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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내가 선택한 삶의 기쁨 - 조미애

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

설인데도 봄이 멀지 않은 듯 바람 끝이 부드럽다. 창문을 열고 불러들인 바람에게서 흙냄새가 난다. 추위를 피해 거실에 두었던 화분을 베란다로 옮겨 놓으니 제자리를 찾은 듯 이파리마다 생기가 돈다. 여학생의 갈래머리 같은 서양란의 잎들이 시골집 돌담에서 자라던 풀잎과 함께 기지개를 편다. 좁은 화분에서 이런 저런 화초들이 고향땅인 듯 뿌리를 내렸다. 키 작은 것들과 큰 나무들이 소박하게 어울린 모습이 참 편안해 보인다. 햇살이 좀더 길어지면 흙을 뚫고 나올 순들로 우리는 새 식구를 맞게 될 것이다.

 

교단에서 스승이 사라진지 오래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우리 교육은 학생 가르치는 일을 즐거워하고 학생과 더불어 호흡하면서 묵묵히 봉사하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나라의 희망이며 미래가 된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타글리츠 미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정부는 공장 짓고 일자리 만드는 역할을 하기보다 과학과 테크놀로지,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다.

 

교사의 교육활동은 그 자체가 곧 커다란 승진이요 명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현행 승진제도의 잘못으로 인해 교육이 멍들었으니 제도를 바꿀 때도 되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자료에 의하면 교원의 59%가 현행 승진제도의 수정과 보완을 요구하고 있으며, 35%가 승진제도의 틀을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교원정책은 높은 전문성을 지닌 교원들이 긍지를 가지고 오직 가르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요 능력중심으로 승진제도 및 임용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교원 승진체제를 연공서열 중심에서 능력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말이다. 학생들만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은 절대 승진할 수 없는 현재의 교육풍토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넓은 들에서 자유롭게 피어있던 승진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좁은 화분에다 옮겨 심는 작업이기도 하다.

 

새로운 교장 임용제도를 통해 민주적인 리더쉽을 갖춘 역량 있는 교원이 교장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될 것으로 믿는다. 서로 다른 곳에서 자라던 화초를 화분 안에 가두어 둔 것처럼 한참동안은 좁은 공간과 다져지지 않은 흙으로 인해 답답할지 모른다. 하지만 잠시 몸살을 앓게 되더라도 이내 곳곳하게 하늘을 향해 일어서는 식물처럼 올해는 교원정책에 새로운 꽃대를 세우게 될 것이다.

 

교사는 교단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승진하여 보다 높은 직위나 직급에 오르는 것은 그가 지닌 뜻을 바르게 펼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다. 그것은 명예로운 일이며 그동안 쌓은 경륜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얻은 자리인 경우에는 간혹 힘이나 권력으로 잘못 남용될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 어떤 직위에 있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평생 어떤 생각을 지니고 어떻게 살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고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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