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여름과 겨울이 길어졌다. 올해처럼 ‘가을’이 너무 짧아져서 사계절을 봄·여름·‘갈’·겨울로 ‘가을’을 짧게 줄여서 말하기도 한다. 이제 긴 겨울이다. 이즈음 지역사회에서는 온기 가득한 여러 노력이 이루어진다. 집중 모금이 이루어지고, 김장 김치를 나누며,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온다. 그리고, 여전히 겨울철 나눔 활동 백미는 연탄 봉사이다.
연탄(煉炭)은 무연탄에 점결제를 섞어 성형해 만드는데, 1920년대 일본 규슈에서 목탄 대체용으로 개발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 산업용으로 전파되었다가 1950년대 산림 황폐화 방지, 1966년 산림 녹화사업과 연계해 생산이 확대되었다. 당시 구공(혈)탄 형태가 표준화되며 온돌난방에 적합한 연료로 자리 잡았고, 1960년대와 1970년대 서민 가정에서 필수품이 되었다. 1988년 가정용 연탄 보급률은 78%로 정점을 찍고, 1993년 석유·가스보일러로 대체되어 33%로 급감했다.
이제 연탄은 연탄구이집에서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집에서 연탄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2023년 기준, 전국 74,167(0.4%)가구가 연탄을 사용한다. 우리는 이들을 에너지빈곤층으로 보고 있으며, 대부분 노후 불량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에너지빈곤층은 적정 수준의 에너지소비를 경제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저소득가구를 의미하며, 소득 10% 이상을 광열비로 지출하는 빈곤층을 말한다.
정부에서는 취약계층인 기초생활수급자, 65세 이상 노인가구, 장애인(1~3급)가구 중 연탄보일러 사용 가구에 쿠폰을 지원한다. 쿠폰은 디지털 방식으로 가구당 47만 2천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대략 연탄 524장 정도가 지원되는 것이다. 겨울철 한 가구당 사용하는 연탄은 평균 1,000장에서 1,200장 정도인데, 지원되는 쿠폰은 이 중 절반 수준이다.
연탄은 일산화탄소 중독, 교체의 번거로움 등 분명한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연탄을 쓰는 것은 결국 광열비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연탄의 강점은 바로 저렴한 가격이다. 2025년 연탄 시세는 장당 900원이고, 배달료가 거리마다 차등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우리 지역은 어떨까? 전주연탄은행에 따르면 전북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취약계층은 지금도 4,120가구에 달한다. 전주시 연탄쿠폰 지원 가구는 235가구다. 이들 가구에 가스·등유 보일러 교체 지원 사업을 펼쳤는데, 10가구만 희망하였고, 절반은 교체를 꺼렸다. 어떤 가구는 지원을 통해 가스보일러로 교체했는데, 1년 만에 다시 연탄보일러로 교체한 사례도 있다. 결국 연탄보일러 사용은 광열비 부담 때문이다.
우리 공동체는 해마다 연탄 사용 가구를 위해 연탄을 기부하고,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한다. 이 훌륭한 나눔은 동절기를 앞두고, 김장 봉사와 더불어 사회의 온기를 올리는 상징적 봉사활동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연탄 나눔이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있을 때까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2025년에 우리 지역사회와 공동체가 연탄 가구를 위해 다른 대안을 고민해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이들이 거주하는 주택 내 주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단열공사와 창호 교체로 주택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1칸 사업’, 연탄보다 사용하기 편리하고 안전하며, 광열비 부담이 가능한 에너지원을 제공하는 사업은 어려울까?
최근 전주에서는 참신한 시도도 있었다. 시와 주거복지센터, 대학 등 15개 단체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연탄 사용 가구 대상 일산화탄소 배출 저감과 주민 건강권 확보 등을 위해 탄소중립 주택난방 플랫폼을 조직해 탄소섬유 바닥난방과 태양광 설치를 지원하기도 했다.
2025년이다. 연탄은 이제 조금 놓아 주면 안 될까?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