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은 지금의 시기를 구한말(舊韓末)에 비유하면서 세계화 시대 조국의 운명을 걱정하는 우국(憂國)의 한숨을 쉰다. 아마 그들은 구한말 열강들에 의해 자행된 정치적 혼란과 뒤이은 망국(亡國)의 역사를 상기하며 작금의 상황을 비극적 전조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아니다. 난 우리 한반도의 운명에 대해서 한없이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나는 지금 시기가 망국을 앞둔 시기가 아닌 '광복'을 코앞에 둔 일제 말(日帝末)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3일제가 태평양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을 1940년대 즈음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일제가 얼마나 갈 것인가를 놓고 논쟁을 했다한다. 100년, 혹은 300년을 간다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는 확실히는 모르나 우리가 살아 있을 때까지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3년, 또는 5년 안에 해방이 온다고 주장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이미 해방은 와있다고 했다. 각자의 이러한 정세 판단에 따라 전자의 사람들은 독립운동 전선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친일의 길로 걸어 들어갔고 소수의 자각한 사람들만이 다가올 해방을 준비하며 힘을 길렀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떤 이는 통일을 빨라야 30년 후라고 보기도 하고 그보다 더 길게 잡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자각한 소수는 통일은 3년 안에, 아니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통일에 대해 낙관적인 사람들이 분석의 포인트로 삼는 것은 북한 당국과 미국과의 '국교수립'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근거로는 1994년 미국과 북한간의 '제네바 협정' 이후에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핵 사찰 공방과 광명성 1호 발사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북미 수교'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의 페리 장관이 북한에 다녀온 후 소위 '페리 프로세스'에 의해 2000년 10월의 '조·미 공동성명'이 발표됐는데 그 내용은 6·25전쟁 이후 반세기동안 지속되어 온 양국간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호혜 평등에 입각한 새로운 친선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한 획기적인 것이었다.
그 이후 미국의 정권이 부시로 바뀌면서 협상의 진전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이는 '수교'라는 대세로 가기 위한 여러 정지 작업 중의 일부라는 것이 북?미 수교에 낙관적인 사람들의 분석이다.
우연인지, 낙관적 분석에 의해서인지 7월 18일에 '주한미군 기지와 훈련장의 축소·반환' 결정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었고, 대북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던 부시가 북한에 무조건적인 대화를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만약 이 분석이 맞아서 북한과 미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한반도 내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나아가 '주한 미군이 철수'하거나 지위를 변경하고 '국교 수립'이 현실화되면 한반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50여년 동안 지난하게 이어지던 남북 간 적대관계가 해소되는 것은 물론 적대적이고 폭력적인 해결방식이 아닌, 양측의 특성을 인정하는 평화적 해결 방식인 '국가연합제 통일'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 방안에 대한 실천이 현실화될 것이다.
오동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온 천지에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 듯이 국제정세의 징조를 보고 통일의 기운이 한반도에 퍼짐을 읽을 수 있다.
56년전 일제로부터의 해방을 전 민족적인 자각과 준비로 맞지 못한 결과가 전쟁과 분단이었고, 그 결과가 초래한 민중의 고통은 죽음보다 더한 것이었다. 이제 눈앞에 와있는 통일을 읽고 준비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식민의 시대에 해방'을 보고 '독재의 시대에 민주'의 싹을 키운 선배 선지자(先知者)들의 기상이 '분단의 시대에 통일'을 읽고 준비하는 선각자들을 '지금’부르고 있다.
/ 양진규 (전북 기독교사회복지 연구소장.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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