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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다

 

 

 

기독교 방송(CBS)이 9개월째 정상적인 방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사상 최장의 파업 기록은 갱신한 지 이미 오래고 곧 세계 신기록이 세워질지도 모를 판국이다. 이 부끄러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당사자는 CBS 노조와 CBS 권호경 사장을 비롯한 재단 이사회이다. 재단 이사들을 기독교계 주요 교단들이 파견하고 있으니 넓게 보면 기독교계 전체가 당사자이다.

 

 

파업의 원인도 임금협상과 단체협약으로 명분을 삼았으나 이미 작금의 쟁점은 사장 퇴진과 재단 개혁이 중심이 되었다. 나아가 CBS사태는 교계 정치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는 조심스런 진단도 나오고 있다(한겨레21 6.13). 이제 CBS 사태는 교계의 테두리를 넘어서 국회 문화 관광위원회, 방송위원회에서 다루어져 전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또한 120여개국에 40여만의 회원을 가입시키고 있는 국제기자연맹(IFJ)의 제24차 서울 총회에서는 CBS 파업사태가 다루어져 CBS 노동조합의 파업에 연대를 표명하고 모금을 했으며, 각국에 돌아가 지원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니 이제 기독교 방송의 파업사태는 세계적 뉴스가 되게 생겼다. 참으로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8일(월)부터 200명 전 조합원이 단식 기도회에 돌입했다. 여기에는 주조정실의 엔지니어들까지 합세하여 방송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CBS가 어떤 방송인가? 암울한 독재정권 시절 온 국민을 대상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던 CBS는 80년 언론통폐합 조처로 보도기능을 빼앗긴 뒤에도 자기 색깔을 잃지 않고 끈질기게 버텨낸 유일한 매체였다. 87년 10월, 7년간 중단했던 뉴스의 재개를 알리던 CBS 아나운서의 떨리는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CBS는 단순한 방송이 아니라 한국 민주화의 굴곡을 고스란히 함께 겪은 한국 현대사의 증인이다. 이런 연고로 연초부터 'CBS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C사모)'가 전국적으로 발족하여 파업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언론사들이 파업을 경험했지만 'K사모'나 'M사모'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CBS는 노조나 이사회, 기독교계만의 것이 이미 아니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방송국이다. 본래 CBS는 자본주의의 전통적인 노사간의 갈등이 없는 방송국이다. 박봉에도 자랑스런 CBS의 한 식구라는 자부심으로,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데 언론인으로 한몫을 한다는 신앙의 동지의식으로 노사가 하나였다. 회사내의 단결과 교계의 뒷받침으로, 그리고 기독교인을 비롯한 청취자들의 지지와 헌금으로 그 어두운 시대의 등불 역할을 당당히 해온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CBS가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공든 탑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이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한다. 다행히 권사장이 속한 교단의 총회장과 연합 기관인 KNCC 현 회장을 겸하고 있는 김경식 목사님이 중재를 자임했고 노조는 그 분에게 백지 위임장을 제출한 상태이다.

 

 

이제 재단 이사회와 교계 어른들이 대답을 해야 할 시점이다. 교계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 주어야 할 때이다. 필자를 포함한 기독교인과 청취자들은 이 과정을 기도하며 지켜볼 것이다. CBS의 공든 탑 뿐 아니라, 수 십년간 감옥과 고문을 이겨내고 쌓아온 민주화 운동 지도자로서의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그분들의 신앙과 능력이 우리의 기대를 버리지 않기를 빈다.

 

 

/ 양진규 (전북기독교 사회, 복지연구소장,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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