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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네거티브 선거와 피해 회복 비용

점입가경(漸入佳境). ‘갈수록 점점 재미 있어진다’는 긍정적 의미와 ‘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이라는 부정적 비유를 함께 담고 있는 말이다. 긍정적 의미의 표현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 스포츠 경기 등에서 주로 등장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감이나 긴장감이 고조될 때 사용된다. 반대로 부정적 비유는 정치나 사회 이슈에 등장한다. 선거나 사회 스캔들의 논란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치달을 때 풍자적으로 쓰인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등장한 ‘내란 방조’, ‘내란 동조’ 논란은 막장 선거의 점입가경이다. 오죽했으면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5일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내란 프레임’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성명까지 냈을까 싶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전북 도민은 편가르기가 아닌 책임 있는 정책 경쟁을 원한다. 정책과 실력, 비전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공정한 경선 관리 책임을 다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선거는 ‘축제와 전쟁’의 극단으로 표현된다. 중앙선관위는 선거를 시민이 즐겁게 참여하는 놀이·문화·이벤트처럼 만들면 민주주의가 건강해지는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선거는 축제다”는 공식 슬로건을 사용한다. 이에 반해 언론은 선거를 전략·전술이 총동원되는 전투에 비유해 “선거는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선거 보도에서 ‘격전지’, ‘총력전', ‘혈투’ 같은 단어를 사용해 비판받는다. 선거가 축제가 아닌 전쟁이 되면 분열과 갈등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주민들의 이익을 대표할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국가 간 싸움을 의미하는 전쟁으로 변하면 그 과정에서 유권자의 존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유권자는 선거에 나선 후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하는데 정작 후보는 자기의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나쁜 이야기를 먼저 한다. 상대방은 너무 잘 알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잘 모르는 정치인이다. “네거티브와 마타도어(흑색선전)는 비겁하고 야비한 구태정치입니다. 남이 잘못 돼 반사적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제가 더 잘해 시민의 인정을 받겠습니다. 경쟁자의 약점을 들추기 보다 보듬어 안아 함께 화합하는 통 큰 선거를 하겠습니다. 오직 정책과 비전, 실천적 고민으로 선거를 채우겠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국회의원(울산 남구갑)은 지난달 울산시장 선거 출마선언에서 ‘네거티브 선거’ 대신 ‘포지티브 선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의원은 “내용은 없고 조직만 만들어 선거에 나서는 구태정치 대신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선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분열과 혐오의 언어로 치러지는 네거티브 선거는 승패를 떠나 갈라진 민심을 치유하는데 필요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청구한다. “경쟁자의 약점을 들추기보다 울산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김 의원 같은 정치인이 더 많이 등장해 대한민국의 선거문화가 혁신됐으면 좋겠다.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6.03.05 18:44

[오목대] 설설 끓는 휴화산 ‘민주당 익산갑’

며칠 전 지역 정가에서 눈에 확 띄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지난 27일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투자협약식은 정의선 회장 등 현대차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행사에는 특히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와 주요 장관, 지역 국회의원, 시장 군수는 물론,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런데 유독 눈길을 끈 사람은 다름 아닌 익산갑 이춘석 의원이었다. 지난해 8월 본회의장에서 주식 차명거래를 하는 장면 하나가 국민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히면서 민주당을 탈당해야만 했고, 사실상 정치생명에 종지부를 찍은게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던 그였다. 만일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기에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현 정권하에서 탄탄대로를 걸었을 거다. 자본시장법·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까지 받는 이춘석 의원은 물론 익산에서 열리는 크고작은 행사에 가끔 얼굴을 보이기는 했으나 당분간 대중의 시야에서 좀 멀어지고, 조금은 잊혀지는 세월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통령 행사에 그가 등장한 것은 어쨋든 좀 의아하기는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지난 3일 안호영 의원과 정헌율 익산시장이 도지사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중앙선관위 참조) 1위 김관영, 2위 이원택, 3위 안호영, 4위 정헌율 등 크게 보면 1강, 2중, 1약 상황속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던 정 시장은 중도사퇴하는 것으로 마감했다. 그런데 항간에서는 오래전부터 정헌율 익산시장이 익산갑 지역위를 노린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춘석 의원이 탈당하면서 사실상 무주공산인 이곳에서 내후년 총선을 노린다는 것이다. 정 시장은 지난해 총선 출마설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저는 지방선거에 나갈 사람”이라면서 “여기저기 어중간한 태도로는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쉽게말해 도지사에 뜻이 있을뿐 차기 총선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거다. 하지만 지역정가에서는 “말이 그렇지 뜻이 그런거냐”고 반문했다. 도지사 출마는 차기 총선을 위한 몸불리기 차원이라는 거다. 실제로 차기 총선때 익산갑에는 고상진 익산발전연구원장, 김수흥 전 국회의원, 여운태 전 육군 참모차장, 이춘석 국회의원, 정헌율 익산시장 등이 자천타천 거론된다. 물론 현재 민주당 익산갑지역위원장은 송태규 전 원광중고 교장이나 그는 총선 출마 의지가 강하지는 않은 관리형이다. 그는 한병도 익산을 위원장의 복심이라는 말도 들린다. 당에서는 지역위원장으로 김수흥, 이춘석 계열이 아닌 전혀 제3의 인물을 일단 관리형으로 두고 있다는 얘기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익산시장은 물론, 익산갑 소속 도의원, 시의원 공천이 초미의 관심사인데 한병도, 이춘석, 김수흥, 정헌율 등 지역내 잠룡들중 과연 누가 자기 세력을 많이 심게될까. 이래저래 익산갑은 폭발 잠재력이 큰 휴화산임에 틀림이 없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6.03.04 18:53

[오목대]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사이

군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일용직 노동과 식당일로 4남매를 뒷바라지 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꿈을 접었다. 대신 선택한 길은 간호사였다. 부모님의 고생을 덜어드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대학을 포기하고 간호학원에 등록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건물 옥상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척추를 다치고 하반신은 마비됐다. 후유증은 컸다. 1년 반 동안 세 번의 수술과 고통스러운 재활 치료를 이겨냈지만 그는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됐다. 그의 나이 스무 살이었다. 장애인 핸드사이클과 노르딕스키 국가대표인 전북 출신 이도연 선수 이야기다. 그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다. 마흔여섯, 세 딸의 엄마였던 그의 도전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가 출전한 종목은 7개. 9일 동안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스키 좌식경기와 혼성계주 등 7차례 경기에 출전했던 그는 쉼 없이 달렸다. 그러나 메달은 없었다. 게다가 순위도 모두 10위권 밖이었지만 그는 이 대회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남긴 선수였다. 그가 달린 거리는 모두 53.63km, 시간으로는 4시간에 가깝다. 메달은 없었지만 모든 경기를 완주해낸 이도연의 도전과 의지는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건네는 인간 승리였다. 이도연은 본래 핸드 사이클 국가대표였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은메달과 인도네시아 아시안 패러게임 금메달이 그 결실이다. 한 종목을 정복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그는 다시 겨울 종목인 노르딕스키에 도전했다.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를 설원으로 이끌었다. 이도연의 도전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서는 메달 대신 기록보다 큰 의미를 갖는 완주를 남겼고, 2022 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는 핸드사이클 3관왕을 거머쥐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이도연의 이름을 다시 만났다. 지난 2월에 열린 전국 장애인 동계체육대회에서다. 전북 대표로 출전한 이도연은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4개 경기에서 모두 동메달을 땄다. 1972년생, 쉰넷의 나이로 20~30대 선수들과 겨루어 얻어낸 결실은 빛났다. 마침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패럴림픽이 개막했다. 한국 대표 선수단 명단에 그의 이름이 있을까 찾았으나 아쉽게도 보이지 않는다. 문득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그의 이름은 언제까지 기억될까 궁금해진다. 패럴림픽은 언제나 올림픽 뒤에 열린다. 그래서 관심도 박수도 늘 한 발 늦다. 그러나 그들의 시간은 결코 뒤에 있지 않다. 올해도 저마다의 고난과 역경을 견뎌낸 선수들이 또다시 메달을 향해 달릴 것이다. 그들의 도전은 곧 그들이 지켜낸 삶의 무게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순위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의 시간이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3.03 19:55

[오목대] 돈은 오는데 길이 끊긴다

미소는 지었지만 활짝 웃지 못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26일 장수군에서 ‘제1호 농어촌 기본소득 전달식’을 열었다.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통해 장수와 순창 등 전국 인구감소지역 10곳의 주민들에게 매달 1인당 1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2년간 지급하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정부 공모사업에 전국적 관심이 쏠렸고, 주민들의 기대도 컸다. 지난달 말 정부의 전달식과 함께 기다렸던 기본소득을 처음 수령한 장수군민들은 쉽게 웃을 수 없었다. 길이 끊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전북 동부권 산악지대인 무주와 진안‧장수군을 오가는 시외버스를 운행해 온 전북고속과 전북여객이 3월부터 이 지역 운행을 대폭 줄이겠다는 휴업계획서를 지난달 전북특별자치도에 제출했다. 이유는 역시 적자 누적이다. 앞길이 막막하다. 업체에서는 보조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미 적자분의 80~90%를 지원해 온 지자체에서 100% 손실보전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단 3월 초 파국은 막았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업체가 협의를 2주간 연장하기로 하면서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시간만 잠시 늦췄을 뿐이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업체 측과 조율해 운행 축소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수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때 대폭 감축된 농어촌 시외버스가 다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운행 횟수는 더 줄고, 배차 간격은 길어지고, 막차 시간은 한참이나 앞당겨질 것이다. 이동권은 우리 국민에게 당연히 보장된 사회적 기본권이다. 장애인단체처럼 투쟁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소도시 주민들이 부지불식간에 이동권을 빼앗기고 있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농어촌에서 대중교통은 이동 수단일 뿐 아니라 의료와 교육, 노인복지 등 공공서비스 전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 인프라다. 병원 진료시간에 맞춰 이웃 큰 도시로 나가는 유일한 길이고, 자녀가 학교를 오가는 통로이며, 장터를 잇는 생계선이다. 버스 운행 간격이 길어지거나 노선이 끊겨 시간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 익숙한 삶의 방식이 통째로 무너질 수 있다. 열악한 재정여건 속에서도 적자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지자체가 버스업체에 주는 재정지원금도 한계가 있다. 2월 말 첫 지급된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역을 떠나지 말라는 신호, 농어촌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통장에 찍힌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집을 나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권리,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함께 보장될 때 정책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돈은 도착했다. 그런데 위태롭던 길이 다시 끊어질 판이다. 인구감소 지역을 살리려면, 길부터 열어놓아야 한다. 지자체에 맡길 일이 아니다.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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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3.02 18:55

[오목대] SNS와 선거, ‘16세’의 엇갈린 시선

학생들에게 공부 이외에는 할 게 별로 없던 시절이 있었다. 고작 TV에서 중계되는 국제 축구경기와 고교야구 등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던 시절이었다. 1970년대 후반 전자오락실이 등장하면서 공부 이외에도 할 게 생겨나기 시작했고, 1980년대 초반부터 PC 대중화가 진행되면서 게임은 집안으로 들어왔다. 공부 이외에 할 게 많아진 것의 절정은 휴대폰의 등장이다. 손 안으로 모든 게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휴대폰은 이제 국민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 도구가 됐다. 전화는 물론 쇼핑, 금융, 업무 처리 등 생활 전반에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됐다. 특히 사회적 관계 형성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순기능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기술의 발전과 결합한 SNS의 역기능이 심화되면서 규제가 시작되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금지시켰다. 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캐나다·체코·덴마크·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14~16세 미만의 SNS 이용 금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미성년자 SNS 이용 차단 이유는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와 유해 콘텐츠 노출 때문이다. 온라인 중독과 무분별한 SNS 사용으로 인한 불안·우울증 증가, 사이버불링, 성범죄 유혹 등의 피해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판단 때문이다. 메르츠 독일 총리는 “청소년들이 하루 평균 5시간 반을 온라인에서 보내고 있다. 조작된 영상과 가짜뉴스가 SNS를 통해 확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지난 2024년 우리나라의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은 1187명으로 전년 대비 24.7% 급증했는데, 채팅앱(42.2%)과 SNS(38.7%) 경로가 대부분이었다. 오픈채팅에서 만난 초등학생에게 나이를 동갑이라고 속인 성인이 신체 사진을 요구한 뒤 협박한 사례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우리나라 중고생 3명 중 1명(36%)은 SNS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5명 중 1명은 불안·초조를 겪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SNS 사용 규제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지만,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따라 3월 1일부터 초·중·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청소년의 SNS 이용 관련 이슈가 세계적 관심사가 된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선거 연령을 현행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하향 조정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10대와 20대의 보수화 경향을 염두에 둔 ‘미래 세대 공략’ 차원의 제안이라는 해석과 함께, ‘교실의 정치화’를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학교가 선거판이 되어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고 학습 분위기가 저해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호주를 필두로 청소년의 SNS 이용 규제에 나선 나라들의 선거권 연령은 우리나라와 같은 만 18세다. SNS와 선거권 연령, 미래 세대인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무엇이 더 중요한 과제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6.02.26 19:43

[오목대] 새만금 웅비의 상징 ‘현대차그룹’

중국 로봇 선두주자인 유니트리(=위수커지)는 최근 고성능 네발 로봇을 공개하며 산업·재난 대응 분야 공략에 나섰다. 강아지처럼 민첩하게 뛰는 네발 로봇은 최대 15㎏ 짐을 싣고도 13㎞ 이상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재난 구조, 산악 수색 등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 활용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한발 앞선 우리나라는 소방관이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대형 화재 현장에 먼저 진입하는 ‘무인 소방로봇’이 활동 중이다. 지난 24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소방로봇 4대를 소방청에 기증했는데 소방청과 현대자동차 그룹이 공동 개발했다고 한다. 새로 개발된 ‘무인소방로봇’은 현대로템의 무인 차량인 ‘HR-셰르파(Sherpa)’에 화재 진압 기능을 더한 형태다. 가장 큰 특징은 소방관이 접근하기 힘든 고열과 짙은 연기 속에서도 투입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온, 유독가스, 붕괴의 위험이 있는 지하 터널 화재나 대형 공장, 물류 창고에서 진가를 발휘할 전망이다. 기증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자동차 회사로서, 제조업 기계를 만드는 회사로서 할 수 있는 걸 다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전북 출신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일단 3년 동안 50여 대를 투입하되 최종 100대까지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봇 한 대당 가격은 약 2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무인로봇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었던 것은 정의선 회장의 뚝심과 재난에 대한 관심 덕분이라고 한다. 실제로 정의선 회장은 “무인소방로봇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술을 집약한 장비로,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목표를 구현한 새로운 모빌리티”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때마침 현대차그룹이 새만금에 10조원대 투자 방침을 밝혀 비상한 관심을 끈다. 대기업이 새만금에 투자하는 첫 케이스다. 현대차가 인공지능(AI), 수소, 로봇 사업 육성에 나서기로 하면서 벌써부터 도민들은 “현대차가 새만금 웅비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장밋빛 희망을 갖는다. 오는 27일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협약식에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경영진이 총출동하며, 정부측 주요 인사와 도내 자치단체장 등도 대거 참석한다.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2030년까지 125조2,000억 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계획의 일환으로 새만금에 일단 10조 투자가 이뤄지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AI, 수소, 로봇 등이 새만금의 유력한 투자 분야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AI,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산업 등에 50조5,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새만금 투자도 이의 연장선에 있다는 거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이며 미래 핵심사업으로 로보틱스를 제시한 현대차그룹이 새만금에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을 조성하는 것도 꿈만은 아닌듯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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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2.25 19:43

[오목대] 사법의 시간, 유권자의 시간

2014년 3월, 브라질에서 대규모 반부패 조사가 시작됐다. 주 대상은 브라질 연방 정부와 국영기업, 작전명은 ‘세차 작전(Operation Car Wash)’이었다. ‘부패척결’을 내세운 정당한 법적 조치였지만, 대대적으로 진행된 이 수사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유가 있었다. 부패척결 수사의 집중적인 타깃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패 척결 수사의 표적이 된 사람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었다. 2002년부터 두 차례 연임으로 브라질을 이끌며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받았던 그는 대대적으로 펼쳐진 수사로 한순간에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추락했다. 뇌물수수 혐의였다. 실형을 선고받고 피선거권까지 박탈된 그의 정치생명은 끝난 듯 보였다. 그러나 2021년 3월, 브라질 대법원은 그의 모든 혐의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2022년 말 치러진 39대 대통령 선거에서 브라질 국민은 그를 다시 선택했다. 위기에 처했던 브라질 민주주의의 시간을 기록한 영화가 있다. 2019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감독 페트라 코스타)다.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와 국민적 지도자 룰라가 어떤 정치적 메커니즘 속에서 탄핵되고 몰락하는가를 추적한 이 영화는, 부패 척결을 내세운 수사가 어떻게 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오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세차작전’을 이끌었던 세르지우 모루 검사의 편향 논란, 이를 확대 재생산한 언론, 정치적 계산 속에서 증폭되는 갈등이 이어지는 장면들은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법의 정치화라는 풍경은 우리에게도 낯익다. 오늘의 한국 정치 역시 사법과 정치의 경계가 어디까지인가를 묻는 시간 위에 서 있지 않은가. 한 정치인의 몰락과 복귀는 그 사회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완벽해서 유지되는 체제가 아니라 위기를 견디며 지켜지는 체제다. 그러니 결국 남는 질문은 민주주의의 회복력이다. 룰라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청와대에서 공식 환영식을 열었다. 청와대로 복귀한 이후 국빈으로 맞은 첫 해외 정상이다. 정치적 탄압을 겪고도 다시 대통령이 된 룰라와 이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웃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그 장면은 한 정치인의 복권을 넘어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보여준다. 한때 사법의 심판대에 올랐던 정치인이 다시 선택되는 과정은, 정치의 시간이 법정의 시간과 같지 않음을 말해준다. 판결은 중요하다. 그러나 판결이 정치의 끝은 아니다. 사법의 판단이 곧 정치의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에서 최종 판단은 언제나 유권자의 시간 속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시간을 건너고 있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2.24 19:03

[오목대] 섬마을 학교의 기억, 고군산군도

뭍에 나가는 게 소망인 섬마을 작은 학교의 아이들이 서울 나들이를 꿈꾼다. 서울에서 온 젊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서울 수학여행을 계획하고, 학부모들을 끈질기게 설득한다. 우여곡절 끝에 자동차·기차는 물론 바퀴 달린 것은 구경조차 못 해본 섬 아이들이 별천지에 도착해 낯선 도시 속 현대문물을 접하면서 좌충우돌 웃지 못할 일들을 겪는다. 1969년 개봉한 유현목 감독의 영화 ‘수학여행’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경제개발시대, 현대문명과 단절된 낙도(落島)로 그려진 섬,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군산 선유도다. 인기 코미디언 고(故) 구봉서 씨가 주연을 맡아 선유도를 외딴섬의 대명사로 세상에 알린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선유도의 어머니’로 불린 당시 선유도초등학교 배처자 교장이다. 배 교장은 섬마을 아이들의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 인근 16개 섬 800여명 아이들의 서울여행을 성사시키고, 아이들의 체험담을 담은 여행기 ‘소라의 꿈’을 펴냈다. 그리고 이 책이 알려지면서 영화의 소재가 된 것이다. 영화 개봉 후 반세기를 훌쩍 넘긴 지금, 모든 게 달라졌다.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닐던 섬, 선유도(仙遊島)는 이제 낙도가 아니다. 2017년 새만금방조제에서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 등 4개 섬을 잇는 고군산군도 연결도로가 개통되면서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는 섬이 됐다. 여기에 올 상반기에는 말도~명도~방축도 등 고군산군도의 숨은 5개 섬을 연결하는 ‘고군산 섬잇길’이 완전 개통될 예정이어서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서울로의 수학여행은 없다. 이 섬에서 수학여행을 떠날 아이들이, 학교가 사라져버렸다. 영화에서 섬마을 학교를 대표했던 선유도초등학교는 2024년 문을 닫았다. 또 선유도초등학교와 한 울타리를 쓰면서 초·중 통합학교로 운영됐던 선유도중학교도 마지막으로 남은 학생 1명이 지난달 후배 없는 졸업식을 하면서 정식 폐교 절차(3월 1일자)를 앞두고 있다. 육지와 연결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정작 광복 직후부터 운영됐던 이 섬의 학교는 80년 만에 명맥이 완전히 끊어지게 됐다. 군산시 옥도면에 속한 고군산군도에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신시도·선유도·어청도·개야도초등학교 등 학교 7곳이 운영되거나 휴교상태로라도 남아있었지만 2024년 이후 모두 폐교되고, 이제 무녀도초등학교 한 곳만 남게 됐다. 그나마 이 학교도 학생수 10명 미만의 통폐합 대상 학교로 분류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섬마을 학교는 단순한 교육 공간이 아니었다. 세대와 세대가 만나는 공동체의 중심으로, 등대와 함께 섬을 지켜온 불빛이었다. 도로가 연결되면서 고군산군도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떠오른 섬, 무녀도에 마지막 불빛으로 홀로 남게 된 무녀도초등학교가 이 섬마을의 꺼지지 않는 빛으로 남아 반짝이기를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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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2.23 19:09

[오목대] 조각배 신세가 될 전북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규모가 안 나왔지만 광역시 지원규모로 볼때 상당액의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청주 청원이 통합했을 때보다 더 많은 지원규모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번째 추진하는 완주 전주 통합은 시간이 촉박하지만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이다. 별의 순간을 붙잡아 지역발전을 새롭게 모색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살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완주군 의원들이 주민들과 결사적으로 반대하지만 그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민대표인 군의원은 현재 보다는 미래를 바라다보면서 뭣이 올바른 길인가를 따라야 한다. 6.3 지방선거 때 통합시장을 선출할려면 완주군의회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군수 자리 없어질 것을 염려해 통합을 못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지금은 AI가 세상을 선도하는 세상이라서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판단해야 한다. 그간 반대해온 안호영 국회의원이 통합해야 한다고 천명했기 때문에 완주군 의회도 그 뜻을 존중해서 따라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서로 엇박자를 낸다면 통합이 마지막 단계에서 성사되지 못하고 물건너 가게 될 것이다. 85% 이상이 찬성했던 전주시민들도 그 이상 통합을 반기는 분위기다. 시내 곳곳에 통합해야 한다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특히 안 의원이 통합 쪽으로 스탠스를 취한 것에 박수를 보냈다. 지금 찬성측은 민주당이 통합을 당론으로 채택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 만큼 통합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동영 이성윤 김윤덕 의원과 찬성측이 통합시장을 완주출신 한테 준다는 것을 명기해서 보장해줘야 한다. 특히 법 개정을 통해 완주를 자치구로 운영토록 해줘야 하고 통합시 지원되는 모든 인센티브는 완주쪽에다가 다주도록 천명해야 한다. 아쉬울 것이 없는 10만 완주군민을 설득하려면 이 길 밖에 없다. 전주가 모든 것을 포기하는 대신 완주군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통합이 성사될 수 있다. 그간 반대해온 완주군의원들은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도록 미래가치를 더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 미국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 바라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 보십시오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 스스로가 통합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분명 완주군민들은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흡수통합을 떠올리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6명의 군수 후보자들도 통합시장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통합특례시 비전을 준비해야 한다. 분명 완주군 의원들도 통합시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전북 전체를 살린다는 생각을 갖고 결단해야 한다. 이번에 통합 못하면 다시는 별의 순간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7일 이재명 대통령이 전주 타운홀 미팅에 참석하기에 앞서서 완주 전주 통합을 결론내야 한다. 다른 지역은 광역통합으로 판을 키워 나가는 상황에서 자칫 전북이 통합을 못하면 조각배 신세가 될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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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6.02.22 19:43

[오목대] 조국의 딜레마, 혁신당의 솔루션

설 명절을 지나면서 군산·김제·부안갑 국회의원 재선거가 전북을 넘어 중앙 정치권 이슈로 커졌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무공천을 요구하고 나섰고, 조국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 때문이다. 혁신당 정춘생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 귀책 사유로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기 평택을과 전북 군산(군산·김제·부안갑)에는 민주당 후보를 공천해선 안 된다”며 민주당의 무공천을 공식 요구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조 대표가 군산·김제·부안갑이나 평택을 출마를 고심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한다. 승리 가능성이 큰 호남과 수도권의 무공천 요구를 민주당이 받아들일지 미지수이고, 조국 대표의 출마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민주당과 혁신당 모두 주판알을 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두 정당이 지방선거 전에 합당을 추진하려다 실패하고 ‘통합과 연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평택을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고, 군산·김제·부안갑은 민주당 정서를 외면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민주당은 ‘귀책사유로 재보궐이 치러지는 지역에 후보를 내지 말라’는 요구는 어느 정당이든 항상 주장해온 일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언뜻 “공천하겠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를 외면하기도 어렵다. 두 정당의 향후 ‘통합과 연대’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조 대표에게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는 어느 지역구인가를 떠나 정치적 보폭 확대 차원에서 중요하다. 군산·김제·부안갑은 혁신당에는 더욱 중요한 지역이다. 조 대표의 원내 입성과 혁신당의 전북 공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조 대표의 군산 재선거 출마설 근원지는 전북이다. 신영대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확정되자 이주현 혁신당 군산지역위원장은 조 대표를 군산 재선거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정도상 혁신당 도당위원장은 “조 대표가 어느 선거구로 출마할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출마하지 않는다”가 아닌 “출마는 하는데 지역구는 미정”이라는 뉘앙스로 들린다. 6.3 지방선거 전략을 호남에 맞춰놓고 있는 혁신당은 특히 전북 서남권(정읍·고창·부안)을 전략지역으로 꼽고 있다. 조 대표는 지난해 12월 정읍·고창·부안을 방문해 “호남에 경쟁이 들어설 때 변화와 혁신이 시작된다”며 지선에서 전북의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전북 당원들은 내심 조 대표가 군산 재선거에 출마해 지방선거에서 바람을 일으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당의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민주당과의 연대도 챙겨야 하는 조 대표의 재선거 출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공천 요구에도 민주당이 후보를 내거나, 무공천 결정에 반발한 입지자들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대표에게는 지역구는 물론 출마 여부도 큰 고민거리다. 국회 입성과 혁신당의 전북 선거 전략, 조국의 딜레마와 혁신당의 솔루션이 더욱 복잡해졌다.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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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6.02.19 19:04

[오목대] 붉은 말의 해 ‘전북의 말 산업’

사람들이 말을 타고 다니기 시작한 것은 대략 지금부터 5000년 전 부터 다고 한다. 사람은 수백, 수천 년간 말이 달리는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없었으나 산업혁명 이후 자동차나 철도, 비행기는 지구촌을 빠르게 연결해줬다. 요즘에도 엔진의 단위는 마력이다. 말을 도구로 이용해서 자웅을 겨루는 종목이 바로 승마와 경마이다. 승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경마는 힘과 기량을 견주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선거 관련 용어 중에는 승마나 경마에서 비롯된 단어들이 많다는 거다. 고삐, 박차,재갈, 출마, 낙마, 대항마, 다크호스 등이 그러한 예다. 고사성어 중에도 말과 관련된게 많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나 주마간산(走馬看山), 새옹지마(塞翁之馬), 마이동풍(馬耳東風) 등은 매우 익숙하다. 음력 인 지난 17일부터 붉은 기운을 지닌 말의 해, 소위 병오년이 시작됐다. 말은 빠른 속도와 강인한 힘으로 권력과 충성, 그리고 생동감을 상징한다. 그런데 도내 승마인들은 병오년 새해 전북의 말 업이 일약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북 말산업 육성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새만금 지역에 약 200ha 규모의 말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단순히 말을 사육하거나 조련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승마·체험·관광, 복지·교육 기능까지 아우르는 복합 공간이다. 궁극의 목표는 마사회 유치 여부다. 정부의 부동산대책 일환으로 발표된 경기 과천시 서울경마공원(렛츠런파크서울) 이전 계획은 가장 뜨거운 감자다. 서울경마공원은 과천, 부산, 제주 등에 있는 국내 3개 경마공원 중 하나다. 과천경마공원과 인근 국군방첩사령부 부지에 총 9800가구가 조성될 예정이기에 서울경마공원은 5년 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마사회 이전에 대한 찬반 양론이 일고 있으나 일단 지금의 기류를 감안하면 경기도를 벗어나기는 어려운듯 하다. 새만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광활한 땅을 가지고 있으나 너나없이 경마장 유치를 위해 군침을 흘리고 있다. 과천 경마장의 경우 운영 과정에서 해마다 지방세인 레저세가 2000억원씩 도세로 들어오고, 과천시에도 60억 원 가량이 들어간다. 제주, 경북, 전남 등이 경마장 유치에 나섰는데 현재로선 일단 경기도내 이전 쪽으로 방향이 잡히는 분위기다. 사실 경마는 대표적인 사행산업이나 이젠 터부시할 때가 아니다. 더욱이 이제 더 이상 특정 지역에만 편중돼선 안된다는 공감대 또한 무르익고 있다. 부산, 영천 등과 달리 충청, 전라 지역엔 단 하나의 경마장도 없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얼마전 이재명 대통령이 문체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호남에만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없다는 점을 지적, 눈길을 끌었다. 차제에 마사회나 경마장 이전 문제도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큰 틀에서 진행되길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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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2.18 18:25

[오목대] 첫마중길과 ‘도시 침술’

가끔 전주역 방향으로 운전할 때면 도로 한 가운데 심어진 나무와 산책길에 눈길을 보내곤 한다. 도로 양 옆에 새로 들어선 호텔과 고층 아파트, 맛집 간판들을 살펴보기도 한다. 시속 40㎞ 도로여서 서행해도 뒤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일도 없다. 10년 전 ‘첫마중길’로 이름 지어진 이 길이 곧게 뻗어진 왕복 8차선의 시속 60㎞ 도로였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일이다. 2015년 시작된 전주역 앞 첫마중길 조성사업은 사업 초기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8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줄이고 중앙 차선 2개를 보행도로와 명품 숲길로 만들겠다는, 당시로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무모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주변 상인들은 교통 체증으로 인한 상권 몰락을 우려했고, 전주역을 오가는 버스와 택시, 전주역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들의 비판도 거셌다. 2017년 5월 17일 전주역 앞 첫마중길. 공식 개통을 일주일 앞두고 출입기자들과 함께 현장설명회에 나선 당시 김승수 전주시장은 “첫마중길은 전주의 첫인상을 바꾸는 길로 도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차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로, 그 시작의 문을 첫마중길이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첫마중길이 전주역 주변과 인근 6지구의 침체된 상권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다. 10년이 지난 뒤 외지 관광객들의 첫마중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하는 느티나무 숲길이 “전주라는 도시가 나를 환영해 주는 느낌을 준다”며 만족감을 표시한다. 첫마중길 중앙 광장에 설치된 야간 조명과 곡선 도로는 SNS 인증샷 명소가 됐다. 빨간 컨테이너 안에 2021년 4월 문을 연 ‘첫마중길 여행자 도서관’은 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예쁜 대기실”이라는 평을 받는다. 첫마중길 주변엔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식당과 카페도 늘고 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침체된 상권 회복의 결실이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첫마중길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공간의 아름다움에 비해 “보고 나면 할 게 없다. 길은 예쁜데 10~20분 정도 걷고 나면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즐길거리 부족 지적이 나온다.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익숙한 풍경을 바꾸려는 시도는 언제나 저항에 부딪히고, 변화는 완성된 후에야 비로소 이해된다. 세계 생태 수도로 유명한 브라질 쿠리치바를 ‘꿈의 생태도시’로 만든 자이미 레르네르(Jaime Lerner)는 ‘도시 침술(Urban Acupuncture)’을 주창했다. 작은 자극이 만드는 큰 변화를 의미하는 ‘도시 침술’은 한의사가 작은 침 하나로 질병을 치료하듯, 개발이 필요한 도시에 최소한의 인위적 개입을 통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건축가·도시계획전문가로 쿠리치바 시장을 세 차례 맡고 파라나주 주지사를 역임한 레르네르의 도시 침술 이론은 콜롬비아 메데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빌바오, 일본 삿포로 등 세계 많은 도시의 변화를 이끌었다. 서울 청계천 복원도 도시 침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는 예술이자, 미래의 가치를 현재로 가져오는 행위다. 쇠퇴해가는 골목, 방치된 유휴 부지, 끊어진 보행로 등 도시의 기혈이 막힌 곳에 ‘정책의 침’이 필요하다. 도시 침술사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이 많아질수록, 우리 도시들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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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6.02.12 18:26

[오목대] 새만금 공항과 돔구장

며칠 있으면 민족의 명절 설날이다. 요즘엔 명절 연휴를 이용해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다녀오는 이들이 많으며 제주도 등 국내 주요 관광지 역시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두가 고향을 찾던 시절 귀성 인파는 어마어마했다. 제대로 된 운송수단이 없던 시절, 몰려들로 인파로 인해 참담한 사고도 있었다. 설 명절을 이틀 앞둔 날 터진 서울역 압사 사고가 대표적이다. 때는 1960년 1월26일 밤 11시 서울역 승강장. 서울역에서 익산, 정읍을 거쳐 목포로 향하는 호남선 하행열차 승강장에는 구름같은 인파가 몰렸다. 역 직원이 “열차 출발 5분 전”이라고 외치자 사람들은 쏜살같이 승강장 계단 쪽으로 내달리다가 넘어지면서 압사사고가 발생, 역내 계단에서만 31명이 사망하고 41명이 부상당했다. 요즘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그게 바로 60여년 전,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빚어진 참사였다. 요즘엔 귀성객도 크게 줄었거니와 자가용, 비행기, 고속철도 등이 잘 갖춰져 전세계적으로도 대한민국은 교통에 관한 한 최고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미줄처럼 잘 짜여진 국내 항공노선 역시 가장 선진화 한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며칠 전 눈에 띄는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베트남 하노이-호찌민 노선은 월간 좌석 수 115만148석을 기록,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내선 노선 1위에 올랐다. 그동안 최상위 자리를 지켜온 ‘제주-김포’노선이 ‘하노이-호치민’ 노선으로 바뀐 것이다. 약 3만명 차이로 한국은 2위로 밀렸다. 새만금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는 전북의 약진 여부는 결국 국제공항이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 규모로 완공되는가에 달려있다. 특히 2036 올림픽 유치의 성사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탐문되면서 그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중앙정부에서도 최근들어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북은 (하계)올림픽을 유치한다고 난리인데, 중요한 현안인데 보고를 했어야 했다”고 관계부서를 질타하면서 청와대 참모나 문화체육관광부 등도 바짝 고삐를 당기는 분위기다. 새만금개발과 올림픽 유치 등을 염두에 둔 전북이 앞으로 강력하면서도 빠르게 추진해 할 과제가 바로 공항과 돔 구장이다. 공항의 필요성이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이젠 돔 구장을 누가 먼저 갖추는가 하는게 K컬쳐의 잇점을 살릴 수 있는 요체다. 굵직한 스포츠 행사는 물론, 연중 비중있는 공연 등을 개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돔 구장은 연중 스포츠 행사나 공연 등으로 쉬는 날이 없다. 국내에는 현재 고척 돔 하나만 가동중인데 최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5만석 규모의 돔 구장 건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공개적으로 제안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2036올림픽 개막식을 전주 돔구장에서 갖는 것은 과연 꿈같은 일 일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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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2.11 18:26

[오목대] 출판기념회의 정치적 함수

출판기념회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행사는 대부분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 집중된다. 지난 주말에도 지역 곳곳에서 출판기념회가 이어졌다. 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출마예정자들이 출마를 공표하는 일종의 출정식과도 같다. 선거판의 출판기념회는 이제 선거의 시간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신호처럼 읽힌다. 문득 궁금해진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언제부터 필수적인 의례가 되었을까. 사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오래된 관행처럼 보이지만 그리 오래된 문화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선거판의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 규제가 강화된 1990년대 후반 무렵 등장한 비교적 새로운 정치 풍경이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의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아니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얻은 수익을 공개할 의무도, 모금 상한도 없다. 그렇다 보니 책값보다 훨씬 많은 축하금이 오가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특히 2004년 정치자금법이 대폭 개정되면서 정치후원금 통로는 좁아지고 합법적 모금 방식이 제한되었으니 정치자금을 위한 합법적 수단으로서의 출판기념회는 꽤 쓸모있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출판기념회가 정치적 의례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또 있다. 선거판의 출판기념회는 후보를 알리고 조직을 점검하며 지지세를 과시하는 정치적 의식처럼 기능한다. 책은 읽히기보다 배포되고, 출판은 기념되기보다 동원을 위한 장치로 작동한다.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조직을 결집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출판기념회가 책 내용보다 행사 규모와 참석자에 주목하며 정치적 세를 과시하는 이벤트의 장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0년대 이후 정치자금 규제는 더 강화되고 후원금은 투명해졌다. 그러나 출판기념회는 여전히 선거판의 공식 의례로 남아 있다. 제도가 바뀌었으나 정치적 방식과 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판기념회가 선거 준비의 통과의례처럼 반복되는 풍경은 정치가 얼마나 관성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선거를 준비하는 방식이 곧 정치의 수준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행은 더욱 뿌리 깊다. 책이 정치의 도구가 되고, 읽히는 것이 아니라 배포되며 기념의 의미를 담지 못한 채 소비되는 출판기념회의 풍경은 우리 정치문화의 한 단면이다. 책이 정치의 결과물이 아니라 정치의 출발 신호가 되는 문화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선거의 형식뿐 아니라 정치의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책이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소비되는 한, 정치문화의 성숙을 말하기는 어렵다. 정치의 성숙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일보다 오래된 의례를 내려놓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행사와 동원의 형식이 아니라 설득과 책임의 정치가 함께하는 출판기념회의 풍경을 만나고 싶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6.02.10 19:49

[오목대] 고착된 독점, 그들만의 리그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거리에 익숙한 이름이 붙고 약속이 쏟아진다. 선택의 시간이다. 이 시간이 과연 지역 유권자의 것인지, 특정 정당의 시간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고착된 전북에서 관심은 후보들의 지역발전 정책과 비전이 아니다. 누가 공천을 받느냐, 그리고 어떤 공천 룰이 적용되느냐에 촉각이 쏠린다. 시‧도지사 및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일정이 시작되면서 선거전의 서막이 올랐다. 사실 승부가 결정되는 날은 6월 3일 선거일이 아니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과 무소속 후보가 강세인 몇몇 선거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주당 경선에서 갈린다. 그런데 사실상의 본선인 민주당 경선에서 대부분의 유권자는 주변에 머문다. 결정은 중앙정치권 소수의 판단에서 이뤄지고, 다수의 유권자는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구도다. 물론 민주당 공천 과정에 일반 주민이 모두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공천 룰에 따라 주민 여론조사 방식이 결정될 경우 권리당원이 아니더라도 후보 선정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폭과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래도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모두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뤄진다. 정치적 긴장과 갈등, 연대와 정책 대결이 모두 그 과정에 집중된다. 그리고 정당 공천이 끝나는 순간 팽팽한 긴장감은 사라진다. 흔들리지 않는 일당 독점 구도에서 후보들은 유권자보다 당 지도부를 먼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발전 공약은 힘을 받지 못한다. 올해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논란이 겹치면서 경쟁의 초점이 정책이 아닌 공천으로 더 기울고 있다. 특히 합당 논의 과정에서 전북도지사 공천권이 협상카드로 언급됐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관심은 온통 공천에 쏠린다. 이래도 될까? ‘독점의 저주’라고 했다. 선택이 사라진 자리에서 경쟁은 약해지고, 견제 없는 권력은 결국 스스로를 무디게 만든다. 그리고 이는 결국 지역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전북도민들은 이미 견제 없는 독점권력이 빚어낸 폐해를 여러 차례 목도해 왔다. ‘500억원대 배상’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남원 테마파크 사태도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독점권력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책임은 독점권력에 앞서 유권자에게 있다.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익숙한 선택’을 반복해온 시간이었다. 지금의 선거 구도는 유권자들의 선택이 쌓여 형성된 것이다. ‘선거권을 온전하게 되찾아 변화의 욕구를 표출할 것인가, 익숙한 정치구도에 안주할 것인가.’ 다시 선택의 시간이다.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럴듯한 해명에 앞서 경쟁구도가 생겨날 틈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경쟁이 있어야 지역정치도 건강해진다. 일당 독점 구도의 폐해에 공감한다면 적어도 ‘대안’이 나타날 틈은 열어줘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특정 정당에 맡겨놓은 소중한 선거권을 이제는 되찾아와야 하지 않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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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2.09 17:42

[오목대] 전북사람들이 핫바지냐

최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간 합당 논의 과정에서 전북도지사 공천권이 협상카드로 거론되었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합당과 관련 민주당내에서 정청래대표를 향해 연일 친명계 최고위원인 강득구의원이 중심, 비판이 가해지면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었다. 정 대표도 언론보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면서 조승래 사무총장 한테 진상파악을 지시했다. 이언주 황명선 강득구 최고위원은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문건을 공개하고 사전 논의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혀 가고 있다. 이들은 언제 작성했으며 조국 혁신당 대표와 어디까지 논의했는지 지분 배분 조건은 무엇인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역단체장 공천 안배 얘기도 들린다며 최고위원자리는 흥정의 카드가 아니고 공천은 협상의 전리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 최고위원은 사무총장이 일반적인 프로세스를 정리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지명직 최고위원을 주는 것은 일반적 프로세스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 일간지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일정등을 정리한 민주당 내 문서인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안을 공개한 것을 놓고 이 것이 밀약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간 당원주권시대를 강조한 정 대표는 사태수습을 위해 3선 중진의원들을 만나 비공개로 대책을 논의하지만 수그러들 기미가 안보인다. 그간 양측의 합당문제는 꾸준하게 제기돼 와 그 시기가 선거전이냐 아니면 선거 후에 할 것인가로 의견이 양분돼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북도지사 공천권이 협상카드로 거론되었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전북 도민들을 우습게 봤으면 쉽게 생각하고 이 같이 정리했겠느냐는 것이다. 전북은 그간 선거 때마다 민주당이 공천을 줘서 막대기만 꽂아도 찍어줘 도민들이 이번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없지 않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말처럼 왜 하필 전북도지사 공천권이었냐는 것. 민주당 출신이 광역단체장을 맡은 광주 전남 제주 경기등은 아예 거론조차 않했다. 이 것을 놓고 볼 때도 민주당 지도부가 전북 도민들을 핫바지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얼마나 같잖게 봤으면 이 같은 카드를 내 놓았을까. 분노에 앞서서 그간 민주당을 지지해준 결과가 이 것 밖에 안된 것에 몹시 자존심 상할 노릇이다. 7일 이원택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정 대표는 한 기자가 전북도지사 공천권을 협상카드로 거론했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도민들은 이 의원이 지지율을 높히려고 정 대표를 초청한 것도 모순된 행동이라면서 전북 정치권이 이번 문제를 결코 좌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라면서 도민 자존심 회복을 위해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이 얻은 82.65% 지지가 계속 이어지지만 정 대표의 지지도는 낮아 엇갈려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경선 때 당원과 도민들이 도지사후보를 뽑는다는 원칙을 재천명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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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6.02.08 18:56

[오목대] 정동영과 이재명의 진심

역시 정동영 이었다. 5선 국회의원과 두 번의 장관, 두 번의 정당 대표, 그리고 대통령 후보까지. 화려한 경력과 다양한 경험 만큼 현안을 꿰뚫어 보는 안목도 달랐다. 지난달 5일 열린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신년인사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표정은 진지했다. 부드러웠지만 단호한 어조로 안호영 국회의원의 완주·전주 통합 결단을 촉구했다. "난중일기를 읽고 충무공의 정신으로 완주·전주 통합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전북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동영의 진심’이 느껴지는 신년 인사였다. 한 달 뒤 정 장관과 안 의원이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섰다. 충무공의 난중일기를 다시 읽어보았을까. 안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통합 광역권인 ‘5극’에 집중되는 반면, ‘3특’의 특별자치도는 국가 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구조를 돌파하기 위해 완주·전주 통합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그간의 통합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전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윤덕·이성윤·정동영 의원과 힘을 합쳐 완주·전주 통합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30년 숙원이지만 세 번이나 실패한 전주·완주 통합이 ‘5극 3특’의 지역 균형발전을 국가 목표로 제시한 대통령 덕분에 완주 지역구 안호영 의원의 결단으로 전주 국회의원들과 함께 통합을 선언했다”고 보고했다. “광주·전남 통합을 격려 응원하기 위해 청와대 초청 오찬을 가졌던 것처럼 전북특별자치도에도 기회를 주시라”고 건의했고, 이 대통령은 환한 웃음과 함께 “나중에 판단해 보겠다”고 화답했다. 지난 4일 청와대에서 10대 그룹 총수들과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를 가진 이 대통령은 “지방에 기회를 주는 것이 정부의 필수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특별법이나 서울에서 거리가 먼 지역을 가중해서 지원하는 제도 등을 법제화하고, 지방에 부족한 교육·문화시설 등의 인프라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정부는 지방에 새로운 발전의 중심축을 만들기로 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할 텐데 기업도 보조를 맞춰달라"며 10대 그룹의 지역 우선 배려를 거듭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이후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시·도를 순회하며 타운홀 미팅을 가져왔다. 올해들어서도 지난달 울산에 이어 6일 경남에서 타운홀 미팅을 갖는다. 전북에서는 “도대체 대통령은 전북에 언제 오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다행히 조만간 전북에서도 타운홀 미팅이 개최될 것이란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과 취임 후 여러 차례 전북지역 현안을 언급하며 해결을 약속했다. 전북은 전주·완주 통합은 물론 새만금 내부개발과 국제공항,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조성, 2036 전주 올림픽 유치 등 여러 현안과 마주 서 있다. 현안 해결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으면 ‘3특 전북’의 미래도 밝지 않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국회의원, 정당의 대표를 거치면서 누구보다 지방의 현실을 잘 아는 대통령. “지방을 배려하고 지방에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진심’을 전북 타운홀 미팅에서 보고 싶다.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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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6.02.05 18:15

[오목대] 태풍의 눈 ‘통합 전주시장’

선거를 목전에 둔 한두 달은 평소 일년보다 더 긴 시간이다. 아닌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대두된 이슈는 일거에 분위기를 바꿔버리고 전혀 예측불허의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요즘 지역의 핫이슈인 전주완주 통합 문제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휘발성이 있는 이슈다. 향후 통합 진행 추이나 민심 흐름 등에 따라 도지사, 전주시장, 완주군수 판도를 좌우할 핵변수가 될 것이다. 전남광주, 대전충남, 대구경북 등은 마치 거대한 범고래들이 협공을 통해 사냥에 나선 듯한 상황에서, 기초단체인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은 비록 범고래들의 행진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지역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것만큼은 분명하다. 1997년, 2009년, 2013년 3차례에 걸쳐 통합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던 것이 바야흐로 성사 단계에 이르렀다. 만일 통합된다면 인구는 대략 72만여명, 면적은 1,027㎢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 행정구는 기존 완산구, 덕진구에 이어 2개의 구가 추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시 명칭이나 청사 위치, 행재정적 지원 등 향후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항이 산적해있는데 결국 특별법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달려있다. 전주라는 지명의 역사는 1200년이나 되고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아 올림픽 유치 등을 감안하면 통합시 명칭은 전주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통합이 되더라도 사실 완주지역 도의원이나 군의원 지역구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나 단체장은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한때 통합시의회 의장을 완주 출신이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는데 핵심은 통합시장이다. 이론적으로만 보자면 가급적 완주 출신 인사가 첫 통합시장을 맡는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실정치는 전혀 다르다. 완주군수에 도전장을 낸 유희태, 이돈승, 국영석, 임상규씨 등은 완주 출신이 첫 통합시장을 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겠지만, 전주시장을 노리고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던 우범기, 조지훈, 국주영은씨 등은 지지도나 민심에 따르면 되지 인위적으로 특정 지역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에 동의하기 어려울 거다. 이때문에 지역정가 일각에서는 정치사회적으로 중량감있는 제3의 인물이 통합시장 후보로 급부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도지사 선거에 나섰는데 무슨 소리냐”며 본인은 펄쩍 뛰겠지만 항간에서는 농담반진담반 안호영 의원의 통합시장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도 있다. 어쨋든 통합시는 전북 인구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기 때문에 첫 통합시장은 4년뒤 가장 유력한 도지사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일 통합이 된다면 김윤덕, 이성윤, 정동영, 안호영 의원의 관심사도 빠르게 통합시장 쪽으로 쏠릴 소지가 있다. 메가톤급 이슈인 전주완주 통합 문제는 머지않아 첫 통합시장 건이 핵심의제로 떠오를것 같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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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6.02.04 18:47

[오목대] 표절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표절 논란이다. 이번에는 전북교육감 선거에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낯설지 않은 장면이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논란의 중심에 선 후보의 즉각적인 사과다. 표절 논란의 중심에 선 후보가 직접 나서 표절을 인정하며 사과했지만, 여진은 거세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장면이 더해졌다. 표절 후보를 비난하고 나선 상대 후보의 대필 논란이다. ‘내로남불’, 서로를 향해 원색적 비판까지 등장한 선거판에서 ‘표절’과 ‘대필’이 맞서 그 경중을 가리는 듯한 형국은 한편의 코미디와도 같다. 표절과 대필의 무게는 ‘어떤 것이 더 나쁜가’를 따져 경중으로 가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윤리의 문제’로 다뤄져야 옳다. 돌아보면 선거 국면에서의 ‘표절’은 언제나 윤리적 기준으로 적용되지 않고 전략적 선택으로 호출된 ‘재료’였다. 도덕성과 자질, 혹은 정직을 의심케 하는 프레임이 만들어내는 것은 표절 그 자체가 아니라 표절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였다. 그러니 표절은 증명되어야 할 사실이라기보다 의심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작동하기 일쑤였다. 이쯤 되면 표절은 더 이상 윤리의 영역이 아니라 정쟁의 영역이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표절 논란의 핵심은 비껴나기 마련이니,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과는 문제의 출발점이어야 하지만, 선거 국면에서의 사과는 오히려 위험한 국면을 넘기는 장치로 작동하기 쉽다. 그 결과 표절은 해결되지 않은 채 선거 속으로 흡수돼버린다. 표절은 사과로 유예되고 책임은 선거로 미뤄지는 셈이다. 사실 정직함에 보상이 없는 시스템은 우리 선거판의 오랜 관행이었다. 누가 더 옳은가 보다는 누가 더 오래 버티는가에, 무엇이 옳은가 보다는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선거판에서 후보들은 윤리를 성찰하는 대신 위기관리 기술을 먼저 배웠다. 선거와 정치가 ‘가치의 경쟁’이 되지 못하고 ‘버티기의 기술’로 작동하는 현실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남는 것은 선택의 피로감이다. 표절이 드러나고, 사과가 이어지고, 다시 공방이 반복되는 동안 유권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윤리의 문제는 설명과 해명의 언어 속에서 희미해지고, 남는 것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고르는 선택뿐이다. 이 피로감이 반복될수록 선거는 기준을 세우는 시간이 아니라, 버티는 사람을 확인하는 절차로 변해간다. 윤리가 늘 결과 뒤에 서게 되는 형국이니, 윤리를 공적 기준으로 세우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이번 교육감 선거를 보면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윤리는 언제 어디서 작동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떤 정치인, 어떤 교육감을 원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치러지는 선거라면, 결과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우리의 기준일지 모른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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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6.02.03 18:29

[오목대] 리셋되는 행정, 중단의 비용

‘잘못된 시작’보다 ‘잘못된 멈춤’이 더 무거웠다. 길을 잘못 들었다면 즉각 멈춰 서서 돌아오는 게 최선일 것이다. 행정도 그럴까? 개인이나 단체의 판단과는 다르다. 잘못됐다는 이유만으로 약속을 멈추고 되돌릴 수 있다면, 행정은 공공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행정의 연속성과 공신력 문제다. 남원시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가뜩이나 열악한 시 재정을 뒤흔드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와서다. 최근 대법원이 남원 테마파크 사업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 대주단이 남원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남원시는 400억원대의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현 시장이 취임 직후 전임 시장이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협약을 뒤엎고 사용‧수익 허가를 내주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협약 해지에 따른 대체 시행자 선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다. ‘잘못 끼운 첫 단추’라며 전임 시장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법원이 문제삼은 것은 첫 단추가 아니라 그 단추를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행정이 약속을 어떻게 다뤘는지가 쟁점이 된 것이다. 특정 사업의 시비를 넘어, 행정의 연속성과 공신력이 무너졌을 때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 지 보여준 판결이다. 법정으로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전주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됐다.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이 그렇다. 전임 시장의 행정행위를 무시하고 추진한 새 청사진이 민선 8기 들어 다시 물거품이 됐다. 그사이 행정력과 예산은 낭비됐고, 당초 계획된 사업은 늦어졌다. 또 시민들은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민선 8기 새 단체장도 다르지 않았다. 이미 확정돼 1년 가까이 공사가 진행되던 전주 백제대로 자전거전용차로 조성사업을 전격 중단하고, 백지화했다. 매번 이런 식이라면 평가가 엇갈리거나 그럴 여지가 있는 사업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언제 중단되고 변경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행정을 믿을 수 없게 된다. 2026년 다시 ‘선택의 해’다. 지자체장이 바뀌면 어김없이 도시의 청사진도 함께 바뀌었다. 물론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남는다. 행정은 절대 리셋(Reset)되지 않는다. 누적될 뿐이다. 사람이 바뀌어도 계약과 합의, 그리고 법적 책임은 이어진다. 당연하다. 그렇다고 행정의 연속성이 ‘전임자가 시행한 정책이나 사업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떻게 멈출 것인가, 어떤 출구전략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행정의 기술, 그리고 그만큼의 책임이 요구된다. 오는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통해 취임하게 될 새 단체장의 정책 결정에 이번 남원시의 사례가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기를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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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6.02.0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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