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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견원지간(犬猿之間) - 백성일
[오목대] 견원지간(犬猿之間) - 백성일
  • 백성일
  • 승인 2009.08.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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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원숭이처럼 서로 사이가 안좋은 관계를 견원지간이라 한다. 우리 역사에서 '연개소문과 김춘추' '견훤과 왕건' '이성계와 최영' '정도전과 태종 이방원' '김상헌과 최명길'의 사이를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는다. 원래 라이벌 없이 크는 영웅은 없다. 건전한 라이벌은 새로운 긴장을 조성해 발전하게 돼 있다. 무재칠시(無財七施)가운데 상좌시(牀座施)가 있다.앉은 자리를 배려해 준다는 것이다. 설사 앙숙 같은 사람일지라도 그의 앉을 자리를 도려내지 마라.오히려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라.그 경쟁자가 나를 밟고 가는 것이 아니라 되레 나를 더 키운다고 했다.

트루먼과 맥아더가 원만한 관계였다면 한국전쟁의 양상과 우리 현대사도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1815년 나폴레옹과 웰링턴의 워털루 전투는 유럽 근대사의 흐름을 바꿨다. 두 사람의 대결에서 웰링턴이 승리했지만 그가 나폴레옹의 적수가 되지 못함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승리는 거머줬지만 웰링턴은 미미한 존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워털루에서의 승리는 이후 유럽을 변모시켰다. 싹트던 혁명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다시 보수 시대로 돌아섰다.

세계지도에 러시아를 표기하는 것에 기여한 러시아 표트르 대제와 스웨덴 왕 카를 12세, 두개의 중국이 있게 한 마오쩌둥과 장제스, 하나의 왕국에 두 명의 여왕으로 군림한 엘리자베스 1세와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카르타고와 로마의 진검승부를 주도한 한니발 바르카와 스키피오 아프리가누스 등 세기적 라이벌들이 역사를 바꿔 놓았다. 에티오피아 속담에도 '유력한 친구는 유력한 적이 된다'는 말처럼 그렇다.

DJ와 YS는 40여년간 엎치락 뒷치락거리며 정치적 라이벌로 성장했다. 지난 13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단일화를 실패한 이후 22년간이나 서로가 등져왔다. 특히 DJ가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YS는 남북문제 해결방식 차이로 DJ와 견원지간이 돼 버렸다. 하지만 엊그제 YS가 성경 말씀처럼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을 실천에 옮겼다. YS가 DJ 병문안을 통해 화해했기 때문이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나와 있는 말처럼 '사람이 원수를 가장 사랑 할 때는 그가 죽었을 때'라는 것. 양김의 화해가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이념과 지역 갈등 해소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백성일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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