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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애인의 천국 하와이

지난해 12월 중순 하와이 출장 중의 일이다.

 

그날은 교육이 끝난 월요일, 모처럼 느긋하게 하와이 구경을 하기 위해 일찍 숙소가 있던 미 공군 기지 종점에서 와이키키 해변으로 가는 19번 버스를 탔다. 아침 출근 시간인데도 버스 안은 그리 붐비지 않았다.

 

버스가 호놀루루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 출구에서 휠체어를 탄 노인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옷차림이 남루하게 보여 버스가 그냥 지나치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는 순간 버스가 멈추었다. 한국에서는 휠체어를 탄 사람이 버스 타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과연 그 사람을 어떻게 태울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걱정은 잠시였다. 운전석에서 버튼을 누르니 계단에 부착되어 있던 리프트가 내려가 땅에 닿았고 곧 휠체어가 그 중간에 서게 되자 다시 운전석에서 버튼을 눌러 그 리프트를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버스 운전기사는 버스 입구 옆에 있던 장애인 좌석을 접어서 그 휠체어를 좌석 고리에 걸어 고정시켰다. 이것을 보며 나는 장애인의 천국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두 정류장쯤 지났을까? 그 휠체어 노인이 내리는지 버스 운전 기사가 일어나 휠체어를 리프트 쪽으로 밀어 안전하게 내려 주었다. 그런데 노인은 휠체어를 탄 채 움직이지 않고 버스 옆에서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운전 기사는 출발하려다 말고 버스에서 내려 그 휠체어를 탄 노인을 길 건너에 있는 프라자 호텔 쪽으로 밀고 가는 것이었다. 나는 그 버스 기사가 어디까지 휠체어를 밀고 가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많이 가봤자 차도만 건너 주고 오겠지 했는데 그 기사는 프라자 호텔 정문까지 안전하게 밀어 주고 오는 것이었다. 기사가 호텔 정문까지 갔다 온 거리는 시간으로 따지면 약 몇 분 정도의 거리였지만 30여명의 승객들을 버스에 남겨 두고 갔다 온 시간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먼 거리로 보였다. 그 광경은 정이 많다는 우리 나라에서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야말로 콧등이 시큰한 감동이었다. 버스로 돌아오는 버스 기사를 향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승객들은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가는 길에 계속 장애자와 노인들이 버스를 타고 내렸다. 그럴 때마다 리프트는 계속 오르내리며 장애자와 노인들이 버스에 타고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우리 나라 버스도 저런 시설이 되어 있으면 장애자들도 휠체어를 타고 가고 싶은 곳을 다 가볼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 부러웠다.

 

그 버스에서는 대부분 차가 없는 노인들과 장애자들 그리고 관광객들이 타고 있었다. 안내방송이 나오긴 했지만 초행인 관광객들은 계속 운전석에 다가가 길을 묻고 있었다. 버스 운전 기사는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일일히 대답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의 친절을 보면서 과연 최대의 관광지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1시간이 걸리는 그 길을 그날 아침은 1시간 40분이나 걸려서 와이키키 해변에 도착했다. 내리면서 그 운전 기사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해주고 싶었지만 웬지 쑥스러워 그냥 뒷문으로 내렸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휠체어를 밀어 주고 버스로 돌아오던 그 운전 기사의 얼굴을 잊지 못할 것이다.

 

/김선애(군산 미 공군 병원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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