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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통합의 시대, 전북은?

통합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우리 사회 전반에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탄핵정국 이후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국론 분열과 양극화, 이념 대립, 지역과 세대의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과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국민통합과 함께 공간과 조직·시스템을 결합하는 물리적 통합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다시 높아졌다. 실제 각 분야에서 통합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우선 인접 지자체들을 하나로 묶어 행정·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행정통합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정부도 올초 광역시·도간 통합과 시·군·구 통합, 특별지자체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가 균형발전 전략으로 ‘5극 3특’ 메가시티 구상을 추진하면서 대구·경북과 대전·충남, 부산·경남, 광주·전남 등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또 충남 홍성·예산과 경남 진주·사천, 전남 목포·신안 등 기초자치단체 간 통합 논의도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구절벽 시대,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소멸 위기를 타개하려는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몸부림이다. 신입생 모집난으로 생사 위기에 몰린 지방대학의 위기 탈출구로 여겨진 대학 통합 논의에도 다시 속도가 붙었다. 파격적인 재정지원을 내세운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가 계기가 됐다. 올해 눈에 띄는 성과가 많았다. 지난 3월 국립안동대와 경북도립대가 통합한 국립경국대가 출범했고, 5월에는 교육부에서 전국 9개 국공립대학교의 통합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강원대와 국립강릉원주대가 ‘강원대학교’, 국립목포대와 전남도립대가 ‘국립목포대학교’, 국립창원대와 경남도립거창대·경남도립남해대가 ‘국립창원대학교’, 부산대와 부산교육대가 ‘부산대학교’로 통합해 내년, 또는 2027년 새롭게 출범한다. 그렇다면 전북은 어떨까? 한동안 가라앉아 있던 통합 논의가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진전은 없다. 1997년을 시작으로 네 번째 시도된 전주·완주 통합 논의는 다시 지역갈등만 유발한 채 안갯속에 갇혀 있다. 또 군산과 김제·부안 등 3개 시·군을 묶는 새만금 특별지자체 설치 구상도 추진 동력을 잃고 멈춰 있다. 지방대에 들이닥친 통합의 거센 물살도 비켜갔다.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된 원광대와 원광보건대가 지난 4월 교육부로부터 통합을 승인받아 내년 통합 대학 출범을 앞두게 된 게 그나마 눈에 띈다. 하지만 두 대학이 같은 법인(원광학원) 소속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미미하다. 정작 관심의 대상인 전북대와 군산대·전주교대 등 국립대 간 통합 논의는 어느 순간 물밑 움직임마저 사라진 채 무풍지대로 변했다. 물론 통합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소멸 위기에 놓인 지금, 전북은 공동체 의식을 토대로 서로 뭉쳐서 몸집을 불리고 분산된 에너지를 모아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11.03 17:59

[오목대] 깜냥이 되는 인물을 지사로

유권자들이 선거 때마다 유능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와의 사사로운 관계 때문에 표를 찍는다. 민주당 정서가 타 지역에 비해 강한 전북은 지연 혈연 학연 등 연고주의 투표행태가 강하다. 이 때문에 일부 선출직 가운데는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이 뽑혀 지역발전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민주당 공천이 곧바로 당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유권자보다는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한테 일방적으로 충성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논란거리다. 지금 전북은 발전하느냐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그 기로에 놓여 있다. 그렇게 새만금 특별행정구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도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돼 군산 김제 부안군이 막무가내로 가고 있다. 4번째 시도하는 완주 전주 통합도 완주군수 자리 하나 없어지는 것 때문에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전주와 완주군이 105개 상생사업을 선정해서 추진하지만 그것은 명분에 불과할 뿐 완주군 정치권이 군수자리 없어지는 것을 결사반대해 결국 마이웨이로 가는 형국이다. 완주나 전주나 찬반 양측이 통합을 매개로 실상은 각자 지방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경주 APEC에서 보았듯이 지금은 전 지구촌인들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인데도 스스로가 성을 쌓고 담을 쌓는 아이러니를 범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바깥 세상이 어떻게 변해 가는 줄도 모른 채 우물 안 개구리 마냥 아날로그 방식으로 뒷걸음질친다. 말로는 거창하게 피지컬 AI시대가 도래해 그에 상응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말과 행동이 겉돈다. 도민들이 총선과 대선을 통해 지역발전을 할 수 있는 좋은 정치적 여건을 만들었다. 윤석열 전 정권이 국가예산을 배분할 때마다 개무시하고 차별을 가해 잃어버린 3년이 되었지만 지금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서적으로 가까운 관계가 되었다. 역대 정권 가운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이 전북한테도 새로운 기회였지만 당시 정치권이 개인 영달을 꾀하는 데 몰두했고 지역을 발전시켜 보겠다는 의지 저하로 기회를 살리지 못해 결국 오늘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아무튼 도민들은 전북 낙후 원인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지금부터는 내 탓이오 하면서 선출직들을 잘 뽑아야 한다. 그 가운데 전북도 살림살이를 맡아서 할 지사를 잘 뽑아야 한다. 경선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 지사가 되므로 지사직을 제대로 수행할 역량이 되는가를 잘 살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인물 됨됨이를 파악하는 데는 신언서판이 제일 중요하다. 특히 재산형성 과정을 보면 그 사람의 도덕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사는 특히 정치인이라서 중앙정치권과 인맥을 어떻게 맺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당·정·대와의 관계가 잘 설정되어야 전북예산을 잘 확보할 수 있다. 3선의 안호영, 재선의 이원택 의원에 대해 그간 입법활동 여부와 중앙정부를 상대로 전북 몫을 얼마만큼 가져왔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특히 남원 출신 해병대 채 상병 사건 때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스스로 밝혀야 한다. 지금도 채 상병은 억울한 죽음으로 구천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11.02 18:54

[오목대] 죽막동과 오키노시마

국립전주박물관이 지난 주 개관 35주년 기념행사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가졌다. 주제는 ‘동아시아 해양제사와 교류’. 이 자리에는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베트남 학자들이 참여해 현장방문과 발제, 토론 등이 진행되었다. 핵심은 전주박물관이 1992년 발굴한 부안 죽막동(竹幕洞) 유적의 특징과 의미, 국제적 관계를 밝히는 것이었다. 사적 제541호로 지정된 죽막동 유적은 부안군 격포면 변산반도의 돌출된 서쪽 끝 해안 절벽 위에 있다. 동아시아 해상 교류의 중요한 길목이다. 발굴조사에서 백제, 가야, 통일신라부터 조선을 비롯해 고대 중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제사용 토기, 금속유물, 토제·석제 모제품, 중국 도자기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시기는 대부분 3세기 후반에서 7세기 전반. 유물을 통해 이곳에서 행해진 제의에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참여했고 제사가 끝나면 제기를 포함한 각종 물품을 파기하거나 땅에 묻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도 어부들의 안전과 고기잡이를 도와준다는 개양할미(변산반도 앞바다를 수호하는 해신) 전설이 내려오며 풍어를 기원하는 용왕제가 매년 열리고 있어 가치가 높은 유적이다.(국가문화유산포털) 하지만 높은 가치에 비해 국내의 대접은 소홀하다. 오히려 외국에 더 많이 알려져 있고 호평을 받는다. 이날 행사를 지켜보면서 15년 전 참여했던 비슷한 학술세미나가 생각났다. 당시 부안군은 죽막동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동아시아 실크로드와 부안’이라는 국제학술대회를 가졌다. 그때도 현장 방문과 발제·토론이 있었다. 지난주 열린 심포지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당시 기조발제를 맡았던 임효재 동아시아고고학회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죽막동이 AD 3-9세기까지 한·중·일 삼국을 잇는 해양제사 유적이며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고 세계유산으로서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방문한 일본 오이타현 시미즈 무나야키 고고학회장(벳푸대 교수)은 "동아시아 해양제사 유적지 중 남은 것은 죽막동과 일본 오키노시마(沖ノ島) 2곳 뿐"이라며 "이곳이 오키노시마보다 10배 이상 크고, 특수한 형태의 유물이 많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죽막동의 가치나 중요성에 너무 조용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이 머무는 섬’으로 불리는 오키노시마 유적은 3차에 걸친 발굴을 통해 작은 파편까지 8만점에 이르는 유물을 일괄 국보로 지정했다. 그리고 2017년 ‘오키노시마와 관련된 유산군(Sacred Island of Okinoshima and Associated Sites in the Munakata Region)’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전북자치도와 부안군이 세계적인 유물을 갖고도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30 18:22

[오목대] 최민희 논란과 전북의 현실

국정감사가 진행중인 요즘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국감 중 증인으로 등장한 특정 언론사 간부를 퇴장 조치한데 이어, 휘발성이 강한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까지 터지면서 당 지도부도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국정감사 도중 국회에서 자녀 혼사를 치른 것 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카드결재는 물론 부적절한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경우까지 축의금을 받은 때문이다. 뉘늦게 되돌려줬다고 하지만, 축의금이 50만원, 100만원 단위이고 더욱이 최 위원장이 '노벨생리의학상과 노무현 정신, 그리고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의원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사실 이 사안은 지역정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은 앞다퉈 출판기념회, 후원회 등을 통해 수많은 이해관계인들로부터 충분한 실탄을 지급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공천만 받으면 선거가 필요없는 전북의 현실속에서 현역 의원들은 선거를 치르면 치를수록 차곡차곡 돈이 쌓이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게 바로 전북의 현실이다. 지출해야 할 돈은 많지않고, 여기저기서 받을 돈은 많은 구조적 여건 때문이다. 모든 의원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군들로부터 참빗으로 훑다시피 걷어갔다는 뒷말이 무성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이나 유력한 지방의원 후보군들은 출판기념회나 결혼식 등을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한다. 철저히 약육강식의 피라미드식 지배구조로 꽉 짜여진 틀 속에서 벗어날 이는 많지않다. 비단 관가 안팎이나 정당 주변 뿐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인들도 보험 성격의 후원금을 내지 않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요즘엔 국회의원 후원회나 출판기념회 등에 내는 한도가 정해져 있으나 그게 없던 시절,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위원장인 국회의원들에게 늘 두툼한 돈봉투를 상납해야만 했다. 대졸 초임이 100만원도 되지 않던 90년대 초중반, 끼니 걱정을 하던 지방의원이 한번에 내야만 하는 후원금은 보통 200만원을 넘어섰다.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깨끗한 정치가 모토가 됐고, 사과상자로 일컬어졌던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이 사라지기 시작한게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이번 최민희 사건에서 알 수 있듯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성의 표시는 서민들이 생각하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는 이게 서울 일부 지역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거다. 지역으로 갈수록, 농어촌으로 갈수록 거의 삥을 뜯다시피 하는 풍토는 여전하다는 거다. 이제 지역 정치풍토 역시 크게 바뀔때가 됐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10.29 17:42

[오목대] 다시 찾아온 '조용필 신드롬'

지난 추석 연휴, 방송사들의 특집 프로그램 중 1위는 KBS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내보낸 조용필 콘서트 ‘이 순간을 영원히 조용필’이었다. KBS가 9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한 무료 콘서트를 녹화한 이 날 방송의 전국 시청률은 15.7%. 순간 최고 시청률은 18.2%까지 치솟았다. 조용필은 공연 시간 150분 동안 게스트 한 명 없이 밴드를 이끌며 ‘돌아와요 부산항에’ ‘고추잠자리’ ‘단발머리’ ‘허공’ ‘모나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운스’ 등 시대를 뛰어넘는 히트곡을 쉼 없이 쏟아냈다. 일흔 중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놀라운 가창력으로 열창한 그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젊은 오빠’이고 변함없는 ‘가왕’이었다.# 떠오른 공연이 있다. 지난 8월, SBS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그해 여름, 조용필 in 평양>에 담았던 ‘조용필 평양 공연 2005’다. 이 공연은 SBS가 광복 6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것이었지만 사실은 3~4년 전부터 추진했던, 남북관계의 분위기에 따라 일정이 여러 차례 변경되거나 번복되는 어려움을 거쳐 겨우 성사된 것이었다. 참관인으로 동행하게 된 그해, 처음 가본 평양과 조용필 공연은 아직도 강렬(?)하다. ‘조용필 평양 2005’가 열린 유경 정주영 체육관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꾸준히 추진해왔던 대북사업의 결실이었다. 공연장은 당초 1만 2,000석을 갖추었지만, 객석 상당 부분을 무대로 활용하면서 7천 석으로 줄었다. 공연 시작 30분 전, 객석은 완전히 찼다. 공연이 끝난 뒤 '모나리자'로 북한에서도 인기 있던 조용필 공연에 고가 암표가 나돌았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공연은 8월 23일 오후 6시 시작됐다. 남쪽에서 간 공연단이나 북쪽의 관중 모두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렸던 조용필의 무대는 첨단 영상 장비를 활용한 무대장치와 강렬한 록비트의 음악으로 막을 열었다. 북한 관객들에게 큰 문화적 충격이겠다 싶었지만, 관객들의 경직된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좀체 풀어지지 않는 객석 분위기는 후반에 들어서야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조용필의 노래도 그제야 힘을 찾기 시작했다. ‘홀로 아리랑’은 그날 공연의 절정이었다. 가사를 따라 부르는 관중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관중들이 눈에 띄었다. '정상에 있어도 늘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에 도전'해온 가왕 조용필에게 북한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답했다. 최고의 경의라 했다. 조용필과 그의 음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왕의 귀환을 알렸던 새 앨범 ‘헬로(Hello)'이후 10여 년 만이다. ‘나를 탈피하고 싶다’는 그의 늘 새로운 도전. 다시 찾아온 ‘조용필 신드롬’이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10.28 18:24

[오목대] ‘공돈의 힘’, 농촌을 살릴까?

모든 주민에게 매월 15만원씩이다. 소득수준이나 연령 등 꼬치꼬치 따지는 것도 없다. 그냥 준다. 순창을 포함해 전국 6개 군 지역 주민들은 내년부터 2년 동안 1인당 월 15만원씩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게 된다. 4인 가족의 경우 월 60만원, 연 720만원이다. 자체 재원을 더 보태 월 20만원씩 주기로 한 곳도 있다.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다. 성과가 좋으면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공돈’이 죽어가는 우리 농촌을 살릴 수 있을까? ‘월 15만원 받으려고 농어촌으로 이주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안정에 어느 정도 보탬을 줄 수 있는 만큼 최소한 ‘인구유출 방지턱’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성 직접지원 정책은 지자체에서 더 적극적이다. 전국 상당수의 지자체가 올해 정부의 2차례 민생지원금과 별도로 돈 보따리를 풀었다. 전북에서는 설·추석 명절에 맞춰 김제와 남원·정읍·완주·진안·부안·고창군이 20~50만원씩을 나눠줬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이다. 현금성 복지비용 지출 비율이 높으면 행정안전부의 페널티도 있다. 그런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주민 반응을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른 정책과 달리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이웃 시·군의 주민들이 ‘우리는 왜 안 주냐, 이사가겠다’며 지자체장을 압박할 정도다. 선거를 앞둔 지자체장들에게는 외면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계속된 공돈 자극에 주민들이 중독됐다. 사회 인프라 확충 등 간접지원 정책에 대한 농어촌 주민들의 만족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전 국민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짜 돈을 나눠준 것은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처음이다. 이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공돈 뿌리기’가 이어졌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이 아니다. 국가와 지자체의 빚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2022년 1067조원으로 ‘천조국’에 진입했다. 그리고 지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나라 살림이 거덜나게 생겼다. 그런데도 정권을 잡은 지도자와 지자체장들은 ‘빚 무서운 줄’ 모른다. 아니 모른 체한다. 곳간을 탈탈 털고 빚을 내서라도 표심을 사겠다는 것이다. 주민들도 공돈 앞에서는 굳이 날을 세우지 않는다. 속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했다. 결국은 우리 후세들이 등골 빠지게 짊어져야 할 짐이다. 힘의 논리,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 공짜 돈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공돈의 힘’이 죽어가는 농어촌을 살릴 수만 있다면 붙잡아야 할 처지다. 부작용과 후유증이 크더라도 우선 살려내고 볼 일이다. 어차피 저출산 대책 등 인구 위기, 지방소멸 위기 극복에 간접지원 방식으로 투입될 재원이라면 산소호흡기가 시급한 곳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지원돼야 하지 않겠는가. 면밀히 따져볼 일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10.27 17:31

[오목대] 전주민심이 지사경선전 판가름

민주당 도지사 경선은 전주민심의 향배에 달려 있다. 전주시의 주민등록상 인구가 63만이지만 실제 주거인구가 80만이고 권리당원수가 도 전체 14만 중 4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김관영 지사는 서울행정법원에서 새만금공항건설 기본계획에 대한 패소 판결 이후 불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도전경성의 자세로 전주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경선 때는 느닷없이 송하진 전지사가 컷오프되면서 재선의 김관영 전 국회의원이 급부상, 단박에 공천권을 쉽게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꾸준히 불출마설이 나돌던 이원택 도당위원장이 추석전에 출마를 선언하자 각자 셈법이 복잡해졌다. 당초 김 지사는 3선의 안호영 의원과 재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다소 여유 있게 현안 챙기는데 주력했으나 이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의원이 지난 당 대표 선거 때 당원들을 결집해서 정청래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드는데 일조한 탓이 결정적이다. 김 지사 측은 최근 윤준병 의원이 2036 하계올림픽 유치에 문제가 있다고 흔들어 댄후 뒤이어 추석전에 예상을 깨고 이 의원이 출마선언한 것은 일맥상통하다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간 김 지사와 이 의원은 친구처럼 지내는 우군으로 협조관계를 유지했으나 출마 이후에는 적대적 개념으로 돌변 총부리를 겨누게 됐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국토부장관인 3선의 김윤덕 의원의 행보다. 김 의원은 지난번과 달리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지사 경선에 한발짝 비켜 서 있지만 그의 추종자들이 알게 모르게 출마준비를 하는 것으로 탐문,서로간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전북대 운동권 선후배인 두 사람간에 모종의 약조가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김 장관이 처한 수도권 아파트 문제 등 골치아픈 현안들이 산적해 한가롭게 취임 몇달도 안돼 지사 경선전에 관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 이 바람에 김 지사측은 최대한 둘 사이에 협력관계가 이뤄지지 않도록 차단하면서 김 장관의 협조를 구하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장관의 협조를 받아 김 지사가 재선하면 김 장관의 길이 보이지만 이 의원이 되면 김 장관으로서는 지사길이 막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이 의원이 전주를 기반으로 정치를 해왔지만 송하진 전 지사의 아바타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하고 그간 자신만 성장했지 지역발전을 뚜렷하게 도모하지 않았다는 여론이 나돈다. 더욱이 정청래 대표가 마치 출마를 권유한 것처럼 비춰지게 했지만 그건 이 의원의 제스쳐라면서 운동권 출신으로서 전문성이 결여돼 있고 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게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전주의 민심이 누구 한테로 가느냐가 관건이다. 김 지사가 취임초 전주 출신을 너무 홀대한다는 지적과 나중에 업적이 없다는 이유로 전주시민으로부터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고시 3관왕 답게 중앙에서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전고 출신인 이성윤 박희승 의원과 함께 중앙에서 김 지사를 직간접으로 챙겨줘 현재 30%대의 지지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10.26 18:10

[오목대] 집에서 임종하는 가정형 호스피스

집에서 고통없이 눈을 감을 수는 없을까. 우리나라가 다사(多死)사회에 접어들면서 커지는 고민 중 하나다. 저출산고령화의 급격히 진행으로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사망자가 출생자를 앞섰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었고 이중 암환자는 150만 명, 치매환자는 100만 명에 이른다. 그래서 대다수 노인들은 노후가 두렵다. 죽음 앞에서 더욱 그러하다. 가족의 간병지옥이 걱정이고 낯선 병상에서 링거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쓸쓸히 죽을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품위있는 죽음,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는 없을까. 특히 말기 환자들이 고통스런 통증에서 벗어나 살던 집(Aging in place)에서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다면 그것은 큰 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의 80% 이상이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임종을 맞는 게 현실이다. 말기 환자들에게 통증 및 증상을 완화해 주는 총체적 돌봄이 호스피스(Hospice Care)다. 처음 호스피스 운동을 제안한 사람은 영국의 간호사 시실리 손더스(1918∼2005)다. 그녀는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신체적·심리적·사회적·영적 차원에서 고통을 다뤄야 한다는 ‘총체적 고통’ 개념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1965년 강원도 강릉시에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세운 갈바리의원이 최초다. 국내 호스피스 서비스는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입원형과 전문 팀이 가정을 찾아가는 가정형, 일반 병동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전문팀에 자문을 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문형이 그것이다.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호흡부전, 만성 간경화 등 5개 질환이 대상이다. 이중 대종을 이루는 입원형 호스피스는 암 환자만 이용할 수 있다. 호스피스 관련 병원은 전국에 127개가 있다. 지난해 이를 이용한 환자는 2만4318명이다. 이중 가정용 호스피스는 전국에 40개, 이용자는 2245명(9.2%)에 불과했다. 전북의 경우 전북대병원, 예수병원, 군산의료원, 남원의료원, 엠마오사랑병원, 원불교 원병원, 익산성모병원 등 7곳이 있으며 가정형은 전북대병원과 엠마오병원 2곳이 운영하고 있다. 가정형 호스피스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팀이 방문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전문간호사다. 환자 보호자와 의사소통을 하고 환자의 증상 및 상태를 파악하는 역할을 하며 24시간 상시전화가 가능해야 한다. 가정형 호스피스는 가족의 헌신이 전제되어야 하며 재택의료 및 사전돌봄계획(ACP)과의 연계 등 갈 길이 멀다. 또 낮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도 문제다. 그러나 환자의 죽을 권리(right to die)와 품위있고 편안한 죽음을 위해 더욱 확산되었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10.23 16:59

[오목대] 블랙록이 던진 화두와 전북의 AI

블랙록은 래리 핑크 회장이 1988년 설립한 전세계 1위의 자산운용사다. 운용 자금이 12조5000억달러(약 1경7000조원)를 넘어서기에 흔히 '월가의 정부'로 일컬어진다. 대한민국 예산의 수십배에 달한다. 그런데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방미 기간 중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과 만나 MOU를 통해 AI(인공지능)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소식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래리 핑크 회장이 "한국이 '아시아의 AI 수도'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AI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두고 아태지역 수요까지 아우르는 허브로 역할을 확대시킬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향후 5년간 아태지역 AI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를 공동으로 준비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미 이재명 정부는 ‘AI 대전환’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세계 3대 AI 강국 도약을 목표로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구축과 생태계 조성을 추진중이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배 이상, 송전망을 30% 추가 확대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방향으로 가기 위함이다. 만일 블랙록의 한국 투자가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아태 AI의 수도로 우뚝 설 절호의 기회를 갖게된다. 특히 앞으로 AI의 벨트가 서남해안권이 중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정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그런데 지난 21일 밤 광주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경제·종교·학계 등 각계 대표 80여명이 긴급 회동을 갖고 '국가AI컴퓨팅센터 입지' 문제에 대해 독특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강기정 시장 주재로 열린 이번 비상회의에서는 삼성SDS가 국가AI컴퓨팅센터 입지를 갑자기 전남으로 선회해 정부 공모를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긴급히 마련됐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가AI컴퓨팅센터 광주 유치를 공약했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광주'로 명시된 만큼 당연히 광주가 선정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땅값과 전력요금 등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있는 전남으로 선정된데 대해 광주 차원에서 불만이 담긴 입장이 표명된 셈이다. 광주로서는 섭섭할 수 있겠으나 기업의 논리, 경제의 논리가 이젠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북은 현 정부들어 미래 신산업 전략으로 피지컬 AI를 강력히 추진중인데 얼마전에는 AI 지역확산 공모에서 탈락해 힘이 좀 빠진 모양새다. 중요한 것은 블랙록이 던진 화두는 굵고 웅장하기에 하나의 사업이나 공모에 연연하기 보다는 서해안권 재생에너지와 새만금 산단을 중심으로 아태 AI 수도 건설에 어떻게든 발을 들어놓는 그랜드 플랜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게 살 길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10.22 18:41

[오목대] 대통령 공약과 부유하는 새만금

15년 전, 개발 초기부터 새만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건축가 김석철 교수(1943년~2016년)를 인터뷰로 만났다. 몸담았던 대학을 퇴직한 후 자신이 설립한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을 이끌고 있었다. 연구원은 서울 가회동 북촌마을의 가파른 고갯길에서도 가장 위쪽에 있었다. 2000년 초반, 북촌의 100년 된 한옥을 보수해 들어간 이 공간을 그는 북촌의 한옥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나부터 살면서 보존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결실이라고 소개했다. 개보수 과정이 쉽지는 않았으나 이곳 연구원들은 그 후 주변 한옥을 개보수하는데도 참여했으니 어느 정도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한국의 도시들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새만금과 인연이 깊다. 개발 초기부터 새만금을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그 미래를 제시해온 그에게 정치인과 자치단체장들은 조언을 구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새만금을 주 쟁점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김 교수가 대통령 선거 공약에 새만금을 끌어들인 이유는 분명했다. ‘우리나라의 미래에 중요한 대상인 새만금이야말로 대통령이 될 사람의 자질을 검증하기에 좋은 이슈’라는 것, ‘새만금이 국정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비중은 아니더라도 새만금을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가느냐에 대한 철학은 대통령 자질을 검증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김 교수는 새만금의 미래에 큰 의미를 뒀다. 어찌 됐든 새만금은 대통령 공약의 우선순위가 됐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폐기되거나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선거 때마다 이용되는 정쟁의 희생물이 됐다. 도시 설계 결과물을 모아 놓은 명저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는 김 교수의 빛나는 결실이다. 이 책에서도 새만금의 미래를 위한 설계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가 '농업시대에서 해양시대로 간다'며 주목했던 새만금의 미래는 ‘황해공동체의 공동시장과 물류기지, 사계절 관광단지’로서의 기능이다. “세계의 대부분 도시는 살아남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해야 하는 시대”라며 관건은 물류라고 강조한 그는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경제 환경으로 증가하게 될 중국 북안 도시권으로의 항만 물량에 대비해 서해안 어디보다도 좋은 조건을 가진 새만금에 새로운 거점 항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돌아보면 새만금 개발 전략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크게 요동쳤다. 농지 확보로 시작된 새만금은 개발 기조나 핵심 사업까지 변화무쌍한 과정을 거쳤다. 당연히 제대로 된 결실이 구축되었을 리 없다. 이재명 정부도 공약을 내놓았다. ‘미래가 아닌 현재’를 위해 ‘속도감 있는 추진’을 내세웠다. 새만금기본계획 변경안이 진행되는 모양이다. 새만금의 부유를 끝낼 수 있으면 좋겠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10.21 18:41

​[오목대] 유치원서 대학까지, 학교는 전쟁 중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각급 학교의 ‘신입생 모시기’ 열전이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서 더 치열해졌다. 이미 사회문제로 부각된 대학교만의 얘기가 아니다. 학교의 생존경쟁은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출산 기조 속에 정부 방침에 따라 국공립 유치원이 늘어나면서 사립 유치원들이 사활을 건 아동 쟁탈전에 내몰리고 있다. 의무교육기관인 초·중학교도 이맘때면 내년에 들어올 신입생 수를 헤아리기 바쁘다. 농어촌 작은 학교는 더 절박하다. 해마다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속출하니 폐교를 걱정해야 한다. 농어촌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과대·과밀 학교로 유명했던 원도심지역 초·중학교도 농촌학교와 비슷한 처지로 전락했다. 도심 공동화 현상의 여파로 취학아동이 크게 줄면서 물밑 신입생 유치전이 치열하다. 인구절벽 시대, 학교 신설을 제한하는 교육부의 이른바 ‘학교총량제’도 원도심 작은 학교에는 불안 요소다. 고등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특성화고교가 심각하다. 첨단산업분야 특화 학교라는 점을 애써 드러내기 위해 수시로 교명까지 바꾸고 있지만 별 성과가 없다. 여기에 지방대학의 신입생 모집난은 이제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역대 정부가 ‘지방대 살리기’를 외치면서 굵직한 지원사업을 잇따라 추진했지만 오히려 수도권 대학의 위상만 높였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학교의 관심은 적령기에 학업 기회를 놓친 만학도들에게 쏠렸다. 먼저 지방대학이 ‘만학도 특별전형’을 통해 늦깎이 학생 모집에 나서면서 70~80대 할머니 대학생이 낯설지 않게 됐다. 이어 농촌 초등학교에서도 마을 할머니들을 주목했다. 질곡의 현대사 속에서 학업 기회를 놓친 할머니들에게 평생학습시설 대신 정규학교 입학을 권유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초등학교 과정을 마친 할머니 학생들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농촌 중·고교로 이어졌다. 올해는 18명의 할머니 신입생이 입학한 익산 함열여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할머니 신입생 모시기는 애초 지속가능성이 없었다. 꼭 10년 전, 할머니 신입생들로 전국적 화제가 됐던 김제 심창초등학교가 이를 보여줬다. 이 학교는 지난 2015년, 50~60대 만학도 6명이 한꺼번에 입학한 후 한때 전교생의 절반이 할머니들로 채워지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교실의 모습은 지속될 수 없었고, 결국 올초 폐교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찬바람과 함께 시작된 각급 학교의 신입생 모시기 전쟁은 올해도 정해진 기간을 넘겨 내년 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연장전에 연장전을 거듭할 것이다. 학교의 쇠락은 지역공동체의 붕괴를 부추길 것이다. 균형발전, 지방 살리기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시대의 과제다. 균형발전을 끊임없이 외쳐온 중앙정부가 파격적인 정책과 범국가적 지원을 통해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역의 작은 학교에서 이 희망의 씨앗이 싹트길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10.20 18:33

[오목대] 신언서판이 중요

지금 유권자들의 관심은 누가 내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공천을 받느냐로 쏠린다. 조국혁신당이 지난 총선 비례대표 선거때 선전해서 12석을 차지했지만 그 같은 돌풍이 내년 지방선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6.3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이 전북에서 82.65%를 득표해 소가 밟고 지나가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민주당 지지세가 더 견고해졌다. 이 바람에 지사부터 민주당 공천을 누가 받을 것인가가 관전포인트다. 민주당 정서가 강한 전북은 당원주권시대를 맞아 공천 때 유급당원의 비중을 50%에서 70%로 높이더라도 시민여론과의 괴리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당심과 민심이 같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급당원들이 얼마만큼 진정성을 갖고 표심을 바르게 행사하느냐 그 여부에 성패가 달려 있다. 예전과 달리 유급당원들이 귀하신 몸이 되면서 쉽게 움직이지 않지만 얼마든지 금품 유혹을 받을 개연성은 높아졌다. 현재 50대 50으로 돼 있는 공천기준을 7대3으로 높이면 당원 모집을 많이 한 사람이 유리한 구조다. 그러나 꼭 유급당원들이 모집한 후보한테 간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후보자 능력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 지금 현직 단체장을 제외하고는 유급당원을 많이 모집한 후보자가 여론조사에서 높게 나온다. 친 불친과 연고에 따라 표심이 움직이지만 지사나 시장 군수 등 단체장 만큼은 고도의 판단력과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라서 각 후보자들의 종합적인 역량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익산시장이나 임실군수는 3연임해 불출마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 조기에 과열되었다. 전주시장 등 나머지 시장 군수는 모두 재선의지가 충만된 상태지만 도전자가 만만치 않아 일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 할 입장이 아니다.특히 관심을 끈 것은 불출마설이 유력했던 재선의 이원택 국회의원이 예상을 깨고 추석전에 지사경선에 나서겠다고 밝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번 지사경선 때는 송하진 전지사가 컷오프 되면서 재선의 김관영 전 국회의원이 김앤장을 등에 업고 단박에 공천권을 확보했지만 이번에는 예상외 변수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재도전하는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같은 지역구서 연거푸 3선한 관계로 이번 지사경선을 배수진으로 치고 마지막으로 경선에 임한다는 자세다. 하지만 완주 전주 통합에 부정적이어서 찬성측이 많은 전주표심이 등 돌리고 있는 게 최대 걸림돌이다. 또 그가 주장했던 익산시와 통합해서 100만 메가시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익산시의회가 결사반대해 난관에 봉착했다. 세칭 송하진 전지사의 아바타로 칭하는 이원택 의원은 당 대표 선거 때 정청래 의원을 도운 것을 기반으로 정 대표와 함께 추석전에 김제시장을 방문해 한껏 기세를 높였지만 시중에서는 그의 능력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팽배하다.특히 여가부를 상대로 새만금잼버리 준비관계를 강하게 질타했지만 대회가 실패로 끝나고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9월 새만금공항건설 취소판결을 내린 것도 그의 지역구 문제인 만큼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그의 정치력 부족을 지적한 사람도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10.19 17:50

[오목대] 은퇴 후 인생 3단계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후 인생 후반부도 길어졌다. 예전에는 은퇴 후 오래지 않아 죽음을 맞았지만 이제 30∼40년을 더 사는 게 일반적이다. 이 기간은 청장년기의 30∼40년과 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직장이나 생업에 매어 돈을 벌거나 승진에 목매일 필요없이 주된 직업에서 물러나 온전히 내가 중심이 되는 시기다. 이러한 은퇴기는 대개 3단계로 나눈다. 좀 오래된 구분이긴 하나 미국의 재무설계사 마이클 스테인(Michael Stein)은 1994년에 은퇴기간을 10년 단위로 3단계로 나누었다. 활동기(Go-go Year)와 회상기(Slow-go Year), 간병기(No-go Year)가 그것이다. 활동기는 65∼74세까지다. 이 기간은 생업에서 손을 놓았지만 건강하고 시간이 많고 재산도 인생에서 가장 많은 때다. 따라서 이 시기는 그동안 못했던 외국여행을 떠나거나 골프 등 여가활동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활동량이 많은 만큼 지출도 늘어나는 인생의 제2 전성기다. 올해 105세의 김형석 교수(전 연세대)는 60∼75세(어떤 강연에선 65∼90세)를 인생의 황금기라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3종세트를 잘 관리하는 일이다. 몸을 건강하게 움직이는 신체(Physical)활동과 두뇌를 활용하는 인지(Cognitive)활동, 그리고 타인과 교류하는 사회(Social)활동이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고 사람과 섞이는 것을 말한다. 아직 젊은 노인이니 일자리를 찾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다. 회상기는 75∼84세 시기다. 이 시기는 특별히 아픈 곳이 없으면서도 노화가 진행되면서 행동이 느려진다. 지나온 인생을 반추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시기다. 특히 75세는 건강과 인지능력이 확 꺾이는 나이다. 그래서 일본에선 75세를 기준으로 전기고령자와 후기고령자로 나눈다. 또 서구권에서는 65∼74세를 영올드(Young-old), 75세 이상을 올드올드(Old-old)로 나누기도 한다. 이 시기는 가족이나 친구를 자주 만나면서 인생을 복기하는 것이 좋다. 이때는 지출도 줄어 경제적 부담도 적다. 간병기는 85세에서 사망까지의 시기다. 이 기간은 사람에 따라 1년이 되기도 하고 10년을 훨씬 넘기기도 한다. 이때는 혼자서 생활하기 힘들어 남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시기다. 집에서 생활하길(Aging in place) 원하나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 생명표에 따르면 이 시기 우리나라 노인들은 15∼16년을 병치레(유병기간)로 보낸다. 이 시기는 의료비가 급격히 늘어나 경제적 부담이 크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상속분쟁에도 대비해 유언서 작성도 해야 한다. 가능하면 활동기를 늘리고 간병기를 줄이는 게 좋다.(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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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10.16 18:46

[오목대] 배니스터 효과와 낙후전북 타개

한동안 일반인들의 관심권에서 비켜나있던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재조명되는 일이 있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취업 사기‧감금 피해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박 감독 또한 작년 3월 방영된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 아내와 함께 납치될 뻔한 적이 있다고 했던 일이 새삼 소환된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오래 생활했고 지명도가 있는 박 감독 같은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할 정도라면 인도차이나 반도, 특히 캄보디아의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베트남에서 그는 소위 ‘박항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인물이다. 축구 변방인 베트남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으로 이끌면서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갖은 핍박을 받았고 가난에 시달렸던 베트남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박 감독 얘기를 하다보면 20세기를 통틀어 매우 유명한 사건 하나가 떠오른다. 사상 최초로 육상 1마일(약 1.6㎞)에서 마의 4분 벽을 깬 전설의 육상선수 로저 배니스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배니스터는 1954년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육상대회에서 1마일을 3분59초4에 주파했다. 9년 여 동안 깨지 못했던 1마일 4분대의 벽을 무너뜨린 주인공이다. 당시 사람들의 통념은 “죽었다 깨어나도 1마일을 3분대에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배니스터가 4분 벽을 깨고 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10명이, 1년 후엔 37명이 4분 벽을 깨뜨렸고 2년 후에는 300명이 마의 벽을 넘어섰다. 그 유명한 ‘배니스터 효과’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다. 그때부터 생각이 바뀌면 결과도 달라지는 현상을 사람들은 ‘배니스터 효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배를 받은 나라 중 민주주의와 경제 선진화를 이룩한 나라는 지구촌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글로벌 기업들의 활약상은 감동, 그 자체다. 인력과 자원이 온통 수도권 중심으로 쏠리고 있는 지금 지방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냉소와 비관,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전북은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어느 한 분야에서 마의 벽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한계를 돌파하는 상황이 속출할텐데 요즘 지역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이는 없고 다른 이의 시도나 아이디어의 문제점을 트집잡는데 급급하다. 올림픽 유치의 사례에서 보듯, 새로운 시도나 돌파구를 찾는 것을 응원하기는 커녕 뒷덜미를 잡는 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마의 4분벽을 돌파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배니스터를 진심으로 응원했던 선수들은 불과 1, 2년뒤 그의 기록을 넘어섰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허튼 짓”이라고 비아냥 거렸던 이들은 영원히 역사의 패자로 남아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10.15 18:22

[오목대] 노벨문학상과 영화 '사탄탱고'

2000년 5월, 첫 막을 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던 영화가 있다. 익숙했던 영화에 대한 관념을 깨고 낯선 영화의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였던 전주영화제 상영작 중에서도 가장 특별했던 이 영화는 세계적 거장 벨라 타르 감독의 <사탄탱고>였다. 상영시간 438분. 무려 7시간 18분짜리인 이 영화는 ‘두 시간 안팎’ 정도로 정해두었던(?) 기존 영화의 상영시간을 세 배 이상 뛰어넘으며 국내에서 필름으로 상영된 가장 긴 영화가 됐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져가는 1980년대, 헝가리를 배경으로 기적에 대한 기대와 절망을 그린 이 영화는 헝가리의 대평원을 배경으로 기계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아온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해 전주영화제의 특별섹션인 ‘미드나잇 스페셜’의 마지막 밤을 장식했던 <사탄탱고>는 그 뒤로도 줄곧 화제의 영화 대열에 있었지만, 동시대 가장 위대한 영화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벨라 타르 감독의 기념비적 영화로 꼽혀왔을 뿐 원작자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희망과 몰락이 뒤엉킨 사람들의 모습을 집요하게 쫓는 영화 <사탄탱고>의 원작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헝가리 작가로는 임레 케르테스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종말론적 두려움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강렬하고 선구적인 작품 세계”를 높이 평가하며 크러스너호르커이를 ‘중부 유럽 전통을 잇는 위대한 서사 작가’라고 밝혔다. 사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지만 놀랍게도 여섯 개 작품이 번역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사탄탱고>는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꼽힌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선두 작품도 영화로 먼저 알려진 <사탄탱고>다. 알고 보니 국내에서 소개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6개 작품 모두를 독점 번역한 것은 ‘알마’라는 작은 출판사다. 알마는 2016년 <사탄탱고>를 시작으로 <저항의 멜랑콜리> <라스트 울프> <서왕모의 강림> <세계는 계속된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을 시리즈로 기획해 꾸준히 펴냈다. 1쇄 판매도 마치지 못한 작품도 있으니 경제적 부담이 컸겠지만 알마는 남다른 의지로 시리즈를 지켰다. 알마의 안 지미 대표가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을 출간하게 된 뒷이야기도 화제다. 안 대표는 25년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사탄탱고>를 처음 만났다. 그는 그때 받은 깊은 감동이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 출간을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독점 번역은 그의 선구적 안목과 의지의 결실이었던 셈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영화 <사탄탱고>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 영화를 만나게 해준 전주국제영화제의 탁월했던 선택이 새삼스럽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10.14 19:11

[오목대] 명절과 선거, 그리고 민심

추석 연휴가 끝났다. 민족 최대의 명절, 긴 연휴 덕에 귀성·귀경 전쟁은 그리 치열하지 않았다. 치열한 전쟁은 따로 있었다. 이제 7개월여 남은 내년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홍보전이다. 이미 출마의사를 밝혔거나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입지자들의 ‘명절 인사’ 현수막이 아직도 즐비하다. 명절 인사를 빙자한 입지자들의 이름 알리기 경쟁이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사실상의 선거전이 시작된 것이다.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주요 사무일정은 내년 1월 시작된다. 입지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각 정당의 경선은 내년 3월께 치러진다. 선거가 내년이라고는 하지만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인 지역 선거구도에서 입지자들의 마음은 급하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활약상을 보이지 못한 국회의원들도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기성 정치인과 출마예정자들이 큼지막하게 자신의 이름을 새긴 추석맞이 현수막을 여기저기 내건 이유다.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새로 기억되고 싶어서다. 명절은 공직선거의 시점이자, 분기점이다. 민심이 형성되고 움직이는 시기가 바로 사람이 모이는 추석과 설 명절이다. 각 정당의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을 앞두고 맞는 내년 설 명절에는 거리의 귀성 인사 경쟁, 민심 잡기 신경전이 더 치열할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명절 밥상머리 화두에 정치와 선거 얘기는 절대 꺼내서는 안 될 금기어가 됐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친지들 사이에 큰 분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증오와 대립의 정치가 고착되면서 그 금기사항은 철칙으로 굳어졌다. 가족 간 말다툼과 주먹다짐을 넘어 칼부림까지 종종 발생하니, 명절 어이없는 비극을 막기 위해 절대 꺼내서는 안 될 화두임에 분명하다. 어쩌다보니 가족 간에도 극도로 말조심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취업과 결혼·출산 등 사생활에 대한 간섭은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만, 정치적 견해를 내세울 경우 자칫 극한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 그 견해가 확고할수록 위험성은 더 커진다.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 불문율이자 웃지 못할 명절 풍속도다. 그나마 농어촌에서는 이런 다툼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마을 어귀, 명절이면 어김없이 줄지어 내걸렸던 귀성객 환영 현수막이 자취를 감췄다. 정치인들의 낯내기용 명절 인사 현수막조차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도 말이다. 표 계산에 도가 튼 정치인들의 셈법이니 그 이유가 분명하다. 그래도 정치인들은 명절 밥상머리 민심을 듣고 싶어 한다. 내년 지방선거 입지자들은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귀담아듣지는 않는다. 어느 정치인, 어느 후보를 추켜세우고, 비난하는지에만 촉각을 세운다. 해석도 아전인수식이다. 정치권의 이전투구식 정쟁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당장의 팍팍한 삶을 걱정하는 서민들의 목소리는 흘려버린다. 민생과 소통을 외친 그들의 명절 현장 행보가 가증스럽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10.13 18:15

[오목대] 지사 덕목은 정치력이 우선

대통령제를 채택한 우리 정치 상황하에서는 대통령과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제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대통령과의 관계가 원활하거나 매끄럽지 못하면 실력 발휘를 못하게 돼 있다. DJ가 집권했을 당시 유종근 전 지사가 환란속에서 전방위적으로 힘쓸 수 있었던 것은 경제학자로서 환란을 극복할 역량을 갖췄다고 DJ가 판단해서 무한 신뢰를 보냈기 때문이다. 유 전지사는 DJ의 신뢰를 바탕으로 IMF 극복을 위해 무소불위에 가까울 정도의 권한을 행사했다. 외신 기자나 재벌들이 유 전지사를 만나려고 스위스 다보스 포럼까지 찾아 갔지만 스케줄이 맞질 않아 헛탕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외환위기 수습 과정에서 DJ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하느라 도정에 전념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지만 재선하면서 소리문화전당을 짓거나 월드컵경기장 용담댐 수몰로 인한 이설도로 개설 등 굵직한 현안사업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수완을 보였다. 유 지사가 원맨쇼 하듯 거침새 없이 독주하자 도내 국회의원들과 광주 전남지역 정치인들로부터 시기 모함을 받기도 했다. 그 당시 가장 안타까운 일은 김제공항을 지역 유지들과 정치인들이 계란세례까지 퍼부으며 결사 반대해 오늘날 새만금공항 사태를 불러왔던 것. 전북은 노무현 문재인 정권시절이 지역발전시킬 기회였지만 정치인들의 역량 부족으로 허송세월 하고 말았다. 전북이 오늘날 전국에서 가장 낙후지역으로 전락한 이유는 지사 국회의원 시장 군수 선출직을 제대로 뽑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들 입신양명하기에 급급했으니 지역이 발전할 턱이 없었다. 새만금사업서부터 시작해서 30년 이상을 지역발전이 공회전했으니 무슨 발전이 이뤄졌겠는가. 조금만 눈길을 밖으면 돌리면 충북 오송등 천지가 개벽된 사례가 한둘이 아니었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감이 크다. 조각과정 때 전북 출신 4명을 장관으로 발탁하면서 그 기대감이 부풀어졌다. 하지만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실적으로 국가예산 확보는 기대 이하다. 정부예산이 8.1% 늘어났지만 전북은 절반인 4.3%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윤석열 전정권 때 탄압받고 핍박받은 것을 감안하면 전북은 전체 예산 규모가 11∼12조는 되어야 한다. 다행히도 김관영 지사가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적극적인 대시로 피지컬 AI 관련예산을 확보하는 등 원군이 되어준 것은 괄목할만하다. 반면 김지사의 2036 하계올림픽 유치를 흠집내는 등 반김라인이 구축되면서 재선의 이원택 의원까지 지사경선전에 뛰어들었다. 송하진 전지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청래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고무돼 출사표를 던진 것은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만을 위한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민주당 지지자 중 김 지사의 컷오프설을 흘리지만 정청래 대표가 컷오프는 없다고 잘라 말해 경선으로 판가름 날 것이다. 식자층에서 김 지사의 업적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최근 뉴스1 여론조사 결과 김 지사 31% 빼고는 3명 모두가 10%대 전후에 머물러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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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10.12 17:30

[오목대] 개그맨 전유성이 남긴 것

(1) 조세호: 제가 슬럼프에 빠져서 그만둬야 할 것 같습니다. 전유성: 그래, 그만둬! 조세호: 근데 그만두려니 걱정됩니다. 전유성: 그럼 해라. 어차피 두 가지 아니냐, 하든가 말든가. 그냥 해라. (2) 김신영: 저는 한물간 개그맨 같아요. 전유성: 축하한다. 김신영: 한물간 게 왜 축하할 일이죠? 전유성: 한물 가고, 두물 가고, 세물 가면 보물이 되거든. 넌 보물이 될 거야. 위 대사는 개그맨 전유성이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격려하며 한 말이다. ‘개그계의 대부’로 불리는 그는 지난달 25일 전북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6세로 사인은 폐기중 악화. 폐기중은 폐에 기포가 터지면서 흉막에 공기가 스며 들어가 그 압력으로 폐의 일부분이 수축돠는 잘환아다. 고인은 1969년 곽규석이 진행하는 TBC ‘쇼쇼쇼’의 코미디 작가로 방송계에 입문했으며 ‘유머 1번지’와 ‘개그 콘서트’ 등을 통해 코미디계를 이끌었다. 그가 우리나라 연예계에 남긴 발자취는 막대하다. 첫째, 창조성과 탁월한 기획력. 그는 당시 낮게 평가되던 코미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개그맨’이란 용어를 대중화시켰다. 또 후배 개그맨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코너의 틀을 잡아주는 개그계의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금은 보편화된 심야극장이나 심야볼링장도 그의 기획이다. 이러한 아이디어의 원천은 끊임없는 독서와 사물을 비틀어 보는 데서 나왔다. 그는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등 책도 36권을 냈다. 둘째, 인재를 보는 안목. 그는 가수 이문세, 김현식을 비롯해 개그맨 주병진, 이영자, 팽현숙, 조세호, 김신영, 배우 한채영 등을 발탁했다. 또 개그 콘서트의 신봉선, 안상태, 김대범, 황현희, 김민경 등을 발굴했다. 셋째, 이타성(利他性). 그는 밤무대를 뛰며 어렵게 생활하던 이영자를 TV에 출연시켜 일약 스타로 키웠다. 그러자 이영자가 찾아와 ‘고맙다’며 3000만원을 건네자 돌려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끝으로 전북과의 인연. 그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경북 청도군에서 ‘코미디 철가방’극장과 카페를 운영하며 코미디 페스티벌 행사 등 지역문화 활성화에 힘썼으나 군청과 갈등을 겪었다. 이후 2022년 딸이 사는 남원시 인월면으로 옮겨와 ‘국수 교과서’라는 국수 가게를 1년여 운영했다. 유일한 혈육인 딸 전제비는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 중이다. 그리고 예원예술대에 코미디 연기학과를 만들어 조세호, 김신영 등 많은 제자를 키웠다. 그는 가정적으로 행복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숨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개그를 놓지 않았다. “묘비명으로 어떤 문구를 남기고 싶냐?”고 묻자 “웃지마, 너도 곧 와!”라고 답했다고 한다. 죽음조차 개그로 승화시킨 것이다.(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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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10.09 18:01

전북의 고질병 적전분열

"일단 전주는 서울시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국내 유치도시로 선정됐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일을 해냈다.” 정읍 출신 핸드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오경 의원(민주당 경기 광명갑)이 최근 밝힌 내용이다. 그는 엊그제 '전북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 "체육인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안타깝다"며 "전주 올림픽유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전북도정과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과의 의사소통이 더욱 원활해지고 이 문제가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가 최근 'IOC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논란에 대해 소회를 피력한 것이다. 앞서 윤준병 민주당 의원(정읍·고창)의 주장에 대한 반박 성격이 짙다. 지역에서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2036 전주 하계 올림픽 유치 문제에 대해 윤 의원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메가톤급 펀치를 날렸다. 논란이 커지자 윤 의원은 1일 간담회에서는 자신의 문제 제기가 올림픽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쉽게말해 하계 올림픽 성공을 위해 문제를 조기에 보완하고 제대로 된 틀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제가 있는 걸 덮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프더라도 공개해서 고름을 짜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딱히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북 출신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 시기에 적전분열처럼 비쳐질 수 있는 정치를 한 것은 분명하다. 전북은 말할것도 없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똘똘 뭉쳐서 노력해도 될까 말까한 올림픽 유치에 대해 정치적 기반을 전북에 둔 의원의 한마디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오경 의원이 "체육인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안타깝다"고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편에선 이번 사태의 본질은 내년 지방선거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있다. 올림픽을 내세우며 재선가도에 나선 김관영 지사와 대항마로 등장하고 있는 안호영, 이원택 의원 등의 시각이 전혀 다른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도내 정치권의 지지가 정청래, 박찬대로 양분된 것도 바닥에 깔렸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윤준병 의원은 사실 정치적 술수가 있거나 노회한 기성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이다. 그러하기에 이번 그의 입장 발표를 정치적 저의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역에서부터 전주올림픽 유치에 재를 뿌리는 형국이 되고 있다는 거다. 매달 열리는 정책협의회 등에서 얼마든지 다룰 수 있는 사안임에도 주장의 근거조차 박약해 보이는 점을 공개적으로 피력했기 때문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적전 분열이 아니다.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 김제공항, 방폐장 유치 등 주요 사안이 있을때마다 적전 분열을 했던 전북에 지금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인지 한번 되새겨볼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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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10.01 17:15

가양주 부활이 반가운 이유

오래전의 일이다. 겨울을 지켜낸 매화꽃 봉오리가 막 터지기 시작할 즈음이면, 지인들을 초대해 가양주를 나누는 시인이 있었다. ‘여름을 건강하게 넘기는 술’이라는 뜻을 가진 과하주(過夏酒)였다. 시인은 10월이 지나갈 무렵이면 술을 담갔다. 솜씨 좋은 어머니로부터 배운 시인의 술 담기 공력은 해를 더할수록 무르익어 그 맛을 본 지인들은 봄부터 여름이 지나는 동안 그의 부름(?)을 내내 고대하곤 했다. 지금도 시인이 과하주를 빚어 즐거움을 나누는지는 모르겠으나 기다림과 정성으로 빚어낸 과하주의 맛과 추억이 그립다. 가양주는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이었다. 집마다 대물림으로 전해진 술은 그 종류도 다양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와 근대를 거치면서 주세법이 생기자 가양주는 위축되었고 생활방식과 술 문화가 바뀌면서 가양주 전통은 멸실되거나 단절됐다. 돌아보면 술의 역사는 깊다. 나라마다 전통은 다르지만, 그 역사를 담아내는 대표적인 전통주가 있다. 가양주는 우리나라의 전통주 중에서도 대표적인 술이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서양의 술과 매우 다른데, 술빚는 방법이 다양하고 과정이 복잡해 기능을 익히기 쉽지 않다. 재료를 다루는 방법과 발효 과정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술마다 다른 향을 더하고 약재를 많이 넣어 약효를 높인다. 전북지역에도 오래전부터 물려온 가양주가 적지 않다. 전북의 술은 재료의 특수성이 좀 더 돋보이는 술이다. 전문가들은 그런 이유로 전북지역의 술을 가장 토속적이면서도 독특한 맛과 향기를 간직한 술로 꼽는다. 조선 시대 명주로 이름을 알린 전주의 이강주와 장군주(과하주), 완주의 송화백일주와 송죽오곡주, 김제의 송순주가 대표적이다. 이 술들은 모두 쌀 외의 부재료를 사용한다. 흥미롭게도 그 부재료들은 생강, 배, 오미자, 울금, 송순, 솔잎, 오곡 등 이 지역 특산품이거나 일상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자연산물이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주와 건강을 따로 여기지 않고 약주(약용 약주)를 즐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0년대 중반, 전주에서는 가양주 보급 운동이 일었다. 풍류와 멋이 함께 했던 우리의 건강한 술 문화를 부활시켜 그릇된 술 문화를 바로 잡고 과도한 음주로 인한 건강의 폐해를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우리 전통주에 눈을 뜨게 하는 강좌도 꽤 관심을 모았지만 아쉽게도 가양주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역의 전통주를 되살리는 움직임이 다시 활발하다. 지역성을 살리는 상품 개발에도 전통주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품화된 전통주도 여럿, 우리 일상에 정착한(?) 맥주나 소주, 양주나 와인이 아니라 새로운 맛과 향기를 품은 가양주와의 새로운 만남이 반갑다. 그러고 보니 곧 추석이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9.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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