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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창대했다. 그런데 그 끝이 석연치 않다. ‘끝까지 뛰겠다’며 거듭 완주를 장담했던 전북교육감 예비후보의 단일화·사퇴 과정을 놓고 선거판이 시끄럽다. 그냥 조용히 물러날 수는 없었을까. 비단 이 한 사람만의 사례는 아니다. 이합집산의 단골 무대인 교육감 선거는 물론이고, 정당 공천 과정을 거치는 전북지역 시·군 단체장 선거에서도 단일화와 지지선언이 떠들썩하게 이어졌다. 너무 잦은 이합집산 탓에 어떤 조합이었는지조차 기억하기 어렵다. 무대 뒤로 퇴장하면서 등 뒤로 은밀한 계산서를 숨기고, 구차한 명분을 내세우는 그들의 모습이 볼썽사납다.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일말의 승산조차 남지 않은 서글픈 현실 속에서 정치적 셈법으로 출구를 찾으려는 궁여지책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계를 체감했다면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이자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런데 현실의 선거판에서 그런 모습은 오히려 예외에 가깝다. 하나둘 이름이 지워진다. 후보자 등록 일정이 마무리됐지만, 투표일 직전까지도 퇴장은 이어질 수 있다. 현실의 한계에 직면한 후보들에게는 ‘퇴장의 기술’, 이른바 출구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득표율 10%의 벽을 넘지 못할 경우 기탁금과 막대한 선거비용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없음을 알고도 끝까지 링 위에서 버티는 것은 엄청난 재정적·정치적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다. 여기서 그들의 계산이 시작됐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세 불리기에 급급한 다른 후보 측의 손짓도 빨라진다. 한 표가 아쉬운 선두권 후보의 세 확장 전략과 빚더미를 피하고 실리를 찾으려는 후보의 출구전략이 만나는 지점에서 ‘퇴장의 기술’이 완성된다. 이들이 마주 선 지점에는 그동안 외쳐왔던 개인의 신념이나 지역발전 정책 방향 따위는 끼어들 틈이 없다. 오직 상호 이해득실이라는 냉혹한 현실만 ‘밀실의 계산대’에 오른다. 후보 간 단일화나 정책연대, 지지선언이 ‘1+1의 단순한 덧셈’이 되지 못하고, 진영 내부의 강한 반발과 각자도생, 심지어 역선택까지 불러오는 이유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전북교육감과 전주시장 선거 과정에서 이 같은 웃지 못할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래서 당선 가능성과 상관없이 지금도 링 위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남은 후보들에게 눈길이 간다. 거대 정당의 전략적 공천이나 이해득실 계산 없이 신념 하나로 버텨온 후보라면 더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관습이 된 정치공학적 판단을 내려놓고, 거대 정당의 익숙한 소음도 잠시 차단해보면 어떨까. 진영논리와 정당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무대 구석에서 외롭게 버티고 있는 후보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지금 그들의 이유 있는 ‘값비싼 목소리’에도 한번쯤 귀를 기울여보자. / 김종표 논설위원
이번 6.3 지방선거는 다른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 이유는 그간 지사선거가 민주당후보의 일방독주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대 무소속 대결로 건곤일척의 혈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북은 1987년 대선때 김대중 후보를 밀어주면서부터 줄곧 민주당 일당독주체제가 굳건해졌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작정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찍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청래 대표가 김관영 지사를 경선을 코 앞에 두고 일방적으로 잘라버린 것이 도민감정을 자극, 무소속으로 나선 김 후보 한테 동정여론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뉴스1 전북취재본부가 지난 9. 10일 도내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전문업체인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북지사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3.2%가 무소속 김관영 예비후보를, 39.7%가 이원택 예비후보라고 응답했다.(조사방법은 무선ARS 조사,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예전 같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에 민주당 지도부가 당황한 나머지 정대표를 비롯 한병도 원내대표가 이틀이 멀다않고 전북을 방문, 새만금공약을 쏟아내는 등 힘 있는 이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상당수 도민들은 김지사 한테 제대로 소명기회도 안주고 내친 사람들이 이제와서 무슨염치로 지역발전 운운하며 표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다소 냉소적인 반응들이다. 특히 당원 중에는 정 대표가 공천을 놓고 친명계인 김 지사한테는 대리운전비를 현금으로 줬다고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반면 이 후보 한테는 정읍고깃집 술값 밥값 대납을 놓고 김슬지 도의원만 꼬리자르기를 한 게 형평성에 어긋난 것이라면서 도민들도 이 점에서 화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정읍 고깃집 음식값 대납사건이 터지자 곧바로 당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지만 두차례 조사가 면피성 조사로 끝나 결국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이 됐다면서 모두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금 19만 당원의 전북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변함이 없지만 정 대표와 이후보에 대한 반감과 비호감이 커서 민주당 의지대로 좋은 결과를 얻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SNS가 선거판을 좌우하기 때문에 민주당측에서 그 누가와서 설득해도 잘 먹혀들지 않은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민주당 후보가 유리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지만 그 말이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 농촌 할아버지 할머니도 김관영 지사가 억울하게 되었다는 말을 입에서 입으로 전해듣고 동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 후보가 지난 14일 내란방조의혹을 제기했던 이후보를 경찰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종근 강현욱 전 민선지사가 김 후보 선대위에 합류하자 이 후보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남성고 선배인 유 전지사가 이 후보를 밀지 않고 김 후보를 밀어 선거판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지사자리를 놓고 민주당 안방에서 무소속과 한판 대결이 벌써부터 전국적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참다래 아저씨' 정운천 전 국회의원이 전북에 남긴 정치적 여운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고려대에서 농경제학을 공부한 청년 정운천은 전남 해남으로 내려가 농사꾼이 됐다. 지금 처럼 신발에 흙을 묻히지 않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스마트팜도 없었던 시절에 명문대를 나온 낯선 청년이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나타났으니 동네 주민들에게는 매우 놀랄 일이었을 것이다. ‘가장 낙후된 곳에서 기회를 찾으라’는 신념으로 농사를 시작했다는 그는 30여 년간 전업 농부의 외길을 걸었다. 수입 키위에 맞서 국산 재래종 ‘참다래’를 보급하고, 1991년 한국 최초의 농민 주주 회사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을 설립해 농업의 기업화를 이끌었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참다래 아저씨’로 소개된 그는 우리나라 신지식 농업인의 상징이 됐다. 농업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임명됐지만 광우병 촛불 집회가 일어나면서 취임 5개월 만에 사퇴했다. 고향 전북에 돌아와 지역주의 타파를 부르짖으며 ‘쌍발통’을 외쳤다. 지성이면 감천,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외발 자전거는 쓰러지지만, 여야라는 두 개의 바퀴(쌍발통)가 있어야 전북이 전진한다”는 그의 외침에 지역 유권자들이 화답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전주시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되며 전북에서 20년 만에 탄생한 보수 정당 국회의원이란 기록을 세웠고,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20대 국회 4년 연속 예결위원 기록을 세웠고, 21대 국회에서도 예결위 활동을 이어가며 7년 연속 예결위원을 맡아 전북 예산 확보에 기여했다. 그러나 ‘쌍발통의 꿈’은 윤석열의 내란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쌍발통에 이어 전북에 ‘양날개’란 새로운 구호가 등장했다. 진보당의 6.3 지방선거 캐치프레이즈다. 진보당의 ‘양날개’는 주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 노동자와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를 상징한다. 지역에서는 주민들과 호흡하는 정치, 중앙에서는 진보적 대안을 제시하는 선명 야당이 되겠다는 전략적 구호다. 정운천의 ‘쌍발통’이 여당과 야당의 ‘협치와 소통’을 강조했다면, 진보당의 '양날개'는 주민의 삶과 진보적 가치를 강조한다. 정운천의 ‘쌍발통’이 중앙 정부의 예산을 전북으로 가져오는 ‘상향식 통로’를 강조했다면, 진보당의 ‘양날개’는 주민의 목소리를 정치로 밀어 올리는 ‘하향식 뿌리 정치’에 가깝다. ‘쌍발통’과 ‘양날개’의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독점은 정체를 낳고, 경쟁은 혁신을 낳는다’는 시장의 진리다. 특정 정당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공천은 곧 당선’이란 인식으로 검증은 느슨해지고, 정책 경쟁은 실종된다. 경쟁자가 없는 시장에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듯, 경쟁 없는 정치판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머슴이 주인이 된다. 유권자가 주인이라는 것을 보여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막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당장은 과연 누가 당선될 것인가에 모든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데 사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전북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금은 잠잠한 듯해도 지방선거 이후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바로 전주완주 통합이나 전주김제 통합, 새만금특별시 출범 문제다. 당선자 입장에서 볼 때는 통합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게 편안할지 몰라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전북은 존폐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불과 2년뒤 총선거가 예정돼 있음을 감안하면 전북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마지노선은 어쩌면 올 연말까지로 봐야한다. 가장 오래된 현안인 전주·완주 통합은 이번 지선을 기점으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없는게 아니다. 얼마전부터 전주와 김제의 통합 논의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으나 정치적인 해석을 낳으면서 일단 잠복 상태다. 하지만 전주·완주·김제를 아우르는 ‘광역 경제권’ 형성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어 선거 이후 구체적인 상생 방안이 제시될 경우 의외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새만금특별시(군산·김제·부안 통합)는 일단 행정 통합보다는 경제적·기능적 통합을 우선시하는 것인데 선거 직후부터 본격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성사 여부는 과연 전북이 통일된 상생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여부다. 결론은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될 지자체장들이 어떤 통합모델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2026년 하반기 전북의 행정지형이 크게 변화할 것이다. 전주 금융중심지 지정과 시·군 통합은 서로 다른 트랙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산업의 자생력’과 ‘도시규모의 경제’ 확보라는 측면에서 매우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려면 고급 금융인력들이 거주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정주여건이 필수적이다. 전주·완주 또는 전주·완주·김제 통합을 통해 도시규모가 확장되면, 주거·교육·문화 인프라를 광역 단위로 재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군이 나뉘어 각자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통합된 지자체가 금융도시 조성을 위한 규제 완화나 특구 지정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수 있다. 지방선거 이후 출범할 차기 지방정부 입장에서 볼때 시·군 통합은 ‘외연 확장’이며, 금융중심지 지정은 ‘내실 있는 성장’을 의미한다. 약 2개월 전 블랙록(BlackRock)의 전주 사무소 개설이 이뤄졌다. 전주가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되는데 있어 ‘결정적인 상징성’과 ‘실질적인 동력’을 동시에 제공하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었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가 전주에 둥지를 튼다는 것은 전주의 금융환경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준다. 과연 전북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공천이 마무리됐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번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이 적지 않다. ‘인재 영입’과 ‘전략공천’의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되는 이유다. 정치는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학벌이나 직업 경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특정 분야의 성공 이력이나 기업 경영 경험이 하나의 조건은 될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 정치의 자격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정치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지역의 문제를 읽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미래의 방향을 설득하는 일이다. 그래서 정치에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궤적이 중요하다. 무엇을 오래 고민해왔는지, 어떤 현장에서 활동해왔는지, 그리고 어떤 말과 글로 자신의 철학과 태도를 드러내 왔는지가 정치인의 자격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에서는 그런 검증이 사라지고 있다. 정당들은 선거 때마다 ‘새로운 인재’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대중적 인지도나 직업적 이미지, 선거 전략상 활용 가능한 상징성을 앞세운다. 정치인을 오랜 시간 성장시키기보다 선거에 투입할 후보를 선택하는 구조다. 정치 선진국에서는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등장하지 않는다. 지역 활동과 정책 경험, 지방의회와 시민사회 활동 등을 통해 오랜 시간 검증받으며 정치인으로 성장한다. 반면 우리는 선거가 가까워지면 갑작스러운 ‘인재 영입’이 시작된다. 전략공천도 다르지 않다. 정당이 먼저 “이 사람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유권자 앞에 내세운다면 최소한 지역에 대한 이해와 활동, 현안에 대한 고민 정도는 확인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후보는 갑자기 등장하고 토론과 검증 과정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 경선은 사라지고 유권자는 이미 좁혀진 선택지 안에서 투표를 요구받는다.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일수록 이 문제는 더 깊어진다. 선거보다 공천이 사실상의 본선이 되는 구조에서는 유권자의 선택 이전에 정당의 선택이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 정치인은 시민보다 공천 권력을 바라보게 되고, 지역 정치는 장기적 비전보다 중앙정치의 판단에 흔들린다. 전북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전북의 두 지역은 농업의 위기와 지역소멸, 재생에너지와 새만금 개발 문제 등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은 두 곳 모두 전략공천 후보를 내세웠다. 그들이 지역 문제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는지, 어떤 관점과 철학을 가졌는지, 무엇을 말해왔는지 충분히 검증되기도 전에 공천은 끝났고 후보들은 유권자 앞에 섰다. 그러니 이제 중요한 것은 정당이 붙여준 ‘인재’라는 이름을 스스로 증명해내는 일이다. 정치의 자격은 공천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하나둘 후보들이 판에서 사라진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다. 오롯이 교육철학과 정책으로 승부해야 하는 선거다. 그런데도 선거판은 정책 경쟁보다 단일화 셈법에 의해 흔들린다. 사실 교육감 선거는 단일화 논란의 단골 무대다. 후보를 남기고 지우는 기준은 역시 여론조사 순위다. 그렇게 남게 된 후보들의 색깔은 점점 탁한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서로 다른 색을 내세웠던 후보들이 손을 맞잡으면서 섞이고 섞여 이제는 도무지 본래의 색채를 알 수 없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모서리를 깎고, 다른 색을 섞는 데 거리낌이 없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에서도 교육감 후보들 간의 단일화 전쟁이 벌어졌다. 매번 되풀이됐고, 이번에도 예견된 일이다. 선거공학적 계산과 개인적 이해득실이 복잡하게 얽혔다. 당사자들은 뻔한 명분과 대의를 내세워 이를 포장한다. 하지만 그 본질이 정책과 철학의 결합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쪽은 표의 덧셈 효과를 기대한 흡수전략이고, 다른 한쪽은 철저한 이해득실 계산 아래 짜인 출구전략이다. 그들의 속내를 모를 사람은 없다. 이번에도 그 시작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주도한 이른바 ‘민주진보 단일후보 추대’ 전략이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논란 속에 무산되면서 그동안 관행처럼 반복돼온 시민단체 중심의 단일화 추진 방식 자체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렸다. 검증 부실과 밀실 협상, 특정 진영 중심의 폐쇄적 의사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도 후보들은 단일화 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끝까지 쥐고 있었다. 여론의 흐름을 살피며 물밑에서는 끊임없이 상대를 물색했을 것이다. 결국 후보들이 여론조사 순위 뒤집기에 한계를 체감하는 시점에서 예상대로 합종연횡이 속도를 냈다. 지난달 이남호·황호진 예비후보 간의 단일화에 이어 지난주 천호성·유성동 예비후보도 손을 맞잡으면서 선거판은 결국 이남호·천호성 양자구도로 압축됐다. 그런데 뒤끝이 개운치 않다. 그들의 부끄러운 뒷모습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앞서 ‘전북교육의 미래를 함께 열겠다’면서 정책연대를 선언했던 황호진·유성동 예비후보가 결국은 각각 다른 후보와 손을 잡으면서 연대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또 이들과 각각 손을 잡은 두 후보는 서로 상대진영의 단일화에 대해 ‘야합’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을 향해 ‘급조된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도민과 지지자·교육가족을 무시, 기망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다. 과연 단일화가 그들이 기대한 것처럼 ‘1+1’의 덧셈이 될까? 단일화 과정에서 내부 불협화음 등 적잖은 논란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감투거래 의혹까지 불거졌다. 게다가 반복되는 단일화와 정치공학적 연대는 유권자에게 피로감과 냉소를 안긴다. 그래서 지금 뺄셈의 역효과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김종표 논설위원
1979년 YS가 국회의원직을 제명 당했을 때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한 어록이 지금도 귓전에서 맴돈다.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에 YS가 뉴욕타임즈와 회견한 기사내용을 문제삼아 공화당이 9선한 YS를 제명시켰다. YS 제명사태가 부마사태로 이어지면서 결국 박정희 독재정권 18년이 무너졌다. 진실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는 것처럼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동학의 후예인 도민들이 윤석열정권의 12.3 계엄에 맞서 싸워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추위도 아랑곳 않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손에 손잡고 전주 객사앞 광장으로 모여 목이 터져라고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그 결과 윤석열은 탄핵되고 영어의 몸이 되었다. 민주주의 성지인 전북에서 그날 밤 10시 30분 TV를 통해 느닷없는 계엄발령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다소 긴장했지만 곧바로 국회에서 계엄해제를 결의해 평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도청도 평소처럼 그대로 청사 관리를 유지했을 뿐 별다르게 출입을 방해한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기자들도 자유롭게 드나든게 확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원택 전 의원이 이를 빌미 삼아 김관영 지사를 컷오프 시키려고 계속해서 허위사실을 퍼뜨려 170만 도민들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그 이유는 김 지사가 도청 청사 출입문을 잠가 계엄에 협조했다는 취지로 국회와 도의회에서 6차례나 기자회견을 갖는 등 여론에서 계속 1등을 달리던 김 지사의 정치생명을 끊어 버리려고 온갖 책동을 가했다. 경선 초반부터 정책과 공약 대결은 오간데 없고 진흙탕 싸움판으로 몰고 가 행정부지사를 비롯 9명의 공무원들이 애꿎게 2차 종합특검에 가서 조사받는 심적고통을 겪었다. 사실 이 후보가 기자회견 때 김 지사가 준예산을 편성하고 35사단과 협조한양 그런 내용이 담긴 일반인의 고발장이 특검에 접수돼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해 다각적인 조사를 받았다. 결국 특검이 김 지사 한테 신속하게 지난 7일 3가지 모두 혐의 없음으로 처분했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중천금처럼 중요하다.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후보가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국회와 전주를 오가면서 기자회견한 내용을 사실처럼 각인시켰기 때문에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본인 입으로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결기를 다졌기 때문에 책임질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 이 후보가 한 발언은 아니면 말고식의 발언이 아니라 김 지사의 정치생명을 끊으려고 한 발언이어서 법적 책임까지도 물어야 한다. 그간 전북의 자존심이 이 후보가 김 지사가 계엄에 협조했다는식으로 허위사실을 퍼뜨려 전국적으로 흠집이 났다. 이 후보가 수세에 몰리자 증거불충분으로 2차 특검결과에 유감이라고 짧게 3줄자리 입장을 밝혔지만 그건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깨끗한 선거문화와 도민 자존심 회복을 위해 정치적 책임을 바로 져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전북 3중 소외’라는 용어를 처음 쓴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전북 도민들이 겪은 ‘소외와 차별’의 서러움을 한 단어로 표현한 용어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2017년 2월 전북기자협회가 주관한 ‘대선주자 초청토론회’에서 당시 경기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통령은 “전북은 수도권 집중정책으로 한 번, 소위 군사정권 시절 영호남 차별에서 또 한 번, 호남 중에서도 광주·전남에서 또 소외돼 3중의 피해를 입었던 곳”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전북의 독자 광역권 인정 요구를 ‘호남 내 소지역주의’로 평가절하하던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이 대통령의 ‘전북 홀대’에 대한 판단은 명쾌했다. 해법으로 ‘뒤틀어진 균형을 찾아주는 것’을 제시했다. 지난 2월 전북에서 타운홀 미팅을 개최한 이 대통령은 실현 불가능한 '희망 고문'이 아닌, 시대 상황에 맞는 현실적 새만금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타운홀 미팅에 앞서 군산에서 열린 ‘새만금 투자협약식’에서는 현대차그룹의 9조 원 규모 투자가 발표됐다. 아직 변화가 체감되지는 않지만 기대는 크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별명은 ‘다해드림센터장’이다.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해드리는 센터(민주당)의 센터장’을 자처하고 있다. 다해드림센터에는 ‘영남과 강원 등 민주당 약세지역이 원하는 것’이란 조건이 붙어있다. 정 대표는 지난달 1일 강원 철원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원지사 선거에 출마한 우상호 후보가 강원 발전을 위해 뛰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뭐든지 다해드림센터 센터장’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일주일 뒤 대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TK(대구·경북) 지역의 신공항 및 행정통합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다해드림센터장’으로서 힘을 싣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오중기 경북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는 “대구나 경북에서 원하는 것은 그냥 다 해드리고 싶다. 그냥 ‘다해드림센터 명예센터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다음날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김경수가 원하는 것, 경상남도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이 무엇이든 다 해드림 센터가 되겠다”고 했다. 이날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도 “앞으로 부산과 경남의 민원을 모두 해결해 드리는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반복했다. 지난 1일 열린 이원택 전북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정 대표는 자신과 전북과의 연고를 강조하고, 이 후보를 한껏 칭찬했지만 ‘전북의 다해드림센터장’ 언급은 없었다. “전북의 미래 발전에 미력이나마 전북이 고향인 어머니의 아들로 전북의 아들처럼 열심히 돕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민주당 공천=당선’인 지역에는 ‘다해드림센터’가 필요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6.3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청래표 다해드림센터’가 가동되면 전북은 ‘3중 소외’를 넘어 ‘4중 소외’란 꼬리표를 새로 달게 될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이 규정한 ‘전북 3중 소외’에서 벗어날 획기적인 해법이 정청래 민주당의 지방선거 공약에서 제시될 지 궁금하다.
요즘엔 거의 쓰이지 않지만 십수 년전만해도 나이가 지긋한 남자를 부를 때 흔히 ‘영감(令監)’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영감’은 아무에게나 붙이는 호칭이 아니었다. 우리가 사극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감(大監)’이라는 호칭은 정2품 이상의 고위관료였고, 정3품 당상관부터 종2품까지의 관료를 높여 부르는 존칭이 바로 영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영감은 나이 든 남성을 뜻하는 일반명사로 뜻이 바뀌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 사법체계가 자리잡는 과정에서 검사와 판사는 국가를 대신해 법을 집행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직위로 인식됐다. 자연스럽게 판사나 검사가 과거 높은 벼슬아치인 ‘당상관’급에 비유되면서 ‘영감’이라는 호칭이 통용됐다고 한다. 불과 한세대 전만해도 20~30대의 젊은 판사나 검사를 영감이라고 부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었다. 1990년대 이후 법조계 정화 운동과 세대교체를 통해 ‘영감’이라는 호칭은 구시대적인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져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일제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광복 이후 법조계에는 유난히 소년 등과가 많았다. 어렵고 힘든 시절, 똑똑하다는 학생들은 대부분 법대에 진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최고의 출세 정규코스로 여겼다. 사시만 합격하면 그야말로 전혀다른 세상에서 영감 소리를 듣는게 당시의 풍경이었다. 입법, 사법, 행정부를 통틀어 소위 SKY 출신 사시 합격자는 출세가도를 달리는 게 상식이었다. 오죽하면 5공 때 민정당을 육법당(육사와 서울 법대 출신이 주축을 이룬다는 의미)이라고 불렀겠는가. 오랫동안 인재 등용문 역할을 해 온 사법시험이 지난 2017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소년등과’도 자취를 감추게 됐다. 더욱이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이젠 AI 분야 전문가 한명이 수백명의 법조계 수재들을 넘어서는 일이 일상이 돼가고 있다. 그런데 요즘 전북 지역정가에서는 박지원(39)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탁이 소년 등과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 화제가 되고있다. 상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박 최고위원은 사법연수원 41기로 전북도 감사위원, 전주시체육회장을 지내다 지난해 일약 평당원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바 있다. 급기야 그는 이원택 의원의 전북지사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전북 군산·김제·부안을 보선에 전략공천 카드로 발탁됐다. 김제가 처가라는 것 말고는 연고가 없지만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공천장을 가지고 나서기 때문에 당선이 매우 유력한것같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김제와 부안을 주축으로 한 지역구에서 연고가 없는 후보가 공천받은 것은 박지원 최고위원이 첫 케이스다. 이번엔 당선에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소년등과한 박지원 최고위원이 지역에 얼마나 빨리 뿌리내릴 것인지는 순전히 본인의 몫이다. 지역정가에서는 당장 6.3 보궐선거 보다는 2년후 총선때를 더 관심있게 전망하는 것 같다.
전주에는 해마다 4월과 5월을 잇는 축제가 있다. 올해로 스물일곱 해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다. 2000년, 꽃으로 세상이 환하게 피어났던 봄날 시작된 전주영화제는 상업영화 대신 디지털과 대안, 독립을 내세우며 출발했다. 그것은 오랫동안 묻혀있던 전주의 영화역사를 다시 잇겠다는 선언이었다. 그 바탕에는 반세기 가까이 단절됐던 전주 영화사가 있다. 1940년대 말부터 서울 충무로와 함께 영화가 제작되던 이곳에서는 한국 전쟁영화의 대표작인 ‘피아골’과 ‘아리랑’을 비롯해 당대 흥행작이 여러 편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컬러영화로 알려진 ‘선화공주’도 전주에서 제작된 영화다. 그러니 개념도 낯설었던 ‘대안영화’와 ‘디지털영화’를 품어 영화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의 통로를 연 전주영화제의 선택은 어쩌면 이 단절을 잇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 그 여정을 지켜온 많은 사람이 있다. 영화의 가치와 가능성을 주목하며 전주영화제를 응원하고 기꺼이 열정을 더했던 영화인들이다. 그 중심에 올해 여든넷, 영화평론가 임안자 선생이 있다. 지금도 기억되는 전주영화제의 특별 섹션 가운데는 그의 열정이 닿은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다. 2004년, 특별전으로 선보인 쿠바 영화를 비롯해 알제리와 튀니지, 모로코 등지에서 만들어진 마그렙 영화, 그리고 소비에트영화와 터키 영화, 중앙아시아 영화들까지. 그가 전주영화제에 불러낸 이 보석 같은 영화들은 낯선 지역의 문화를 접한다는 의미를 넘어 우리에게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이미지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진안이 고향인 선생은 유럽에서 활동해온 한국 영화 전문가다. 간호사로 미국에 건너갔던 그는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생이 되어 영화를 전공했다. 그를 불러낸 것은 1989년 로카르노영화제다. ‘달마가 동쪽으로 떠난 까닭은’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배용균 감독 인터뷰가 계기였다. 이후 유럽영화제의 한국 영화 프로그래밍에 참여하기 시작해 ‘칸 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을 지냈다. 부산영화제 고문으로도 활동했던 그는 2002년 ‘아시아독립영화포럼’ 심사위원으로 전주와 첫 인연을 가진 이후, 2004년부터 전주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 되어 5년 동안 해외영화 프로그래밍을 이끌었다. 2008년에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전주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으나 그가 기획한 ‘중앙아시아 특별전’은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올해 선생이 다시 전주를 찾았다. 전주영화제 개막식에서 그가 보낸 뜨거운 박수. 그것은 전주영화제를 함께 만들어온 가치에 대한 증언이었다.영화제의 오늘에는 보이지 않는 선택과 이름을 앞세우지 않은 사람들의 헌신이 있다. 전주영화제는 그 위에서 성장해왔다. 지금 다시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승리의 여신은 한 달 후에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교육감 선거는 사실상 이남호 대 천호성 양강대결로 좁혀졌다. 천 후보는 현장전문가와 3번 출마한 관계로 인지도가 높은 점이 강점이고 이 후보는 직선제 전북대총장을 지내면서 대학의 위상을 높였고 중앙 관계요로에 인적네트워크가 잘 짜여져 있는 게 장점이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공천 없이 치러져 다른 지방선거에 비해 관심이 저조,지금도 유권자 40% 가량이 부동층으로 남아 있다. 고령층이나 자녀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젊은층의 관심 저조로 교육감 선거가 관심이 덜하지만 그래도 전북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2세들의 교육을 책임진다는 점에서는 중요하다. 유권자들이 나 하고 상관 없는 오불관언 선거라고 인식하는 게 문제다. 지금 전북의 현주소가 너무나 암울하고 불투명하므로 이를 극복하려면 교육감을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야 한다. 그간 여러명의 교육감을 선출했지만 전문성 결여와 불법 비위를 저질러 전북교육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바람에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긍지를 가졌던 전북교육이 붕괴되었다. 누구나 교육을 백년지 대계란 말로 그 중요성을 말한다. 하지만 투표장에 가지 않은 유권자가 태반인 상황에서는 무너진 전북교육을 바로 잡을 수가 없다. 자신의 한표가 미래 전북교육을 살려 놓는다는 생각으로 최상의 후보가 아니면 차상이라도 뽑아야 한다. 유권자들이 이번 기회에 전북교육의 문제가 뭣이고 그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 어린아이가 커 나갈 때 사랑과 관심이 절대 필요하듯 교육도 관심이 중요하다. 교육을 평가할 때 항상 학력관계를 우선시 한다. 학생인권을 강조하면 교권비중이 낮아지지만 학교의 주 임무가 가르치는 기관이라서 누가 더 학력신장에 관심을 갖는지를 살펴야 한다. AI시대에 학생들의 창의력을 신장시키고 수월성교육은 꼭 필요하다. 과학문명의 급진적인 발달로 인간성이 곳곳에서 파괴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인간성 회복교육을 중시 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는 법의 좁은 영역에서 해석되거나 기계론적 사고로 재단하면 안된다. 훈습(薰習)이 교육이므로 도덕적 영역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교육감 선거가 종반전으로 치닫지만 누가 더 도덕적 후보인가를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 남의 글을 마구 베껴다가 자기 글인양 칼럼으로 게재한 것은 글 도둑이므로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 한번도 문제지만 그 횟수가 많다면 교육감으로서 자질이 문제라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교사들과 어른들의 뒷모습을 보고 커 가므로 표절문제를 그냥 간과하면 안된다. 한마디로 표절은 남의 생각을 훔쳐다 쓴 지적재산권 침해라서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표절한 사람이 교육감 되려는 것은 꿈도 꿔선 안된다. 전북교육이 살아 나려면 도덕적으로 흠결이 덜한 후보를 뽑는 게 상책이다.
요즘 지역정가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단연 ‘공천 재난지역’이라는 신조어다.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들끓는 비판여론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급기야 이같은 자조 섞인 표현이 등장했다. 이런 평가가 나온 것은 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현직 지사의 제명에 이어, 식사비 대납 의혹, 단식과 사실상의 경선 불복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파문이 증폭된 때문이다. 시장, 군수나 지방의원 공천 과정에서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이곳저곳에서 터지면서 공천 재난지역이라는 말이 더욱 와닿는다. 한편에선 “선거때면 으레 있을 수 있는 갈등일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통합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나 다른쪽에서는 “자칫 지방선거가 갈등의 끝이 아니라 대분열의 시작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런데 공천이 막바지에 이른 요즘 “과연 전북인들은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가” 라는 물음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공천 = 당선’ 이라는 특정 정당 독점 체제가 완벽히 굳혀지면서 민심보다는 당심이 훨씬 중요한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기초의원부터 도지사 후보까지 금품 선거, 대납 의혹 등 각종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고 부적격 기준이 후보마다 다르게 적용된다는 소위 ‘형평성’ 논란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온다. 최근들어 ‘전북 홀대론’이 등장한 배경이 궁금하다. 과거 전북홀대론이 주로 중앙정부로부터의 소외를 말했다면 이번에는 “중앙당이 전북을 우습게 본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보면 누구를 탓할 일만도 아니다. 도민들이 자초한 측면이 다분하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되는 상황에서 후보들이 누구를 바라보게 될지는 불을보듯 뻔하다. 특이한 것은 이번 전북 지방선거에서 많은 지역에서 당심(권리당원 투표)과 민심(일반 여론조사) 사이의 괴리가 주목할 만큼 컸다고 한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숫자가 20만명에 육박하는 전북의 상황을 감안하면, 당심은 곧 민심일 개연성이 크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게 아니라는 거다. 일반 도민을 상대로 한 지지도와 권리당원을 상대로 한 지지도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거다. 특히 지방의원 당원 투표의 경우 평소 관리된 ‘조직표’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조직화 된 당심이 비조직화 된 민심을 이길 수 있다는 거다. 지역정가에서는 이번 지선이 끝나면 곧바로 국회의원들에 대한 심판의 시간이 시작될 거라는데 이견이 없다.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이번 선거과정에서 ‘공천권’을 확실하게 행사한 만큼 고스란히 향후 총선 때 부메랑처럼 되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공천과정에서 깊숙히 개입한 의원일수록 수많은 동지와 적이 동시에 만들어졌다. 철저히 수퍼 갑 행세를 했던 국회의원들이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지방선거 2년뒤 치러지는 총선때는 앙금이 다 풀리려나 위병기 이사/전략기획실장
전주가 슬로시티로 지정된 것은 2010년이다. 이후 두 차례 재인증을 거쳐 자격을 유지해 온 전주는 2016년, 첫 재인증 심사에서 그 영역이 한옥마을 중심에서 구도심 전역으로 확대됐다. 도시 전체가 슬로시티로 인정된 것은 국내에서도 드문 사례였다. 도시 전체의 삶의 방식으로 ‘느림’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 자격은 여전히 유효한가. 전주는 올해 재인증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조차 그 준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자격을 묻는 논의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침묵은 단순한 행정의 공백이 아니라, 슬로시티에 대한 인식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슬로시티는 일회성 인증이 아니라, 지속적인 점검과 선택으로 유지되는 자격이다. 도시의 환경과 생활, 공동체의 시간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순간 자격은 흔들린다. ‘지정보다 유지가 어렵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면 지금의 전주는 어떤가. 한때 슬로시티의 중심이었던 한옥마을은 이제 다른 모습이 되었다. 골목은 걷기보다 밀려 이동하는 공간이 되었고, 오래 머물던 가게들은 사라지고 비슷한 간판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전동차와 오락시설이 밀집한 거리에서 한옥마을의 정취는 찾기 어렵게 됐다. 전통은 유지되기보다 전시되고, 삶의 자리도 뒤로 밀려난 지 오래다.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다. 지금 전주가 슬로시티로서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자격을 잃어가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자격을 묻는 관심마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슬로시티는 단순히 느리게 사는 도시가 아니다. 속도 경쟁에 내몰린 도시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더 빠르게, 더 크게’라는 개발의 공식을 의심하고,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규모를 스스로 선택하자는 제안이다. 성장과 개발을 멈추자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개발과 경쟁의 속도가 도시를 규정하는 시대일수록, 그 흐름을 그대로 따르는 도시는 결국 서로 닮게 된다. ‘더 빠르게, 더 크게’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 도시의 고유한 시간과 생활은 밀려난다. 관광은 남고 삶은 사라지는 도시, 소비는 늘어나지만 기억은 쌓이지 않는 도시가 된다. 선거가 끝나고 새 자치단체장이 들어서면 도시의 개발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그 속도 속에서 슬로시티 전주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슬로시티 재지정 여부를 따지는 일이 아니라 전주가 어떤 속도의 도시가 되려 하는가를 다시 묻는 일이다. 슬로시티는 결국, 도시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 선택의 시간이 지금, 전주 앞에 와 있다.
수문이 활짝 열렸다. 지난 23일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유서 깊은 행사가 열렸다. 호남평야 물길의 거점, 정읍 태인면 동진강 낙양취입수문에서 열린 ‘백파 통수식(通水式)’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풍년농사를 기원하며 수문을 열고 농수로에 물을 흘려보내는 행사다. 전국 곳곳에서 통수식이 열리지만, 대표 행사는 단연 한반도의 곡창, 호남평야에서 열리는 백파 통수식이다. 농업의 위상이 거듭 추락하면서 지금은 영농기관과 단체, 지자체가 모여 치르는 단순 연례행사로 인식되고 있지만, 20세기에는 ‘국가의 대사(大事)’이자 수천명의 인파가 몰리는 축제였다. 특히 고위관료와 호남의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이 앞다퉈 찾아와 농민들의 손을 맞잡으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당시 농업은 국가의 기틀이었고, 농심은 곧 민심의 척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치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게다가 올해는 선거철과 겹쳤는데도 그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 사회 농업의 존재감이 어디까지 지워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표계산에 밝은 정치인들의 관심이 농심(農心)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말잔치 선거판’에서조차 농업·농촌은 없다. 농도 전북의 도지사를 비롯해 시장·군수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주요 공약에서 농업·농촌, 그리고 농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북교육감 선거판도 마찬가지다. 난제로 꼽히는 농촌 작은 학교 문제와 도·농 학력격차 해소 등 농어촌교육을 둘러싼 이슈와 현안이 넘쳐나는데도 후보들의 핵심 공약에 이런 의제는 없다. 올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과 정당의 정책공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은 5월 중순, 후보자 등록일 직전에 당의 공약을 일괄 발표하기로 했다. 물론 농업·농촌 분야도 공약집 한쪽에 인쇄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보여준 후보들의 행보를 짚어보면 단순 ‘구색 맞추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지만, 농업은 여전히 우리 생존의 근간이다. 식량안보가 무너진 국가에 미래는 없다. 전북은 대한민국 농생명산업의 거점이자 식량주권을 수호하는 전초기지다. 농업정책이 자꾸만 변두리로 밀려나고, 급기야 선거판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 사라진 공약의 빈자리에는 농촌 소멸의 그림자가 들어찰 것이다. 정치권이 농업·농촌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농촌에 비전이 없어서가 아니다. 농업의 미래 가치를 읽어내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안목과 역량이 그들에게 없기 때문이다. 전북 농업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 식량안보의 위기다. 지역의 미래를 이끌겠다고 나선 후보자와 정당은 우리 농업·농촌의 비전과 농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로드맵부터 제시해야 한다. 누가 진정으로 이 땅의 근간을 지킬 적임자인지,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 김종표 논설위원
역시나 잔인한 4월이 되었다. 전북에서 40년 가까이 민주당 일당 독주체제로 운영되다보니까 그 오만함의 부작용이 속출했다. 당내 경선이 본선이나 다름 없어 각 후보들이 공천을 받으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정책과 공약 대결은 오간데 없고 상대의 흠집을 들춰내기에 급급했다. 단체장 경선이 당원과 시민여론 50%씩 합산하는 방식으로 가다 보니까 인물은 뒷전인채 누가 더 전화를 잘 받게하느냐가 승패를 갈랐다. 민주당 안방인 전북에서 지난 4년 전과 같이 이번에도 현직 지사를 컷오프 시켰다. 송하진 전 지사를 컷오프 시킬 때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단순히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잘라 버렸다. 그 당시 송 전 지사는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려와 그 누구도 컷오프 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표면상 전주시장 2번, 지사 2번을 하는 동안 뚜렷한 업적이 없다는 이유로 컷오프 시켰지만 실제로 정세균 김성주로 연결되는 주류세력의 야합으로 컷오프 당했다. 이 같은 현상이 다시 도진 것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80% 이상을 상회하고 도민들의 민주당 지지가 70%를 유지, 그 누구를 공천해도 당선된다는 그 오만함과 자신감이 당 대표 생각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도민들이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줄곧 한눈팔지 않고 민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온 것은 혹시나 행여나 하고 지역발전이 이뤄지고 인재들이 커 나갈 수 있을까해서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지지해왔던 것. 하지만 그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면서 자존심이 짓밟혔다. 흔히들 외부사람들이 도민을 좋게 말해 동학의 후예라고 추켜세우지만 그 당시 동학군이 기치로 내건 반외세 민주 평등과는 괴리감이 없지 않다. 그간 국회의원들이 자기 밥그릇 챙기는데만 혈안이 되었을 뿐 제대로 지역발전을 도모하지 않았다. 특히 이웃 광주 전남 정치권의 눈치 살피는데만 급급, 원팀으로 전북 몫을 가져오는 것 보다는 자기들 입신양명하기에 바빴다. 무능한 정치인들이 자기정치 하는데 전념하다 보니까 전북정치가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채 변방으로 내몰렸다. 김관영 지사가 청년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 지급한 것을 정청래 대표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속전속결로 제명처분한 반면 이원택 의원 정읍 고깃집 식사비 대납건은 꼬리 자르기로 끝낸 게 공정했느냐는 것이다. 전북 출신 최고위원이 3명이나 있었지만 그들이 제대로 말한마디 못하고 당 대표 지시를 따른 게 도민들을 분노케 했다. 친명계 강득구 이언주 최고위원이 단식농성중인 안호영 의원의 재감찰 요구를 두둔하며 응원한 것에 비하면 잘못이라는 것. 특히 당사에서 100m 밖에 안 떨어진 안 의원 단식농성장에 정청래 대표가 찾지 않은 것에 도민들이 몰인간적이었다고 힐난했다. 도민들이 이런식으로 수모를 당하고도 마냥 참고 견뎌야만 하는가. 결국 도민들의 행동하는 양심여하에 달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6.3 지방선거에 출마할 전북도지사와 13개 시·군의 시장·군수 후보가 확정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가운데는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당시 내란에 동조한 혐의를 받는 고발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7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학수 정읍시장, 정성주 김제시장, 유희태 완주군수, 황인홍 무주군수, 최훈식 장수군수, 심덕섭 고창군수, 권익현 부안군수 등이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지사와 3선 단체장의 연임 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하는 심민 임실군수도 내란 동조 혐의로 고발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북을 ‘내란의 도시’로 처음 지목한 것은 조국혁신당이다.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은 지난 2월 12일 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2·3 내란 당시 청사 출입을 통제하고 폐쇄한 도지사와 기초자치단체장 8명을 내란 동조 및 직무 유기 혐의로 2차 종합특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이들이 청사 출입을 통제하고 공공기관의 문을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권창영 특별검사가 이끄는 2차 종합특검은 그동안 전북도청 간부들을 불러 전북도의 내란 동조 혐의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12.3 비상계엄 당시 도청에서 열린 간부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이다. 참고인 조사가 마무리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나부터 먼저 불러 조사해달라”고 요구한 김관영 지사도 다음주쯤 피고발인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때는 합당까지 논의했던 조국혁신당의 도지사와 시장·군수 내란 동조 주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이 내란 동조 혐의자로 지목한 7명의 시장 군수를 공천했다. 내란 동조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부적격자를 공천한 ‘대참사’가 발생할 만한 일이다. 조국혁신당과는 별도로 민주당 도지사 경선에 나선 이원택 의원도 수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전북도의 내란 동조를 주장했다. 민주당 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이 의원은 앞으로 6.3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조국혁신당으로 부터 내란 동조자로 낙인 찍힌 민주당 시장 군수 후보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벌여야 한다. 생각만 해도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2차 종합특검이 전북도의 내란 동조 혐의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알 수 없지만 지역 정치인들이 스스로 규정한 ‘내란 전북’은 이미 전국에 전북의 명예와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특검의 조사결과 내란 동조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내란 동조를 반성하고 참회하는 새로운 전북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특검의 조사를 통해 내란 동조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전북을 ‘내란의 도시’로 전국에 낙인 찍고 오명을 씌운 정치인들의 처절한 반성과 참회가 뒤따라야 한다. ‘내란 전북’은 선거를 핑계 삼은 아니면 말고 식 마타도어로 치부할 수 없는 엄중한 사안이다. 2차 종합특검에 대한민국과 전북의 미래가 함께 달려있다.
아시아에서 서구 열강의 직접적인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곳은 태국(타이)과 일본 단 2곳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네팔, 부탄 등도 반식민지였음에 틀림이 없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가장 빠르게 근대화에 성공하면서 순식간에 제국주의 열강 반열에 들어섰고, 태국은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독립을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얀마를 점령했던 영국, 인도차이나를 차지한 프랑스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며 영토를 일부 내주기는 했으나 어쨋든 주권을 지켜냈다. 이게 바로 온 백성이 도탄에 빠졌던 조선과의 가장 큰 차이였다. 조선의 고종이 500년 넘게 이어져온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기는 우를 범했다면 태국에서는 라마 5세 국왕이 소위 사소취대(捨小取大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가진다는 뜻) 전략으로 국가를 지켜냈다. 물론 지정학적 위치나 세력구도 등 처한 환경이 다르기는 했으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두 나라의 과거는 반추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거대한 두 세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라마 5세의 업적은 바로 대나무 외교로 집약된다. 혼란스러운 격변의 시기에도 태국이 독립과 근대화를 성공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대나무 외교는 태국 역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라마 5세(쭐랄롱꼰)는 태국에서 가장 위대한 군주로 칭송받고 있다. 반면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해 겪어야만 했던 임진왜란, 병자호란, 경술국치는 자초한 측면이 다분하다. 조선시대 27대 왕 모두를 통틀어 선조, 인조, 고종을 가장 무능하면서도 국가와 백성에게 가장 큰 해악을 끼친 왕으로 꼽는데 큰 이론이 없는듯하다. 물론 폭군 연산군이 있기는 하지만 재위기간이 짧았고, 순조, 명종은 무능의 극치를 달리기는 했으나 큰 전쟁이 없었기에 국가나 백성은 존망의 위기를 겪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라를 망쳐먹고 백성을 도탄에 빠뜨렸던 고종은 재위 기간 44년, 선조는 41년, 인조는 26년이나 왕을 지냈다. 치유할 시간이 많았고, 얼마든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으나 공동체를 침몰시킨 큰 책임을 지금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시대가 됐건 공동체 운영의 책임은 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은 지휘봉을 쥔 조타수에게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북의 경우 집권 여당인 민주당 도지사, 시장군수를 비롯, 지방의원 후보자가 속속 정해지고 있다. 줄서기와 처세, 능력과 행운, 무능과 질시 등 공천과정에서 승패의 원인은 숱한 요인이 작용했겠으나 백척간두에 선 지금 전북에서는 조타수 역할을 맡은 이들에게 엄중하면서도 무한책임이 부여됐다. 모두가 외세에 짓밟히는 상황속에서도 대나무 외교로 공동체를 지켜냈던 라마 5세의 탁월함과 책임감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은 지역사회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병기 전략기획실장
2005년 9월,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열차가 있었다. 흰 천으로 감싼 이 백색 열차가 달리는 동안 낮과 밤은 여러 번 바뀌었다. 길게 이어진 열다섯 량의 열차는 마치 붓으로 선을 긋듯 도시와 도시를 이어가며 대륙을 건넜다. 작가 전수천(1947~2017)이 기획한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의 현장이었다. 그의 작업은 특정한 공간에 머무는 전시가 아니라 이동하는 과정 자체를 작품으로 확장한 시도였다. 일상적 공간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바라보려는 의도는 예술과 삶의 경계를 다시 묻게 만들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수천은 그 긴 이동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바라보려 했을까.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20여 년 전,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나는 사람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고, 내 모습에서 사람의 모습을 보고 산다. 내가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이다.” 망설이지 않고 꺼내놓았던 그의 화두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은 그가 구현해온 수많은 작업은 인간과 더불어 꿈을 꾸고, 인간과 함께 존재하기 위한 과정 위에 있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형식이나 기법 이전에 하나의 사유로 남는다. ‘지금’과 ‘여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과 존재를 묻는 일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이 전북 미술사 연구 시리즈로 기획한 전시 <전수천, 언젠가 거인은 온다>는 그 질문을 다시 불러낸다. 작품 속에 놓인 수많은 형상은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다. 사람을 바라보는 일, 그리고 인간의 존재를 다시 묻는 일이다. <거인이 온다>는 말은 거대한 무엇의 도래가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의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말은 넘쳐나지만, 그 안에서 사람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누가 무엇을 공격하는가가 앞서고, 그 사이에서 인간의 모습은 점점 흐려진다. 우리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지만, 무엇을 위해 가고 있는지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예술이 전하는 위로가 더 깊다. 전수천의 작업은 거창한 해답을 내놓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을 보고 있는가.” 그의 언어는 단순하지만, 작아진 인간을 끝내 다시 크게 바라보게 한다. 선거의 시간이다. 사람을 지운 말들이 넘쳐나고 있다. 목표만을 향해 달리는 정치의 언어 속에서 인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묻게 된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가를. 쏟아지는 구호 속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다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일지도 모른다. 정치의 영역에서도 다르지 않다. 결국 우리가 끝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이다.
“민생부터 살리겠습니다.” 선거철 후보자들의 말잔치 중 빠지지 않는 게 현금지원 공약이다. 전 주민에게 당장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니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금 공약’은 오래된 논쟁거리다. 대표적인 포퓰리즘으로,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반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삶을 즉각 개선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어쨌든 어디 공돈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도 이런 ‘공돈 약속’은 유권자들의 현실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단순한 현금 지급 방식의 기존 공약과는 결이 다른 햇빛연금·바람연금 공약이 선거판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했다. 지역의 자연자원(태양광·풍력)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는 ‘에너지 기본소득’ 정책이다. 국내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해 지난 2021년부터 주민들에게 태양광발전 배당금(햇빛연금)을 지급하고 있는 전남 신안군이 성공모델로 꼽힌다.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역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햇빛연금·바람연금 공약이 쏟아졌다. 전북지사 선거를 비롯해 전주·익산·군산·완주·임실지역 단체장 선거에 나선 다수의 예비후보들이 ‘연금도시’, ‘전북형 에너지 기본소득’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정부나 지자체가 모든 주민에게 일정금액을 조건 없이 나눠주는 기존 현금공약과 구별된다. 우선 세금을 걷어 다시 나눠주는 ‘재분배’가 아니라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수익배당’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햇빛연금은 포퓰리즘과는 거리가 먼 혁신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일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높다. 자연에서 그냥 얻어지는 ‘공짜 점심’인 것처럼 포장하여 구체적인 수익모델이나 인프라 조성 대책도 없이 액수만 부풀려 제시할 경우, 전형적인 포퓰리즘, 현금 공약으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 일부 후보들이 구체적인 수익 창출 및 배분 로드맵도 없이 과도한 배당금을 약속하며 ‘현금 배당 경쟁’으로 몰고 가는 경향도 보인다. 햇빛연금이 포퓰리즘이 아닌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정착되려면 송전 인프라 구축과 법률 및 조례 등 운영시스템 정비, 안정적 수익원 확보 등의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그리고 후보들도 공약에 이에 대한 세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천연자원인 햇빛과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에너지 기본소득’ 모델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장밋빛 환상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다. 정책의 지속가능성과 현실적인 한계 및 기회비용, 위험요소도 꼼꼼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민주당이 이원택 후보에게 면죄부를 줬던 정읍 고깃집 술값과 음식값 대납을 놓고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청년당원 2명이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안호영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를 홍보하기 위한 명백한 선거운동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의 지시에 따라 윤리감찰단이 처음부터 이 사건에 면죄부를 주려고 형식적으로 조사,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과 상반된 주장이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청년당원인 A씨는 이 후보가 먼저 이석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참석자들은 모든 식사가 끝난 후 단체사진을 찍고 이 후보가 차를 타고 가는 것을 보고 식당으로 들어와 옷 등 짐만 챙겨서 다시 나왔다면서 이 후보가 끝까지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을 통해 그만해라 다친다 등의 회유와 협박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함께 동석했던 B씨는 저녁 참석자 중 일부가 이 후보가 식사중 이석했다면서 마치 저희가 거짓말한 것처럼 보도된 기사를 보고 화가 났다면서 경찰 등에서 3자 대면을 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청년소통 정책간담회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지만 간담회란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원택 후보에게 묻고 싶다면서 “사실을 알고 있는 저희가 눈을 뜨고 있는데 어찌하여 계속해서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십니까”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진실을 외면한 채 얻는 평온함보다 비겁한 청년이 되지 않으려고 사실관계를 밝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이 후보의 부안지역구 사무실과 김슬지 도의원 선거사무소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과 보좌관 식비 15만원을 현금으로 지불했고 김 의원이 법카로 45만원, 그리고 김 의원 카드로 결제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지금 경찰이 청년들의 주장을 무시하고 제 식구 감싸기로 나선다면 도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김관영 지사가 전주 한 음식점에서 같은 청년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로 67만원을 준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당원권 제명이란 극약처방을 내린 반면 청년당원들을 모아 놓고 선거운동을 한 이 후보는 혐의없음이란 면죄부를 준 것에 도민들이 공분을 느끼고 있다. 그간 이 후보는 김 지사를 컷오프시키려고 계속 김 지사가 12.3 계엄에 협조했다는 사실무근한 이야기를 갖고 김 지사를 흔들어댔지만 당 공관위에서 3인 경선을 치르도록 한 후 김 지사 대리비 지급건이 터져 나왔다. 아무튼 안 의원이 이 후보측의 식사비 대납건 재조사를 요청하며 단식농성 중이고 특검에 김 지사가 계엄에 협조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김 지사를 비롯 고위간부 10여명이 조사를 받고 있어서 그 결과에 따라 한쪽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민들은 이 같은 경선을 본 적이 없다면서 그간 민주당의 오만이 빚은 결과인 만큼 민주당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이제 전주에는 덕진공원이 없다
맹주없는 전북 정치권
현대차 새만금 투자, 정부 지원 속도 내야
‘서울대 10개 만들기’, 왜 전북대학교여야 하는가
중력의 이동
정읍시 급수체계, 전주권 광역상수도 전환을
스쿨존 사고 전북도 예외 아니다…저감대책 지속 추진해야
빼앗긴 참정권
계절은 현재에서만 만날 수 있다
AI 시대의 진짜 주인공은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