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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영화가 던져준 평화의 메시지 - 윤승희

윤승희(전주 MBC PD)

지난주말 가족과 함께 영화“박물관은 살아있다”(원제 night museum) 라는 영화를 보았다. 실업위기에 직면한 한 아빠가 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자연사박물관의 야간 경비원으로 취업한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밤마다 모든 조형물, 전시물이 생명을 얻는다, 이집트 “아크라멘트 왕의 보물”로 인해서다, 이전의 경비원들은 이 사실을 알고 보물을 훔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른 미국 영화들처럼 보물을 둘러싼 음모와 모험이 주제가 아니다. 밤마다 되살아나는 역사속의 인물들이 살아있을 때처럼 투쟁과 원망을 품고 박물관을 난장판으로 만들곤 하는데, 그저 한 야간 경비원에 불과한 한 아빠가 이를 평화롭게 조정하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고, 이 이야기를 통해 오랜 세월 인류의 고통이었던 전쟁과 투쟁을 평화로 유도할 책임이 우리에게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공룡의 뼈가 살아나 뛰어다니고 미니어쳐가 말을 하게 하는 등 영화 내내 환상과 코믹을 삽입해서 지루하지 않게 주제를 드러내고 있었다.

 

‘ 생명을 가진 존재는 누구나 행복하고 싶다. 두군거리는 자신의 심장 박동을 느끼게 되면 새삼 살아있음을 인지한다. 문제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표출하는 방식이다. 박물관에서 밀랍인형으로, 박제로 만들어져 있던 존재들은 생명을 얻게 되는 밤이 되면, 달리고 물어뜯고 훔치고 터트리고 할퀴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그 방식을 바꾸게 되고 이후에는 모두가 윈윈하는 평화가 찾아든 것이다.

 

그렇다면 박물관 밖은 어떨까? 그쪽에서도 같은 메시지가 통하는 것은 아닐까? 실업으로 인해 아들을 실망시킬까 두려워하는 아버지는 박물관 밖 사람들의 실망과 좌절을 짐작하게 한다. 현실은 때로 우리들에게 서로 물어뜯기를 강요한다. 경쟁으로 내모는 아이들의 입시가 그렇고 이익을 위해 끝없이 생산성을 강요하는 기업의 생태가 그러하다. 그 와중에서 우리는 아무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러나 모든 선택은 결국 인간이 한다. 서로 물어뜯고 할퀴는 방식으로 존재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도 존재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일은 지금, 우리에게 날마다 주어진다. 한 편의 코믹 영화가 던진 의미가 그래서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윤승희-전주문화방송 라디오 제작부, 현재 “여성시대” 진행, “시사전북” 제작

 

/윤승희(전주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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