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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시민의 힘으로, 위기를 기회로!”

2024년 겨울,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령으로 국회를 통제하고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그날 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은 그대로 멈추었다. 4·19혁명부터 5·18 민주화 운동, 촛불혁명까지 숱한 희생과 열망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고 공포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강하고 용감했다. 한달음에 국회로 달려가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았고 총을 든 군인들을 끌어안았다. 엄동설한에도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주부, 어르신들까지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차가운 아스팔트로 나섰다. 국회 앞은 물론 전주의 거리에도 빛의 물결이 일렁였다. 하나(一)의 빛이 백(白)이 되고 만(萬)이 되어 마침내 혼란정국의 핵심인 대통령 탄핵을 가결시켰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위대한 전주시민과 국민의 승리임이 분명하다. 여전히 진행 중인 이번 ‘빛의 혁명’은 세대와 성별의 구분 없이 많은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흥겨운 노래 속에서 정의를 외치고, 전국에서 선결제 후원이 쏟아지는 등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가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세대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주권자가 국민임을, 그 주권자의 명령은 자유와 정의임을 세상에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뜨거운 열망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 앞에는 큰 산들이 남아있다. 탄핵 헌재 심리와 여야 갈등, 조기 대선 여부 등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안정한 정국에서, 국가적 리더십의 위기가 안정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듯하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어렵던 민생경제는 극악한 위기로 내몰려 있다. 주가 폭락과 환율 상승 등 위태로운 금융시장 속에, 연말연시 특수에도 텅텅 비어버린 골목 상권의 어려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전주시 또한 지방교부세 및 세수 감소,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에 따른 재정 부담 등 지역경제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危機)라는 단어가 위험(危險)과 기회(機會)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듯이, 오히려 이 위기를 전주 대변혁의 기회로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의 역사가 이미 그 저력을 증명해 왔고, 위대한 전주시민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모두가 흔들림 없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국정안정과 경제회복에 뜻을 모아주시기를 희망한다. 민선 8기 전주시 또한 민생안정 대책반을 꾸려 골목상권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철저한 공직기강 확립부터 누수 없는 시정 업무 추진 및 재난안전관리 등 시민의 평범한 일상을 돌려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국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호와 전주시민 보호의 최일선에 설 것을 약속드린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세계는 폭력적이고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했다. 이는 시민 여러분의 마음에 누구도 앗아가지 못하는 용기와 도전, 진실과 정의의 ‘빛’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 위대한 시민의 힘으로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며 더욱 진일보한 사회를 향해 나아갈 것을 믿는다. /우범기 전주시장

  • 오피니언
  • 강정원
  • 2024.12.29 19:15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숙제가 내려졌다. 남들은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따스한 시간을 보내는 연말연시에 숙제를 끌어안고 머리 싸매게 생겼다. 발단은 좋은 님이 지나가듯 한 말이었다. “이 불황에도 이만큼 손님이 많은 것이 참 감사한 일이지요. 그런데 이 동네에서 여기만 장사가 잘되는 것 같아서 쓸쓸하네요. 동네가 다 살아나야 왱이집도 오랫동안 북적북적할 터인데.” 동문 오거리에도 한파가 불어닥치다 보니 그나마도 우리 가게가 나아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한창일 때에 비하면 우리 가게 매출도 말이 아니다. 좋은 님 말마따나 이 동네가 잘될 때는 우리 가게뿐 아니라 집집마다 손님이 줄을 선 곳이 많았다. 콩나물국밥집만 해도 대여섯 곳이 50미터 이내에 몰려있었고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두 손에 꼽고도 남았다. 어디는 밥을 처음부터 말아 펄펄 끓여내기도 하고 콩나물의 두께나 익힘 정도도 다르고 밑반찬도 조금씩 다르다 보니 일행의 취향 따라 손님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달라졌다. 그 많던 콩나물국밥집은 다 어디로 갔을까? 좋은 님의 말씀을 숙제로 여기는 것은 내 맘에 이미 비슷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이 주무시는 동안에도 육수는 끓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우리 가게의 캐치프레이즈가 되어준 문구이다. 개업 후 내내 365일 연중무휴로 하루 24시간 영업해 온 내력이 끊긴 것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이었다.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서 음식점 영업시간을 제한한 것이다. 이후 감염병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침체된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치솟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하기 여전히 벅차다. 손님마다 ‘언제 다시 24시간 영업하냐’고 묻지 않아도 이것은 내 가슴에 큰 고민으로 웅크리고 있다. 고작 국밥 한 그릇이지만 그 온기가 필요한 이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게 하기 위해 24시간 영업을 해온 것인데, 어느 손님이 의외로 전해온 말씀에 이런 영향도 있겠구나! 고개가 끄덕여졌다. “고깃집에서 식사하고 소주나 맥주로 2차 3차 한 다음, 여기 와서 콩나물국밥 한 그릇 딱 하고 가야 제대로 된 코스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 가게가 24시간 영업하던 시절에는 인근에 밤늦게까지 장사하는 다른 가게들이 많았다. 저마다 서로의 손님에 기대고 서로를 응원하며 장사하고 있던 셈이다. 최근에 찬물을 맞은 일이 있다. 인근에 큰 숙박업소가 들어선다고 하여 완공되면 이 거리에 손님이 늘어나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거니 싶어 공사 중 이런저런 편의를 돌보아주었다. 구두로 한 약속이라 가벼웠던지 이후 안면을 바꿔버린 모습에 적잖이 상처받았다. 이런저런 꼴을 다 볼 줄 알아야 진정한 장사꾼이 된다는데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숨을 내쉬며 눈앞의 책더미를 뒤적이는데 고 전우익 선생의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가 손끝에 잡힌다. 그래, 비슷비슷한 콩나물국밥집들이 어깨를 겨루고 아웅다웅하면서 지내던 시절이 훨씬 재미있었다. 누구네는 어떤 콩나물로 바꿨다더라, 누구네는 어떤 손님이 다녀갔다더라 속닥거리다가도 김장김치를 나눠 먹으며 ‘성님네 올 김장 참 잘됐네!’ 함께 기뻐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올겨울도 춥단다. 여느 겨울보다 추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만 살아온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춥지 않은 겨울은 없었다. 이 책에 담긴 노신의 시구절을 읊어본다. 한응대지발춘화(寒凝大地發春華). 꽁꽁 얼어붙은 추위가 봄꽃을 한결 아름답게 피우리라! 유대성 전주 왱이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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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12.26 18:41

웹툰 콘텐츠가 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웹툰시장은 대형 플랫폼, 네이버나 과거 다음 포털사이트에서 적극적으로 콘텐츠사업을 확장시키면서 점점 커져갔다. 그러면서 이말년이나 기안84같은 작가들이 공중파 방송에 나오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웹툰과 웹툰작가란 인식이 확장되고 유행하면서 웹툰시장은 더 인기를 얻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시대가 열리고 외부활동이 어려워진 사람들은 웹툰이나 OTT같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더욱 사랑을 받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웹툰시장은 확장됐고, 개인작가들보다는 빠른 시간안에 안정적으로 작품을 뽑아 낼 수 있는 스튜디오들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어느순간부터는 연재되는 작품들의 대다수가 스튜디오 작품들이 다수가 되어버렸다. 이 상황은 분명 장·단점이 있다. 과거에는 개인작가로 웹툰작가가 되려면 모든 공정을 이해하고 완성도 있는 원고를 만드는 수준이 되어야 가능성이 생길 정도로 문턱이 높았던 반면, 현재는 한부분만 어느정도의 수준만 된다면 스튜디오로 취직해서 웹툰 관련일을 하며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게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결국 직원의 형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작품에 제대로 올리기 쉽지 않고 작품을 만드는데에 어느 한 부분의 역할일 뿐 권리를 갖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또, 웹툰 스튜디오들이 지원과 여러 정보교류가 용이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서 작가지망생들은 지방을 떠나 어쩔 수 없이 낯선 수도권에 올라가서 생활하며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웹툰작가의 큰 매력이라면 일하는 환경과 시간 등을 작가가 알아서 취향껏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 매력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 지방에서도 충분한 인재가 나오고 활동할 수 있고, 지방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체(스튜디오)를 꾸릴 수 있는게 이 웹툰 일의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생활하고 있는 현재의 전라북도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나의 첫 번째 목표는 육성 및 취업형 스튜디오를 차리는 것이다. 웹툰작가로 진로에 관심있는 학생들이나 등단에 진지한 작가 지망생들을 교육하고 그 안에서 충분한 인재를 골라 작품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굳이 수도권까지 가서 타향살이를 하며 빠져나가는 생활비와 정신력을 보호하고 지역,고향에서도 작가로써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다. 물론, 나도 작품활동을 하는데에 양질의 작가분들을 모시고 쓸 수 있어서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나 혼자 스튜디오를 차리고 움직인다고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나도 스튜디오화를 시켜 많은 작품들을 계약하고 연재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 스튜디오에 들어와 육성할 수 있는 인재들의 인프라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전주대학교에 24년부터 웹툰학과가 신설되고 현재 1학년이 다니고 있다. 그리고 전라북도 관련 기관에서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 제안은 나와 작가지망생들의 문제와 성과일뿐 아니라 지역자체의 문제와 성과로 이어질 수 있고 젊은 인재들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좋은 제안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와 순천 등 각 지역에서는 스튜디오들이 자리잡고 교육과 취업의 선순환으로 아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걸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더 늦기전에 나도 노력할 것이며 다른 관계자 분들이나 관련 기관에서도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기를 바래본다. 홍인근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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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6 18:38

지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한 주일 전에 만나 서로의 건재함을 확인한 지인이 죽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평소 지병이 없던 분이기에 그 부음은 큰 슬픔과 당혹감은 안겨주었다. 사망 원인은 심근경색이었다. 죽은 당사자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겠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나는 황망한 마음에 한동안 일손을 놓고 망연히 앉아 있었다. 다시는 웃으며 말하는 그이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죽고 사는 일의 덧없음이 밀려든다. 무생물계 저편으로 사라졌으나 그이의 부재는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언젠가 점심식사 자리에서 그이는 시인이 된 계기를 유쾌하게 들려주었다. 그이는 과도와 잘 익은 사과 한 알을 보자기에 싸서 한국시의 전설인 원로를 찾아가 당돌하게 가르침을 청한다. 그걸 계기로 사제 간의 연을 맺고 배움을 잇다가 시인의 꿈을 이뤘다. 그이는 동료들의 신간 시집을 받아 읽은 뒤 반드시 재생 용지에 쓴 편지를 보내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나도 반듯한 글씨로 쓴 그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동료들의 창작을 격려하는 선의가 작동했을 테다. 그이는 착한 사람이지만 막상 그이에 대해 모르는 게 훨씬 더 많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인간은 한 생명체로 태어나서 죽음이라는 한계 안에서 느끼고 생각하며 말하는 생물학적 실존을 잇는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이란 놀라운 실존 사건을 단 한 번씩 겪는다. 죽음이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마주한 영구불변의 조건이다. 지구의 생명체 중에 자기 죽음을 투명하게 인식하는 건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경구는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인간이 죽음을 향하여 있는 존재라는 걸 기억하라는 뜻이다. 질병은 생물학적 존재로 엄연한 인간의 생태적 균형을 흔드는 일이다. 질병을 겪으면서 우리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저항을 조금씩 누그러뜨린다. 인간은 대뇌변연계를 갖게 되면서 장기 기억 처리가 가능해진다. 이것은 과거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긴 시간’을 뇌의 해마와 편도체에 저장하고 산다는 뜻이다. 긴 시간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니 인간은 이전보다 훨씬 더 똑똑해진다. 긴 시간은 기억의 양태로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데, 그 안쪽에는 사랑과 이별, 명예와 비루함, 고통과 쾌락들이 마치 올실과 날실로 짠 카펫처럼 펼쳐진다. 우리 삶은 긴 시간이라는 카펫 위에 세워진다고 할 수 있다. 그 카펫은 죽음과 함께 거둬져서 사라진다. 죽음이 사라짐이라면 그것은 우주적이고 영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순환의 일부가 아닐까? 그것은 몸이라는 유기체의 구조를 버리고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일이 아닐까? 불면으로 깨어 있는 동안 나는 자주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은 우리 안에 작은 씨앗 같은 있다가 싹을 틔우고 자라난다. 죽음은 계속 자란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때에 우리를 포획한다. 죽음은 나의 화두, 불가사의한 수수께끼였다. 나는 지금까지 죽음으로 인한 혼돈과 불안에서 멀리 달아나려고 했다. 죽음에서 도피하려는 욕구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내 무의식의 본성이 낳은 것일 테다. 누구도 살아 있는 동안 제 죽음을 겪을 수 없다. 내 대뇌피질에 오롯하게 있는 죽음에 대한 관념은 대체로 타인의 경험에서 유추된 결과물이다. 나는 아직 인간이 왜 죽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했다. 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운데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라는 젊었을 때 읽은 성경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이 명쾌한 전언에 따르면 무릇 죽음은 태어남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무에서 나와 유로 존재하다가 무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죽음이다. 잠시 돌아가신 지 오래인 어머니도 떠오른다. 나는 형제들과 요양병원에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켰는데, 어머니가 마지막 숨을 거둔 뒤 이불 아래로 드러난 어머니의 하얀 발을 잊을 수가 없다. 여동생들이 오열을 할 때 나는 어머니가 발이 시릴까 가만히 쓰다듬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장례가 끝나고 보름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통곡이 터져 나왔다. 나는 한밤중 주방에서 혼자 오래 울었다. 내 어머니는 흙으로 돌아가서 편안히 안식하고 있으리라.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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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6 18:33

몸값 올라가는 부지사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중 최근 들어 고시 출신과 중앙 부처 경력자가 점차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불과 몇 년 새 두드러지며, 갈수록 선거 판도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단체장의 역량 가운데 국가예산 확보에 따른 사업 추진력을 첫 손에 꼽아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공약한 지역 발전의 청사진도 결국은 예산 뒷받침 여부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도 과거 지연과 학연, 혈연 등에 얽매였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후보의 경쟁력과 중앙무대 인맥 등에 주목하고 있다.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의 안타까운 현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서도 이런 흐름에 힘입어 전문 관료 출신 다수가 지방 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가장 움직임이 활발한 곳이 도청의 행정, 정무 부지사 출신이다. 그중에서 이달말 퇴직 예정인 최정호 전북개발공사 사장도 정무부지사 출신으로 익산시장 출마를 노리고 있다. 김종훈 경제부지사도 지난 총선 때 출마 제의를 뿌리치다 최근 전주시장 도전에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함께 김관영 도정의 쌍두마차로 주목 받았던 임상규 전 행정부지사도 완주군수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이 외에도 한두 명이 정국 추이를 지켜보며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역 단체장인 우범기 전주시장과 정헌율 익산시장, 심덕섭 고창군수도 같은 부지사 출신이라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한다. 사실 세상의 변화 속도에 비하면 정치권의 체질 개선은 낙제점 수준이다. 사회 각 분야는 물론 우리 일상도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데 유독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정치 분야다. 과거 기득권에만 집착하며 새로운 변화 물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과 괴리된 그들만의 리그는 세대 교체를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변화를 압박하는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개혁 시늉을 내지만 결국은 유권자 심판이 두려운 것이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후보의 전문성과 도덕성, 위기 관리 능력 등을 가점 요인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다. 대개 고시 합격 후 중앙 부처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다 보면 나름대로 정무 감각이 쌓이게 된다. 자치단체 입장에선 정부 기관과의 인적 네크워크가 아쉬운 상황에서 그들의 인맥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선거 출마와 관련해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여건이 생각보다 녹록지가 않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돼 지역 인맥을 쌓지 못한 데다 정당 활동 기간도 짧아 어려움을 겪어 왔다. 다행히 시대 요구에 따라 정치권의 인식 변화가 힘을 받는 상황에서 전문가 그룹을 선호하는 추세는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민심을 거스리면 역풍을 맞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정당이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는 터라 기득권의 선거 시스템으론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12.26 15:36

전북 ‘동부권 특화 발전사업’ 재정비해야

전북특별자치도가 도내 시·군간 균형발전을 위해 남원과 진안·무주·장수·임실·순창 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부권 6개 시·군을 대상으로 추진해 온 ‘동부권 특화 발전사업’이 다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2006년 제정된 ‘전북특별자치도 동부권 발전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동부권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동부권특별회계’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동부권 6개 지역의 풍부한 자원과 전통문화를 활용해 경제적 성장과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제도정비 등 행정절차를 거쳐 지난 2011년부터 본격 추진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2단계에 걸쳐 국·도비 2878억원을 투입해 48개 사업을 추진했으며 현재는 제3단계(2021~2025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10년 넘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의 실효성을 놓고 도의회를 비롯해 곳곳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상당수의 사업이 목적을 상실한 채 연속성 없이 산발적으로 진행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지역에서도 인구가 몰린 서부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부산악권은 지역 내에서조차 오랫동안 소외를 당했다. 산업단지 조성을 비롯해 새만금 개발사업 등 대규모 투자사업이 대부분 입지 여건이 좋은 서부권에 집중되면서 동부권은 낙후를 거듭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야 전북 동부권 개발사업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10여년 전부터 전북특별자치도와 각 시·군이 특화 발전사업 발굴에 나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하지만 몇몇 사업을 빼고는 대부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일부 사업에서 나타난 성과도 그 효과가 특정 지역에 국한돼 동부권 전체로 확산되지 못했다. 여건이 비슷한데도 인접 지역 간 연계 없이 각 시·군이 단발성 사업에 매달리면서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중앙정부 차원의 균형발전 정책도 중요하지만 전북지역 내에서의 균형발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그간 추진해 온 동부권 특화 발전사업의 성과와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동부권 통합 발전 모델을 구축해 장기 발전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26 15:19

무주 중부내륙 관광벨트 메카로 육성을

전북과 충북, 경북 등 3개도 경계에 ‘삼도봉’이 있다. 흔히 민주지산(岷周之山) 삼도봉(1176m) 이라고 하는데 지난 10월 10일 전북 무주군과 충북 영동군, 경북 김천시는 삼도봉에 올라 ‘만남의 날’ 행사를 가졌다. 1989년 무주군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올해로 36회를 맞았다. 삼도봉은 충북·전북·경북 접경지역에 있다.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와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무주군 설천면 미천리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삼도봉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매우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태종 때인 1414년 조선을 팔도로 나눌 당시 이 봉우리를 기준으로 삼도를 나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도봉 아래 세 지역 주민들은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경계를 넘나들며 생활권을 공유한다. 극단적인 지역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 삼도봉 행사는 실효성 보다는 상징성이 크기는 하지만 어쨋든 바람직스런 일이다. 그런데 며칠전 전북 무주, 충북 영동, 충남 금산군 등 3도 3군 단체장 및 관광 분야 관련 공무원들 한자리에 모였다. 각 지역 관광자원을 연계해 관광수요를 최대로 창출하기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내년도 3군 관광협의회 공동사업추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3도 3군 관광협의회는 앞으로도 각 지역 관광자원을 연계해 수요를 창출시킬 계획이다. △공동홍보물 제작 △연계 협력사업 개발 △관광박람회 공동참가 △해외홍보 마케팅 및 외국인 관광객 유치, △해외 교민 교류 등이 예정돼 있다. 핵심은 과연 무주가 중부내륙권 대표 관광벨트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중부내륙지역은 댐 건설과 국립공원 지정 등 공익적 역할을 해왔으나 백두대간으로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국가 발전전략에서 늘 소외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때 무주, 영동, 금산지역 단체장과 관계 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관광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은 퍽 다행스런 일이다. 무주가 중부내륙 관광벨트의 메카로 육성돼야 할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차제에 무주가 새로운 성장축이자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황인홍 무주군수와 관계자들은 치밀하게 준비해서 확실한 로드맵을 추진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26 14:18

전주, 디지털 출판산업의 허브(hub)가 되자

전북특별자치도가 발표한 RISE 사업의 전환산업 분야에 첨단소재, 친환경 모빌리티, 국제문화·관광산업과 함께 ‘디지털산업’이 추가된 것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매우 적절한 대응이다. 디지털이라는 기술과 전북이 가진 지역 가치를 연결했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대전환 시대에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출판산업>이다. 출판산업은 정보와 기술, 그리고 문화적 가치가 결합된 창의산업이며, 지식의 의미와 교육의 역할을 혁신적으로 재정립할 수 있는 미래산업이다. 출판산업의 수준은 곧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전주는 조선시대 가장 발전한 출판문화의 중심지였다. 당시 전주는 한지 제작과 목판 인쇄라는 기술을 활용하여 출판의 생산과 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지역에만 국한된 활동이 아니라, 지식과 문화의 거점 도시로서 전주의 위상을 확립하는 기반이 되었고 한양에서 출판된 ‘경판본(京板本)’을 능가하는‘완판본(完板本)’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내었다. 출판산업은 언제나 당대의 최첨단 기술과 결합하며 발전해왔다. 금속활자에서 인쇄기, 그리고 하이퍼텍스트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변화는 출판의 내용과 형식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왔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출판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AI 기술은 텍스트 생성, 데이터 분석, 독자 맞춤형 콘텐츠 제공 등에서 혁신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출판산업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확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종이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전환하는 것을 넘어, 출판의 본질과 가치를 재구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출판산업의 성장은 기술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인문학적 통찰, 예술적 감각, 경영 마인드와 마케팅 전략이 함께 결합해야만 새로운 비전이 창출될 수 있는 복합산업이다. 미래의 고등교육 모델로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무학과, 자유전공, 소단위 전공(Micro Degree)에서 배출할 인문사회융합인재에게 가장 최적화된 산업인 것이다. 전주는 디지털 출판산업에 특별한 강점을 가진 도시다. 국책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실감미디어와 인공지능 등 출판과 관련된 디지털 기술에 특화된 지역대학이 있다. 무엇보다 과거의 출판 전통은 디지털 시대의 지식 기반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역사적 자산이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공감과 지역 인재의 창의적 역량이 더해진다면, 전주는 과거를 보존하는 문화관광 도시라는 지역 정체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디지털 출판의 중심지로 비상할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기존 산업 구조를 해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전주는 풍부한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의 가치사슬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출판산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은 전통과 혁신, 지역성과 글로벌 비전을 아우를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구한 출판문화와 첨단 기술이 결합한다면, 전주는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지식과 문화의 허브 도시로 거듭날 것이며, 디지털 출판산업은 가능성을 현실로 구체화하는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이용욱 전주대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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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5 17:54

삼각산 인수봉 기슭 국립 4·19 민주묘지가 있다

대학생 때 수유리 4·19 묘지를 갔다. 하지만 해마다 들어가지 못했다. 서슬 퍼런 전두환 정부 시절 4·19 묘지를 간다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검문검색이 당연한 때 수유역에서 전경들에 둘러싸여 꼼짝도 못 했다. 그렇게 대학 생활을 마칠 무렵 4·19 묘지에 간신히 들어가 이곳저곳 돌며 정중히 절하였다. 가슴이 벅차고, 마음이 떨렸던 그때 저 멀리 삼각산 인수봉이 보였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을뻔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외국 등반가까지 암벽 등정하던 인수봉이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런데 왜 삼각산 인수봉(仁壽峰) 기슭에 묘역을 만들었을까? 1960년 4월 19일 초·중·고·대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 경무대로 향했다. 이승만 정부하에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4·19 혁명의 도화선은 막 입학한 어린 김주열 학생이었다. 마산상업고등학교 입학생이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고향인 남원에서 다녔다. 넉넉한 집안에 3남 2녀 중 차남인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대속에 경남 마산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공부에 전념하려던 15살 김주열 학생이 마산 중앙부두 앞 바다에서 최루탄이 오른쪽 눈에 박힌 채 떠올랐다. 끔찍한 사진 한 장 속 그의 죽음은 대한민국 역사를 송두리째 바꾸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일이다. 차가운 주검이 된 김주열은 장례식도 없이 몰래 묻혀졌다. 원통한 어머니의 울부짖음이 전국 학생들과 부모들을 울렸다.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가 해방 후 15년 만에 일어났다. 이후 김주열 열사 무덤은 남원시 금지면에 조성된다. 남원역에서 10분 거리 17번 국도변에 묘역과 추모각 및 기념관도 있다. 해마다 김주열 열사 묘를 찾는 사람이 많다. 김주열 열사 묘는 이제 성역화되어 추모식을 성대하게 거행하고 있다. 하지만 삼각산 인수봉 기슭 국립 4·19 민주묘지 내 김주열 열사 허묘는 찾는 이가 별로 없다. 1960년 4·19 혁명의 도화선이었던 김주열 열사 허묘와 비석에 쓰여진 몇 글자는 쓸쓸함마저 감돈다. 김주열 열사의 어린 시절 사진을 기억하는 사람도 이제 거의 없다. 하지만 2024년 12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64년 전 어린 김주열 학생의 희생과 어머니 권찬주 여사의 열정이 재평가 받는 시점이 되었다. 대한민국 헌법을 모든 국민이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 좋겠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 중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가 분명히 새겨져 있다. 서울에서 가장 자연과 하나된 동네, 삼각산 인수봉 기슭에 어린 김주열 학생 등 186명이 영원히 잠들어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강북구다. 이제 서울시 강북구와 전북자치도 남원시가 자매결연 맺어 그들을 위한 포럼과 추모행사도 함께 하면 좋겠다. 또한 김주열 열사 나신 날과 가신 날 만큼은 함께 기념하면 어떨까? 김주열 열사 묘비에 새겨진 ‘살아서는 호남의 사랑스런 아들이었고, 죽어서는 영남의 자랑스런 아들이 되었다’라는 문구를 모든 사람의 가슴에 담아주면 좋겠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김주열 열사 만나러 삼각산 인수봉 기슭으로 간다. 태양은 국립 4·19 민주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또다시 희망찬 내일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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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5 17:52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 12월 3일 23시 경 국회 담장 윤석열은 TV에 나와, 뜬금없이, 황당한,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나는 산책 중 보도를 봤습니다. 비상상황을 알리듯 연락도 끊임없이 왔습니다. 부랴부랴 챙겨입고, 빠르게 국회에 간다는 생각으로 달렸습니다. 국회에는 이미 수많은 시민이 오셨고, 도로는 이내 막혔습니다. 국회 출입을 막은 경찰에게“150석을 채워야 하니 들어가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합니다. 경찰이 막는다고 마냥 기다릴 순 없습니다. 담장을 넘어서라도 가야지요. 경찰은 담 넘는 것조차 막습니다. 처벌을 경고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일부 시민은 경찰을 막아서고, 다른 시민은 나를 밀어 올려 간신히 국회에 진입했습니다. 곧 계엄군이 헬리콥터 굉음과 함께 몰려옵니다. 본회의장을 향해 쏜살같이 갔습니다. 내 일생 그렇게 빠르게 달린 기억이 없을 정도입니다. 본회의장 밖에선 보좌진이 바리케이드를 쳐 계엄군을 저지하고, 안에서는 국회직원이 연신 출석의원 수를 헤아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선“잡혀가기 전 거수해서라도 해제 의결하라”고 합니다. 또, 계엄군이 개머리판으로 의원들을 내려칠 것이라는 소문에 웅성거립니다. 시민과 보좌진, 언론인들이 목숨 걸고 맞서는 사이, 그렇게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통과됐습니다. # 12월 14일 17시 국회 앞 광장 전쟁 때나 가능한 비상계엄을 평시에 선포했으니, 당연히 위헌ㆍ불법계엄입니다. 헌법과 계엄법 어디에도 국회나 선관위에 특별조치를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불법계엄은 내란죄입니다.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입니다. 곧바로 탄핵소추가 시작되었죠. 12월 7일 민의를 외면한 국힘당의 불참으로 첫 탄핵안은 무위로 끝납니다. 분노한 시민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탄핵을 외칩니다. 혹시 모를‘제2의 계엄’을 경계하며, 추운 날씨도 아랑곳없이 국회를 지켜 주셨습니다. 청년들은‘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국힘 당사로 행진합니다. 이를 본 외신은“나라가 어두우면 가장 밝은 것을 들고 나온다”고 했어요. 박근혜 때는 촛불을, 윤석열 내란에는 빛나는 응원봉을 든 거죠. 이렇게 시민의 힘으로 탄핵은 가결됩니다. # 전주 풍패지관 앞 광장 130년 전 부패한 조정에 항거한 백성들이 개혁을 요구해, 民이 主人되는 나라가 시작되었습니다. 전북․전주의 동학혁명입니다. 44년 전 전북대 2학년 이세종 열사는 학생회관에서 학우 40명과 함께“비상계엄, 전두환 결사반대”를 외쳤습니다. 계엄군이 곧 토끼몰이하듯 이 열사를 진압했고, 1980년 5월 18일 새벽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영원히 기억해야 할 이름, 이세종은 오월의 첫 공식 희생자입니다. 오늘날로 와 볼까요. 윤 정권 2년, 전북은 새만금 홀대, 예산보복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지요. 게다가 내란을 목도한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습니다. 누가 묻지 않아도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삼삼오오 전주 풍패지관 앞 광장으로 모였습니다. 군산 한길문고 사거리로, 부안 터미널로 나서기도 합니다. 풍패지관에서 신흥고까지, 수만 명이 윤석열 파면, 구속을 외쳤습니다.‘선결제’와 핫팩의 의로운 응원도 정말 뜨거웠습니다. 며칠 전‘세상을 바꾸는 전봉준 투쟁단’이 남태령에서 막혔을 때 시민들은 투쟁단이 가야 할 길을 함께 터주기도 했습니다. # 주문 : 피소추자 윤석열을 파면한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한 질문입니다. 130년 전 동학혁명이, 44년 전 오월이 오늘의 내란을 막았습니다. 정의 DNA를 지닌 국민이, 의로운 역사가 이 나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제 점점‘탄핵 캘린더’도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다가옵니다. 윤석열 없는‘다시 만난 세계’를 위해, 내년 설 이전이라도 탄핵 주문을 고대합니다. 그리고, 이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내란을 막아내 주신 국민께, 전주․전북 시민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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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5 17:46

올림픽 유치와 전북의 기상

며칠전 충북 11개 시군 중 유일하게 철도가 지나지 않는 보은군에서 보은지선 유치를 위한 '범군민 1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말이 10만명이지 보은군 전체인구(3만584명)의 3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지역 출향 인사 등의 서명과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해 목표치를 채운다는 거다. 그동안 보은에는 철도 노선이 없어 지역 주민들은 기차를 탈 기회조차 없었기에 주민들의 열망은 엄청 높다고 한다. 내년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에 '청주공항∼보은∼김천' 노선과 '청주공항∼보은∼상주∼포항' 노선을 반영해달라는 거다. 이 상황을 보면 묘한 데자뷔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약 20년 전 무주군이 태권도원과 기업도시 유치를 할때 거의 전 군민이 동원되다시피해 평가단에게 지역민의 강한 열정을 전했다. 당시 군민의 숫자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동원됐다는 말도 있었다. 지금은 정계를 은퇴하고 고향에서 유유자적 하고 있으나 불도저같은 김세웅 당시 무주군수의 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때는 2003년 장마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더운 여름이었다. "2014동계오륜 무주개최 도보행진단"과 전북 무주군민 등 600여명은 7월 22일 강원도청앞 광장에서 김진선 강원지사와의 공개토론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쉽게 말해 앞서 김진선 강원지사가 서명했던 동의서 내용에 따라 강원도의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계획 포기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말로 안되니까 강원도청이 있는 춘천까지 걸어가면서 간곡히 여론에 호소했다. 가로 1m, 세로 1.5m로 확대복사한 합의서와 KOC문서를 닫힌 철문너머로 강원도에 전달하는 장면은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면담이 무산된 후 당시 김세웅 무주군수는 강원도청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동계올림픽 무주 유치는 무산됐으나 당시 무주군 도보행진단은 대전~조치원~천안~수원~서울~가평을 거치는 동안 하루 20~30km씩 무려 350km를 걸어 강원도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든 전북특별자치도는 내년 1월 6일과 7일 대한체육회가 선발한 11명의 평가위원들로부터 현장실사를 받는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육상경기장, 무주 태권도원, 2032년까지 확장 예정인 완주종합스포츠 타운 등이 그 대상이다. 대한체육회는 내년 2월 28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국내 개최 후보지를 확정한다. 김관영 도지사는 직접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전북의 올림픽 유치 열의를 피력할 방침이다. 전북이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부의 의심부터 버려야한다. 제갈량은 일찌감치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이라고 했다. 성패는 추후에 하늘이 결정하지만, 일단 사람이 할 일은 제대로 해야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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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12.25 15:44

전북 로컬푸드, 이제 ‘질적 성장’이 과제다

전북은 ‘로컬푸드 1번지’로 꼽힌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먹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 형성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의 로컬푸드운동은 완주군에서 첫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 후 10년 사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전북에서는 지난 2012년 4월 전국 첫 완주 용진로컬푸드 직매장 개장을 시작으로 총 77개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로컬푸드에 관심이 높다. 그런데 농산물 유통의 혁신모델로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던 전북 로컬푸드의 명성에 흠집이 생기고 있다. 질적 성장이 양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규모 농가 중심의 판매구조에 따른 영세농가 입지 축소와 미흡한 품질관리 등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소비자단체의 모니터링에서는 유통기간 경과 품목 수가 늘고, 잔류농약 검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이 잇따라 검출돼 논란이다. 또 타 지역 생산 상품의 부적절한 진열, 상품 내 이물질 검출, 출하자 정보 누락,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 등이 적발되기도 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장기간 운영되면서 일부 매장에서 로컬푸드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는 경영 행태도 발생하고 있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북 로컬푸드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한다. 매장에 출하되는 농산물의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영세·고령농가에 대한 판로를 지원해 농가 소득격차를 줄여야 한다. 또 로컬푸드 직매장이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본연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10여년 전 우리 사회 로컬푸드 운동이 시작될 당시 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유통비용 절감과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형성, 먹거리 안전성 확보, 영세농가 소득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 그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리고 그 기대는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 늘었고, 농가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요구도 더 높아졌다. 전북 로컬푸드가 지금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속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지자체와 농민, 농협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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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25 14:33

고병원성 AI 확산 방지에 총력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해 비상이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 축산농가에서 가장 많이 확진돼 철저한 방역이 요구된다. 더구나 미국에서 인체 감염 사례까지 있어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고병원성 AI는 언제, 어디서 발병하는지 예측할 수 없어 농장주나 주민들도 경각심을 갖고 당국의 벙역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지난 10월 강원도 동해의 산란계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계속해서 전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충북 음성, 인천 강화, 전남 영암, 충남 서산 등에서 확진 판정이 나왔고 이후 전북과 경기, 경북, 세종시 등 전국적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들어 확산되기 시작한 전북은 김제와 부안을 중심으로 4곳에서 고병원성 AI 확진이 판명됐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병된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대부분 육용오리나 산란계 등 가금류를 키우는 농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철새 등의 분변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병원성 AI는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철에 AI 바이러스 매개체인 겨울 철새가 국내로 들어오면서 기승을 부리게 된다. 국내에서는 2019년을 제외하고 2014년 이후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1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첫 중증 AI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AI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과 인체 감염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아직 인체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또 최근에는 고병원성 AI 뿐만 아니라 소 럼피스킨병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발생해 가축전염병이 일상화된 감이 없지 않다. 이들 전염병은 한번 걸리면 천문학적인 손실을 초래한다. 발생농가의 가축은 물론 인근 지역 농가의 가축까지 살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원되는 인력과 매립장, 보상금, 추가 소독 등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전적으로 믿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밀집된 축사환경 개선과 함께 초동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동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라진다. 가용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방역대책을 빈틈없이 실행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축산농가들의 피해가 최소화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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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25 14:33

지역의 미래를 위한 통합 : 기업인이 보는 완주・전주 통합에 대한 단상

필자가 경영하는 비나텍(주)은 지난 2011년, 경기 군포에서 전북 전주시로 이전해 왔다. 그 10여 년 동안 비나텍은 코스닥에 상장했고, 슈퍼커패시터 분야 전세계 1위까지 성장했다. 물론 여기까지 오면서 어려움도 고민도 많았다. 전북이라는 지역에 위치한 ‘탓’에 혹은 ‘덕’에 겪은 일들도 있었다. 그래서 기업을 경영하며 항상 우리 지역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기업하고, 살기 좋은 지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전북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북을 성장시킬 방안을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완주군과 전주시의 통합이다.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가 있다. 지금껏 지켜본 결과, 두 지역은 상호보완할 수 있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전주시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인프라를 가진 유구한 도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개발 여건의 한계를 드러내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반면, 완주군은 풍부한 자연 자원과 개발 가능성이 높은 넓은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인프라와 인력 자원은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즉, 전주의 도시 인프라와 완주의 개발 잠재력이 결합하면,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 신도시 개발 등 다양한 경제 활동이 촉진되고 강력한 경제적 시너지가 터져 나올 수 있는 여건이 완성되는 것이다. 잠재성과 역량만으로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다른 지역의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은 초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통합 이후 기업 유치와 민간 투자 증가로 재정 안정과 세수 확대를 실현하고 있다. 인구는 꾸준히 늘고, 낙후 지역에까지 소규모 산단이 자리 잡으면서 지역 전반으로 활기가 번져나가고 있다. 또 다른 사례인 광주광역시는 어떤가. 광주광역시는 송정시와 광산군을 통합하면서 도시 규모를 확장하고, 산단과 KTX 역사를 유치해 지역 경제를 발전시켰다. 이렇듯 통합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을 성장시키는 전환점이 되어왔다. 완주와 전주 역시 각각의 역량을 결합하면, 지역 특화 산업을 고도화하고, 바이오, 방위산업 등 신산업을 활성화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창출된 결과물은, 우리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실익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다시 기업 경영자의 눈으로 전북을 바라본다. 전북 경제는 점점 더 활력을 잃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경제, 정치 상황까지 혼란을 더하고 있다. 맞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내 손 안에 있는 것을 놓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주먹을 쥔 상태로는 손 안에 쥔 것 이상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자. 가진 것을 잠시 내려두고 옆 사람의 손을 잡아야만 주변과 힘을 합해야 지금 가진 것보다 더 많은, 더 나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완주-전주 통합은 우리 지역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혼란이 커질 때일수록 우리 안에 안정적인 상황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기업인, 경영인의 눈에는 완주·전주 통합이라는 주머니 안에서 꿈틀거리는 지속가능한 성장 환경과 다양한 기회의 가능성이 또렷하게 보인다. 완주와 전주가 함께 전북자치도의 역사를 새롭게 쓰면서, 대한민국의 경제지도를 다시 그려내길 희망한다. 성도경 비나텍주식회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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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3 18:14

[기고]신동진 벼, 미흡한 대응정책으로 깊어가는 농민의 한숨

신동진 벼는 2024년에도 전북자치도의 전체 벼 재배 면적의 47%를 차지할만큼 전북 지역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고 사랑받는 벼 품종이다. 밥맛이 뛰어나고 시장 수요가 꾸준한 신동진 벼는 오랫동안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 되어왔다. 그러나 지난 해 정부가 신동진 벼를 공공비축미 매입 품종에서 제외되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신동진 벼가 다수확 품종이며, 도열병 등의 병해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공급중단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다수확 기준인 ‘10a당 생산량 570Kg’은 뚜렷한 근거도 없을뿐만 아니라 농촌진흥청 실험 결과 현행 표준재배법을 적용한 생산량은 10a당 536Kg으로 정부 퇴출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동진 벼가 병해에 약하다는 우려가 과대포장 되었다는 비판과 함께, 대체품종 부재로 인한 농민들의 한숨은 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신동진 벼 보급중단 결정이 마치 품질 저하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신동진 벼는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고 시장에서도 일반 쌀보다 2000원 이상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변화는 23년간 신동진 벼를 재배해온 농민들에게 새로운 변화에 아무 준비도 없이 적응할 것을 강제로 부여하는 형국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체품종 보급계획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신동진 벼가 제외된 후 그 자리를 대체할 품종으로 알려진 신품종들이 있지만, 농민들 사이에서는 대체품종의 생산성과 시장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농민들은 대체품종으로의 전환이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미 유예 기간이 절반 이상 지났음에도 대체품종 준비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농민들은 "어떤 품종을 선택해야 하고, 그 품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보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체품종으로의 전환을 위한 기술적 지원과 재배 과정에서의 교육, 초기 손실 보전 대책 등이 병행되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정책적 대안은 부족한 상황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농업 중심 지역으로서 이러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신동진 벼의 보급중단이 단순한 품종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 경제와 농민의 생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정책이 농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대체품종의 시장 경쟁력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함께 안정적인 유통망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농민들이 새로운 품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자지원, 재배기술 교육, 초기 재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금융지원 등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농민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투명한 정보 제공을 통해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신동진 벼 관련 논란은 품종 다변화와 품질 개선이라는 긍정적 목표 아래에서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대체품종 보급이 미흡한 상황에서 농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정책의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농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고, 그들의 현실을 반영한 대안을 마련한다면 이번 논란은 단순한 위기를 넘어 농업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은 대한민국의 경제적 근간이며, 특히 전북자치도와 같은 농업 중심 지역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신동진 벼 논란이 농업 정책이 나아갈 방향성을 점검하고, 농민과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김동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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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3 18:11

희극적 주인공의 비극적 결말

희극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처지를 과장하거나 비하한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재물보다 더 크고 많이 갖고 있다고 여기는 경우를 ‘자기 과시자(alazon)’라 하고, 실제보다 자신의 능력, 처지를 자꾸 축소하려 드는 경우를 ‘자기 비하자(eiron)’라 한다. 이 둘은 섞이기도 하고 겹치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우스꽝스럽긴 마찬가지여서 종종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고 경멸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자신이 조롱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허풍을 떨거나 엄살을 피우면서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지금 온 세상이 한숨 쉬며 목도하고 있는 이 희대의 코미디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일단 상대의 능력을 과장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축소한다. 대명천지 이십일 세기에 종북 주사파가 판을 치고 있다고 믿는 것이 모든 사달의 출발이다. 자기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이 건전한 비판이나 이유 있는 반대가 아니라 그 뒤에 도사린 악마 탓으로 보이니 할 일은 병든 말이라도 잡아타고 돌진하는 길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 번 그 생각에 사로잡히고 나면 건전한 토론과 설득, 타협을 통해서 이견을 해소하고 국민의 여론을 얻어서 상대의 논리를 제압하는 일까지는 생각도 못 한다. 상대의 위협을 과장하고 자신을 왜소하게 여기는 전형적인 에이론의 모습이다. 게다가 과신하면 안 될 스스로의 능력을 느닷없이 과신한다. 마치 전지전능한 왕조시대의 망령이라도 쓰인 듯이 계엄령이라는 칼을 들고 쾌도난마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군대도 언론도 선량한 국민들도 계엄포고령 앞에서 모두 두 손 들고 납작 엎드려서 일순간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변할 것이라 생각한다. 알라존의 전형이다. 결국 대통령으로서 능히 할 수 있는 정치적, 법적 장치와 권한은 지극히 작게 여기고, 해서는 안 될 능력 밖의 일을 능히 할 수 있다고 믿은 게 그의 희극적 결함이다. 여느 희극이라면 주인공이 이처럼 허풍과 엄살을 반복하는 동안 관객들은 그를 손가락질하며 요절복통 재미를 느낄 터,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오싹하도록 피비린내가 느껴지는 걸 어쩌랴. 희극은 어떻게 흘러가고 끝나는가? 희극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취약한 처지로부터 벗어나고 더 나은 권력과 재물을 얻기 위해서 종종 간사한 계략(trick)을 쓴다. 이 간사한 계략 때문에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 모두는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고 주인공의 의도는 거의 성사될 뻔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늘 사필귀정, 간계는 폭로(revelation)되고 주인공은 뒤늦게 뉘우치거나 징벌을 받으면서 세상은 다시 평화를 찾는다. 12.3 내란이 실패한 이유는 자명하다. 애당초 있지도 않은 적의 위협을 과장하여 비상한 상황임을 선포하고 본인에게 불리한 여러 정황들을 모면해보고자 국가의 안위를 걸고 넘어지는 간계를 꾸렸으니 이길 리 없는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는 영문도 잘 모르는 부하들을 억지로 동원했으니, 그 추악하고 얄팍한 본질이 탄로 나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대부분의 희극에서 주인공은 뒤늦게나마 뉘우친다. 자신의 오판과 잘못된 신념에 대해 사과하고 벌을 달게 받는다. 하지만 끝내 뉘우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본인은 물론 그 간계에 동원된 숱한 주변인들, 지켜보던 이들까지도 다치거나 죽는다. 이게 비극적 결말이다. 비극에서는 철저한 몰락 직전에야 간신히 깨닫는 걸 두고 ‘때늦은 알아차림’이라 한다.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이번 희극의 주인공은 뉘우칠 가망이 없어 보인다. 본인의 표현대로라면 겁만 주려고 잠깐 군대를 동원해 봤을 뿐이라는데, 이 희대의 해프닝, 허술하기 짝이 없는 코미디가 비극으로 바뀌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는 과연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곽병창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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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3 18:10

유라시아철도와 서해안철도

‘정말 될까?’, ‘왜 안됐을까?’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 선정과 서해안철도 건설이라는 전북지역 지자체의 결이 다른 철도교통 현안에 대한 단상이다. 익산역 광장에 들어서면 지난 2020년 설치된 특이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익산~런던행, 유라시아 대륙철도 가상 승차권’이다. 우리나라에서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거쳐 서유럽까지 가는 대륙철도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가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또 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하면서 꿈에 성큼 다가가는 듯했다. 국제기구 가입과 대통령의 메시지는 고속철도역을 대륙철도의 출발역·거점역으로 선점하려는 전국 각 지자체들의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호남의 관문, 교통도시 익산이 이 경쟁에서 빠질 수 없었을 것이다. 유라시아 철도 출발역·거점역 선정을 핵심 시책으로 정하고, 비전 선포식과 함께 정책세미나와 연구용역 등을 추진하면서 수년 동안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남북관계 경색과 국제정세 변화로 성큼 다가온 꿈의 길이 다시 멀어져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해 광역 철도망이 속속 확충됐다. ‘동해안 철도 시대’를 열게 될 ‘삼척~포항 고속철도’도 연말 완공돼 내년 1월부터는 부산∼삼척∼강릉 구간 철길이 이어진다. 서해안 철도망은 지난달 초 서해선(홍성~서화성)과 장항선(신창~홍성), 포승-평택선(안중~평택) 등 3개 구간 노선이 동시에 개통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는 ‘서해안 철도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홍보했다.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 서해안에 호남은 없단 말인가. 경기도 고양 대곡역에서 시작되는 서해안철도는 지금 충청권까지만 이어졌다. 나머지 군산~목포 구간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에서 추가 검토사업에 반영됐을 뿐 아직까지 최종 확정이 미뤄진 상태다. 동해안철도와 비교된다. 철도교통 오지로 전락한 호남 서해안권 지자체들이 최근 철도망 구축을 촉구하고 나섰다. 군산과 고창·부안·함평·영광 등 호남 서해안권 5개 지자체장들이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서해안철도 국가계획 반영’을 요구했다. 서해안 철도망이 허리에서 끊겼다. 이를 연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당위성과 필요성을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국가계획에 반영하고, 즉각 공사에 착수해서 조기에 개통해야 한다. 우선 정부가 내년 하반기에 확정·고시할 예정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에 호남권 서해안철도(군산~목포) 건설사업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익산역, 유라시아 대륙철도 출발역 선정’,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군산~목포 서해안철도 국가계획 반영’, 꼭 그렇게 돼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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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12.23 16:13

전북관광 맛으로 승부수 던져라

연간 1500만 명이 방문하는 전주는 수많은 글로벌 미디어사들이 문화와 음식, 예술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얼마전 13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미디어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콩나물국밥과 전주비빔밥, 막걸리 등 전주 음식을 조명하면서 전주시를 대한민국 최고의 미식도시로 극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최근 ‘Why Jeonju is the best place to eat in South Korea(전주가 한국의 최고 미식도시인 이유)’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남부시장의 콩나물국밥, 비빔밥, 막걸리, 전통차 등 전주의 대표 음식뿐만 아니라 예향의 도시 전주의 문화·역사적 정체성을 소개했다. 맛과 멋의 고장이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게 아니다. 전주를 중심으로 한 맛의 고장 이미지가 점차 확산되면서 한 해 전북특별자치도를 방문하는 누적 관광객 수 1억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교통이 좋아진 요즘엔 체류형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맛으로 특화한 전북 이미지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지역별 관광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을 찾은 관광객 분석 결과, 방문자의 43.6%가 방문 이유로 음식을 꼽은 것만 봐도 전북 관광의 성패가 결국 맛에 달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주, 전북의 관광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전북은 특히 관광 소비지출 중 식음료업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할 수 있는 정책마련이 매우 긴요하다. 지난해 전북의 관광 소비 총액 7504억 원 중 식음료업 지출은 4517억 원(60%)이나 된다. 다만 이러한 화려한 외형과는 달리 속내를 보면 관광객 증가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되지는 못하는 양상이다. '전북 관광 소비지출'은 2022년 8005억 원에서 2023년엔 7504억 원으로 감소했고, 올들어서도 10월 기준 6135억 원에 그쳐, 연말까지 7000억 원을 넘기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북과 비슷한 관광객 수를 보유한 전남은 지난해 관광수입 9971억 원, 충북은 1조 원을 돌파한 것은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 전북의 특성상 체류형 관광을 지향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현실적인 한계속에서도 맛을 통한 관광 활성화는 얼마든 가능하다는 점에서 발상과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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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23 13:55

충격적인 전북의 마이너스 경제성장

전북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소득과 생산 등 주요 지표도 전국 최하위에 머물러 기업유치를 비롯해 지역경제 성장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인구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경제력 역시 바닥을 기고 있어 이대로라면 지역 소멸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특별법 등을 활용한 산업구조 고도화와 다각화, 관광 활성화 등 경제체질 개선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3년 지역소득(잠정)'에 따르면, 전북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62조 2000억 원으로 전국의 2.6%에 불과했다. 이는 2022년 2.7%에서 0.1% 뒤로 밀린 것이다. 지역소득은 생산, 소비, 물가 등의 기초통계를 바탕으로 추계한 지역의 소득 자료로, 시도 단위의 종합 경제지표라 할 수 있다. 성장률 역시 전북이 –0.2%로 충북 -0.4%와 함께 마이너스를 보였다. 인천은 4.8% 성장률을 기록해 가장 높았으며 전국평균은 1.4%였다. 전북은 주력산업인 제조업과 농림어업이 특히 부진했다. 제조업은 -3.5%의 성장률을 기록해 전국 평균 1.7%를 크게 밑돌았고, 농림어업도 -7.2%로 17개 시도 중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전북의 지출 비중은 정부소비가 30.7%를 차지했다. 이것은 전북 경제가 정부의 보조 없이 견디기 힘든 구조임을 보여준다. 1인당 지표에서도 전북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1인당 GRDP는 3628만 원으로 17개 시도 중 15위를 기록했다. 이는 1위 울산 8124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다행인 것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GRDP 성장률이 1.3%로 비수도권 1,6%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이는 2016년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이번 통계청의 발표는 전북의 지역경제가 갈수록 후퇴하는 모습이다. 큰 폭의 상승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뒷걸음질을 치고 있어 걱정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충북은 그래도 지역내 총생산이 83조3000억원이며 강원은 62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6% 증가했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전북은 실질적으로 인구 67만명의 제주를 제외하고 꼴찌인 셈이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급격한 인구 감소와 경제력 저하로 전북이라는 간판을 내려야 할 날이 멀지 않았다. 지역경제 주체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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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23 13:36

[기고]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 왜 남원이어야 하는가?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 유치 경쟁이 뜨겁다. 최종 후보지로 충남 아산시와 충남 예산군, 전북 남원시 등 세 곳이 선정되었다. 자치단체별로 세미나도 열고 토론회도 개최하면서 각자 지역의 장점을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진정한 지방시대의 시작과 지역소멸 극복을 위한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 정책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하면서 왜 남원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이 왜 남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로는 후보지의 대부분이 국유지로 부지 매입비 없이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국도 및 고속도로, 철도의 교통 여건이 양호하며, 타 교육기관과의 연계성이 좋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필자는 이에 더해 다른 관점에서 남원에 설립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전국에 경찰행정학과가 있는 대학교는 대략 98개교 정도이다. 이 중 수도권에 17개교, 충청권에 23개교, 경상권에 33개교, 전라권에 19개교, 강원제주권에 6개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라권에서도 경찰업무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경찰관이 되려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후보지 세 곳 중 아산과 예산은 모두 충청권으로, 충청권에서는 이미 충주시에 중앙경찰학교가 있다. 청년의 기회균등에 대한 공정을 말하고, 지방의 균형 발전을 논하면서 제2중앙경찰학교 마저 충청권으로 간다면 전라권에 있는 청소년과 소멸 위기의 지방자치 주민들에게 큰 실망을 줄 것이다. 둘째, 제2중앙경찰학교를 중앙경찰학교가 있는 충청권에 유치한다면 거리상 인접하여 제2중앙경찰학교가 마치 중앙경찰학교의 부속기관으로 인식될 수 있다. 제2중앙경찰학교는 기존의 교육방식이나 교육체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도입이 절실히 필요하다. 예를 들면, 최근 경찰관 업무 중 중요한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 보호를 위한 시스템 구축, 자치경찰의 본격적인 실행 및 확대에 대비한 지방 자치 시대에 걸맞은 자치경찰 교육프로그램 개발, AI 등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소 설치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는 경찰학교가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경상권과 전라권의 중심에 있는 남원에 설립함으로서 거리 상 분리를 통한 부속기관의 이미지도 개선하고, 중앙경찰학교와 차별화된 미래 지향적인 신개념의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최근 트랜드에 따라 교육기관을 교육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경찰관들을 위한 휴식과 충전의 장소로 활용하여야 한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고의적 자해(자살)로 숨진 경찰관이 113명이나 된다고 한다. 갈수록 악화되는 근무환경에 잠시라도 쉼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에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을 하면서 자연과도 어우러지고, 가족들도 와서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지역의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상의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제2중앙경찰학교 후보지 중 남원시가 가장 적합한 입지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남원시 뿐 아니라 전라북도의 미래를 위해 시민단체, 언론, 도민 모두가 남원 유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송재영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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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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