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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신시도 청년이 보는 새만금 - 이유선

이유선(군산대학교 교수)

현재 전북지역 최대의 현안은 아마도 새만금 문제일 것이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태생 자체가 불순한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대법원이 이미 공사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고 방조제가 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으로, 지역주민을 위하는 방식으로 새만금을 개발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군산대학교 환황해연구원 및 문화사상연구소는 2월 9일, 10일 양일간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큰 섬이자 새만금 방조제의 중간 기점인 신시도에서 ‘신시도에서 새만금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행사를 가졌다. 새만금 문제에 관한 한 철저한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최근 제안된 ‘새만금 문화권’이라는 개념과 관련된 몇 가지 철학적 안건을 논하는 발제를 맡아 참여 했다. 새만금지역을 직접 견학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그동안 숱한 갈등을 노정시키면서 국가적인 과제가 된 새만금 문제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는 학자, 언론인, 시민운동가 등 새만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신시도 주민들이 참여했다. 신시도 주변은 온통 공사중이었기 때문에 신시도 이장의 도움이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했다. 처음 달려본 방조제는 과연 엄청난 규모였으며, 배를 타고 들어간 신시도는 아름답고 정감 있는 섬이었다.

 

예정된 발제를 간단히 마치고 신시도 마을회관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벌였다. 관점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가장 감명 깊게 들었던 것은 신시도 이장과 한 마을 청년의 이야기였다. 신시도는 새만금 개발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각종 개발 청사진이 나오고 섬이 육지와 이어지면서 마치 섬 주민들의 삶의 질이 금방 향상될 것처럼 주변에서 떠들어댔지만, 막상 섬에는 오토바이로 통행할 수 있는 도로조차 변변히 건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서울과 지방의 관청을 찾을 때마다 무시당하고 박대당한 설움은 말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섬을 찾은 손님을 위해 이장 옆에서 묵묵히 일을 하던 마을 청년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지는 관을 우습게 알어유. 관도 우릴 무시하구유. 그치만 지는 이장형님은 최고로 쳐유. 왜냐면 이장형님은 제가 찾아가면 언제나 밥을 주시거든유.”

 

이 말을 들은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필자로서는 이 말이야말로 새만금 개발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새만금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밥을 주는 쪽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새만금을 둘러싼 이권에 혈안이 되어 달려들고 있는 소위 전문가들은 과연 자신들이 제시한 청사진이 얼마나 이 당위적인 요구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유선(군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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