위인 SK가 새만금 투자를 결정하면서 도민들의 기대가 크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약속 파기에 따른 도민 상처 치유와 새만금 발전을 SK가 선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SK는 다음달 말 새만금 2조원 투자협약을 정식 체결하고 연말부터 본격적인 추가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을 뛰어넘는 신뢰의 기업으로 SK가 새만금 투자를 통해 전북 친화기업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때마침 전북도가 SK의 전북 및 새만금 추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 구상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전북도는 SK E&S와 SK 브로드밴드로 구성된 SK 컨소시엄의 새만금 2조 원 투자 제안을 계기로 SK 계열사 추가 유치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SK 컨소시엄의 투자 이행 협약을 조속히 마치고, 이후 SK 계열사 가운데 전북과 새만금에 투자 가능한 분야와 기업을 분석해 투자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SK가 새만금에 구상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센터 구축, 통신장비 수리 및 관련 서비스산업, 새만금 전기차 클러스터의 배터리 관련 제조산업, 바이오산업 등 추가 투자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많다. 에너지화학, 정보통신반도체, 마케팅서비스, 바이오제약 부문에 모두 100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SK는 구성원의 행복과 이해관계자 행복 추구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 장애인과 저소득층 아동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자립자활 지원, 사회적 기업 발굴육성을 통한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익 만이 아니라 상생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SK의 전북 및 새만금 추가 투자를 위해서는 기업하기 편한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SK도 이익을 창출해야 유지되는 기업이다. 편한 기업활동을 위해 어떤 문제들이 선결돼야 하는지, 행정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 도와야 한다. 인력확보를 위한 지역내 전문인력 양성과 벤처기업 및 소규모 기업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 좋은 기업이 오면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좋은 지역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SK의 경영철학이 전북과 새만금에서 활짝 꽃 피울 수 있도록 전북도와 도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0.10.20 18:09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