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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할머니에게 박수를 보내며

새 천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심정을 새삼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무엇인가 달라져야 한다는 바램으로 해맞이를 했을 것이다.

 

과연 무엇이 달려져야 하는가는 개인의 차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에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싶어할 것이다.

 

지난 천년은 이 부분에 대하여 혼돈의 시대였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가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상실되고, 무조건 의심부터 했다.

 

더 이상 이유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시내 한 복판에서 외간 남자에게 노상 추행을 당하며 살려달라 눈물로 호소를 했어도, 처참히 무너져 가는 여인을 지켜보면서 누구하나 나서서 만류하지 안았었다.

 

우린 침묵을 했다. 그 이유는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던가. 이웃간에 담아 높아지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이웃은 사라지고, 오르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거짓으로 일관해왔던 것이 지난 천년이었다.

 

이처럼 세상이 삭막해진 까닭은 누구의 책임인가. 물론 바로 서지 못한 내 탓이다. 그러나 난 누구인가? 난 법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만들어진 법을 잘 지켜야 되고, 악법에도 불평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래도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자제하고 똑바로 서서 앞을 보고 싶지만, 학생들이 먼저 알고 비틀거리니 장차 이 일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지난해 옷 로비 사건, 일찍부터 관심이 없었다. 이를 바라보며 안타까웠던 것은 진실은 왜 하나님만 알아야 하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특권이 있기에 진실과 거짓을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는냐는 것이다. 왜 용서를 빌지 못하고 울기만 하면 우린 어떻게 하라고 하는지 묻고 싶었을 뿐이다.

 

새로운 천년이다. 이제 혼돈에서 벗어나 달라진 세상을 보고 싶다.

 

폐품을 모아 대학에 1억을 기증하고, 밤을 세워 버선과 저고리를 만들어 41억을 병원에 기탁한 할머니와 옷장수할머니, 콩나물 할머니 등의 얘기를 이제 듣고 싶다. 많이 배워 말 잘하고 힘이 있어 거들먹거리는 모습은 싫다. 무지해 모르고 지은 잘못은 용서할 수 있어도, 알고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죄가 되는 법이다.

 

이제 바로 서자. 누굴 의지하고 말고, 누구의 힘을 빌어 욱박지르고 말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파란신호만을 보고 길으 건너자. 못 배웠다는 한을 풀기 위해 공부 잘하는 사람만을 생각하여 평생 모은 재산을 미련없이 장학금 등으로 기탁하는 할머니들, 나라 잘되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큰 사람을 만들고자 하는 할머니들의 숭고한 뜻이 어디에 있는가. 자꾸 받기만 할 뿐 더 필요로 하는 작은 사람들을 위하여 왜 거절을 못하는가.

 

나라를 염려하는 모든 할머님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부잦집에 석유한통은 창고에 들어가지만, 가난한 집은 연탄 한 장은 온 식구를 더욱 따뜻하게 하는 법이라고 말합니다.

 

/이한교(전북기능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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