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군산 핵폐기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지난 2004년 1월부터 2월까지 부안주민들과 전국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구성했던 ‘부안 방폐장 주민투표관리위원회’ 실무를 담당한 바 있던 나로서는 감회가 새롭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참여로 자발적인 주민투표를 성사시켰던 부안의 감회와는 달리 관주도의 일방적인 주민투표를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군산시가 핵폐기장 유치 절차를 밟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3년엔 신시도 지질부적합 판정으로 포기, 2004년엔 어청도 유치청원이 유치 신청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삼수 끝에 군산시의회의 동의로 유치를 신청하여 주민투표까지 오게 되었다.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장 분리 선언과 주민수용성을 강조한 주민투표제 도입, 3천억 지원특별법, 양성자가속기 연계 추진 정책으로 주민들의 경계심과 반발감이 사라져 찬성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지난 2년 동안 군산시와 전라북도의 조직적인 관권 개입과 일방적인 홍보, 관변단체 동원으로 주민 여론이 조작되고 사실이 왜곡된 측면이 강해 보인다.
찬성단체에만 8억 가까운 예산을 지원한 것은 물론 도지사가 법적인 근거도 없이 주민투표 찬성율에 따라 300억원의 발전기금을 약속하고, 시민 장학금 100억 지급, 전기요금, 의료보험료를 감면해준다는 발언에는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
주민투표 대상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핵폐기장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는 직접적, 간접적 영향권 범위 내의 모든 사람이 참여하거나 정책에 영향을 받는 대상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신청 시?군 주민 중 17%를 웃도는 찬성율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의 다수결도 아니고 사회적 합의절차로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핵폐기장 유치의 당위로 주장되었던 양성자가속기 사업도 ‘빛 좋은 개살구’임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국내 양성자가속기사업 규모와 유사한 영국 아이시스 양성자가속기도 운영수입이 56억원인데 반해 연간 소요비용은 420억원으로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연간 시설이용 연구원도 약 1,600명에 불과하다며 수 조원 경제효과나 고용 창출은 근거가 없고, 오히려 막대한 부대비용으로 지자체에 적자만 안겨준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제공으로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결론을 낸다는 주민투표의 의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는 주민투표는 이미 효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으며 주민투표가 성사되어 어떤 결론을 내리든 찬반 양측의 승복을 받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핵폐기장은 무엇보다 안전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인기투표나 다름없는 주민투표로 주민들을 찬성율 높이기 경마장으로 내 모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주민투표 이후 더 큰 혼란과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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