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황사보다 미세먼지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오랫동안 떠다니거나 흩날리는 매우 작은 입자상 물질(직경 10㎛ 이하)로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황사도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보다는 자동차나 공장, 가정 등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주요 원인이다.
미세먼지라고 하니 심각성을 덜 느끼지만, 실상은 주요 성분이 스모그다. 스모그는 18세기 유럽에서 석탄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심각해지기 시작했으며, 자연발생적인 황사에 비해 그 해로움이 훨씬 심하다. 특히 디젤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입자크기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는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혈관으로 흘러들어가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준다. 스모그로 인한 폐해는 역사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런던에서는 1872년에 243명, 그리고 1952년에 수 천명이 사망했으며, 미국 펜실베니아 도노라에서도 1948년에 20명의 사망자를 냈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의 스모그가 매우 심해 외국인들의 탈 베이징 현상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외국 언론들은 베이징을 ‘대기오염으로 인한 종말’이라는 뜻의 ‘에어포칼립스’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에어포칼립스는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을 합친 신조어다.
엊그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마스크 없는 봄날’을 만들겠다며 미세먼지 6대 공약을 발표했다. 화력발전소 신규승인을 취소하고, 기존의 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미세먼지가 많은 계절의 가동률을 낮추며, IOT(사물인터넷)을 활용해 동네수준의 미세먼지 예보체계를 구축하고, 중국 베이징처럼 ‘스모그 프리타워’ 시범설치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측은 곧바로 ‘스모그 프리타워’가 현실성이 없는 선거용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근거없는 공격은 아니겠지만, ‘뭔이 중헌지’도 함께 따져봤으면 좋겠다. 단순하게 정치적인 공방에서 그치지 말고 대기오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정책대결이 시작됐으면 좋겠다.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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