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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제기능 상실한 예술교육

 

 

 

내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는 피아노 학원이 4개, 미술학원이 2개 있다. 그리고 집에서 개인 레슨을 하는 개인 선생님도 몇 분 있다. 또 가끔 베란다 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면 무슨 학원, 무슨 교습소라는 활자를 크게 단 승합차들이 쉼없이 드나들며 제 몸뚱이보다도 더 큰 책가방을 든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태워 부지런히 떠나곤 한다.

 

 

바야흐로 예술교육의 시대이다. 어느 집 아이건 음악학원이나 미술학원 하나쯤 다니지 않는 아이가 없다 하니 이 땅에 예술이 꽃피울 날도 멀지 않았나 보다는 기대를 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무망한 것임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이 땅의 예술 교육 열풍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런 열풍이 이 땅을 아름다운 예술이 숨쉬는 땅으로 만들지 못했음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 교육은 근본적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교육이다. 무엇이 아름다운 것이며, 아름다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이해함으로써 그 삶이 늘 아름답기를 기대하는 것이 예술 교육의 목적일 것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탐욕으로 물든 인간성이 극에 달해 있는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아름다움에 대해 갈망하고 아름다움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야말로 그 얼마나 ‘아름다운’것인가? 이런 노력이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예술교육이 이런 희망을 실현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무엇이 예술교육을 이렇게 허망한 것으로 만들었을까? 우리의 예술 교육은 더 이상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교육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언젠가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한 선생님의 고민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아는 한 매우 훌륭한 교육관을 가진 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손가락 테크닉만을 강조하다 보면 아이들은 금세 싫증을 느끼고 결국은 음악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을 피곤하게 하는 매우 귀찮은 것으로 여기고 만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재미나는 음악이야기를 들려주고, 가끔은 피아노 대신 다른 음악놀이도 하다 보니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은 대부분 교육 진도가 느리다고 말한다. 그런데 학부형들은 다른 학원에서 레슨받는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는 왜 진도가 더디냐하면서 항의하기 일쑤란다.

 

 

그래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토로하였다. 또 어떤 경우는 이제 아이가 피아노에 막 재미를 붙여 가는가 싶으면 학부형이 “요즘은 악기를 두 개는 해야 된다는데...”라며 상담을 해온다고 한다. 그럴 때면 “음악은 즐기는 것이지 과시하거나 자랑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쏘아붙이고 싶지만 그러질 못한다며 자책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예술교육을 받는 자녀가 예술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 되길 기대하면서도 그것의 척도를 자녀가 어떤 기량을 얼마나 잘 습득했는가로 삼고 있다. 체르니 30번을 배우는 아이가 바이엘 상권을 배우는 아이보다 훨씬 더 예술적 아름다움을 즐기며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다 보니 예술교육도 예술적 기량의 습득을 다루는 스피드 경쟁이 되고 있다. 이런 부모의 과도한 조급함과 과시욕, 그리고 괜한 이웃 아이와의 경쟁심리가 아이들에게 예술을 즐기며 사랑하게 하지 못하고 예술 교육을 또 하나의 지겨운 과외공부로 만들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예술이 갖는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그것을 사랑하며 즐기는 사람들의 사회, 이런 사회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예술 교육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 문윤걸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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