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새벽메아리] 결식아동과 공적자금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지갑의 두께도 한 장 달력만큼 얇다.

 

 

지갑의 무게도 모르면서 여기저기서 송년 모임에 참석하라는 안내장은 계속된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해놓은 일없이 나이만 한 살 더 먹는구나 싶다.

 

 

이렇게 다가오는 연말에 가슴을 저리는 소식이 들려온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대부분은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몇몇 아이들은 점심걱정 때문에 방학이 무섭다고 한다. 학교에 나갈때는 급식을 통해 점심은 해결되었는데 방학이 되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러 단체들과 뜻 있는 개인들이 주머니를 털어 가며 노력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단다.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고 관리하고 배분하는 공동모금회에서 성금을 배분하는 심사위원으로 2년간 일한 적이 있다.

 

 

이 때 가장 큰 고민은 한정된 예산때문에 수 백군데 사회복지 시설에서 올라온 사업계획을 다 지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금된 돈을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해서 배분하는 것이 옳지만 한정된 예산이라는 굴레가 심사의 열정을 식게 했던 기억이 난다.

 

 

사업계획서 대부분은 꼭 필요한 사업이고 또 지원이 없으면 하기 힘든 사업이다. 경노회관 보일러 설치, 재가 장애인을 위한 이동 목욕탕, 커 가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가정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의 피난처.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보호 없이 내 팽 겨 쳐져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양각색의 사업들이 제출된다.

 

 

몇 백만 원만 지원해 주면 열과 성을 다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결의가 계획서 곳곳에 베어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공동모금회에서 해결할 일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사회 보장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지적에 정부의 대답은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공적 자금 횡령 뉴스를 들으며 정말 예산이 없어서 인지 정부가 돈을 잘못 써서인지 고민이 생긴다. 감사원 감사 결과 한 두 푼도 아니고 약 18조원의 공적 자금이 횡령되거나 부당 지출되었단다.

 

 

약 6개월 정도에 걸쳐 진행한 감사에서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의 임직원과 부실채권을 금융기관에 떠넘긴 부실기업의 소유주가 빼돌린 재산이 7조원이 넘고 정부가 판단 잘못으로 과다하게 투입한 공적 자금이 11조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경제 파탄을 수습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세금을 투입했는데 이 돈을 경제살리는데 사용한 것이 아니라 횡령이나 부당지원 이라니, 이것은 불법을 넘어 허리띠를 졸라맸던 국민에 대한 사기이고 모독이 아닐 수 없다.

 

 

공적 자금 총액 150조원의 12%가 넘는 18조원의 돈이 부당하게 처리되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보이는 것도 또한 이해 할 수 없다. 공적 자금 18조원은 국민 1인당 40만원이 넘는 거액이다.

 

 

아무튼 이렇게 엄청난 돈이 횡령되고 부당하게 지출되면서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걸 보면 예산이 없는 것은 아닌가 보다.

 

 

큰돈은 물 쓰듯이 풍덩 풍덩 써대고, 꼭 필요한 정도를 넘어 생존에 필요한 돈은 예산이 없다고 하니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좌절하게 되는 것이고 희망이 없어지는 것이다.

 

 

예산이 없다며 고개를 가로 저을 일이 아니라 적절한 예산 배분을 통해 모든 국민이 고른 혜택을 보도록 국가 운영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안타까운 현상을 쓰게 되니 씁쓸하지만 한 장 남은 달력을 뜯어 낼 때 지금까지 잘못된 정책관행 등을 같이 뜯어내 버리고 새해에는 책임지는 정책을 통해 국민 모두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려본다.

 

 

/ 최형재 (전주시민운동연합 사무처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새만금 글로벌 K-씨푸드, 전북 수산업 다시 살린다

스포츠일반테니스 ‘샛별’ 전일중 김서현, 2025 ITF 월드주니어테니스대회 4강 진출

오피니언[사설] 진안고원산림치유원,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오피니언[사설] 자치단체 장애인 의무고용 시범 보여라

오피니언활동적 노년(액티브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