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불삼세(富不三世)란 말이 있다. “부자 3代 못 간다”는 뜻으로 큰 재물은 뫃으기도, 오랜 기간 지키기도 어렵다는 말 같다. 그러나 경주 최 부잣집은 만석꾼의 부(富)를 12代에 걸쳐 300년이 넘게 代물림 해왔다 하니 당쟁도 극심했고, 민란(民亂)도 끊이지 않았던 그 시절로서는 실로 대단한 일이다 어떻게 당쟁에도 휘말리지 않고, 민란도 피해 갈 수 있었을까 ? 그 답은 철칙으로 알고 지켜 내려온 가훈(家訓) “벼슬은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재산은 1만석이 넘지 않게 하라”“흉년에 논을 사지 마라”“과객(過客)을 후하게 대접하라”“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하라”“시집온 3년 동안 무명옷을 입게 하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무슨무슨 그룹이라 불리고 있는 우리나라 부자가문들 거의가 창업 1세대를 지나 2세대 아니면 3세대로 넘어 가는 시기인 듯하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옛 말을 실천에 옮기려는 듯 부자(父子)간에, 형제간에 재산 싸움이 한창인 가문이 있는가 하면, 아예 옛말을 거부하기 위하여 노심초사하고 있는 가문도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 최고경제단체장으로 계셨던 분이 자신의 가문으로 돌아가 회장자리에 복귀하면서 하신 말씀이“우리도 1000억원대의 분식회계(粉飾會計)를 한 적이 있다”였다 그 때 만 해도 “모처럼 어른스럽게 모범을 보이시려나?” 했었는데 그 게 아니었든 모양이다. 형제간 재산싸움 와중에 집안 비리를 폭로하게 된 것 같다 회계장부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가짜로 만들어 이익금을 빼돌리고, 재산을 불렸다“고 폭로한 격이 되었으니 그 말 한 마디로 부자집안이 하루아침에 콩가루가 될 수 밖에! 불린 재산을 고스라니 지켜 나가면서 대(代)물림 해 주기에도 아주 손쉬운 방법으로 차등의결권제도(差等議決權制度)라는 것이 있다 한다 쉽게 말하면 “1억원 상속 절차로 1000억원을 물려 줄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하면 맞는 표현이 될지 모르겠다. 이미 상당수의 외국 유명 기업 들이 활용하고 있다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로 스웨덴 발렌베리家를 꼽는다 한다 발렌베리가는 이 제도로 세계 최고(最古)의 통신회사인 에릭슨을 비롯하여, 사브(자동차,항공기엔진),스카니아(트럭),아스트라제네카(제약),일렠트로뤀스(家電),ABB(엔지니어링),SAS(항공사),SEB(금융) 등 세계적으로도 이름나 있는 기업들의 경영권을 5代,150년 동안이나 지배해 오고 있다 하니 경영권을 손쉽게 방어할 수 있고 재산 상속까지도 마음먹는 데로 가능해 지는 이 것이야 말로 우리나라 부자가문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제도인 것 같다.
그러나 발렌베리家가 그런 특혜를 거저 얻었겠는가 ? 유리알처럼 투명한 경영으로 스웨덴 국민들의 신뢰가 쌓여 받은 선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부자님들께서도 차등의결권을 달라고 떼를 쓰기 앞서서 분식회계도, 굴비상자도,사과상자도,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일도 없애서, 맡겨도 좋겠다 하는 믿음부터 심어 주시면 어떨른지요
150억불의 재산을 갖고서도 “존재하나 드러내지 않는다”는 발렌베리家의 가훈, “흉년에 논을 사지마라“ ”시집온 3년 동안은 무명옷을 입게 하라“는 경주 최부잣집 가훈도 한 번 더 쳐다봐 주시구요
/계정희(남원 YWCA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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