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야기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정치, 축구, 군대 이야기이다. 국민 모두가 직접적인 경험과 간접적인 체험으로 인하여 전문가 이상의 견해를 가지고 있고, 내놓는 처방이 각기 달라서 의견이 일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술자리에서 제일 재미없는 화제가 ‘정치인이 군대시절 축구하던 이야기’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이다.
교육문제도 절대 뒤지지 않는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학창시절의 추억과 인생의 쓰라린 시행착오, 위계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경험한 좌절과 미래사회에 대한 두려움, 자녀에 대한 기대와 대리 만족 등이 얽히고 설켜 국민 모두가 전문가이며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이 자녀가 학교 성적이라도 월등하여 바라는 학교에 진학이라도 잘하면 좋으련만, 실재 부모들의 바램은 점점 축소되어 건강하게 자라기만 해달라는 광고 문구로 바뀌게 마련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자녀 1명을 4년제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쓰이는 공.사교육비가 1억 1190만원에서 1억 3071만원까지 든다는데, 대학졸업자가 31세부터 60세까지 직장생활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예상되는 평균소득이 2억 5853만원이니 수익률로 본다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극단적인 경우 학교에 보내지 않고 공.사교육비를 정기적금에 가입하여 31세부터 돌려받아도 월급보다는 낫다는 이야기이다. 더구나 교육정책에 실망한 많은 국민들이 보다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떠난 조기유학을 때문에 2004년도에 지불한 동반가족 생활비를 제외한 순수 유학비용이 24억 8000만 달러이고, 2005년 1월에서 8월까지 비용은 22억 5000만 달러로 41.2% 증가하여 국제수지를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었다. 이래저래 교육비는 가정과 국가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비용은 경제적으로 말하면 기회비용이다. 기회비용이란 경제주체가 한정된 재화를 두 가지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을 때, 어느 한쪽을 포기하고 얻는 생산물의 가치는 포기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는 다른 한 쪽의 생산물의 가치와 같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기회비용을 따질 때는 위험요소를 잘 선택하여야 한다.
기회비용에 따르면 자녀를 교육시키는 데 사용된 비용은 단순히 자녀들에게 지불된 돈의 합계가 아니라 자녀들을 교육시키기 위하여 희생된 부모와 자녀들의 시간, 노력, 행복, 비용 등의 합계가 되어야 한다. 자녀가 잘되길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고,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이 세상 부모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성적이 좋지 않다고 부모님께 죄송하여 자녀가 목숨을 끊고, 자녀의 의사나 능력과 관계없이 사교육에 조기유학까지 더하여 가족이 파탄 나고, 나아가 기러기 아빠가 외로움에 못 견뎌 자살하고, 이혼이 늘어나 가족이 해체된다면 자녀교육을 위한 기회비용은 급격히 불어날 수밖에 없다. 교육만큼 투자위험이 높은 사업도 없다. 위험도 높은 사업이 이윤도 크다지만 교육만큼은 자녀교육을 위해서 포기해버린 다른 행복요소들이 없는지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바야흐로 입시의 계절이다.
/이진일(한백종합건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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