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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의 안녕을 위하여

120년 전 농민봉기 원인은 지배권력 부패·무능 때문 / 올 6월 정국 중대 고비될 듯

▲ 신명국 원광학원 이사장
갑오년 새해를 맞아 말띠 해에 대한 덕담이 무성하다.

 

그러나 지난 갑오년은 그리 편안한 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우선 1954년은 한국전쟁의 상처로 온 나라가 전후 복구에 여념이 없었던 한 해였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1894년 갑오년은 그해 정월부터 동학농민혁명으로 전국이 뒤숭숭한 한 해였다. 금년 역시 ‘안녕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바로 답하기 어려운 새해를 맞고 있으니 갑오년은 ‘안녕하지 못한’ 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지금 한국영화사상 전례 없는 관객동원 기록을 세우고 있는 ‘변호인’의 인기몰이는 ‘안녕하지 못한’ 갑오년 대중들의 카타르시스 때문이 아닌가 싶다. 노 전 대통령의 생애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의 메시지는 국가의 개념에 있는지도 모른다. 검사로 대표되는 ‘권력자의 국가’와 변호인으로 상징된 ‘국민의 국가’가 상충하는 우리 정치 현실의 ‘불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지금 대통령과 정부의 ‘불통’은 120년 전 갑오년을 떠올리게 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의 선거공약은 줄줄이 보류되고 국정원을 비롯한 공무원과 군인들에 의한 대선 부정행위는 ‘개인적인 일탈 행위’로 모른 채 하고 있다. 거기에 진보정당에 대한 내란음모 기소와 정당 해산까지 요구한다. 더욱이 성직자들의 충언까지도 ‘종북’으로 몰아세우면서 ‘대선불복’과 ‘종북’ 프레임의 틀 속에 제1야당까지 가두어 버렸다.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지식인들과 종교인들의 대선부정에 대한 진실규명 요구를 방송과 보수언론들까지도 외면하게 만든 국가권력은 한국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120년 전, 갑오년 농민봉기의 원인은 지배 권력의 부패와 무능으로 한계에 이른 봉건체제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지배권력은 이를 조병갑 ‘개인의 학정’으로 돌리거나 ‘동학도들이 일으킨 반란’으로 내 몰았다. 120년 전의 정치 프레임이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도 닮은꼴이지만 제1야당도 이를 깨트리지 못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안녕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해 갑오년, 농민군이 전주성을 점령하자 당황한 보수지배권력은 밖으로는 ‘집강소’와 갑오개혁을 통해 농민군의 개혁 요구를 들어주는 척 하면서 뒤로는 청나라에 원군을 요청하였다. 결국 청나라뿐만 아니라 일본도 조선에 군대를 파병하면서 결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고 말았다. 농민군을 기만한 정부와 일본군에 의해 갑오년 농민혁명은 좌절되었다.

 

갑오년 농민들의 요구는 농민들의 안녕과 나라의 안녕’이었다. 달리 말하면 봉건적 수탈로부터 농민의 해방이었고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의 주권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숭고한 뜻은 이루지 못한 채, 봉기에 가담한 농민들은 ‘반역’이라는 누명을 쓰고 재판도 없이 처형되거나 다행히 살아남았다고 해도 숨어 살아야 했고, 그 자식들에게 조차도 가담 사실을 숨긴 채 세상을 떠나야 했다. 당시 농민군이 원했던 세상은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갑오년 농민군이 전주성을 장악함으로써 들떠 있었던 6월 초, 금년 갑오년 역시 6월 초가 정국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선거 결과에 따라 올해 갑오년의 안녕이 좌우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갑오년의 안녕을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기 스스로에게 답해야 한다.

 

△신 이사장은 원광대 교수,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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