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베이징의 여름날씨보다 더 뜨겁게 이어지던 제4차 6자회담이 3주간의 휴회에 들어갔다. 회담의 과정을 보면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큰 틀은 쉽게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26일 개최되어 의장국인 중국이 내놓은 공동문건초안에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이 찬성하여 채택 일보 직전까지 갔던 공동성명은 북한이 동의하지 않음으로서 채택되지 못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보면 북한이 또 떼를 쓰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북한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생존전략이 관철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핵 이용에 관한 권리’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평화적 핵 이용에 관한 것으로 말 그대로 전력, 의료, 산업, 학술연구 등에 쓰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핵무기를 개발 사용하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항하여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북한은 노동 1,2호 미사일을 개발한데 이어 광명성 위성을 발사함으로써 미국이 심혈을 기울여 온 대륙간 탄도미사일 감축협상을 무력화 하였다.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개발하려한다고 의심받는 나라들이 핵무기를 개발하여도 이를 사용할 운반체가 없는 반면에, 북한은 장거리 운반체 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함으로써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의 5개국만이 가지고 있던 실질적인 핵보유국에 한 발 다가섰다.
이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갈등은 이라크 전쟁 후에 절정에 달하여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과 이에 대응한 북한의 ‘주일미군공격위협’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를 전쟁의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난 94년 발생한 북한의 영변원자로 건설과 이에 대응한 미국의 영변원자로폭격위협과는 견줄 수 없이 광범위하고 현실적인 위기이다. 북한은 위와 같은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북한과 미국 간의 관계 정상화 즉, 북.미간 수교와 테러지원국 해제,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국제적으로 현실화 한 것이 6자회담이다. 이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이 합의된 것은 중대한 진전이다. 남은 것은 북한이 언제 NTP 체제에 복귀하고 어떻게 IAEA의 사찰을 받아들여 핵의 투명성을 확보하며, 그 대가로 미국과 주변국은 어떻게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북한은 NTP 체제 복귀와 IAEA의 사찰과 관계없이 평화적 핵 이용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미국은 핵 투명성의 확보 뒤에야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11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였다. 이를 놓고 한미간의 갈등을 야기한다거나 북한 편을 드는 것이라는 일부의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평화적 핵이용권은 누가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가지고 있는 권리이다.
/이진일(한백종합건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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