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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보수는 당당해야 한다

 

미국의 공화당, 영국의 보수당, 독일의 기민당, 일본의 자민당, 기타 서방 국가들의 보수정당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새로운 제도와 규범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에 설정된 제도와 규범을 그들 스스로가 준수함은 물론 국민들에 대해서도 그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기존의 제도와 규범 준수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이 당당해야 한다. 너무도 당당한 나머지 때로는 오만하기까지 여겨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는 언제나 당당해야 한다.

당대 모범생이요 엘리트 집단

한 국가의 보수는 그 시대의 제도와 규범을 충실히 이행했거나 혹은 그러한 선대의 후손이라는 대가로 기득권을 보장받고 있다. 안정된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는 데에는 이러한 보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당당하지 못한 보수가 무리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때 국민은 새로운 규범과 제도를 요구하며 개혁세력을 찾게 된다. 

보수가 당당하지 못할 때는 두 가지가 있다. 기득권의 형성과정이 정당하지 못했거나 혹은 기득권의 형성과정이 정당했다 하더라도 오랜 세습으로 자정능력을 상실했을 때이다. 다른 사람을 해쳐가면서 부를 쌓거나 권력을 취득하면 기득권을 인정받기 어렵다. 

오래 고인 물이 썩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듯 부와 권력의 오랜 세습은 진입장벽을 높고 두텁게 쌓으면서 사회시스템의 효율성을 급격히 저하시킨다. 어찌 되었던 보수는 그 시대의 모범생이요 엘리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요즘 다시 거론되고 있는 소위 친일파는 일제강점기의 모범생이고 엘리트였다. 

일제강점기의 경찰, 군인, 검찰, 관료, 문인, 언론인, 예술인. 다들 능력이 출중하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당시로서는 반체제범인 독립군을 토벌하고 체포하고 고문해야 했으며, 정신대 학병 징용을 나가라고 글도 쓰고 노래도 작곡하면서 앞장서야 했다. 

비꼬듯 이야기하자면 그들에게는 성실하고 유능했던 죄밖에 없었다. 굳이 죄가 있다면 애초부터 그런 규범과 제도가 나오도록 이 나라를 내 준 구한말 무능했던 선조들에게 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보수들은 미군정을 거쳐 신생 대한민국의 보수로 순조롭게 이행되었다. 이들은 겉으로는 일본의 침탈을 나무라면서도 침탈과정에 참여 내지 협조한 친일파의 척결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으며 오히려 조직적으로 가로막았다. 

일제강점기 36년동안 많은 한국인들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당했음이 분명한데도 친일파는 없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고통을 받은 사람은 있는데 고통을 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는 비록 일부의 고통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우리민족의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고 주장하던가, 또는 우리민족은 나찌 협조자를 철저하게 척결한 프랑스 국민과는 달리 자존심도 없는 열등 민족이라고 주장한다면 차라리 그 솔직함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해 줄 수 있다. 

필자가 일본인이라도 일본 교과서 왜곡을 운운하는 한국의 보수에 대해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을 것 같다. 친일파 하나 없을 정도로 36년 동안 잘 살게 해 주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교과서가 왜곡되었다고 억지를 부리는가. 

기지개켜도록 원죄 풀어줘야

일제강점기의 보수는 이렇듯 부끄럽게 쌓은 기득권과 그로 인한 원죄를 후대의 보수에게 유산으로 넘겨주고 거의 다 이 세상을 떠났다. 그 보수의 후손은 여전히 현재의 보수에 두툼하게 자리잡고 있는 한편 그들이 둘러놓은 제도와 규범 속에서 새롭게 진입한 보수도 있다. 

이들 모두가 한국 보수의 원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언제나 당당하지 못하다. 백번 선행을 했어도 한번 절도를 하면 그는 이미 절도자이며, 절도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백번의 선행은 처벌과정에서 단지 정상 참작이 될 뿐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처벌하자는 것도 아니다. 단지 사실은 사실대로 깨끗이 인정하고 이제 그만 훌훌 털어 버리자는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의 보수에게 씌워진 원죄를 속시원하게 털어 주어 그들도 서방 국가들의 보수와 같이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해주자.

 

 

/남천현(우석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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