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남과 미녀가 사귀면 그런단다. 저 남자는 직업이 아주 빵빵한가 보다. 그 반대 경우에는 또 이렇게 소근대기도 한다지. 저 여자는, 혹시 재벌 3세? 에이, 그러면 얼굴이나 좀 뜯어 고치잖고, 쯧쯧. 그럼 되게 못생긴 남녀가 아주 그냥 죽고 못사는 연인일 때는? 아, 저 둘은 몹시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일 거야.
외모나 경제력으로 사람에게 잣대를 들이대는 현실을 빗댄, 요즘말로 ‘웃픈’ 풍자다. 특히 외모는 아예 최고 가치로 여기는 추세다. 어느 드라마에서도 “못생긴 사람은 잘생긴 사람을 죽었다 깨어나도 이기지 못한다.”라고 했지 않은가.
‘치아가 고르면, 애인도 내가 고른다’라고, 고속버스 옆구리에 적어 붙인 어느 치과의원 광고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순우리말 ‘고르다’는 대개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여러 가지 물건이나 사람 중 ‘가려 집어내거나 뽑는다’가 그 하나다. ‘방학 때 읽으려고 고른 책’이나 ‘신랑감을 잘 골랐다’가 그런 예다. ‘다른 것들에 견주어 치우치거나 들쭉날쭉한 데가 없이 한결같다’라는 뜻으로, ‘바닥을 고르게 다져라’나 ‘성적이 고르게 잘 나왔다’와 같이 쓰기도 한다. ‘치아가 고르면, 애인도 내가 고른다’라는 문구는 이 두 가지 뜻을 교묘히 묶어낸 것일 터.
예로부터 치아 건강은 오복(五福) 가운데 하나로 쳤다. 그게 날 때부터 고르기까지 하다면야 더 바랄 게 있을까. 광고의 속성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좀 실없는 의문 하나가 똬리를 튼다. 교정해서 ‘고른’ 치아를 갖게 된 남녀가 상대를 잘 ‘골라서’ 결혼했는데 그 사이에서 나온 아이의 치아가 토끼이빨이거나 뻐드렁니라면? 아, 그때도 저 치과를 찾아가면 그만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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