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메르스 사태는 우리사회의 허술한 안전체계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메르스 공포가 날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안일한 초기대응으로 인한 불신누적이 일차적 원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병의 전염성 여부와 경로에 대해 아무도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데 있다.
메르스는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급속한 환경파괴와 세계화로 또 다른 메르스는 계속 등장할 것이다. 신종플루, 사스, 에볼라 같은 전염병은 물론이고 조류독감, 구제역 등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바이러스가 셀 수 없이 많다.
동물에서 인간에게 전이 가능한 질환이 60%가 넘는다고 한다. 게다가 인간에게 전이되고 있지 않는 바이러스도 언제든지 변이를 일으켜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조류와 물개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재조합돼 많은 인명을 앗아갔던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를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경종을 울려주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는 이를 연구하고 관리할 기관과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다행스러운 것은 전북대학교에 인수공통전염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연구소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 연구소는 인체에 유해한 각종 병원체를 취급하고 연구하는 특수시설로서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실 인증’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연구소마저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매년 300억 이상은 투입돼야 하는 시설에 지원금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수백 명이 연구에 몰두해야 하는 곳에 연구인력 4명과 관리인력 2명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은 입에 담기에도 부끄럽다.
메르스 사태가 입증하듯이 인수공통전염병은 엄청난 비용을 초래한다. 경제전반을 휘청거리게 만들고 사회적 갈등과 심리적 공포로 인해 지불하는 대가도 만만치 않다. 역설적으로 이런 연구소 자체가 엄청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이 연구소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더 나아가 이 연구소를 기반으로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와 관리의 허브를 조성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도 대학 내에만 머물지 않고 법인 등의 형태로 독립하여 충분한 지원 하에 제대로 된 면모를 시급히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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