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훈(전북농협 양곡판매사업단장)
최근에 발생한 초유의 학교급식 사태로 세간이 뜨겁다. 전문가들은 저가 낙찰방식에 의한 질 나쁜 식재료를 납품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학교급식 구조를 뜯어 고치자고 아우성이다. 부끄러운 일이겠지만 이번 식중독 사태는 이미 제도가 도입된 25년 전부터 예견되어 왔기에 자성부터 해야 옳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새 시대를 열어갈 희망의 새싹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못을 박은 꼴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태의 원인과 책임소재 규명에만 시계추를 달아 놓으려는 것은 옳지 않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는 격이겠지만 어찌됐건 독화살에 맞았으면 그 자질구레한 경위를 따지기 전에 먼저 화살을 뽑아내고 독을 제거하여 사람을 먼저 살려 놓아야 하는 것이 부처의 가르침이다. 따라서 금차의 학교급식 대란이 던지는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외양간을 뜯어 고쳐 식중독 참사의 재발을 근절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 전체학생의 93%에 이르는 723만명의 학교급식 청소년들을 위한 우리 기성세대의 최소한의 의무이자 부모로서의 양심이다.
학교급식, 이대로 둘 것인가? 그렇다. 이 시점에서 우리 농산물의 학교급식 당위성이나 시급성을 새삼 강조할 지면은 없다. 이미 학교급식의 해법을 어떻게 찾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 제시는 수년에 걸쳐 수없이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급식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학교급식이 교육이외의 부차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고정관념화 되어 버려 독을 제거하고 사람을 먼저 살려 내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이웃 일본의 학교급식은 곧 90년대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즉, 우리의 신토불이 운동에 근거를 두고 있다. 청소년들에 있어 학교급식은 ‘살아 있는 교재’ 라고 그들은 믿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에도 ‘살아 있는 교재’가 다수 있어 학교급식 개선에 대한 희망의 작은 불씨가 타오르고 있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농업인. 학부모, 생산자단체 중심의 자발적인 학교급식 개선운동의 형태를 띠고 있기에 향후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충남 홍성의 문당리 농사꾼들은 학교급식을 위한 마을 공동기금을 자발적으로 마련하고 오리농법으로 재배한 한가마 26만원짜리 유기농 쌀을 무상으로 자녀들의 학교급식에 제공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신토불이 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오고 있는 생산자단체인 농협이 농림부와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는 우리 농산물 학교급식 지원 사업이 학부모와 학교당국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민간중심의 자발적인 학교급식 개선운동은 학교급식 개선의 걸림돌이 ‘제약’이 많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기성세대의 ‘관심과 의지’의 부족이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금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급식법 개정안 심의, 학교급식 직영의무화, 식품이력제 추적제도입 발표 등 정부나 교육계의 발 빠른 대안마련이 봇물을 이루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나 이번에야 말로 또다시 “하지 않을 이유”만 찾는 구습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의 청소년들은 기도하고 있다. 지금 그들에게 ‘살아있는 교재’를 한권 더 사줄 때이다.
/나병훈(전북농협 양곡판매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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