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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조폭과 감동의 미학

 

 

 

영화 ‘친구’의 대성공에 이어 ‘조폭마누라’가 깡패 직업(?)을 가진 여자 주인공을 내세워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였다. 내친 김에 ‘조폭’ 소재의 영화는 학교(‘화산고’)로 사찰(‘달마야 놀자’)로 장소를 옮겨가며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이들 영화들은 우리 사회의 극소수이자 암적인 존재라 할 ‘조폭’들을 양지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것에 고무되었을까? 정치권에 피어오르는 때아닌 조폭 연계 의혹이 신문에 오르내린다.

 

 

‘친구’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사람이 꽤 많다. 특히 장동건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말이다.

 

 

사람들은 왜 조폭영화에 몰리는가? 사람들은 왜 폭력에 열광하고 싸움을 말리기보다 싸움 그 자체에 구경꾼으로 몰려드는가?

 

 

영화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볼 때 ‘조폭’ 친구가 하나도 없는 나는 조폭 소재 영화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의아해하지만 주변에서는 조폭적 행태를 흔하게 목격하게 된다.

 

 

혹자는 영화는 특이한 것을 다루어야 대중의 관심을 끈다고 하지만 우리에게 특이하다고 할 ‘이란’과 ‘인도’의 영화가 별 인기가 없는 걸 보면 이건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오히려 영화에서 자기와 비슷한 것, 자기 사는 시대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하는 것이다.

 

 

시선을 돌려보자

 

 

지난 보궐선거를 앞두고 신문과 방송들은 앞다투어 각종 의혹사건을 둘러싼 여야 대변인 설전을 머리기사로 장식했다. 폭로전에 가세하여 한 건 올린 의원에게는 기자들이 몰려들고 마땅히 선거의 뜨거운 이슈가 되어야 할 어려운 경제 문제와 각종 정책 현안들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 정치인은 찾아볼 수 없고 설사 거론한다 하더라도 카메라 세례를 받지 못한다.

 

 

언론은 가십거리를 키우고 확인되지 않은 것을 기사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문제가 생기면 ‘아니면 말고’ 해버리면 그만이다. 연일 벌어지는 난장판이라고 할 만한 권력 쟁탈전, 여기에 끼어 함께 가는 세력들…

 

 

우리는 이렇게 조폭적 행태가 관심을 끄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 진짜 감동은 어디에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은 맑은 가을하늘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한 순수한 인간의 영혼이 ‘518 광주 진압군 가해자로, 잔혹한 정보과 형사로 변신해가면서 파멸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바람난 아내, 배신한 동업자 친구, 그를 파산으로 내몬 주식투로 만신창이간 된 주인공에게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더 이상 없으며 그에게 남은 선택은 맑은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철길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이다.

 

 

좀체 화면을 보면서 감동을 느껴 보지 못한 나는 설경구가 수배학생을 잡기 위해 잠복한 군산의 어느 허름한 까페 여인과 하룻밤을 지내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이 영화는 많은 평단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을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폭마누라’가 15세 관람가인데 비해 ‘박하사탕’은 18세 관람가였다는 것이다. 깡패영화는 봐도 괜찮고 리얼리즘에 입각한 진지한 영화는 청소년들에게 맞지 않다는 훌륭하신 어르신들의 판단이다.

 

 

TV가요순위 프로그램은 앞으로 엎어졌다 뒤로 넘어졌다 하는 10대 댄스가수들이 점령한지 오래이며 무대에는 현란한 반주에 맞춰 입만 벙긋하는 ‘붕어’가수들이 판을 친다.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어른들은 아이들이 버릇이 없어졌다고 혀를 찬다.

 

 

 

 

나는 할리우드 영화 모두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할리우드에는 훌륭한 영화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들 눈 앞에는 흥행을 앞세운 저급영화들만이 즐비하며 이것을 모방하는 한국영화들이 뒤를 잇는다.

 

 

감동을 권하지 않는 사회, 감동을 엉뚱한 곳에서 느끼는 사람들 속에서 오늘도 감동을 찾기 위해 헤맨다.

 

 

오늘 하루 생활에서 감동을 맛보지 못한 나는, 늦은 밤 케이블TV 채널을 하릴없이 이리저리 돌려보다 끝내 마땅한 감동꺼리를 못 찾고 잠자리에 든다.

 

 

/ 김성주 (시민행동21 뉴미디어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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