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미세먼지 타령 / 관료들의 얕은 꼼수 들통 / 비리부패의 악취 더 진동
나는 생선 중에서 고등어를 가장 좋아한다. 생고등어를 무나 감자와 함께 지저 먹거나 간고등어를 식용유에 튀기거나 구워 먹는 맛이 그만이다. 가장 흔하게 소비되는 통조림 중에서도 나는 고등어만 골라서 사먹는다. 내가 젊었을 때인 60~70년대는 모두 살기가 힘들어 값비싼 생선들을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서민들이 가장 즐겨 먹었던 생선이 바로 고등어·꽁치·갈치 등등이었다. 비교적 값도 싸고 살이 통통했으며 맛도 좋았던 고등어가 평생 내 입맛의 동행자가 된 연유다.
고등어는 대표적인 다획성 어종으로 가정의 식탁에 흔히 오르지만 식당에서도 자주 만나는 찬 중의 하나이다. 각종 수산물 관련조사에서도 고등어는 선호도나 매출 면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약전이 펴낸 ‘자산어보’에 보면 고등어에 대해 “맛은 달콤하며 탁하다. 국을 끓이거나 젓을 담글수 있으나 회나 어포는 만들지 못한다”고 했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금방 죽고 지방 함량이 높아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쉽게 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고등어는 불포화 지방산과 뇌세포 활성화 물질인 DHA, 오메가3 지방산 등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나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크다고 한다. 또한, 혈액을 깨끗이 해 심장병 예방에도 도움이 될뿐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요즘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인 ‘웰빙식품’으로서도 한 몫을 단단히 한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그처럼 서민들과 친숙한 고등어인 만큼 굳이 80년대 가수 김창환이 부른 ‘어머니와 냉장고’의 가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특히 남성들이라면 고등어와 얽힌 한두 개의 추억들은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이나 군대생활 때, 등산이나 야영할 때 먹어본 고등어통조림 김치찌개의 그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그렇게 몸에 좋고 맛 좋은 등 푸른 생선 고등어가 한달새 고초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 말께 환경부가 난데없이 ‘고등어를 구우면 나쁨 수준을 훨씬 넘는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면서 환경공해의 주범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이런 발표가 나오자 어판장에서 고등어 경매가가 급락하고 대형마트의 자반 주문량도 순식간에 20~30%가 감소했다고 한다. 당연히 어민들이 서민 죽이기라고 들고 나서기도 했으니 결코 찻잔속 태풍이라고 방관할 일이 아니게 됐다.
뒤늦게 환경부는 집안에서 고등어를 굽거나 직화구이 음식점의 환풍시설 등을 미세먼지 발생 원인으로 규정하면서 주방 요리 시 실내공기 관리 가이드를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한때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온실가스이고 온실가스 중에 소가 내뿜는 가스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으로 세금을 물리자는 주장과 비슷한 넌센스가 아닌가 싶다. 논란이 빚어지자 환경부는 고등어를 굽고 15분간만 환기시키면 공기 질은 회복된다고 발표하면서 공연한 오해(?)를 수습하려고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하지만 진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중국발 오염원이나 경유 차량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서 찾아야지 서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고등어 굽기에 착상하는 어리석은 관료들의 얕은 꼼수에 맡겨둘 일이 아닌 것 같다. 지난 4·13 국회의원 선거를 전후해서 정치권이나 재벌가, 법조계에서 풍겨져 나오는 각종 부패와 비리의 악취가 진동하는 마당에 애꿎은 고등어에게 ‘네 죄를 네가 알렷다’고 호통(?)쳐봐야 결국은 ‘제 얼굴에 뱉은 침’으로 되받을 뿐이다. 그러니 설령 고등어 직화구이 때 미세먼지가 그리 많이 나온다 한들 썩은 방귀 냄새보다 독한 가스를 내뿜는 저 잘난 각계 권세가들의 철면피에 비기지는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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