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때문에 전국이 난리다.
농민들은 쌀 생산비를 요구하며 나락을 야적하고 농성과 집회를 연이어 벌이고 있으나,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특별한 대책 없이 뒷짐만 지고 수수방관하며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지역 농협과 지자체가 나서서 농민들이 요구하는 가격을 일부 보전해주고는 있으나 이는 농협의 자체매입물량에 한정되어 있어 나머지 물량을 팔지 못하고 있는 농민들의 한숨이 여간 힘겨워 보이질 않는다.
몇 차례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으나 현재 산지 쌀값은 오히려 작년보다. 1만5천원에서 2만원 가까이 떨어진 14만원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니 연말에 갚아야 할 각 종 자금의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 그저 막막하기만 할 따름이다.
농사꾼의 한사람으로서 쌀값 몇 푼이 문제가 아니라 5천년 동안 이 민족을 지켜온 쌀이 무시당하고 푸대접 당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밥은 하늘이라 했건만 요즘에야 어디 쌀이 하늘 대접을 받는가?
배고픈 시절에야 정말 쌀 한 톨도 하늘같이 여겼건만 먹을 것이 풍부한 요즘에야 밥보다 인스턴트 식품을 더욱 선호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도 이제는 값이 싼 외국의 쌀로 대체하고 그 대신 공산품 수출을 늘리는 것이 더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단세포적인 정책으로 농민과 국민을 현혹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도 꼼꼼히 살펴보면 결국 쌀값을 더욱 떨어뜨려 경쟁력(정말 표현하기 싫은 말이지만) 없는 농민들은 쌀농사를 포기하고, 그대신 쌀시장 개방을 수용하여 공산품 수출을 늘려보자는 것 아닌가?
그러나 세상 어디에 자기나라 국민의 식량을 남의 손에 의존하려는 나라가 있는가? 쌀은 경쟁력을 떠나서 이 민족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가 아닌가?
더구나 쌀 농사를 통한 홍수예방과 환경보전 기능 등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 간 11조 3천억 원이 넘는다는데 결국 그만큼의 국민의 세금부담을 대신 지고 있는 우리농업에 대해 국민 모두가 이해를 같이해야 하지 않을까
쌀 생산비를 보장해 달라는 농민들의 절절한 울부짖음을 ’집단이기주의’ 쯤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쌀농사의 포기는 연이어 우리 농업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우리 민족의 식량주권을 남의 나라 손에 넘겨주는 무서운 재앙을 예고하는 것이다. 우리의 식량생산 기반이 무너진다면 미국을 비롯한 농산물 수출국들은 식량을 무기로 우리의 경제와 주권을 통째로 먹으려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쌀을 비교우위에 입각한 경제적 논리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정부는 쌀값을 시장기능에 맡기겠다는 발상을 버리고 식량자급을 위한 장기적(통일까지도 고려한) 생산기반 확보와 쌀 수급대책을 마련하고 쌀 생산농가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확실한 정책을 내와야 한다.
아울러 쌀을 지키려는 노력은 농민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는 식량에 대한 중요성과 농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전체 국민이 함께 노력할 때만이 우리의 쌀을 지켜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김용호 (전국농민회 전북도연맹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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