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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맹주없는 전북 정치권

요즘 지역정가에서는 8월 17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가 최대 화두다. 내후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이번 전당대회의 결과는 전북 국회의원들의 정치생명을 뒤흔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험대’이자 사실상의 심판대다. 새로운 당 지도부는 2028년 제23대 총선 공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권력이다. 민감한 시기인지라 전북의원들 상당수는 겉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으나, 어느 시점에 가면 결국 확실한 줄서기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전북의원들이 친명계와 친청계 중 과연 어디에 서는가 하는것이다. 민주당 내 계파 지형이 최근 지방선거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의 역학 관계로 뚜렷하게 각인되면서 이젠 중립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다. 정청래 당 대표 체제의 지도부와 호흡을 맞추며, 최근 지방선거 공천 국면을 거치며 당권파로서의 입지를 굳힌 그룹으로는 이성윤, 박지원 최고위원, 한병도 원내대표, 윤준병 도당위원장 등이 꼽히며 이원택 도지사 당선인도 바짝 다가서있다. 정청래 대표가 연임가도에 나설 경우 이들은 어쨋든 정 대표에게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현 지사와 안호영 의원 등은 확실하게 친명반청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며, 박희승 의원도 친청보다는 친명쪽을 선택할 전망이다. 현직 장관인 정동영 의원과 김윤덕 의원 등은 대놓고 특정 후보를 밀기는 어렵겠으나 막판에 가면 어떤 형태로든 선택을 해야 할 거다. 의원들은 철저하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할 것이나 수많은 권리당원들은 전북의 위상 확보를 위해서는 정청래, 송영길, 김민석 중 누가 당권을 잡는게 좋을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지선 이후 새롭게 재편된 전북 내 당권파의 주도권을 지키고 안정적인 지분을 요구하는게 나을지, 대통령실과의 강력한 원팀 구조를 통해 새만금 등 지역 현안과 예산이라는 실리를 확실하게 챙기는게 좋을지 곧 판단할 거다. 문제는 의원들의 표심과 권리당원들의 지향점이 다를 개연성도 크다는 거다. 반세기 전 대한민국 야당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순간 하나가 있었다. 1970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철승·김영삼·김대중’ 3자 경쟁(40대 기수론)이 펼쳐졌다. 당내 주류파(유진산계)의 지지를 업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김영삼을 꺾기 위해, 2위 김대중과 3위 이철승이 결선투표 직전 극적으로 손을 잡았다. 김대중은 이철승에게 훗날 당권을 약속하는 이른바 소위 ‘명함각서’를 건네며 표를 흡수했고, 결선투표에서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이 약속은 훗날 지켜지지 못하게 된다. 당시만 해도 전북의 맹주는 소석이었는데 그가 비주류로 전락한 뒤 전북은 중앙에서 주머니속 공깃돌이 돼버렸다. 전북 정치권의 주도권을 쥔 확실한 맹주가 없이 다분화 된 지금 과연 전북의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 주목된다. 위병기 이사 전략기획실장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6.17 17:45

[오목대] 이제 전주에는 덕진공원이 없다

도시에는 저마다 얼굴이 있다.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상징이다. 그것은 나무 한 그루일 수도 있고, 강물이나 연못, 골목이나 건축물일 수도 있다. 도시의 상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백 년 이어진 풍경과 축제, 세대를 이어온 추억과 예술로 축적된 이미지가 켜켜이 쌓여 비로소 한 도시의 상징이 된다. 그러니 도시의 상징은 그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공동체가 함께 살아온 시간을 담은 그릇이고, 한 도시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인 공간과 풍경이다. 그래서 도시의 상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써 내려온 그 도시의 자기소개서와도 같다. 오래된 도시 전주도 전주만의 시간을 품은 상징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하나가 덕진공원이다. 덕진공원은 처음부터 공원으로 출발한 공간이 아니다. 그곳에 먼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덕진연못이다. 공원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1938년 일제강점기, 공원으로 지정되면서다. 덕진연못은 오래전부터 전주 사람들의 삶과 함께했다. 사람들은 물가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단오날이면 한 해의 안녕을 빌었다. 조선 후기 시인 조수삼이 ‘전주팔경’에서 노래한 연꽃과 물새, 놀잇배가 어우러진 ‘덕진채련’은 전주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다. 사람들은 세대를 이어 그곳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쌓아갔다. 누군가는 소풍을 갔고, 누군가는 데이트를 했으며, 누군가는 연꽃을 보러 갔다. 덕진공원은 어느 사이 전주 사람들이 같은 도시를 살아왔음을 기억하게 하는 공간이 되었다. 며칠 전, 전주 덕진공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섰다. 그런데 덕진공원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낯선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섰던 오래된 나무와 사잇길이 사라지고, 도서관이 된 연화정과 새로 놓인 돌다리, 정비된 덕진공원 풍경은 생경했다. 한편에 연못도 있고 산책로도 놓여 있었지만, 어느 도시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말끔한 광장으로 변한 그 공간은 더 이상 예전의 덕진공원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연못이 있었고, 연꽃이 있었고, 오래된 나무들이 있었고, 그 그늘 아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이 있었고, 그 풍경을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이 있었다. 덕진공원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전주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온 도시의 시간과 기억의 장소였다. 한 번 사라진 도시의 얼굴을 다시 만들기는 어렵다. 시간은 심거나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스스로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켜내는 일이야말로 오래된 도시가 스스로를 지키는 마지막 방법일지 모른다. 정비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잃은 것은 공원 하나가 아니다. 전주라는 도시가 오랜 시간 간직해온 얼굴이다. 이제 전주에는 우리가 기억해온 그 덕진공원이 없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6.16 17:59

[오목대] 떠나는 농촌, ‘바퀴 달린’ 정책

교실이 달리고, 점빵이 찾아온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농촌 정책에 다시 바퀴가 달리고 있다. 이동목욕차와 이동빨래방, 이동건강검진과 방문간호 등 복지·의료 분야에서 시작된 지자체의 ‘찾아가는 행정’이 이제는 교육과 문화, 생활서비스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주민이 행정서비스를 찾아오던 시대에서 행정이 주민의 일상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고창군은 지난 4월부터 농촌 마을을 찾아가는 이동식 점포인 ‘고창 동네점빵’을 운영하고 있다. 집 근처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이른바 ‘식품 사막화’ 지역을 직접 찾아가 식료품과 생필품을 판매하는 생활밀착형 정책이다. 잡다한 생필품을 싣고 시골 마을을 돌며 판매하는 ‘만물상 트럭’처럼 지역 내 농촌 마을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점포는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거리여서 버스를 이용해야 하지만 배차 간격이 너무 길고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또 김제시는 이동형 평생학습 공간인 ‘달리는 모두배움터’를 운영해 ‘적극 행정’ 우수 사례로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 대형 버스를 교육공간으로 개조해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예술·디지털·건강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18일부터 7월 말까지 50개 마을을 순회할 계획이다. 고창과 김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북지역 각 지자체가 주민을 찾아가는 다양한 정책으로 농촌의 생활서비스 공백을 메우고 있다. 정부도 사람이 떠나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중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를 확대해 최근 진안과 무주 등 전국 7개 군(郡)을 추가 선정했다. 이로써 전북은 기존 순창·장수에 이어 진안·무주까지 모두 4곳이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됐다. ‘식품 사막화’ 대응책인 이동점포를 비롯한 ‘바퀴 달린 정책’은 이제 일부 지자체의 실험을 넘어 농촌정책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아 다양한 형태로 확산될 것이다. 주민을 찾아가는 ‘적극행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주민들이 기본적인 생활서비스조차 이용하기 어려워진 오늘날의 농촌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일단 농촌지역에서 바퀴 달린 정책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변화다. 하지만 그만큼 농촌의 생활기반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직시해야 한다. 바퀴 달린 정책은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을 지키기 위해 당장 필요한 응급처방이다. 나아가 농촌 공동체 회복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 해법은 아니다. 농촌을 살리는 힘은 주민들이 불편 없이 일상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주 여건에서 나온다. 언젠가 행정의 바퀴가 멈춰도 주민의 삶은 멈추지 않는 마을.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농촌의 미래다. / 김종표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6.06.15 19:20

[오목대] 민주당 전대에서 누가 당 대표를

전북지방선거가 민주당 압승으로 끝났지만 오는 8.17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 대표로 뽑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차기 당 대표가 2년 앞으로 다가온 23대 총선 때 민주당 후보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8월 당 대표 선출 때는 이원택의원을 비롯 윤준병 이성윤 등이 앞장서서 정청래 후보를 도와 당선시켰고 안호영 박희승 등은 박찬대 후보를 밀어 비주류로 전락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운동권인 이원택 의원이 당시 도당위원장을 맡아 정 대표를 당 대표로 만들었는데 자신이 지사가 된 이후에도 계속 정 대표를 어게인 하고 있다. 이번 지사선거가 모처럼만에 경쟁이 치열했지만 워낙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가 높아 민주당 압승으로 끝났다. 심지어 도의원 25명과 기초의원중에는 경쟁자가 없어 또 무투표로 당선되는 일이 생겨났다. 상당수 도민들은 이런식으로 가는 게 온당하냐면서 현행 무투표 당선 방식을 개선,최소한 유권자의 찬반을 물어야 헌법에 나오는 참정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직접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민주당 지지가 고공행진을 거듭한 탓이 결정적이다. 지금 전북은 새만금사업을 비롯 지역발전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전북이 겪고 있는 3중고를 어떻게든 타파시켜야 겠다는 신념이 여러차레 확인 되었고 결국 대통령이 된 이후 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 현대차 그룹의 새만금 9조원 투자를 이끌어 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 젠슨 황이 새만금에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기로 발표, 30년간 도민들에게 희망고문이 되었던 새만금개발이 날개를 달았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민에 우군이지만 그가 보여준 전북개발정책을 보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전북 친화적인 대통령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전북에 대한 발전 전략이 계속 이어지고 당청간 소통이 잘되도록 할려면 당 대표 선출을 잘 해야 한다. 이 대통령 취임 1주년 동안에도 정청래 당 대표가 이끄는 당이 정부를 제때 원활하게 돕지 않아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기도 했다. 앞에서는 돕는 척 하면서 뒤돌아서서는 발목을 잡았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대통령제하에서 태양이 두개가 될 수 없듯이 민주당은 집권여당인 만큼 대통령이 이끈 국민주권정부가 민생문제를 비롯 외교 안보 국방 등에서 국익을 증진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이번 민주당 전대에서 현 정청래 대표가 유임되느냐 아니면 친명주자인 김민석총리 또는 6선으로 비주류인 송영길 전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전북발전이 갈릴 전망이다. 친명들은 서울시장선거에서 져 민주당이 이기고도 진 선거라고 정 대표의 퇴진론을 강하게 주장, 그 결말이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현 전남북 지사 2명이 정 대표가 공천작업을 불공정하게 했다는 이유로 날선 대립각을 세운 것이 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6.06.14 17:53

[오목대] 코끼리 새만금, 흰 코끼리 새만금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당선된 박지원 의원(군산·김제·부안을)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 첫 등원 인사에서 “새만금은 ‘흰 코끼리’(White Elephant) 같아도 방치해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새만금을 애물단지를 뜻하는 ‘흰 코끼리’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1991년 착공 이후 35년 동안 전북 도민들을 희망고문해 온 새만금을 지역구로 두게 된 박 의원의 국회 입성 첫 절규였다. 코끼리는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고대 동남아시아에서 왕권과 지혜의 상징이었다. 전쟁과 왕권, 군주의 위용을 상징하는 군사·권력 도구인 동시에 지혜, 덕, 힘을 느끼게 하는 ‘특별한 동물’로 숭배받았다. 코끼리만큼 거대한 생명력, 육체적 위용, 그리고 왕권·군사·국가 상징과 결합된 동물은 없었다. 코끼리 가운데 ‘흰 코끼리’가 신성시 된 것은 마야 부인의 태몽 때문이다. 여섯 개의 상아가 달린 흰 코끼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마야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꿈을 꾼 뒤 석가모니를 잉태했다는 설화와 함께 흰 코끼리는 부처의 탄생과 연결돼 희귀성과 상징성이 종교·정치적으로 극대화되었다. 왕의 권력과 국가 번영의 상징이었던 흰 코끼리가 ‘애물단지’가 된 것은 왕권 강화와 유지를 위한 정치적 책략에서 비롯됐다. 왕은 자신의 눈 밖에 난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선물했고, ‘신성한 흰 코끼리’를 왕의 하사품으로 받은 신하는 매일 엄청난 양의 먹이를 주며 호화롭게 돌보다 결국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 ‘흰 코끼리'를 등장시켜 새만금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사실 새만금은 35년 동안 선거때 마다 정권의 득표 전략으로 활용돼 왔다. 지지부진한 새만금에 대한 기대는 도민들에게 정신적 고통으로 다가왔고, 희망고문을 하는 거대한 애물단지가 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재명 정부 들어 새만금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열린 제24회 국무회의 겸 제11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새만금을 각별히 챙겼다.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새만금을 앞으로 또 20년, 50년 후를 기약하는 것은 국민과 지역 주민들에게 ‘희망고문’을 하는 것이다. 이제는 안된다. 실현 가능한 범위를 명확하게 한정하고, 예산과 자원을 집중 투자해 빠르게 실천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조금 기다려보면 의외의 성과들이 꽤 날 것이다. 지금도 가시적인 결과들이 드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새만금에 대한 집중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새만금에는 현대차그룹이 9조 원의 투자를 약속했고, 세계 최고의 AI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30년 동안 탈색돼 흰 코끼리가 된 새만금이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코끼리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전북은 물론 국가 번영의 상징으로 자리잡길 기대해본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6.06.11 18:21

[오목대] 가우디와 전북건축의 정수

‘신의 건축가’로 불리는 스페인의 거장 안토니오 가우디의 타계 100주기를 맞아 10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중앙탑 준공 및 추모 미사가 거행됐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45년째 건설 중인 미완의 대성당이다. 해마다 무려 490만명의 유료 입장객이 찾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지난해의 경우 한국인 관람객이 약 24만 명으로 4.9%나 된다. 바르셀로나 하면 한국인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지명이 있으니 바르셀로나 올림픽때 마라톤 황영조가 달렸던 몬주익 언덕이 바로 그것이다. 스페인이 올림픽 유치를 했을때 수도인 마드리드가 아닌 바르셀로나로 한 것은 당시 IOC 위원장이었던 사마란치의 고향이 그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우디 타계 100주년을 맞은 것과 전북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견해가 다를 수 있으나 전문가들은 몇가지 사례를 제시한다. 전주 전동성당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순교의 땅 위에 세운 성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동성당은 호남 첫 순교자인 윤지충·권상연의 순교지 위에 세워졌고,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역시 세속화되는 도시 속에서 시민들의 성금과 참회를 바탕으로 세워진 ‘속죄 성당’이라고 할 수 있다. 전동성당의 아름다운 로마네스크·비잔틴풍 돔과 아치형 창문이 주는 부드러운 공간감은 자연의 곡선을 건축으로 승화시키려 했던 가우디의 아치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한다. 완주 화암사 극락전과 가우디의 생체모방학은 자연에서 찾은 구조라는 공통점이 있다. 가우디 건축의 핵심은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며 나무, 뼈, 곤충 등 자연의 구조를 건축에 대입한 생체모방학에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의 기둥들은 거대한 숲의 나무가 가지를 뻗은 모양을 형상화하지 않았던가. 완주 화암사 극락전의 하앙 구조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처마를 버텨냈는데 이는 장식적 기교가 아니라 기후와 중력을 이겨내기 위해 고안된 가장 ‘자연스럽고 과학적인 구조체’로 볼 수 있다. 남원 광한루의 정원과 구엘 공원은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이상향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우디가 설계한 ‘구엘 공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도록 기획된 ‘전원도시’ 모델이다. 남원 광한루원은 조선 시대 사람들이 생각한 우주와 자연의 이상향을 땅 위에 구현한 정원으로 볼 수 있다. 가우디 작품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난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타개 100주년 기념행사도 거창하게 열리고 있다. 이제 국내에서도 ‘안토니오 가우디 건축전’ 등이 열려 마요르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실물과 구엘 공원의 모형, 도면 등 대규모 파트가 선보일 것 같다. 지역 건축계와 문화계에 큰 영감을 줄게 분명하다.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맞는 한국인, 그중에서도 전북인들의 소회는 남다르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6.10 17:09

[오목대] 젠슨 황이 새만금에 안긴 과제

새만금은 당초 땅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목표는 바다를 메워 새로운 땅를 만드는 것, 식량 생산 기반을 넓히고 국토를 확장하겠다는 국가적 구상이 그 출발이었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새만금이 품어야 할 미래도 함께 달라졌다. 농업을 이야기하고 환황해권 물류 중심지를 꿈꾸었으며 국제도시와 재생에너지의 메카가 되기도 했다. 새만금은 바다를 메워 만든 땅이지만, 결국 그 땅을 채워온 것은 시대마다 품어온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었다. 그러나 그 상상력은 늘 순탄치 않았다. 새만금은 수십 년을 내다보고 설계해야 할 공간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발의 방향은 흔들렸고, 선거 때마다 새로운 구호가 덧씌워졌다. 상상력은 미래를 향할 때 힘을 얻지만, 정치의 도구가 되는 순간 생명력을 잃는다. 그리고 이제 새만금에 또 하나의 새로운 상상력이 찾아오고 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그 빈 땅 위에 그리는 새로운 지도, AI와 데이터의 거점이 되는 상상력이다. 간척의 시대에서 AI 인프라의 시대로, 공장의 굴뚝에서 데이터센터로, 물류의 거점에서 지식과 상상력의 거점으로 변하는 새만금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반갑다.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새만금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계 최고의 AI 기업을 이끄는 젠슨 황이 새만금을 주목했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사건이다. 그래서 더 중요해지는 것이 있다. 미래산업은 공장이나 시설물 하나를 들여오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데이터센터 역시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여야 한다. 인재를 중심에 두고 실패를 자산으로 삼는 문화, 대학과 기업, 연구소가 연결되는 환경, 기술과 자본뿐 아니라 새로운 상상력이 모이는 공간이 함께 만들어질 때 비로소 미래산업은 뿌리내릴 수 있다. 이제 질문이 남는다. 새만금은 젠슨 황을 무엇으로 맞이할 것인가. 우리는 또 하나의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설계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인가. 명확해지는 것은 새만금이 젊은 인재가 머물 수 있는 도시,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도시, 행정이 허가를 내주는 기관을 넘어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는 도시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 하나만으로 지역의 미래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한 도시가 새로운 방향을 선택할 기회는 될 수 있다. 새만금은 오랫동안 땅을 넓혀왔다. 이제는 사람과 기술, 그리고 미래를 함께 설계하려는 상상력이 머무는 공간으로 자신을 넓혀야 할 시간이다. 어쩌면 젠슨 황이 새만금에 가져오는 가장 큰 선물도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새만금이라는 공간이 다시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일일지 모른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6.09 18:01

[오목대] 씁쓸한 싹쓸이

온통 파란색이다. 그야말로 싹쓸이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날, 전북 유권자들은 또다시 ‘선택’이 아닌 ‘확인’을 했다. 결과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딘지 씁쓸함이 남는다.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이 텃밭 전북에서 압승했다.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일었지만 그뿐이었다.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전북 정치의 공식은 이번에도 견고했다. 인물론도, 정책론도 소용 없었다. 오직 색깔만 통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우선돼야 할 교육감 선거조차 지역 정치색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유세복을 입고, ‘민주’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지역 정서에 편승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도지사를 비롯해 전북 14개 시·군 단체장을 석권했다. 전북도의원 선거는 더했다. 아예 경쟁이 사라졌다. 단독 출마로 무혈입성한 무투표 당선자가 역대 최다인 25명에 달했다.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지역구 의석 38석을 민주당이 독점한 가운데 약 3분의 2가 유권자의 선택도 받지 않은 인물로 채워진 것이다. 특히 익산과 완주·고창‧무주에서는 전원이 무투표 당선되며 도의원 선거 자체가 치러지지 않았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전북도민 모두의 승리’라고 했다. 그렇다면 도민들도 함께 샴페인을 터뜨려야 할까?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민주주의의 경고등이다. 민주주의는 다양성과 경쟁, 그리고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북도의원 선거에서는 과반수의 유권자들이 참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기형적 선거구도를 만들어낸 유권자들이 선택권을 스스로 제한한 셈이다. 이렇게 유권자들이 소중한 권리를 특정 정당에 사실상 위임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정치인들은 지역주민이 아닌 당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원팀 전북’을 핵심 구호로 내세웠다. 지역 발전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통합과 협력의 메시지로 포장됐지만, 그 이면에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견제와 균형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위험한 발상이 깔려 있다. 특히 눈앞의 승부에 매몰된 치열한 선거판에서의 ‘원팀’ 구호는 경쟁과 다양성을 부정하는 ‘일당 독점’의 또 다른 외침이자, 비판과 감시·견제를 거부하겠다는 ‘권력의 오만’으로 읽힐 수 있다. 과연 이런 장기간의 일당 체제가 그들의 주장대로 전북 발전의 ‘필요조건’인지는 지금의 전북 현실이 역설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특정 정당에 일편단심이었지만 여전히 소외와 낙후를 호소하며, 지역발전을 갈망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전북도민들은 지금의 왜곡된 선거구도가 언제까지 지속돼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역발전과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냉철하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 김종표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6.06.08 18:27

[오목대] 막 오른 민주당 전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더 견고해진 게 다시 입증되었다. 6.3 전북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지사를 비롯 2명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14개 시군 단체장, 도의원,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압승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관영 현 지사의 돌풍이 어느정도 예상됐으나 결국 민주당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9번째 선거에서 김 지사의 무소속 돌풍이 일어날 뻔 했지만 오히려 그게 막판에 민주당 결집현상을 만들었다. 여론조사 공표기일전까지 엎치락 뒤치락했던 지사 선거가 민주당 승리로 끝난 것은 민주당 지지층이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개딸 등을 중심으로 모두 투표장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수행과 모처럼만에 불기 시작한 전북발전 기회를 살려 나가려면 힘 있는 이원택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면서 표심을 자극했다. 이처럼 선거 초반부터 김 후보가 이 후보를 위협한 것은 상당수 김 후보 지지자들이 정청래 대표가 공정하게 공천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목소리를 키운 탓이 컸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중잣대와 공정성 논란에 가타부타 않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막판에 민주당 후보들이 중심이 돼서 조직을 풀가동, 그래도 민주당 후보를 찍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강한 결집을 보였다. 문제는 무소속 김 후보가 자신을 민주당에서 제명시킨 정청래 대표와의 각을 세우며 끝까지 결사 항전, 40%대를 득표한 게 8월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 한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주목된다. 정 대표는 12개 광역단체를 장악했지만 서울에서 오세훈 국힘 후보 한테 패배해 결국 이기고도 진 선거가 되면서 당 대표 책임론이 경쟁자들 사이에서 불거졌다. 김민석 총리가 당으로 돌아와 8월 당 대표로 나설 것이 확실하고 여기에 송영길 전 당대표도 인천에서 승리해 6선이 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이미 김 총리는 호남표를 의식, 익산으로 이사와서 둥지를 튼 상태이고 전남 고흥 출신인 송 전 대표도 일찍부터 조직을 추스려 당 대표 선거 채비를 해왔다.특히 김 지사가 반청 라인을 구축하면서 오는 8월 전당대회 때 본인이 이번에 얻은 표심을 갖고 당심을 파고 들어갈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공천에서 탈락한 반청의 김영록 전남지사도 정 대표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혀 의외로 폭발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 국회의원들도 6.3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8월 전대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가 달라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각 계파별로 이합집산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명심이 어디로 쏠리느냐가 관건일 수 있다. 집권 2년차로 접어든 이재명 정권이 서울시장을 탈환 못한게 뼈아픈 교훈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6.06.07 19:29

[오목대] ‘원팀 전북’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원팀 전북’이 완성됐다.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도지사 후보와 14개 시군 단체장 후보 전원이 당선됐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고 나선 2명의 후보도 금배지를 달았다. 선거기간 내내 민주당 지도부와 후보들이 외친 ‘원팀 전북’ 호소에 도민들이 응답한 셈이다. 민주당의 ‘원팀 전북’ 선거 캠페인은 무소속 후보 견제를 위한 구호였다. 특히 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무소속 김관영 후보간에 치열하게 전개된 도지사 선거의 ‘무소속 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물론 타 지역 국회의원까지 전북 선거 현장을 찾아 대통령과 도지사, 국회의원, 시장·군수의 ‘민주당 원팀’ 필요성을 강조했고 결국 민주당의 전북지역 단체장 싹쓸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6.3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이 광역 및 기초단체장을 싹쓸이 한 지역은 전북과 대구, 대전 3곳 뿐이다. 전북은 도지사와 시장·군수 14명 등 단체장 15명 전원을 민주당이 석권했다. 대구는 시장과 9명의 구청장 자리 모두를 국민의힘이 차지했고, 대전은 시장과 구청장 5명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서울은 시장을 당선시킨 국민의힘이 25개 구청장 자리 가운데 8곳을 차지했고, 민주당은 절반을 훌쩍 넘는 17곳에서 승리했다. 부산은 민주당 시장이 당선됐지만 16개 구청장 자리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8곳씩 사이좋게 나눠가졌고, 민주당 시장을 배출한 울산은 구청장 5명 가운데 민주당이 2명, 국민의힘이 3명의 당선자를 냈다. 역시 민주당 시장이 당선된 인천은 11명의 구청장 가운데 8명은 민주당, 3명은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남광주와 국민의힘이 승리한 경북과 경남에서도 단체장 싹쓸이는 없었다. 경기도는 30개 시군 가운데 민주당이 18곳, 국민의힘이 12곳에서 승리했고, 강원은 18개 시군 가운데 민주당이 11곳, 국민의힘이 7곳에서 승리했다. 충북은 11개 시군중 민주당이 6곳, 국민의힘이 5곳을 차지했고, 충남은 15개 시군중 민주당이 5곳, 국민의힘이 10곳을 차지했다. 전남광주는 27개 시군과 자치구 가운데 민주당이 22곳, 무소속이 3곳, 조국혁신당이 2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경북은 22개 시군 가운데 국민의힘이 18곳, 무소속이 4곳에서 승리했고, 경남은 18개 시군 가운데 국민의힘이 10곳, 민주당이 4곳, 무소속이 4곳에서 승리했다. 전북과 대구, 대전에서의 단체장 싹쓸이가 민선 9기에서 어떤 성과와 보상으로 돌아올 지 주목된다. 민주당의 ‘원팀 전북’ 구호에 대한 도민들의 화답에는 과거 선거때마다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이재명 정부에서의 ‘특별한 전북’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다. 전북 도민들이 완성해준 ‘원팀 전북’에 민주당이 답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6.06.04 18:21

[오목대] 지방선거와 동학의 후예 전북

유권자 한 명의 투표가 갖는 경제적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계량화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지만 유권자 한 사람이 던진 표 하나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예산 배분과 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가 한 사람당 어느 정도 가치로 환산되는가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추산되곤 한다. 선거철마다 선거 관련 기관이나 단체 등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이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여 발표하곤 하는데, 계산 방식에 따라 금액이 크게 좌우된다. 가장 널리 쓰이는 계산법은 해당 선거로 선출된 임기 동안 다루게 될 총 예산을 전체 유권자 수로 나누는 것이다. 임기 4년의 단체장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의 경우 지역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2,000만 원 ~ 3,000만 원 가량 된다고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본다고 해도 내가 찍는 행위 자체가 수천만 원짜리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몇백만원짜리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하나만 구입하더라도 이모저모로 따져보고 고민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투표를 그냥 쉽게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약 150만 명 가량되는 전북의 유권자들은 투표를 했든, 기권을 했든 어쨋든 1인당 수천만원짜리 계약서에 서명한 셈이다. 30년 넘게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사실 전북도민들은 실질적인 선택권이 없이 그저 추인하는 절차를 밟았으나 이번엔 확실한 선택권을 행사했다. 전북지역의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 가치는 단순히 금액의 크기를 넘어 정치적, 사회적 파장이 컸던것 같다. 선거는 끝났고 지역의 발전,특히 지역경제의 향후 진로가 이제 매우 중대한 기로에 섰다. 새만금 개발, 전북 내 정주 여건 개선, 기업 유치 등 지역의 생존이 걸린 자금 배분을 어떤 식으로 하는게 좋을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치열하게 토론이 이뤄졌고, 상당 부분 공감대가 수렴됐다고 봐야 한다. 막대한 전북 교육 예산은 청소년 교육 복지, 학교 시설 개선, 농어촌 유학 프로그램 등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핵심 재원으로 쓰일 거다. 그런데 이번 선거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바로 동학의 후예라는 단어였다. 그만큼 전북인은 자존심과 결기를 가졌다는 것을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보여준 것 같다. 후보들은 저마다 전북의 자존심을 지키고, 지역민들이 제대로 대접받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근 “상식과 신뢰의 회복을 위해 손잡고, 국민 주권 민주주의를 위해 힘을 모을 때 우리는 모두 동학농민군의 후예들”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단순히 동학의 땅에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도민 한사람, 한사람이 깨어 있어야만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다. 당선자들이 이제 해야할 일은 도민 한사람, 한사람을 하늘처럼 모시면서 앞날을 개척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는 도민들이 지역문제를 더 관심있게 지켜보고 항상 깨어있어야만 이뤄질 수 있다. 지방선거를 마무리하면서 드는 단상이다. 위병기 이사 전략기획실장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6.03 22:24

[오목대] 조급한 표심, 두 개의 시간

마침내 유권자의 시간, 선택의 시간이다. 아니, 그 시간의 절반은 벌써 지나갔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나게 될 민심의 상당 부분은 이미 투표함에 담겼다. 총 13일에 불과한 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조급한 표심이 먼저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29~30일 이틀 동안 실시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은 23.51%로 집계됐다. 지방선거만 놓고 따지면 역대 최고치다. 전북은 35.05%로 전국 17개 시·도 중 전남(38.9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시·군별로는 전국 최고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순창(62.31%)을 비롯해 고창(53.16%), 진안(52.33%), 장수(51.73%) 등 4곳에서 지역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사전투표를 통해 일찌감치 권리행사를 마쳤다. 또 전주와 익산·군산·완주를 제외한 전북 10개 시·군에서 사전투표율이 40%를 훌쩍 넘었다. 최종 투표율을 감안하면 이들 시·군에서는 이미 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선거 당일 투표에 참여하는 인원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전북에서 도지사 선거를 놓고 민심이 요동치면서 투표 열기가 높아졌다. 여기에 전북교육감 선거마저 안갯속 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투표율 상승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선거기간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면서 마음이 급해진 각 후보 진영에서도 고정 지지층을 서둘러 투표장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사전투표는 선거일에 투표하기 어려운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고,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부터 전면 시행됐다. 최근 각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 그렇다면 이런 사전투표가 지금 참여민주주의 확대라는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을까?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줄여 유권자의 편의성과 투표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선거 당일보다 사전투표일에 투표하는 유권자가 더 많아져버린 현실은 제도의 본래 취지와 목적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 이런 상황이 과연 제도 도입 당시 의도했던 모습인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선택의 시간이 나뉘었다. 사전투표는 초반부터 지지 후보를 정해놓고 막판 변수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고정 지지층이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본투표에는 막판까지 후보와 정책을 비교하며 선택을 미루는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서 사전투표가 확신의 투표라면, 본투표는 숙고의 투표에 가깝다. 이제 유권자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 시간이다. ‘묻지마 지지표’의 대다수는 이미 투표함에 담겨 봉인됐을 것이다. 혼전을 거듭한 이번 선거, 지역의 미래는 결국 본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에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3일 투표장에 꼭 가야하는 이유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6.06.01 18:40

[오목대] 들불처럼 타오른 성난 전북민심

전북지사 선거가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면서 막판까지 두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지사 선거가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지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하자 상당수 도민이 들불처럼 일어나 그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여론조사 공표 금지일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반면 공표 마지막날 갤럽 여론조사는 이원택 후보가 앞서 예측 불허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 안방인 전북에서 무소속 김 후보가 선전한 이유는 정청래 대표가 김 지사가 청년당원들에게 대리운전비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제명처분한 것이 결정타였다. 충분하게 소명할 기회도 안 주고 12시간만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제명시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면서 유권자 결집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특히 정 대표는 이원택 의원이 정읍 고깃집에서 청년 당원을 모아 놓고 술값과 음식값을 대리지불토록 한 사건은 그 자리에 함께 했던 김슬지 도의원한테만 책임을 물어 꼬리자르기식으로 끝내고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기 때문이다. 상당수 도민은 정 대표가 밀어준 이 후보한테는 관대하고 지난 당 대표 선거 때 박찬대 의원을 밀어줬다는 김 후보한테는 제명이란 극약처방을 내린 게 공정과 형평성에 어긋난 조치라고 반발한다. 그간 각종 선거 때마다 도민들이 일방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번은 선거초반부터 당보다는 인물론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김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또 현직인 김 지사를 즉각 제명처분한 것은 정 대표가 자기 주머니 속 공깃돌을 가지고 놀듯 전북도민을 같잖게 보고 무시한 처사라면서 연일 정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면서 맹비난했다. 일부 도민들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는데 하물며 현역 지사한테 이중잣대를 적용, 단칼에 목을 벤 것은 도민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이라면서 당 지도부의 현실인식이 안일했다고 힐난했다. 정 대표에 대한 강한 저항 때문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 후보 지지가 전북 14개 시군으로 들불처럼 번져 무소속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조병갑 고부군수가 만석보를 설치해서 더 수세를 걷은 게 동학혁명의 도화선이 된 것처럼 이번 전북지사 선거도 김 지사를 제명처분한 게 무소속 바람을 불게 한 원인이 되었다. 정 대표가 급기야 전북민심을 헤아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꼬리를 내렸지만 이 후보 지지가 반등되지 않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전북을 방문해서 유세를 펼쳤지만 낡은 레코드판을 수차례 반복해서 튼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이 후보가 새만금에 200조 규모의 투자 유치를 하겠다는 공약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한병도 원내대표가 남원을 방문, 힘 있는 민주당 후보를 밀어주자고 말했지만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조승래 당 사무총장이 김 지사의 영구복당불허 방침을 밝힌 후 또다시 사전투표 직전에 김 지사가 당선되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하자 도민들이 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6.05.31 17:20

[오목대] 흔들리며 피는 꽃, 전북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해직교사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과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시인이 1994년 쓴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제목의 시다. 1980년대 전교조에 참여해 참교육을 외치다 해직당한 뒤 10년 가까이 해직교사로 지내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도종환 시인이 해직과 복직의 과정을 겪으며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다. ‘흔들림’(갈등, 불안, 시련)과 ‘젖음’(상처, 고통, 눈물)의 과정을 거쳐 성숙해지는 삶과 사랑을 묘사한 시로 잘 알려져 있다. ‘흔들리며 피는 꽃’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애송하는 시다. 정 대표는 지난 2013년 12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재경 금산향우회 송년의 밤 행사 축사에서 이 시를 처음 낭송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그에게 정치적 격변기나 위로가 필요한 시점마다 자신의 심경을 대변하는 단골 ‘정치적 텍스트’로 활용해 왔다. 정 대표는 지난 25일 정읍에서 열린 제6차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도 이 시를 낭송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새만금을 역대 정부에서 방치했다. 전북도민께서 느꼈을 상심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서 새만금에 현대차 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드디어 전북에도 실낱같은 희망이 빛으로 지금 비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꽃을 피운 김대중 대통령, 수많은 공격과 비난 그리고 윤석열 계엄군의 총칼로 죽임을 당할 뻔했지만 꽃을 피워낸 이재명 대통령 처럼 전북도 흔들리면서도 젖으면서도 끝내 꽃을 피우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들이다. 여야 구분없이 선거때마다 새만금을 꺼내들며 표를 달라고 호소한 기억이 생생하다. 물론 과거의 민주당도 예외일 수 없다. 정치권에 전북은 ‘새만금’이란 단어 이외에는 잘 기억나는게 없는지도 모른다. 제9회 지방선거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부터 역대 어느 선거보다 전북에 많은 갈등과 상처를 남겼다. ‘과정보다 결과만 중요하다’는 잘못된 정치행태가 많은 도민들에게 불신과 혐오를 심었다. 6월 3일은 전북 도민, 유권자들이 선택한 ‘흔들리며 피는 꽃’의 주인공이 결정된다. 경선과 본선거 과정에서의 흔들림과 젖음을 딛고 일어설 전북의 미래가 도민들의 손에 달려있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6.05.28 18:14

[오목대] ‘충청도 핫바지’와 ‘전북 핫바지’

‘핫바지’는 솜을 두어 지은 두툼한 바지를 가르킨다. 옛날에 시골 사람들이 방한용으로 흔히 입던 옷인데, 솜이 들어가 두루뭉술하고 헐렁하다 보니 입었을 때 맵시가 나지 않고 둔해 보였다. 비유적 표현으로 핫바지는 ‘아무나 쉽게 다룰 수 있는 만만한 사람’ 쯤으로 해석된다. 핫바지의 대명사는 바로 ‘충청도 핫바지’. 3김시대를 주도하던 김종필씨(JP)가 맨 처음 ‘충청도 핫바지론’을 들고 나왔다. 1995년 치러진 제1회 지방선거를 앞둔 때였다. 민자당을 탈당하고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충청도민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이 화두를 던졌다. “타 지역 사람들이 우리 충청도 사람들을 ‘핫바지’라고 부릅니다.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군소리 없이 입 다물고 있는 만만한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충청도가 정말 핫바지입니까?” JP의 이 한마디가 충청도인들의 자존심을 크게 자극했다. 가뜩이나 제대로 사람대접 받지 못한다며 부아가 잔뜩 나 있던 충청도인들을 자극했음은 물론이다. 결과적으로 자민련이 충청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가히 정치 9단인 JP가 핵심을 파고드는 화두를 던져 노련하게 외곽을 때린 대표적 사례다. 사실 호남 안에서도 전북 도민들이 느끼는 독특한 소외감이 투영될 때가 있다. 흔히 ‘호남’이라고 하나로 묶여서 불리지만, 정작 굵직한 인프라 투자 등은 광주·전남 위주로 돌아가고 전북은 뒷전으로 밀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왕왕 “우리가 광주·전남의 들러리냐, 전북이 핫바지냐” 하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정가에서 ‘전북 핫바지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왜일까.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심각한 공정성 시비와 이로 인한 도민들의 집단적 소외감·배신감 때문이라는게 중론이다. 일련의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공당의 모습이 유권자들을 지나치게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거다. 일부 도민들 사이에서 “중앙당이 어차피 결론을 정해놓고 판을 짜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이 생겨나게 됐고, 중앙당이나 후보들이 유권자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당심(黨心) 잡기’나 ‘줄대기정치’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은 폭발직전이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맹목적으로 표를 주니까 절차적 공정성은 팽개치는 게 바로 전북을 핫바지로 취급하는 증거”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중앙정부로부터 대형 국책사업을 뺏기는 등 결정적 시기마다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전북 정치권의 무력함이, 이번 민주당 경선의 난맥상과 겹치면서 재확인됐다. 이는 결국 전북만 늘 찬밥 신세에 핫바지 처지라는 자조 섞인 비판으로 이어지게 됐다. 전북 도민들이 받은 집단적 자존심의 상처가 곪아 터지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위병기 이사· 전략기획실장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5.27 17:46

[오목대] 스타벅스와 공공의 선택

지난주 연휴 사이 카톡 선물함에 잠자고 있던 커피 쿠폰을 모두 환불 처리했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에 대한 개인적인 항의였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을 둘러싼 논란의 여파가 거세다. 기업주의 사과와 진상조사 발표가 있었지만, 불매운동과 상품권 환불, 고소·고발 등의 반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여기에 하필이면 세월호 참사일인 4월 16일, ‘세이렌’을 내세운 광고 논란까지 겹치며 비판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들까지 오랜 시간 스타벅스 상품권을 관행처럼 대량 구매해왔다는 사실이다. 돌아보면 낯선 일도 아니다. 행사 답례나 직원 포상, 감사와 축하의 마음까지 모바일 쿠폰 하나로 전달되는 시대에 스타벅스 상품권은 어느 사이엔가 가장 무난한 선물이 되었다. 불편이 적고 사용이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일상의 소비문화를 사실상 ‘표준’처럼 장악한 것이다. 문제는 그 선택이 단순히 개인 소비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알고 보니 지역상권 보호와 소상공인 지원을 내세워왔던 공공 역시 가장 익숙하고 안전한 선택으로 스타벅스를 소비해왔다. 지역경제를 말하면서도 실제 소비는 거대 프랜차이즈와 플랫폼으로 집중됐던 셈이다. 물론 스타벅스의 성공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이었고, 기업은 그 흐름 속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의 선택까지 반드시 같은 방향이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공공은 늘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를 앞세워 왔다. 그러나 가장 일상적인 소비의 순간에 선택한 것은 지역의 작은 카페가 아니라 대기업 프랜차이즈였다. 사실 이런 결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신세계 체제의 스타벅스코리아는 저돌적으로 도시의 구석구석을 공략했다. 거리와 상권을 가리지 않고 연이어 들어서는 스타벅스로 인해 동네마다 개성 있는 카페와 작은 상점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 속으로 내몰렸고, 소비는 점점 더 거대한 브랜드와 플랫폼에 집중됐다. 골목 경제는 보호의 대상이었지만 소비의 대상은 아니었다. 이번 스타벅스 논란이 단순한 마케팅 실패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공은 과연 누구의 생태계를 키워왔는가. 지역경제와 소상공인을 말하면서도 정작 소비와 예산의 흐름은 거대 자본의 생태계를 더욱 확장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상황이 이러하니 스타벅스의 ‘오만해진 오늘’을 키운 것은 우리 사회인지 모른다. 지역경제는 구호가 아니라 예산과 정책,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의 소비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니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한 불매운동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경제와 어떤 지역의 풍경을 지지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5.26 18:43

[오목대] 줄서기와 세 과시, ‘지지 선언’ 경쟁

‘선거판에 끼어들어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바짝 다가오면서 지역사회 각 단체들이 잇따라 선거판에 뛰어들고 있다. 후보 지지 선언을 통해서다. 선거 막바지, 접전을 벌이는 후보에게는 한 표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럴 때 뭉치표를 흔들며 애써 조직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단체와 막판 여론몰이가 필요한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전북에서도 팽팽한 양자대결을 벌이고 있는 도지사·교육감 선거를 중심으로 지지 선언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학계와 문화예술계, 의료계, 종교계, 여성계, 각종 시민·직능단체까지 앞다퉈 마이크를 잡는다. 어느 단체가 어느 후보 편에 섰는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교육 관련 단체뿐 아니라 노동단체, 지역 주민, 대학 동문회,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지역 중소기업까지 경쟁적으로 이름을 내걸고 있다. 선거 때마다 정체성을 내려놓고 아예 ‘정치 조직’으로 변신하는 단체도 있다. 이들의 지지 선언문은 특정 후보를 추켜세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상대 후보를 겨냥한 비판과 사퇴 요구에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지보다 비난과 공격이 앞서는 양상이다. 후보의 입맛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된 메시지라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단체의 공개 선언이 진영 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사실상 후보 측의 조직 동원 경쟁이 되고 있다. 문제는 효과다.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 각 단체의 공개 발언이 순수한 민심의 표현인지,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인지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조직형 공개 선언’에 유권자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해당 단체의 ‘정치적 줄서기’이자 후보 측의 조직력 과시·여론몰이로 읽히기 때문이다. 단체 내부의 문제도 있다.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몇몇이 밀어붙여 성사된 공개 선언이 내부 갈등을 불러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어느 쪽이 먼저 손을 내밀었든 양측 모두 정치적 이해득실을 철저히 따졌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이런 경쟁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보다 오히려 냉소를 키우는 이유다. 여러 단체의 이런 의도된 행동이 선거 이후 해당 지자체 또는 교육청의 불합리한 결정, 이른바 봐주기식 처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줄서기식 지지 선언 경쟁은 선거를 정책 대결이 아닌 조직 동원 경쟁으로 왜곡시킨다. 이는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을 방해하고, 선거를 더 혼탁하게 만들 뿐이다. 지금은 속이 뻔히 보이는 선언이 아니라, 각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냉정하게 검증하고 비교해야 할 때다. 정말 지지하는 후보가 있다면 각자의 판단으로 조용히 선택하면 될 일이다. 굳이 대중을 향해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영혼 없는 목소리, 계산된 호소에 흔들릴 유권자는 없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6.05.25 18:50

[오목대] ‘모두의 대통령’ 이재명

지난 대선에서 49.42%의 득표율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60% 초중반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여야의 정치적 공방 속에 지지율이 50%대 중후반으로 밀리기도 했지만 올해들어 다시 회복되면서 60% 후반의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견고한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와 정부 정책 추진과정에서의 강한 리더십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직후 ‘인사 리스크’로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지만 이재명 정부는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는 국정 운영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 40% 중후반의 민주당 지지율을 크게 웃도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영남과 호남, 정당을 차별하지 않고 오직 민생과 실용을 기준으로 국정을 운영해온 결과다. 민주당 당적을 가졌지만, 취임 이후 정파를 초월한 ‘모두의 대통령’을 표방하며 성과와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 리더십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 있는 인재와는 파격적으로 손 잡는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왔다. 경기 평택을 재보선에 출마한 민주당 김용남 후보를 영입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검사 출신인 김 후보는 과거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지내고 개혁신당 정책위의장까지 맡았던 보수 성향 인사다. 12·3 내란 후 지난해 5월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후보의 광주 유세 현장에 깜짝 등장해 공개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당에 전격 입당했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실리와 능력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재 영입이었다. 선거철 단골 메뉴인 ‘대통령 마케팅’은 2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6·3 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민주당 후보 만이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두의 대통령’을 지향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는 맞지 않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4일 국회 중앙홀에서 취임선서 뒤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세력만이 권력유지를 위해 국민을 편 가르고 혐오를 심는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천명했고, 실천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을 크게 웃도는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국민들이 이 대통령을 민주당 정치인을 넘어 5200만 국민을 위한 국정 운영 능력을 가진 지도자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념과 진영보다 성과와 실용을 기대하고 있다는 신호다. 6.3 지방선거는 전북의 미래를 성과와 실용으로 끌어나갈 능력있는 일꾼을 뽑는 축제다. 19만 민주당원이 아닌 172만 전북도민의 미래가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있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6.05.21 18:22

[오목대] 블랙홀된 전북지사 선거전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도지사, 교육감을 비롯, 전북지역 14명의 시장과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등 260명의 지역 일꾼을 뽑는다. 특히 이번에는 2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있기에 평범한 이들도 바로 주위 이웃사람이 출마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등록한 사람만 무려 451명이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와 관련해 이런저런 뒷얘기가 나돌기 마련이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다. 단 하나의 선거, 즉 도지사 선거전이 블랙홀이 되다시피 모든 이슈를 삼키고 있다. 평소 가장 이목을 끌기 마련인 시장군수 선거조차 관심권 밖으로 밀리는 느낌이며, 교육감이나 국회의원 보궐선거조차 묻히는 분위기여서 후보나 캠프측이 발을 동동 구를정도라고 한다.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가 시작된 이래 민주당 계열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 치열한 경합이 있었을뿐 제대로 된 본선이 없었던 전북에서 이처럼 본선이 뜨거운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전북지사 선거전은 대리비 지급, 식사비 대납의혹, 제명과 무소속 출마, 안호영 의원의 단식과 당 대표의 공정성 논란 등 메가톤급 이슈가 이어지면서 이젠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당에서 제명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관영 현 지사간의 팽팽한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선거 결과는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인 화두로 등장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세 속에서 무소속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중앙선관위 여론조사 결과 참조)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것은 그간 전북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민주당 계열의 전북지사 후보는 후보가 몇명이 나오든 득표율이 최소60%대, 많으면 80%대에 이르는게 상식이었다. 지난 8번의 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가장 격차가 적었던 것은 2006년 치러진 제4회 선거였다. 열린우리당 김완주 후보가 48.08%, 민주당 정균환 후보가 36. 53%를 얻으면서 그 격차가 11.55%에 불과했다.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여파로 민주당이 난파상태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정균환 후보의 득표율은 매우 놀라운 수치였음에 틀림없다. 어쨋든 선거다운 선거 한번이 없었던 전북에서 시장, 군수도 아닌 도지사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는 것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유권자 입장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유종근 전 지사가 재선하던 당시, 단독 후보로 나섰던게 전북의 실상이었다. 전북지사 선거전이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가 갖는 함의가 크다는 거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향후 지역정치권은 물론, 중앙당 풍향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거다. 단순한 추인 절차에 불과했던 전북지사 선거전이 적어도 이번 만큼은 도민 한사람, 한사람의 결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선거의 의미를 되찾는것 같다. 그래서 블랙홀은 꼭 나쁜게 아니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5.20 18:15

[오목대] 소녀상 앞의 바리케이드

서울시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싸고 있던 바리케이드가 철거됐다. 설치된 지 꼭 6년 만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2월, 서울시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놓인 조형물이 그 시작이다. 열서너 살,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로 살아야 했던 소녀들. 위안부 할머니의 꿈 많던 소녀 시절을 형상화한 소녀상은 전쟁과 폭력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했던 존재들을 기억하게 하는 상징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넘어, 전쟁과 성폭력, 여성 인권과 국가 폭력의 기억을 상징하는 존재가 된 소녀상 건립은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로 확산됐다. 그러나 어느 순간 소녀상은 기억의 상징을 넘어 역사 왜곡과 혐오가 충돌하는 공간이 되었다. 극우 성향 인사들과 단체들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모욕과 철거 요구 시위가 거세지면서 피해자를 기억하기 위해 세운 조형물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결국 2020년 6월, 극렬한 시위를 벌이는 극우 단체들의 위협과 훼손으로부터 소녀상을 보호하기 위한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소녀상이 차단벽 안에 놓인 풍경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실 피해자를 기억하는 일이 공공의 공간에서조차 보호되어야 하는 현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 우리는 피해자를 기억하는 공간 앞에 차단벽까지 세워야 했을까. 역사 왜곡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부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기억 자체를 지우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피해자의 증언을 의심하고, 고통을 조롱하며, 기억의 공간을 혐오의 대상으로 만드는 일 역시 그 연장선이다. 문제는 소녀상을 둘러싼 왜곡과 혐오가 더이상 역사 논쟁의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해자를 향한 극단적 언행 속에는 역사에 대한 다른 해석 이전에,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의 붕괴가 드러난다. 그렇다면 바리케이드가 철거된 지금은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낙관하기는 어렵다.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자의 기억을 조롱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것은 단지 역사 해석의 차이에만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의 고통과 증언을 부정하고 피해의 기억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역사는 더이상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일이 된다. 바리케이드는 철거됐다. 그러나 피해자의 기억 앞에 놓였던 혐오와 냉소의 장벽까지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가 걷어내야 할 것은 소녀상을 둘러싼 바리케이드만이 아니다. 역사적 고통 앞에서조차 타인의 존엄을 외면하게 하는 우리 안의 냉소와 혐오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5.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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