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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사태와 탄핵정국 그리고 전북의 미래

종종 그래왔듯 민주주의의 취약성이 다시한번 확인됐다. 이 땅에서 44년 만에 불쑥 나타난 불법 계엄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괴함 그 자체였다. 그래선지 많은 이들이 사태가 일어나게 된 구조적인 탓보다 수괴의 비정상적인 정신세계를 궁금해 한다. 검경의 수사보다도 뇌 전문가의 진단이 먼저라고 말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히틀러, 스페인 내전의 프랑코, 폭압정치로 치달은 박정희가 회자되는 이유다. 내란수괴와 가담자들은 민주시민들에게 의외의 통찰도 선사했다. 그들 몇몇은 5만 7천발의 실탄, 12대 헬기, 107대 군용차량이면 민주주의를 농단할 수 있다는 망상을 꿈꿨다. 반면 민주시민들은 정의와 상식에 뜻을 모으면 무언가도 해낸다는 용기와 희망을 공유하게 됐다. K-민주주의 너머 ‘더 나은 다른 세상’(a better different world)을 만들 수 있다는 비전이다. △탄핵 이후 정치드라마와 응원봉 세대의 몫 탄핵 시계가 빨라진다. 탄핵정국에서부터 새 정부 출범까지 앞으로 넉 달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빠르면 4월, 늦어도 5월이다. 국민의 선택이 어디로 향하든 민주시민들은 암울한 2년 반 세월을 금세 다이내믹 코리아로 바꿀 것이다. 그래서 그간의 퇴행은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응축과 숙성 기간으로 승화된다. 과거의 허물마저 미래의 엔진으로 만드는 민주시민의 역량이 기대된다. 이 땅이 소란한 중에도 세계정세는 숨돌릴 틈이 없다. 오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은 세계 경제질서를 격랑으로 내몰 것이다. 트럼프 출범과 내란·검찰독재 종식이 맞물린 것은 참으로 절묘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불법 계엄은 침묵한 채 야당에 책임을 돌리는 황당한 반응을 보이며 내정간섭과 구차한 의리지키기 논란을 불렀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혀 다를 것이다. 이 땅은 바야흐로 응원봉 세대도 정치의 주요 축이 되는 성숙한 민주시대를 맞게 됐다. 기성세대와 응원봉 세대의 만남은 극적이다. 삶에 지치고 투쟁에 힘겨워한 40·50·60 세대가 뜻하지 않은 원군을 만났다. 눈사람이 되도록 눈 맞으며 날을 지새운 집회는 전세계에 감동과 놀라움을 안겨줬다. 이들의 등장은 세대간 이해와 소통을 넘어 10‧20‧30대가 기성세대와 동행할 파트너로 인정받는 결정적 만남이었다. 고갈되는 연금을 과연 분담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게 바라본 의구심도 눈 녹듯 사라지게 했다. △세대간 연대‧동행으로 ‘더 나은 다른 전북’ 응원봉 세대가 관심을 가질만한 미담이 정치권에서 퍼져간다. 검찰독재에 저항하면서 AI 인공지능 산업의 씨앗을 틔우려 애쓰는 5선의 정동영 의원이다. 미래 차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중심차량(SDV) 전환, 소프트웨어 디지털 혁신, AI·모빌리티 신기술 전략에 열정을 태우며 내란투쟁에도 선봉에 섰다. AI를 전북 자동차산업에 접목시키는 발상은 눈여겨 볼만하다. 전북특별자치도정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전주시정의 영화영상산업 등도 응원봉을 밝히는 희망이다. 무엇보다 세대간 연대는 ‘전북형 기본사회’ 실현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은 내란정권이 가중시킨 불평등‧양극화를 일거에 걷어치우며 응원봉에게 존엄한 삶을 보장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그토록 기본사회를 중요시하는 이유다. 세대를 아우르는 연대와 동행은 내란과 혹한 속에서 우리가 찾아낸 지혜이고 미래 전북을 만들어갈 가슴 뭉클한 동력이다. 임정엽 전 완주군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5.01.08 17:11

‘2025년 희망 전북교육’, 학력신장과 인성교육으로 이루길

전북교육청은 학력신장과 책임교육을 투트랙으로 한 ‘2025년 새해 전북 교육정책’을 발표했다. 서거석 교육감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작년에 이어 학력신장을 더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과 공교육의 책무성을 확실히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취임이후 꾸준히 강조해 온 학력신장의 결실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해 독서·인문교육 확대, 수업혁신, 교과학습 강화, 특성화고 취업 지원 확대, 진로·진학 지원 체계 강화, 교육활동 보호 강화, ESG 실천, 특수교육, 다문화교육, 교육협력 등 10대 핵심과제를 제시하였다. 특히, 학습 부진 요인으로 지적된 문해력 취약을 극복하기 위해 아침 10분 독서 등을 강조하며 미래교육이 지향하는 ‘질문과 토론이 있는 교실’을 만들겠다는 내용은 이 같은 목표와 체계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런데 이러한 목표는 결국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 전체가 함께할 때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자발적 수업의지 고양과 교사들의 연구와 연수 강화, 교권을 보호하며 학부모에게는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협조 강화, 보호자 현장 교육 등도 확대할 계획이란 점은 균형성 있는 정책으로 강조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이에 덧붙여 학력신장과 함께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새삼 중요시된다. 최근 ‘계엄사태’로 일어난 한국사회의 대혼란은 ‘똑똑한 학생’들로 인식되었던 사람들이 일으킨 황당무계한 우리 시대 최악의 사태이다. 이 사태가 일으킨 한국사회의 손실과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는 우리가 압축성장을 위한 방편으로 선택한 학력 만능주의가 초래한 최악의 결과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즉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인되었던 한국사회가 낳은 후폭풍이라는 점에서 학력만을 강조하는 것이 교육목표의 절대 우위를 차지 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한편, 반가운 것은 전북교육청이 지난해 17개 시·도교육청 종합평가에서 2023년에 이어 연속으로 2024년에도 최우수교육청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올해는 “교육으로 희망을 주는 ‘전북교육 희망의 대전환’을 학력신장과 올바른 가치관, 인성함양으로 이루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1.08 17:10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30) 염기(廉記)

염기(廉記)란 염탐 기록을 의미한다. 1996년 편찬된 〈동학농민전쟁사료총서〉에 수록된 〈염기(廉記)〉는 1900년 경자년(庚子年) 10월 전라남도 순천(順天)·여수(麗水)·광주(光州)·영광(靈光)·담양(潭陽) 등지의 효자(孝子)와 토호(土豪)·향유(鄕儒)들의 성명 및 이들의 민간에 대한 토색을 염탐하여 행패를 부리는 자와 포상해야 할 자들에 대한 조사 내용을 기록한 자료이다. 표지에 “庚子十月 日”이라는 기록이 있고‚ 본문 중에 동학에 관련되는 기록들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 문서의 편찬 시기는 1900년 10월임을 알 수 있다. 전체 10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크기는 22.1×23.6cm이다.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염기〉에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각 지방 접주층들이 민간 토색(討索)을 일삼았으며 동학농민군 진압 시 대개 뇌물을 주고 살아나 이후 더욱 치부(致富)하였다는 사실 등이 기록되어 있다. 전라도 남부지역 동학농민군 지도자층의 경제적 기반을 알 수 있으며 이후 지방사회의 동향을 알 수 있는 자료이다. 이 중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순천 주암면 용촌(龍村)에 사는 조귀성(趙貴星)과 그 아들이 모두 접주(接主)와 거괴(巨魁)가 되어 평민(平民)을 토색(討索)한 사례가 수록되었다. 1900년 봄에 이르러서도 다시 사통(私通)을 하여 그 무리를 궐기시키려고 한 것이 여러 차례임이 포착되었다. 마찬가지로 순천 남문밖에 사는 서백원(徐白元)은 접주를 핑계 삼아 재물을 토색질하여 백성의 원한이 비할 데가 없었다고 한다. 순천 송광면 낙수동(洛水洞)에 사는 이사계(李士繼)도 본래 부자로 갑오년(甲午年)에 접주가 되어 평민을 침탈하여 더욱 부유해졌다고 한다. 이를 통해 보면 염기의 작성자는 동학농민군 접주들이 민가에 대하여 토색 및 침탈을 하여 치부하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순천 지역 동학농민군 지도자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 이후에도 1900년에 이르기까지 활발히 활동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순천 주암면 용촌의 조귀성도 1900년 봄에 이르러서도 궐기 움직임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순천 별량면(別良面)에 사는 심능관(沈能冠)도 더욱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염기 본문-순천지역. 서울대 규장각 제공 〈염기〉에 따르면 그는 갑오년 거괴로 거부(巨富)가 되었으나 지난날의 버릇을 고치지 못하였다. 1899년 전주(全州)의 병정 1명을 청탁하여 오게 하고, 그의 족인(族人)이라고 일컬으며 그의 사채를 무난히 거두어 들였다고 한다. 이때의 행동이 수상하였기 때문에 면(面)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갑오년에 죽은 자가 살아나서 지금 도리어 그 화를 받는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원망하여 말하기를 “어찌 하늘의 도가 있는가”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를 보면 1900년까지도 순천 지역 동학농민군 지도자는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어서 여수 화양면(華陽面) 봉오동(鳳梧洞)에 사는 심송학(沈松鶴)은 도집강(都執綱)의 이름으로 무리 수천명을 모아 고진(古鎭)·방진(方鎭)·봉화(烽火) 3곳의 군기를 탈취하였다고 한다. 하동(河東)에서 싸울 때에 민간의 돈과 곡식을 무수히 탈취한 일이 있다고 하였는데 동학농민혁명 당시 하동 전투를 의미하는지는 보다 자세한 추적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시선을 돌려 광주군(光州郡) 중옥리(中玉里)에 사는 지중화(池仲化)는 접주 거괴로 지난날의 버릇이 아직도 남아있어 의기가 양양하여 늘 동도(東徒)가 다시 일어나기를 바랬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죽일만한 자이다”라고 하였다. 동학농민군에 대한 증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밖에 광주 방산리(方山里)에 사는 문영보(文永甫)는 접주로 백성의 재물을 토색질하여 그 집이 부유해졌다고 한다. 광주 송정리(松亭里)에 사는 우치옥(禹致玉)도 접주로 민간을 토색질하여 그 돈으로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전라도 내륙 지역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활동도 눈에 띈다. 임실(任實) 이인면(里仁面) 독산촌(獨山村)에 사는 김내칙(金乃勅)은 동학의 거괴로 난리를 일으킨 것이 비할 데가 없었다고 한다. 갑오년 왕사(王師), 즉 관군이 내려왔을 때에 간사한 아전에게 붙어 속전(贖金) 수천금을 내고 풀려나 목숨을 건진 일이 있다고 한다. 임실 하동면(下東面) 계월리(桂月里)에 사는 전경서(全京瑞)도 본래 진안(鎭安)사람으로 갑오년 동학의 거괴이고, 어지럽게 작난질 한 것이 보통이 아니었다고 한다. 난리가 가라앉은 뒤에 진안에서 지낼 수가 없어 임실 하동면 계월리로 이사한 기록이 있다. 임실은 김개남의 근거지인 남원 인근의 고을이다. 따라서 임실 신안면(新安面) 낙천(樂泉)에 사는 한흥교(韓興敎)는 거괴 김개남(金開南)의 친사돈으로 무리 수만명을 인솔하여 이르는 곳마다 성(城)을 함락시켰다는 기록이 〈염기〉에 남아 있다. 또한 이 사람의 사촌인 韓東敎도 접주가 되어 수없이 많은 침탈을 하여 백성의 원망이 길에 가득하였다고 한다. 그밖에 영광 염소면에 사는 정훈직(丁熏直)은 본래 갑오 동학의 거괴로 난리를 일으킨 것이 심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의 농사 짓는 소를 빼앗아 멋대로 도살하고, 남의 집을 부수었으며 남의 재산을 자기 것으로 삼아 모은 재산이 수만냥이 된다고 하였다. 영외면(嶺外面) 대월리(大月里)에 사는 이중구(李重九)는 거괴로 기포대장(起炮大將)을 자칭하고 소 10마리를 잡았다. 여기서 기포대장(起炮大將)이 동학의 기포대장(起包大將)을 의미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담양(潭陽) 서면(西面) 간리(間里)에 거주하는 박관기(朴寬基)는 본래 읍속(邑屬)으로 전량(錢兩)의 이자를 받는 날이 만약 기한을 넘기면 그 부요(富饒)를 기대고 권세에 의탁해서 사람을 무수히 때려 죽을 지경에 이른 자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갑오년 동학의 거괴로서 남원 등지를 돌아다니며 토색질을 하다가 임산부를 구타하여 바로 낙태를 하게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 뒤에 목숨을 도모하는 일로 속전 수백 냥을 내었다고 한다. 이 또한 〈염기〉 작성자의 동학농민군에 대한 증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염기〉에는 전라도 순천, 여수, 광주, 임실, 영광, 담양 지역에서 활동하였던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동학농민혁명 당시의 활동 및 1900년에까지 이어진 활동들이 수록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동학농민군 지도자들이 민간 토색을 일삼고 치부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여기서 소개된 각종 토색질은 동학농민혁명을 진압하고자 하였던 관군 혹은 이들과 호응한 사람들이 동학농민군에 대한 증오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기에 그대로 신뢰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특히나 동학란으로 지칭되어 탄압당한 동학농민군 지도자들이 지역 사회에서 그대로 남아 치부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대부분의 동학농민군은 죽거나 지역 사회를 떠나야 했던 것이 당시의 실정이었다. 따라서 염기는 동학농민군 지도자들의 동학농민혁명 당시, 그리고 그 이후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한 방증 자료로 활용해야 할 것이고 여기에 나온 기록 모두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유바다 고려대 한국사학과 부교수 유바다 고려대 한국사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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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8 15:08

지역등권론과 올림픽유치

을사년 새해 사람들은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한해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데 향우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도 ‘지역감정’은 터부시되는 단어 중 하나다. 호남과 영남으로 대표되는 지역감정은 크고작은 선거때마다 광풍이 불듯 거의 모든 이슈를 덮는 메가톤급 위력을 보여왔다. 평소에는 수면하에 잠복해 있다가 선거때만 되면 어마어마한 광기를 부리곤 했다.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소위 3김시대가 저물면서 지역감정은 수그러든듯 해도 적어도 영남과 호남에서 특정정당 독식현상은 과거와 전혀 다를 바 없다. 30년전 떠올랐던 ‘지역등권론(地域等權論)’을 기억하는가. 1995년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35년 만에 단체장을 직접 뽑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 선거때 DJ(김대중)는 ‘지역등권론’을 화두로 던졌다. 그동안 TK, PK 패권주의 속에서 살아왔으나 첫 자치단체장 선거를 계기로 패권주의가 아닌 등권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호남권과 충청권도 영남권과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DJ는 마법의 지역등권론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 결국 집권하게 된다. 집권 세력을 탄생시킨 특정 지역이 다른 지역에 군림하는 지역패권주의에 종언을 고하게됐고, 그 이후 지방화 시대가 열리면서 외형상으로는 지역등권주의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지역등권주의를 통해 지역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DJ의 꿈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참으로 멀기만 하다. 여전히 영남패권주의가 만연해 있고 호남, 그중에서도 전북은 낙후와 소외의 늪에 빠져 있는게 현실이다. 하여 을사년에는 특정지역이 국가의 자원과 권리를 독점하는 지역패권의 시대를 마감하길 기대한다. 모든 지역이 같이 대접받고 협력하는 평등한 지방화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게 작금의 시대정신 아닌가. 얼핏 생각하면 영남 패권주의를 종식시키는게 급선무인듯 해도 그건 시작일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수도권 패권주의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거다. 모든 자원의 배분과 각종 혜택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위주로 주어진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밝은 미래가 없다. 때마침 의미있는 하나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소위 '비수도권 지방도시 연대'가 바로 그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도전장을 던진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결 양상이다. 수십년간 지켜봤던 호남과 영남의 대결이 아닌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한판 승부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전북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연대한 지방도시는 광주(국제양궁장·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 충남 홍성(충남 국제테니스장), 충북 청주(청주다목적실내체육관), 전남 고흥(남열해돋이해수욕장)뿐 아니라 영남권의 중심인 대구(육상 대구스타디움)까지 포함됐다. 지역등권론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역시 또하나의 지역일 뿐이다. 그래서 2월 28일 2036 올림픽 국내 후보지 결정 과정과 그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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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1.08 14:56

근로자 울리는 임금체불, 특단의 대책을

정부와 여당이 설 연휴 전날인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하면서 서민들이 더 따뜻하고 여유로운 을사년 설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6일간의 명절 황금연휴를 앞두고 여전히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몇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다.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명절이 이들에게는 더 힘든 시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길고 긴 불황의 터널에 갇혔던 지난해 국내 임금체불액이 역대 최대치에 달했다. 전북지역에서도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전년보다 크게 늘어 총 51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최근 건설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불황이 계속되고 있어 체불 임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연말연시, 뒤숭숭한 탄핵정국 속에 무안공항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어느 때보다 우울한 새해를 보내고 있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민생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심히 일하고도 임금조차 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작은 희망마저 품을 수 없다. 임금체불은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다. 개인과 가정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사회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고용노동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오는 24일까지 3주 동안 ‘임금체불 예방 및 청산 집중지도 기간’을 운영한다. 이 기간 임금체불 신고를 온라인으로 쉽게 할 수 있도록 노동포털에 전담 신고창구가 개설되고, 전용 전화를 통해 체불 청산 담당자가 상담과 안내를 진행한다. 또 고액이거나 집단(30인 이상) 임금체불 사건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각 지청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체불임금 청산을 지도한다. 이 같은 체불임금 청산 노력과 함께 고의적·반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임금체불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설 명절에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근로자가 적지 않은 게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설 명절 전에 체불 임금이 모두 청산되도록 고용노동부와 지자체 등 관계당국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 강력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생활안정 지원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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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08 13:26

책책책, 그리고 기적의 도서관

온 국민의 환호(?)를 받으며 문화적 환경을 바꾼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밀레니엄을 연 2000년, 새로운 세기를 여는 설렘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즈음이니 꽤 오래전의 일이다. 2001년에 첫 방송 된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책책책을 읽읍시다’란 코너 이야기다. ‘책책책을 읽읍시다’는 한 달에 한두 권 책을 선정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코너는 금세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소개된 책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권장 도서가 됐다. 많은 사람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독서 열풍이 불기도 했다. 당시 출판계가 이 프로그램이 가져온 효과를 1,000억 원대 이상으로 추산할 정도였으니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결실은 또 있었다. ‘기적의 도서관’이다. ‘느낌표’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함께 전국에 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세우는 '기적의 도서관' 사업을 시작했다. 첫 결실은 2003년 11월에 건립된 순천 기적의 도서관이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관심을 끌자 자치단체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제천, 진해, 서귀포와 제주, 청주 등 기적의 도서관 건립이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 건립된 기적의 도서관은 모두 18개, 제주에서 강원까지 고루 포진해있다. 전북에는 2006년에 문을 연 정읍 기적의 도서관이 있다. 기적의 도서관은 대부분 어린이 전용 도서관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도시의 새로운 거점이 됐다. 더러는 소멸 위기에 처한 작은 도시를 새롭게 일구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23년 6월 문을 연 인제 기적의 도서관도 그중 하나다. 인제 기적의 도서관은 개관 당시부터 독특한 설계와 운영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하 1층 지상 2층에 원통형 구조로 설계된 이 도서관은 지하와 지상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아름다운 공간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복합문화 시설’을 내세운 운영방식도 독특하다. 덕분에 도서관은 문을 연 지 1년 만에 방문자 10만 명을 넘었다. 인제군 인구가 3만 명이니 3배가 넘는 숫자다. 공공 문화시설 우수사례로 꼽히면서 기적의 도서관은 인제를 새롭게 알리는 명소가 됐다. 덕분에 전국의 자치단체와 학교 등 예약 방문이 뒤를 잇고 있다. 사실 한국인의 독서량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문광부의 2024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연간 종합 독서량은 4.5권. OECD 국가 평균인 16권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시청자들을 책으로 이끌었던 ‘책책책을 읽읍시다’가 웹 예능으로 다시 제작된단다. 한강이 불러온 독서 열풍이 배경이다. 다시 만나게 될 독서 열풍이 반갑다. 기적의 도서관도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1.07 18:39

지역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역할론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존재 목적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지난 7년여간 지역에서 민간 레지던시를 운영하며 끊임없이 질문해 온 주제이다. 일반적으로 레지던시 운영의 기본 목적은 작가의 창작활동을 공간적,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데 있다. 대부분의 작가 입장에서는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작가 역량 강화 기회에 매력을 느껴 레지던시에 입주한다. 국내외의 레지던시 운영 현황을 보면, 각 단체에서 수행되는 프로그램은 대동소이하다. 작가가 입주 후 공간에 머물며 작품주제를 연구하고, 일정 기간 동안 실행한 작품 연구 과정이나 그 결과를 전시하는 식이다. 갤러리나 미술관과 달리 레지던시가 지닌 가장 큰 특성은 바로 이 ‘작가의 머무름’에 있다. 작가는 실제 공간에 거주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고, 퍼블릭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 스스로가 대중, 또는 사회에 융화되어 창작물을 알리는 소통의 기회를 갖는다. 이 때 레지던시 운영진의 시대를 읽는 감각과 태도, 작가와 협력관계, 각종 프로그램 기획력들이 해당 레지던시만의 특색을 만들어 간다. 즉 레지던시는 일정 가치관을 토대로 작가의 머무름을 매니징함과 동시에 지역 커뮤니티와 결합을 매개하고 하나의 공공성을 지닌 예술 프로그램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에보미디어레지던시의 운영 핵심 철학인 ‘공존(Coexistence)’ 역시 레지던시로서 지역사회에 공존하며 필요한 일을 지속해나가기를 제시하는 역할론적인 관점에 근거한다. 이는 곧 단발성 작가지원에 그치지 않고 레지던시 종료 이후에도 작가의 작품활동이 또 다른 전시나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작가의 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레지던시의 역할은 아이러니하게도 작가 중심적 사고에 갇히지 않을 때 더욱 확장된다. 작품 판매의 목적을 지닌 갤러리나, 공공성을 띤 미술관이 미처 하지 못하는 부분을 레지던시에서는 좀 더 유연하게 운용 가능하다. 기존 통념상의 레지던시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작가를 둘러싼 환경을 분석하여 지속가능한 기반을 마련해보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또 레지던시가 ‘연결자’를 자처하고 작가와 기획자, 큐레이터, 공간주, 단체 및 기업들과 연결해 작가가 전방위적인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형 아티스트 에이전시 기능까지도 포괄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내외부에 흩어져 각개전을 펼치고 있는 예술계 사람들을 한 데 모아 지역 기반의 문화예술 활동을 공유하고 상호 성장해나가는 상생의 구심점을 만든다. 현재까지도 여느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하는 전시는 알아도 레지던시 활동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레지던시가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는 공간과는 다른 역할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의미는 결국 ‘작가에게 제공하는 경험의 밀도와 확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단편적인 공간 운영 지원에서 작가와 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관점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작가가 보다 안정적으로 작품에 집중하도록 돕고, 오랜 시간 연구한 결과물을 효율적으로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는 전시기획과 홍보전략을 고심하며 국내외의 다양한 네트워킹이 밀도 높게 이뤄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 더불어 입주 사후에도 작가의 경험이 확장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지역의 아티스트 레지던시의 역할, 존재 이유이다. △김현정 대표는 에보미디어레지던시 대표, 고택아트페스타 총괄감독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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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7 18:39

조기 대선, 전북엔 기회일 수 있다

뜬금 없고 생뚱 맞은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후속조치들이 연일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새해 국정정책과 비전, 자치단체들의 구상 등 여느해 같으면 이목을 끌 사안들도 탄핵 속에 묻혔다. 전북의 손실도 적지 않았다. 국가예산 확보에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고 대광법 등 교통SOC와 남원 공공의대법도 공중에 떠 있다. 5월 예정인 ‘완주·전주 통합’ 주민투표도 하반기로 넘겨졌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등 지역의 굵직한 현안들이 불투명한 정치일정 속에 대기중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을 맞는 전북은 특별법의 효과, 이른바 전북형 특례사업을 생성해 내야 한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국내외 경제적 리스크는 물론이고 자치단체의 경영도 모두 정치에 연동돼 있는 것이다. 때문에 불안정성과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하루빨리 예측가능한 정치로 추동시켜 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관심의 초점은 직무정지된 대통령 윤석열(64) 피의자의 탄핵심판이다. 탄핵은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행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민형사상 책임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내란죄 여부는 탄핵 심판 절차하고는 관련이 없다. 이와관련해 대한민국 ‘1호 헌법연구관’이자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동서대 석좌교수의 진단은 명쾌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파면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헌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국회의원을 끌어내려고 군대를 풀은 것은 국헌 문란의 폭동’이라는 것이다. 탄핵사유가 명확하기 때문에 이르면 두달 안에 탄핵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쨌든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이 불과 2년 반만에 탄핵소추를 받게 된 것은 나라의 불행이다. 왜 그랬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정치 무능’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계엄 사유로 든 ‘탄핵 남발’, ‘예산 폭거’ 등은 정치의 영역이다. 모두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일이다. 또 ‘국회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붕괴’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 등은 설령 그러한 실체가 있다면 관련 법으로 다스리면 될 일이다. 정치 영역을 정치로 풀지 않고,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 운운 하며 야당을 공격하는 따위의 행태는 설득력이 없다. 독일의 정치철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란 본질적으로 갈등의 속성을 지닌다’고 했다. 자유민주주의 역시 시끄럽고 혼란을 동반하는 정치체제다. 갈등과 대립을 효율적으로 조율하면서 접합지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 정치의 기술이고 정치역량이다. 이런 정치인식과 성찰 없이 위헌적인 강제력을 행사한 것이다. 자신의 무능으로 초래된 현상을 비상계엄으로 다스리려 했으니 ‘역사를 관장하는 신(神)’이 벌을 내린 것 아니겠는가. ‘역사를 관장하는 신(神)’은 보편적 준칙인 로고스다. 정치에서의 로고스는 원칙과 신뢰, 대화와 타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26년간 국민을 잠재적 피의자로 보고 생활해온 검사 출신 권력자에게 고퀄리티 정치의 기술을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애당초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이제 관심은 ‘포스트 윤석열’로 쏠린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어쩌면 꽉 막힌 대광법, 남원 공공의대 설치를 비롯해 전북형 특례사업, 제2중앙경찰학교 남원 유치, 새만금사업 등 전북 현안이 순항할 수도 있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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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7 18:38

지금 전북도의원 정수 확대 말할 때인가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화 하면서 각 지역에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어떤 것이 부족한가에 대해 지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표적인게 국가예산 확보인데 전북은 날이 갈수록 인구수가 줄어들고 있고, 특히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숫자가 줄어들면서 중앙정계에서 목소리가 적어지고 있다. 철도나 항만, 공항 등 주요 SOC가 빈약한 전북의 경우 타 시도와 비교할때마다 지극히 옹색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도의원 정수 확대를 추진하고 나서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전북과 도세가 비슷한 곳에 비해 지방의원 숫자가 적은 것은 대표성 확보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듯 해도 그 속내를 보면 정치권 일각의 자리늘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욱이 탄핵정국에 제주공항 참사, 경제난 심화로 인한 세수부족 등으로 연쇄적 어려움에 처한 작금의 상황에서 도의원 숫자 늘리기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 지방의원들이 과연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북 도의원수는 지역구 36명, 비례대표 4명 등 40명이다. 도의회는 지난해 의원 정수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최대 55명까지 의원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이후 자치입법 수요가 늘면서 의회 역할과 기능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고, 비례대표를 늘릴경우 전문성 증대도 기대된다는게 이러한 주장의 골자다. 인구 152만의 강원자치도 도의원 숫자는 49명, 179만명의 전남 도의원은 61명인 점을 감안하면 인구 174만명인 전북에 도의원이 40명인 것은 문제가 있다는 거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의원 숫자가 늘어나야 전북 도민들의 권익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 과연 도민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궁금하다. 올 예산심의 과정에서 드러났듯 일부 도의원들이 사적인 이해관계나 감정에 휩쓸려 특정 예산을 절반 가까이 삭감했다가 나중에 복원시키는 등의 비상식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이러한 때 도의원 몇명 늘린다고 해서 주민들의 복지가 과연 무엇이 얼마나 좋아지겠는가. 비례대표수를 늘린다고 해서 의회 전문성이 높아질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빚으로 겨우 지역살림을 꾸려가는 상황속에서 지방의원수만 늘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혈세만 낭비할 뿐이다. 전주완주 통합이 거론되는 것은 결국 행정의 효율성 확보인데 이러한 추세와는 정반대로 지방의원 숫자를 늘려야만 하겠는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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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1.07 14:39

김지사 신년회견, 도민 체감할 변화있어야

전북자치도 김관영 지사가 6일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선 8기 중반부를 넘어서며 가진 이날 회견에서 김 지사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뤄내는 한 해가 될 것"이고 자신감을 보였다. 올해는 푸른 뱀(乙巳年)의 해답게 겨울잠에서 깨어난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듯, 전북도 역시 허물을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힘차게 나아갔으면 한다. 인구 격감과 바닥을 치는 경제력을 박차고 일어나 강하고 특별한 전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김 지사는 그 맨 앞자리에 서 있음을 한시도 잊어선 안된다. 김 지사는 전북자치도 새해 비전으로 출발 당시 내세웠던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을 상기시키며 5가지를 올해 도정 핵심 과제로 꼽았다. 바이오·이차전지·방위산업 등 미래 첨단산업 육성, 농생명산업과 문화산업진흥 등 전북특별법 대표 특례사업 추진, 새만금 국제공항 상반기내 조기착공 및 활주로 연장과 새만금 신항 1단계 부두 연내 완공, 새만금내 연결도로 하반기 공사 착공 등 새만금 SOC 사업 적기 구축 본격화, 2036올림픽 유치 도전과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등 주요 공모대응, 대광법 개정과 공공의대법 제정 등이 그것이다. 이들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돼 전북이 좀 더 단단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과 함께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과제들도 없지 않다.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특별지자체 출범 등이 그러하다. 전주완주 통합은 전북의 구심력을 회복하고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초 올해 5월까지 주민투표를 완료하고 통합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상정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시장을 선출하는 로드맵을 구상했다.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 불투명하지만 통합의 대의는 실천되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복지혜택 감소와 혐오시설 배치 등 완주군민이 염려하는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새만금특별지자체 출범도 여전히 쉽지 않다. 군산시와 김제시간 관할권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만금특별지자체 출범은 새만금의 성공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김 지사는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특별지자체 출범을 연내 완수하는 등 전북발전의 견인차 역할에 충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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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07 14:18

2036 하계올림픽 전북유치 한번 해보자

이리농고 재학 시절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팔씨름 하면 늘 이겼고, 과별 체육대회에 씨름 선수로 출전해서 나의 완력을 지켜본 친구들과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레슬링 선수로 입문했다. 이후 나는 LH공사(=주택공사)에 스카웃되어 국가대표 선수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고교, 대학, 실업선수를 거쳐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정상으로 가는 길은 땀과 피와 눈물로 점철된 참으로 험난한 여정이었다. 마침내 80년 모스크바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체중과 컨디션 관리는 기본이고, 매일 체력과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투였다. 야심차게 올림픽을 준비하며 모스크바 올림픽 한달을 앞둔 시점의 어느날 태릉선수촌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렸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인한 서방의 모스크바 불참 선언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 자리에 떨썩 주저 앉고 말았다. 또다른 4년이 흘렀고, 마침내 '84 LA올림픽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됐다. 올림픽 결승 경기에서 홈어드벤티지를 가진 미국의 Andrew rein 선수와 혈전 끝에 힘겹게 5대 4로 이기고 끝내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나는 일어나보니 유명해져 있었다는 말이 실감났다. 미국에서 귀국할 때 미국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공중에 헬기까지 띄워 공항까지 에스코트했다. 경기중 허리부상으로 나는 휠체어를 타고 다녔는데 현대 정주영 회장께서 직접 휠체어를 밀어주시며 앵커리지 공항 면세점에서 시계까지 선물해주셨다. 지금도 내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계다. 귀국 후 서울시청역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는데 참여인원이 무려 100만명에 달했다. 청와대 초청 선수단 만찬때 당시 전두환 대통령과 헤드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 갑자기 "유선수! 프로레슬링은 쇼인가? 아닌가?"물어서 당황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얼마 전 우리 전북이 대한체육회에 서울과 함께 올림픽 유치 신청을 했다. 사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서울은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과 인프라가 우수하다. 전북은 전남, 광주, 세종, 충남, 충북, 대구까지 아우른다는 생각으로 유치신청을 했다. 전북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비수도권에서도 올림픽을 개최해야한다는 당위성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는 특히 문화, 소리, 음식, 전통, k-POP 등의 발원지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강점도 있기에 못할 것도 없다. 우리가 서울과 유치경쟁을 한다니까 "서울을 우리가 어떻게 이길 수 있어?" 라고 묻는 이들이 많았다. 현실을 보면 그렇다. 전북이 가진 조직, 인프라, 경제능력 등으로는 서울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한번 도전해보자. ​6일 대한체육회 현장점검 첫날 군산 새만금 33센터를 돌아봤고, 7일엔 무주태권도원 등을 둘러보며 과연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지 실사를 했다. 홍보대사인 필자로서는 전북을 찾는 현장실사 위원들에게 우리의 진심과, 우리의 소망과, 우리의 간절함과, 우리 도민의 하나 된 마음을 보여주는 이틀간의 여정이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지금 시작해서 되겠어?' '서울을 이길 수 있겠어?' 라는 의심을 버려야 이룰 수 있다. 이제 우리 도민들도 하늘에 소리쳐보자, 우리도 할 수 있다라고 말이다. 간절함이 없으면 꿈은 이뤄지지 않는다. 2036년 하계 올림픽을 전북에 유치했다는 승리의 함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 우리 전북도민들의 요동치는 가슴을 그려본다. 유인탁 전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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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7 13:48

깨달음의 시

인디언들은 1월을, 눈이 천막 안으로 휘몰아치는 달, 호숫물이 어는 달, 등 부족에 따라 다르게 불렀나 보다. 우리 부족은 저마다의 해맞이로 시작하니 1월은 ‘새로운 해가 뜨는 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작만이 아니라 늘 새로움과 설렘으로 일상을 맞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지난해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축을 흔드는 엄청난 진동과 혼란이 진행 중이지만 이 또한 ‘새로움’을 창출하기 위한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인도에서는 이 ‘새로움’을 얻기 위해 시바 신을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인도는 세상의 모든 자연과 자연의 법칙까지도 신이라고 해서 많은 신들이 있는데 그중 브라마는 창조의 신이고 비슈누는 유지의 신이며 시바는 파괴와 소멸의 신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파괴의 신인 시바를 가장 많이 찾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창조되면 그것을 유지하고 또 그것이 다 하면 파괴와 소멸을 통해 다시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는 자연과 우주의 순환구조 속에 있다. 사는 동안 남녀노소, 빈부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현실의 고난과 어려움은 찾아오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이런 고통스런 현실을 파괴하고 싶고 새로운 시작을 갈망하게 된다. 시바 신으로 인해 현재의 고통과 절망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일상을 살아가는 힘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에서 나온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백지와도 같은 깨끗한 이 한해를 어떻게 채워나갈까, 하는 새로움에 설렘까지 더해 분주해진다. 그런데 한해의 벽두에만 이 새로움과 설렘을 맞는 것은 좀 아쉽지 않은가. 똑같은 해가 매일 뜨는데 왜 새해의 벽두에만 그 맛을 봐야 하는가. 진부하기만 한 하루를 매일 새롭게 맞을 수는 없을까. 어느 선사가 쓴 ‘깨달음’이란 시가 있다. 깨닫기 전에는 나무를 하고 물을 길었다 깨달은 후에도 나무를 하고 물을 긷는다 이 시를 보면 깨달음을 얻기 전이나 얻은 후에나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그래서 깨달음은 물을 긷고 나무를 하는 일상의 현실에 있다는 것과 그 일상을 새롭게 보고 또 새롭게 사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나무를 하고 물을 긷는 것이 먹고살기 위한 일상이요, 삶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 지치고 힘든 현실을 새롭게 살 수만 있다면 세상은 고통이 아니라 마냥 신기하고 즐거울 것이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바깥나들이를 하면 아이들은 쉴 틈 없이 질문을 한다. 어른들에겐 진부하고 힘든 이 세상이 아이들의 눈에는 모든 게 새롭고 궁금한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아이의 천진함으로 늘 자연과 세상을 새롭게 보고, 매일 새롭게 살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깨달은 자의 일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마음의 여유도 없이 비상계엄 해제 이후 아직도 안정되지 못하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이런 정국이 얼마나 더 지나야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으나, 오래지 않아 어떻게든 진정되면 어떤 ‘새로움’이 다시 시작될 것이 분명하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대통령으로 행정부가 꾸려지고 국민을 배신하지 않은 2/3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있으니 어느 정도 국민의 정서에 부응하는 많은 개혁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시바가 지금 우리의 혼란을 파괴하여 소멸시키고 있으니 머잖아 ‘새로움’의 세상은 시작될 것이다. △박두규 시인은 <남민시(南民詩)> 창립동인이었고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을 지냈으며 '생명평화결사'와 문화신문 '지리산 人'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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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6 18:46

소멸지역 지방자치단체가 고위직을 늘리는 조례 개정은 가당치 않다

소멸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원시가 국장급과 과장급 공무원을 늘리려 하고 있다. 남원시는 구랍 24일 국장급 공무원 2명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11월 29일 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에서 같은 내용의 조례가 부결된 후 다시 제출한 것이다. 골자는 기획조정실을 신설하고 자치행정국을 행정복지국과 문화관광교육으로 분국하여 국장급(4급)을 현행 5명에서 7명으로 2명 늘리고, 과장급(5급)을 1명 늘리는 것이다. 남원시는 인수소멸 위험지수가 0.26에 달하는 대표적인 소멸지역이다. 2024년 9월말 기준 인구는 약 7만6천명이며 매년 약 1천 명씩 감소하고 있다. 연간 출생아수는 약 240명에 불과한 데 반해 유출규모는 약 600명이며 그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전라북도 도민 1인당 개인소득은 2,289만원으로 전국 평균인 2,554만원의 89.7%에 불과한데, 남원은 그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시민 다수다 경제적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타지역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금준미주(金樽美酒)를 즐기려 한다. 참으로 낯 뜨겁기 그지없다. 남원시의 고위급 공무원 늘리기는 타 지자체에 비추어 봐도 지나치다. 대부분의 다른 지자체는 공무원 정원증가를 최소화하거나 주민생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하위직 위주로 증원한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11개 시·군이 현재의 정원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원시 조직개편안대로 국장급이 7명이면 6개의 실국을 운영 중인 특별시 자치구나 3~6개의 실국을 운영중인 광역시 자치구보다 더 많은 국장급 기구를 운영하게 된다. 서울시 자치구 보다 남원시에 국장이 더 많은 것이 합리적인가? 이는 정부의 방침에도 역행한다. 향후 5년간 기준인력을 유지하되, 매년 정원의 1%를 발굴하여 신규 또는 증가분야로 재배치하여 대응한다는 것이 정부의 자치단체 인력관리 기본방향이 다. 남원시의 국장급 공무원 증가는 실제로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교부세를 축소시킬 개연성이 크다. 행정안전부는 기준인건비를 초과하면 초과한 전액을 지방교부세에서 감액하는 패널티 제도롤 운영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액의 경우 200% 반영되는 반면, 인건비 결산액이 기준인건비를 초과하면 그 만큼 패널티를 받는 방식이이다. 때문에 실제로 줄어드는 시민의 몫은 상당 규모에 달할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었는지도 의문이다. 행정절차법은 조례개정안 제출 시 20일의 입법예고기간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남원시는 이번 조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겨우 4일의 의견 제출기간을 부여하여 행정절차법을 위반하고 있다. 영국의 학자 노스코트 파킨슨(C. Northcote Parkinson)은 1955년 실제 통계를 바탕으로 ‘파킨슨의 법칙’을 발표했다. 공무원 조직은 일이 많아서 사람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많아서 일자리를 더 늘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소멸위기에 처한 남원시의 공무원 자리 늘리기가 특정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고위공무원을 늘리는 남원시의 이번 조직개편안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시민 몫을 빼서 공무원 인건비를 충당하는 것은 변 사또나 할 짓이다. 시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목민관이라면 공무원 인건비를 줄여서 시민 복지를 늘릴 것이다. 남원시의회는 불합리하고 반(反)시민적인 남원시의 직제개편안을 반드시 부결시키기 바란다. 김원종 남원복지경제연대 대표·전주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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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6 18:45

지역경제와 창업

대한민국 인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인구감소는 곧 지방소멸을 의미한다. 인구감소의 원인은 생산가능 인구, 더 구체적으로 청년인구의 수도권 집중에 있다.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청년들은 생존의 욕구에 집중하느라 결혼과 출산이라는 자아실현 욕구를 포기한다. 이들은 왜 수도권으로 몰려갈까. 성장과 성공의 기회, 다시 말해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도권에 청년을 빼앗기고 있는 지방도시가 추구해야 할 바는 명확해진다. 양질의 일자리, 정확하게는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도 많이. 그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과거 지방도시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절대 주체는 대기업과 그 협력 또는 하청업체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수도권 규제 완화로 지방에서 운영하던 사업장을 대거 수도권으로 이동시키고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로 해외로 이전시키기도 하면서 대기업이 떠받치던 지역경제는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을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대기업으로는 안 되니 그 다음에는 산업단지 유치가 지방 정부의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지방의 산업단지는 텅텅 비어가고 있다. 누군가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건다면 예산 낭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방법은 도저히 없단 말인가. 있다. 바로 창업이다. 오늘날 전세계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모두 창업으로 시작했다. 21세기는 이들을 ‘스타트업’이라 부른다. 통계적으로 보아도 스타트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압도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2천개 사의 전년 대비 고용증가율은 전체 기업의 무려 12배 수준인 29.8%였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MZ라 부르는 요즘 세대에 맞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은 혁신과 빠른 성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몇 년 고생을 감수하더라고 성공하기만 한다면 창업자 뿐 아니라 구성원들까지 적지 않은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혹 실패하더라도 실패 경험이 개인의 커리어에 플러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몸값을 올릴 수 있다. 심지어 정부가 안전망을 갖춰놓은 덕분에 부모 세대가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사업하면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러니 이제 지역이 살려면 창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예산을 늘려 지역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거두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 심은 씨앗에 오늘 열매를 기대할 수 없듯 물 주고 거름 주면서 수확의 시기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창업생태계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임기 4년만에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의 꽃이라고 하는 상장에 이르기까지는 평균 12년이 걸린다. 그러나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그 파급력은 심대해진다. 미국은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이 체결된 후로 80년간 세계의 패권국으로 흔들리지 않는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전세계 혁신을 주도하고 있고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한 기업들은 전세계의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힘은 이 혁신을 통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들어선 동네는 당시만 해도 과수원을 운영하던 시골 동네였다. 그 곳에 비전을 가진 모험가, 혁신가들이 씨앗을 심은 것이다. △양경준 대표는 (재)헤이스타트업 이사장, (사)한국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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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6 18:45

지방공항의 위기와 활로

‘왜 이런 곳에 공항을⋯.’ 지방공항이 다시 논란이다. 지난 연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전국 지방공항의 시설과 운영실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고 직후 무안공항 주변이 철새 도래지라는 점을 들어 입지 선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결국 화살은 철새가 아닌 우리나라 지방공항의 태생적 문제점과 적자 운영 실태를 지적하는 쪽으로 향했다. 정치적 선심공약의 산물로 생겨난 상당수 지방공항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이 같은 현실이 관리부실로 이어져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시장 수요보다는 정치 논리에 입각해 공항 건설이 추진되면서 결국 참사를 불렀다는 논리다. ‘활주로에서 고추나 말리는 공항’이라는 익숙한 비아냥도 다시 나온다. ‘안전’ 문제는 몇 번이라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선을 넘고 있다. 국가적 비극의 원인을 따지는 논의가 성급하게 지방공항 폄하, 지방폄하로 귀결되고 있다. 지방공항이 정치논리를 앞세워 무분별하게 지어지고 있다며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공항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대규모 참사로 인한 국민적 슬픔과 분노를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구조적 문제점, 지방투자의 비효율성 문제로 연결시키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비정상, 기형으로 만들어 놓은 지독한 수도권 중심주의다. 수도권에 확충하는 SOC는 시급한 주민 편의시설이고, 지방에 짓는 공공시설은 쓰잘 데 없는 예산낭비 사업이라는 말인가. 이 같은 일방적 사고가 결국 수도권공화국을 만들지 않았던가. 지금도 수도권 과밀 해소 대책은 지방 활성화가 아니고, 제3기·4기로 이어지는 신도시 추가 조성과 GTX 등 SOC 투자를 통한 수도권 확장이다. 그렇게 지방이 텅텅 비어가고 있는데, 공항같은 공공시설은 중앙집중화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국가균형발전을 외친 역대 정부처럼 윤석열 정부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도로와 철도·공항·항만 등 SOC 구축 때 수요와 효율성을 앞세운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방 거점도시 공항 건립의 필요성은 넘친다. 물론 균형발전 논리를 앞세워 무작정 공항을 늘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공항의 필요성을 따질 때 경제성·효율성에만 집착할 일은 더욱 아니다. 사람과 재화가 한곳에 집중된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자는 정책에 경제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새해 새만금국제공항 착공을 앞두고 있는 전북은 예기치 않게 다시 불거진 지방공항 논란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다. 이번 참사를 거울삼아 착공을 앞둔 공항시설의 위험 요소와 안전관리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진작에 논란이 된 활주로 연장 문제부터 확실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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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1.06 17:42

식품사막, 총체적 농촌사회서비스로 풀어야

전북의 식품 사막(food desert)화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와 열악한 교통여건, 지역소멸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영양 불균형에 노출돼 질병에 취약해지고 먹거리 기본권과 삶의 질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개발 전략과 연계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서비스 등 농촌문제 해결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수적이다. 식품 사막은 신선식품과 같은 필수적인 식료품을 근거리에서 쉽게 구할 수 없어 생기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다. 1990년대 초 영국에서 도입된 용어로, 식료품점이 사라지면서 식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지역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행정리 3만7563개 중 73.5%인 2만7609개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83.6%로 가장 심하고 전남 83.3%, 세종 81.6%, 경북 78.9% 순이다. 또 전북은 정읍시 93.3%, 진안군 89.8%, 남원시 87.8% 등으로 높다. 식품 사막화를 막기 위해 전북자치도는 '내 집 앞 이동장터'를 시범 운영했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약 한 달간 식품의약품안전처·BGF리테일 CU와 협업해 매주 목요일 식품 구매가 취약한 진안 상가막·평촌, 임실 학암·급동마을 등 4개 마을에서 이동장터를 꾸렸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역농협과 협업해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장 차량이 농촌을 방문해 생필품 구입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전북연구원 역시 지난해 9월 이슈 브리핑을 통해 식품사막화 지도 제작, 협동조합 식료품점 개설, 식료품 바구니 정책, 식품사막화 지수 등의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방안은 실효성이 의문이다. 이동장터의 경우 특장차량 1대에 운전기사 등 4~5명이 필요하고 기름값·인건비 등 실비 약 200만원이 든다. 반면 마을 4곳에서 거둔 총 판매 수입은 85만원에 불과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보전해줘야 지속이 가능하다. 결국 식품 사막화는 인구 감소, 고령화, 열악한 대중교통 등 농촌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통 접근성, 디지털 격차, 의료, 돌봄 등 총체적 농촌지역 사회서비스로 풀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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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1.06 15:00

지역 쌀 애용은 농민과 상생하는 첫 걸음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을사년 새해 화두로 ‘같은 배를 타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뜻의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제시했다. 농업과 농민들이 어려운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가장 힘들때 농민 대통령으로 일컬어지는 농협중앙회장이 새해 화두로 적절한 사자성어를 던진듯 하다. 불확실한 환경과 격화되는 경쟁의 파고를 헤쳐나가는 농업인들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합칠 수 있으면 뭔가 힘이 돼야 하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사소할망정 우리 농축산물을 애용하는 것에서부터 상생의 가치는 빛이 나는 법이다. 동주공제는 엄청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데서 시작된다. 전국 각 자치단체나 기관, 단체들이 앞장서서 고장 쌀 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사실 이러한 동주공제의 첫걸음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좀 씁쓸한 구석이 있다. 전국적인 현상이겠으나 군산지역을 예로들면, 상당수 기관 및 업체 등이 지역쌀을 외면하고 있다는 거다. 군산시가 최근 진행한 ‘관내 기업체 등 지역농산물 이용현황 조사’를 보면 표본 조사 대상 15곳 중 5곳만 군산쌀을, 나머지는 타 지역 쌀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는 실망스런 수준이다. 군산노인복지관‧금강노인복지관‧군산경로식당‧나운종합사회복지관‧대야노인복지관 5개소만이 군산쌀을 이용하고 있는 반면 A공사‧B공사‧C연구원‧D대형마트를 비롯해 조사 대상 기업 모두 타 지역을 쌀을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시는 이와 별도로 모범음식점 지정업소에 대한 군산쌀 만족도 및 현황을 조사했는데, 관내 모범음식점 55개소(12개 업체 미참여) 중 군산쌀 이용 업소는 30개소, 군산쌀+타지역쌀 10개소, 타 지역쌀 3개소였다. 군산쌀을 이용하지 않는 대다수 관공사나 업체‧식당들도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는 있다. 마른 수건도 짜야하는 경제난 속에서 조금이라도 가격이 낮은 쌀을 이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지역 쌀을 외면한채 구매 물량의 전체를 타 지역 쌀로 충당하는 것은 뭔가 문제가 좀 있다. 지역상생이라는 것은 거창한게 아니다. 적어도 지역에 있는 관광서나 기업 등이 앞장서서 지역과 함께하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1.06 14:52

새만금국제공항 활주로 3km 이상 확장 ‘마땅’

올해 상반기 착공, 2029년 개항 예정인 새만금국제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2.5km 밖에 안돼 안정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같은 활주로 길이로는 대형 항공기는 커녕 중소형 항공기의 비상 착륙에도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북특자도에 따르면 새만금국제공항에 설계돼 있는 활주로 길이는 2.5km로,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 2.8km보다 300m 짧고 국내선만 운항하고 있는 군산공항의 활주로 2.745km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방공항의 활주로 길이도 엇비슷하다. 광주공항 2.8km, 여수공항 2.1km, 울산공항 2.0km, 사천공항 2.7km, 포항경주공항 2.1km, 원주공항 2.7km, 양양국제공항 2.5km로 지방‧국제공항을 불문하고 3km가 안된다. 지방공항 또는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활주로 길이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추진해온 정부 당국의 안이한 태도 때문이다. 지방공항들은 최근 들어 노선을 확대하는 추세여서 활주로 등 열악한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고는 언제든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을 수 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지방공항의 열악한 인프라를 전수 조사해 보완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국제공항의 활주로는 최소 3.2km 이상 돼야 한다는 항공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TK·가덕도 신공항 등 다른 공항들이 3.2km 이상으로 활주로가 계획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올해 상반기 착공하는 새만금국제공항의 활주로도 국제공항에 걸맞게 당장 확장시켜야 마땅하다. 현재 설계된 활주로 길이 2.5km로는 국제공항이나 거점공항 기능이 어렵고, 안전사고 대비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착공 전 설계 때부터 활주로 길이를 국제공항의 기준에 맞게 설계를 수정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안전성도 최대한 확보할 수 있고 인프라 열악성 시비도 해소될 수 있다. 새만금국제공항은 현재의 2.5km 활주로 길이를 3.2km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예정구역을 확보해 두었기 때문에 정부 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국회 국토위 소속인 이춘석 의원이 새만금국제공항의 짧은 활주로 등 열악한 인프라 문제를 지적해 온 만큼 책임의식을 갖고 추동시켜 나가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1.0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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