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 바람이 심상치 않다. 올 상반기 해외 유학 비용 송금액은 6억3천5백50만달러로 작년 상반기의 3억9천1백30만달러에 비해 62.2%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증가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어서 해외 유학 비용 송금액은 사상 최대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외국인들의 국내 유학 비용 입금액은 9백50만달러로서 해외 송금액의 1.36%에 불과해 이른바 교육수지는 엄청난 적자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대외수지 문제에 있어 관광수지적자가 언제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지만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이 워낙 경쟁력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더 이상 나무랄 수 없다.
해마다 기하급수적 증가세
조기 해외 유학의 문제는 더더욱 예사롭지 않다. 초·중·고 해외유학생이 99년 1839명에서 2000년 4397명으로 그리고 지난해에는 7944명으로 매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의 초등학교에서는 방학이 끝나면 주인 잃은 책상이 한 반에 한 두개씩 나온다고 한다. 좀 심하게 말해서 '교육대탈출'이 일어나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려는 교육 이민이라면, 땅덩어리 좁은 한국적 상황에서 어떤 측면에서는 권장할 만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아버지는 한국에 남아 돈을 벌어 송금하고 어머니가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거나 혹은 어린 나이에 아이들 혼자 떠나는 것이다.
혼자 떠나는 경우 대개 기숙사에 머물거나 아니면 전문적으로 돌봐주는 집에서 하숙을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법이 개정되어 유학생 보호자의 체류 허용 기간이 짧아져 어머니 마저 귀국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계속 체류하기 위해 대학 또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공부에는 전혀 관심 없다.
감수성이 한참 예민한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렇게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가정에서 부모와 형제의 사랑 속에 인격이 형성되어야 할 시점에 언어, 문화, 제도가 전혀 다른 이국에서 외롭게 홀로 성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필자의 주변에도 '기러기 아빠'가 더러 있지만 속된 말로 뼈빠지게 돈 벌어서 송금하는데도 그곳에서의 생활은 항상 허덕인다는 불평을 듣는다고 한다.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자식들과 생이별을 하고 싸늘한 원룸에서 궁상을 떨며 그 고생을 하면서도 결국 가족한테는 돈도 넉넉히 보내주지 못한다는 원망만 듣는다.
도대체 무엇을 얻기 위해 막대한 희생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일까. 그리고 궁극적으로 과연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해외 조기 유학의 최종 목적은 유학 국가에서 좋은 직장을 얻어 정착하거나 아니면 귀국하여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이다. 조기 해외 유학을 떠나는 이들 모두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일까.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그렇지가 못하다. 아닌 말로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안 새나. 우선 부모의 세심한 보살핌이 없는 어려운 유학 환경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친다는 것 자체가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니다.
설령 어렵게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나라의 상류사회에 진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부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장벽을 넘어야 하는 일이다.
예컨대 아무리 좋은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다 하더라도 한국인 유학생이 뉴욕의 월가에 진출한다는 것은 이만 저만 힘든 일이 아니다.
결국 그만그만한 직장을 얻는데 만족하거나 아니면 조그만 수퍼마켓 혹은 세탁소같은 자기 사업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안 이뤄져
귀국해서 좋은 직장을 얻는 일은 용이한가. 그도 그렇지 않다. 아무리 한국기업이 세계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화 한다고 하지만 한국기업은 한국기업대로 고유의 기업문화가 있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해외 유학으로 석사 혹은 박사학위를 취득한 경우와 조기 유학을 한 경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기본 바탕으로 필요한 일부 능력을 유학으로 채우는 것이다. 한국기업에서 후자가 경쟁력이 있을 리 만무하고 또한 현실이 그렇다.
한국의 교육환경이 매우 불만족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앞뒤 재지 않고 어린 나이에 무작정 해외로 보내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남천현(우석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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