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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주 부활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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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의 일이다. 겨울을 지켜낸 매화꽃 봉오리가 막 터지기 시작할 즈음이면, 지인들을 초대해 가양주를 나누는 시인이 있었다. ‘여름을 건강하게 넘기는 술이라는 뜻을 가진 과하주(過夏酒)였다. 시인은 10월이 지나갈 무렵이면 술을 담갔다. 솜씨 좋은 어머니로부터 배운 시인의 술 담기 공력은 해를 더할수록 무르익어 그 맛을 본 지인들은 봄부터 여름이 지나는 동안 그의 부름(?)을 내내 고대하곤 했다. 지금도 시인이 과하주를 빚어 즐거움을 나누는지는 모르겠으나 기다림과 정성으로 빚어낸 과하주의 맛과 추억이 그립다.

가양주는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이었다. 집마다 대물림으로 전해진 술은 그 종류도 다양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와 근대를 거치면서 주세법이 생기자 가양주는 위축되었고 생활방식과 술 문화가 바뀌면서 가양주 전통은 멸실되거나 단절됐다.

돌아보면 술의 역사는 깊다. 나라마다 전통은 다르지만, 그 역사를 담아내는 대표적인 전통주가 있다. 가양주는 우리나라의 전통주 중에서도 대표적인 술이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서양의 술과 매우 다른데, 술빚는 방법이 다양하고 과정이 복잡해 기능을 익히기 쉽지 않다. 재료를 다루는 방법과 발효 과정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술마다 다른 향을 더하고 약재를 많이 넣어 약효를 높인다.

전북지역에도 오래전부터 물려온 가양주가 적지 않다. 전북의 술은 재료의 특수성이 좀 더 돋보이는 술이다. 전문가들은 그런 이유로 전북지역의 술을 가장 토속적이면서도 독특한 맛과 향기를 간직한 술로 꼽는다.

조선 시대 명주로 이름을 알린 전주의 이강주와 장군주(과하주), 완주의 송화백일주와 송죽오곡주, 김제의 송순주가 대표적이다. 이 술들은 모두 쌀 외의 부재료를 사용한다. 흥미롭게도 그 부재료들은 생강, , 오미자, 울금, 송순, 솔잎, 오곡 등 이 지역 특산품이거나 일상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자연산물이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주와 건강을 따로 여기지 않고 약주(약용 약주)를 즐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0년대 중반, 전주에서는 가양주 보급 운동이 일었다. 풍류와 멋이 함께 했던 우리의 건강한 술 문화를 부활시켜 그릇된 술 문화를 바로 잡고 과도한 음주로 인한 건강의 폐해를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우리 전통주에 눈을 뜨게 하는 강좌도 꽤 관심을 모았지만 아쉽게도 가양주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역의 전통주를 되살리는 움직임이 다시 활발하다. 지역성을 살리는 상품 개발에도 전통주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품화된 전통주도 여럿, 우리 일상에 정착한(?) 맥주나 소주, 양주나 와인이 아니라 새로운 맛과 향기를 품은 가양주와의 새로운 만남이 반갑다. 그러고 보니 곧 추석이다./김은정 선임기자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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