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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의 17대 대선 후보로 지명됐다. 본경선에서 손학규·이해찬·한명숙·유시민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전북 출신의 첫 대통령 후보가 됐다. 정 장관은 그해 12월 1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전북 출신 첫 대선 후보’란 값진 기록을 전북 정치사에 남겼다. 정 장관이 17대 대선 도전에 나섰던 시절 출범한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의 초대 회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은 18년 뒤 정 장관이 못다 한 꿈을 이뤘고, 정 장관은 정부의 통일정책을 진두지휘하며 이 대통령을 돕고 있다. 15·16·18·20·22대 국회의원과 두 번째 통일부 장관 ‘정동영의 존재감’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피지컬 AI’를 전북으로 가져온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북 출신으로 대통령의 꿈을 가졌던 정치인은 정동영 만이 아니다.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정치인’으로 불리는 정세균 전 총리도 있다. 15·16·17·18·19·20대 국회의원으로 원내대표와 당대표, 장관, 국회의장을 역임한 그는 2012년 제18대 대선에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문재인 후보에 밀려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10년 뒤인 2021년 제20대 대선에서 다시 한 번 민주당 경선에 도전했지만 이재명 vs 이낙연의 ‘명낙대전’ 구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비록 대권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정 전 총리 역시 ‘한국 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권을 꿈꿨던 전북 정치인은 또 있다. 지난해 5월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벌이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66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유성엽 전 국회의원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전북도 국장을 거쳐 민선 정읍시장을 지내고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생전에 “대통령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치적 꿈을 가졌던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대통령병에 걸렸다고 그에게 손가락질 하던 지역 정치인 가운데 정작 그런 도전 정신을 보인 이는 없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의 내각 구성 초기 10여명 총리 후보 명단에는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김민석 총리와 함께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김 지사는 김 총리와 격의없이 소통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지사는 전북 출신 정치인 가운데 향후 중앙 정치무대에서 활약할 만한 재목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그런 김 지사가 술자리에서 청년 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를 건넨 혐의로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정청래 대표가 윤리감찰단에 감찰을 지시한지 12시간 만이었다. 선출직 공직자로서 어떤 이유로든, 많든 적든 유권자에게 금품을 건넨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그 행위에 따르는 처벌도 감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12시간 만에 내려진 ‘사형선고’ 격의 제명 결정이 전북출신 미래 정치인의 싹을 잘라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정동영·정세균 같은 전북출신 정치 거물을 다시 만나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생각이 복잡해진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팔도의 큰 부자들은 대지주가 많은 호남에 집중됐다. 대표적인 사람이 전북의 김성수, 전남의 현준호였다. 김성수는 동아일보, 고려대를 운영했고, 현준호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친할아버지다. 그런데 광복 이후엔 영남에서 큰 부자들이 많이 나왔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이다. LG, GS, 삼성, 효성 등 글로벌 기업 창업주들이 나고 자라 재계의 산실이라고 일컬어진다. 지수초는 재계의 창업주가 동문수학했던 학교였다. 삼성 이병철, 럭키금성(LG와 GS의 전신) 구인회, 효성 조홍제는 진주에 있는 지수초를 함께 다닌 기이한 인연이 있다. 이병철은 원래 의령군 정곡면에 살았는데 누님이 허씨 집안에 시집와 지수초를 다녔고, 조홍제는 함안군 군북면에 살았지만 지수초를 다녔다고 한다. 구인회는 당연히 이 마을에 살았기에 지수초를 다녔다. 요즘엔 돈 많은 사람이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나 1950년대만 해도 사업을 하면 사람 취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기업인은 흔히 모리배(謀利輩)라고 손가락질 받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멸시의 의미가 가득 담겨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전쟁과 가난의 아픔을 딛고 지구촌 최고 선진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업가정신’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기업가정신’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해 자원을 재결합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과 태도를 뜻한다. 지난 2018년 한국경영학회에서 진주를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로 선포하면서 옛 지수초등학교를 ‘K-기업가정신센터’로 재단장했다. 그런데 연원을 따져보면 K-기업가정신의 뿌리는 멀리 남명 조식의 ‘경의사상’과도 맞닿아있다. 마음의 수양과 사회적 실천을 동시에 추구하는 철학이다. 급변하는 기류를 잘 읽지 못해 가난한 전북이 오늘날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주요 대기업 창업자 중 전북출신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려운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다. 지역의 풍토와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 청년 창업가들이 많이 나오고 유수의 기업들이 전북에 오게 하려면 도민들의 기업친화적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 가뜩이나 인적, 물적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북에 온 기업이 이런저런 애로를 겪는다면 그것은 바로 기업을 내쫒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오늘날 전북이 가난한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당연한 결과다. 현대차 새만금 9조원 투자를 필두로 모처럼 전북엔 기업유치 훈풍이 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독려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리려면 지역주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기업친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전주 금융중심지 역시 지정이 끝이 아니라 굴지의 금융사들이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전북이 해야할 일이다.
바닷길이 막혔다.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잇는 사실상 유일한 해상 통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폭은 대체로 55~95km에 이르지만 실제 유조선이 드나드는 항로는 이보다 훨씬 좁다. 이란 북쪽 해안과 오만의 무산담 반도 사이에 놓여 있고 항로의 상당 부분은 오만 영해에 닿아 있지만, 특정 국가의 바다로만 규정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해협은 국제해양법의 적용을 받는 바닷길이다. 그럼에도 이 좁은 바닷길을 두고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동에서 세계 곳곳으로 원유를 실어 나르던 유조선들이 막힌 바닷길 앞에서 항해를 멈추자 세계 시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왜 이 바닷길이 막히고, 왜 세계가 긴장하는지 묻게 된다. 이 바닷길을 둘러싼 긴장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 시작은 1980년,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토 분쟁으로 시작된 이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란과 이라크는 상대의 군대가 아니라 경제를 겨냥했다. 서로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페르시아만을 오가는 유조선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장은 육지에서 바다로 옮겨갔다. 유조선을 공격하는 이른바 ‘탱커전쟁’이다. 그때부터 호르무즈 해협은 더 이상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라 세계 경제를 흔드는 가장 좁은 관문이 되었다. 사실 이 해협의 의미는 전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호르무즈는 오래전부터 교역의 관문이었다. 인도와 아라비아, 페르시아를 잇는 해상 교역로가 이곳을 지나갔고 중세에는 호르무즈 섬을 기반으로 한 상업 왕국이 형성되어 통행세와 중계무역으로 번영을 누렸다. 영토가 아니라 바닷길을 지배해 부를 축적한 드문 사례였다. 16세기 초에는 포르투갈이 점령해 요새를 세우고 통행을 통제했으며, 17세기에는 페르시아와 영국이 연합해 포르투갈을 몰아냈다. 호르무즈는 상인들이 주도하는 교역의 바다가 아니라 제국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장악하려는 전략 거점으로 바뀌었다. 20세기 호르무즈의 의미를 다시 규정한 것은 석유였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을 공격하는 ‘탱커전쟁’을 거치며 해협은 군사적 긴장의 최전선이 되었다. 그때부터 호르무즈는 세계 경제와 군사 전략이 겹쳐지는 공간이 되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충돌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지면서 세계가 다시 이 바닷길을 주목하고 있다. 원유와 가스 흐름이 막히자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다. 미국은 해협을 다시 열기 위해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이란은 이에 맞서 통행을 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실상의 통행세까지 내놓으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서로를 빼앗고 지키는 전장터, 그 바닷길의 긴장이 지금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더 이상 바다가 아니다. 세계의 운명이 통과하는 길이다.
‘02로 오는 전화, 꼭 받아주세요.’ 여론조사의 계절이다. ‘아무개를 꼭 선택해 달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넘쳐난다. 각 후보 진영에서 전화가 걸려올 날짜와 응답 방법, 주의사항까지 세세하게 알려준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읽는 보조수단일 뿐이다. 그 자체가 민심의 전부로 취급되거나 최종 결론이 될 수는 없다. 한계도 분명하다. 표본 선정, 질문의 구성, 조사방식과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더 큰 문제는 악의적인 조작과 왜곡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실제 그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공정성과 신뢰도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가 민심 측정 도구에 그치지 않고,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즉 조사결과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표가 더 몰리는 현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악단이 탄 마차가 요란하게 지나가면 사람들이 그 뒤를 졸졸 따르던 모습에서 유래한 용어다. 실제 지금의 선거 여론조사는 민심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끌고 가는 형국이다. 게다가 주요 정당이 각 선거에서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시민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국민참여경선 방식을 택하면서 여론조사는 공천의 핵심 도구로 부상했다. 결국 여론조사를 통해 당선자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전북에서는 그렇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인 선거구도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후보 경선절차가 한창인 지금이 선거운동의 정점이다. 여론조사가 ‘사실상의 선거’로 변질됐다.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됐다. 민의를 파악하는 보조수단이 민의를 결정하는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유권자는 ‘주권자’가 아니라, 여론조사기관이 무작위로 던지는 전화를 받아야만 겨우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수동적 응답자’로 전락했다. 여론조사가 선거의 핵심이 되면서 정책선거는 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후보들은 지역 현안을 고민하고 정책의 내실을 다지기보다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미지 정치’에 목을 맨다. 정당의 공천은 후보의 도덕성, 정책수행 능력, 지역 공헌도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검증절차가 핵심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낮은 응답률과 조직적인 응답 유도 등 여론조사의 구조적 한계는 무시된 채, 오직 ‘숫자’만이 공천의 근거가 된다. 결국 정당은 복잡하고 책임이 따르면 후보 검증 역할을 여론조사 기관에 떠넘기고, 후보는 그 숫자를 높이기 위해 세 결집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치로만 표시되는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판단을 가로막고 예고된 결과를 강요하거나, 아예 최종 결과가 되는 지금의 현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 본말이 전도된 선거 양상을 바로잡기 위해, 여론조사에 넘겨준 정치의 ‘결정권’을 이제는 회수해야 한다. 그 방법과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사실상 전북에서는 지사를 비롯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등은 민주당 후보공천만 받으면 거의 당선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피튀기는 싸움을 한다. 정당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는 현재 4명이 경합중인데 여론조사결과 2강 1중 1약으로 압축,40%가 넘는 부동층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지사 경선은 김관영 지사가 1차 때 과반을 넘겨 끝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그 이유는 재선의 이원택 의원이 김 지사를 컷오프 시키려고 내란의 밤 운운하면서 계엄에 협조했다고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지만 결국 역풍이 불어 여론조사결과 김 지사 적합도가 40% 가까이 상승하고 이 의원 본인은 20%대 초반으로 박스권에 갇혀버렸기 때문이다. 완주 전주 통합에 뒤늦게 찬성하며 가세했던 삼선의 안호영의원이 통합이 물건너가면서 전주시민들이 실망, 한 자릿수로 주저 앉았다. 각 언론사별로 경쟁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김 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에 앞서 현대차가 새만금에 9조를 투자키로 MOU를 체결한 이후 약발을 받아 지지세가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그간 희망고문이 되어온 새만금사업이 현대차가 투자키로 발표하면서 개발에 따른 기대심리가 그대로 여론조사에 반영된 탓이 결정적이다. 그 결과 김 지사는 현직을 유지한채 선거에 임하기로 했다. 사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된지가 경선을 앞두고 극명하게 드러났다. 마치 없는 사실을 있었던 양 프레임을 씌워 공세를 취하면 결국 부메랑 되어 되돌아 온다는 사실이다. 이미 중앙당 공관위에서 정밀심사를 거쳐 3인 경선을 부치기로 한 것을 뒤 엎어 보려고 다시금 중앙당에 가서 어필한 것은 도민들의 자존심을 폄훼하는 것 밖에 안되었다. 완주 전주를 통합 못해 자존심이 몹시 상해 있었던 차에 이 의원이 김 지사가 내란에 가담했다고 주장한 것은 자가당착한 게 되었다. 단체장 경선에 가려져 교육감 선거가 관심권 밖으로 밀렸다. 교육감 선거는 가장 교육적이고 모범적으로 치러져야 한다. 하지만 선거 초반부터 칼럼 표절시비로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계속되는 바람에 유권자가 등을 돌렸다. 그 결과 유권자가 선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40% 이상이 부동층으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거석 전임 교육감이 자신의 전주고 후배인 이남호 후보를 적극 돕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변수가 생겼다. 한편에서는 서 전 교육감이 중도퇴진한 마당에 손 잡은 게 도움 되겠느냐고 비판한 사람도 있지만 설왕설래가 많다. 도지사 경선전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서인지 뒤늦게 정책과 공약대결로 돌아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유권자들이 피지컬 AI시대를 맞아 새만금개발시대를 열어 나갈 인물이 누구인지를 잘 헤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전북의 하늘길이 처음 열린 것은 1970년 8월이다. 지금의 군산공항이 아닌 군산시 나운동 비행장(현재 군산예술의전당 주변)에서 대한항공이 서울(김포)행 비행기를 띄우며 첫 여객 수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1974년 오일쇼크와 수요 감소 등으로 4년 만에 운항을 중단했고, 이후 18년 만인 1992년 12월 현재의 군산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서울(김포)과 제주 노선을 취항하며 전북의 하늘길이 다시 열렸다. 항공사가 바뀌고 노선이 축소되는 부침 속에서도 군산공항은 전북 하늘길의 명맥을 이어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용객이 급감한 시기도 있었지만 한정된 노선에도 매년 30~40만 명의 도민들이 이용해 왔다. 2023년 4월부터 5개월 동안 미 공군의 활주로 보수공사로 군산공항이 폐쇄된 기간 이용객 변화는 전북 하늘길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공사 시작 전인 2022년 41만 명에 달했던 군산공항 이용객은 2023년 17만 3000명으로 무려 60% 가까이 줄었다. 주목할 점은 사라진 발길의 행방이다. 같은 기간 광주공항은 2.7%, 청주공항은 16.4%나 이용객이 증가했다. 군산에서 사라진 23만 명의 발길이 고스란히 이웃 동네 공항으로 흘러 들어갔다. 군산공항은 전북의 하늘길이라는 자부심으로 버텨왔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도민들의 ‘항공교통 복지’는 불만족스럽다. 정작 원하고 필요한 시간에 항공기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군 기지의 셋방살이와 보안상의 이유로 군산공항에서는 항공기가 밤을 지새우는 ‘박기(泊機)’를 못한다. 군산공항에 도착하는 민항기는 밤이 되기 전에 떠나야 하고, 군산발 첫 비행기는 오전 11시를 넘겨서야 날아 오른다. 인근 광주나 청주공항이 오전 9시 이전에 첫 비행기를 띄우는 것과 대조적이다. 군산공항의 ‘느린 첫 비행기’는 도민들의 이른 새벽 광주나 청주로의 ‘원정 이륙’을 재촉한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기름값은 물론, 이동에 쏟아붓는 시간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군산공항은 우리 곁 ‘반쪽짜리 공항’에 머물러 있다. 새만금 신공항은 전북의 ‘항공 주권’을 되찾는 시작이다. 미군 기지의 종속에서 벗어나 우리가 직접 관제권을 행사하고, 24시간 자유롭게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 ‘우리만의 마당’을 갖는 일이다. 이차전지 특화단지와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설 새만금에 아침 일찍 비즈니스를 위해 떠나고 밤늦게 돌아올 수 있는 국제공항은 필수적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5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환경단체와의 법적 공방으로 중단 위기에 놓였던 새만금 신공항은 법원 판단으로 일단 ‘제동’을 피했다. 전북 도민은 화려한 국제공항의 외형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내 집 앞마당에서 날아오를 수 있는 ‘이동의 권리’를 바랄 뿐이다. 새만금 신공항이 ‘남의 집 활주로’의 서러운 셋방살이를 끝내고 ‘이동의 권리’를 되찾아줄 열쇠가 되면 안될까.
로마의 박해를 피해 도망치던 베드로가 예수를 만나자, 놀라서 이렇게 묻는다. “Quovadis, Domine”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에 예수가 “네가 내 양들을 버리고 가니, 내가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러 로마로 간다”라고 답하자, 베드로는 회개하고 다시 로마로 돌아가 순교했다고 한다. 폴란드 작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가 ‘쿼바디스’라는 소설을 써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또한 매우 유명하다. 이 문장은 오늘날 단순히 종교적 의미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는 지금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가?”라는 뜻을 담고있다. 요즘 전북의 선거판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쿼바디스 도미네’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누가 당선되는가를 넘어 우리 지역의 정치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고 과연 미래는 있는가 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최소한 몇 가지 이정표는 확인해야 한다. 우선 경제적 대안이다. 전국에서 가장 빠른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전북에서 도지사, 교육감, 시장군수가 제시하는 대안은 ‘돈을 풀겠다’는 선심성 공약이 우선 눈에 띈다. 새만금과 전주·완주 통합을 축으로 한 자생적 경제구조를 만드는 문제에 누구나 한마디씩 하지만 진정성을 발견하기 어렵고 실행력은 더욱 의문시된다. 새만금을 기본축으로 전북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과 로드맵을 제시하는 이가 거의 없다. 교육감 선거는 사실 전북의 향후 10년 미래가 달려있기에 후보들이 과거의 이념 논쟁에 매몰되어 있는지, 아니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는 학력 신장과 인재 양성이라는 실질적 대안을 내놓는지를 면밀히 봐야한다. 누구나 학력신장을 이야기하지만 구체적 대안과 실행력은 전혀 별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나방처럼 작은 권력을 향해 달려드는 후보들의 입 보다는 그들이 진정성있게 지역과 주민, 학생을 책임지고 살아왔는지를 보면 답은 명쾌하다. 네거티브와 비방이 난무하는 현실은 후보들이 유권자를 쉽게 다룰 수 있는 ‘표’로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것에 시간에 할애하는지 본인의 정책 로드맵을 설득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지 눈여겨 보자. 지금 민심은 결국 “누가 전북의 낙후를 끊어내고 실질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인가”를 묻고 있다. 단순히 공부를 시키는 것을 넘어 공교육이 학생의 성적을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대안이 필요하다. 결론은 유권자가 목소리를 내야만 지역사회가 변화한다. 유권자는 관객이 아니라 주인공이다. 후보들의 SNS나 블로그에 직접 들어가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누가 정성껏 답하는지를 봐야한다. 현재 교육감 선거에서는 무려 40%가 넘는 부동층이 존재하는데 후보들에겐 실로 무서운 시그널이다. 이들이 끝까지 지켜보면서 실행력있는 정책을 요구하는 태도는 결국 지역사회를 한단계 더 끌어올린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신문은 시간을 지키는 매체다. 그러나 어떤 사건은 그 시간을 무너뜨린다. 하루를 기다릴 수 없을 때, 신문은 스스로의 규칙을 깨고 거리로 나온다. 그것이 호외다. 호외(號外, Extra Edition)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임시로 발행하는 신문이나 잡지’다. 다시 말하자면 정기 발행 ‘호(號)’밖에서 찍어낸 신문으로, 속보를 위해 등장한 대중 매체의 한 형식이었다. 19세기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쟁과 암살 등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Extra!”를 외치며 거리에서 팔던 신문이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호외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호외는 근대 이후 등장했다. 8·15 광복이 되자 ‘해방’ 소식을 알리기 위한 호외가 나왔고,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전쟁 소식을 급히 전달하는 매체로 발간됐다. 6월 민주항쟁 때의 호외는 정치적 전환기의 현장 기록이었으며, 2002 FIFA 월드컵 때 관중들의 거리 응원과 함께 쏟아진 것도 호외였다. 그러나 TV로 현장이 생중계되고, 인터넷으로 뉴스가 전달되고, 스마트폰으로 시간차 속보까지 전해지면서 호외는 점차 사라졌다. 호외는 이제 가장 빠른 매체에서 가장 느린 매체가 되었다. 최근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던 거리 시위 현장에도 탄핵 선고 호외가 등장했지만, 인터넷 시대에서 그 존재감은 분명 예전과 달랐다. 뜻밖의 현장에서 호외가 등장했다. 지난 주말, 세계를 열광시킨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컴백 공연에서다. 공연이 열린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BTS 특집이 실린 호외를 손에 쥐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공연이 중계되고, 화려한 영상과 사진이 끊임없이 공유되며 스마트폰으로도 정보가 넘쳐났지만, 예고 없이 뿌려진 종이신문은 관중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관중들은 읽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이 종이신문을 집어 들었다. 호외는 더 이상 소식만을 전하는 매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 자리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기념품이자 시간을 붙잡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 이날의 호외는 읽히기보다 남기기 위해 만들어진, 누군가의 시간을 기억하고 증명하는 물건이 되었다. 뉴스를 넘어 기억이 되었고, 시간을 전하는 매체에서 시간을 붙잡는 매체로 자리를 바꾸었다. ‘굿즈’가 된 호외. 뜻밖의 쓰임을 얻은 호외의 변신은 흥미롭다. 그래서다. 신문은 사라지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가 궁금해지는 것은. 디지털이 주도하는 시대에 정보는 점점 더 빠르게 흘러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어떤 순간을 붙잡고 싶어 한다. 스쳐 지나가는 기록이 아니라 손에 남는 기억을 갈망하는 시대. 호외가 다시 등장한 이유는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라져가는 것은 종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해온 방식일지도 모른다.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당사자는 기를 쓰고 숨기려 하는데 전주시는 더 알리지 못해 안달이다. 지난 13일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얼굴 없는 천사 기념관’ 착공식이 열렸다.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찾아오고 있는 얼굴 없는 천사의 숭고한 나눔 정신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지역사회 나눔과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지상 2층, 연면적 165.63㎡ 규모로 건립되며 사업비(12억7000만원)는 전주시가 국비와 지방비로 충당한다. 그렇다면 지난해까지 26년째 적지 않은 성금을 전달하며 전주를 ‘천사의 도시’로 만든 노송동의 기부천사는 누구일까?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한때 모 언론사에서 천사가 나타나는 연말, 잠복 취재까지 시도했을 정도로 그 얼굴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지만, 지금도 얼굴은 없다. 그렇게 이름도, 얼굴도 밝히지 않은 채 이어져온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는 전주를 상징하는 가장 따뜻한 이야기가 됐다. 이름이 없기에 더 널리 알려졌고, 얼굴이 없기에 더 많은 사람의 얼굴, 도시의 얼굴이 되었다. 만약 당사자가 처음부터 얼굴을 드러냈거나 언론에 의해 신분이 드러났다면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얼굴 없는 천사’가 아닌 ‘특정 인물의 미담’으로 축소됐을지도 모른다. 전주시가 기어코 기념관까지 착공했다.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는 이미 천사의 뜻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과 시설이 적지 않다. 전주시가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 마을을 ‘천사마을’, 주변 도로를 ‘천사의 거리’로 조성해 일찌감치 기념비를 세웠고, 기부천사 쉼터와 안내판도 설치했다. 또 주민센터 내부에 자그맣게 천사기념관도 이미 마련했다. 천사를 기리는 축제와 영화도 있다. 해마다 마을에서 ‘얼굴 없는 천사 축제’가 열리고, 전주영상위원회에서는 지난 2021년 얼굴 없는 천사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천사는 바이러스’를 제작하기도 했다. 또 노송동 주민들은 매년 지속되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나눔·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숨겨왔기에 더 빛났던 선행이다. 굳이 별도의 기념관을 건립하면서까지 애써 드러내는 일이 천사의 뜻을 제대로 기리는 길일까? 익명의 선행을 기리는 방식이 꼭 물리적 공간 건립이어야 했을까? 물론 천사의 숭고한 나눔 정신을 기리고 기부문화를 확산하자는 뜻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기념관이라는 또 하나의 거창한 틀이 과연 ‘이름 없는 선행’의 정신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람들이 기억하고 공감할 ‘상징’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상징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기념관 홍수시대, 천사기념관이 자칫 행정의 성과를 드러내기 위한 또 하나의 시설물로 전락하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관리 부담만 남는 공간이 된다면 어떡할텐가. / 김종표 논설위원
민주당 경선 일정에 따라 각 언론사별로 앞다퉈 실시한 여론조사가 발표되면서 경선열기가 뜨거워졌다. 전북은 이번 선거때도 조국혁신당이 있지만 정서상 민주당 지지도가 높아 압승이 예상된다. 아직 조국 대표의 국회 재보선 출마지역이 정해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에 비해 전반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 익산시장의 경쟁구도가 치열한 가운데 신인가점 관계로 남원시장 경선판이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민주당 지사 경선전은 당초 예상을 깨고 재선의 이원택 의원이 정청래 대표의 암묵적인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3선의 안호영 의원을 제치고 2위 자리를 차지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주장했던 김 지사의 컷오프설이 먹혀들지 않아 지지자들 상당수가 이탈해 갔다. 특히 그가 주장했던 김 지사의 계엄협조설이 중앙당 공심위에서 조차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김 지사가 컷오프 되지 않고 결국 3자 경선을 치르도록 했기 때문에 역풍이 불고 있다. 여기에 간헐적으로 완주 전주 통합에 압박을 가하려고 전주 김제 통합설이 흘러나왔지만 이 의원이 김제시민의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시의회와 일부 시민단체를 내세워 뒷전에서 통합작업을 조종하는 바람에 역풍을 맞았다. 전주시민들은 그렇게 이 의원이 통합하고 싶었으면 새만금 개발 시대를 맞아 군산 부안 김제를 하나로 묶는 새만금특별시 건설에 더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면서 정치공학적으로 전주 김제를 묶는 것은 반대한다고 힐난했다. 도민들 가운데는 지사 경선을 앞두고 이 의원이 정책과 공약 대결보다는 김 지사한테 정치적으로 타격을 주려고 시종일관 내란 프레임으로 씌워 놓고 선거운동한 것은 패착이라면서 공직자들까지도 금도를 넘은 이 의원의 주장에 등 돌리고 있다. 단체장 경선을 앞두고 김제시장 고창 무주 진안 순창군수 등 현직들이 크게 앞선 것은 열심히 시군정을 챙겼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임기 동안 일희일비 않고 지역발전을 위해 총력을 경주한 것은 물론 관광객을 생활인구로 끌어들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인구 5만인 고창군은 지역경제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관광객 유입에 최선을 다한 결과, 지난해 5월 생활인구가 42만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7만이 늘어난 것으로 고창군 음식점과 장어양식장 그리고 농가들에까지 경제적 효과를 안겨줬다. 눈여겨볼 남원시장 경선은 최경식 현 시장이 남원관광단지 내의 모노레일 사건으로 대법원 상고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아 대주단에 505억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이정린 도의원, 양충모 전 새만금개발청장, 김영태 시의장 등이 경합하지만 최 시장 불출마로 인물론이 부각되면서 경선 때 가점 받을 양 전 청장의 지지세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남원시민들은 전 현직 시장이 시정을 잘못 이끌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재정이 빈약한 남원시가 이렇게 된 데는 시의회의 책임도 크니까 누가 더 역량있는 인물인가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2024년 12월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던 우원식 국회의장의 ‘연두색 넥타이’가 화제를 모았다. 우 의장은 계엄이 해제된 뒤 SNS에 “오랜만에 김근태 형님의 유품인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이 넥타이는 제가 큰 결정을 해야 할 때 꼭 매던 것이다. 오전 4시 30분 비상계엄 해제 의결 소식을 듣고 ‘형님 감사합니다’를 속으로 되새기며 본회의장을 나왔다”고 적었다. 우 의장은 사흘 뒤인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안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와 12월 14일 2차 탄핵안이 가결된 국회 본회의에서도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우 의장이 큰 결정,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마다 연두색 넥타이를 매는 이유는 “형님이자 정치적 스승”으로 부르는 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상임고문 생각 때문이다.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김 상임고문은 생전에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다 고문을 당하며 수없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온화한 이미지를 가졌던 그는 연두색 계열 넥타이를 즐겨 매던 정치인이었다.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할 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한 색이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나온 새싹의 연두색‘이었다고 한다. 김 상임고문에게 연두색은 희망과 새 출발,민주주의와 인권, 온건하지만 단단한 개혁의 상징색이었다. 1980년대 연세대 재학시절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김 상임고문과 인연을 맺은 우 의장은 그의 정치적 가치와 노선을 이어받은 ‘김근태계(GT계)’ 정치인으로 꼽힌다. 2011년 김 상임고문이 별세한 뒤 그의 유품 가운데 연두색 넥타이 몇 개가 가까운 정치적 후배들에게 전해졌고, 우 의장도 그중 한 명이었다. 우 의장에게 연두색 넥타이는 정치적 스승에 대한 기억과 김근태의 민주주의 가치를 계승하겠다는 다짐이 담긴 상징인 셈이다. 비상계엄 해제와 대통령 탄핵의 현장에서 의사봉을 두드렸던 우 의장은 여야에 6·3 지방선거와 연계한 개헌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나온 긴급 기자회견에서는 “비상계엄의 상처를 겪고도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는 것은 정치의 책무 유기”라며 ‘불법 비상계엄은 꿈도 못 꾸는 개헌’을 호소했다. 계엄 선포 후 48시간 이내에 국회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계엄이 즉시 자동 무효화되도록 하는 것이 개헌안의 핵심이다. 우 의장은 지방선거일에 개헌 투표를 실시하려면 3월 17일까지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4월 7일까지 헌법 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여야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개헌 블랙홀로 만들 수 없다”며 속도전에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은 개헌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장의 단계적·점진적 개헌 제안에 공감한다”며 우 의장의 제안에 힘을 실었다.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불법 비상계엄은 꿈도 못 꾸는 개헌안’을 의결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다시 보고 싶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했다. 이는 호남의 가치를 가장 명쾌하게 표현한다. 그런데 오늘날 민주당의 차기 당권, 대권가도 경쟁구도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바로 약무호남, 시무국가라고 할 수 있다.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당권도 대권도 없다는 거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⅓ 가량이 호남에 몰려 있기에 ‘호남은 민주당의 심장’ 이라고 한다. 차기를 노리는 이들에게 호남은 ‘본선 진출권’ 티켓을 거머쥐는 핵심이다.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도 호남의 지지를 발판 삼아 대세론을 형성했던 모델을 김민석 총리나 정청래 대표가 모를리 없다. 호남에서도 핫 플에이스가 바로 전북이다. 호남의 주도권은 광주전남이고 전북은 변방이라는 인식과 달리 전북이 민주당의 당권, 대권가도에서 한복판에 서게 된 것이다. 당장은 6월 지방선거와 8월 당대표 선거, 멀리는 대권가도를 앞두고, 전북은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치열한 민심 잡기 경쟁을 하는 최대 격전지가 됐다. 퇴임후 익산에서 살고싶다는 김민석 총리는 우선 당장 가족들이 익산으로 이사했다. 그는 국정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전북의 실질적인 발전을 책임질 수 있는 ‘유능한 총리’ 이미지를 강조하며 바닥 민심을 훑고 있다. 수시로 전주, 새만금, 익산 등을 방문하면서 ‘K-국정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도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 또한 ‘전북의 아들’임을 자처하면서 전주와 순창 등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정부가 아닌 당이 호남의 지갑을 채웠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방선거의 민감한 시점에 이들은 전북을 찾고 있다. 특히 전북도지사 공천과정을 둘러싸고 김민석 총리와 정청래 대표의 영향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장 뜨거운 화약고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닌게 아니라 ‘특정후보 지원설’의 진위여부와는 관계없이 김민석 총리의 행사에는 김관영 지사가, 정청래 대표의 행사에는 이원택 의원이 동행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특이한 것은 지난 13일 순창에서 열린 최고위 행사 때에는 김관영 지사와 안호영 의원이 참석, 눈길을 끌었다. 지방선거 공천과정에 정계 실력자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 당권을 염두에 둔 심모원려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뉴스토마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당 대표 적합도에서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총리는 오차범위 내에서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호남민심은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전북의 민심향배가 최대 관심사인듯하다. 유력한 차기 당권, 대권 주자들이 스스로 전북인임을 자처하는 지금 상황은 어쨋든 그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전북이 확실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호기다. 머지않아 ‘약무전북, 시무당권’이라는 말이 떠돌지도 모르겠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초상화는 단순히 얼굴을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시대의 생각을 보여주는 장르다. 그래서 초상화의 역사는 어느 장르보다도 풍요롭다. 우리나라 초상화도 그 역사가 깊다. 고구려 고분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초상화는 조선 시대에 이르러 황금기를 맞는다. ‘조선은 초상화의 왕국’이라 할 정도로 많이 그려졌고 그 수준 또한 빼어났다. 덕분에 조선 시대 초상화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사실적인 초상화의 전통’으로 평가받는다. 조선 시대 초상화 가운데에는 놀라운 경지에 이른 작품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초상화가 있다. 극도의 사실성이 요구됐던 왕의 초상, ‘어진’이다. 조선 시대 초상화는 전란을 겪으며 대부분 사라졌다. 게다가 초상화를 사용하다 오래되어 낡게 되면 불태워 없애고 새로 제작하는 관행도 있었으니 원본이 남아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왕의 초상 역시 전란과 화재로 대부분 소실됐다. 오늘날 남아 있는 조선 왕의 어진은 태조와 영조 어진뿐이다. 그 가운데 전신을 그린 초상으로 유일하게 남은 그림이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다. 왕의 초상 ‘태조 어진’이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2005년이다. 111년 만의 외출이었다. 그해 전시실 진열장 유리 너머로 마주한 ‘왕의 초상’은 아름답고 화려했다. 섬세한 필력과 강렬한 채색의 조화, 배채 기법으로 스며든 듯 배어 나오는 색감,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왕의 얼굴은 실재하는 인물처럼 다가왔다. 어진은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었다. 왕이 부재한 자리에서도 왕의 존재를 대신하는 정치적 장치였다. 왕의 초상 앞에서 신하들은 예를 올렸고, 국가의 중요한 의례도 어진이 모셔진 진전에서 이루어졌다. 어진은 그만큼 왕권과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왕의 얼굴을 남기는 일은 그래서 단순한 초상 제작이 아니었다. 왕의 권위와 왕조의 정통성을 기록하는 국가적 사업이었다. 어진 제작에는 당대 최고의 화원들이 참여했고, 여러 차례의 수정과 검증을 거쳐 완성됐다. 왕이 직접 그림을 확인하고 수정하도록 하는 과정도 있었다. 한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 왕조의 상징을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태조 어진은 여기에 조선을 세운 창업 군주의 초상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조선 왕조의 시작을 상징하는 이 초상은 단순히 한 인물을 그린 그림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상징하는 이미지다. 마침 국립전주박물관에서 태조 어진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전을 떠나 박물관 전시실에서 마주한 왕의 초상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문득 초상화가 한 시대가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600여 년의 시간을 건너온 왕의 초상 태조 어진이 오늘의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한 시대를 만든 인물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는가.
떨어지면 끝장이다. 절호의 기회를 잡아 동력을 얻었다. 하지만 어긋나면 파국이다.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이다. 길을 헤매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판세는 단번에 뒤집혔다. 그렇다고 마냥 기세등등할 일은 아니다.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거나 긴장의 끈이 풀어져 등에서 떨어진다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스스로 내려와도 마찬가지다. 정해놓은 궤도를 벗어나서는 안 되는 길이다. 지금 새만금이 그렇다. 30년 넘게 전북도민에게 희망고문으로 남아있던 새만금이 올봄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 지난달 말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원 투자 발표로, 새만금이 미래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중앙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구성된 범정부협의체 ‘새만금·전북 대혁신 TF’도 출범했다. 그야말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이제는 멈출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거침없는 질주의 시간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성과로 만들어내야 한다. ‘2026년, 전북의 봄’이 새롭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이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거듭 읊조려야 했던 지년 몇 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지만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으로 또 다른 희망도 키우고 있다. 상처입었던 지역의 자존심도 회복되는 모습이다. 그토록 매달려왔던 대규모 투자유치 과제를 풀어냈다. 30년 넘게 이어져온 ‘희망고문’을 끝낼 기회를 맞았다. 새만금의 시간이 다시 시작됐다. 이전과는 다르다. 시곗바늘을 잠시 세워놓거나 뒤로 돌릴 수 없다. 이번에는 정말 기회를 현실로 바꿀 수 있을지, 전북의 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제 관건은 구호나 선언이 아니다. 과감한 실행이다. 대규모 투자 선언이 실제 산업 생태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재차 길을 묻거나 머뭇거릴 여유는 없다.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성과로 답해야 할 시간이다. 이 희망의 봄을 결실의 계절로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지역 정치권의 행보가 실망스럽다. 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지역의 미래 비전이나 정책 경쟁 대신 네거티브 공방이 난무하고 있다. 또 최일선에서 새만금 개발사업을 지원해야 할 정부기관의 수장은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 직을 내던졌다. 지금 전북에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내부 갈등과 분열은 공멸의 길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6·3지방선거 국면에서 전북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를 자처했다면 갈등과 분열이 아닌 해법을 보여줘야 한다. 모처럼 ‘희망의 봄’이다. 천신만고 끝에 틔운 꽃망울을 활짝 피워내 열매를 맺게 하는 일은 결국 전북의 몫이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이번에도 큰 이변이 없는 한 6.3 지선 때 민주당 싹쓸이가 예상된다. 왜 그럴까. 민주당과 경쟁할 대안세력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나오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우선 민주당 신영대 의원의 당선무효로 재선거가 치러지는 군산 김제 부안 지역에 조국 대표의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조 대표의 출마가 정해진 것은 없지만 군산 시민들이 이번주 국회에 가서 조 대표한테 출마를 적극 권유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게 현실화되어 조 대표가 군산에서 출마하면 기존 지선 구도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조국당 강세가 점쳐지는 정읍시장은 물론이거니와 고창군수 선거전에서 민주당 후보와의 접전이 예상된다. 여기에 전주시장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우범기 시장과 조지훈 국주영은 후보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신경전을 펴는 사이에 본인의 의지와는 크게 상관없이 임정엽 전 완주군수가 조국당으로 출마하리라고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국 대표가 재선거에 출마하면 태풍의 눈으로 작용, 임 전 군수도 전주시장 선거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근 전주 완주 통합이 물건너갔다고 여기는 전주시민들 가운데는 지난달 전주 타운홀 미팅 때 참석자들이 핵심질문을 빠뜨렸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청와대가 주도한 행사였지만 전국민들이 생방송으로 직접 시청했기 때문에 최소 전북의 현안 3개를 누군가는 질의했어야 했다는 것. 첫번째로 완주군의회가 출구전략으로 삼도록 완주 전주 통합시 정부의 지원책이 무엇이냐고 물었어야 했다는 것. 다음으로 부산에서 반대하는 전주 제3금융중심지 지정 문제도 함께 질의했어야 했다는 것. 시간관계상 다 물어볼 수 없어도 전주가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후보지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범정부적으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직접 이재명 대통령한테 질의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정부이고 전북에서 82.65%의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줬기 때문에 이 세가지 질문이 꼭 나왔어야 했다는 것. 여기서 확인된 점은 전북인의 성징이 너무 유순하고 도전적이질 못했다는 것이다. 그날 오전 새만금에서 현대차가 9조를 투자키로 MOU를 체결한 것으로 만족한 게 패착이었다. 학수고대했던 타운홀 미팅이 성사되었기에 그 정도의 질문은 얼마든지 하고 넘어갔어야 옳았다는 것. 추첨으로 뽑힌 대표들이 참석한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한 것을 아쉽게 여겼다. 특히 진행에 너무 순응한 탓으로 전북발전을 위해 모처럼만에 주어졌던 별의 순간을 놓쳐버렸다. 최근 현대차가 새만금에 9조를 투자키로 하면서 전북이 활기를 띠었지만 광주 전남도민들이 통합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 새 발의 피나 다름 없다. 모쪼록 내란의 밤 운운하며 진흙탕 경선판으로 몰아가는 운동권 세력에 도민들이 휘둘리지 말고 누가 더 지역발전에 적합한 인물인가를 잘 살폈으면 좋겠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더불어민주당의 당 운영이 대의원 중심에서 당원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았던 지난 2023년 12월이었다. 대의원의 1표가 당원 60표의 가치를 가졌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대의원 표 가중치를 권리당원의 20배 이내로 제한하는 당헌 개정을 단행했다. 당사자인 대의원들과 지역위원장(국회의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정면돌파로 ‘대의원 1표 대 권리당원 20표’를 관철시켰다. 이재명 대표의 뒤를 이은 정청래 대표는 ‘완전한 표의 등가성’을 주창하고 나섰고, 지난 2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1대 1로 맞추는 당헌 개정안이 통과됐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등 당연직 대의원과 지역위원장 추천으로 선출된 대의원들 모두 일반 권리당원들과 똑같이 ‘1표를 가진 대의원’이 됐다. 모든 당원이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당원 주권’이 실현된 셈이다. ‘1인 1표제’ 도입이후 처음 치러지는 6.3 지방선거는 당원 주권 실현이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평가받는 첫 시험대다. 1인 1표제 도입이 정당 민주주의를 강화시켜 더 좋은 일꾼을 뽑는 계기가 될 것인지, 과거처럼 지역위원장의 하향식 정치와 조직력에 의해 선거 결과가 좌우되는 하나나마한 당원 주권이 될 것인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여러 논란이 ‘당원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 후보 검증 결과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고, 표를 가진 당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경쟁 후보 흠집내기 등 네거티브 선거전이 활개치고 있다. 경쟁 상대가 ‘정밀심사 대상’이나 ‘하위 20%’에 포함된 부적격 후보라는 등의 네거티브가 설치고, 소문에 휩싸인 당사자들이 SNS를 통해 해명에 나서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부적격 통보를 받은 후보는 서로 다른 기준 적용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경쟁 후보의 적격 통과를 문제 삼으며 컷오프를 요구하는 항의도 나온다. 전북도당 공관위의 검증 결과를 중앙당이 뒤집어 검증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민주당 ‘당원 주권’의 성패는 ‘후보 검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원들의 바른 선택을 돕는 기준이 될 수도, 혼란을 주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천 심사 결과의 외부 유출을 통한 ‘여론 재판’과 경쟁 후보 솎아내기 등의 주장이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터져나오는 것은 문제다. 중앙 및 지역정치의 힘에 의해 후보 검증이 영향받는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후보 검증’과 ‘당원 주권’은 서로 정확하게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톱니바퀴다. 문턱은 높이되, 경쟁의 공정성도 보장돼야 한다. 공관위를 향한 외부의 지시나 압력, 기득권과 특혜 요구 등의 차단은 당원 주권 확립의 선행조건이다. 지방선거 공천이 지역위원장의 권력 강화는 물론 차기 당 대표 선거와 맞물려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불식되지 않으면 정당 민주주의도, 당원 주권도 바로 설 수 없다.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DJ의 분신과도 같았던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96세)이 지난 6일 국회박물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동교동, 상도동계를 떠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정치권 인사가 총출동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홍익표 정무수석이 대독한 축사에서 “그 우직한 헌신이 우리 정치·사회가 숱한 시련을 딛고 지금의 굳건한 토대를 만드는 힘이 됐다”며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일깨운 가르침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밝히는 든든한 나침반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이가 있었다. 2000년대 초 동교동계 좌장인 실세중의 실세, 권노갑 최고위원의 2선 후퇴를 요구했던 정동영 의원이었다. 그로부터 4반세기의 세월이 흘렀다. 출판기념회가 열린 이날 정동영 의원은 “저는 당신을 향해 비정한 칼날을 던졌고 당신은 그 칼을 맞고도 저를 끌어안고서 정치의 품격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주셨다”며 “정치는 칼로 베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품어 안는 것이다. 정치는 과거를 징벌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화해하는 예술이라는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권노갑 이사장이나 정동영 장관 모두 주마등처럼 흘러간 장면 하나하나의 감회가 새로울 거다. 정동영 의원은 이제 고희를 넘어선지 3년이나 지났고, 5선 국회의원에 통일부 장관을 맡고 있는 정계 원로다. 그래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 전북 정치권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인물이 바로 정동영 장관과 윤준병 민주당 도당위원장이다. 한 장면을 상기해보자. 지난달 27일 군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새만금 9조 투자협약식 장면이다. 전북지사 후보군인 김관영 지사, 안호영, 이원택 의원은 물론, 도내 대다수 국회의원, 시장군수, 시군의원, 기업인 등이 대거 참석한 자리였다. 평소 잘 보이지 않던 조배숙 의원이나 이춘석 의원의 얼굴도 보였다. 지방선거 후보군들은 이날 정동영 장관과 윤준병 도당위원장에게 아주 각별하게 인사했음은 물론이다. 공천과정에서 상당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윤준병 도당위원장은 적어도 이날 만큼은 실세라는게 확연히 느껴졌다. 전북을 넘어 정치권의 원로 반열에 든 정동영 장관 또한 지선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더 깎듯한 대접을 받는듯 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윤준병 도당위원장은 적어도 공천과 관련해 공정성, 투명성 부분에서 일말의 잡음도 있어선 안되는데 자꾸 이런저런 파열음이 들린다. 단호한 공천관리가 아쉬운 대목이다. 전북정치권의 맹주격인 정동영 의원도 지금 시험대에 올랐다. 지역의 정계원로로서 선거과정에서 그가 대도무문의 자세로 임해야만 따르는 후배들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2009년 5월, 평택의 쌍용자동차 공장. 사측의 정리해고에 맞서 노조가 무기한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사측은 직장폐쇄로 대응했고, 노조원과 사측 직원들의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노조원들은 공장 건물 옥상에 천막을 치고 버텼다. 식수와 음식은 밧줄에 매달아 끌어 올렸고 밤이 되면 드럼통에 불을 피워 밥을 지었다. 화염병까지 등장한 파업 현장에 결국 공권력이 투입됐다. 노조의 저항은 더욱 격렬해졌다. 8월 6일 마침내 노사협상이 이루어졌다. 파업이 시작된 지 77일 만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파업은 끝났지만 싸움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졌다. 회사가 파업을 주도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2014년, 긴 법정 투쟁 끝에 법원은 노조에 47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시민들이 나섰다. “4만 7천 원씩 10만 명을 모으자”며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전달하는 연대가 시작됐다.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말 많던 ‘노란봉투법’이 이제 시행된다. 노란봉투법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다. 노란봉투법은 단순한 노동법 개정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노동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이어온 논쟁의 결과다. 개정의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를 넓힌 데 있다. 원청 기업이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해 더 분명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도 확대됐다. 지금까지는 법적으로 ‘근로자’의 지위를 가진 사람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 등 그동안 제도 바깥에 놓여 있던 노동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동쟁의 범위 역시 넓어져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단체교섭과 쟁의행위가 가능해졌다. 노란봉투법은 하나의 노동법 개정이지만 법 조항 하나의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노동권의 경계선이 한 걸음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래서일까. 확대된 노동권 경계가 노동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한국 사회가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한국 사회에서 노사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다. 그러니 노란봉투법이 이 모든 갈등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노동권이 확대되면 새로운 논쟁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원청과 하청의 책임 문제, 파업의 범위와 정당성을 둘러싼 갈등도 앞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법이 한국 사회에서 노동권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는 것이다. 2009년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옥상에서 시작된 싸움은 시민들의 노란 봉투를 거쳐 결국 하나의 법으로 이어졌다. 그 법은 ‘노동권의 경계는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를 묻는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할 차례다. 김은정 선임기자
봄이다. ‘상춘(賞春)’의 계절이다. 바람 끝에 아직 찬기운이 남아 있지만, 햇볕은 분명 달라졌다. 남녘에서 꽃소식이 올라온다. 매화가 먼저 문을 열었고, 조만간 산수유와 벚꽃도 꽃망울을 활짝 터트릴 것이다. 꽃소식은 단순한 자연의 변화가 아니다. 시린 겨울을 건너온 사람들에게 건네는 자연의 위로다. 얼어붙었던 가지 끝에서 꽃망울이 터지듯, 우리 마음에도 새로운 기운이 움튼다. 그래서 봄꽃, 봄 소식은 늘 희망의 상징이 됐고,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고 집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옛사람들은 이런 봄맞이를 ‘상춘(賞春)’이라고 했다. 봄 경치를 감상하고, 즐긴다는 뜻이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하고 긴 겨울을 보내야 했던 옛사람들은 특별한 감정으로 봄을 노래했고, 그 노래는 문학작품으로 남았다. 자연 속에서 맞이하는 봄을 노래한 문학작품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조선시대 유학자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이 꼽힌다. 조선 전기 가사문학의 대표작으로 봄날의 정취와 자연 속에서 봄을 즐기며 살아가는 선비의 풍류를 노래했다. 불우헌 정극인이 낙향해 자연 속에서 여생을 보낸 곳, 상춘곡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정읍시 칠보면(당시 태인현)이다. ‘상춘곡’의 고장, 정읍 칠보면 일대는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유교문화, 선비문화의 중심지로, 학문을 숭상하고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의 숨결이 이어져 온 전통문화의 고장이다. 이곳 군수로 재임했던 신라말 유학자 최치원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칠보면 무성리 소재 ‘무성서원’은 지난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서원’ 중 하나로 등재되기도 했다. 동진강 상류, 칠보수력발전소를 지나 호남평야로 향하는 물길이 그 폭을 넓히기 시작하는 정읍 칠보면 일대의 산과 들, 하천을 바라보고 있으면, 옛 선비들이 노래했던 봄의 정취, 상춘의 정서가 은은하게 느껴진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봄을 맞는 사람들의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봄의 고장, 선비의 고장 정읍 칠보면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우리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조선의 제6대 임금 단종을 소환하면서 그의 아내 정순왕후의 눈물겨운 삶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종비 정순왕후는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서 단 한 명뿐인 호남 출신의 왕비다. 영화에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여산 송씨인 정순왕후의 출생지가 바로 정읍 칠보면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2024년부터 매년 9월 정순왕후의 애달픈 삶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린다. 올봄에는 ‘상춘곡’의 고장, 유서 깊은 전통문화의 고장에서 옛 선비들이 즐겼던 봄의 풍류를 한 번 느껴보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바람 끝이 차가우면서 꽃샘추위가 찾아왔지만 전주천변의 수양버들 가지색이 연한 연두색 빛을 띠기 시작했다. 최근 전북에서 벌어지는 민주당 공천상황을 종합하면 아무리 권력이 좋다고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다. 마치 없는 사실을 있는 양 프레임을 씌워 흔들어 보려는 것은 흠집내기의 전형으로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12.3 계엄 때 전북도가 청사 출입문을 잠가 내란에 동조했다고 지적한 것은 경선을 앞두고 여론에서 뒤지는 현상을 한방에 뒤집어 보려는 얄팍한 시도밖에 안 된다. 통상 선거는 경쟁 상대의 약점을 유권자에게 부각시켜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켜 나가는 과정이지만 거기엔 분명히 지켜나가야 할 금도(襟度)가 있다. 아무리 선거판이 험악하게 돌아가도 없는 사실을 있었던 사실인 양 꾸며대면서 흔드는 것은 혹세무민하는 것이다. 유권자의 인격을 존중한 게 아니라 무시하는 것으로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내용인 즉 이원택 국회의원 측이 12.3 밤 전북도청이 도청 출입문을 잠가 출입을 통제해 결국 계엄에 협조했다는 것이다. 이미 보도를 통해 밝혀졌듯이 기자들 출입이 자유로웠고 모 방송국에서 방송리포트까지 했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은 공무원 노조의 성명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고 자체감찰조사를 통해서도 전혀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윤호중 장관은 철저한 진상규명이 12.3 불법 비상계엄사태의 재발을 막는 첫걸음이자 국민적 의혹 해소의 첫단추를 끼우는 일이라면서 한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해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9월 22일 전북 대전 부산 대구를 대상으로 당직근무 실태 점검을 실시, 윤 장관에게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했다는 것. 올해 3월 5일 전화 확인 결과 대전 부산 대구도 동일한 내용으로 윤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날 밤 전북도에 근무했던 고위관리도 위법한 행위를 한 게 전혀 없다면서 상대가 지지율 반전을 노리고 이 같은 이야기를 사실인 것처럼 퍼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운동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하면 안 된다. 정정당당히 공약과 정책을 놓고 대결하는 게 기본이어야 하는데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뜨리는 것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 혹세무민밖에 안된다. 요즘 민주당 지사 경선을 보면 골육상쟁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마치 선거가 끝나도 안 볼 사람처럼 막 대하고 있어 안타까움이 더해 간다. 그간 도민들은 내란 극복에 앞장서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동학의 후예인 만큼 진흙탕 싸움판으로 변해가도 뭣이 옳고 중헌가를 정확하게 판단해서 옥석 구분을 잘 해야 한다. 그만큼 도민 대표인 지사를 외부의 간섭 없이 도민들이 뽑는다는 자부심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현대차 새만금 투자, 더 적극적인 지원책을
선거 불·탈법 및 의혹, 신속 엄정 수사를
씨 없는 수박, 전북 농업의 미래를 열다
글 도둑은 안돼
수성(守成)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다
뇌 썩음의 시대, 인류의 ‘사유 근육’을 키우자
초남이성지의 뜻밖 선물, 완주 국가유산 정책 전환의 출발점
장항선-백연숙
우리나라 성씨(姓氏)탄생의 비화(秘話)
잊혀진 들녘, 사라진 농촌 공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